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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편_ 주인공에게 엑스트라 (127/207)

제142편_ 주인공에게 엑스트라

일 뿐(1)

식당 안에서 따듯한 난로를 틀 고 창밖을 보는 기분은 상당히 좋 다. 포근하면서도 탁 트이는 느낌 이랄까.

“우리는 좋지만....... 집에 한번 다녀와야 할까.”

집도 집이지만, 밖의 상황이 궁 금하기도 했다.

요즘 농장에만 있었다. 핸드폰 으로 인터넷도 잘 하지 않고 TV 도 보지 않으니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 수가 없었다.

여름엔 비를 부르는 ‘소린’。] 있 다면 겨울엔 ‘몽글’이라는 몽글몽 글하게 생긴 정령계 몬스터가 존 재한다. 오래전부터 유명한 몬스 터라 눈이 내리는 지역에선 모르 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큰일인데?”

연우는 오랜만에 켠 핸드폰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왜 몽글이 나타났대?”

“응, 그것도 상당히.”

“그래도 잘 대처하지 않았나?”

그러긴 했다. 하지만 이번엔 평 소보다 월등히 많이 내린 눈과 협 회의 메인 전력의 공백으로 피해 가 더 컸다.

“헤맨?”

“네, 주인님.”

이제 대놓고 놀라게 하려는 건 지 바로 옆에서 고개를 내민다.

“…… 부모님은 잘 있지?”

“네, 작두도 하나 붙여 놨고 리 치도 하나 붙였습니다. 물론, 알 람도 항상 주시하고 있고요.”

“그래? 요즘 별일은 없고?”

“아, 모르셨습니까? 지금 유럽 에 계십니다. 크루즈 선상 위에서 수영하시는 중이시던데……

“…… 또 나가셨구나.”

연락을 잘 하지 않은 연우가 불 효자인 걸까, 항상 여행 중인 부 모님이 무심한 걸까. 하여튼 별일 없다니 다행이었다.

연우는 멀리 눈이 내리는 모습 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뜨거운 사케를 먹어야 겠어.”

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할 일이 없는 요즘 쇼타에게 회 써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요리 스킬이 있어 보조되지만, 이런 장 인의 손기술은 쉽게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한민은 퇴근하고 원룸으로 돌아 왔다.

그의 품엔 하늘색 구슬이 청연 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아?????? 하아??????

등에선 식은땀이 흘렀고 쓸데없 이 숨은 거칠어졌다. 뭔지는 모르 겠지만, 대단한 물건인 것 같았다.

이걸 찾으러 오면 어쩌지?

뭔가 대단한 물건인데, 대단한 사람이면 어쩌지?

CCTV의 영상은 지웠다. 점장 의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있어야 하지만, 점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떤 손님이 잃어버린 게 있다며 거짓말을 해서 로그인할 수 있었다.

‘이제 됐어. 증거는 없다.’

영상은 없다. 클라우드 같은 게 있다면?

몇 번이나 확인했지만, 어딘가 로 전송돼 백업되는 건 보지 못했 다. 게다가 그런 큰 용량의 백업 은 돈이 들고, 점장은 그런 것에 돈을 쓸 사람이 아니다.

“됐어. 된 거야.”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히 두 지 않았다. 갑자기 경찰이 찾아와 심문했고 누군가 감시하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갑자기 부모님의 사고 소식이 들렸다.

사망은 아니지만 중태.

큰돈이 필요했다.

어떻게 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구슬에 압도적인 힘이 담긴 건 분명하지만, 그 힘을 사용하는 법 을 몰랐다. 몽글이라도 있으면 길 들이고 강화 같은 걸 하면 될 것 같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레이드를 할 수도 없었 다.

그때, 누군가 한민에게 찾아왔 다.

그리고 달콤한 제의를 했다.

“어쩌지?”

부협회장 권재민이 아수라장이 된 서울의 거리를 보며 중얼거렸 다. 감찰국장 최민아와 협회장 이 진철이 그라니아 대륙으로 떠났 다.

“십룡하고 메인 특수팀이 없으 니……

“그것뿐이야? 악의의 대륙에 묶 인 무력팀은! 하필 이럴 때, 이런 재앙이 내리다니.”

지금 감시국 국장 주종범은 통 제실에서 전국 몽글의 위치를 확 인하면서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외 쳤다.

당연하게도 겨울엔 몽글에 대비 하는 작전은 항상 있었다. 대기 사용자도 충분했고 군에서도 협조 가 약속된 상황. 하지만 이번엔 몽글의 무력 수준과 수가 터무니 없었다.

“작전국장 정중호는?”

“무력팀 지휘 중이야. 특전 사 령부 사령관 안정철은 남아 있는 특수팀을 데리고 청와대 보호하러 갔고.”

“치안국 국장 키미는?”

