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9편_ 차원 상인, 레인(4)
“탑형 하급 던전은 하얏트 대륙 에서 100만 타르를 주고 팔았습 니다. 물론, 최소 300만 타르 정 도 하는 물건이었지만, 대신 잠재 력을 상승시키는 비약을 10% 할 인 가격으로 교환받았습니다.”
레인은 그새 교육까지 받은 모 양인지 꽤 전문가 모습이 보였다.
“오호. 그래?”
연우는 타르가 든 주머니를 받
았다. 주머니 안쪽은 보랏빛 동전 이 가득했다. 어떤 재질로 만들어 진 건지 모르겠지만, 꽤 아름답고 정교한 세공이었다.
“총 100만 타르. 개당 1만 타르 화폐입니다. 첫 거래 수수료는 무 료입니다. 그리고 이건 그 비약이 고요.”
두 번째로 넘겨준 건 연우가 부 탁했던 잠재력 상승 비약.
과연 연우에게 적용될지 기대가 됐다.
[최상급 잠재력 상승의 비약(전 설)]
설명 : 하얏트 대륙 그랜드 제 국에서만 볼 수 있는 제국 최고의 비약. 그 어떤 차원에서도 찾아보 기 힘든 비약인 만큼 타르 가치가 높다. 하지만 가시적인 효과를 본 다고 확신할 수 없다.
“200만 타르라.”
달러로는 20억이 넘는 돈. 지구 에서 연우가 가진 돈에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지만, 타르라 는 건 같은 기준으로 환산할 수 없었다.
연우는 망설임 없이 비약을 마 셨다.
?미지의 비약을 섭취했습니다.
-[최상급 잠재력 상승의 비약 (전설)]이라는 아이템으로 판명됐 습니다.
-잠재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최상급 잠재력 상승의 비약 (전설)]으로 올릴 수 있는 잠재력 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아쉬웠다. 아니,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이걸로 하나 라도 오른 게 다행이었다. 그리고 아이템이나 지구의 물건이 아니더 라도 물건만 괜찮다면 효과가 있 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괜찮네. 이 비약보다 더 좋은 것도 있을까?”
“…… 있긴 할 겁니다. 몇 배는 비싸지겠지 만요.”
“오케이. 접수.”
다음에 볼 건 연우가 주문했던 희귀 생명체다.
이번 세계의 콘셉트는 ‘드래곤’.
즉, 파충류로 분류되 는 몬스터 였다.
“여기서 골라 주시면 됩니다.”
가격과 함께 설명이 붙은 몬스 터 병이 나열됐다.
연우는 가장 눈에 띄는 걸 하나 골랐다.
[헤르겔 (회귀)]
설명 : 양용족(양서류과 용족) 인 헤르겔. 황금빛 점액이 흐르는 붉은 비늘이 눈에 띈다. 두꺼운 꼬리를 주 무기로 사용하고 생명 의 위협을 느낄 경우 휘발성 점액 을 폭발시켜 공격하기도 한다.
“특이하네. 크기는 얼마나 하 지?”
축소돼 병에 들어 있는 거라 정 확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거기 적혀…… 지구의 단위로 바꿔 드리겠습니다.”
홀렌드의 눈치에 레인이 빠르게 말을 바꿨다.
그러자 설명에 나온 길이가 변 했다.
“키 10m 에 꼬리까지 길이가 23m 라.”
꼬리가 굵은 티라노사우루스처 럼 생겼다고 보면 됐다. 상당히 둔해 보이는 몸이다.
연우는 홀렌드는 바라봤다.
“근데 꼭 옆에 있어야겠어요?”
“불편하시면 먼저 돌아가 보겠 습니다.”
“불편한 건 아니지만……
레인의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는데 그게 없어 져서 아쉬운 거다.
“다음부터는 레인 혼자 보내도 록 하겠습니다. 아니, 알아서 잘 할 겁니다. 저희가 관여하는 건 물건을 공수하는 것에 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적당할 것 같군요.”
연우는 그들을 100% 믿을 순 없었다.
일단, 레인의 얼굴이 좋아 어느 정도는 안심됐다.
연우는 몇 개의 몬스터를 더 살 폈다. 딱 100만 타르를 맞춰 구매 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츠린(희귀)]
설명 : 조룡족(조류과 용족)인 츠린. 30m를 넘기는 키를 가진 왜가리 (Grey Heron) 과 몬스터. 늪의 대륙인 회색 대지에서 서식 하며 먹이에서 얻은 하급 마력석 을 배설하고 상급 마력석은 몸에 축적하는 특성을 가진다.
“잘 고르셨습니다. 그건 회색 대지에서도 구하기 힘든 몬스터입 니다. 비늘이 회색에 수시로 수증 기를 내뿜어 찾기도 힘들죠. 특히, 세계를 구성하신다고 했는데 생태 계의 최하급 마력석을 수급하기에 적당하죠.”
“괜찮네. 이것도 주고 이것도 줘.”
