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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편_ 일본 맛집 여행기(2) (95/207)

제110편_ 일본 맛집 여행기(2)

연우와 일행은 식사를 마친 후 번화가에서 쇼핑했다. 군것질 하 고, 옷도 샀으며 중간에 길거리 음식도 사 먹었다. 역시 도톤보리 는 사람 보는 재미도 한가득이다.

물론 이번엔 연우 일행이 구경 거리가 되다시피 했지만 말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소화를 마친 연우 일행은 야키니쿠를 먹 기 위해 이동했다. 이번에도 역시 이시연의 안내를 따랐다.

바로 근처 골목으로 들어가자 연우의 머리에 닿을 듯한 연등이 출렁거렸고 곳곳에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도 보였다.

이런 곳은 정겹다.

식당도 작고 입구도 작은 덕분 이다. 그 작은 공간 속에서 사람 들이 붐비는 걸 보면 더 입맛이 돈다.

“저긴가?”

이시연이 추천한 야키니쿠 맛집 이 보였다.

야키니쿠는 소와 돼지 등의 고 기와 내장에 특별한 양념장을 발 라 직화로 구워 먹는 음식이다.

일본에서는 가정에서도 많이 해 먹는다는데 한국에서는 찾기가 힘 들었다. 맛있는 양념 레시피를 구 하는 것도 힘들고 경제적으로 수 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다.

일본에서조차 맛 좋은 곳을 찾 기 힘든 게 이 야키니쿠이기도 하 다.

이곳을 어떨까?

연우와 일행은 가게 앞에 세워 진 높은 테이블에 앉았다. 책상과 드럼통을 이어 어설프게 만들어진 테이블이었고 의자는 균형이 맞지 않는 것도 있었다.

가게 안에도 테이블이 4개 남 짓 되는 곳.

저녁이 되기엔 아직 이른 시간 임에도 불구하고 안쪽은 이미 다 차 있었다.

“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으면 자 리 없을 뻔했어.”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옆에 남아 있던 하나의 테이블이 차고 몇 팀이 왔다가 아쉽다며 돌아갔 다.

“저는 차에서 대기하겠습니다.”

“같이 드세요. 다른 분까지는 자리가 없겠지만, 여기 의자 하나 놓으면 되겠네요.”

전에 초밥을 먹을 때도 자리를 피해 있었다.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데 이미 먹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전 괜찮습니다.”

이시연은 정중하게 거절하고 돌 아갔다.

연우가 신경 쓸 건 없었기에 주 문에 집중했다.

“처음은 역시 우설이지.”

야키니쿠에서 우설은 필수다. 거기에 양념 갈빗살과 양념 대창 을 추가하고 살치살도 주문했다. 인원이 넷이지만 밤새워 먹을 예 정이니 간소하게 시작했다.

이자젤이 범위 통역 마법을 사 용했기에 주문은 어렵지 않았다.

“맛있게 드세요.”

달궈진 숯과 고기가 나왔다.

특이한 게 아닐지 모르겠지만, 주방장은 쉰이 넘은 중년 남성이. 종업원은 마흔이 넘은 아주머니 세 명이었다.

“이야, 우설 색 봐라.”

연우가 절로 감탄했다.

붉은빛 바탕에 흰 지방들이 빽 빽하게 껴 있었다. 겉은 쯔유, 다 진 마늘, 양파즙. 그리고 가는 파 가 주가 되는 다레 소스가 발려 있었다.

연우와 이자젤은 석쇠에 우설을 올렸다.

치이익.

위로 육즙이 맺히며 살짝 쪼그 라들었다. 그새 익어 버린 우설을 뒤집었다. 그리고 몇 초.

연우는 입으로 날름 가져가 버 렸다.

O O 으I”

바로 이 맛이다.

부드러움은 당연하고 입속에서 폭발하는 육향과 육즙. 연우는 아 차, 하곤 손을 들었다.

“수퍼 드라이, 아사히 주세요!”

“전 하이볼이요. 진저 하이볼.”

하이볼은 일본산 산토리 위스키 에 소다수를 섞어 만드는 음료인 데 진저 향과 조합이 괜찮다. 역 시 이자젤은 위스키를 사랑한다.

후름은 연우처럼 아사히를 시켰 고 리젤은 사케를 시켰다. 리젤은 생각보다 위가 크지 않았기에 오 래 먹고 싶을 때는 맥주를 삼가는 편이다.

“알아서 구워 먹자고.”

역시 야키니쿠는 각자 구워 먹 는 게 최고다. 익히는 시간도 시 간이지만 부위가 다양하고 선호하 는 취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연우는 매운 고추가 둥둥 떠 있 는 간장 소스에 담긴 대창을 골랐 다.