“걘 협회 본건물. 사람이 너무 부족해. 이럴 때 칩룡이나 최민아 가 있으면 한결 편했을 텐데!”

쿠우웅.

멀리 방어선 하나가 무너졌다.

자동차만 해진 몽글이 구르며 탱크를 저지선까지 밀어 버린다. 사용자들이 마법을 쓰며 시간을 벌었고, 군인은 근처 대피소의 민 간인을 대피시킨다.

원래 이 정도까지 크고 강하지 않다.

지금 저 모습은 너무 비정상적 이었다.

끄아아악!

도망가! 우리가 막는다.

살려 줘! 여기도 사람 있어요.

난리가 났다. 굳게 닫힌 방어선 은 약간의 틈으로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저 거다.

순식간에 수십 명이 죽었다.

“내가 나갈게.”

“아니, 아직 아니야.”

부협회장 권재민을 감시국장 주 종범이 말렸다. 아직은 아니다. 약간의 피해는 있지만, 더 큰 피 해를 막기 위해 대기해야 한다.

권재민은 눈을 감았다.

생각해야 한다. 생각을.

이걸 어떻게 막아야 할까. 문제 를 해결할 땐 원인을 파악하는 게 가장 기본적인 사항이다. 하지만 눈이 내리는 걸 어떻게 하라는 말 인가.

겨울이 왔다.

그렇다고 겨울을 없앨 순 없다.

왜 이런 일…….

“몽글이 문제가 아니라 몽글이 왜 이렇게 된 건지. 그걸 찾아야 해!”

부협회장인 권재민이 소리쳤다.

주종범은 미간을 굳히고 능력을 사용했다. ‘천리안’이라는 특수 직 업을 가졌기에 협회 한국 지부의 감시국장이 될 수 있었고 전 세계 위성에 대한 접근 권한도 지니고 있었다.

“범위는 서울, 몽글, 마력, 원인, 진원지, 현상.”

주종범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화면이 휙휙 바뀐다. 그의 능력에 맞게 만들어진 인터페이스 덕분이 다.

홀로그램 화면은 몇 배는 커졌 고 붉은색, 푸른색, 점선과 실선 이 복잡하게 얽힌다.

“찾았다!”

“어디야. 원인이 뭐지?”

“S 백화점이야.”

주종범은 S 백화점에서 뻗어 나오는 실선을 살폈다. 모든 게 들어맞는다. 현재 거대 몽글로 피 해를 보는 장소는 S 백화점에서 보이는 곳이었다.

“내가 간다?”

“어, 최대한 빠르게 해결해 줘.”

권재민의 형체가 사라졌다. 그 는 공간 관련 스킬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였다.

그가 나타난 곳은 S 백화점 옥 상이었다.

의도했던 것인지 이 건물 근처 엔 몽글의 피해가 전혀 없었다. 그 말은 이 근처에는 사용자가 없 다는 것이다.

권재민은 은밀하게 백화점 내부 로 잠입했다.

그 시각 농장의 연우.

“아, 잘 안 되네요.”

“단 한 번의 칼질입니다. 손목 을 이용해 비스듬하게 시작해서 수평으로 끝나야 해요. 작은 각도 만 빗나가도 결은 상하고 식감이 무너지는 겁니다.”

“크윽. 이것도 아닌가요?”

“네, 다시 하십시오!”

연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푸드 수레 위에서 회를 썰었다. 회 중 에서도 썰기 어렵다는 연어다. 살 이 너무 물러 조금만 흔들려도 살 이 눌려 버린다.

“후우, 어렵네요.”

“네, 다시 하십시오. 아직 부족 합니다.”

“아, 알겠습니다.”

스윽. 스윽.

손목이 뻐근하고 손바닥과 손가 락이 찌릿찌릿하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쇼타가 뒤에서 눈을 시퍼렇게 뜨고 노려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요섭과 헤 르메스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연우 님이 누군가한테 쩔쩔매 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나한테 대장장이 스킬 배울 때

도 그랬는데?”

“그런가. 난 못 봐서.”

요섭과 헤르메스는 한동안 만나 지 못했다가 요즘 부쩍 같이 다니 기 시작했다.

요섭은 바벨을 가르치고 던전을 제작하느라, 헤르메스는 불사조 사육장을 관리하느라 바빴는데 이 제 겨울이 오고 각자 일에 적응되 면서 시간이 났기 때문이다.

“…… 연우 님이 잘못하는 것도 있다는 게 신기하군.”

“사실 망치질도 잘못했다.”

“…… 그것도 몰랐군.”

“일단, 주인님이니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난 모든 걸 다 잘하는 줄 알았 다.”

폴짝.

그 말을 조용히 듣던 삼미호가 높게 뛰어 아이델의 어깨로 올라 갔다. 아이델은 항상 조용했지만, 삼미호랑 가장 잘 놀아 주기도 했 다.

