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편_ 독수리 오 형제(1)
연우는 마지막 안주로 나온 대 왕 참치 회를 한 점 집어 먹었다. 소금장을 살짝 찍어 새싹과 와사 비를 살짝 올리고 김에 싸 먹는 다.
혀에 닿았을 때의 짭조름함. 한 번 씹었을 때 확 퍼지는 기름. 이 때, 차가운 소주를 싹 마시면 주 먹에 힘이 절로 들어간다.
“맛있어. 역시 써는 것도 기술 일까.”
스킬을 이용하고 튜브를 통해 공부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몇 십 년을 썰어 온 명인에 비할 바 가 되지 못했다.
“저도 생선을 저미는 건. 그리 고 특히 냉동된 참치를 해동하며 써는 건 아직도 어렵습니다.”
쇼타는 겸손하게 대답했다. 하 지만 이자젤, 후름, 레인까지 한 점씩 먹곤 감동했다는 듯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 모습을 보던 필리 아도 한 점 입에 넣곤 눈을 감고 음미했다.
‘소주! 소주 먹어야지!’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다른 사람이 소주 없이 먹는 모습을 보 면 절로 술이 당긴다.
연우는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 태에서 소주를 한 잔 마셨다.
“으엑. 이게 무슨 맛이에요.”
레인의 말이었다. 하긴, 처음 먹을 때부터 맛있기는 힘든 음식 이 참치다. 너무 기름지기도 하고 맹맹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거 먹어.”
연우는 옆에 있던 살몬테르 회 에 간장을 찍고 새싹과 케이퍼를 올렸다. 와사비는 아직 무리인 것
같아 뺐다.
“우움. 이건 맛있네요.”
레인은 작은 입을 오물오물 잘 움직였다. 정말 생긴 건 딱 다섯 살이다. 작은 아기가 이렇게 말을 잘하는 것도 쉽게 보긴…….
“흐엥, 이거 내가 먹으려고 놔 둔 건데.”
또 있긴 했다.
삼미호가 먹으려고 빼 놨던 케 이퍼였나 보다.
“그, 그래? 미안. 아직 안 씹었 는데. 다시 먹을래?”
“안 돼! 간장에 절여 놨던 거란 말이야! 다시 해야지. 홍.”
삼미호가 저렇게 차가운 건 처 음 봤다. 아니, 차가운 건 아닌 가? 말은 그렇게 해도 꼬리가 살 랑살랑 움직인다.
연우는 고개를 살짝 젓고는 이 자젤을 바라봤다.
“이자젤, 생태계 대략적으로 설 계하고 준비 들어가자.”
“알겠어. 던전 마법진은 거의 준비됐어. 설계되면 며칠이면 완 성할 수 있을 거야.”
“요섭은…… 준비하는 중인가.”
“일단 숙련도부터 올려야겠다고 하급, 중급 만드는 중인가 봐. 나 보브지 않지.”
“근데 넌 쇼핑하고 있어?”
그러고 보니 이자젤은 일본에서 건물하고 기업 쇼핑한다고 난리였 다. 검은 땅과 악의의 대륙 일 때 문에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당연하지. 네 돈인데 몰랐어?”
“그래? 몰랐네.”
이진철에게 쇼핑하게 이자젤이 원하는 돈은 그냥 주라고 했었다. 이후엔 듣지 못했는데 직원 몇 명 과 100조를 마음껏 사용하게 해 줬다고 한다.
“이야. 많이도 줬네.”
“그게 많은 거였어? 거의 다 썼 는데? 아니, 절반 남았나?”
“헐. 그걸 벌써?”
“응. 건물 300개랑 기업 12갠 가. 어제 다 샀다고 연락 와서 구 경 한번 가려고.”
연우도 한번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자젤이 사는 거지만 소유 주는 연우니까. 게다가 100조에 그 정도 개수라면 보통 건물과 기 업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며칠 다녀와. 난 내일부 터 2일 동안 없을 거야.”
세계 구성 마법진이야 연우가 온 후에나 필요한 거다.
“응? 어디 가?”
“친구들 보러.”
연우는 웃었다. 왠지 모르게 기 분이 좋다.
그냥 친구들일 뿐인데. 오래 보 지 못한 탓인가, 아니면 캠핑을 가기 때문인가?
연우는 하얀 눈이 쌓인 밖을 바 라봤다. 이미 어둠이 드리워진 농 장의 하늘엔 반짝이는 별이 가득 했다.
다음 날 아침, 연우는 일찍 일 어 났다.
요즘 부쩍 일이 많았다.
귀농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 데 식스 클래스 마스터를 회복하 면서 이상한 사자라는 것들이 찾 아오기 시작하더니 일이 마구 생 기기 시작했다.
그 전에 아프리카, 몬스터 웨이 버, 수인 족, 말벌 정도는 정말 아주 사소한 일일 정도로 말이다.
