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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편_ 악역이란 것은(2) (126/207)

제141편_ 악역이란 것은(2)

“당연히 사자입니……

정령이라는 힘은 그 어떤 차원 에도 속박되지 않는 힘이다. 그건 하위 차원에서 상위 차원으로 이 동해도 마찬가지. 그리고 저 정령 의 숲은 바로 50번대 차원과 연 결돼 있었다.

그때 였다.

덜컥.

“32번 팀장 해루스. 팀원 센드 루스. 감사팀에서 나왔습니다. 당 장 손 머리 위로 올리고 물러나 주세요.”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말단 공무원인 해루스의 엉성한 흑막은 연우에게 지원만 하다 끝이 나 버 렸다.

‘하…… 말단 공무원이 이런 일 에 끼어든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지. 하지만 이미 올 때 까지 왔다. 더는 물러나지 않겠 어.’

어쩌다 보니 새로운 사자가 투 입되기까지 연우를 건드릴 사람은 아무도 없어져 버렸다.

게다가 32번 차원과 50번대 차 원의 입구까지 열렸다.

‘괜찮아. 어차피 50번대면 연우 라는 인간도 힘들 거야. 맞아. 인 간이라면 그럴 수 없지.’

문제는 상대가 ‘연우’라는 것이 다.

작은 악역 따위는 가볍게 씹어 먹는 주인공. 세상이 그를 중심으 로 돌아가는 타고난 운명의 주인 이 바로 주인공인 거다.

사용자 직업의 종류는 다양하 다.

기본적인 전사, 검사, 마법사, 힐러, 암살자 등의 기본적인 직업 을 제외하고도 수만 가지의 특수 직업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런 특 수 직업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 후.”

깊은 한숨이 흘러나온다.

이한민은 밖에 펑펑 내리는 눈

을 보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이런 일할 인재는 아닌 데……

하기 싫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생활 자체가 힘들어진 이후론 반 나절은 이곳에서 일한다.

‘도대체 어떻게 각성하는 거지?’

사용자가 됐고 특수 직업을 얻 었다.

이름만 듣고선 만세를 불렀다.

[몽글의 주인].

몽글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 았지만, 뒤에 주인이라는 건 대단 해 보였다. 세상의 몽글을 다 다 룰 수 있을 줄 알았고, 단번에 고 위급 사용자가 돼 수십 억대 연봉 을 받을 거란 희망에 가득 차 있 었다.

그런데 그 희망이 실망으로 변 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런 겨울이 와도 손바닥만 한 몽글 하나를 다루는 게 전부였다. 그런 것으로 뭘 하겠다는 걸까. 몬스터를 잡기는커녕 도망치는 것 에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스키장 알바? 그 정도 눈은 턱 도 없었다. 카페 팥빙수? 그걸로 만들었다간 당장 잡혀 갈 거다.

“한민아, 이거 네가 만든 거 맞 지?”

이 카페 점장이 장식이 흐트러 진 케이크를 가져왔다. 오전 근무 인 한민이 만들었던 케이크다.

“네? 아, 네. 맞는데……

“내가 이렇게 만들지 말라고 했 지? 다 확인하고 그대로 만들라고 했어? 안 했어? 지금 알바라고 대 충하는 거야?”

“아닙니다. 아까는 분명히……

“아까는 뭐? 아까는 괜찮았는데 이게 갑자기 흐트러진 거라고? 누 가? 내가? 아니면 손님이? 네가 아니면 누구겠어.”

“죄송합니다.”

한민은 최대한 미안한 표정을 하고 용서를 비는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이나 더 화풀이한 점장이 지 나가고 한민은 손님이 앉았던 테 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어? 이게 뭐지?”

의자 구석에 작은 구슬이 보였 다.

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비싸 보였기에 챙겨 놓기로 했다. 주인 이 찾아오면 돌려주는 게 당연하 니까.

“어어?”

한민이 구슬을 잡은 순간이었 다.

손이 차갑고, 뜨겁고, 아프고, 무감각해지는 동상의 전형적인 과 정을 0.1 초 안에 경험했다. 그리 고 전신에서 한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당황했다.

하지만 본능적으로 그 한기를 감출 수 있었다.

“무, 무슨 일이야?”

점장이 급하게 나와 소리쳤다. 카페 안의 온도가 갑자기 내려갔 기 때문이다.

“아, 아닙니다. 누가 문을 열고 나갔어서요.”

다행이었다. 보는 사람은 아무 도 없었다.

CCTV가 있었지만, 특별한 일 이 있지 않는 이상 확인하는 일도 없다.

‘이 구슬을 찾아온다면?’

한민은 당연히 구슬을 돌려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러 기가 싫었다. 이 힘. 본능이. 아 니, 사용자의 힘이 말한다. 이게 있으면 강해질 수 있다고.

