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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편_ 악의의 대륙(1) (101/207)

제116편_ 악의의 대륙(1)

“자자, 와서 좀 쉬어요. 여기 전 투식량뿐이지만, 먹고 쇼핑도 좀 하고요.”

널찍한 공터와 막사였다.

절벽 사이의 입구를 중심으로 농장에서 봤던 게헨나르라는 식물 이 감싸고 있었고, 두 개의 수레 엔 소비 아이템과 장비들이 즐비 했다.

간혹 검은 연기와 변태한 몬스 터가 넘어오려 했지만, 이자젤이 잘됐다는…… 싸우는 건지 데리고 노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음, 수가 생각보다 적네요. 막 사는 초반 수에 맞춘 거니까 적당 히 나눠 쓰면 되고 샤워장하고 화 장실은 저쪽에 있어요.”

연우가 하나씩 설명해 줬고 이 진철은 활짝 웃었다. 녹튼의 해서 웨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는 데 연우 앞이라고 꾹 참는 게 보 였다.

“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죠?”

당연한 말이지만, 아직 연우의 힘을 모르는 시누자키 아이의 반 웅이 었다.

이곳까지 오는데 꼬박 40시간 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 이 사람 들은 어느새 와서 이런 걸 준비하 고 있었던 걸까.

혹시나 이 사건을 만든 주도자 는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정말 어떻게 가능한 걸까. 다른 협회장 이나 녹튼에서조차 연우라는 사람 을 무서워하고 잘 따른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 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건 비상식적인 일이지 않은가.

“그냥 좀 질러 왔죠. 아, 새로운 노점 수레도 하나 더 놓을 거예 요. 한 시간 정도면 완성되니까 한번 구경해 보고요.”

연우는 그렇게 말하고 등을 돌 렸다.

아직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역시 연우 님.”

해서웨이가 감동한 눈으로 연우 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죠?”

시누자키 아이가 이진철을 보며 물었다.

“저분은 가능해요. 그러니까 우 선 쉽시다.”

어차피 이곳에서 며칠 지내면서 다 알게 될 거다. 일일이 설명해 줄 시간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 었다.

모두 각자 배정된 막사로 들어 갔다.

시누자키 아이는 만족스럽지 못 한 얼굴을 했지만, 일단 쉬기로 했다.

연우는 검은 땅으로 들어오자마 자 실험을 했다. 일반 불사조가 이 오염에 어떤 반응을 하는지. 악의로 가득 찬 검은 연기. 그리 고 변태된 몬스터.

찬찬히 지켜봤다.

일반 불사조 한 마리가 수면의 나무를 불태우고 검은 연기까지 불태웠다. 성욕의 하피를 만나고 식욕의 오우거를 만났다.

“거의 막상막하로 싸울 수 있 네.”

오염되지도 않았다. 심한 상처 를 입어 50% 이상 오염되면 되 돌아오지 못했지만, 그 전에 연기 자체를 태웠기에 그럴 일은 거의 없었다.

“다음은 정화의 불과 빛의 사신 이라는 불사조.”

정화의 불을 가진 불사조는 푸 른빛으로 빛났다. 독이나 어떤 오 염도 정화할 수 있다는 설명.

옅게 다가오는 검은 연기는 사 라지고 옆으로 물러난다. 식욕이 오우거나 성욕의 하피는 푸른 불 에 닿는 순간 원래 상태로 되돌아 왔다. 하지만 살아남지는 못했다.

빛의 사신은 하얀빛을 뿜고 있 는 불사조다.

천인종의 깃털이 재료로 들어가 서 그런 건지 약간의 신격이 느껴 졌다. 최상급 정령석의 힘도 있는 건지 순수한 느낌도 강했다.

이건 정화나 치료 같은 건 없었 다.

이름처럼 빛을 가진 사신이었 다. 오염된 건 소멸하고 빛은 줄 어든다. 뿜어지는 빛만큼의 어둠 을 밀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 다.

“이번엔 요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연 우가 처음 이 녀석을 필요로 했던 건 ‘방어 무시’와 ‘즉사’라는 시스 템 설정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설정상 ‘오염된 그레이 트 올드 원’이었고 가장 깊고 더 러운 오염이기도 했다.

역시나.

요드를 꺼내자마자 주변에 있던 수면의 나무들이 비명을 지르며 파삭 죽어 버렸다. 근처에 있던 식욕, 성욕, 쾌락, 질병, 환락에 전염된 몬스터는 도망가 버렸다.

연우는 웃음이 났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는데?”

곧바로 제대로 진입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역시나 먼저 진입한 이들의 안전.

“생각보다 반항이 거세. 꽤 강 하단 말이야.”

이 정도라면 다른 이들이 입구 까지 가는 길에 소모품을 거의 다 사용하고, 장비나 장신구도 내구 가 많이 닳아 있을 거란 계산이었

“장사도 잘되는데 2호점을 내 자.”

