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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편_ 새로운 식구(2) (93/207)

제108편_ 새로운 식구(2)

연우는 구인 공고를 냈다.

므깃도 전체에 뿌렸고 한국의 구직 어플에도 올렸다. 그랬더니 며칠 만에 수천 개의 이력서가 몰 려왔다. 물론, 구직 어플에서 온 건 단 세 개뿐이었다.

“아니, 므깃도에 요리 잘하는 몬스터가 있나?”

“있을 리가 없지.”

수이니와 이자젤이 자리에 함께 했다. 수이니는 식당, 이자젤은 펍. 뒤를 이을 사람이 필요했다.

“이왕이면 사람이었으면 했는 데.”

연우가 중얼거렸다. 므깃도의 몬스터들도 나쁘지 않다. 최소한 의 무력 수준이 있을 거고 농장에 적응하기 쉬울 테니까.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요리.

“요리를 하면 얼마나 잘하겠어.”

연우는 요리 스킬이 있고 대충 만들어도 맛은 좋다. 문제는 매일 하기가 귀찮고 다양한 음식을 맛 보긴 힘들다는 거였다.

이번엔 안주만 먹는 것보다는 양식이나 한식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기도 했다.

“두 명을 뽑을까.”

“식당에 두 명?”

“그게 나올 수도 있겠네. 펍은 한 명이면 될 거고.”

식당과 펍은 협업이 가능하다.

“그래. 바텐더 한 명하고 양식 이나 한식 주방장하고 일식 주방 장도 있으면 좋겠네.”

연우는 이력서를 쭉 봤다.

역시 가장 먼저 꺼내 든 건 구 직 어플에서 온 이력서.

“정민철. 요리 경력 3년. 그것도 고깃집 주방 보조로 2년 주방장 1년? 이거 너무 대충 한 거 아니 야?”

연우는 머리를 저었다.

연봉이 적었던 걸까, 아니면 이 런 낯선 곳에 오고 싶지 않다는 걸까. 다른 이력서도 마찬가지였 다.

“므깃도는…… 뭐야, 요르문간드 가 왜 나와?”

“요르문간드가 이력서를 보냈 어?”

수이니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것뿐인가. 백호 놈도 보냈고 용 족도 보냈어. 게다가 더 중요 한 건 뭔 줄 알아?”

“뭔데?”

“다 펍에 지원했다는 거.”

이자젤이 부들거리는 주먹을 을 렸다.

“이놈들 펍이 다 만만하다 이거 지?”

하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요 르문간드는 그 어마어마한 덩치에 비해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러면 서도 연우를 가장 잘 따랐으니 언 제든 오고 싶겠지.

“흥. 펍이라는 게 얼마나 어려 운데. 특히, 술을 사랑하지 않으 면 안 된다고!”

“그래그래, 그런 놈들은 다 자 르면 되니까. 흥분하지 말고.”

“뽑아 놓고도 자주 와서 확인해 야겠어.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고!”

이자젤은 그러면서 재주가 없이 찔러본 놈들의 이력서를 찢어 버 렸다.

“흐음. 협회장한테 전화해 볼 까.”

“그게 나올 수도 있겠다.”

연봉이야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맛있는 음식만 만들 줄 안다면 말 이다. 게다가 마음에 들면 요리 스킬 북을 하나 줄 수도 있다.

원래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스 킬까지 배우게 된다면 어떻게 될 지 궁금하기도 했다.

“일단 전화해 보자.”

이대론 답이 없을 것 같았다.

며칠 후. 연우는 면접을 시작했 다.

식당에 연우와 이자젤. 수이니 가 앉아 있었고 지원자는 한 명씩 들어왔다. 식당에서 이어진 줄은 농장 입구까지. 정확히 153명으로 이뤄진 줄이었다.

연우는 손에 들린 이력서를 읽 었다.

“종족, 뱀의 일족. 세이지?”

연우는 이름을 보자마자 고개를 들었다.

“네, 세이지입니다.”

“너 요르문간드 직속 부하. 아 니, 가디언 아니야?”

“맞습니다.”

연우가 눈을 얇게 뜨며 이력서 를 훑었다.

“경력 150년. 가장 잘하는 요 리, 백호 꼬리찜, 날생선을 녹인 수플레, 악어 회…… 그리고 라 면?”

“…… 네, 뭐가 이상하십니까?”

연우는 이력서를 툭 내려놓고

물었다.

“요르문간드가 시켰지?”

“네? 아, 아닙니다! 전 정말 제 의지로, 저 혼자 온 겁니다!”

“요르문간드는 ‘빙의’ 같은 것도 어려운 건 아닐 거고. 네가 합격 하면 네 몸에 들어가서 이곳에 있 을 예정이겠지.”

“그, 그걸 어떻게…… 아, 아닙 니다! 절대 아닙니다!”