기름이 꽉 찬 대창이다. 이건 정말 잘 익혀야 한다. 너무 익히 면 당연히 맛이 없고 너무 덜 익 히면 또 그대로 찝찝하다.

치이익.

불판에 올라간 대창에선 기름이 뚝뚝 떨어지며 화로에 불이 솟았 다.

화악.

얼굴에 뜨거운 열기가 전해진 다. 마법으로 막을 순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것도 맛있게 먹 는 과정 중 하나다.

한국에선 야키니쿠를 시키면 양 념이 없이 나온다. 그리고 사장들 은 말한다. “양념이 없어야 신선 한 소고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요.”라고. 양념이 있으면 신선하지 않은 소고기의 맛을 가리려고 한

연우는 그 말에 동의하지 못한 다.

정말 소고기의 참맛을 느끼려면 야키니쿠 집이 아닌 소고기 정육 식당으로 가야 하지 않겠는가.

“여긴 진짜 소스가 대박이다.”

화로에서 타오르는 냄새는 둘째 치고. 맛이 기가 막힌다. 소도 분 명 보통 소가 아니었다.

“그래도 블랙 카우는 아닌 거 같지?”

“응, 보통 소는 손데 육질이 보 통이 아니네.”

“블랙 카우로 해 먹어도 좋겠 다.”

웬만하면 안 맞을 거다.

이렇게 맛 좋은 소스는 항상 사 용하는 고기에 완벽하게 맞춰져 있을 테니까. 하지만 블랙 카우는 그 상성마저 뛰어넘을 정도로 맛 이 뛰어나다.

그러다 보니 기대가 될 수밖에.

“진짜 이래서 일식 장인이 있어 야 하는데.”

연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잘 익 은 대창을 입에 쏙 집어넣었다. 무언가 씹힌다기보다는 녹는 느낌 이다.

뜨겁게 달궈진 입에 아사히를 넣었다.

기름이 싹 씻겨 내려간다.

이 느낌이 좋다. 원래 좋았지 만, 이 힘을 얻으면서 위장 크기 의 한계가 사라진 지금은 더 좋 다. 이렇게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언제든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는 것.

이것만으로도 축복이었다.

“이번엔 살치살이다.”

거의 참치급 기름을 보유한 부 위다. 역시 이런 부분은 양념이 더 진하게 묻어 있다. 그냥 구워 먹는 것도 맛이 좋지만, 느끼해서 금방 질리기 때문에 이런 양념을 한 거다.

달콤하면서도 매콤짭짤한 맛. 그러면서도 전혀 질리지 않는 묘 한 중독성을 지닌 맛이다. 이런 걸 담백함이라고 해야 할까?

쉽게 정의되지 않는, 한마디로 끝내주는 맛이었다.

“이번엔 돼지를 먹어 볼까?”

돼지를 완전히 익혀야 한다는 것도 편견이다. 돼지만큼 적당히 익혔을 때 깊은 맛을 내는 것도 찾기 힘들다.

“역시! 너무 맛있어요!”

리젤이 구운 대창을 입에 넣곤 부르르 떨며 외쳤다. 이자젤의 범 위 통역 마법 때문인지 직원들과 주방장까지 들은 모양인지 기분 좋게 웃는 게 보였다.

다들 배고픈 게 사라지고 하나 씩 맛을 본 후에야 대화가 시작됐 다.

“역시 일본은 맛있는 게 많아.”

이자젤이 양손을 모으며 감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후름과 리젤도 마찬가지였다.

“추천도 한몫했네요. 일반적이 라면 여긴 찾기 힘들었을 것 같은 데.”

“맞아. 이런 허름한 곳이 이렇 게 맛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어? 설마 했겠지.”

연우도 격하게 동의했다.

이런 곳에 사람이 붐비면 한 번 쯤이나 오긴 하겠지만, 대다수는 지나칠 거다. 이미 인증된 맛집을 찾는 게 더 안전하니까.

“사고 싶다.”

“응?”

이자젤이 충동구매라는 단어가 박힌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마치 마약에 취한 듯.

“연우, 네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아스가르드 안에서.”

“…… 내가 너처럼 썩은 동태 눈 깔을 하고 있었나?”

“그런 거 아니거든! 내 눈이 얼 마나 예쁜데!”

“쇼핑이라는 게 하면 할수록 재 미가 있지. 중독성도 있고.”

지금 연우의 아공간과 므깃도를 봐라. 연우는 아공간을 채우고 므 깃도를 채우기 시작했다. 아이템 이나 장비는 돈으로 살 수 있었던 거지만, 몬스터는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더 가치가 있었다.

“이자젤, 그거 늦바람이야. 기업 쇼핑하다가 질리면 몬스터를 찾을 걸?”

연우도 그랬다.