“2호점? 난 만들기만 할 거다?”

“나도. 그림은 그려 줄게. 오랜 만이라 재미있네.”

“괜찮아. 운영은 헤맨의 분신이 있으니까.”

그렇게 결정됐다.

연우는 다이센오키 국립공원 입 구에 헤맨의 두 분신과 쇼타가 운 영하는 푸드 수레를 두고 곧바로 두 절벽에 끼인 다른 세계의 입구 까지 이동했다.

가는 길을 자세히 보기 위해 워 프가 아닌 하늘을 날아 이동했는 데 중간에 하피나 그리폰이 달려 들기도 했다. 물론, 요드가 뒤를 따르고 있어서 오다가 비명을 지 르며 도망가 버렸지만 말이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수레를 만 들고 위에 놓을 아이템을 정리했 다. 아공간에 있는 게헨나르를 가 져와 울타리를 만들기도 했다.

생각보다 게헨나르의 적응력이 좋았는데 이 검은 연기에 오염되 지 않으면서 빨아들여 양분으로 사용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이진철과 일행들을 불러 들이고 연우는 몬스터 상점을 만 들 준비를 했다.

“가장 먼저 수레를 만들어야겠 지.”

보통 상점이 아니라 수레로 만 든 이유는 이동이 편리해서다. 사 실 수레라기보단 건물에 바퀴가 달린 것뿐이었지만 말이다.

“나도! 나도 몬스터 하나 만들 래!”

이자젤이 검은 기운을 펄펄 뿌 리는 늑대 한 마리를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빈사 상태였는데 털 은 사라지고 질질 흘러내리는 가 죽을 가지고 등엔 삐죽 솟은 등뼈 가 보였다.

“그건 또 뭐야.”

“이거 근육에 마력을 갈아 버리 는 걸 보니 잠재력 폭발 비슷한 악의에 감염된 모양인데 꽤 쓸 만 할 것 같아.”

“아으. 그 더러운 걸 어디에 쓰 게? 게다가 길들여지기는 해?”

연우가 실패했다. 아니, 여러 가지 방법을 쓰면 될 것 같기도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으 니까.

“아니, 길들이는 건 안 되고 정 신을 리셋하고 수동적인 명령 이 행이 가능한 에고(Ago)를 넣으면 될 것 같아. 게다가 이미 오염된 거니까 가죽만 다듬고 신격 좀 담 은 인면지주의 실로 안장을 만들 면 완성.”

물론, 이렇게 쉽게 될 리가 없 다.

수십 가지의 마법과 응용력이 필요했고 고급 인챈트 기술도 필 요했다. 말 그대로 이자젤이 아니 면 할 수 없는 일이란 거다.

“신격이 담겨?”

“어렵지 않지.”

“단가가 너무 올라가잖아.”

“그럼 너의 그 염력을 담자.”

생각해 보니 염력을 사용해도 될 것 같다. 요드의 소멸의 힘도 염력으로 컨트롤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연우가 해 야 하는 일이다.

“그럼 혜영이 불러서 공간을 담 지 뭐. 보니까 그것도 같은 힘인 것 같은데.”

이럴 때 보면 이자젤은 천재 중 에 천재다. 슬쩍 보는 것으로 마 법 아이템을 만들고, 아예 새로운 특성을 가진 이 악의와 특수 능력 의 힘을 응용한다.

이번 것도 마찬가지다.

연우는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오염된 몬스터를 이용할 방법을 찾았다.

“음…… 혜영이라면 좀 하겠네.”

안 그래도 돈이 필요하다고 했 는데 일거리를 주면 좋아할 게 분 명했다.

“헤맨, 혜영을 좀 불러 줘.”

“알겠습니다.”

헤맨에게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건 어려운 게 아니다. 문제는 혜 영이 바쁠 수 있다는 것.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자젤이 만들 몬스 터의 안장은 혜영의 ‘공간’의 힘만 저장해 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연우는 일반 불사조와 각종 정 화 관련 특성이 있는 불사조를 모 았다. 모두 5단계에서 8단계 사이 로 작은 새끼 사이즈였는데 일부 러 너무 강한 건 꺼내지 않았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이 정도만 으로 웬만한 몬스터는 제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혜영님은 바쁘다고 하십니다. 대신 공간의 힘을 저장해 왔습니 다.”

연우야 따로 신경 쓰지 않았고 이자젤이 그걸 와서 받아 갔다.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지만, 이 자젤은 이번만큼은 알려 주지 않 겠다며 구석으로 가서 몬스터 안 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우도 집중해서 작업했다.

세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이곳 에 모인 사용자들이 충분히 쉬었 다가 나올 때쯤, 마법 물품을 파 는 두 수레를 합한 크기의 몬스터 상점 수레가 만들어졌다.

“어, 협회장님 오셨네요.”

