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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편_ 역시 식칼은 마왕의 뿔이지 (1) (132/207)

제147편_ 역시 식칼은 마왕의 뿔이지 (1)

마왕을 소환할 수 있게 도와주 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마왕을 소환하게 되면 부 탁 하나를 들어 달라는 거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국을 멸망시키라니!’

딱히 한국을 좋아하는 건 아니 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왕을 다룰 강력한 힘을 얻게 된다면 그들에게 반항할 수 있을 거라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안 된다.

그렇다고 그들 말대로 한국을 멸망시키면? 이치로는 아무것도 없는 일반인이 된다. 아니, 나라 하나를 멸망시킨 악인이 되는 거 다.

그들이 어마어마한 돈과 새 신 분을 준다고 했지만 내키지도 않 는다.

“그럼……

이치로가 입을 열려고 할 때였 다.

누군가 등장했다.

연우와 헤맨이 흔적을 따라 이 동한 건 순식간이었다.

사실 일본까지 왔으니 힘들 것 도 없이 살짝 워프만 하면 됐다.

“음, 이거 좀 새로운데?”

“그러게 말입니다. 아스가르드 에서 보던 마왕도 아니고, 그라니 아에서 온 녀석과도 조금 다르네 요.”

“으흠. 뭐, 그거야 중요한 게 아 니고. 뿔이 상당히 작은데? 이걸 로 되겠어?”

“조금 작게 만들어야겠네요. 손 맛은 없지만, 질은 괜찮을 것 같 습니다.”

연우와 헤맨은 눈앞에 마왕 한 마리와 사람 한 명을 두고 대화를 했다. 범위 통역 마법까지 살려 놨기에 둘의 얼굴은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뭐야. 이 미친놈들은?”

“혹시 뿔 좀 더 키울 수 있나? 수준으로 봐선 더 클 것 같은데.”

“…… 지, 지금 이 상황이 나만 이해가 안 되냐?”

케루빔이 자신을 소환한 이치로 를 보며 물었다. 너무 황당한 나 머지 말까지 더듬거렸다.

스윽.

헤맨이 움직였다.

그러고는 케루빔의 옆으로 접근 해 뿔을 쓰다듬었다.

“흐음, 질은 역시나 좋습니다. 아마 더 커질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뭐, 뭐야!”

케루빔은 급하게 옆으로 물러났 다. 그제야 두 눈에 긴장감이 어 린다.

너무 갑작스러워 이 집 요정의 수준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케루빔이 아는 상식적인 무력과 다른 점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 다.

하지만 이젠 확실했다. 이 집 요정은 결코 자신보다 낮은 수준 이 아니었다.

화악!

케루빔이 날개를 펼쳤다.

12쌍의 날개 중 6쌍의 날개. 거 의 전력을 다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어? 뿔이 커졌다!”

연우의 한마디. 그리고 찰나의 순간.

댕강.

퓨수우우우.

무언가 케루빔의 시야를 스쳐 지나갔고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머리 위가 허전해졌다. 동시에 어 마어마한 힘이 빠져나가면서 날개 가 다시 들어갔다.

“뭐,뭐야 이건……

하지만 케루빔이 쓰러지든지 말 든지 연우는 손에 들린 탐스러운 뿔을 쓰다듬었다. 냄새, 촉감, 강 도, 마기.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좋아, 질이 좋아. 괜찮은 칼이 나오겠어.”

“그럴 것 같습니다. 주인님. 아, 이 마왕은 어떡할까요?”

케루빔이 허탈한 눈으로 연우를 바라봤다.

방금 일어난 일이 제대로 정리 되지 않는다. 분명한 건 이 앞에 인간이 터무니없이 강하다는 거 다. 속도는 물론이고 이 뿔을 자 를 때의 느낌.

전혀 감각이 없었다.

마왕의 뿔은 그냥 뿔이 아니다.

힘의 결정체이며 성장 수준을 결정하는 지표이기도 했다. 그만 큼 단단했고 마계의 그 어떤 존재 도 이런 식으로 뿔을 잘라 가지 못할 거라는 것도 확신했다.

그런데 그런 믿음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인간이 아니다. 마황? 마신? 아 니면 정말 신이라도 되는 것일까?

“마왕? 그냥 죽여.”

그의 한마디가 가슴에 꽂혔다.

절대로 죽을 수 없었다.

“ 알겠습……!”

