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편_ 주인공에게 엑스트라 일 뿐⑵
연우는 악의의 대륙에 먼저 들 렸다.
연지연호가 던전에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출발한 것이다.
“오빠!”
“형!”
둘 다 몰골이 장난이 아니었다. 옷은 이미 걸레였고 무기는 내구 도가 0이 되기 직전인지 곳곳에 금이 가 있었다. 베인 자상이나 뚫린 상처들은 신경도 쓰이지 않 는 건지, 활짝 웃고 있었다.
던전에서 막 나왔는지 협회의 힐러들이 달려들어 치료를 시작했 다.
“괜찮은 거지?”
“응, 괜찮아! 나 이제 8단계 됐 어!”
“나도 8단계에 올랐어!”
연우는 웃으며 회복 포션을 하 나씩 줬다.
“이거 하나씩 먹고.” 힐러들이 달려들어 치료하고 있 었지만,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 았다. 진짜 실력 좋은 힐러가 막 사에 상주하지 않는다는 것도 있 지만, 연지연호의 상처가 너무 깊 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 그런 거 함부로 드시면 안 됩니다.”
힐러 한 명이 소리쳤다.
꼴이 연지연호 못지않았는데 흰 색 가운에 피와 흙이 잔뜩 묻어 있었으며, 며칠은 씻지 못한 모양 인지 얼굴엔 구정물이 흘렀다.
하지만 연지연호는 그대로 들이 켰다.
“여보세요! 당장…… 어?”
힐러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힐로도 치료되지 않았던 깊은 상 처들이 재생되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그 어떤 포션도 이 정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 이게……
혼란스러웠다. 포션은 힐러보다 힐량이 작은 건 명확한 사실이다. 이곳의 힐러들이 지쳐 버린 이유 도 컸지만, 제대로 된 컨디션이었 다고 해도 이 정도 힐량을 보일 수 없으니까.
연우는 귀찮은 일을 피하기 위 해 블랙 카드를 보여 줬다.
“브, 블랙 카드 소지자셨군요.”
가장 처음 말을 꺼낸 힐러는 아 니었다.
다른 힐러들은 그 카드를 보자 마자 물러났고, 처음 말을 꺼낸 힐러는 눈을 부릅뜨고 연우를 바 라봤다. 아까보다 더 강렬한 눈빛 이었다.
“포션??????
그의 눈은 연지가 든 빈 포션 병에 꽂혀 있었다.
“누구시죠?”
연우가 물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는 악의의 대륙 전진 기지 의무실장 김강현 이라고 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 포션은……
김강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연 우를 바라봤다.
“이거요?”
“헉! 아공간인가요? 그게 더 있 습니까?”
“있기는 한데……
연우는 이곳에 더 있을 생각이 없었다. 빨리 연지와 연호를 데리 고 부모님에게 들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의 상황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순 없었다.
수십 명의 힐러가 먼지를 들이 마시며 씻지도 못하고 종일 힐을 한다. 계속 실려 오는 부상자들은 협회 소속도 있었고 일반 사용자 도 있었다.
게다가 이건 연우가 원한 게 아 니었다.
‘활성화는 바랐지만.’
이렇게 다치는 사람이 많을 거 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리 사용자 수준이 올라가고 수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악의의 대륙은 절대 쉬운 곳이 아니었다. 그냥 레이드의 사망률도 높은데 악의라는 게 기본으로 깔린 이곳?
당연히 죽음의 땅이나 마찬가지 인 거다.
그들의 선택으로 왔다고 하지 만, 유도한 건 연우다.
“얼마나 필요하죠?”
연우는 이곳의 상황을 모른다.
“당연히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 니다! 하루 평균 부상자가 막사당 120명 정도. 악의의 대륙에 퍼진 막사는 82개입니다. 하루에……
“1만 개 정도네요.”
연우는 이미 계산을 마쳤다.
“연지야, 연호야.”
“응!”
“같이 작업 좀 하자.”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먼저였 다.
하지만 공짜로 도와줄 순 없었 다. 그렇게 되면 포션의 가치는 평가절하당하며 중간에 누군가 빼 돌리는 상황도 발생할 거다.
제작하는 입장에서 수량과 가격 을 조절해야 그런 일이 없다.
“포션 제작 툴을 만들 거야.”
“그런 것도 있어?”
“응, 연호의 연금술하고 연지 너 의 정령 마법도 사용할 거야. 제작 방법은 내가 알려 줄 거고.”
연우는 뚝딱 만들 수 있다. 헤 맨에게 받아도 되고 말이다. 하지 만 연지와 연호에게 이걸 제작할 수 있게 가르치고 관리까지 맡길 생각이었다.
“빨리 하고 부모님 보러 가자.”
“알겠어!”
“으으, 대박! 신기하다.”
연호가 특히 좋아했다.