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저 요리들을 모를 리 없다. 연우가 예전에 요르문간드가 좋아 하는 재료로 간단하게 해 줬던 것 들이다. 라면도 마찬가지였고.

게다가 뱀의 일족은 요리 자체 를 해 먹지 않는다.

“속이려면 제대로 좀 하든가.”

“죄, 죄송합니다!”

“ 돌아가.”

“한 번만 봐주세요! 제발요. 저 이대로 가면 정말 많이 혼납니 다!”

“안 돼. 못 봐줘. 돌아가.”

연우는 차가웠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요리다. 이쪽 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세이지가 나가는 걸 본 이자젤 이 입을 열었다.

“인재가 너무 없는데, 므깃도에 서 와서 그런가.”

“거기서 무슨 요리를 한다고. 해 봤자 몇 개 종족이 전부일 텐 데.”

수이니는 요리를 잘하지만, 그 건 연우와 함께했던 몇 년의 세월 덕분이었다.

“므깃도에서 요리 대회라도 열 어야 하나.”

“심사는 누가 하고.”

연우는 잠시 머뭇거린 다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그대로 괴롭겠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날생선 으로 만든 수플레에 피가 뚝뚝 떨 어지는 오크 허벅지나 나올 수도 있다.

그때 다음 지원자가 들어왔다.

연우는 기계적으로 이력서를 올 렸다.

“필리아 씨?”

“네, 맞습니다.”

“…… 어? 그 협회장이 소개해

주신 분이군요.”

연우는 고개를 들어 지원자를 바라봤다. 20대 중반의 외모를 가 진 여성이었다. 금발과 하얀 피부. 백인이었다.

그리고…… 인간이 아니었다.

“요리 경력 10년. 3년은 보조 1 년 셰프로 5년. 호텔에 들어가서 4년을 더 보냈군요.”

“네, 맞습니다.”

“주로 양식이고 일식도 1년 정 도 했었군요.”

연우는 눈을 게슴츠레 떴다. 심 안을 발동한 것이다.

?필리아 온 체이지, 483세, 종 족 골드 드래곤.

-출생지 그라니아 대륙 서쪽 산맥.

?요리 경력 120년.

-투 클래스 마스터. 세 번째 스킬 9단계.

‘곧 쓰리 클래스에 도달하겠군.’

드래곤치고는 아직 한참 어리 다. 그런데 곧 쓰리 클래스 마스 터라는 건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꽤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을 수도 있고.’

드래곤은 태생적으로 어마어마 하게 강한 종족이지만, 노력하지 않는 게으름 때문에 명확한 한계 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규모가 큰 전쟁을 겪은 드래곤은 나이에 비해 엄청난 속도로 성장 하기도 한다.

얼굴에 잔뜩 긴장한 모습이 보 였다.

그럴 만도 할 거다.

저 정도 되면 이 농장의 분위기

를 읽을 수 있을 테니까.

“긴장되세요?”

“네? 아, 네.”

“긴장하지 마세요. 아직 성룡도 아닌데 투 클래스 마스터에 세 번 째 스킬 최상급이면 재능도 꽤 있 네요. 혹시 요리 스킬 같은 건 없 죠?”

연우의 너무나 태연한 말에 필 리아가 눈을 부릅떴다.

“그, 그게……

당연했다.

필리아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평범하게 살려고 힘을 숨기고 살 아왔으니까.

그녀는 원래 요리를 좋아했고 또 미식가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라니아 대륙은 요리 수준이 떨어 진다.

이곳은 달랐다. 다양하고 소름 이 돋을 정도로 맛있는 요리. 입 체적이고 자극적인 요리들. 그것 들이 필리아를 요리의 세계에 끌 어들였다.

그렇게 요리를 시작한 필리아는 빠르게 성장했다.

아무리 수준 떨어지는 요리라도 그라니아에서 배웠던 시간이 사라 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마법으로 보조도 가능하니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단골로 친해지 게 된 협회장 이진철에게 연락이 왔다.

‘면접을 한 번만 보라고 했지.’

당연히 거절했다. 호텔 레스토 랑에서 일하는 셰프가 농장의 작 은 식당으로 이직하라니, 당연히 말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돈을 몇 배로 준다고 해도 싫어 야 맞다.

하지만 이진철은 그녀를 잘 알 았고 돈이 아닌 다른 것을 미끼로 던졌다.

‘어떤 재료도 사용할 수 있을 겁니다. 대왕 참치, 살몬테르는 기본이고 북극의 아이스 크랩, 핑 크 새우, 파란 코코넛 크랩, 쌍뿔 멧돼지. 외에도 원하는 재료는 어 떤 것이든 구할 수 있는 곳이니까 요.’

몬스터 재료다.

