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5편_ 노점 수레(3)
연우가 헤맨을 불러 몬스터를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헤맨이 손에 든 작은 투명 공 안에는 불타오르는 작은 새가 들 어 있었다.
“ 불사조?”
“웅, 실험해 봐야겠지만, 아마 이곳에서 아무 영향 없이 지낼 수 있을걸?”
그뿐만이 아닐 거다.
연우가 사용하려는 건 요드. 오 염의 결정체다.
오염도 수준이 있다. 저런 악의 들이 날뛰어 봐야 요드 앞에서는 애교 수준이 아닐까.
“정화라는 특성을 가진 녀석들 도 좀 있지?”
연우가 보물 불사조를 만들고 요드를 만들기 전에 조합식을 확 인해 보기 위해 만든 다양한 녀석 들이 있다.
“네, ‘정화의 불’, ‘빛의 사신’ 정 도가 있습니다.”
“두 녀석도 데려오고. 일반 불 사조 한 마리도 부탁해.”
이자젤과 후름은 이곳에서 장사 해야 한다.
따라가도 리젤 정도겠지만, 연 우랑 있으니 걱정할 것도 없다.
“식사도 끝났겠다. 슬슬 들어가 볼까?”
“난!?”
“넌 장사해야지. 후름하고 같 이.”
“나도 가고 싶어!”
이자젤이 리젤과 헤맨을 초롱초 롱한 눈으로 바라본다. 리젤이 남 아 주든지 헤맨이 분신을 써 주는 걸 바라고 있다.
“제가 분신 하나를 남기겠습니 다. 후름 님도 가고 싶으면 제가 하나 더 남기죠.”
“난 남을래. 아니, 여기서 그림 이나 몇 개 그려 줄까?”
“헤맨, 아공간에 명작 이상의 그림 몇 개나 남아 있지?”
“얼마 없습니다. 명작은 30개? 대작이 2개 정도 있을 뿐입니다.”
연우는 그림에 큰 관심이 없었 다. 딱히 무언가를 봉인하면서까 지 길들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 다.
“그래 주면 좋지.”
먹는 것을 정리했다. 쇼타는 푸 드 수레 안에서 식재료를 정리한 다고 했다.
연우는 손님이 오면 받아도 된 다고 말해 주곤 다이센오키 국립 공원, 이제는 검은 땅이 된 곳으 로 진입했다.
이진철은 거친 숨을 토했다.
전신에 두른 방어 장비들이 제 역할을 해 주고 있지만, 어마어마 한 마력을 소모한다. 이진철이 그 러할진대 다른 이들은 어떨까.
이진철까지 총 34명이다.
최민아를 포함한 간부 3명. 십 룡 10명. 특수팀 20명.
모두 1,000억이 넘는 장신구와 장비를 착용하고 시간당 10억이 넘는 소모성 아이템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진철과 간부 3명은 조 단위의 장비를 사용한다.
끼륵. 끼르륵!
양쪽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두 나무가 날카로운 가시를 뿜으며 공격해 온다.
특수팀의 방어술사가 실드를 생 성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모두 막지 못한다. ‘수면욕’이라는 이 기운은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 깨 지 못하는 잠에 빠지게 한다.
콰과광! 쾅!
벼락이 떨어지며 나무를 태워 버린다.
그것만으로 부족해서 화염의 마 법사가 잔뿌리까지 모두 태웠다.
끊임없이 몰려온다.
이곳에 들어온 이후부터 별의별 이상한 몬스터와 악한 기운이 달 라붙었다. 34명이라는 인원이 적 재적소에서 상호작용을 하지 못했 으면 이미 끝났을 거다.
이진철의 능력. 그리고 일당백 의 최정예 전사들.
그들도 이렇게 힘겨운 곳은 처 음이었다.
“후우. 내가 아프리카보다 독한 곳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 다.”
“그러게요. 척추가 찌릿찌릿합 니다. 쉴 틈도 주지 않네요.”
이진철의 물음에 최민아가 저릿 한 두 손을 쥐었다 펴며 답했다.
이렇게 대화하는 시간도 잠깐이 다.
쿠웅. 쿠웅.
먼 곳에서부터 오는 진동이 섬 뜩한 살기를 뿌린다.
들어오자마자 본 괴물 같은 오 우거다.
보통 오우거와는 전혀 다르다. 가죽은 녹아서 점액질로 가득했고 두 눈도 사라졌다. 입은 얼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입으 로 모든 공격을 집어삼켜 버린다.
“식욕의 오우거다! 모두 방어 태세!”
이건 이진철과 최민아 둘이서 공격해야 한다. 다른 이의 공격은 통하지도 않는다.
방어술사 3명이 동시에 수백 개의 팔각형 실드를 띄운다. 보조 마법사는 그사이의 대기를 압축에 밀어 넣는다.
충격 흡수의 증폭을 위한 조치 다.