마신과 천신이 세븐 클래스 마 스터로 등장하질 않나, 천공 세계 를 만들 세계가 등장하고 여명과 신분증 따위가 날아들질 않나. 그 걸로 끝인 줄 알았는데 일본 여행 을 간 길에 검은 땅과 악의의 대 륙을 발견하기도 했다.
또 그 안에서 등장한 사자.
“이번엔 정말 없겠지?”
이 정도면 어디 놀러 가는 게 무서워질 정도다.
어떻게 보면 아스가르드와 비슷 한 것도 있었다.
대륙 작은 왕국에 세운 농장. 그 농장에선 평범하게 가축과 가 축 몬스터를 키운다. 그곳에서 점 점 발전해 대장간, 식당, 펍, 펜 션, 상점 등이 생기고 각종 던전 도 연결한다. 그리고 대륙급 이벤 트가 수시로 열리며 심심할 틈을 주지 않는 것까지.
‘이 정도면 거의 운영자가 있다 고 봐야 하는 거 아니야?’
연우는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신격을 지닌 사자.
그들은 누구의 사자일까.
정말 신일까?
아스가르드에는 신의 흉내를 내 는 몬스터와 NPC만 가득했다. 진 짜 신은 운영자라고 할 수 있었고 위엔 역시 개발자들이랄까.
차원 상인 레인이 말했다. 셀 수도 없을 정도의 많은 차원이 존 재한다고. 게다가 레인은 연우의 에잇 클래스 마스터를 보고 하위 차원에 이 정도 강자가? 하는 반 응이 전부였다.
사자의 신분증, 여명, 차원 상 인.
그리고 신.
무섭냐고? 아니다. 오히려 기분 좋은 긴장감을 선사했다.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대륙급 이벤트가 나오는 것일까?
연우보다 강할 수 있다. 하지만 연우는 처음부터 강자가 아니었 다. 강한 적이 나오면 더 강해지 고 무서운 이벤트가 나오면 이겨 냈다.
그리고 이젠, 강한 적이 나오길 기도할 정도다.
힘이 있는데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마음을 누가 알까? 제로백 3 초 나오는 슈퍼 카가 있는데 퇴근 시간에 테헤란로만 다니면 바로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일단 캠핑을 가자.”
독수리 오 형제의 여행 ‘계’다.
겨울 바다낚시. 이런 날씨에 뭐 가 잡힐까 했지만, 낚시는 꼭 물 고기만 보고 가는 게 아니다. 특 히, 캠핑일 때는 더 그렇다.
“정 안 잡히면 낚싯대 하나 꺼 내지.”
이번엔 완전히 일반적인 낚싯대 를 쓸 생각이었다. 괜히 아공간에 있는 걸 사용했다가 크라켄이나 거대 몬스터가 나오면 곤란할 테 니까.
그런데 시계부터 막혔다.
그나마 관심이 있는 것들이라 가격을 알 수 있었지만, 가장 싼 게 1,500만 원짜리 롤렉스다.
“…… 그래도 7단계 사용자 됐 다는 건 아니까.”
다음은 차다.
“…… 가격을 모르겠어.”
5,000만 원에서부터 10억대까 지 다양했다. 중요한 건 연우가 차 가격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 가장 싸 보이는 게 랜드로버였다.
어떻게 보면 포르쉐 같기도 하 고.
하지만 바다낚시니까 랜드로버 를 타기로 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트렁크에 낚싯대가 있었다. 이 진철에게 부탁해 협회 직원이 가 져다준 건데, 사실 얼마인지는 모 른다.
‘낚싯대가 비싸 봐야 얼마나 비 싸겠어.’
연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차에 올라탔다.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곳은 양 양고속도로에 입구에 있는 휴게 소. 연우의 농장에서도 가깝고 친 구들도 가는 길목이기도 하다.
20분 정도 나가자 휴게소가 보 였다.
“오랜만에 나왔네.”
서울엔 한 번씩 들렸지만, 이런 건 몇 년 만이다. 회사 생활 때문 에 못했던 여가 생활. 그리고 농 장에 지내면서 특이한 곳만 갔었 다.
북극, 심해, 태평양, 지저 세계 와 같은 곳 말이다.
우우웅. 우우웅.
전화 진동이 울렸다.
“응. 어디야?”
화장실하고 먹거리 앞이라고 소 리쳤다. 옆에서 경준이 또 이상한 소릴 했는지 상수와 동혁이가 타 박한다.
“알았어. 금방 갈게.”
마침 가는 길에 친구들이 있었 다.
“여어! 히사시부리.”
연우는 알아듣지도 못할 일본어 를 하면서 손을 흔든다. 누군지 보지 않아도 하얀 얼굴의 경준이 라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 주차하고 올게.”
“오옷! 이게 뭐야. 랜드로버 아 니야? 미친, 너 사용자 됐다면서 1억 2천만 원짜리를 타고 다니는 거야?”
“이게 그 정도였나?”
정말 몰라서 한 말이지만, 친구 들 앞이었다.
“이야, 우리 연우 많이 컸네. 내 가 말했지? 차가 한 대가 아니라 고.”
