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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편_ 새로운 얼굴(2) (110/207)

제125편_ 새로운 얼굴(2)

계 모임.

잊고 산 지가 벌써 3년이었다.

대학을 다니며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5명이 만든 계였다. 한 달 에 2만 원. 1년에 한 번 여행을 가자는 거였다. 목돈이라는 것보 다 모임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

그런데 어쩌다 보니 3년이 그 냥 지나갔다.

“당연히 가야지. 이게 얼마 만

이야.”

전상수와 김동혁은 예전에도 한 번 봤던 랩실 친구. 조경준과 유 정석은 다른 랩실의 친구와 후배 다.

둘은 본 지 정말 오래됐다.

연우까지 시간이 되니 약속은 순식간에 잡혔다. 바로 이번 주말 이었다.

“오늘이 수요일이구나.”

농장에 살다 보니 날짜 감각이 없다. 그저 계절이 지나가는 것 정도만 느껴지는 거다.

“겨울을 날 준비는…… 거의 끝 났구나.”

하긴, 이 정도면 많이 한 거다. 이미 자동화가 끝났던 아스가르드 에서는 별생각도 없이 지나가곤 한다.

마음만 먹으면 필드 전체에 겨 울이 오지 않게 할 수도 있다. 하 지만 농장의 땅와 식물. 가축들까 지 겨울은 반드시 겪어야 한다.

땅에겐 휴식기가 되며 식물과 가축들에겐 또 하나의 성장 경험 치가 되는 것이다.

“쌀쌀하긴 하네.”

눈이 아직도 내린다. 쌓일 때마 다 마법으로 녹여 길을 만들지만, 발과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일부러 내버려 뒀다.

연우는 피식 웃음이 났다.

분명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려고 귀농을 한 건데, 농장은 뒷전이고 다른 일들만 도맡아서 하고 있었 다. 그것도 평범한 일이 아니라 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일이랄까.

“던전 마스터라.”

오래전에 연우도 그 생각을 했 었다.

모든 스킬에 긍정적인 상성을 갖는 농장 주인이다. 건설도 그렇 고 마법이나 검술도 그렇다. 던전 마스터는 어떨까?

던전도 또 다른 농장이나 마찬 가지다.

아주 특수한 환경의 몬스터는 던전만큼 적당한 서식지가 없고 지하 동굴 던전, 수중 던전, 공중 던전, 아공간 던전, 탑형 던전, 미 로 던전 등등.

수많은 환경이 존재하고 그에 맞는 몬스터도 다양하다.

“ 연우우;”

멀리서 이자젤이 달려왔다.

“왜.”

“우리 그거 잡자. 보물 불사조.”

“아, 맞다.”

예전에 요드와 함께 만들었던 불사조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성 공했는데 온통 황금으로 만들어진 몸에 수백 개의 보석이 박혀 있는 모습이었다.

일단 만들긴 했는데 딱히 쓸모 가 없어서 불사조 사육장에 뒀다.

이자젤은 보물 불사조가 목적. 연우는 불사조들을 보고 서식지를 잘 관리하고 있나 보기 위해 게이 트로 들어갔다.

허공에 떠다니는 수천 개의 바 위.

중앙에 고정된 소룬과 헬렌의 집이 있었고 옆으론 부화장에 불 사조의 알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평범한 하얀색 알. 몇 개가 황금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연우 님!”

“이자젤 님!”

소룬과 헬렌이 달려와 인사했 다.

펑퍼짐한 냉장고 바지와 낡은 셔츠가 아주 잘 어울렸다. 역시 이 농장에 오면 누구나 빠르게 적 응한다.

“잘 키우고 있구나.”

“이게 하다 보니 매력이 있더라 고요. 불사조도 이제 말을 잘 듣 기 시작했고. 알도 알아서 가져다 줍니다.”

이렇게 목축의 재미를 알아 가 면서 빠지는 거다. 얼굴엔 즐거움 이 가득하고 보람도 있다.

나중에 나가라고 해도 알아서 남을 정도로 깊은 매력에 빠지게 될 거다.

“연우! 여기 봐. 나 이거 잡는 다?”

“여기선 안 돼! 데리고 나가서 해.”

다른 불사조가 보는 앞에서 도 살하면 안 되는 건 당연한 거다. 이자젤은 몰래 다가가 붉은 눈으 로 째려봤다. 그러자 알아서 고개 를 숙였다.

“…… 불쌍해.”

연우는 이자젤의 표정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저 표정을 잘 안다. 강하고 악 한 몬스터에겐 자비가 없지만, 이 렇게 알아서 굽히고 들어오는 몬 스터에겐 한없이 자비롭다.

[붉은 숲의 일족]이라는 스킬은 지배자나 절대자와 비슷한 힘을 가진다. 거기에 뜨거운 ‘파괴’의 속성이 붙는 거다.

그러니 원 클래스 마스터 정도 뿐이 되질 않는 보물 불사조가 알 아서 길 수밖에.

연우는 대충 예상했다.

