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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편_ 악의의 대륙(2) (102/207)

제117편_ 악의의 대륙(2)

“이 늑대는 어때요? 생각보다 저렴한데요?”

[광기의 그레이트 울프(희귀)]

설명 : 광기에 오염된 그레이트 울프를 백지로 만들어 수동적인 명령을 수행할 수 있도록 최하급 인공지능을 넣었다. 무력 수준은 7단계에 불과하지만, 오염 저항이 100%이기에 악의의 대륙에서 쓸

만하다.

이곳에 온 이들은 모두 느꼈다.

일반적인 무력 수준으로 강함과 약함을 나눌 수 없는 곳이 바로 여기다. 육체 자체만으로 투 클래 스 마스터인 이진철과 최민아의 공격을 버티는 놈들이다.

또 감염 능력은 얼마나 강한지 온갖 장비로 보호한 사용자마저 침 한 방울로 감염시켜 버렸다.

“이것도 하나 있으면 좋겠네.”

이진철이 늑대를 가리켰다.

하지만 시누자키 아이는 이것만 큼은 못 믿겠다는 듯 따졌다.

“이건 도저히 아니에요. 이 몬 스터를. 아니, 이 괴물들을 길들 여 사용한다고요? 말이 돼요? 안 전은요?”

“시누자키 아이. 네가 이곳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 그리고 네 의심에 일일이 맞춰 기다려 줄 생 각은 없다.”

이진철의 차가운 말이었다.

항상 시누자키 아이에게 기를 못 펴는 이진철이라기엔 너무나 달랐다. 하지만 그만큼 이번 사안 이 중요하다는 걸 뜻했다.

“맞아. 시누자키. 우리는 구매할 거고. 이용할 거야. 우리가 사용 하는 걸 보고 산다면 말리지 않겠 어. 하지만 그때 되면 물량도 없 을 거고 우리는 사용법에 익숙해 진 후겠지.”

“흥. 무슨 설명을 그렇게 해 주 고 있어요? 난 바로 삽니다.”

역시 해서웨이였다.

시크하게 진열대로 다가가 설명 을 읽기 시작했다.

“울프는 최소 두 개는 사야겠 어. 정찰병 겸 선발대가 필요하니 까. 그리고 오우거도 있네! 좋아. 이건 앞이랑 뒤에 탱커로 하나씩 써야지. 이제 좀 풀리겠네.”

해서웨이는 머뭇거리지 않고 투 명한 공을 한쪽에 비치된 장바구 니에 담았다.

“야! 천천히 사! 너 돈은 되 냐?”

이진철도 바로 옆으로 달려갔 고, 스미스와 데이비드도 늦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급하게 달려들 었다.

그곳엔 시누자키 혼자 남아 있 었는데 왠지 가만히 있으면 안 되 겠다는 군중심리에 장바구니를 들 었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장바구 니를 꽉 채운 다섯 명이 수레 밖 으로 나왔다.

“잠시만요. 계산 먼저 하겠습니 다.”

리젤이 친절하게 웃으며 시퍼런 낫으로 길을 막았다. 그녀도 투 클래스 마스터에 가까워져 가고 있다. 게다가 이 낫은 연우에게 받은 낫. 당연히 웬만한 기세로 뿌리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반항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저 먼저 계산할게요.

처음은 해서웨이였다.

리젤은 하나씩 세면서 가격을 산정했다.

“1조, 5조, 10조. 이건 7조 고…… 총 157조 원 나왔습니다. 환율은 지금 이 순간이고요.”

“1, 157조요?”

해서웨이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 다.

핸드폰으로 계좌 이체를 하려고 했지만, 계속 막혔다. 그러자 통

화를 시도했다.

“헬로? 녹튼 유럽 지부장. 나 해서 웨이야.”

- 해서웨이! 방금 이건 뭐야! 어제 50조나 썼으면서 오늘 또 157조를 긁어?

“악! 소리 지르지 마! 지금 이 거 안 사면 개호구 된단 말이야!”

전형적인 쇼핑 중독자의 모습이 었다.

?뭐? 이년이?

“이년은 닥치고. 어서 돈이나 보내! 우리 다 죽는 꼴 보고 싶 어? 우리 마흔에서 열셋 남았다.”

-…… 미친. 그니까 누가 그런 곳에 가래? 위험하게 거긴 왜 간 거야!

해서웨이와 어떤 이와의 통화를 들은 이진철은 씨익 웃으면서 해 서웨이를 밀쳤다.

“돈 없는 거지는 저리 가세요. 여기 뒤에 줄 안 보여요?”

“후우. 잠깐만 기다려라.”

해서웨이는 어쩔 수 없이 비킬 수밖에 없었다.

이진철은 리젤을 보며 웃었다.

“여기도 계산 부탁드립니다.”

“네, 음…… 170조 나왔네요. 이 체 부탁할게요.”

“네, 잠시만요.”

