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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편_ 현실판 대륙급 전쟁 (105/207)

제120편_ 현실판 대륙급 전쟁

이벤트(1)

타닥타닥.

마른 장작이 모여 타오른다. 빨 간 불빛 위로 불덩이가 올라가다 사라졌다.

오랜만에 모닥불을 만들었다.

돼지 통바비큐를 하기 위해서 다. 두툼한 둥심살을 길고 넓게 썰어 안쪽에 각종 향신료를 넣고 그대로 굽는 요리. 비계에 칼집을 자잘하게 내주는 게 중요하다.

고소한 냄새가 결계 안을 가득 채웠다.

게헨나르로 감싸진 공터. 상점 수레와 푸드 수레까지. 한쪽엔 막 사도 있고 밖으론 검은 기운과 몬 스터가 움직인다.

이곳도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 나왔다.”

이자젤과 후름. 그리고 쇼타가 입구를 바라봤다.

연우와 리젤이었다.

“우와. 오늘 통바비큐야?”

“응! 내가 했지롱!”

연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자젤이다. 요리는 정말 못하 지만 저건 어려울 게 없다. 게다 가 옆에 쇼타가 있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타이밍이 좋네.”

연우는 옆으로 와 자리를 잡았 다. 이미 술까지 준비된 상태였다.

“여긴 참 좋은 곳인 것 같습니 다.”

쇼타가 그렇게 말했다. 말수가 없었는데 그래도 조금 친해진 것 같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원래 이 렇게 목소리 톤이 높았나……?

“재료는 물론이고! 이런 배려까 지! 제가 요리하지 않도록 이자젤 씨가 직접 요리했습니다. 감동입 니다. 감동이에요.”

원래 사람이란 게 처음 이미지 가 익숙해지면 원래의 모습이 나 와도 어색한 법이다.

“크으. 드디어 제가 누울 곳을 찾은 것 같습니다.”

“누워요?”

“관이요. 제 무덤이 될 곳 같네 요!”

왜 혼자 감동하고 눈물을 찔끔 흘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중요 한 건 쇼타는 앞으로 주방에만 있 을 거라는 사실이다.

‘바벨하고 붙여 놓으면 볼 만하 겠어.’

“하여튼. 고기 먼저 먹자.”

연우의 말에 이자젤이 마법으로 통바비큐를 끌어내려 썰기 시작했 다. 뜨겁게 김이 올라오는 비계는 바싹 익었고 속은 촉촉하게 익었 다. 안에 가득 찬 향신료는 너무 강하지 않고 은은한 담백함을 선 사했다.

잘 썰어진 고기가 각자 접시에 담겼다.

연우는 젓가락으로 하나를 쏙 집었다.

“역시.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 어.”

바삭한 비계와 육즙이 폭발하는 살코기. 향긋한 향신료는 비린 맛 을 완전히 잡아 준다.

연우는 소주를 먹으려다 이자젤 을 바라봤다.

“그래도 일본 왔으니까 사케 어

때.”

“사케는 별론데.”

사실 많이 마셔 보지도 않았다.

몇 번인가 도전해 보고 포기했 다. 너무 부드럽고 잘 취하지도 않으며 음료수 같아서였다.

“이건 다를걸?”

이자젤이 따라 준 사케가 담긴 잔의 향기를 맡았다.

진한 나무 향이다. 달지 않고 시원한 느낌. 맛을 살짝 봤다. 그 러자 부드럽다기보단 마르고 단단 한. 그리고 약간은 거친 느낌이 났다.

“오오. 이거 괜찮다. 이름이…… 0KE09? 좋네.”

이외에도 몇 가지를 마셔 봤지 만, 처음 마셨던 게 가장 괜찮았 다.

“그래도 난 소주야.”

사케는 많이 마실 게 못 된다.

물론, 취향 차이이긴 하다. 특 히 알코올 냄새를 싫어하는 사람 이라면 먹는 것도 모르게 쭉쭉 들 어가다 취할 거다.