연우는 [포션 제작 툴 세트]를 꺼내지 않았다. 거의 완성품이면 서 둘에게 이 세트가 없이도 만들 수 있게 알려 줘야 했기 때문이 다.
연호의 연금술.
포션 제작 툴에 들어갈 기본 뼈 대인 마법 상자를 설계 제작하고 현실에 존재하는 재료를 조합할 방법을 구상한다.
연지의 정령 마법.
화염 정령사의 정령 마법은 일반 마법보다 높은 효율을 가진다. 게 다가 연우가 준 정령 스킬 북답게 다른 보조 마법도 잔뜩 있었고, 8 단계인 연지의 정령사로 연호의 연 금술을 보조하고 실현 시킨다.
‘게임하고 다를 거 없다.’
연우는 이럴 때 벽을 느낀다.
게임에서는 이런 일이 많았다. 자유도가 워낙 높은 게임이었기에 만들어진 세트가 아니더라도 연금 술이나 대장 기술 거기에 마법을 합하면 안 될 게 없었다.
‘현실은…… 환경이 열악하지.’
가장 큰 문제는 재료였다. 아스 가르드에선 흔하디흔한 재료가 이 곳에서는 너무 귀했다. 아예 없는 것도 수두룩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연우가 게임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거다.
‘만들어진 물건의 설명을 볼 수 있지.’
“일단, 동력원은 5단계 마력석 을 사용하고, 상자는 ‘수면의 나 무’를 정화해 만든다. 그리고 두꺼 운 철사가 필요한데, 그건 연금술 로 제작하고 정화수랑 신성한 가 지가 필요한데, 이건……
직접 만들어 사용해 봐야겠지 만, 크게 어렵진 않을 것 같았다.
재료를 구한 연우는 연지에게 마력석을 가공해 동력원으로 만드 는 방법을 알려 줬고, 연호에겐 재료들을 조합하고 마법 상자를 설계하는 법을 알려 줬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포션 제작 툴(보통)]
설명 : 5단계급 포션을 제작하 는 툴. 새롭게 개량돼 적정한 상 성과 기능을 가진 그 어떤 재료를 넣어도 알맞은 포션이 나온다.
(임의의 재료 조합, 5단계 체력 회복, 5단계 상처 치료.)
“일단 완성은 했는데.”
실험이 우선이다.
번쩍.
재료를 넣자 포션 제작 툴이 빛 났다. 연우는 빛이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뚜껑을 열었다.
그곳엔 작은 페트병에 담긴 붉 은색 액체가 보였다. 쓸 만한 유 리병이 없어서 페트병을 사용했는 데 보기에 좋진 않았다.
[회복 포션(5단계)]
설명 : 기본적인 회복 포션. 5 단계 정도의 회복 및 치료가 가능 하다.
일단 성능은 확실하다. 어느 정 도인지는 직접 사용해 봐야 할 것 같았다.
“나중에 밀봉되는 유리병이 있 으면 그걸 쓰는 게 좋을 거야. 밀 봉이 되지 않으면 생각보다 빨리 효과가 줄어들거든.”
“와, 쩐다! 형,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거야? 이건 레시피에도 없 는 거잖아!”
“그러게……. 난 내 마법이 이렇 게 쓸모 있는지 몰랐어!”
이런 제작에 무관심한 연지까지 흥분했다.
그걸 보던 의무실장 김강현은 감동해 눈물까지 홀릴 판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이런 게 존재 할 수 있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공짜는 아니지만, 이렇게 고마 워하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네. 네? 고, 공짜는…… 당연히 아니어야죠! 얼마를 드려야 할까 요!”
“그건 차차 생각하고. 일단 써 보세요.”
김강현에게 만들어진 포션을 줬 다. 김강현은 포션을 받자마자 허 리춤에 있던 단검으로 자신의 팔 을 그었다.
크윽.
“뭐, 뭐하세요?”
“크으윽. 괜찮습니다. 아직 확인 된 건 아무것도 없으니…… 아니, 절대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블랙 카드 소지자시니…… 크윽. 하지만 환자에게 실험할 수는 없는 노릇 이니까요.”
“그래도 그렇지……. 아, 그리고 힐이랑 같이 사용하면 효과가 더 좋을 거예요. 포션도 아낄 수 있 고.”
하지만 김강현이 포션을 먹었을 때, 그 상처는 급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몸에 활력까지 차는지 얼굴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와! 대박입니다! 웬만한 힐러 도 이 정도는 불가능할 텐데. 이 건 혁명입니다! 하, 도대체 이런 걸 얼마를 드려야 할지.”
“팔기는 할 겁니다만, 사용료는 거기에 투입하면 됩니다.”
언제 만들었는지 포션 제작 툴 재료 넣는 입구 옆에 작은 입구가 하나 더 있었다.
“여, 여기요?”