사실 재벌들이 그림이나 예술품 을 정말 필요해서 사는 걸까? 아 니다. 돈세탁이나 이미지 같은 자 잘한 이유 말고. 가장 큰 이유를 대자면 쇼핑 중독의 끝판왕까지 간 거라 말할 수 있다.

옷, 가방, 시계, 자동차.

처음엔 필요. 다음엔 과시. 그 리고 사치.

이후엔 중독인 거다.

“사고 싶은 거 다 사. 그리고 가지고 있어. 그럼 공허할걸.”

그러고 나서야 몬스터 수집이나 세계(世界)를 수집하는 것에 눈을 돌릴 거다.

이자젤은 눈을 빛냈다.

“우리 이거 먹고 쇼핑 갈까?”

“무슨?”

“기업! 회사! 벤처! 건물!”

“일본에서?”

“응. 좋지 않아? 각 나라에 내 걸 만들어 놔야겠어.”

“좋지.”

사실 이자젤의 소유라기보단 연 우의 소유일 거다. 뭐, 연우나 이 자젤이나 그런 것을 신경 쓸 위인 은 아니었지만.

직원 한 분이 옆으로 와서 서비 스라며 매콤하게 끓인 고깃국을 줬다. 소뼈를 우려낸 육수에 각종 향신료와 숙주. 그리고 소고기를 넣은 음식이었다.

“감사합니다.”

리젤이 가장 먼저 인사했고 후 름과 이자젤도 고개를 숙였다.

“아유, 참 예쁘게 생겼네. 어디 서 온 거예요? 미국? 캐나다?”

“한국이요.”

이자젤이 웃으며 대답했다. 주 변에 범위 통역 마법 덕분에 의사 소통은 어렵지 않았다. 직원분도 이런 마법이 낯설지만은 않은지 편하게 얘기했다.

“오! 어머니가 한국분?”

“ 아뇨.”

난감하긴 했다. 태생은 토종 한 국이다. 아스가르드는 한국 게임 이었고 시스템 언어도 대부분 한 국어다.

그렇다고 대놓고 “엘픈데요.”라 거나 “한국산 게임인데요”라고 할 순 없지 않은가.

“슬슬 일어날까?”

정리하기 시작했고 연우는 이시 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잠시 도와 줄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네, 쇼핑을 하고 싶어서요.”

-물론입니다. 어디로 가시겠습 니까?

연우는 이자젤의 눈을 바라봤 다.

“나 건물부터!”

“건물이요. 주변 건물부터 싹 보죠.”

연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런 건물은 얼마나 할 까? 그리고 기업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건 전문가를 부 르는 게 빨랐다.

신난 얼굴을 한 이자젤과 덩달 아 재미있어 보이는지 웃고 있는 후름과 리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쯤. 이시연이 도착했다.

“건물, 어떤 건물을 말씀하시는 거죠?”

“ 다요.”

“네?”

“이 거리 다요.”

당황한 표정이다. 물론, 다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다. 건물도 누군가 팔아야 살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때론 가격이라는 걸로 팔 마음을 살 수도 있는 거다.

“아, 그리고 일본 기업들도 몇 개 살 거니까, 전문가를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네요.”

“…… 아, 알겠습니다.”

이시연도 이런 일은 처음인지 상당히 당황하는 눈치였다. 하긴, 누가 이런 걸 겪어 봤을까.

“연우, 돈이 부족하진 않을까?”

대충 아는 것만 100조가 넘고 자잘하게 50조 정도는 더 있을 거다.

사실 연우는 돈에 대한 감각이 부족했다.

하긴, 연봉 3,000만 원 받으면 서 생활하던 연우가 갑자기 조 단 위의 돈을 만지게 됐으니 감각이 있을 리 없었다.

“조금 더 벌면 되지. 시연 씨. 여기 일본에도 사용자협회에서 주 관하는 경매장 있죠?”

“네…… 네? 아, 있습니다. 물론 입니다.”

“일단 그곳부터 가죠. 건물이든 기업이든 알아볼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역시 쇼핑 전에는 총알부터 채 워야 한다.

연우와 일행은 리무진을 타고 일본 지부 사용자협회 경매장으로 이동했다. 이진철에게 말할까 하 다가 말았다.

이곳에서까지 그렇게 대접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 다가 아멕스와 신분증 대용인 블 랙 카드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해가 진 도톤보리의 거리는 화 려 했다.

네온사인과 바쁘게 오가는 사람 들. 정신없이 움직이는 차와 자전 거는 밖에서 일어나는 사용자와 몬스터의 전쟁이라는 걸 까맣게 잊게 해 줬다.

‘뭔가…… 이상하네.’

예전에 친구들과 일본으로 여행 왔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궁핍 했고 지치고 힘들었다.

지금은?

편하고 재미있다.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에 비해선 무언가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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