마침 연우 뒤로 이진철, 해서웨 이, 시누자키 아이, 스미스, 데이 비드까지 모두 모였다. 이 시간을 계속 기다린 건지 그들의 눈엔 기 대와 긴장이 동시에 어렸다.

“여기가 몬스터 판다는 곳입니 까?”

“네, 안전한 것도 있고 위험한 것도 있을 겁니다. 설명은 자세히 써 놨으니까 천천히 훑어보세요. 계산은 일단 계좌 이체로 받을게 요.”

계산은 확실히 해야 한다.

연우는 안으로 들어가 구경하라 고 자리를 비켜 줬다.

“이거 믿어도 되는 거 맞죠?”

시누자키 아이가 의심과 호기심 에 동시에 깃든 눈으로 물었다.

“당연하지. 이 연우 님을 믿고 연우 님이 파는 걸 믿어라. 그럼 살아남을 수 있다.”

이진철의 신뢰 가득한 말이었 다.

그들은 몬스터 상점으로 들어갔 다.

마법 상점 수레보다는 컸지만, 몬스터가 들어 있기엔 작아 보여 걱정이 됐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 가자마자 그 걱정은 사라졌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세 배는 컸 다.

그곳에 유리로 덮인 진열대에 주먹만 한 투명한 구슬. 그 안에 몬스터의 형상이 보였다. 그리고 밑에 자세한 설명이 있었다.

“세상에.”

“이거 봐! 불사조래!”

“이건 오염된 몬스턴데? 이걸 어떻게 쓰는 거지?”

[불사조(희귀)]

설명 : 오리지널 특성을 가진 불사조다. 탁월한 적응력과 정화 특성을 가졌기에 오염에 대한 내 성이 좋다. 무력 수준은 7단계 정 도지만, 직접적인 타격만 방어해 준다면 오염된 몬스터에게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게다가 한쪽에 불사조를 데리고 오염된 몬스터를 상대하는 동영상 도 흘러나왔다.

리젤이 주인공이었는데 등에 불 사조를 업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 러자 리젤의 주먹 위로 불사조의 불이 쏘아졌고 오염된 몬스터는 튕겨 나갔다.

다음엔 낫을 휘둘렀다.

화륵! 불타오르는 낫으로 수십 마리의 오염된 몬스터를 썰었다.

“이것 봐! 불사조의 사용법이 래. 등에 업고 싸우는데?”

한 나라의 수장보다 영향력 있 는 사람들의 대화라기엔 상당한 호들갑이 었다.

[정화의 불을 머금은 불사조(전

설)]

설명 : 불사조의 알에 0.5% 확 률로 나오는 정화의 불사조. 강력 한 정화 능력은 어떤 독이나 오염 도 모두 태워 버린다. 저주까지 오염으로 인식하기에 데리고 있으 면 성직자가 따로 필요 없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동영상이 있 었다.

연우가 실험했던 거고 오염된 몬스터까지 정화해 버렸지만, 죽 음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부 분에서 기대했던 이들이 실망하기 도 했다.

“근데 가격이 너무 세다.”

회귀급 불사조는 10조 원. 이 정도면 전설급 무기 하나니 가성 비가 좋은 편이었다. 그런데 이 특성이 있는 전설급 불사조는 최 소 50조 원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절대 비싼 건 아니지.”

스미스가 신중하게 중얼거렸다.

시누자키 아이도 동의했다.

“맞아요. 이 설명과 동영상이 진실일 때……

“진실일 거야.”

이진철이 덧붙였다. 의심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시누자키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 곤 말을 이었다.

“일단 그렇게 믿겠습니다. 만약, 그 설명대로일 때 20%에 달했던 사망률이 0%에 가깝게 변할 겁니 다.”

“물론, 0%는 아니겠지만.”

전장에 100%란 건 없다.

“그렇죠. 그거에 10조? 현재 일 본 국가 예산에 0.5%뿐이 되질 않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000조 가 1년 예산이었지만 몬스터 게 이트와 필드가 안정화되면서 2,000조가 넘어갔다.

게다가 협회는 미국 예산과 맞 먹을 정도의 경제력이 있다. 올해 미국 국방 예산이 1,000조 원이 었고 국가 1년 예산이 1경 원을 넘어갔다.

“하나씩 구매하죠.”

이진철이 먼저 말했다. 어차피 이 금액은 협회에서 지불할 거다. 장비와 소모품까지 수백 조 이상 들겠지만, 어차피 이진철의 돈도 아니니 상관없다는 투였다.

“그러죠. 특성이 있는 불사조 한 마리씩은 필요하겠어요. 우리 레드 문은 셰이크가 있으니까요.”

“좋아요. 우리 녹튼도 그 정도 여력은 있습니다.”

미국 지부 스미스는 협회와 미 국 정부 두 곳에서 돈을 뜯어 낼 수 있었으니 어렵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각 팀에 특성이 있는 불 사조 한 마리씩 얻게 됐다.

쇼핑은 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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