“네, 마력석이나 이토석 같은 재료를 넣으면 되는데, ‘감정’ 관 련 마법이 가치를 판단할 겁니다. 만약 이토석을 넣으면 100개 정 도는 계속 만들 수 있고, 5단계 마력석을 넣으면 3개에서 5개 정 도는 만들 수 있게요.”
연지연호는 그 기발한 생각에 놀랐고 김강현은 이 상자 하나에 그런 기술까지 구현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 게다가 관리는 연지랑 연 호가 할 건데 중간에서 과도한 중 계금을 빼돌릴 땐 기능이 정지될 수 있습니다.”
“…… 그것도 마법인가요?”
“네, 마법의 활용도는 무한하니 까요.”
연지와 연호도 모르는 사실이었 지만, 연우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김강현은 감사하다며 연신 인사 를 했고 막사 창고를 털어 포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후 필요한 재 료와 사용료는 치료받는 사용자들 에게 모집하는 방향으로 진행한다 고 했다.
연우는 멀리 포션으로 치료되는 부상자들을 바라보며 뿌듯한 웃음 을 지었다.
“뭐, 꼭 돈이 아니어도 되지.”
물론, 그게 사용료에 관한 건 지, 사람을 구한다는 것에 만족하 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
아마 둘 다일 거다.
연우는 연지와 연호를 데리고 공간 이동을 했다. 연우라도 유럽 까지 단번에 갈 순 없었기에 헤맨 의 도움을 받았다.
“ 엄마!”
“아니, 아들? 딸? 여긴 어떻게 온 거야?”
크루즈 바로 위로 이동한 셋은 부모님을 찾았고 수영장 근처에서 샌드위치와 맥주를 먹는 부모님을
발견했다. 꽤 오랜 시간 밖에서 지낸 건지 피부가 보기 좋게 타 있었다.
“놀러 왔어요!”
“아니, 왜 온 거야. 눈치 없게! 우리끼리 오붓한 시간 좀 보내려 했더니!”
“아, 여보! 애들 앞에서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버지는 장난이었는지 어머니 의 어깨를 감싸며 이마에 키스했 다. 연우는 그런 모습이 익숙했기 에 아무렇지도 않게 옆으로 앉았 다.
연지와 연호도 신이 난 건지 수 영장에서 놀겠다며 옷을 갈아입으 러 들어갔다.
“역시 내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 다니까.”
연우는 햇볕을 맞으며 즐겁게 수다를 떠는 부모님을 바라봤다. 이젠 연우에게 잔소리도 하지 않 는다. 원래 프리한 성격이었지만, 고위급 사용자가 됐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 프리해졌다.
그때, 멀리서 크루즈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연우에게 다가왔 다.
마법 사용이 발견돼 찾아왔다는 거다. 연우는 가볍게 블랙 카드와 아멕스 카드를 꺼내 주며 확인시 켰고 직원들도 당연한 듯 받아들 였다.
이건 정말 쓸모가 많다.
“흠, 뉴스나 볼까.”
서울에 아이델과 삼미호를 보냈 는데 잘 처리했나 확인하기 위해 서였다. 연우는 어느샌가 나타난 서빙 직원이 준 샴페인으로 목을 축였다.
블랙 카드의 효과였는지, 아까 보다 훨씬 친절한 서비스가 제공 됐다.
풍덩!
연지와 연호가 수영장으로 뛰어 들었다.
“흐음, 여기 꽤 좋네.”
눈이 내리고 추운 한국과는 다 르게 이곳은 아주 따듯했고, 맑은 하늘을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외국인이 수영복만 입은 채 돌아다녔고 한쪽에선 테니스와 농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충 봐도 어마어마하게 큰 크루즈였는 데 이런 게 하나 있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우는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후 기사를 살폈다.
“몽글 습격 사건의 원인은 S 백 화점에 숨어 있던 특수 능력자의 짓인 걸로 판명, 이진철 협회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라 피해가 컸 다……. 부협회장 권재민의 해결 능력도 이진철 못지않다는……
연우는 기사를 읽어 내려갔다.
아이델과 삼미호의 기사는 보이 지 않는…….
“어? 이건가?”
[서울 상공에 나타난 미지의 인 물]
[꼬리 세 개 달린 몬스터? 이번 몽글 사태를 해결하다.]
[위험에 빠진 부협회장을 구하 다!]
[이번 작전을 도운 미지의 인 물! 그는 누구인가!]
연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샴페인 을 한 번에 들이켰다.
“좋네, 역시 믿을 만해.”
문제는 한쪽 구석에 뜬 기사였
다.
[북극의 빙하. 10% 소실, 바다 수위 상승의 위험!]
[새로운 재앙인가! 세계환경기 구, 긴급회의 시작!]
[북극 미국 연구 기지 고립!]
“아 놔. 이 자식.”
알아보지 않아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