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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편_ 차원 상인, 레인(2) (112/207)

제127편_ 차원 상인, 레인(2)

족발이라는 건 참 맛있다.

누군 서민 음식이라고 하지만, 비싸서 못 먹는 게 족발이다. 갈 색 껍질의 쫄깃함과 속살의 촉촉 한 식감. 그 향은 말할 것도 없이 입맛을 돋운다.

만들기 어렵진 않다.

하지만 필리아도 쇼타도 만드는 방법을 몰랐다.

연우가 직접 하기엔 너무 손이 간다.

이 럴 땐, 그냥 사 오는 게 답이 다.

“자, 족발 먹자.”

연우가 식당에 지방이 많은 앞 다리, 살코기가 많은 뒷다리, 자 잘한 비계가 많은 미니 족발. 그 리고 매콤한 매운 족발까지.

다양하게 사 왔다.

“연우, 일은 잘 해결했고?”

“뭐, 대충?”

이자젤이 털썩 앉으며 미니 족 발 하나를 물고 오물오물 먹기 시 작했다. 연우는 지방이 많은 앞다 리 살을 하나 집어 매콤한 새우젓 에 푹 찍었다.

그냥 먹어도 맛이 좋지만, 연우 는 자극적인 걸 좋아한다.

“역시 족발은 언제나 정답이지.”

오물오물 씹히는 게 정말 잘 만 들어진 족발이었다.

비계는 쫄깃함에 간이 돼 있었 는데 소금이나 조미료로 맞춘 게 아닌 찌면서 자연스럽게 배어든 맛이었다.

연우는 한입 더 급하게 넣었다.

역시 맛있다.

“애들은 언제 오려나.”

연우는 문밖을 보며 중얼거렸 다.

천공 세계에 발을 들인 레인과 의 일은 잘 끝냈다.

연우는 몇 시간을 더 대화했고 밥도 챙겨 주고 돌려보냈다. 예전 에 만들어 뒀던 초급 던전 하나의 대리 판매를 맡겼고 그가 가지고 있던 회귀 몬스터 몇 개체를 바로 받았다.

스그라도 추가로 받은 건 아무 도 모르는 비밀이었다.

리젤과 후름이 들어왔고 요섭이 추가로 들어왔을 때, 연우는 천공 세계에서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 명했다.

“별 희한한 종족도 있네.”

“딱히 이상하지도 않네. 아스가 르드의 상점인들 같은 거 아니 야?”

이자젤과 후름이었다.

하긴, 아스가드르 안에서 자유 NPC들은 상점에 있는 제한 NPC 를 보고 신기해 했다. 이상한 곳 에서 아무도 모르게 물건을 받고 그 자리에서만 판매한다.

자유도가 꽤 높다는 아스가르드 였지만, 그런 한계는 벗어날 수 없었다.

“그것도 있잖아. 천공 탑에서 가끔 내려오는 상인도 있고. 지옥 이나 마계로 가는 상인도 있지.”

“어…… 듣고 보니 흔하네.”

“동방 대륙을 전문으로 다니는 상인도 있었지. 돈이 되는 곳이라 면 어디에든 존재하는 게 상인이 었어.”

정말 그러긴 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두 엘프는 다른 차원이라는 것에 반응이 없 었다. 그저 신기하다는 정도.

연우도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그라니아 대륙, 마계와 천계. 그 리고 이상한 사자. 거기에 아스가 르드의 경험까지.

하나같이 정상적인 게 없었으니 적응이 돼 버린 것이다.

“그래서 던전 하나를 팔았어. 뭐, 정확히 말하면 대리 판매지 만.”

“응? 그런 것도 사?”

“그쪽에선 던전이나 아공간이 가장 비싸다네.”

“그걸 팔아서 뭐하게?”

이자젤의 물음은 당연한 거였 다. 또 뭐가 필요하기에 산단 말 인가.

“생각보다 괜찮은 물건이 많더 라고. 지구에 없는 물건일수록 더 비싸고. 몬스터나 회귀 생명체도 많고.”

파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차원 상인은 수많은 차원과 대 륙을 오가며 차익을 내며 거래한 다.

예를 들면 많은 차원에서 흔한 마력석 같은 경우는 아주 싸다. 게다가 지구의 마력석은 좋은 편 은 아니었기에 아예 거래를 안 한 다고 한다.

연우가 가지고 있는 상급 마력 석 정도는 돼야 가치가 있다. 그 렇다고 그걸 팔기엔 연우가 손해 다. 차라리 그걸 사용하거나 지구 에서 현금으로 파는 게 더 나았 다.

반면 지구의 과학기술의 결정체 라든가 식물이나 동물 같은 경우 가 의외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걸 파는 건 연우 성에 안 찼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던전을 판 거다.

“게다가 내가 만드는 던전은 이 정도로 줄일 수도 있지.”

