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편_ 현실판 대륙급 전쟁 이벤트(4)
-상위 차원의 존재를 사냥했습 니다.
-잠재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사자의 신분증을 얻었습니다.
-여명의 소유권을 얻었습니다.
-‘악의의 대륙’의 소유권을 얻 었습니다.
[여명]
설명 : ‘악의(惡意)’라는 바이러 스의 동력원. 악의를 이용해 하나 의 세계(世界)를 구성하고 대륙을 유지하고 있다.
(악의를 제거하고 ‘세계’를 포기 할 시, 봉인된 여명의 구슬을 얻 을 수 있다.)
-악의를 제거하시겠습니까?
연우는 일단 ‘아니오’를 눌렀다.
“이거 참.”
곤란했다. 이 대륙을 가지거나 여명을 사용하거나. 하나를 고르 라는 거다.
[사자의 신분증]
설명 : 최하급 차원 관리자인 사자의 신분을 증명하는 증서. ‘희 미한 빛’까지 해금돼 여명의 5단 계 보안 등급까지 열람할 수 있 다.
“이건 조금 아쉽네.”
지금 가진 건 6단계 하나다. 이 건 5단계.
운이 좋아 사자가 하나 더 있어 서 5단계를 얻으면 6단계 두 개 가 된다. 그렇게 되면 7단계로 만 들 수 있지 않을까?
사자가 변신하는 것을 놔뒀어야 할까 생각하다 말았다.
그 힘은 분명 에잇 클래스 마스 터를 뛰어넘는 힘이었고, 나인 클 래스 마스터가 아니면 텐 클래스 마스터까지 갈 힘이었다.
그때 죽인 건 신의 한 수였다.
“잠깐, 이 대륙을 정화하는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거고.”
그렇다면 굳이 지금 여명을 취 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사자 한 마리를 더 잡으면 7단계까지 바 라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뭔지는 몰라도 전설 따위 보다는 얼티밋이 좋고. 얼티밋보 다는 GOD 등급이 좋은 거지.’
연우는 일단 가지고 있기로 했 다.
나중에 급하면 악의의 대륙을 정화해 사용하면 된다.
게다가 호르드란의 예언도 있 다. 이번엔 어렵지 않게 이기는 전쟁이라 따로 알리지 않은 모양 이었다.
“연우, 끝난 거야?”
수이니가 옆으로 와 물었다.
적은 대부분 죽은 상태였고 살 아 있는 적도 몸을 사리고 있었 다.
압도적인 승리였다.
“응, 정리하고 나가자.”
그 말 한마디에 므깃도에서 나 왔던 몬스터가 차례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요르문간드가 고개를 집어넣고 화염룡과 백호. 그들의 부하들까지 빠르게 들어갔다.
강화한 악의의 몬스터는 그림으 로 보관했다. 밖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오염 덩어리이기 때문이다.
“헤맨, 이 대륙 확인 좀 부탁할 게.”
“알겠습니다. 소유권을 받았군 요.”
헤맨은 연우와 영혼으로 이어졌 다. 그렇기에 아공간이나 므깃도 에 대한 영향력을 그대로 가질 수 있는 거고 이번에 얻은 ‘악의의 대륙’도 헤맨이 관리할 수 있을 거다.
“이번에 죽은 보스급 몬스터를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하고, 위험지역하고 비교적 안전한 지역 의 경계를 중심으로 지도를 만들 어 봐.”
“네, 알겠습니다. 더 시키실 일 은 없습니까?”
“아, 협회장하고 이곳에 온 사 람들한테 너무 깊이 가지 말라고 전해 주고.”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
어쩌다 보니 세계를 하나 더 먹 게 됐다.
므깃도, 지저 세계, 천공 세계. 그리고 악의의 대륙.
…… 이거 농장 규모가 너무 커 지는 게 아닌가 싶다.
치이익.
붉게 타오르며 연기를 뿜어 댄 다.
그 담배의 주인은 해루스였다.
32번 차원 관리자의 팀장이었고 이번 사건의 책임자이기도 했다.
“…… 후아. 미친.”
할 말이 없다.
바이러스를 사용하고 밤샘 작업 으로 훔을 계속 감시한 덕분에 이 상 무력 소유자도 누군지 알아낼 수 있었다.
문제는 네 번째 사자가 죽었다 는 거다. 밝은 빛을 받는 게 무서 워 끝까지 아끼다가 말이다. 그것 뿐인가. 악의 바이러스로 삼킨 대 륙급 던전까지 가져가 버렸다.
게다가 사자의 신분증. 그가 가 지고 있는 사자의 신분증은 5단 계 세 개. 거기에 하나만 더 있으 면 7단계 신분증을 만들 수 있다.
“미친…… 도대체 어쩌라는 거 지?”
