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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편_ 차원 상인, 레인(1) (111/207)

제126편_ 차원 상인, 레인(1)

“첫 만남을 환영하오. 낯선 이 여. 나는 차원 상인 레인이오.”

“…… 반갑네요. 전 연우라고 합 니다.”

헤맨과 함께 천공 세계 입구에 도착한 연우는 바로 앞에 5살이 나 될 법한 외모를 가진 이상한 소년을 바라봤다.

뒤엔 짐꾼인 듯 2m를 넘기는 작은 오우거가 큼지막한 짐을 이 고 있었는데 눈이 흐리멍덩한 걸 보니 제대로 세뇌가 된 것 같았 다.

“오오! 역시 대단하오. 이런 하 위 차원에 이런 강자가 있다니!”

외모만 어린 줄 알았다. 그런데 어른 말투를 따라 하는 어린애가 맞았다.

“무슨 일인가요?”

“당연히 거래를…… 아니, 이런 차원엔 차원 상인이 다니지 않으 니…… 아니, 다시 한 번 소개하겠 소.”

척.

주먹을 손바닥으로 감싸는 인 사.

포권이다.

“판도라 대륙에서 온 차원 상 인. 레인이오.”

“…… 뭐가 다른 거죠?”

“어, 음. 그러니까. 저도 거래가 처음이라……

작고 하얀 얼굴이 붉어진다. 정 말 어리긴 어린가 보다.

“원래 인사도 저렇게 하는 거 아니죠?”

“그, 그게……

“어디서 본 건 있어서. 그래요. 근데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연우의 물음에 레인이라는 소년 은 우물쭈물했다. 연우가 한 번 더 묻자 얘기를 시작했는데 더 어 렸을 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거 얘기가 조금 길어지게 생 겼다.

“한번 얘기해 보세요. 술…… 혹 시 나이가 어떻게 되죠?”

“전 이제 12살이 됐습니다.”

“…… 상당히 동안이네요.”

이럴 때 쓰는 단어인지는 모르 겠다. 이렇게 써 본 적이 없어서.

“그런 말 많이 듣습니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난감해서 그냥 웃었다.

“요리라도 해 줄 테니까. 먹으 면서 해요.”

“모닥불을 준비하겠습니다.”

헤맨이 센스 좋게 작은 모닥불 을 피우고 의자를 꺼냈다.

천공 세계의 입구는 상당히 건 조하다. 끝없이 펼쳐진 평야와 별 들이 박힌 하늘. 처음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하려다 정신병이 걸 릴 것 같아서 환상 마법으로 별을 만든 거다.

“그러니까. 저희 대륙에선 8살 만 돼도 차원 거래를 시작해요. 4 년을 허드렛일 하며 돈을 모았어 요. 차원 이동석이 10만 타르 정 도 되는데, 전 돈이 부족해서 1만 타르 불량품을 썼더니…… 이런 하위 차원에 떨어져서……. 그것도 어디로 가다가 옆길로 샌 거 같은 데 어딘지도 모르겠고……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다.

연우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했 다. 괜히 물었나 싶었지만, 이런 아픔을 가진 아이의 이야기를 들 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 각이었다.

“이거 먹으면서.”

연우는 예전에 만들어 뒀던 상 큼한 홍시샤베트에 블루베리잼을 올려 넘겼다.

“엇. 네. 감사합니다.”

“…… 이걸로 코 좀.”

연우가 아공간에서 휴지 한 움 큼을 넘겼다.

팽!

한껏 코를 풀어 낸 레인이 샤베 트를 살짝 떠먹었다.

차가운지 잠깐 멈칫하다 몸을 부르르 떤다. 정말 맛있다는 표정 이다.

“천천히 먹고 얘기해. 더 있으 니까.”

처음엔 낯선 사람이라 존댓말을 했는데, 너무 애 같으니 존댓말이 나오지 않았다.