“안 됩니다!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처자식이 320명이나 있습 니다! 100명의 아내와 220명의 자식이 절 기다립니다. 이렇게 죽 을 순 없습니다.”

연우는 황당한 얼굴로 마왕을 바라봤다.

마왕은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하긴, 그건 게임 속에서의 이야기다.

게다가 처자식이 몇 명?

갑자기 화가 치솟는다.

“그냥 죽여라.”

“알겠습니다. 저도 꼭 죽이고 싶네요.”

“안 됩니다! 제바아아알!”

거의 절규였다.

연우는 한숨을 내쉬곤 마왕을 바라봤다.

“흐음, 너 어디서 온 거지?”

“저요? 당연히 마계에서 왔습니 다만.”

“내가 그걸 몰라서 물었겠어? 더 자세하게. 아니면 그냥 죽든 지.”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어, 그러니까…… 헤니아 대륙에 속 한……

케루빔이라는 마왕의 말은 그라 니아와는 전혀 다른 마계였다. 차 원 상인이 있고 다른 대륙이 있다 는 건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보 니 묘했다.

“그래? 어떻게 오게 된 거지? 그리고 거긴 생각보다 수준이 높 은데?”

변방의 마왕이 포 클래스 마스 터다. 그렇다는 건 최소 그라니아 대륙보다는 수준이 높다는 이야기 다.

“저는 그렇게 강한 마왕까지는 아닙니다. 마신의 군단에 속한 장 군이나 군단장들은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에서 식스 클래스 마스터는 되니까요.”

“오호, 그래?”

아무래도 레인이 말했던 하위 차원, 중위 차원, 상위 차원에 따 른 격차인 것 같았다.

“ 마신은?”

“그, 그건 저도 확실하지 않습 니다. 본 적도 없고 제대로 힘을 내는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흐음. 그래? 그리고 네가 왔다 는 건 다른 마왕이 올 수도 있다 는 거네?”

“네? 아,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소환을 당한 거라서요. 아마 오려면 올 수 있을 겁니다. 소환 보다 마왕이 직접 강림하는 게 쉬 우니까요.”

케루빔도 헷갈린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마신이 나 천신. 마왕이라는 놈들이 하나 같이 위엄이라는 건 개나 준 듯했 다. 그럴 만도 한 게 머리를 뽑는 게 아니라 무력으로 뽑는 자리다.

그런 놈들이 머리에 뭐가 들었 다는 게 더 신기할 거다.

“뭐야. 그럼 아예 초졸도 안 되 는 거잖아?”

“네? 그게 무슨......

“아니야. 하여튼 살려는 드릴 게.”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신 일 하나만 해 줘야겠어.”

“…… 무, 무슨 일인지……

연우는 마왕 케루빔을 보며 씨 익 웃었다.

“음,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까. 아, 그래??????

어떻게 보면 마왕한테는 미안한 일일 수도 있다.

사실 예전이라면 고민도 하지 않았을 거다. 마계는 항상 적이었 고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아스가르드’에서의 일이 있었으니 까.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헤르메스와 리젤을 만나고 식구 가 되면서 하나의 인격체라는 것 도 인지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습니다. 주인님. 이건 너무 파격적인 대우 같은데요?”

“그렇지?”

“네, 살려 주기도 했는데 이렇 게까지 대우를 해 준다는 건 역사 상 없던 일일 겁니다.”

“그래그래. 역시 그렇지.”

연우와 헤맨은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케루빔의 얼굴은 썩어 들어갔다.

“그, 그건…… 아예 왕국을 들고 이사하라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내가 새로운 세상을 만드니까. 한쪽 땅을 주겠다는 거 야. 자고로 세계(世界)라면 마왕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

“…… 그렇군요. 근데 그건 불가 능하지 않겠습니까? 제 왕국이 작 은 것도 아니고……

“괜찮아. 나랑 헤맨이 직접 가 서 데려올 거니까. 아마 왕국 마 족들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옮겨질 거야.”

“…… 마신이나 군단장들이 가만 히 있지 않을......!”

“에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어 쩔 건데? 내가 가는데.”

케루빔은 할 말이 없었다.

마신과 이 앞에 인간이 싸운다 면 누가 이길까. 사실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인간이 질 거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본능일까.

‘처자식들을 생각하자.’