7단계 신분증으로 여명을 사용 한다면 그는 나인 클래스 마스터 는 물론이고 텐 클래스 마스터까 지 노려볼 수 있다.
문제는 해루스가 차원 관리국 국장실까지 갔을 때를 떠올렸다.
“국장님. 이것 좀 설명해 주세 요. 이대로면 이번 리셋은 물 건 너간단 말입니다!”
“해루스. 이건 나도 어쩔 수 있 는 문제가 아니야.”
“네? 그게 무슨......
“법 한도 내에서 처리해. 그렇 지 않으면 그냥 두고 보는 수밖에 없어. 내가 32번 차원에서 그 난 리를 쳤는데 모르고 있었겠나?”
“혹시 그겁니까? 경합……
“ 그만.”
국장은 해루스의 말을 끊었다.
“법 한도 내. 그걸 기억해. 너나 나나 그거면 책임은 없는 거야. 알겠나?”
“…… 책임 없다는 말. 믿을 수 있는 거죠?”
“…… 나도 모르지. 우린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 알겠습니다.”
그걸로 대화는 끝이었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물을 수도 없고 의심할 수도 없는 거 다.
분명하다.
이건 차원 경합을 위해 위에서 꾸미는 짓이었다.
그 결과의 희생자는 32D-4114 번 구역 책임자인 해루스 자신인 거다.
하위, 중위, 상위 그리고 최상 위 차원.
계층 간의 이동은 전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그 정도로 차원 의 관리는 철저했고 앞으로도 철 저할 거니까. 하지만 이번 경합은 왠지 다를 것 같았다.
해루스는 한숨을 크게 내쉬곤 집합한 팀원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이상 무력자, 신연우 라는 이름은 잊는다. 모두 정상 업무로 돌리는 거야. 알겠어?”
“알겠습니다!”
“나가기 전에 보안 서약서에 사 인하고. 저걸 어긴다는 건 ‘소멸’. 다 잘 알겠지?”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는 걸 눈치챈 팀원들의 얼굴은 짙 은 그림자가 졌다.
하지만 안다. 이 보안 서약에 사인하는 순간, 자신의 책임은 사 라지고 맡은 업무만 잘하면 된다 는 걸.
“센드루스는 남고. 나가 봐.”
모두 나가고 센드루스와 해루스 만 남았다.
“센드루스. 잘 들어......
경합은 물 건너갔고 책임은 100% 회피할 수 없을 거다. 이대 로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위의 뜻이 무엇인지 대략적인 그림은 파악했다.
피할 수 없다면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
연우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으아, 한국이다. 역시 일본보다 는 한국이 더 좋아.”
이자젤은 한국인은 아니지만, 태생이 한국이니 한국인이라고 해 도 되긴 했다. 수이니나 후름도 마찬가지인 듯 기분 좋게 웃었다.
워프하면 좋겠지만, 이것도 여 행의 일부라며 비행기를 타고 온 거다.
“일단, 밥부터 먹자.”
연우와 일행은 공항 앞에서 대 기하는 리무진을 탔다. 가져온 차 를 직접 운전할까 했지만, 그건 너무 귀찮기도 했고 쇼타와 수이 니가 추가돼 자리가 부족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유명한 맛 집이었다.
‘49년 전통 평양냉면’.
왜 49년인지는 모르겠다. 작년 에도 49년이었으니 내년이라고 간판을 바꿀 것 같지는 않았다.
연우나 수이니도 이건 쉽게 만 들 수가 없었다.
“ 맛있을까?”
“괜찮을걸? 게다가 미각이 섬세 한 사람일수록 이 맛에서 빠져나 올 수 없으니까.”
“기대되네.”
요리를 했던 수이니도 먹어 본 적이 없다. 쇼타도 마찬가지인 듯 잔뜩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평양냉면이라는 건 호불호가 굉 장히 갈리는 음식이다. 답답하기 도 하고 밋밋하기도 하다. 하지만 미식을 즐긴다면 꼭 한 번은 먹어 봐야 하는 음식.
주문한 음식은 금방 나왔다.
연우는 입을 벌려 국수를 흡입 했다.
후루룩, 소리와 함께 육수까지 빨려 들어온다. 기분 나쁘지 않은 소리다. 쩝쩝거리거나 후루룩 먹 는 것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굉 장히 입맛을 돋우기도 한다.
수이니와 이자젤의 표정이 오묘 해졌다.
취향이 있더라도 기본적으로 미 식을 즐기는 이들이다. 혀를 적시 는 육수의 흐릿한 감칠맛을 선명 하게 그린다. 그리고 차가운 면의 메밀향이 색을 칠한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맹물이 었다가 돼지와 소의 육수로 변하 는 느낌이다.
“ 으음.”
수이니가 맛을 음미했고 이자젤 은 눈을 떴다.
“이게 뭐지? 흐릿하면서 강렬 해. 뭐지? 뭐가 들어간 거지?”