“상위 차원에 가서 거래해야지 10만 타르는 나와요. 여기서 본전 이라도 뽑아야 다시 거래를 시작 할 텐데……

원래 가난하게 태어났다고 한

대륙 전체가 차원 상인으로 태 어나 그걸 생업으로 삼는다. 그런 데 부모님은 실패한 상인이었고 아프기만 한. 그러니까 전형적인 가난한 주인공 스토리랄까.

1만 타르도 몇 년을 일해서 직 접 번 거고 오우거는 일회용으로 빌린 거라고 한다. 그래서 이번 거래에 최소 1만 5천 타르 이상 을 벌어야 하는데 이딴 하위 차원 에 떨어져서 본전도 못 뽑고 다시 일하게 생겼다고 연우에게 징징댄 것이다.

“그래서 운 거구나.”

“…… 안 울었어요! 이건 그냥 모닥불에서 튄 재가……

“재 안 날리는 마법 모닥불인 데.”

“아니, 그냥 바람에 떠밀려 온 먼지 때문에.”

“바람도 마법으로 다 막아 놨는 데.”

“아, 아니. 샤베트가 너무 차가 워서.”

“먹기 전에 운 거 아니었니?”

“으아아아앙!”

연우가 너무 놀려 이번엔 제대 로 터졌다.

12살이나 먹어서…… 아니, 생 긴 건 5살이니 넘어가자.

“자자, 미안하다. 이거 먹고 진 정해 봐.”

“훕. 마, 맛있어요.”

아까의 이상한 말투는 사라진 뒤였다.

아무래도 거래를 위해 되지도 않는 연기를 한 듯했다.

“그래서, 뭘 거래하고. 나에게 뭘 줄 수 있지?”

척.

다시 포권을 취한다.

“첫 만남을 환영하오. 낯선…… 아, 아니. 거래는 선제시로……

“하......

연우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이대로 보내기엔 미안했다. 지 구로 오는 대부분의 차원 통로를 천공 세계로 오게 한 건 연우였 다. 어떻게 보면 연우 때문에 이 곳에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여긴 쓰리 클래스 마스 터만 을 수 있게 해 놓은 것 아닌 가?

“…… 너 쓰리 클래스 마스터구 나?”

“네? 부끄럽지만, 아직 그 정도 에 불과해요. 따로 훈련할 시간이 없어서……

“그게 왜 부끄러워? 대단한 거 아닌가?’’

“네? 태어날 때 그대로인 건데. 아공간만 열심히 만들어서 겨우 3단계 찍었어요.”

연우는 심안으로 바라봤다.

-레인, 판도라 대륙 출신.

-차원 이동(10단계), 육체 보 호(10단계), 감정(10단계), 아공 간(3단계)

태어날 때부터 가진 스킬이다. 가질 순 있다고 쳐도 그걸 마스터 한 상태로 태어나다니. 어떻게 돼 먹은 대륙인 거지?

“전혀 대단한 거 아니에요. 저 회 대륙에선 차원 상인 관련된 일 말고는 아무것도 못하거든요. 무 력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차원에 서 죽지 않는다는 ‘육체 보호’ 정 도나 쓸모 있죠.”

육체 보호는 레인의 설명대로 판도라가 아닌 다른 차원으로 갈 때 죽지 않게 보호해 주는 거고, 차원 이동은 차원 이동석을 이용 해 다른 차원에 갈 수 있게 해 주 는 거다.

감정은 어떤 물건이든 객관적인 시선으로 감정할 수 있게 해 주는 건데, 이건 물건에 관해선 심안을 뛰어넘는 것 같았다.

무력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완전 차원 거래를 위해 태어나 는 종족이구나?”

“네, 참고로 다른 차원이나 대 륙에 관한 정보는 말할 수 없으니 양해 부탁해요. 불법이거든요.”

“불법?”

“네, 함부로 비밀을 말하면 차 원 상인 자격을 박탈당해요. 아, 참고로 정보는 두루마리로 판매만 가능해요. 가격이 너무 어마어마 해서 그렇지.”