헤르겔 두 마리와 학 같이 생긴 츠린 한 마리를 구매하니 돈이 다 떨어졌다. 던전 하나에 잠재력 하 나와 처음 보는 몬스터 세 마리.
이 정도면 굉장한 장사였다.
게다가 연우가 줬던 건 하급이 지 않은가.
“일단 이거 판매해 주고……
연우는 던전 몇 개를 꺼냈다. 보급형 하급 던전 5개다. 하나가 300만이었으니 5개면 1,500만 타 르다.
“이 가격 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잠재력 관련 아이템을 다 구해 주 고. 물론, 아까 먹었던 것보다는 높은 등급이어야 해. 그리고 몬스 터도 더 다양하게 구해 주고.”
지금 있는 몬스터들도 괜찮았 다. 하지만 더 다양할수록 연우가 구성할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
“연우 님. 이왕이면 어떤 계열 의 몬스터가 필요한지 알려 주시 면 추려서 가져오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아, 레인은 오늘 밥 먹고 가고. 홀렌드는 먼저 가 보세요.”
“네? 아, 알겠습니다.”
홀렌드가 놀라며 대답했지만, 이내 인사를 하고 사라졌다. 그래 도 눈치는 빠른 것 같았다.
“레인, 괜찮은 거 맞지?”
“후우. 마, 맞습니다. 괜찮긴 한 데.”
“한데?”
“너무 부담스러워서……
“뭐야. 쟤들이 또 뭔 짓 했어? 그때 너한테 던전이랑 강탈한 거 맞지?”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 저 갑자기 대우가 바뀌어서 당황 한 거예요……
레인은 당황하며 우물쭈물했다. 던전 강탈에 대한 말이 없는 걸 보니 좋은 일은 아니었던 모양이 다.
괜히 더 묻지 않았다.
지금 좋아지면 된 거다. 저 협 회라는 것에게 퇴로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정말 거래를 막아 버릴 수도 있을 거 다.
‘타르를 모아 정보를 모으기 전 까지는……
연우는 아직 그것까지 막을 힘 은 없었다.
“그래, 가자. 맛있는 거 해 줄 게.”
“정말요? 예쓰! 아, 아니. 감사 합니다.”
역시 애는 애였다.
연우는 피식 웃으며 머리를 흐 트러뜨렸다.
레인은 나름 농장의 손님이었 다.
연우는 직접 요리해 주기로 했 다.
재료 공수는 아이델과 천인종이 했는데, 그때 연우는 깨달았다. 왜 서브 요리가 항상 특이했고 이 상하게 불길했는지.
하지만 필리아와 쇼타는 오히려 재미있어서 좋다고 하니, 연우가 뭐라 할 필요는 없었다.
“고기라……
큼지막한 돼지고기 한 덩이와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버섯이다. 딱 보면 알겠지만, 돼지고기는 아이 델이 미국까지 가서 잡아 온 대형 돼지 몬스터였고 버섯은 검은 대 륙에 들어가서 잡아 온 식욕의 버 섯 이었다.
“하필 거기까지 가서.”
뭐, 이제 악의가 적응돼서 걱정 할 건 없었다.
적당히 정화한 후에 먹을 수 있 게 조리하면 된다.
“일단 고기부터.”
연우는 드래곤 비늘로 만들어진 팬에 식용유를 넣고 달군 후 고기 를 올렸다.
치이이익.
달궈진 팬에 닿자마자 듣기 좋 은 소리를 내며 익어 갔다. 돼지 고기를 익힐 때 나는 고소한 냄새 가 주방에 퍼졌다.
연우는 소금과 후추를 살짝 뿌 리고 고기를 문질렀다.
치직. 치이익.
한쪽 면이 노릇하게 익는다.
“마늘, 고추, 대파. 그리고 방울 양배추.”
가장 중요한 건 방울 양배추다.
이걸 어떻게 해 먹을지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이것만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드 물다. 특히, 구울 때 나는 특유의 향과 은은하게 단맛은 세로로 썰 어 굽기만 해도 별미다.
이런 목살 스테이크 카레엔 더 없이 잘 맞는다.
치이 이익.
고기의 양쪽이 노릇하게 익었 다. 이 정도면 속에 피는 다 없어 지고 기름만 가득할 거다.
‘중요한 건, 물을 넣기 전에 다 익히는 거지.’
팬에 익혀 물을 넣어 카레를 만 드는 것과 물에 익히는 것은 완전 히 다르다. 고기, 마늘, 대파, 고 추, 방울 양배추까지. 하나하나의 맛을 살리려면 팬에 다 익혀 물을 넣어야 한다.
고기가 잔잔하게 잠길 때까지 다.
물이 끓기 시작했을 때 카레 가 루를 넣어 주면 된다.
“어……
한쪽에 인스턴트 카레 가루와 천연 카레를 만드는 재료들이 보 였다. 고수 씨앗, 강황, 큐민, 계 피나무 껍질, 정향, 카다몸, 블랙 머스타드 시드, 육두구까지 없는 게 없었다.
“에잇, 귀찮아.”
