제151편_ 언더 월드(1)
연우는 쉬기로 했다.
하지만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제 대로 쉬지도 못했다. 므깃도에 연 결한 드래고니아 대륙에서 몇 가지 오류가 생기기도 했고 생태계가 제 대로 유지되지 않아 멸종하는 몬스 터도 생겼다.
사실 그런 것이야 큰 문제가 아 니었다.
“이놈들을 어쩌지?”
연우가 헤맨과 이자젤에게 물었 다.
“좀 부추기는 건 어떨까요?”
“에이, 부추긴다고 되나? 뭔가 더 강력한 게 필요해.”
이자젤의 말이 맞다.
아니, 마족과 천족이 서로 싸우 지 않고 눈치만 본다는 게 말이 되 나? 게다가 중앙의 용족들도 너무 나 평화롭다.
“이건 다 연우 네 잘못이야!”
“난 갑자기 왜!?”
“네가 너무 물러졌어. 드래고니 아 대륙이 너무 먹고살기 편하니까 저러는 거 아니야.”
“그, 그런가?”
“네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지저 세계나 천공 세계를 봐. 얼마나 악 랄해.”
하긴 지저 세계는 하루라도 싸우 지 않으면 도태돼 죽는 시스템이었 고 천공 세계는 다른 차원에서 강 력한 놈들만 모으는 중이다.
서로 싸우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
“그래, 내가 너무 물렀다.”
아마 평화로운 지구에서의 삶 때
문이 아닐까? 이곳에서도 이런저런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해도 아스가 르드에 비하면 너무 평화롭긴 했다.
“아스가르드에선 운영자들이 우 릴 죽이려고 난리였지.”
“그래! 마계, 천계, 이상한 그리 스의 신들까지. 수인 족하고 언더 월드에 11단계 오염된 신선에…… 거긴 말할 것도 없었지.”
게임에서야 운영자들이 이벤트를 기획하고 개발자들이 만들어 내면 된다.
하지만 이곳은 현실이지 않은가. 사자보다 더 강한 적이 나온다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그렇다고 정 령의 숲을 통해 나오는 다른 차원 까지 가면서 적을 찾을 생각도 없 었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두라지. 이 것도 나름 나쁘지 않은데?”
싸우면 싸울수록. 지옥처럼 살과 피가 난무할수록 드래고니아 대륙 에서 생성되는 마력과 자원이 늘어 난다. 하지만 지금처럼 있다고 줄 어드는 것도 아니다.
“나중에 레인이 왔을 때 용족과 포식자들을 넣으면 달라지지 않을 까?”
“좀 강력한 놈으로 하자. 그래야 이놈들이 경각심을 갖지.”
케루빔이 포 클래스 마스터 정도 된다. 천족도 그 정도 되는 놈으로 잡아 왔는데, 그 정도 수준의 용족 과 몬■스터를 사려면 얼마나 들여야 할까?
“엄청 비싸겠네.”
직접 잡는 게 편하겠지만, 용족 과 몬스터는 찾기 굉장히 힘들다. 특히, 이번 대륙의 콘셉트는 새로 운 용족과 몬스터이니 사는 수밖엔 없었다.
“던전이나 더 만들어야겠다.”
돈이 없다면 버는 수밖에.
이렇게 문제는 해결됐다.
그럼 해야 할 건?
“밥 먹자!”
“오늘은 내가 요리를 하지.”
헤맨은 아공간으로 들어갔고 연 우는 이자젤과 함께 식당으로 들어 갔다.
필리아와 쇼타는 수이니와 함께 새로운 음식을 고안 중이었다. 양 식, 일식. 그리고 수이니의 ‘안주’ 요리법을 공유하는 게 재미있는지 요즘 급속도로 친해지는 느낌이다.
연우는 살짝 인사만 하고 주방으 로 들어갔다.
“오늘은 새우장이다.”
역시 겨울엔 새우가 철이고 새우 하면 새우장이다. 간장 새우라고도 하고 새우장이라고도 하는데, 그건 중요치 않다.
“새우 3kg 정도면 될까.”
100마리 정도 될 거다. 식구 숫 자가 있으니 넉넉하게 10kg을 하기 로 했다. 그럼 3, 400마리가 된다. 그래도 며칠이면 다 먹지 않을까?
북극에서 잡아 온 새우를 먹을 수도 있지만, 이번엔 아이델이 구 해 온 독도의 꽃새우와 닭새우를 쓰기로 했다.
이건 몬스터가 아닌 일반 새우지 만, 요즘은 웬만한 몬스터보다 비 싼 재료이기도 했다. 예전에도 독 도 근처에서 소량으로만 잡혀서 굉 장히 비쌌는데, 이젠 해양 몬스터 가 바닷길을 막으면서 더 비싸진 거다.
연우는 주방 한쪽에 보이는 원형 의 거울을 들여다봤다. 그곳엔 붉 은 껍질을 가진 20cm 정도의 꽃새 우와 닭새우가 잔뜩 돌아다니는 걸 볼 수 있었다.
“300마리 정도.”