꿈꾸던 강력한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아 함.”

연우가 턱이 빠질 듯 하품했다. 이자젤도 슬슬 힘든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요즘 너무 할 게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농장을 돌아보 고 밥을 먹는다. 점심엔 던전 제 작팀이 모여 최상급 던전을 하나 씩 공을 들여 만들고, 오후엔 이 렇게 시간을 보낸다.

“재미 없다.”

“쓰읍. 뭐라고?”

“아, 침 제대로 닦아!”

“후릅. 후르르르읍! 됐냐?”

“더러워.”

“엘프 침을 보고 더럽다는 사람 은 처음이다. 이것도 경매에 팔리

는 거 알지?”

“에잇! 더러워 죽겠네.”

엘프의 침은 엘프의 술이나 각 종 포션을 만든다. 오래된 엘프, 강한 엘프, 하이 엘프의 침이 특 히 비싸다. 이자젤은 강하기도 하 고 붉은 숲의 일족에서 내려온 고 귀한 혈통이기에 더 비쌌다.

“하여튼, 수이니는 어때?”

“회복 중이니까. 금방 괜찮아질 거야.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도 들 었고.”

연우와 이자젤은 며칠 전에 있 었던 일을 회상하며 진절머리를 쳤다.

수이니가 갑자기 연락해 왔다.

아마존 중앙에서 새로운 세상을 찾았는데 어마어마하게 강한 힘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수이니가 이기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연우와 이자젤은 바로 움직였 다.

정령의 힘으로 가득 찬 세상이 었는데 사자의 힘도 느껴졌다. 연 우는 더 볼 것도 없이 이자젤과 수이니와 힘을 합해 사자를 제압 하고 그가 가지고 있던 여명까지 얻었다.

“사자가 꽤 강하긴 했어. 그 밑 에 몬스터도 마찬가지고.”

“덕분에 수이니도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 오르긴 했지.”

운이 좋았다.

엘프인 수이니는 당연히 엘프와 친화력이 좋았고, 정령은 충분히 다룰 수 있었다. 하지만 검의 끝 을 보려는 수이니는 정령을 외면 했다.

그런데 사자가 불러온 몬스터와 싸우면서 정령과 힘을 합하게 됐 고, ‘검의 영혼’이라는 검의 정령 과 계약을 맺게 된 거다.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지 만, 좋은 선택이었지.”

“그러게, 난 수이니가 그렇게 정령 친화력이 좋은지 몰랐네. 후 름 저리 가라였잖아.”

아직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회색으로 변한 하늘 아래 태양 이 솟은 것처럼 강렬한 빛을 뿜으 며 사자의 몬스터를 베는 수이니 의 모습은 성스러웠다.

한 번 베었을 때, 지금까지 수 이니가 개척한 검로(劍路)에 3단 계가 됐다.

두 번 베었을 때, 수이니가 가 진 웅후한 마력에 5단계가 됐다.

다섯 번 베고 열 번 베었을 때, 그동안 쌓아 온 검술의 정수가 폭 발해 8단계를 돌파했다.

마지막으로 사자의 직속 부하로 보였던 포 클래스 마스터급의 중 간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9 단계를 돌파했고, 부상을 입으며 마지막 검격(劍擊)에 정령과 하나 가 되며 쓰리 클래스 마스터를 이 뤘다.

마치 하나의 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이게 말이 되냐고?

당연히 안 된다. 하지만 이 세 엘프는 가능했다. 쓰리 클래스 마 스터에 들 수 있는, 충분하고 넘 치는 능력치와 경험치를 가진 이 들.

적당한 상성을 가진 고위급 스 킬만을 기다리고 있었기에 작은 깨달음 하나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가능했던 거다.

얼티밋 등급의 스킬로만 쓰리 클래스 마스터를 이룬 수이니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검 의 여신이 있다면 그런 모습일까.

그 모습을 본 정령들이 이렇게 말했다.

“어둠이 내린 세계에 유일한 빛 이 됐다.”

수많은 정령의 축복을 받으며 검의 정령은 수이니의 몸에 안착 했다.

물론, 에잇 클래스 마스터인 사 자는 너무 강했기에 연우가 직접 나서서 마무리해야 했다.

“그래도 덕분에 정령의 숲이라 는 곳을 알게 됐네. 딱히 쓸모는 없겠지만.”

정령의 힘은 참 신비롭다.

계약이 아니면 마음대로 쓸 수 도 없고 다른 힘에 굴복하지도 않 는다. 그러면서도 자유로운 성질 은 그 어떤 공간과 시간에 제약을 받지도 않는다.

그라니아 대륙의 인간이 블랙 엘레멘터를 만든 이유도 그거였 다. 육체에 심각한 부담이 가지만 정령계를 오갈 수 있도록 해 마족 들의 눈을 피할 수 있었던 거다.