케루빔은 그렇게 자위했다. 그 렇다. 억울하다고 할 수 있지만, 마계는 당연한 일. 목숨을 가져가 도 할 말이 없는 처지인 거다.

하지만 마족보다 더 악랄한 인 간을 만난 것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제가 안내하겠 습니다.”

“아아, 지금 당장은 아니니까. 세계를 구성하려면 조금 시간도 남았고.”

“그, 그렇습니까?”

케루빔은 속으로 환호했다. 지 금 당장만 넘기면 어떻게 방법이 생길지 모른다.

“그래, 일단 어디인지만 알려 줘. 아, 어차피 안내는 해야겠네.”

케루빔은 발걸음이 가벼웠다.

연우와 헤맨은 케루빔의 안내에 따라 아마존 깊숙이 존재하는 정 령의 숲으로 이동했다.

“와, 여기였어?”

“수이니 님이 있던 곳이군요. 정령의 숲.”

연우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정령의 특성을 생각해 보면 아예 이상한 일도 아니다. 정령계는 항상 모든 계(界)의 사 이에 존재했으니까.

그들의 워프 능력은 상당했고 정령의 숲을 지나 마계로 통하는 것까지도 어렵지 않았다. 연우와 헤맨은 마계에서의 케루빔 왕국의 위치를 확인하고 돌아갔다.

“…… 진짜 이렇게 가시네.”

케루빔은 저 멀리 사라져 가는 연우와 헤맨이라는 두 존재를 보 면서 중얼거렸다.

“날 어떻게 믿고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혼 란스러웠다.

이곳에서 다음에 그가 올 때를 대비해 병력을 모은다면? 케루빔 은 변방의 마왕이지만, 약한 것도 아니다. 군단장이나 마신에게까지 힘을 빌릴 위치는 된다는 거다.

게다가 인간이 마계의 왕국 하 나를 훔친다는 명분이 있다.

“이걸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 지....... ”

바보나 멍청이라는 단어는 왠지 쓰면 안 될 것 같았다.

케루빔은 지친 몸을 이끌고 터 덜터덜 걸어 100명의 아내가 기 다리는 침실로 이동했다.

연우는 세계를 제대로 구성하기 시작했다.

아니, 완벽한 세계는 아니고 대 륙급 던전이다. 사실 연우나 이자 젤 정도가 아니면 차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한 규모이긴 하다.

“레인은 또 언제 오지?”

“음, 내일 오는 날입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다. 지금 까지는 맛보기였다면 내일은 제대 로 된 거래가 있을 예정이다. 얼 티밋급 프리미엄 던전이 판도라에 서 런칭을 시작하고 엄청난 돈이 쏟아져 들어올 테니까.

그에 맞춰 레인이 협회랑 협의 해 어마어마한 거래 물품을 들고 오기로 했다.

“오늘 슬슬 마무리해야 내일 바 로 들여놓을 수 있겠네.”

“맞습니다. 이자젤 님과 요섭을 불러올까요?”

“그래 줘.”

다른 이들은 공동 던전 제작에 만 협력하고 이건 연우의 개인 일 이니 이자젤과 요섭의 도움만 받 기로 했다.

“설계도 거의 끝마쳤고.”

마왕이 추가됐으니 약간의 설계 변경을 거친 다음 제작만 하면 된 다.

던전을 구성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까지 만들었던 던전 제작 킷을 이용하는 방법. 또 하 나는 마법과 여러 스킬로 직접 공 간을 형성, 유지, 확장, 개량하는 것.

전자와 후자의 차이는 크게 없 다.

조금 더 자유로운 구성을 원하 면 직접 만드는 후자가 낫고 더 편하게 제작하는 걸 원하면 전자 를 선택하면 된다.

곧 이자젤과 요섭이 도착했다.

연우는 둘을 데리고 므깃도로 향했다.

이번에 만들 세계도 므깃도를 중심으로 연결할 생각이기 때문이 다.

천공 세계와 지저 세계에서 생 산되는 마력도 남아도니 따로 동 력원을 구축하지 않더라도 세계급 던전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도 문제없을 거란 계산이었다.

이미 설계를 마친 상태였기에 작업은 빨랐다.

연우와 헤맨이 직접적인 공간을 형성했고 이자젤이 설계한 마법진 을 설치했다. 동시에 요섭이 미리 만들어 놓은 구조물과 던전들을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작업이 완료됐을 때.

연우는 또 하나의 잠재 능력치 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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