파닥파닥.
원형 거울에서 줄줄이 쏟아지는 새우들이 힘차게 파닥거렸다. 힘이 어찌나 좋은지 바닥에서 연우 머리 까지 튀어 오를 정도였다.
연우가 한 마리를 확 잡아챘다.
까득. 까드득.
머리를 뜯고 껍질을 깐다. 부들 부들 떨리는 꽃새우는 금세 맨몸이 됐고 그대로 연우의 입으로 들어갔 다.
오독.
입안에서만 울리는 소리다. 부드 러우면서 고소한 꽃새우는 역시나 회다. 하지만 이걸로 새우장을 만 들면 더 맛있다.
“한 마리만 더 먹고.”
연우는 한 마리를 더 깠다.
오도독.
“아, 진짜 맛있다.”
이러다간 다 먹어 버릴 것 같아 서 바로 손질을 시작했다. 원래 머 리에 달린 뿔과 다리만 잘라 담근 다. 하지만 먹을 때 편하기 위해선 껍질을 까는 게 좋다.
만약, 마법이 없었다면 절대 시 도조차 하지 않았을 작업이다. 생 새우의 껍질을 까는 건 그만큼 힘 든 일이니까.
“클린.”
세척 마법과 함께 껍질이 벗겨지 기 시작했다. 튀겨서 먹을 머리는 따로 모으고 손잡이가 될 꼬리는 남겨 둔다. 껍질과 다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좋아.”
연우는 큼지막한 냄비에 물을 끓 였다.
간장 달인 물을 만들기 위한 채 소 육수의 준비다. 강력한 마법 화 로에 냄비는 금방 끓어올랐고 사과, 양파, 대파, 다시마, 매운 건고추, 통후추를 넣었다.
센 불에 끓이다가 약불로 줄여 준다.
보글보글.
향긋한 냄새가 올라온다.
슥슥 젓다가 금방 끓는 채소 육 수의 불을 꺼 주고 건더기를 따로 건진다. 이런 것도 마법을 사용하 면 쉽다.
이번엔 간장 달인 물이다.
“헤맨?”
“네, 주인님.”
“그 간장 좀 가져다줘.”
“제임스 님이 만들었던 최상급 진간장 세트요?”
“그래, 새우장을 좀 만들어야겠 어.”
연우의 말에 헤맨이 침을 꿀꺽 삼킨다. 제임스가 만든 간장으로 새우장을 만들면 얼마나 감칠맛이 좋은지 잘 알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헤맨이 아공간에서 작은 항아리 를 가져왔다. 헤맨이 다시 들어가 지 않고 서 있다. 구경할 모양인가 보다.
연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간장의 맛을 봤다.
“역시 좋아.”
간장, 채소 육수, 맛술, 설탕, 국 간장을 섞는다. 중불로 천천히 끓 이면서 저어 준다. 간장 달인 물은 넘치기 쉬우니 계속 봐주는 게 중 요하다.
이것만 하면 이제 끝이다.
연우는 새우를 넣을 항아리를 꺼 내서 새우를 넣었다. 그리고 마늘, 고추, 레몬 등을 꺼내 준비한다.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된다.
끓인 간장을 식히고 마늘, 고추, 새우가 든 항아리에 부어 주면 된 다.
“좋아.”
이 항아리가 좋은 건, 3일 이상 은 돼야 맛이 사는 새우장의 숙성 기간을 대폭 줄여 주고 10일 이상 보관하기 힘든 보관 기간을 대폭 늘려 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 봐야 10일 이상 보관할 일 은 없겠지만.
연우는 조금 기다리다 접시에 새 우 20마리를 꺼냈다.
“새우장 먹자.”
식당에 이자젤, 수이니, 필리아, 쇼타, 헤맨이 있었다. 연우까지 6명 이지만, 20마리면 맛을 보는 것 정 도는 충분할 거다.
“엇! 새우장이네요?”
“새우장 좋죠. 일본에서도…… 헉! 그건 꽃새우 아닙니까? 닭새우 도 있고! 이걸로 새우장이라니!”
“세상에! 이 아까운걸.”
필리아와 쇼타는 놀랄 수밖에 없 었다. 요즘은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게 이 두 새우다. 회로 먹어 도 부족할 판에 새우장이라니!
“아이델이 잔뜩 잡아 왔으니까 회로도 먹고 싶으면 먹든지.”
“아아, 제가 한번 대접해도 될까 요?”
쇼타가 열정이 막 솟는다는 듯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래 주면 나야 좋지. 일단, 이 거 하나 먹고.”
연우는 그렇게 말하곤 새우장 하 나를 집었다.
며칠의 숙성 기간은 대폭 줄였기 에 지금 먹어도 충분했다.
오독.
아까보다는 씹히는 맛이 덜했지 만, 훨씬 쫀득했다. 거기에 매콤하 면서 짭짤 달달한 이 맛.
“와, 죽인다.”
이자젤의 말이었다.
“장난 아닌데요?”
“역시 새우장 하면 연우지!”
필리아와 수이니였다.