“맛 좋다. 근데 굉장히 어려운 맛이네.”
연우가 므깃도 안에서도 따라 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 이런 음 식은 레시피대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40년, 50년 전통 평양냉 면 식당이 유명한 이유다.
“대단합니다. 사실 한국엔 장인 의 솜씨가 없는 줄 알았는데. 이 건 완벽한 장인의 맛이에요! 역시 장인은 이런 허름한 곳에 있는 거 군요! 일본이랑 비슷합니다.”
이상한 소릴 했지만, 쇼타의 감 탄은 진짜였다.
연우는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리젤은 별로인지 고추냉이와 식 초를 잔뜩 뿌렸다. 그런데 그것마 저 별로인 건지 몇 젓가락 먹다가 포기했다.
“그건 그렇고 마법 수레는 어떻 게 운영하게?”
이자젤이 물었다.
그들의 수입원인 거다. 이자젤 을 포함해 후름과 혜영까지.
“헤맨의 분신한테, 악의의 대륙 에서 임의로 오가면서 랜덤 상점? 그렇게 운영하라고 했어. 더 가치 있게.”
“그것도 나쁘지 않네. 너무 쉽 게 팔아 주는 것도 별로야.”
아이템의 질과 양. 성능 따위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대화했 다.
몬스터 상점은?”
“농장에서만 하고 프리미엄 붙 여서 조금씩만 팔아야겠어.”
“진작에 샀던 사람들만 이득이 네?”
“그 정도는 해 줘야지. 희생을 각오하고 다 몰려온 건데.”
다이센오키의 검은 땅, 악의의 대륙.
아무런 정보도 없는 위험한 곳 에 자발적으로 모여든 사용자들이 다. 당연히 그 정도 보상은 있어 도 된다.
“어차피 싸게 판 것도 아니고.”
원가를 산정할 순 없지만, 산정 한다면 정말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인 거다.
게다가 그들이 검은 땅과 악의 의 대륙을 오가면서 사냥하고 부 산물을 얻으며 강해질수록 연우의 힘은 더 커지는 거다.
“내 소유야. 지배자나 절대자 스킬이 있고 중재자도 있으니까. 앞으로 다루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고.”
마치 지저 세계와 천공 세계가 시너지를 내며 므깃도를 운영하는 것과 비슷하다. 악의의 대륙은 연 우의 소유이고 그곳이 더 활발해 질수록 악의의 대륙은 발전할 거 다. 그렇게 되면 연우의 힘이 커 지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직 연구를 더 해야겠지만, 므 깃도에 연결된 지저, 천공 세계처 럼 악의의 대륙을 므깃도에 연결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푸드 수레는 이제 없는 거죠?”
쇼타가 긴장한 목소리를 물었 다.
사실 처음엔 수레라 실망했었 다. 하지만 며칠 지내고 보니 그 게 아니었다. 웬만한 식당보다 나 았고 운치도 있었다.
“마음에 들어요?”
“네, 농장이란 곳에서도 수레로 운영해도 괜찮을 거 같아서요!”
그것도 괜찮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식당, 펍. 그리고 일식 푸드 수 레까지.
일렬로 있어도 좋은 그림이 나 올 것 같았다.
“난 바로 떠날게.”
수이니가 말을 꺼냈다. 이자젤 과 후름이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 올랐다. 그냥 오른 것도 아니고 완벽하게 만족할 만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거다.
수이니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 다.
“그래, 대신 오늘 진탕 마시고 가는 거야!”
“지금 바로 갈 거라니까!”
“그건 안 돼!”
“맞아. 당연히 안 되고말고. 어 디서 막 떠나려고 해!?”
수이니는 친구들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럼 각오해. 다들 죽이고 갈 거니까!”
리젤과 쇼타를 제외한 연우와 일행은 평양냉면을 세 그릇씩 해 치우고 농장으로 향했다.
도착은 금방이었고 풀 냄새를 좋아하는 이자젤은 잔디가 나오자 마자 드러누웠다.
“으아! 좋아아! 너무 좋아!”
“역시 집이 최고지?”
컹컹!
“연우 님! 이자젤 님!”
멀리서 두 강아지와 그 위에 탄 삼미호가 달려왔다.
요섭과 바벨도 어떻게 안 건지 밖으로 나왔고 필리아와 헤르메 스, 천인종과 용마 족 아이델까지 모두 마중을 나왔다.
식구들을 보니 진짜 집으로 돌 아온 기분이었다.
“앗. 차거.”
연우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작은 눈송이. 차가운 얼음 결정 체가 내리고 있었다.
드문드문 내리던 눈은 점점 커 지며 빽빽해졌다.
므깃도의 농장에 겨울이 왔고 수이니는 떠났다.
그들은 몰랐다. 수이니가 빠른 시기에 엄청난 일거리와 함께 돌 아올 거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