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45편_ 케루빔, 새로운 마계 (130/207)

제145편_ 케루빔, 새로운 마계

의 마왕(1)

연우는 아이스 드래곤을 데리고 왔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잠이 깨 버린 드래곤은 다시 잠들기 쉽지 않았고, 그동안 활동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드래곤 이 마음 편하게 활동할 만한 곳은 없다.

“어쩌지.”

“어쩌긴요. 그냥 죽여서 꼬리찜 으로 만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이델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 로 진지하게 말한다. 이거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아, 안 됩니다! 제발 살려 주 세요. 뭐든지 하겠습니다.”

“시끄러.”

천인종이 폴리모프한 아이스 드 래곤의 입을 신력을 사용해 막아 버렸다.

아직도 흐뭇한 건지 입꼬리가 귀에 걸려 있었다.

“그냥 죽일 수는 없다! 내가 얼 마나 힘들게 잡은 건데!”

하긴, 드래곤을 제압하는 건 어 렵지 않았지만, 찾는 건 꽤 힘들 어 보였으니까.

“나쁘지 않은데, 딱히 쓸 만한 곳도 없고. 이걸 어디에 써?”

“그, 그게…… 거기 붉은 귀 북 극여우 사육장에 넣으면 될 것 같 다!”

“거기에 어떻게 넣냐. 차라리 스키장이 낫지.”

“맞다! 그게 가장 좋을 것 같 다!”

천인종의 존댓말은 한겨울 밤의 꿈이었다. 찰나의 실수였던 것인 가.

“하여튼. 안 돼. 거기에 넣으면 뭐해?”

“그럼 북극? 거기에 넣고 관리 만 하면 된다!”

“누가 관리할 건데.”

연우가 길들이기만 해도 되긴 할 거다. 하지만 굳이 그러고 싶 지는 않았다.

“내가 한다! 내가!”

“안 돼. 넌 농장에 있어야지.” 지저 세계에서 나온 거다.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천인종은 연 우 시야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방금 느꼈다. 북극에 잠깐 보낸 것뿐인데 인류를 멸망시키려 했다.

북극 빙하가 모조리 녹아 사라 지면 바다의 수위는 한껏 올라가 고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죽었을 거다.

“흐으음. 그럼 일단 북극 우리 별장 있지? 용암 게가 관리하는 곳.”

“네, 있습니다.”

옆 허공에서 헤맨의 얼굴이 튀 어나왔다.

“아 놔, 깜짝이야. 너한테 안 물 었거든!”

“앗, 당연히 저에게 물은 줄 알 았습니다.”

“그, 그래. 헤맨 네가 가는 게 났겠다. 이 아이스 드래곤을 북극 별장에 데려다주고. 별장 관리인 시켜.”

“알겠습니다.”

나쁘지 않았다. 연우는 길들이 기를 사용해 아이스 드래곤을 세 뇌했다. 입이 막혀 발버둥 치던 아이스 드래곤이 축 처졌다.

“이놈 이름이 뭐지?”

“…… 그걸 저에게 물으시면 어 떡 합니까.”

연우가 헤맨에게 향했던 고개를 천인종에게 돌렸다.

u n ??????

“네가 알 리가 없지. 하여튼 옮 겨 놓고 아이델, 넌 항상 천인종 하고 같이 다니고.”

“ 알겠습니다.”

“왜냐! 난 혼자 다닐 수 있다! 아이델은 싫다!”

“왜 싫어? 전엔 그렇게 사이좋 게 지내더니.”

재료를 구하러 다닐 땐 사이가 좋게 보였다.

“얘가 나 때렸다!”

아이델은 별말 없었다.

“그래? 잘했네. 자, 다들 가 봐!”

“너무해! 너무하다!”

“너무하면 지저 세계로 돌려보 내 줄까?”

“…… 조용히 하겠다.”

그렇게 대충 일이 끝났다.

어떻게 한순간을 쉬게 두지 않 는다.

“아, 그건 그렇고 아이델. 그 일 은 잘 해결했어?”