“오오! 맛있군요. 숙성 기간이 필 요할 텐데 어떻게……
“다 마법 덕분이지.”
“역시! 바로 만든 게 이 맛이 날 수가 없죠! 마법이란 건 항상 대단 합니다.”
쇼타는 감탄에 감탄을 더하며 주 방으로 들어갔다. 닭새우와 꽃새우 를 손질해 회로 가져올 생각인 것 같았다.
연우는 새우장 하나를 더 집어 먹다가 뭔가 허전함에 주변을 둘러 봤다.
“왜?”
“뭔가 허전해서.”
“…… 소주가 없어서 그런 거 아 니야?”
“아, 맞아. 리젤은 아직 안 왔 나?”
소주가 없어서 허전했던 게 맞 다. 그 소주를 항상 준비하는 리젤 이 없는 것도 컸다.
“응, 한동안 거기 있을 것 같던 데? 천공 세계.”
리젤은 레인에게서 무언갈 사더 니 천공 세계에 잠깐 들어가고 싶 다고 했다. 연우는 흔쾌히 좋다고 했고 천공 세계로 간 지 며칠이 지 났다.
“헤맨, 리젤 뭐하는지…… 아니 다. 먹어라.”
헤맨은 허겁지겁 새우장을 입에 물고 있었다.
“아, 아닙니다. 한번 보겠습니 다.”
헤맨은 여전히 새우장을 씹으면 서 눈을 살짝 감았다. 몇 초가 지 났을 때, 헤맨은 놀랍다는 듯 눈을 떴다.
“선두에서 싸우고 있는데요?”
“리젤이? 그렇게 강했었나?”
연우가 아는 리젤의 수준은 이제 막 투 클래스 마스터 정도일 뿐이 었다. 천공 세계와 지저 세계의 전 투는 못해도 쓰리 클래스 마스터 이상에 포 클래스는 돼야 죽지 않 고 선두에 설 수 있다.
“그게 장비 덕분인지, 죽지 않고 빠르게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래? 오랜만에 놀러나 가 볼 까.”
오독.
연우는 새우장 하나를 더 먹었 다.
그때, 쇼타가 잘 손질한 꽃새우 와 닭새우를 가지고 나왔다. 서리 가 낀 소주까지 함께였는데, 역시 센스가 있는 요리사였다.
방금 새우장을 먹었기에 생새우 를 먹으면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 것 같았지만, 이 꽃새우는 달랐다. 고소한 맛과 꽃새우 특유의 바다 향이 한껏 올라오는 게 선명하게 느껴진다.
거기에 소주 한 잔.
“크으. 좋다.”
이자젤, 수이니, 필리아, 쇼타, 헤 맨까지 소주에 잔을 채웠다.
다 같이 건배를 했다.
“좋아. 오늘은 새우 파티다!”
연우와 쇼타에 질 수 없었던 필 리아는 새우를 이용한 감바스와 버 터구이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걸 본 이자젤이 양념 새우를 만들어 보겠다며 나섰지만, 수이니와 연우
가 나서서 반대했다.
농장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다 있다.
연우가 지저 세계 1계층으로 가 려고 마음먹은 날이었다.
깨갱!
멀리서 개가 맞는 소리가 들렸고 몇 번의 폭발음이 메아리쳤다. 연 우가 무슨 일인가 싶어 슬쩍 내다 봤더니 몇 마리의 늑대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그러던 중, 그들은 농장으로 허 겁지겁 뛰어올라 왔고 블랙 카우의 울타리에 막혀 넘어졌다. 말 그대 로 막혀 넘어진 거다.
하지만 이게 보통 울타리던가.
농장 주인 신연우가 직접 만든 울타리다.
“너흰 뭐냐.”
연우가 물었다. 넘어져 헥헥 대 는 늑대들이 입을 열기 전이었다. 뒤에서 이들을 쫓아온 몇 마리의 뱀파이어가 눈을 붉게 물들이며 말 했다.
“인간, 그냥 돌아가라. 고위 귀족 뱀파이어인 내가 넓은 아량을 베풀 겠다.”
연우는 당황했다.
이런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있었 던가.
딱 봐도 7단계가 겨우 된 뱀파이 어다. 말 그대로 새끼 중에 새끼라 는 거다.
“흐흐흐. 나이아르 님. 말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은데, 보낼 필요 있겠습니까? 그냥 먹어 버리는 게……
“인간을 사냥하는 건 불문율이 야. 언더 월드에서 늑대 인간들을 몰아내기 전까진 참아라.”
“알겠습니다. 그럼 죽이지는 않 고 기억만 지우겠습니다.”
기억을 지우겠다는 건, 죽지 않 을 정도로만 피를 빨겠다는 거다. 그 정도는 괜찮다는 듯 나이아르라 는 뱀파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크으으. 덤벼라! 여기서 끝을 보 자꾸나!”
“다 늙은 늑대가 말이 많구나. 도망조차 제대로 치지 못하는
스슥. 퍽!
콰광! 깨갱!
두 세력은 싸움을 시작했다.
연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헛웃음 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