쿠응. 쿠응.
부웅.
콰아아앙!
거대한 몸집이 순식간에 날아와 꽂힌다. 실드가 쩌적, 갈라지며 검은 악의로 물든다.
콰광! 콰과과광!
최민아의 벼락, 이진철의 화염 마법까지.
오우거의 머리에 정확히 꽂혔 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쉽게 죽지 않겠다는 듯 실드를 양손으로 벌 려 머리를 들이민다.
크와아아악!
검은 침이 사방으로 튄다. 앞으 로 실드 몇 개를 씌워 겨우 막았 지만, 한 방울. 그 한 방울이 특 수팀 중 한 명의 마법사의 볼에 튀었다.
“젠장 할!”
옆에 있던 십룡 중 한 명이 검 을 휘둘러 볼살을 큼지막하게 살 라 냈다. 이러지 않으면 순식간에 오염돼 식욕의 괴물이 되기 때문 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듯 검은 기운은 얼굴 전체를 감싸고 전신 으로 퍼졌다.
콰과과과! 콰광!
앞에선 식욕의 오우거와 주요 전력들이 아직도 싸우고 있다. 그 들이 이 뒤까지 돌볼 여유가 없는 거다.
오염되기 시작한 마법사의 친구 인 듯, 그를 향해 정화 관련 스크 롤을 마구 찢는 힐러가 보였다.
하지만 그 스크롤조차 이미 절 반 이상 오염된 그를 구하진 못했 다.
크와아아악!
그의 두 눈이 하얗게 변하고 검 은색으로 물들었을 때, 그의 피부 는 녹아 버렸고, 배는 홀쭉해졌으 며, 양손에선 긴 손톱이 뽑혀 나 왔다.
“죽여! 어쩔 수 없다.”
“크흡.”
그를 구하려던 힐러는 힐을 쏟 아 냈다. 하지만 통할 리가 없었 다. 다른 동료가 검을 휘둘러 그 의 목을 쳐 냈다.
변태를 하자마자 공격했기에 쉽 게 죽일 수 있었던 거다.
동시에 앞에서 오우거를 처리했 고 전장은 정적이 흘렀다.
탁. 탁. 탁.
그 속에서 울리는 작은 소리. 그건 바닥에 떨어진 머리의 입이 움직이는 소리였다. 한동안 계속 된 그 소리는 누군가의 마법에 불 에 타 없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다음 구역으로 이동한다.”
이진철이 정적을 깼다.
차갑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동 정을 바라는 것 자체가 사치다.
극도의 긴장이 그들을 감쌌다.
“목적지까지 10km 남았다. 도 착 예정 시간은 20시간.”
일반 성인의 빠른 걸음으로 2 시간이면 가는 거리다.
하지만 이곳은 5분만 걸어도 적이 하나씩은 튀어나오는 곳. 옆 에 빼곡하게 자란 나무들이 적이 고, 땅이나 하늘에서도 적이 등장 한다.
털 한 올까지 극도의 긴장감으 로 무장한 그들이다. 풀이 살랑 흔들린 것도, 벌레가 우는 소리도 그들의 감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 다.
“후우, 5시간 지났다. 도착 예정 시간 17시간.”
2시간이 더 늘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적은 예 상할 수 없었고 안으로 들어갈수 록 적은 더 강해지니까.
성욕의 하피, 절망의 늪, 시각 이 사라진 계곡, 환상의 절벽을 지났다. 갖가지 더러운 괴물들은 그들의 발목을 끊임없이 붙잡았 다.
3시간, 5시간, 10시간. 그리고 20시간이 더 지났을 때.
그들은 목적지 코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후우. 후우. 거의 다 왔다.”
“식량도 바닥입니다. 휴식이 필 요합니다.”
마력은 고갈 직전이고 소모성 아이템도 거의 끝났다. 휴식은 물 론이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도착한 곳이다.
“슬슬 다른 팀도 도착할 때가 됐는데.”
이진철은 그나마 안전한 작은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멀리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녹튼이군.”
이진철은 한껏 비웃어 줄 요량 이었다. 이곳에서 모이기로 했고 한국 지부가 가장 빠르게 도착했 기에.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들은 출발했던 40명 중 고작 13명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먼저 와 있었군.”
해서웨이의 목소리는 극도로 가 라앉아 있었다. 정예 전사들은 회 복할 수 없는 상처였다.
“정비나 해라. 나머지 다 도착 하면 안으로 진입해야 한다.”
이진철은 더 차갑게 말했다. 이 런 곳에서 동정해 봐야 그녀의 자 존심과 화를 돋우는 것뿐이 되질 않는다.
“흥, 잠깐…… 만 쉬겠다. 도와 줬으면 좋겠군.”
해서웨이다. 음지의 악녀. 백발 의 독사라고 물리는 여자다. 그런 그녀의 눈에 처절하게 짓밟힌 자 존심보다 동료를 잃은 상처가 더 커 보였다.