Im 남짓한 크기로 만들고 보관 할 수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어 디에든 설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모습을 보고 레인이 까무러 칠 정도로 놀랐는데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오호, 그래? 나도 한번 팔아 볼까.”

“같이해 보자. 다음 클래스 마 스터는 던전 마스터 같은 걸로 할 까 생각 중이야.”

“그렇게까지 많이 만들어 팔게? 그 정도 가치가 있을까.”

“생각보다 굉장히.”

역시 연우가 가장 끌리는 건 몬 스터.

다양하고 희귀한 생명체의 가격 은 천차만별이었고 연우는 세계 (世界)를 하나 만들어 그 안에 완 벽한 생태계를 만들 생각이었다.

어떤 차원에서도 높은 가치를 지닌 생명체로 말이다.

“와, 어떤 의미로 엄청나네.”

“어때, 재미있겠지?”

이자젤을 꼬셔 같이 시작해야 한다. 다른 분야는 모르겠지만, 마법 인챈트만큼은 헤맨도 따라가 지 못하니까.

그리고 요섭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절 부르셨군요.”

“그렇지. 우리 셋이 모이면 대 단한 걸 만들지 않을까? 각자 조 금씩 팔아도 되고.”

“금속 같은 것도 쓸 만한 게 있 습니까? 던전 만드는 재료랑요.”

“엄청났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게 될 거 다.”

이렇게 이자젤과 요섭을 끌어들 였다.

둘의 눈은 이미 던전을 다 팔고 쇼핑까지 준비하는 중이었다.

또 다른 생각도 있었다.

다른 차원의 정보.

차원 상인은 그런 정보를 말해 선 안 되지만, 두루마리로 이뤄진 정보를 파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방법과 이동석까지 살 수 있다. 또 ‘여명’ 에 대한 정보까지.

레인도 정확히는 몰랐지만, 하 나같이 어마어마한 가격이라는 건 상식이라고 했다. 당장 상상도 못 하는 수억 타르에서부터 수조 타 르까지.

‘여명을 사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파는 곳이 있을 리도 만무하고 그 정도 돈을 모으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하지만 여명의 위치나 더 자세한 정보. 그 차원이나 대륙으 로 갈 방법 등은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앞으로 올 사자와 같은 적의 정 보를 수집.

여명의 위치를 찾아 다음 클래 스를 마스터하는 것.

그리고 세계(世界)를 구성하는 완벽한 돈지랄 취미의 완성까지.

‘사자의 신분증도 꽤 돈이 됐 지.’

하지만 팔지 않았다. 그 어떤 가치를 지녔다고 해도 신분증을 파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억만 금을 샀으면 샀지, 팔지는 말아야 한다.

타르는 다른 것으로도 충분히 벌 수 있으니까.

“리젤!”

“네! 여기요!”

차가운 소주를 딴다.

졸졸졸 잔에 차오른 소주를 단 번에 들이킨다.

연우도 리젤의 잔을 채워 줬다. 역시 소주는 오고 가는 정이다. “근데 그 상인은 믿을 만해요?” 리젤이 웬일로 먼저 묻는다.

“믿고 뭐고 할 게 어디 있어. 거래하는 건데.”

“던전 하나 가져갔으니 그대로 팔아 버리고 잠적하면 어떻게 해 요. 쫓아갈 수도 없는데.”

리젤은 정말 궁금한 표정이었 다.

“그 정도로 멍청한 애는 아니었 으니까. 그렇게 욕심이 없는 아이 도 아니었고.”

“ 그렇군요.”

“아, 리젤 네가 던전 마스터였 지?”

“네, 그라니아 대륙에서지만요.”

“너도 만들어 팔고 싶어?”

“그, 그게…… 맞습니다. 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백화점을 가도 쇼핑에 딱히 즐 거움을 못 느끼던 리젤이다.

“뭔지 물어봐도 돼?”

“그, 그게…… 죄송해요. 비밀로 하고 싶어요.”

“그럴 수 있지.”

이렇게 리젤까지 합세했다.

레인을 믿느냐고? 그의 욕심과 머리를 믿는 거다.

대화하면서 느꼈다.

그 나이에 부모의 도움 없이 차 원 이동석을 사고, 짐꾼 오우거를 빌렸다. 그것만 해도 1만 5천 타 르.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1,500만 원에 달한다.

게다가 아공간과 짐 안에 있던 물건들.

그것만 해도 2,000만 원은 될 거다.

연우의 장난으로 눈물까지 보이 던 어리바리한 상인이었지만, 또 나이를 생각하면 이해가 됐다.

“말 그대로 눈앞의 기회를 발로 차 버릴 사람은 아니라는 거군 요.”

그렇지.”

앞으로 팔 던전들. 그리고 살 물건들.

그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엄 청날 거다.

‘조금 불쌍하기도 했고.’