연우는 인스턴트를 집었다.
화학조미료가 들어가고 밀가루 가 많이 첨가돼 확실히 몸에는 좋 지 않다. 하지만 맛은? 명인 정도 의 전문가가 하는 거면 몰라도 연 우의 실력이면 인스턴트가 더 낫 다.
손도 많이 가고 말이다.
보글보글.
슬슬 다 익어 간다.
연우는 불을 끄고 뚜껑을 덮어 놨다.
잠시 뜸을 들이면 맛이 더 좋아 진다.
“버섯은……
연우는 잠시 고민하다 튀김기를 바라봤다.
튀김이 맛없는 경우는 거의 없 다. 과장을 조금 보태서 신발을 튀겨도 맛있을 거라고 말하는 사 람이 있을 정도니까.
연우가 요리를 가지고 나가자 필리아와 쇼타의 요리도 나와 있 었다.
이자젤, 후름, 혜영, 리젤, 아이 델, 천인종이 기다리고 있었고 레 인은 삼미호와 놀고 있었다. 두 강아지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데 가끔은 저것들이 마왕인 걸 까 맣게 잊게 된다.
“자, 밥 먹자.”
필리아와 쇼타는 눈을 빛냈다.
이번에도 승부욕이 발동된 것이 다. 연우는 둘의 요리를 보자마자 포기했다. 아무래도 진짜 실력자 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필리아는 듣도 보도 못한 요리 였고 쇼타는 버섯전골처럼 보였는 데 연우는 왠지 버섯 요리에 손이 가질 않았다.
연우는 카레를 살짝 떠 맛을 봤 다.
“크으. 역시.”
카레 특유의 향보다 방울 양배 추의 향과 고기의 기름이 더 느껴 진다. 확실히 담백하고 맛이 좋다.
연우는 레인을 바라봤다.
“으으으. 맛있어요! 지금까지 제가 먹었던 카레는 그냥 죽이었 어요! 이, 이건 크으. 이렇게 깊은 맛이? 전골이라는 겁니까? 역시 이!”
레인은 양손에 수저를 들고 부 들부들 떨며 감탄했다. 판도라라 는 대륙은 이 정도의 음식이 없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먹고 나서야 대화가 시 작됐다.
“레인, 어떤 종류의 던전이 값 이 나가는 거야?”
이자젤이 물었다.
레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 다.
“전에 연우 님이 팔았던 탑형 던전이 가장 흔하고 좋죠. 수요도 많고요. 그때 하급이라고 했는데 규모를 제외하고는 다른 곳에는 충분히 중상급으로 봐도 될 정도 의 퀄리티였어요.”
레인은 말하고 식구들은 듣는 모양새였다.
던전을 많이 판다고 좋은 게 아 니었다. 지금까지는 시험용이었 다. 앞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고퀄 리티의 던전을 제작해 소량으로 파는 게 낫다.
“선호하는 건 탑형. 규모는 큰 게 좋고. 육체적 성장보다는 정신 적 성장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육 체 회복이 후하니까 줄여 달라는 거고?”
플레이어 기준에 맞춰져 있을 거다. 레인이 어디에 파는지는 몰 라도 고객에 니즈(Needs)를 맞추 는 건 당연하다.
“네, 그리고 보상도 성장 관련 된 걸 넣어 주면 좋아합니다. 기 준 가격 대비 성장형 110%, 수익 형 90%, 함정형 70% 정도 나오 니까요.”
“그렇군.”
앞으로 어떻게 던전을 만들지 정해야 했다.
연우가 설계, 요섭이 제작, 이 자젤이 마법 쪽을 맡아 최상급만 제작하는 걸 생각해 봤다.
“그렇게 되면 정말 좋을 겁니 다. 제가 판도라에서 던전 전문 상점을 세울 수도 있어요!”
“그거 세우면 좋은 건가?”
“브랜드를 런칭할 수 있다는 거 죠! 연우 던전 주식회사 어때요? 아니면 신연우의 던전을 가다! 아 니면……
“그만! 그게 뭐야. 유치하게!”
레인을 말린 건 연우가 아닌 이 자젤이었다.
“이자젤 님의 황금 던전 시대! 어때!”
“오! 그것도 멋집니다. 이자젤 과 아이들? 그건 어떻습니까?”
“이야, 레인. 너 센스 좋은데? 바로 그거지!”
연우와 후름은 둘을 한심한 눈 빛으로. 요섭은 그저 웃을 뿐이었 다.
“세계도 슬슬 만들어야겠어.”
“이번엔 어떻게 만들게?”
이자젤이 물었다.
므깃도는 이벤트로 받은 거고 아공간은 스킬이다. 똑같은 세계 를 만들기엔 역부족. 지저 세계도 연우가 몇 년이나 공들였고 천공 세계는 여명이 만들었던 공간이었 다.
당연히 그 정도 규모는 다시 만 들기 힘들다. 하지만 굳이 세계급 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 작은 대 륙 정도의 던전을 만드는 거면 크 게 어렵진 않다.
문제는 생태계의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