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118편_ 악의의 대륙(3) (103/207)

제118편_ 악의의 대륙(3)

그들은 악의의 대륙으로 들어갔 다.

“후름, 그림은 완성됐어?”

연우는 빵모자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후름 옆으로 다가가 묻다 가 멈칫했다. 그의 옆엔 졸라맨과 무엇인지 모를 낙서들이 액자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응, 이제 이거 그리면 30개째 야.”

“…… 이거 명작 맞지?”

“그럼! 날 뭐로 보고.”

연우는 눈을 한 번 비볐다. 시 력이 어떻게 된 건가? 붓을 놀리 는 후름의 손끝에선 이상한 고구 마 하나에 검은 머리털…… 그리 고 눈썹이 없다?

“이거 설마 모나리자야?”

“오, 역시 보는 눈이 있는데?”

연우는 퀄리티는 포기하기로 했 다. 어차피 명작이라는 등급만 나 오면 된다. 오염된 몬스터를 가둘 수 있는 건 딱 그 정도고, 봉인하 면 그림은 바뀌니까.

‘마력 조합하고 정령력으로 명 작이라니, 그림만 잘 그리면 대작 은 나오겠는데.’

연우는 ‘악의의 대륙’이라고 이 름 붙여진 절벽 틈 사이의 입구를 바라봤다.

슬슬 들어가야 한다. 가서 몬스 터도 수집하고 어떤 곳인지 알아 봐야 한다. 잘하면 안에서 굉장한 걸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설렘도 있었다.

“이자젤은 여기 좀 지켜 주고, 후름은 그림…… 을 더 부탁할게.”

“좋지!”

후름은 오랜만에 그림을 잔뜩 그려서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자 젤은 마법 수레에 채울 스크롤과 장신구를 만들고 있었다.

“리젤 따라와.”

“ 알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리젤을 데려온 이 후로 따로 챙겨 준 것도 없고 깊 은 대화를 해 본 적도 없었다.

이번 기회에 친해져 보기로 했 다.

“잘 다녀와! 오늘 안으론 오 나?”

“아마? 저녁 전엔 돌아올게.”

연우는 그대로 절벽 사이로 고 개를 디밀었다.

거대한 평야였다.

숲보단 나을 거라 생각했다. 그 래도 시야는 뚫려 있으니까. 하지 만 그게 아니었다. 저 멀리 지평 선이 보이는데 바로 눈앞에서 튀 어나오는 적은 매복보다 더 무서 웠다.

크와아아앙!

바닥에서 솟은 검은 가시는 정 면에 버티고 있는 식욕의 오우거 의 가슴을 그대로 꿰뚫었다.

“민아!”

파지직. 콰과과과광!

정화의 불사조를 등에 업은 최 민아의 번개였다. 노란 번개가 파 란색으로 물들었는데, 악의를 가 진 오염된 괴물들에 한해 세 배는 강력한 힘을 낸다.

파삭, 가시는 재로 화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퓨슉.

파바박!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수십 개 의 가시가 다시 떨어진다. 방어술 사의 실드와 마법사의 실드로 막 고 궤도를 튼다.

엄청난 반응속도였다.

그리고 육체 계열 사용자들은 더 빨랐다.

가시가 실드에 닿기도 전에 돌 아가서 가시의 등을 친다.

콰아앙!

하지만 간단히 부서지지 않는 다.

이진철의 팀은 정화의 불사조 한 마리, 보통 불사조 한 마리. 그리고 오우거 다섯 마리와 정찰 조 그레이트 울프 세 마리다.

오우거는 이미 세 마리가 죽었 고 그레이트 울프는 몰살됐다.

“후우. 파이어 버스터!”

이진철의 입에서 강력한 화염 마법이 터진다. 이진철은 보통 불 사조를 업고 있었고, 평소보다 세 배는 강력한 파괴력이 뿜어졌다. 하지만 정화의 불사조처럼 적의 악의를 쉽게 뚫지는 못했다.

강하다.

다이센오키. 검은 땅에 비해서 이 악의의 대륙은 수배는 강했다. 지옥이라던 아프리카는 명함도 내 밀지 못하는 곳이다.

멀리 검은 하늘을 바라봤다.

이렇게 드넓은 곳에서 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얻을 수 있을까?

“불가능해.”

절망이 드리운다.

이진철은 가시가 더 나오지 않 는 걸 확인하고 마법으로 땅속에 있던 불가살이(不可殺伊)를 꺼냈 다. 10m 정도의 길이를 가진 몬 스터에서 가시가 나왔던 거다.

이진철을 민아를 바라봤다.

민아는 끄덕이더니 정화의 불사 조로 불가살이를 덮었다.

그러자 검은 피부가 하얗게 돌 아왔다.

동시에 2m가 넘는 거검을 가진 사용자가 불가살이의 머리를 헤집 었다.

“하나 있습니다.”

그의 손에 들린 건 황금빛으로 물든 금속이었다.

“희망은 없어도 얻는 건 있군.”