“그 정도야. 시간 없으니 빨리 쉬어라. 녹튼을 중심으로 경계를 보충한다.”
이진철은 해서웨이에게 시선을 떼고 명령했다.
“…… 고맙다.”
해서웨이의 중얼거림은 아무도 듣지 못했다.
곧 미국 지부 스미스가 40명 중 30명을 이끌고 왔고, 일본 지 부 시누자키 아이가 80명 중 50 명을 데려왔다. 레드 문은 50명 중 33명이었다.
곳곳에 경계를 세우고 번갈아 가며 휴식을 취했다.
“총 159명이군.”
각자 서로 다른 길을 뚫으며 모 였다. 오는 길의 지도를 완성하기 위함이었다. 어떤 길에 어떤 위험 이 있으며, 어떻게 와야 희생자를 줄이고 빠르게 올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 은 곳이 녹튼이었다.
하늘을 점령한 하피 떼가 있었 고 땅에서 솟은 검은 두더지 떼가 있었다. 세 마리가 뭉쳐 하나가 된 식욕의 오우거가 가장 강력한 적이었다고 말했다.
“그 길은 앞으로 쓰지 못하겠 군.”
식욕의 오우거는 죽였지만, 그 런 개체를 더 만들 수 있는 ‘키메 라의 늪’이 있다고 했다. 그곳에 들어간 개체들은 하나가 돼 나왔 으며 늪은 거대한 결계로 보호돼 부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제 어떡하지?”
해서웨이가 붉어진 눈으로 계곡 넘어서 있는 입구를 가리켰다.
“뭘 어떻게. 들어가야지.”
“장비는? 소모품을 우린 이미 다 사용했어.”
가장 힘든 게 해서웨이일 거다. 가장 도망치고 싶은 이도 해서웨 이일 거다.
“우리도 마찬가지야. 소모품은 없다. 모두 적응해서 소모품 없이 버틸 수는 있다고 해도 얼마 가지 못할 거야. 하물며 저 안은? 사실 나도 자신 없다.”
스미스는 무척이나 현실주의자 다.
시누자키 아이도 마찬가지인 얼 굴이었다.
“그럼 어떡하자는 거지? 돌아 가? 돌아가면 다 괜찮아질까? 어 차피 다시 와야 하는 곳이야.”
“그래도 피해는 줄일 수 있지. 이대로 가면 몰살이야.”
이진철도 마음 같아선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답이 아니란 사실도 잘 안다. 답답해서 그런 거다. 돌아가는 것보다 더 현명한 선택이 있지 않을까?
그때였다.
우우웅. 우우웅.
“뭐야. 여기 전화가 터져?”
시누자키 아이가 이진철의 주머 니를 보고 말했다. 이전철은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급하게 휴대 폰을 꺼냈다.
네, 여보세요?”
이진철의 목소리에 다른 이들은 입을 닫았다. 무슨 일이길래 이 상황에서 저렇게 웃으며 전화를 받는 걸까?
해서웨이, 스미스, 데이비드, 시 누자키 아이. 그들은 귀를 기울였 다.
?네, 협회장님. 어디신가요?
“저요? 입구 바로 앞입니다.”
?아, 그래요? 어디 가셨나 했 네. 생각보다 안쪽의 괴물들이 강 하더라고요.
“맞습니다. 아주 죽을 뻔했습니 다. 그런데 무슨 일로......?”
-소모품 다 쓰셨죠? 장비도 깨 진 게 있을 거고.
“맞습니다. 혹시 저번처럼 배달 될까요?”
아프리카에서 엄청난 배달 서비 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여기서 그게 가능하다면 이들은 안전하게 안으로 진입할 수 있을 거다.
-아니요. 이제 특별한 일이 있 지 않는 이상 배달은 안 하려고 요.
“그, 그런가요?”
-그것보다 어서 정비하고 입구 쪽으로 오세요.
“ 입구요?”
?네네, 아, 잠시만요. 이자젤! 가만히 좀 안 있어!? 죄송해요. 협회장님. 어서 오세요. 그럼 이 만.
정적이 흘렀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배달은 또 뭐고?”
스미스가 물었다. 이진철은 할 말이 없었다. 배달은 안 된다. 그 런데 입구로 오라니.
‘ 설마?’
혹시 모른다.
이진철은 빠르게 정비해서 출발 하기로 했다. 해서웨이, 스미스, 데이비드, 시누자키 아이가 계속 궁금해 했지만, 확실히 말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입구에 도착했을 때.
“아, 어서 와요. 여기에 2호점을 내려고요. 생각보다 매출이 좋아 서.”
그곳엔 두 대의 수레가 있었다. 이자젤은 한쪽에서 오염된 몬스터 를 가지고 놀고 있었고, 후름은 빵모자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 었으며, 리젤은 수레에 아이템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들의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