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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편_ 현실판 대륙급 전쟁 이벤트(2) (106/207)

제121편_ 현실판 대륙급 전쟁 이벤트(2)

그 시각, 므깃도 농장.

한동안 손님은 없었다. 수이니 는 새로 온 필리아와 함께 주방을 정리하고 서로 요리 실력을 뽐내 기도 했다.

원래 엘프와 드래곤은 그다지 친한 관계가 아니었지만, 수이니 나 필리아는 평범한 축에 속하는 존재가 아니었기에 아무런 장벽이 되지 못했다.

그날도 둘은 서로의 요리를 봐 주고 있었다.

“이걸 12시간이나 끓여 내야 하 는 거예요?”

“네, 불 조절이 중요하고 밑에 가라앉은 뼈가 타지 않게 계속 저 어 줘야 하죠.”

수이니는 그렇게 말하면서 불의 정령과 물의 정령을 사용하고 있 었다. 수준은 낮지만, 하급 정령 을 사용할 정도는 된다.

“…… 그거 참 손이 많이 가는 거 같긴 한데.”

보기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 다.

필리아는 수이니의 육수를 한참 보다가 고개를 홱 돌렸다.

멀리서 무언가 섬뜩한 감각이 뒤통수를 덮쳤기 때문이다.

“이, 이건?”

“응? 연운가 본대? 뭐야! 나 빼 놓고 제대로 놀고 있잖아!”

필리아는 수이니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방금 그 파동은 드래곤인 필리아의 감각으로도 도 망쳐야 한다고 소리친다.

해츨링이지만 재능이 출중한 필 리아마저도 말이다.

그런데 이 앞에 엘프는 당장 가 야 한다고 한다.

“잠깐 다녀올게요. 육수는 알아 서 끓을 테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요!”

수이니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사라졌다.

“…… 도, 도대체 뭐지? 여긴 어 디인 거지?”

필리아는 상태 이상 ‘혼란’에 걸 렸다. 이 농장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이들은 무조건 한 번씩은 겪 는 현상이었다.

그 기운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 낀 건 당연하게도 악의의 대륙 안 을 탐사하는 이진철과 각 단체였 다.

“협회장님.”

최민아가 떨리는 목소리를 이진 철을 불렀다. 하지만 이진철은 따 로 대답할 여유도 없었다.

바로 저 앞이다.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끝이 보 이지 않는 탑. 지평선 끝에 곧게 솟았다. 왜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 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곳의 모든 건 비상식적이었으 니까.

“…… 저건 도대체.”

사고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다.

탑에서 느껴지는 무형의 기운. 아지랑이와 같은 어마어마한 기세 가 이 땅 전체를 덮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일정 거리를 두면 움직이지 않 았던 주변의 모든 몬스터가 발광 하기 시작했다.

왼쪽 늪에 있던 ‘절망 중독증’이 라는 가스를 뿌리는 검은 공들. 늪 뒤에 높게 솟은 검은 숲에서 붉은 수배 개의 눈을 빛내는 ‘불 사 전염병’을 퍼뜨리는 뼈만 남은 까마귀.

오른쪽 땅에 기다랗게 박힌 수 천 개의 막대기는 인간 형상의 인 형을 흔들며 먹잇감을 낚는 ‘환상 의 인간 낚시꾼’까지.

“전원 전투 준비. 뒤로 무르며 방어 태세를 갖춘다!”

이진철은 빠르게 소리쳤다.

저 앞에서 무언가 일어난다. 하 지만 이진철이나 평범한(?) 인간 이 범접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어렵지 않게 깨닫는다.

“지금부터 저들의 침입을 절대 로 허용하지 않는다! 소모품도 아 끼지 말고 다 쓴다!”

날카로운 본능이 외친다.

이번만 버티라고. 그럼 된다고. 어려운 건 넘어갈 수 있고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말이다.

사방에서 재앙들이 몰려왔다. 절망 중독증에 빠진 이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증에 빠 져 결국 자살할 정도의 강력한 저 주다.

하지만 이곳에 온 사용자들은 이런 역경을 밟고 올라온 이들이 다.

번개가 난무하고 실드와 마법들 이 날아다닌다. 육체 계열과 보조 계열의 조합으로 적을 철저하게 부순다.

끼야아악!

불사 전염병을 지닌 까마귀들.

불사, 말은 좋다. 하지만 저렇 게 뼈만 남게 된다는 게 문제다. 이성이 사라지고 하나의 좀비가 되는 것이다.

저것들한테 동료 셋을 잃었다.

“죽어라!”

스적!

콰과과광!

자르고 태우고 폭발시킨다. 저 까마귀들도 불사지만 재로 변해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검은 연기의 오염? 몬스터의 침? 공기 오염이나 접촉 오염도 버텼다. 이 정도 까마귀한테 물릴 일은 없다.