하지만 연우는 소주의 알싸한 느낌이 좋다.

“그건 그렇고 안은 어땠어?”

역시 먹는 게 먼저고 일은 나중 이다.

“ 괜찮았어.”

연우는 모았던 그림을 꺼냈다.

쾌락의 하이엘프 헬리언, 절망 의 잭 오 랜턴, 배척의 케로베로 스, 식탐의 하피. 그리고 마지막 파괴의 에이션트 드래곤.

“이야. 괜찮네. 이것들은 투 클 래스 마스터 중급에서 최상급 정 도.”

“에이션트라…… 그런데 생각보

다 작은 거 같은데?”

후름이 그렇게 물었다.

그럴 만했다. 아스가르드의 에 이션트와 그라니아의 에이션트는 기준이 다르니까.

“여긴 5,000년이면 에이션트 된 다는 거 같은데? 쓰리 클래스 마 스터에서 포 클래스 마스터 정도 로.”

“그래도 쓸 만하긴 하겠네.”

약간의 이상한 대화였다.

이자젤과 후름은 투 클래스 마 스터 최상급. 물론, 웬만한 쓰리 클래스 마스터도 찜 쪄 먹을 능력 과 장비로 무장하고 있지만, 포 클래스와 대적하진 못한다.

하지만 둘 중에 혼자만 싸웠을 경우다.

예전에 한창 대륙급 전쟁을 했 을 땐 엘프 둘이나 셋이서 에이션 트급 드래곤을 잡고 연우의 요르 문간드나 화염룡 이그니스가 로드 급 드래곤이나 마왕을 잡았다.

그리고 연우가 메인 보스를 상 대하는 포지션으로 움직였다.

게다가 아스가르드의 드래곤들 은 보통 쓰리 클래스 마스터나 포 클래스 마스터로 볼 수도 없다. 드래곤 주제에 장비를 덕지덕지 바르고 ‘신의 가호’, ‘지옥의 저 주’, ‘악마의 정령’ 등등.

별의별 버프를 붙여 중간 보스 급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이것도 역시나 오래된 게임에서 흔하게 나오는 폐해였다. 덕분에 연우나 일행들의 무력도 덩달아 상승하긴 했지만 말이다.

“거기에 악의가 섞였으니까.”

그 말에 이자젤이나 후름도 이 해하는 얼굴이었다. 그럼 쓸 만함 을 넘어선다.

악의라는 걸 직접 겪었다.

여러 가호나 저주를 가진 드래 곤을 상대해 봤을 때, 이 악의는 그런 가호들에서도 최상급에 드는 버프였다.

“그리고 이 안에서 사자의 신분 증이라는 게 반응을 하더라고. 그 때 말했지? 사자라는 무지막지한 놈이 있었다고……

연우는 안에서 있었던 일과 엘 프와 이야기했던 내용을 설명했 다.

“어쨌든 가장 깊숙이 있는 놈이 랑 싸워야 한다는 거네.”

“…… 음. 그렇지?”

여명이면 접수하고 사자면 죽인 다.

둘 다일 확률이 높았다.

연우는 안에서 얻은 이토석이라 는 걸 보여 줬다. 그 외에도 여러 재료가 있었고 이자젤의 눈이 빛 났다.

“오, 이걸로 심장. 그러니까 네 가 말하는 엔진을 만들겠다는 거 지?”

“그렇지. 우리 예전에 많이 했 던 거.”

이종교배도 괜찮은 개체를 만들 기에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

처럼 회귀한 몬스터가 한 마리만 있는 경우는 그대로 강화할 수밖 에 없다.

“오늘은 먹고 마시고. 내일 아 침부터 해 보자.”

“그래, 좋지.”

원래 맛있는 걸 먹을 때는 멈춰 선 안 된다. 취할 때까지 먹고 푹 자면 피로가 싹 풀린다.