“네, 깔끔하게 해결했습니다. 어 떤 특수 직업을 가진 사람이었는 데 이상한 아이템을 사용해 힘을 증폭해 사용하더군요. 제가 챙겨 왔습니다.”

아이델이 구슬 하나를 꺼냈다.

“이야, 그사이에 잘 챙겼네.”

“네, 저도 처음 보는 거라 중요 할 것 같았습니다.”

연우는 구슬을 자세하게 들여다 봤다.

“이건 뭐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 었다. 마력석도 아니고 정령석도 아니다.

“헤맨, 이자젤하고 이것 좀 분 석해 줘.”

이런 일은 헤맨과 이자젤이 최 고다.

연우는 기지개를 켜고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도 일 하나를 완벽하 게 해결했으니 조금 쉬어도 되지 않을까?

“오늘은……

한동안 회를 너무 썰어서 회는 별로 당기지 않았다.

“칼칼한 육개장이다.”

물론, 연우가 직접 요리하진 않 을 거다. 이제 수이니가 돌아왔으 니까.

“수이니!”

식당에선 쓰리 클래스 마스터를 달성한 수이니가 자신감에 찬 표 정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국자를 들고 있었다.

농장은 언제나 그렇듯이 평화로 웠다.

하지만 밖은 그러지 못했다.

제이미의 영상 보고에 소피아와 제임스 최는 충격과 공포에 빠졌 으며 곧 끝없는 무력감에 몸부림 쳤다. 문제는 뒤에 미국 정부와 협회 위원회에 정식으로 보고가 올라갔을 때였다.

지금까지 신연우라는 인물의 위 험성은 크게 대두되지 않았다. 각 지부의 협회장, 녹튼, 레드 문까 지 그를 보호……. 그렇다. 보호하 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이 그 정도의 힘을 낼 거라는 사실을 누가 믿을 수 있을 까.

하지만 영상을 직접 봤을 땐 믿 을 수밖에 없었다.

빙하를 부수던 엄청난 몬스터. 아니, 사람이었던가? 그건 알 수 없었다. 중장갑에 달린 날개를 보 고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당연히 몬스터라고 생각했다.

또 그 정도 무력을 지닌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이후에 날아와 그 중장 갑을 날려 버린 이도 마찬가지다. 피부에 드러난 비늘. 마치 파충류 같은 모습은 절대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이후에 신연우. 그가 도착했다.

중장갑을 한 손으로 제압했다.

그뿐인가?

중장갑이 갑자기 등장한 서리가 낀 하얀 드래곤을 장난감 다루듯 제압해 버렸다. 그리고 그들은 사 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알았다. 서울 시 내에서 일어났던 몽글 사태에 등 장해 위험에 빠진 부협회장을 구 해 줬던 이가 그 파충류의 피부를 가진 이라는 걸.

그의 어깨에 꼬리 세 개의 동물 까지.

그 영상은 미국 정부는 물론이 고 협회의 위원회에까지 도달했 다.

-…… 이게 조작된 게 아닌 건 확실한 건가?

위원회가 영상으로 모인 원탁이 었다. 그곳에서 영상 자료를 보고 한 협회 연구원이 조용히 대답한 다.

“네, 확실합니다. 수백 대의 위 성에서 같은 영상이 나왔고 북극 연구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 장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겁니다.”

?그렇군.

다른 위원회가 대답했다.

모두 화상 통화로 모인 것이기 에 기계음이 섞여 있었고 화면도 얼굴을 제외하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서로 서로가 있는 장소를 알 수 없게 하기 위한 보안 조치 였다.

-다음 회의 때까지 각자 입장 을 확실하게 하기로 합시다. 저 영상이 진짜라면 심각한 조치가 필요할 거 같으니.

그 말로 화상 통화는 끝이 났 다.

4명의 화면이 꺼졌고 1명의 화 상만 남아 있었다.

“위원님.”

-네트워크 연결은?

“확실하게 끊어졌습니다. 보안 또한 완벽합니다.”