“얼마나 하는데?”

“네? 아, 저, 저도 한번 확인해 봐야 해서. 나중에 다시 올 때 정 확히 알려 드릴게요. 하위 차원에 서 정보를 원하는 건 거의 없어 서……

참 가지가지 한다.

이렇게 되면 할 수 있는 건 거 래뿐이 없다.

“그래, 거래할 만한 걸 보여 줘 봐.”

“…… 원래 상인은 가진 걸 먼저 보여 주면 안 된다고 배웠는 데……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그거야 상인이 할 말은 아 닌 거 같은데? 게다가 상대가 연 우다. 보여 주고 싶어도 다 보여 줄 수가 없는 거다.

“그런 이건 어때.”

연우는 아공간에서 마력석을 꺼 냈다. 지구에서 구한 6단계 마력 석이다.

“음. 감정해 볼게요.”

레인의 눈이 붉어졌다. 그리곤 실망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러자 슬쩍 시선을 돌렸는데 샤베트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어어? 이거! 이거 뭐예요?”

“이거? 샤베트?”

“아니요. 이거 위에…… 블루베 리! 가치가 100타르나 해요! 블 루베리 하나에!”

“100타르가 어느 정도인데?”

“이 마력석 하나가 0.5타르 정 도 할 거예요. 그렇게 거래할 만 한 가치가 있는 건 아니라서. 10 타르면 판도라에서 밥 한 끼 먹을 정도예요.”

물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1타르 에 1달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 았다. 1만 원에 밥 한 끼 정도인 거다.

연우의 눈이 흥미로 가득 찼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다.

이들이 판정하는 가치의 기준은 어떤 걸까.

“이거 어떨까.”

연우는 최상급 속성석, 최상급 마력석, 최상급 정령석을 꺼냈다.

“와아아아! 이게 뭐야. 최상급 속성석은 1,000타르. 최상급 마력 석은 2,500타르. 최상급 정령석은 1만 타르!? 아저씨 되게 부자네 요?”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 히…… 아저씨라니! 형이라고 불 러라. 얼마 차이도 안 나는데.”

12살하고 30살이면 18살.

아무리 봐도 연우의 욕심이었 다.

“앗, 죄송해요. 실례를 저질렀습 니다.”

“됐어. 그래서 넌 뭘 줄 수 있 지?”

“아……

레인이 허공을 슬쩍 보더니 표 정이 어두워졌다. 그러곤 짐꾼 오 우거의 상체를 내려서 짐을 확인 했다.

“…… 그, 그게.”

“응? 한 번 보여 줘 봐. 내가 판단할게.”

“가장 값나가는 건 이 정도예 요.”

아공간에 손을 쑥 집어넣더니 몇 개의 물건을 꺼냈다. 몇 개는 포션이었고 몇 개는 이상한 생명 체가 담긴 병이었다.

“오호. 흥미롭네.”

포션은 육체 변형 물약, 변신 물약, 체력 물약, 신체 능력 상승 의 물량 등이었다.

연우의 관심은 그것보다 생명체 였다.

[토드]

설명 : 진흙의 대륙의 서식하는 회귀한 쥐과 몬스터. 진흙을 먹어 다이아몬드를 생성한다.

“오, 이건 진흙을 먹고 다이아 몬드를 생성한다고? 양은?”

“음. 100개를 먹으면 1개 정도 요? 비교할 만한 게 없네요.”

“그렇군. 그럼 이런 걸로 돈을 벌어도 되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판도라엔 다이아몬 드라는 건 흔하니까요. 오히려 진 흙 구하는 게 더 어려워요. 이걸 가져온 건 ‘다이아몬드’라는 걸 비 싸게 여기는 차원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죠. 특히, 하위차원에서요.”

“아쉽게도 나한테 필요한 건 아 니네.”