“굳이 잡을 필요는 없어. 시간 지나면 알아서 보물을 배설할걸? 잡으면 더 나오긴 하겠지만……

어차피 보물이 필요한 것도 아 니다.

이자젤의 아공간엔 연우 못지않 은 어마어마한 아이템들이 있으니 까.

“힝. 못하겠어. 역시 난 너무 착 한가 봐.”

“…… 웩. 지랄.”

“ 야!”

연우는 뿔이 난 이자젤을 두고 게이트를 나왔다.

한 번 확인했으니 됐다. 이자젤 은 보물 불사조를 두고 한참을 고 민할 거다. 그리고 결국은 포기하 고 잘 돌볼 게 틀림없다.

연우는 농장을 둘러봤다.

아스가르드에서 했던 것처럼 농 장을 계속 늘리고 싶다. 하지만 그럴 땅이 없다. 살 수 있어도 숲 이 너무 많아 개간해야 하는데, 생태계가 망가질 위험도 있었다.

아스가르드에서도 농장이 하나 의 도시가 됐을 때, 던전을 만들 어 붙였다. 그것도 모자라 므깃도 를 꾸미고 지저 세계를 만든 거 다.

‘세계라.’

세계(世界)는 던전의 상위 호환 이다.

“오랜만에 던전 제작이나 해 볼 까.”

요섭이 갑작스럽게 던전 제작에 열정을 보이자 흥미가 일었다. 므 깃도를 꾸미고 지저 세계를 만들 었을 때의 열정.

최근 천공 세계야 지저 세계를 본떠 급하게 만든 거라 재미는 없 었다.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볼까.”

나쁘지 않았다. 대형 던전을 만 들어도 되고 세계를 만들어도 된 다.

이곳으로 이어 하나의 농장을 만들어도 된다.

아니면 다른 나라에 설치해 수 익을 실현해도 된다. [켠 김에 원 클래스까지]라는 던전을 만들었을 때 게임처럼 수익 시스템이 적용 되는 걸 확인했다.

게임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건 던전으로 성장한 플레이어의 수익 올 일정 기간 나누는 거였다. 하 지만 현실에선 그게 조금 힘들다.

하려면 할 수 있지만, 그런 푼 돈보다는 던전에서 나는 자원을 얻는 게 100배는 나을 거다.

“어떤 게 좋을까.”

던전의 활성화.

지저 세계나 천공 세계처럼 던 전을 활성화해 그 안에 자원을 축 적하고 그걸로 몬스터나 사람을 끌어들여 더 많은 자원을 만드는 방법.

또, 매력적인 던전을 만들어 들 어오는 족족 죽여서 전리품을 얻 는 방법도 있으며, 성장형 던전을 만들어 던전 자체를 파는 방법도 있다.

외에도 몇 가지는 더 있으며 어 떤 걸 원하느냐에 따라 응용할 방 법은 천차만별이었다.

연우가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였다.

“식사하세요!”

식당에서 필리아가 외쳤다. 눈 이 와서 쇼타의 음식도 식당 안으 로 가지고 간 건지, 둘이 같이 있 었다.

요즘 먹는 재미가 한껏 물오르 는 중이었다.

가장 맛있는 재료로 맛있는 음 식을 색다르게 하는 두 명의 요리 명인. 거기에 이상한 재료로 괴상 한 맛을 선사하는 서브 요리.

나쁘지 않았다.

둘에겐 아직 요리 스킬을 주지 않았다.

이곳에 더 적응되고 어떤 인물 인지 확인한 다음 주려는 생각이 었다. 어차피 아스가르드에선 흔 하디흔한 초보 상점 아이템이니 아까운 건 아니었다.

“밥부터 먹고 생각하자.”

식당으로 가자 수십 가지의 요 리가 올려져 있었다. 메인 요리는 두 개였고 반찬과 국 그리고 검은 색의 서브 요리가 몇 개 있었다.

“우와, 오늘은 조개? 그리고 이 건……

“자리돔과 몬스터예요.”

필리아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더 자세한 건 얘기할 수 없었다.

“그래? 맛있겠네.”

연우는 자리에 앉았다.

이자젤과 후름이 왔고 요섭과 바벨까지 도착했다. 요섭은 원래 밥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었는데 바벨이 온 이후로는 꾸준히 먹는 편이었다.

뒤로 이자젤이 들어왔고 삼미호 와 두 강아지가 들어왔다.

“슬슬 다 온 것 같은데. 먹자.”

연우가 수저를 들었다.

가장 메인인 수프다. 조갯살을 썰어 볶으면서 마늘과 파를 추가 하고 담백한 육수를 부어 천천히 끓인 모양이다. 오징어와 생선살 도 보였는데, 역시나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큼지막한 조개.

“이건 필리아가 만들었구나.”

“네, 맞아요.”

딱 봐도 양식이다.

한쪽엔 쇼타가 만든 것으로 보 이는 조개조림이 보였다. 연우는 조개로 만든 조림은 처음 봤다. 너무 익히면 질겨질 텐데 어떻게 소스를 조려 냈는지 궁금했다.