연우는 매운 족발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악! 왜 이렇게 매워!”

“으하하하. 걸렸다! 아까 몰래 캡사이신 넣었지롱! 아까 놀린 벌 이다.”

불사조 게이트에서 조금 놀렸던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

이다.

차원 관리자 32번 팀. 문제의 신입 사원 센드루스는 팀장 해루 스가 시킨 일을 하고 있었다.

‘그라니아 대륙의 마계와 천계 의 대표를 다시 뽑고 작은 빛을 내려 임시 사자로 만든다.’

그래도 사자인 걸 기억하지 못 하니 전쟁은 계속될 거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그라니아 대륙을 침 략하고 지구를 향하게 된다.

어차피 지구는 그 정도에 멸망 하지 않는다.

‘이건 자연스럽게 자원을 공급 충}게 되는 거지.’

게다가 원래 하위 차원엔 열리 지 않는 차원 상인까지 투입했다.

어렵지 않았다. 불량 차원 이동 석을 사용하는 상인은 많았고 그 중에 하나를 골라 지구를 향하게 하면 된다.

‘좋아. 이 정도면 되겠지.’

센드루스는 이유도 모르고 시키 는 대로 한 거다.

그렇다고 이 그림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다.

‘갑자기 바뀌었어.’

어떻게든 그 오류 같은 존재를 없애 리셋을 강행하려 했다. 그게 당연한 거고 그래야만 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그 오류를 도와 주고 있다.

이건 대놓고 자원을 몰아주는 거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일까.’

예상이 되는 건 있었다.

리셋보다 중요한 일. 해루스 팀 장도 거부할 수 없는 위치의 누군 가가 개입된 일.

‘ 경합.’

잘만 하면 괜찮은 동아줄을 잡 을지도 몰랐다.

“센드루스.”

“악! 깜짝이야. 아, 팀장님. 죄 송합니다.”

“왜 이렇게 놀라? 뭐 이상한 거 한 건 아니겠지?”

“아, 아닙니다. 당연히 아닙니 다.”

“그건 그렇고 차원 상인은 잘 갔지?”

“네, 잘 도착해서 거래를 텄습 니다. 너무 어린 상인이 간 게 아 닌가 싶었는데 그게 더 잘된 것 같습니다.”

“어떤데?”

“레인이라는 어린 상인인데 연 우……

“쓰읍. 이름.”

“아, 네. ‘그’의 던전을 미끼로 상인 연합과 협의를 마쳤습니다. 거래가 커지고 단골이 되면 저희 랑 자연스럽게 만나서 안면을 트 면 될 것 같습니다.”

그게 원래 계획이다.

연합과 협의를 해서 안면을 트 고 ‘우리가 당신을 도와주겠다. 그 러니 협조해라’, 정도가 될까.

레인이라는 어린 상인이야 어차 피 힘도 없고 빽도 없고 돈도 없 다.

“그러면 다행인데……

“왜 그러십니까?”

“아니야. 에이, 그럴 일 없지.”

혹시나 했다.

그가 화가 나서 차원 상인과 싸 울 일은 없겠지?

그래, 없을 거다. 다른 차원에 서는 무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런 꼬마보다 연 합과 거래하는 게 훨씬 낫다.

그걸 거부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

“하여튼 잘 지켜보고. 그라니아 대륙 마계랑 천계 전쟁은?”

“이제 막 시작했습니다. 잠깐 쉬었다고 전력이 보충돼서 어마어 마하게 몰아칩니다.”

“좋아. 그라니아 대륙도 멸망하 지 않게만 조절하고. 알아서 지구 로 몰리게. 알지?”

“ 네.”

“그리고 그건 어떻게 됐어. 지 구에서 그라니아 대륙에 손 뻗고 있는 거.”

“일단 막지는 않았습니다. 그쪽 에서도 꽤 천재인 것 같습니다. 그라니아 쪽 좌표를 따서 이동할 방법을 연구 중이고 마계에서 찾 는 게 여명이라는 것도 안 모양입 니다.”

“상당히 큰 변수군. 아직은 괜 찮으니 잘 관찰하고.”

다른 때 같았으면 더 파고들었 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큰일이 코 앞이다.

“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넌 내가 시 키는 대로 한 거고. 절대 불법이 아니야. 알지?”

“네, 알겠습니다. 이번엔 결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럼. 당연히 그래야지.”

해루스는 비릿하게 웃었다.

위에선 개입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책임을 지는 건 결국 해루 스 자신이다. 이 자리에 어떻게 올라왔는데 이대로 포기할 순 없 었다.

바로 윗줄에서 손을 내밀지 않 으면 그의 앞에 직접 줄을 달면 된다.

이왕이면 대등한 협력자로.

‘제발, 이번엔 계획대로 돼야 할 텐데.’

물론 해루스의 바람이었다.

그들은 연우라는 인물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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