문제는 사자가 죽으면서 회복되 고 있는 정령의 숲이라는 세계를 연우 마음대로 소유할 수 없었고 간섭할 수도 없다는 것.

연우는 아쉬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그저 그곳과 친분이 생겼다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잘해야 아공간에 정령석의 섬 처럼 입구를 연결하는 것 정도가 한계 겠지.”

현재 연우의 아공간에 있는 정 령석의 섬을 구축할 때도 어마어 마하게 힘들었다. 이번엔 어떨까? 그래도 이번엔 수이니도 있고 후 름도 있으며 연우도 그쪽 정령들 이 꽤 좋게 봐 준다.

‘조금 더 수월하겠지?’

꼭 입구를 연결하지 않아도 된 다.

그저 탐험해도 된다. 얻을 것도 많고 새로운 것도 많을 거다. 하 지만 일단 그 일은 나중이다.

“여명도 얻었으니까.”

“사자의 신분증이라는 것도 있 잖아.”

그게 대박이었다.

연우는 예전에 5단계 사자의 신분증 두 개를 합해 6단계를 만 들었고 5단계 신분증도 하나 더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5단계 하나다.

연우는 5단계 두 개를 합해 6 단계를 하나 더 만들었고 그 6단 계 두 개를 합해 7단계까지 만들 수 있었다.

“7단계가 되면서 나인 클래스 마스터가 될 수 있게 됐지.”

전에 5단계였을 때는 에잇 클 래스 마스터가 됐었는데 나인 클 래스 마스터는 5, 6단계로 불가능 했고 7단계가 되자 가능하다고 시스템 문구가 떠올랐다.

‘8단계가 되면 텐 클래스 마스 터도 가능할까?’

아니면 9단계나 마스터급 사자 의 신분증이 있어야 하는 걸까? 고민이 됐다. 지금 사용해서 나인 클래스 마스터가 돼야 할까? 아니 면 계속 모아서 단계를 업그레이 드해야 할까.

‘사자가 더 있을 거라는 확신도 없고, 얼마나 더 모아야 할지 모 른다.’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벌써 생각하기엔 너무 먼일이 다.

거기다 악의의 대륙을 유지하는 여명이 아닌, 예비 여명을 하나 더 얻게 되면서 마음만 먹으면 나 인 클래스 마스터가 될 수도 있 다.

“문제는 아깝다는 거지.”

지금 조금씩 얻고 있는 잠재 능 력치와 성장해 가는 여러 세계, 차원 상인 레인에게 구매하는 물 건들까지. 잘하면 여명과 사자의 신분증을 사용하지 않아도 나인 클래스 마스터가 될 수도 있겠다 는 가능성이 보인 거다.

이후에 신분증을 더 모아 사용 한다면?

“텐 클래스? 그게 가능이나 할 까?”

“난 세븐 클래스 마스터도 불가 능인 줄 알았지. 지금의 날 봐. 에잇 클래스 마스터야.”

“후, 진짜 상상이 안 간다.”

이자젤은 정령의 숲에서 두 에 잇 클래스 마스터가 맞붙는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압도적이 었다.

하지만 그게 에잇 클래스 마스 터의 힘을 다 봤다고 할 수 있을 까? 쓰리 클래스 마스터치고 꽤 강하다는 이자젤이 고개를 치켜들 어도 보이지 않는 높이의 수준이 었다.

그래서 높지만 얼마나 높은지 감이 잡히지 않는 거다.

“그렇긴 하지. 악의의 대륙처럼 세계를 하나 구성하고 언제든지 빼 쓸 수 있게 하면 되는 거 아니 야?”

“그래서 고민이 더 되는 거지.”

악의의 대륙에 잠들어 있는 여 명을 사용할 때, 얼마나 많은 시 간이 필요하고 어떤 준비가 필요 한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는 거 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나인 클래 스 마스터의 사자가 하나 더 등장 한다면? 연우처럼 변신할 시간도 주지 않고 칼을 심장에 박는다면 그대로 죽는 거다.

“고민이야. 고민.”

하지만 이 여명은 다르다. 한 번 사용해 봤기에 바로 적용된다 는 걸 안다. 게다가 이번엔 마스 터할 스킬을 제대로 찾고 싶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론 부족 했다.

“후, 모르겠다. 일단 두고 보 지.”

당장에 위험할 건 없다. 호르드 란의 예지도 있고 어떤 일이 있어 도 쉽게 당하지 않을 자신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날씨 좋네.”

“눈이 너무 많이 오는 거 아니 야?”

그러고 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 한 것도 벌써 한 달째다. 원래 이 렇게 눈이 오래 왔었나 싶을 정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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