물론, 사용자의 힘을 얻은 덕분 이지만 말이다.

“뭐, 뭐야? 도대체 어딜 간 거 야?”

사자, 훔. 오염된 땅. 악의의 대 륙의 주인이자 시작점인 사자 ‘훔’ 은 어리둥절했다.

분명 이상한 인간이 들어와 이 곳저곳을 쑤셔 놓는 바람에 잠에 서 깼고 대충 필드에 있는 중간급 보스들이 죽어서 에이션트 드래곤 인 트리니티를 출격시켰다.

빠르게 정리하고 조금 더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리니티가 갑자기 사라 졌다. 그 이상한 인간도 사라지긴 했다.

“같이 죽기라도 했다는 거야?”

당연히 그럴 리 없다.

그라니아 대륙에서도 최상급에 드는 개체. 거기에 파괴라는 최상 급 악의를 붙였다. 당연히 웬만한 드래곤은 물론이고 일전에 봤던 ‘옅은 어둠의 마신’이라는 사자하 고 붙여도 막상막하의 수준을 이 를 정도다.

그런데 그런 녀석이?

그때 섬뜩함이 등줄기를 훑었 다.

이번에 사자 셋이 죽었다는 걸 전해 들었다.

일반적으로 빛이 없는 어둠이 깔린 사자라면 그런 사실조차 몰 라야 한다.

하지만 특수한 상황으로 희미한 빛까지 해금됐고 특별 임무를 수 행하기 위해 ‘악의’라는 바이러스 까지 가진 상태이기에, 자신이 사 자인 걸 인식하고 이름까지 기억 할 수 있다.

거기에 최상위 차원의 차원 관 리 종족인 ‘아리움’의 명령을 직접 받기도 한다.

“설마 그 오류. 아니, 그 ‘이상 (以上) 무력’을 가진 강자인가?”

그럴 수 있다.

이 대륙급 던전이 그라니아 대 륙에서 온 이유도 그를 잡기 위해 서였고 악의라는 바이러스와 희미 한 빛까지 해금한 것도 그 이유 다.

그리고 만약의 사태엔 ‘밝은 빛’ 이라는 신급의 힘을 해금할 수 있 도록 전언을 받은 상태다.

“후…… 이거 준비를 해야겠는 데?”

임무는 수행해야겠고 적은 강하 다.

이대로 죽으면 죽도 밥도 안 되 는 거다. 어차피 사자야 죽어도 원래 차원에서 다시 깨어나지만, 사자의 신분증을 다시 얻는 건 결 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대로 일이 풀리질 않네. 이대로만 갔어도 리셋은 어렵지 않은 건데.”

이 정도의 거대한 암 덩어리를 지구에 붙여 놨으니 서서히 잠식 해 들어갔어야 맞다.

“그 녀석만 없애면 될 거야. 그 럼 리셋은 시작되고 난 승진하는 거지. 보너스도 두둑하게 받고. 운이 좋으면 이 차원을 대표해서 경합에 나갈 수도 있는 거고.”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사자 셋 이 죽어 실패한 리셋을 홀로 성공 한다. 바이러스를 사용하기 위해 여명 하나를 가동 중이지만, 어차 피 예비 여명도 하나 있다.

이참에 바이러스를 폭발시켜 한 번에 밀어 버려야겠다.

빠르고 정확하게. 훔은 그렇게 자신의 계획에 만족하며 실실 웃 었다.

연우는 일어나자마자 쇼타가 만 들어 준 오믈렛을 먹었다. 환상적 인 부드러움과 달짝지근한 간은 부담 없는 조식이었다.

“이 이토석이라는 게 상당히 괜 찮네. 악의에 너무 반응이 좋아.”

“악의만 증폭한다고 되는 게 아 니야. 육체가 버티질 못하면 답이 없지.”