아무리 호텔이라도 8단계가 넘 어가는 몬스터를 음식 재료로 쓴 다고 마음껏 공수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간혹 아주 소량만 들어오고 그 가격도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필리아는 드래곤. 그 정 도 되는 재료는 얼마든지 직접 공 수할 수 있었다. 물론, 북극으로 의 워프는 필리아도 몇 주는 요양 해야 할 정도이기에 쉽진 않은 일 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요리에 집 중할 수는 없다.

‘그건 오버한 거겠지.’

당연히 믿지 않았다. 이곳에 온 이유는 정말 호기심 때문이었다. 도대체 어떤 곳이면 이진철 협회 장이 그렇게까지 말하는 걸까.

“…… 이곳은 다르군요.”

연우는 필리아의 말에 씨익 웃 었다.

그리고 힘을 개방했다. 거칠고 밀어붙이는 공격적인 기운이 아니 라 그저 있는 그대로를 연 거다. 이자젤과 수이니도 마찬가지였다.

“허 억.”

억지로 내는 소리가 아닌 숨이 턱 막히면서 내는 소리였다.

“긴장하지 마세요. 이곳에 오면 서 봤겠지만, 이 농장은 조금 특 이하니까요. 조금이요.”

필리아는 그 말에 결심할 수 있 었다.

‘여긴 정상이 아니야.’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겪는 자 신도 정상은 아닌 것 같았다. 분 명 환상이다.

“곧 성룡이 될 예정이라 예민해 진 건가.”

필리아는 그렇게 혼잣말하며 고 개를 흔들었다. 비틀거리는 몸으 로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그렇게 쓰러져 버렸다.

털썩.

연우는 그 모습을 보더니 머쓱 하게 머릴 긁었다.

“…… 이 힘에 적응을 좀 해야겠 어.”

하긴, 이제 식스 클래스 마스터 도 아니고 에잇 클래스 마스터다.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이 정도 차 이에 멀쩡하긴 힘들었다.

“이자젤 부탁 좀.”

“에휴, 내 팔자야. 이제 면접 보 러 온 사람. 아니, 드래곤 치료나 하고 있네.”

“뭐, 어쩌겠어. 그래도 요리 실 력 하나만큼은 괜찮네.”

연우는 이력서에 ‘합격’을 적고 찢어진 이력서가 담긴 쓰레기통 옆에 정갈하게 올려 뒀다.

“자, 다음 지원자분 들어오라고 해요.”

연우가 밖에 말했고 정장을 입 은 리젤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이제 한 150명 정도 남은 건 가…….

오늘은 꽤 힘든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요섭은 포 클래스 마스터가 됐 다.

대장장이 10단계, 무기 제작 10단계, 제련 10단계였다. 거기서 이번엔 ‘방어구 제작’을 10단계로 마스터했다. 그건 모두 메탈테빗 을 잡아 테빗의 심장을 얻었기 때 문이었다.

온 힘을 다해 두드렸고 엔트 족 의 껍질을 이용해 전신 갑주를 만 들었다. 그뿐이 아니다. 거기에

정령을 담으며 [GOD] 등급 장비 를 완성했다.

만들고, 정령을 입히고, 후름이 그 정령과 계약하자마자 연우가 빌려 갔지만, 장비는 상처 없이 돌아왔다.

“우오오! 역시 대단합니다! 테 빗의 심장! 내 생명과 맞바꾸겠습 니다!”

탕! 탕! 탕!

바벨은 삼 일 내내 망치를 두드 리고 있었다. 먹지도 마시지도 자 지도 못하고 말이다. 그런데도 테 빗의 심장은 멀쩡했다. 심장의 모 양. 그 상태에서 조금도 흐트러지 지 않는다.

바벨은 원 클래스 마스터였고 테빗의 심장을 다루기엔 많이 모 자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바벨은 깨달음을 얻 었다.

“우오오오오오!”

‘혼을 불태우는 대장장이’라는 유니크 스킬을 얻어 버린 것이었 다. 바벨은 진심으로 혼을 불태우 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투 클래스 마스터가 된 건 아니다. 하지만 특별한 하나의 스 킬은 모든 스킬에 효과를 증폭하 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쉽게 도 와준다.

그때, 테빗의 심장이 흐물거리 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섭은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하 게 웃었다. 단순히 스킬을 마스터 한 것과는 다른 깨달음인 거다.

“좋아! 더 쳐라! 넌 할 수 있 다!”

“알겠습니다! 우오오오!”

오늘도 대장간엔 에너지가 넘쳤 다.

그 소리에 접근하던 삼미호가 털이 삐죽 세우며 도망갔다. 너무 나 섬뜩한 살기 때문이었다.

“으으, 여긴 너무 무서워!”

도망가는 삼미호의 엉덩이는 망 치가 내려쳐질 때마다 들썩거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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