더 무서운 건 저 인간 낚시꾼이 다.

환상에 가득 차 혼란을 준다.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가장 괴로운 기억 을 증폭해 정신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이곳까지 온 이들은.

희생한 동료를 버리고 싸워 이 겨 온 사용자들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관절이 부들부들 떨려도 버텼다.

그렇지 않으면 또 소중한 동료 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 였다.

쿠우우웅.

화악!

탑을 중심으로 터진 거대한 파 동.

모래 폭풍을 이끌고 대륙 전체 를 쓸고 지나갔다.

저 멀리 번쩍이는 빛과 어디선 가 나타난 몬스터. 아니, 괴물들 이 하늘과 땅을 잡아먹을 듯 싸우 기 시작했다.

그 기세에 주변에 모든 몬스터 가 허겁지겁 도망간다.

이진철 협회장은 그 모습을 보 다가 함께 도망치는 걸 택했다. 이곳에 있으면 생존을 확신할 수 가 없었다.

저건 차원 자체가 다른 전투였 다.

사실 연우는 꽤 오랜 시간이 필 요할 거라 생각했다.

엔진을 만들어 육체 중심에 심 고 정신에 연결하는 것. 육체를 강화하는 건 어렵지 않다. 연우의 흑마법과 건설 스킬. 그리고 헤맨 과 이자젤의 마법 실력.

반나절이면 가능했다.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던 건 악 의의 대륙 중심 어딘가에 있을 적 을 찾기 힘들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적이 먼저 찾아왔다.

아니,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악의의 대륙 의 병력과 함께 말이다.

쿠으으응.

악의의 대륙. 그 밖인 검은 땅 에 있던 연우와 일행들은 그 파동 을 선명하게 느꼈다.

“역시 사자였어.”

이미 준비는 마쳤다. 이제 가서 썰어 버리면 된다.

연우, 이자젤, 후름, 리젤까지 입구로 바로 들어갔다.

역시나 적은 사자였고 에잇 클 래스 마스터급이었다.

거기에 검은 악의를 풀풀 뿌리 는 강력한 버프에 적셔 있었다. 게다가 사자는 원래 신격을 가진 존재가 아닌가. 당연히 쉬울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사자를 만났을 때 연우 는 기뻤다.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는 적. 연우를 흥분시키고 흠뻑 땀에 젖 게 해 줄 수 있는 적이었기 때문 이다. 게다가 지구도 아니고 없어 져도 상관없는 대륙이다.

이렇게 마음껏 싸울 수 있을 때 가 또 있을까.

게다가 사자도 혼자가 아니었 다.

악의의 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보스급 몬스터를 끌어온 듯, 수백 의 보스급과 수만의 중간 보스급 이 하나같이 진한 검은 기운을 뿜 고 있었다.

하지만 병력이라면 연우는 절대 로 꿇리지 않는다.

“가라, 내 악의들이여.”

네 개의 그림이 빛을 뿜으며 터 져 나갔다.

아무렇게나 강화한 게 아니다.

쾌락의 하이엘프 헬리언에겐 이 토석에 ‘범위 지배’ 마법진을 새겨 반경 3km의 모든 중립 악의를 자

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을 부여하며 쓰리 클래스 최상급까지 올랐다.

절망의 잭 오 랜턴은 정신을 무 너뜨리고 강력한 공격력으로 상대 를 압살하는 디버프형 딜러. 화염 속성을 증폭해 보자는 생각으로 화염룡의 비늘을 조금 떼어 붙여 방어력을 보충하고, 지저 세계 2 계층에 존재하는 염화석과 이토석 올 섞어 에이션트급 드래곤의 브 레스를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덕에 포 클래스까지 큰 한 방을 먹일 수 있는 공격력을 얻게 됐다.

배척의 케로베로스는 리젤과 꽤 상성이 좋아서 탑승형으로 개조하 고 화염 속성석과 속성 저장석에 저장된 악의를 융합, 얼티밋급 엔 진을 만들어 부착했다.

리젤은 투 클래스 마스터, 케로 베로스는 쓰리 클래스 초입에 들 며 강력한 한 쌍이 됐다.

가장 문제는 식탐의 하피.

탱커로는 좋지만, 역시나 너무 징그러웠다. 냄새도 얼마나 심한 지 십 분에 한 번 꼴로 트림하는 데 코가 썩어 들어갈 것 같았다.

가히 전설급 독 속성이었다.

연우는 그것에서 힌트를 얻어 대규모 살상 생체 화학무기를 만 들기로 했다. 물론, 이건 최후의 수단으로 일단 그림으로 소장하기 로 했다.

대망의 파괴의 에이션트 드래곤 트리니티.