아이델은 삼미호와 함께 헤르메 스와 요섭 옆으로 이동했다.

“더 듣고 싶습니다.”

“흐흐. 그래? 사실 대장간에 서……

둘은 아이델과 친하진 않았다. 하지만 원래 남 이야기를 하면서 친해지는 거다. 그렇게 천인종이 다가왔고 바벨까지 하던 일을 멈 추고 모였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씨였지만, 그들은 실드 하나로 가볍게 막고 있었다.

그때였다.

마력의 파동에 모인 모두가 기 겁 했다.

“다 들리거든!”

꽤 먼 거리였지만, 연우의 목소 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렸다.

“흐익! 난 아니에요! 아니에요!”

가장 먼저 도망친 게 삼미호였 다. 요섭은 바벨의 손목을 잡고 사라졌으며 헤르메스는 조용히 도 망갔다.

남아 있는 건 천인종과 아이델.

그 앞으로 연우가 등장했다.

“다른 애들은 어디 갔어?”

천인종은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손을 들어 삿대질했고 아이 델은 가만히 있었다.

“후, 안 그래도 할 일 있었는데 잘됐다. 너희 서울에 좀 다녀와 라.”

“서울? 서울은 왜입니까?”

천인종이 또 건방지게 물었지 만, 반말이었다가 존댓말을 하기 시작했고 눈동자가 너무 순수해서 뭐라 할 수가 없었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이델이 어른스럽게 물었다.

“몽글이 너무 많이 생겨서 해결 좀 해야겠어.”

“생포합니까? 아니면 다 없앱니

까?”

“몽글…… 우리 스키장에나 좀 넣어 놓을까?”

“괜찮은 생각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천인종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따위 몬스터 잡아다 뭐에 쓸 려고? 아이스 드래곤 같은 거나 잡아다 스키장 관리나 시키면 되 는 거 아닙니까?”

“반말이랑 존댓말이랑 하나만 하지?”

“그럼 반말이 편하다.”

기대했던 연우의 잘못이다.

아이델과 함께 지내면서 좀 달 라졌는가 싶었는데 천성은 어디 가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드래곤을 어디서 잡아? 굳이 그럴 필요도 없고.”

“그건 내가 잡아 오겠다! 그 정 도 드래곤이야 조금만 뒤지면 된 다!”

천인종이 자신감 있게 소리쳤 다. 항상 소외만 받다가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찾았다는 기쁨의 표현인 것 같았다. 연우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천 인종의 표정을 보니 거절할 수 없 었다.

“그, 그래 그러든지. 그럼 이번 일은 아이델이 가 줘야겠다.”

“알겠습니다. 삼미호도 데려가 도 되나요?”

“그래, 그것도 괜찮지. 세상 경 험도 시켜 주고.”

“ 알겠습니다.

천인종은 오랜만에 일다운 일을 받았다며 기분 좋게 웃으며 장비 를 챙겼다. 무슨 마왕을 잡으러 가는 것도 아닌데 얼티밋급 장비 를 챙겨 입기 시작했다.

전신에 중장갑을 착용하고 2m 가 넘어가는 대검. 한쪽엔 보조로 신력 증강의 완드까지 챙겼다.

“그럼 전 다녀오겠습니다!”

“그, 그래. 조심하고.”

천인종이 이렇게 신났던 걸 본 적이 있을까? 단연코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지구엔 아이스 드래곤이 없을 텐데.’

그것보다 저 정도 장비면 마왕 수십 마리도 잡을 수준이었다.

“…… 무슨 사고 치는 건 아니겠 지?”

연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날아 가는 천인종을 바라봤다. 그러다 믿음직스러운 아이델에게 고개를 돌렸다.

“빨리 해결하고 천인종한테 가 볼래?”

“네, 제가 옆에 있으면 별로 좋 아하진 않지만요.”

“왜?”

“항상 이상한 재료를 가져갈 때 마다 제가 뭐라 했거든요. 잔소리 같이 들렸는지 계속 저를 피하더 라고요. 또, 그런 재료를 가져갈

때마다 필리아와 쇼타가 저만 칭 찬을 하니......?”

연우는 못 말리겠다는 듯 이마 를 짚었다.

“그래, 그래도 너무 큰 사고만 치지 않게 봐 줘. 몽글 처리는 금 방이니까.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아이델이 그렇게 말하고 삼미호 를 불렀다.

혼나는 건 줄 알고 숨어 있다가 밖에 나간다니 신이 났는지 방방 뛰기 시작했다. 농장에만 있더니 답답하긴 했나 보다.

연우는 그 모습에 웃음을 짓곤 부모님에게 가 볼까 고민했다. 유 럽에 있지만, 연우에게는 그리 먼 곳이 아니니까.

문득, 연지연호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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