확인해 보지 못해서 정확히 어 떤 물건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 다만티움으로 만든 검보다 강한 강도와 경도를 가진 건 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모든 몬스터 사체에서 부산물이 나온다. 정화의 불로 정화하지 못 하면 끔찍할 정도로 더러운 기운 의 원천일 뿐이지만, 정화하면 대 단한 물건으로 바뀐다.

이런 불가살이에는 한없이 단단 한 금속이, 어떤 몬스터에는 꺼지 지 않는 불덩이, 재생하는 금속, 마력의 힘을 품은 보석이, 강력한 무기 자체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힘든 만큼 더 좋은 게 나온다 는 거지.”

게다가 이곳에서 살아남은 팀원 은 점점 강해진다. 악의에 저항하 기 때문인지 처절한 전투에 적응 된 건지. 경지는 빠르게 오르고 전투 감각은 한없이 날카로워진 다.

“가자.”

이진철은 다시 전진했다.

이번에도 다른 팀들과는 다른 곳으로 간다. 지도를 완성해야 하 고 안전한 지대를 찾아야 한다.

후욱.

이진철은 갑자기 불어오는 뜨거 운 바람에 눈을 감았다.

동시에.

핑.

찌릿한 예기가 쏟아졌고 감각에 의존에 고개를 틀었다.

푹.

뜬눈엔 2m의 가시가 바닥에 꽂 힌 게 보였다.

“모두 전투 준비!”

최민아가 먼저 외쳤다.

정면엔 하체는 인간이고 상체는 녹아 버린 크라켄처럼 생긴 녀석 이 검은 연기를 뿜고 있었고, 자 신의 머리를 철퇴로 쓰는 거대한 듀라한이 있었다.

한두 마리도 아니었다.

수백 마리. 갑자기 어디서 나왔 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파지직. 우우웅. 우우웅.

이미 공격과 방어를 시작한 후 였다.

안으로 들어온 연우와 리젤은 유유자적 구경하고 있었다. 요드 는 아공간에 넣어 놨다. 이놈을 보면 다 도망가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특이한 놈들이 많은 데?”

“그러게요. 앗! 여기 불가살이 있어요!”

“으차-

연우는 놓치지 않고 보이지 않 는 손으로 꺼냈다.

“이야. 토실토실한 게 실하구 만.”

연우는 정화의 불사조를 꺼내 산 채로 정화했다. 어차피 그래도 죽는 건 매한가지다.

그러곤 머리를 갈라 금속을 꺼 냈다.

[이토석 (전설)]

설명 : 욕심의 불가살이의 몸속 에서 제련된 순수한 금속의 결정 체. 가장 큰 강점은 ‘악의’의 전도 율이 99.9%에 달한다는 것이다.

처음엔 이걸 어디에 쓸까 고민 을 많이 했다.

강도와 경도도 아다만티움보다 는 강했지만, 만년한철이나 엔트 족의 껍질보다는 약했다. 그렇다 고 악의의 전도율? 그걸 사용할 곳이 있을까?

그러다가 생각난 게 이자젤이 길들인 오염된 몬스터였다.

‘엔진. 강력한 심장을 하나 이 식하면 얼마나 강해질까.’

실험이 필요하긴 했다.

“연우 님! 저기에 처음 보는 놈 이 있습니다!”

하나의 눈을 가진 사이클롭스였 다. 고통이라는 악의에 오염된 것 인지 피부는 붉게 뒤집혔고 모든 관절엔 기다란 못이 박혀 있었다.

한쪽 다리는 뼈만 남아 손에 든 기다란 삼지창을 지팡이 삼고 서 있었다.

“제가 먼저 가 보겠습니다.”

리젤이 그렇게 말하곤 앞으로 튀어 나갔다.

사방에서 검은 연기가 연우와 리젤에게 어떻게든 닿아 보려고 했지만, 그 정도에 당할 이들이 아니었다.

연우는 신격으로, 리젤은 처음 엔 어려워했지만 이제는 마기로 잘 틀어막았다.

쿠아아앙.

사이클롭스가 리젤의 낫을 삼지 창으로 막았다.

동시에 몸 전체에서 피가 터졌 다. 이젠 고통이 쾌락으로 오는 듯, 사이클롭스는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공격했다.

끼야아아아!

콰아앙!

“흠, 너무 못생겼는데.”

그림으로 수집할까 고민하는 거 다. 그림은 그리 많지 않고 이 악 의의 대륙은 넓었다. 리젤과 맞먹 는 힘을 가진 것 보니까 꽤 강한 것 같기는 했다.

연우가 수집하는 기준은 세 가 지다.

첫 번째는 생김새. 역시 그림으 로 수집하는 만큼 멋이 있어야 한 다.

두 번째는 강함. 몬스터의 강함 에 따라 희귀성이 있는 건 당연한 거다. 나중에 쓸모도 많았다.

세 번째는 회귀성 그 자체. 잡 몬스터는 흔하니 수집할 필요가 없다. 강할수록 회귀한 것도 맞지 만, 강함과는 상관없이 수집할 가 치가 있는 것도 많다.