“그렇지. 그때 화염룡 이그니스 를 만들 때 팔다리가 터졌잖아. 연우 너 때문에. 흐흐.”

이자젤이 손에 마법진을 만들어 띄우면서 말했다.

한쪽엔 후름이 대작을 한번 만 들어 보겠다고 집중하고 있었는 데, 기대는 안 됐다.

“화염룡. 원래 해츨링이잖아. 그 때야 드래곤이 그 정도는 버틸 줄 알았지.”

“아무리 그래도 너무했지. 최상 급 마력석 다섯 개랑 태양의 신 솔(Sol)의 파편을 집어넣었을 때 내가 말렸지! 근데 거기에 약점을 없애겠다며 바다의 신 도리스의 왕관을 왜 넣어?”

“에이, 그게 신이었나. 말이 신 이지, 그냥 두 개 클래스를 10단 계 넘어선 신 흉내나 내는 가짜였 지.”

아스가르드엔 신이라는 존재가 없다. 아니, 신이라는 이름을 사 용하는 가짜들만 가득한 거다.

“흥. 하여튼 이번엔 제대로 하 자. 못해도 다른 중간 보스급을 트리니티? 그 정도까지는 만들고 트리니티는 화염룡이나 요르문간 드까지는 만들어야지.”

“그렇긴 홍fl. 이 정도 재료가 있 는데 그걸 못하면 나가 죽어야 지.”

몬스터를 업그레이드하는 방법 이야 많다.

하지만 얼마나 올리고 적당히 조절하느냐. 어떤 속성을 강화하 고 어떤 속성을 줄이느냐. 또 어 떤 버프로 시너지를 만들어 하나 의 ‘역사’를 만드느냐에 따라 개체 의 강함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화산섬의 지배자인 화염룡 이그 니스의 경우 원래 투 클래스 마스 터의 작은 해츨링이었다.

그대로 컸다면 성룡에 들면서 쓰리 클래스 마스터가 됐을 거고 에이션트가 되어도 포 클래스가 될지는 미지수. 그 시간은 게임 설정상으로 5,000년인 거다. 하지 만 연우의 손에 들어가서 몇 달 만에 각종 마법과 시술. 심장에 강력한 엔진을 박아 넣어 해츨링 임에도 포 클래스에 들었다.

“일단 심장을 만들자.”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출력이

각종 부속품이 아무리 좋아서 그걸 움직일 동력이 부족하면 아 무것도 안 되는 것.

“이토석에 최상급 마력석 세 개 를 부착하고 속성석을 넣을 소켓 을 세 개 정도 만드는 거야.”

이자젤의 말에 연우는 끄덕였 다. 엔진을 만드는 가장 흔한 방 법이다. 극적이지는 않지만 가장 무난하다.

“육체 강화는?”

“물리는 엔트 족의 껍질을 사용 하고 마법 쪽은 내가 마법진을 떡

칠하지.”

“트리니티 드래곤은 엔트 족 껍 질로 감당할 수 없을 텐데?”

그러기엔 너무 크다.

엔트 족의 껍질이 많긴 하지만 거기에 다 쓰기엔 아깝다.

“음, 그럼 아다만티움이랑 엔트 족 껍질로 자동 방어 시스템을 만 드는 건 어때. 그 위로 마법 저항 마법진을 음각으로 새겨서 악의를 흐르게 하자.”

“오호. 괜찮은 생각이다. 마법 저항하고 물리 저항을 동시에 올 리겠네. 한 조각으로 수백 미터를 감당하니, 범위도 충분할 거고.”

“그렇지!”

“엔진. 그 심장도 뭔가 더 필요 해. 이토석이 펌프 중앙 역할을 한다고 해도 최상급 마력석만으론 악의를 대체할 수 없어. 오히려 속성 저장석을 사용해서 악의를 끌어모으자.”

연우와 이자젤은 계속 의견을 주고받았고 대략적인 설계를 끝내 고서야 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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