운이 좋았다. 사실 드래곤 육체 가 다른 생명체에 비해 단단하다 고 해도 이미 성장을 마친 에이션 트인 데다가 악의로 가득 차 한계 상태로 보였다.

하지만 화염룡 이그니스와 요르 문간드를 만든 경험이 있는 연우 는 하이엔드급 마력석을 사용하고 불가살이를 샅샅이 찾아 갈라서 이토석을 끌어모아 초대형 ‘이토 엔진’을 만들었다.

높이만 10m가 넘는 3차원 입 체 구형 엔진.

악의 증폭률만 10배가 넘어가 고 순간 출력은 그에 100배까지 폭발시킬 수 있는 헤맨과 이자젤 의 최고 난이도 마법의 집합체.

포 클래스 마스터급이었던 트리 니티는 파이브 클래스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쿠으으응!

콰아아아아! 번쩍!

대기가 타 진공이 되고, 땅에 구멍이 뚫리며, 산이 사라지고, 진동이 대륙 전체로 퍼진다.

물론, 그게 끝이 아니다.

“나와라, 요르문간드. 화염툥. 백호!”

므깃도의 문이 열렸다.

적은 강하다. 하나하나 본다면 아군이 강했지만, 적의 수가 너무 많았기에 므깃도까지 연 거다.

헤맨이 가장 먼저 나왔고 화염 룡과 백호. 그리고 그의 부하들까 지 수백 마리가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한창 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이자젤과 후름을 넘어 적군 사이로 파고들었다.

가장 나중에 나온 게 요르문간 드의 머리였다.

몸이 워낙 길기에 초대륙급. 대 륙을 넘어서는 크기가 아니라면 이렇게 머리만 내밀어 싸운다.

쿠아아아앙!

요르문간드의 입에서 회색 혼돈 의 힘이 발사됐다.

백호나 화염룡의 부하들이야 워 낙 익숙해서 금방 피했다. 하지만 적은 아니었다.

이게 뭐지? 싶을 때, 소멸과 포 식의 힘이 코앞까지 닥친다. 정말 빨라서 피하려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범위에 휘말린다.

“오랜만이야. 이런 거.”

이자젤이 새빨간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그러게, 나도 오랜만에 흥분되 네.”

후름도 마찬가지였다.

아스가르드에서 농장 일 아니면 전쟁이었다. 수인 족이나 뒷산에 생겼던 블랙 와이번 게이트 같은 자잘한 전투? 그건 몸풀기지 전쟁 이라는 이름도 붙이지 않았다.

이 정도는 돼야 전쟁이라고 하 는 거고. 아스가르드에서 이런 건 일상이었다.

번쩍. 쿠우웅.

쏴아아악! 콰아아앙!

사방에서 빛이 터지며 땅이 사 라지고 폭음이 들리곤 수백 개체 의 몬스터가 사라진다. 하지만 그 들은 평온하다.

“내가 왜 쇼핑에 빠진 줄 알았 어!”

이자젤의 외침에 연우가 물었 다.

“왜?”

“난 향수병이었던 거야. 이 짜 릿함을 즐기지 못해서 대체할 걸 찾았던 거지.”

“…… 그러시겠지.”

“뭔가 집에 온 포근함이다.”

이자젤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정말 좋다는 표현이다.

그때 앞으로 날아온 거대한 괴 물이 입을 벌리며 이자젤에게 머 리를 들이밀었다.

콰직. 파삭.

이자젤의 손짓에 두개골이 깨지 고 한 줌의 재로 화했다. 이럴 땐 이자젤을 건들면 안 된다. 연우는 너무나 잘 알기에 가만히 있었던 것.

“흥. 나의 기쁨을 방해하다니!”

이자젤과 후름이 동시에 앞으로 돌진했다.

이럴 때 보면 이자젤이 왜 투 클래스 최상급에 머물러 있는 것 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미 전투력만 봐도 쓰리 클래스 최상 급이다.

후름을 보면 조금 이해할 수도 있었다.

진작에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 오를 수 있었음에도 더 좋은 스킬 을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으니 까.

그 덕에 일반적인 쓰리 클래스 마스터보다 몇 단계는 강한 힘을 가지게 되긴 했다.

“후, 이제 내 차롄가.”

멀리 사자가 보였다.

그도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 히 이쪽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분명 연우를 보고 있는 거다.

연우는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핑.

한 줄기 빛으로 쏘아졌다.

멀리 있던 사자도 마찬가지였 다. 마치 누가 더 강한지 재 보자 는 듯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쿠우우으으응.

순간, 둘의 격돌 지점을 중심으 로 말도 안 되는 파동이 주변을 휩쓸며 투 클래스 마스터급 이하 의 모든 생명체가 흔적도 없이 소 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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