다이아몬드라는 게 있으면 좋긴 하다. 하지만 연우는 원하면 얼마 든지 살 수 있기도 했다.

[비스게 로]

설명 : 마력을 받아들이며 생존 한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생명체 라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많다.

나비처럼 생겼다. 꼬리엔 하얀 빛 덩이가 따라다니고 날개는 마 치 천사의 날개. 꽃처럼 생긴 작 은 빛들이 또 근처를 돌아다닌다.

몸은 완전 사람이었다. 생식기 는 전혀 없는 여성의 몸.

“이것들은 다 이대로 있는 거 야? 아니면 풀어 줄 수도 있는 거 야?”

“풀어 줄 수 있습니다. 모두 생 포한 거고. 생체 활동은 일시적으 로 정지된 상태입니다.”

그 밖에도 작은 소형 드래곤, 타고 다닐 수 있는 두 발 달린 공 룡 같은 몬스터, 곤충이나 새 종 류도 많았다.

중요한 건 그것들이 다 처음 보 는 몬스터라는 거다.

‘잘하면 업적을 세울 수도 있겠 는데?’

새로운 몬스터와 이종교배. 그 리고 사육에 대한 업적까지. 이걸 로 얻을 수 있는 건 많았다.

“더 강하거나 희귀한 건 없고?”

“네, 일단 제가 아직 돈이 없어 서…… 이것도 빚내서 겨우 산 겁 니다. 직접 구한 게 대부분이지만 요.”

또 울 것 같은 표정이다.

연우는 보다가 만 병들 끝에 하 얀 포션이 눈에 들어왔다.

“이건 뭐지?”

“아, 그건…… 그게.”

레인이 얼굴이 붉어지며 우물쭈 물하자 연우가 직접 심안으로 살 폈다. 설명은 겉에 적혀 있다. 이 상한 문자라 번역이 필요한 것뿐.

[스그라(의약품)]

설명 : 나이가 먹어 힘들거나, 스태미나가 부족한 남성을 위한

스그라! 아침마다! 밤마다! 스지 않습니까? 그럼 바로 이 스그라!

“뭐, 뭐야. 이 병맛 설명은?”

“그게…… 아저씨들한테 인기가 좋은 거라고 해서 일단 챙겼어요. 한 번 복용하면 일주일 동안……

“그, 그만! 여기 전체 이용가라 고!”

“네? 그게 무슨.”

“아, 아니야. 그러니까 결국 어 떤 물건이든, 몬스터든, 광물이든 구할 수 있는 거지?”

“네, 선불 계약도 가능합니다. 대신 가격이 조금 올라가긴 합니 다. 물론, 정기 계약을 한다면 조 정도 가능하죠!”

좋다.

어차피 연우에겐 넘치는 게 아 공간의 물건들이다.

희귀한 몬스터를 수집하기로 했 다. 그리고 그 희귀한 몬스터를 수집해 넣을 세계를 하나 만들면 업적으로 인정돼 잠재 능력치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좋은 건, 질려 가던 쇼핑이라는 취미가 새로운 길을 찾았다는 거다.

“아, 혹시 그런 거 있을까? 잠 재 능력 같은 걸 늘려 주는 설명 이 든 물약이나 비슷한 거.”

“음. 하얏트 대륙…… 아, 아니. 있긴 있을 겁니다. 한 번 찾아봐 야겠지만요.”

“게다가 이번에 거래하면 한동 안 못 보겠지?”

“어떤 물건을 찾느냐에 따라 다 릅니다. 연우 님의 물건을 잘 쳐 주는 곳에서 팔고 원하는 물건을 구해 와야 하니까요.”

“으흠. 그렇군.”

“짧으면 일주일. 길면 한 달 정 도 걸릴 겁니다.”

“그럼 아까 그 소리는 뭐지? 던 전올 산다거나 아공간을 산다거 나.”

“그, 그게…… 가장 비싼 것들이 라 좀 세 보이고 싶어서……

“오호,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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