-…… 믿겠다. 프로젝트는?

“충분한 가능성을 봤습니다. 한 국에 그런 자가 있다는 걸 확인했 으니 다른 나라에서 실험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아깝군. 이왕이면 서울이 무 너졌으면 했는데.

“그가 있는 한 불가능할 것입니 다.”

-이진철과 최민아가 없는 상황 에도 무너지지 않는 한국이라. 변 방의 그 노란 원숭이의 나라가 말 이야.

“한국의 저력은 상상 이상입니 다. 그래도 쓸 만한 데이터를 얻 었으니??????”

-됐다. 실패는 한 번뿐이다.

마력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말 투만으로 닭살이 돋을 정도로 섬 뜩한 말이었다.

“네, 더 이상의 실패는 없을 겁 니다.”

-다음 실험 장소는?

“일본입니다.”

-일본이라…… 그곳도 굳이 필 요 없는 땅이지. 한국의 연구소는 폐쇄하고 완벽하게 소각했겠지?

“네, 완벽하게 처리했습니다. 다 음으로 작업할 사용자의 직업은 ‘마왕 소환사’입니다.”

-후후.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군. 이번엔 더 확실하게 그 다른 차원의 ‘힘’을 흡수하길 바란다. 한국을 중심으로 계속 흔들어야 해. 이진철과 최민아가 돌아오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놈들은 진짜 바퀴벌레보다 끈질기니까.

꽤 쌓인 게 많은 위원회의 말이 었다.

그 말을 끝으로 화면이 꺼졌다.

“흐음. 왜 이렇게 귀가 간지럽 지?”

“또 여드름 났습니까?”

“아니, 귀에 여드름 나는 사람 이 어딨어?”

“미간에 났던 여드름처럼 한 번 에 짜 드리겠습니다.”

이진철과 최민아였다.

그라니아 대륙으로 넘어온 그들 은 별다른 고비 없이 깊은 산맥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다행히 원 클래스 마스터 이상의 몬스터는 없는 곳이었고 이쪽 대륙의 어떤 인간이나 이종족도 보이지 않았 다.

맹수들이야 그들에게 위협이 되 지 못했다.

“그런데 괜찮겠습니까?”

“뭐가?”

“위원회 말입니다. 분명 협회장 님 지위를 가만히 둘 놈들이 아니 지 않습니까.”

“뭐 신경 쓸 게 있나. 근데 너 갑자기 말투가 너무 존대다?”

“그럼 대충 하죠. 뭐.”

“아니, 하지 말라는 건 아니고.”

이진철은 최민아를 보며 뭐 이 런 놈이 다 있느냐는 표정을 지었 다.

“저희 여기서 최소 3개월입니 다. 오고 가고 할 수 있는 게 아 닙니다.”

“내가 그걸 모르나.”

김상철 박사가 만든 차원 워프 게이트의 한계다. 막대한 에너지 소모량은 엄청난 마력과 전기를 잡아먹었고, 언제든 켜 놓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3개월.

선발대가 자리를 잡고 안전지대 를 확보했을 때, 2차 인원을 보내 기로 했다.

그러니 최민아가 걱정할 만했 다.

“또 이상한 프로젝트인가 한다 고 인원 차출해 갔잖아요. 한국 지부 다른 간부들이 만만한 건 아 니지만, 그 위원이 작정하고 움직 이면 답도 없습니다.”

이진철은 피식 웃었다.

답도 없다. 그 위원을 말하는 가장 적절한 말이긴 했다.

“답이 없긴 왜 없어. 그 인간이 답 없는 인간이긴 하지만, 한국은 절대 안 무너져. 우리에겐 연우 님이 있잖아.”

“그건 알지만?????? 모든 데 다 나 서 주는 분은 아니지 않습니까?”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최민 아는 연우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 겉으론 돈을 무지하게 밝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생각보다 착하신 분이라니까. 돈을 밝히는 것 같아도 그건 본인 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 그런 거야. 게다가 위험이 오면 도움 준 다음에 후불로도 해 줄 분이야…… 어?”