“이건 넘어가자.”

연우는 그렇게 말하곤 리젤에게 정화의 불사조를 붙였다.

리젤은 이제 익숙하게 불사조의 힘을 사용했다.

화륵!

한 번의 낫질에 수십 가닥의 정 화의 불이 터졌다.

한 번의 발길질에 사이클롭스의 눈이 터졌다.

그리고 정화가 다 됐을 때, 사 이클롭스는 정상적인 모습으로 땅 에 누워 있었다.

“이놈한텐 뭐가 있을까.”

사체를 헤집고 부산물을 얻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아쉬운 건 평범한 몬스터처럼 먹을 생각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거다. 정화됐다지만 워낙 더러운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슥. 스윽.

리젤이 낫으로 머리를 가르고 심장을 갈랐다. 대부분 이 두 군 데 중에 하나는 뭔가 있었다.

“찾았습니다. 신기한 마력이 느 껴지는 눈동자예요!”

연우는 심안으로 설명을 읽었 다.

[사이클롭스의 안구(희귀)]

설명 : 알맞은 조합과 제련을 통하면 제3의 눈으로 사용할 수 있다. 천리안(千里眼), 심안(心 眼), 식스센스 등의 열화판이다.

“나쁘지 않네.”

안구 자체가 회귀라는 걸 감안 한다면 연우가 가진 얼티밋 등급 의 심안보다 세 단계는 아래인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템을 만들어 사용하는 거니, 꽤 괜찮은 재료 아이템이었다.

“리젤, 낫 좀 줘 봐.”

마침 탐색할 눈이 필요한 때였 다. 연우가 직접 움직이기 귀찮을 때 대리로 삼기 딱이었다.

연우는 리젤의 낫을 들고 사이 클롭스의 안구를 들었다. 머릿속 에서 수십 가지 재료와 마법진이 오간다. 불필요한 건 제거하고 필 요한 걸 추가한다.

계산을 마친 연우는 헤맨을 불 렀다.

“네, 주인님.”

“보랏빛 결명자랑 천인종이 재 배한 블루베리. 상급 마력석 하나 만 줘 봐.”

“오. 괜찮은 재료가 나왔네요. 금방 가지고 오겠습니다.”

헤맨도 사이클롭스의 안구를 보 자마자 알아챘다. 금방 돌아온 헤 맨은 양손에 재료를 가득 들고 왔 다.

연우는 그 재료를 받아들고 바 로 제작에 들어갔다. 낫은 이미 완성이 된 장비. 그것에 재료 하 나 추가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 다.

연우의 손에서 수십 가지의 마 법진이 날아다니며 재료들을 하나 로 묶기 시작했다.

번쩍.

순식간에 완성된 낫에는 큼지막 한 눈이 하나 들어섰다.

그걸 쥔 리젤은 눈이 번쩍였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게 훤히 보이는 탓이다.

“이제 잘 보이지?”

“네! 대단해요! 이런 시야라니.”

연우는 단지 직접 움직이기 귀 찮아서 만들어 준 거지만, 리젤은 연우가 직접 만들어 줬다는 것 자 체가 좋았다.

“연우 님. 저 앞에 굉장한 놈이 있습니다! 제가 감당하지 못할 정 도로요.”

역시 효과는 금방이었다.

연우는 말없이 리젤의 허리를 감쌌다.

리젤이 따라오지 못할 속도로 날기 위해서였다. 물론, 연우는 리젤의 붉어진 얼굴은 보지 못했 다.

피 융.

하나의 빛살로 사라진 둘은 리 젤이 봤다던 그 몬스터 앞에 도착 했다.

-크르륵. 누구냐.

“오호. 처음으로 말하는 몬스터 가 나왔는데?”

생김새는 이 대륙에 맞게 괴상 했다.

키가 3m는 되는 엘프. 그런데 눈은 붉게 찢어졌고 팔은 네 개였 다. 머리는 길게 늘어졌는데 끝은 검은 진액이 뚝뚝 흐르고 있었다.

-인간이구나. 죽어라!

그 엘프의 눈이 빛났다.

동시에 사방에서 수백 마리의 괴상한 엘프가 솟아나며 달려들었 다. 역시 말을 할 줄 안다고 해서 대화가 가능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연우는 더 궁금했다.

“리젤, 처리해.”

“네, 알겠습니다.”

리젤이 쥔 낫의 눈이 검게 빛났 다. 동시에 리젤의 몸이 그림자로 변해 사라졌다.

스적.

누군가 듣기엔 그저 한 번의 낫 질. 하지만 수백 마리의 엘프는 목이 썰린 후였다.

확실히 강해졌다.

시야의 변화일 뿐이었지만, 벽 에 막혀 있던 리젤에게는 큰 전진 이었던 거다.

연우는 씨익 웃으며 그 엘프에 게 다가갔다.

“대화 좀 하자.”

물론, 그 전에 약간의 과정이 필요했다.

말을 듣지 않는 몬스터에겐? 몽 둥이가 약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