“연우 형! 그게 진짜였어요? 난 다 거짓말인 줄. 아니! 그건 그렇 고 형! 왜 이렇게 잘생겨진 거예 요? 성형이라도 했어요? 피부 봐! 와, 형 완전히 삭았었는데 동안 됐네요.”
경준이 옆에 있던 여드름 가득 한 유정석이라는 후배가 호들갑을 떨었다.
이렇게 된 이상 연우가 무슨 말 을 해도 믿지 않을 거다.
연우는 무시하고 주차를 위해 차를 몰았다.
“시끄러운 하루가 되겠군.”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연우의
얼굴엔 미소가 어려 있었다.
한국 지부 협회장 이진철은 검 은 하늘을 바라봤다.
“어디쯤이 지?”
“3km 남았습니다.”
옆에 있던 최민아가 헤맨이 준 지도를 보며 대답했다.
검은 연기, 검은 땅, 검은 하늘. 스멀스멀 올라와 고개를 내미는 악의들. 기웃거리며 기회를 보는 재앙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 르는 질병과 오염된 몬스터.
악의의 대륙이다.
게다가 저 높은 탑에서 일어났 던 전쟁.
아니, 학살이라고 해야 할까?
연우의 진정한 힘을 볼 수 있었 다.
전부터 절대 건들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건 상 상 이상이었다. 연우가 꺼낸 몬스 터? 하나하나가 이진철은 상대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했다.
이자젤, 수이니, 후름, 리젤까 지.
그들조차 너무나 강했다.
지금까지는 나라 하나 없어질까 걱정이었다면 이제는 대륙, 지구 자체의 존망이 걱정될 정도였다.
그건 이진철만 본 게 아니다.
최민아와 한국 지부 협회의 최 정예. 녹튼, 미국 지부, 일본 지 부, 레드 문까지 모두 그 광경을 목격했다.
‘어쩌면 더 쉬워질지도 모르겠
군.’
혼자 협회의 위원회와 각 나라 의 정부. 세계를 뒤에서 조정하는 재계의 의견에 맞서기엔 벅찼었 다. 하지만 이제 같은 편이 생긴 거다.
“다 왔습니다.”
눈앞에 33층짜리 탑이 보였다.
어느 순간 생겼다. 헤맨이 준 지도에서 몇 개의 탑이 순차적으 로 생기는 게 보인다. 자동 업데 이트가 되는 거다.
“우리가 가장 먼저인 거 맞지?”
“맞습니다. 누가 들어간 흔적은
없습니다.”
이진철은 고민했다.
이 던전에 대한 설명이 뜬다.
[고난의 탑(전설)]
설명 :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 졌으며 초급임에도 불구하고 전설 등급을 찍은 명인(名人) 요섭의 작품. ‘33층에 도달하는 자 소원 을 이루리니.’ 한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탑이다.
(33층 도달 예상 시간 48시간, 최대 원 클래스 마스터, 최대 수 용 인원 12명.)
“여기엔 칩룡과 특수팀 2명이 들어간다. 힐러와 보조로.”
“알겠습니다.”
남은 인원은 이진철과 최민아를 포함해 25명이 전부였다. 최근 지 원을 받아 40명까지 늘어났다.
28명이 남는다.
“새로 생긴 던전은?”
“이곳에서 5km 떨어진 곳입니 다. 설명은 없는데 이곳보다는 규 모가 큰 것 같습니다.”
이진철은 조금 고민하더니 빠르 게 명령을 내렸다.
“12명 진입하고 48시간 안에 클리어해 나온다. 우리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베이스캠프에 서 최소 20시간 대기. 이후에 3km 안쪽에서 사냥하고 뒤이어 오는 지원 병력을 분산해 적응 훈 련을 시킨다.”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진입.”
이진철에 말에 12명의 사용자 가 던전으로 진입했다. 그러자 붉 은빛을 뿜던 던전이 노란빛을 뿜 었다.
“클리어하면 초록 불 되는 건 가.”
최초 클리어 보상과 반복 클리 어 보상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는 했다.
“자, 우리는 다음 던전으로 이 동한다.”
“어? 협회장님. 이곳과 그곳이 노란빛으로 바뀌었습니다.”
최민아가 지도를 보며 하는 소 리다.
실시간 현황을 알려 주는 지도 다. 그렇다는 건 가려는 던전에 이미 다른 파티가 들어갔다는 뜻 이 된다.
“다음으로 가까운......
“6.3km! 하지만 방금 찼습니 다.”
“젠장. 총던전 개수는?”
“6개입니다. 3개 남았습니다.”
“거리는?”
“10.2km 입니다.”
이진철은 그 말에 눈을 깊게 깔 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달려!”
“네?”
“달리라고! 반드시 차지해야 한 다! 녹튼 해서웨이 따위에게 이런 걸 넘겨줄 순 없지!”
“으아아아!”
빠르게 뛰어가는 이진철의 뒤를 28명이 급하게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