이진철이 급하게 자세를 낮추고 마력을 퍼뜨렸다.

무언가 느껴졌다.

최민아도 마찬가지였는지 십룡 과 특수팀에게 달려갔다.

멀리 보이는 녹튼, 레드 문, 미 국 지부, 일본 지부까지 전투 준 비를 시작했다.

“뭐지.

저 산 정상에서 기이한 힘이 느 껴진다.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무 언가 꿀렁꿀렁 산맥을 타고 내리 는 것 같았다.

푸확!

무언가 튀어 올랐다.

찰나였다.

하늘 위에 수천 개의 이물감. 투명한 하늘에 아지랑이 같은 게 떠올랐다. 대부분 그게 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몇 사람은 바로 알아챘 다.

“적이다! 은신한 적! 모두 전투 준비!”

이진철이 가장 먼저 소리쳤고 주변에 수십 개의 마법진을 띄웠 다.

“녹튼!”

“미국 지부!”

“일본 지부!”

순서대로 눈치를 챘다.

정말 찰나였다. 적을 눈치채고 소리쳤다. 모든 대원이 겨우 전투 준비를 끝냈을 때, 하늘로 솟았던 적들이 내려앉았다.

푸슉.

콰아아앙!

끄아아악!

어떤 이는 목이 잘리고 배가 뚫 렸다. 누구는 제대로 막고 반격했 으며 방어진은 버텨 냈다.

콰지직.

콰아아아앙!

다 같이 반격을 시작했다.

이진철의 몸이 사라진 순간, 수 십 개의 마법이 적들에게 떨어졌 다.

시선을 돌렸다.

전방에 미국 지부, 바로 옆으로 일본 지부다.

가장 멀리 있는 건 레드 문과 녹튼.

“ 저쪽으로.”

이진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출발했다. 한국 지부의 대원들은 걱정할 게 없다. 가장 위험한 곳 에 지원을 가야 한다.

휙.

은신한 적이 이진철에게 향했 다.

콰광!

번개 한 줄기가 떨어져 적을 태 워 버린다.

최민아가 바람에 망토를 날리며 이진철의 뒤를 따른다. 아무도 명 령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움 직인다.

은신한 몬스터가 끝도 없이 다 가온다.

콰아아앙!

번개 수십 개와 수많은 마법진 의 향연은 아름답게 느껴질 지경 이었다.

이번엔 적 수백이다.

이곳에 가장 강한 상대라는 걸 깨달은 모양인지, 모조리 달려든 다. 이진철의 마법과 최민아의 번 개조차 모든 적을 막지 못하고 뒤 로 밀린다.

그때.

콰직.

“후. 이 자식이 어디 감히 협회 장님께.”

십룡 중 거검을 든 한 명이 적 의 머리를 꿰뚫었다. 특수팀이 그 를 엄호하고 다른 십룡은 최민아 의 뒤를 따르며 달려드는 적을 막 는다.

마법, 검, 특수 직업, 보조, 힐 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호흡은 마 치 교향악단의 협주를 보는 듯했 다. 강한 파괴력, 물 샐 틈 없는 진형, 거침없는 돌파력.

가히 일당백의 전사들이다.

그들은 수많은 역경을 뚫고 살 아남은 전사들이었다.

이진철이 해서웨이의 뒤에서 달 려드는 적 하나를 반으로 갈랐다.

“잘 좀 하지?”

“퉷! 됐거든.”

해서웨이는 피가 고인 침을 뱉 어 냈다.

슬쩍 뒤를 본다. 한국 지부의 일당백 전사들. 부럽다. 이런 상 황에 어떻게 저런 여유로운 표정 이 나오는 거지?

“같이 가자.”

이진철은 산맥의 정상을 보며 말했다. 해서웨이는 대답하지 않 고 완드를 고쳐 잡았다.

그래, 이곳에 오기 전부터 예상 했던 일이다.

이제 진짜 전쟁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