“이건 소스를 발라 가며 천천히 구웠어요. 겉면을 위주로 익힌 후 에 육수를 넣고 끓였죠. 조개가 끓여진 시간은 2분 남짓입니다. 나머지 재료는 최소 20분 이상 우렸고요.”

“오, 괜찮은 방법이네요.”

맛있는 음식은 먹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요리법을 알고 먹으면 더 깊은 맛까지 느낄 수 있다.

연우는 조개스프부터 떠먹었다.

칼칼하고 진한 국물. 마치 칼국 수를 먹는 느낌이다. 게다가 향긋 한 레몬 향. 이런 국물에 레몬이 라니, 잘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조개를 입에 넣었다.

살짝 씹으니 부드럽게 갈라진 다. 조개 요리는 익힘 정도가 가 장 중요하다.

특히, 조개구이를 먹을 땐 더욱 그렇다.

조개를 익히다 보면 껍질이 열 리는데 그때 윗껍질을 제거하고 지켜보면 투명했던 살이 하얗게 되는 게 보인다. 그때 한 번 뒤집 어 마저 익혀 내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당연히 조개의 신선도다.

여름엔 조개가 잘 상하니 약간 의 맛을 포기하더라도 완전히 익 히는 걸 추천한다.

“크으. 좋아. 아주 좋아.”

완전 조개술찜이다.

“리젤!”

“네! 여기요!”

이젠 거의 자동이다. 연우도 자 연스럽게 소주하면 리젤이 생각날 정도다.

“나도 오늘은 소주!”

이자젤이 외쳤다.

이 술찜. 이건 완벽하게 소주의 것이었다.

필리아가 웃는 게 보였고 쇼타 의 얼굴엔 그늘이 졌다.

연우는 젓가락으로 조림의 조개 를 집었다. 조림 국물을 살짝 찍 어 입에 넣는다.

달다.

짭조름하면서 단. 그러면서도 담백한 이 맛.

쇼타는 이 균형을 아주 잘 잡는 다. 그러면서도 조갯살의 익힘 정 도는 완벽했다.

“와. 이것도 소주구나.”

오늘은 소주의 날이었다.

리젤와 이자젤과 조림에 손을 댔다.

“우와. 이게 바로 조림이지!”

“맞아요. 소주는 조림이죠!”

리젤이 말을 횡설수설하며 허겁 지겁 먹었다.

연우도 스프보다는 조림에 손이 더 갔다. 어쩔 수 없는 게 스프보 다는 조림이 더 자극적이기 때문 이다. 혀는 더 강한 맛에만 반응 하게 되니까.

“크윽. 이런 제 실수였습니다.”

“훗. 아닙니다. 좋은 승부였죠.”

“승부요? 아직 끝난 건 아닙니 다. 우리에겐 서브가 남아 있으니 까요.”

필리아의 도발에 쇼타가 의자에 기대던 상체를 세웠다. 아직 긴장 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는 걸 깨 달은 거다.

슬슬 스프와 조림이 동났고 배 는 거의 채웠다. 이제 소주를 먹 을 때 필요한 안주에 손이 갈 때 다.

“윽, 이건 뭔가 손이 안 가네.”

연우는 젓가락을 멈췄다.

두 가지 서브 음식이 남았다.

튀겨진 검은 막대기. 겉면에 하 얀 가루가 뿌려져 있었는데 비린 느낌이 없는 새우의 향. 그리고 바질.

연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밑에 깔린 소스를 젓가락으로 살짝 찍 어 먹었다.

상큼하다. 마치 포도와 레몬.

그러면서도 달달한 게 균형을 유지 해 준다.

분명 꿀이었다. 그것도 말벌 몬 스터의 꿀.

“이건 분자 요리!?”

연우가 외치며 웃고 있는 필리 아를 바라봤다.

역시. 이건 필리아의 요리였다.

“네, 제 야심작이죠.”

연우는 그제야 검은 막대기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고 소스를 찍어 입에 넣었다.

“으음.”

신음이 나왔다. 그리고 웃음이 지어진다.

다양한 맛이라 이상할 줄 알았 는데, 조합은 최고다. 역시 필리 아인 건가.

연우는 반대쪽에 있는 검은 가 루가 감싼 고로케를 바라봤다. 살 짝 뜯어 먹었다. 기름진 튀김에 짭조름한 캐비아의 맛. 맛은 좋다.

하지만 2차 안주로는 너무 기 름지 다.

이건 필리아의 승리였다.

“주인님.”

“웅, 헤맨. 무슨 일이야.”

“천공 세계에 새로운 손님이 왔 는데 좀 이상합니다.”

“뭐가?”

“자꾸 거래를 하자나 뭐라나. 천공 세계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 다는 걸 아는 모양입니다. 던전이 나 아공간을 사고 싶다고 하네요. 한번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헤맨의 말에 연우는 표정이 굳 었다.

다른 건 다 제외하고. 천공 세 계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사 실을 깨닫는 것만으로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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