하지만 이진철도 모두 사진 못 했다. 며칠 연속으로 그 큰돈을 사용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결국, 해서웨이와 이진철은 절 반 정도를 도로 가져다 놓고서야 계산할 수 있었다. 돈이 많은 미 국의 스미스와 셰이크를 뒤에 둔 데이비드는 원하는 만큼 살 수 있 었다.

시누자키 아이는 50조 정도 사 면서 어렵지 않게 계산을 마쳤다.

아직 신뢰가 가지 않았는데 모 두가 저렇게 사려고 안달이 나자 왠지 모르게 사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또 하나의 호갱. 아니, 고객이 만들어진 순간이었다.

연우는 고민 끝에 다이센오키 입구에 있던 푸드 수레를 이곳까 지 데려왔다. 물론, 쇼타도 마찬 가지였다.

“오늘은 모둠 숙성 회입니다.”

“오! 역시!”

연우는 접시를 받고 감동했다.

정갈하게 올려진 숙성 회가 연 우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우는 횟집에서 잔뜩 썰어 주는 활어회보다 숙성 회를 좋아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건 식감이었다.

활어회도 쫀득하지만, 숙성 회 는 부드러운 쫄깃함이 있다. 게다 가 숙성 회는 대부분 모둠으로 나 오고 활어회는 한 가지 위주로 나 온다는 것도 한몫했다.

“쫀득해. 이 깊은 생선의 맛. 역 시 회는 숙성 회지.”

“무슨! 회는 활어회지.”

후름은 이럴 때만 자기주장이 강했다. 특히 회에 대해선 까다로 운 편이었다.

“제대로 된 활어회가 얼마나 맛 이 좋은데. 그 쫀득을 넘어선 쫄 깃함. 깔끔하게 풍부한 바다의 향 까지.”

“아니지. 그건 ‘쫄깃’이 아니라

‘질김’이라고 표현하는 거야. 숙성 회가 가진 질감이야말로 ‘쫄깃’이 지.”

“인정할 수 없다. 참치를 봐. 다 활어를 먹잖아.”

“그건 당연한 거고! 참치는 활 어지.”

별 볼 일 없는 설전이 오갈 때 이자젤은 이미 세 점이나 먹었고 리젤은 옆에서 소주를 따르고 있 었다.

“난 위스키.”

이자젤만 위스키를 찾기에 아예 위스키 전용 아공간을 따로 만들 어서 가지고 다녔다.

짤랑.

짧고 넓은 컵에 동그랗게 깎은 얼음을 넣고 위스키를 붓는다. 차 가우면서 물에 희석해 먹어야 더 맛있는 게 위스키다.

“그거 알아? 소주도 그렇게 먹 으면 맛있는 거.”

연우는 조금 더 큰 맥주잔에 얼 음을 절반 채우고 소주를 부었다. 콸콸 쏟아진 소주는 절반 이상 사 라져 있었다.

연우는 그 소주를 살짝 흔든 다 음 마셨다.

“음. 좋아.

물에 희석돼 보통 소주보다 약 하지만 차갑기에 더 맛이 좋다. 물론, 소주 자체의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주천하지 않는다.

젓가락이 움직이는 소리와 술을 따르고 마시는 소리만 들렸다.

회를 다 먹어 가던 중에 쇼타가 몬스터인 대왕 참치의 머리를 가 져왔다. 새끼의 머리라 그리 크지 않았는데 테이블에 겨우 올라갈 정도였다.

아직 뜨거운 김이 올라왔는데 지금까지 맡던 냄새와는 전혀 달 랐다.

“뭐지? 머리구이가 이렇게 다를 수도 있나?”

“소스를 바르면서 구운 거 같은 데? 와, 껍질 봐. 소스를 발랐는 데 타지도 않고 바삭하게 잘 익었 네.”

소스를 바른 것으로 맛이 달라 지긴 할 거다. 하지만 소스를 바 르면 훨씬 잘 탄다. 오븐에 굽더 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쇼타의 실력은 그런 단 점까지 깔끔하게 극복했다.

“안쪽 살도 안 익은 부분 없이 고루 익었어요. 진짜 맛있겠다.”

연우나 수이니가 구운 것보다 더 맛있어 보였다.

연우는 젓가락으로 눈 뒤의 살 을 헤집어 입에 넣었다. 기름이 싹 퍼지며 고소한 맛이 혀를 간지 럽힌다. 이에 닿은 껍질과 살은 각자 서로 다른 식감을 선사하며 입체적인 맛을 보여 준다.

연우는 얼음에 탄 소주 말고 생 소주를 마셨다.

“크아. 끝내준다. 이런 맛이 어 떻게 나오는 거지?”

“장난 아니네? 역시 명인이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먹 느라 바빴고 감탄하느라 바빴다. 연우는 그 모습에 웃으며 소리쳤 다.

“쇼타! 어서 와요. 같이 먹어 요!”

연우가 운영하는 므깃도의 농장 에 오게 된 사람은 더 이상 그냥 직원이 아니다. 한 명의 식구가 되는 거고 친해질 필요성이 있었 다.

이 정도 맛이 유지된다면 그 어 떤 재료라도 대령할 의지가 있었 다. 그건 연우가 아닌 모두의 생 각이었다.

쇼타가 부끄러운 얼굴로 합석했 다.

말이 별로 없는 편이었는데 요 리에 대한 자부심은 엄청났다. 재 료의 이름이 나오는 대로 레시피 가 줄줄 나왔는데 듣기만 해도 군 침이 돌 지경이었다.

“저기??????

이진철이었다.

“합석해도 될까요?”

연우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 러자 아공간에서 긴 테이블이 하 나 나왔고 의자들이 딸려 나왔다.

아쉽게도 쇼타는 다시 요리하러 가야 했지만, 쇼타는 그게 더 편 하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전여기 앉을래 요.”

해서웨이가 빠르게 연우 옆자리 를 차지했고 이진철은 자기도 지 지 않겠다는 듯 반대편에 앉았다.

“뭐, 뭡니까. 징그럽게.”

해서웨이야 여자니까 그렇다고 쳐도 우락부락한 이진철 협회장인 그러는 건 이해할 수 없었다. 하 지만 시누자키 아이와 데이비드까 지 연우의 주변에 둘러앉았다.

이자젤, 후름, 리젤은 잘됐다면 서 한쪽에 넓게 앉았다.

“전 궁금해서 도저히 못 참겠습 니다.”

시누자키 아이가 뭔가 결심한 얼굴로 말했다.

“뭐가요?”

“도대체 정체가 뭐죠? 저희가 당신을 믿어도 될까요?”

꽤 당찬 발언이었다.

옆에 있던 이진철이 여드름 흉 터가 있는 미간을 짚었고, 해서웨 이는 재미있다는 듯 웃고만 있었

“으흠. 굳이 설명할 필요성은 못 느끼겠지만, 술자리 분위기가 다운되는 건 못 참는 성격이라.”

연우가 손가락을 튕겼다.

순간 주변에 시간이 멈췄다.

시누자키 아이. 그리고 연우만 움직일 뿐이었다.

동시에 그들이 서 있는 배경도 바뀌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의 연속. 연우의 빈 아공간이었다.

그리고 기세를 풀었다.

에잇 클래스 마스터의 힘. 적의

가 없는 그저 가진 힘이다.

시누자키 아이는 순간 볼 수 있 었다.

압도적인 기세, 자신이 이룬 투 클래스 마스터는 아기 손바닥보다 도 작은 먼지였다는 사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이런 일본 같은 건 언제든지 끝낼 수 있다는 사실 을 말이다.

모두 봤다.

이해할 수 없지만, 두 눈으로 봤다.

그리고 이해했고 적응이 됐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는 마법이

었다.

연우의 손가락을 다시 튕겼다.

그러자 원래 앉아 있던 테이블 로 돌아와 있었고 시간도 돌아가 기 시작했다.

“이제 믿겠어요?”

연우가 물었다. 다른 이들은 뭐 가 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시누자키 아이는 꿈이었나? 하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너무나 생생하고 강렬한 기억이 었기에.

“네,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한순간 바뀐 시누자키 아이의 태도였지만, 다른 이들은 이해한 다는 표정이었다. 모두가 처음 연 우를 접했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 었으니까.

두려움, 경악, 놀람, 경의, 존경, 안심, 신뢰.

방향이야 각자 달랐지만, 도착 지는 같았다.

무한한 신뢰.

그리고 믿음.

그때 음식이 나왔다. 쇼타의 요 리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다섯 가지 음식이 순식간에 완성됐고 맛 또한 최상급이었다.

“모두 건배할까요?”

“네!”

“좋습니다.”

“아, 쇼타! 쇼타도 일로 와요!”

“저, 저요?”

“그래요. 우리는 이제 가족이니 까요.”

물론, 연봉으로 이어진 인연이 었고 다른 이는 호갱, 아니 고객 과 판매자의 인연이었지만 말이 다.

“모두의 성공을 위해! 건배!”

“건배!”

그날의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계 속됐다. 이곳이 어둠의 땅이고 악 의의 대륙으로 들어가는 입구라는 것조차 완벽하게 잊어버릴 정도였 다.

하지만 그게 오래가진 않았다.

시간을 멈추지 않았고 아침은 왔다.

해가 막 뜨기 시작했을 때, 이 진철, 해서웨이, 데이비드, 스미 스, 시누자키 아이까지 도열한 병 력 앞에서 출전 준비를 하고 있었 다.

뒤로 오염됐지만 길들인 몬스터 가 껴 있었고, 앞엔 특성을 가진 불사조까지 있었다.

연우는 커피를 들고 그 막사에 서 나오며 중얼거렸다.

“참 평화로운 곳이야.”

그들은 아닐지 몰라도 연우의 입장에선 그랬다. 아니, 그들도 이 정도 병력이면 어렵지 않게 ‘악의의 대륙’을 탐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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