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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편_ 새로운 식구(1) (92/207)

제107편_ 새로운 식구(1)

“뭐, 나쁘진 않네.”

연우는 그 모습에 흐뭇하게 웃 었다.

세 엘프에 떨어지지 않는 외모 를 가진 혜영이 기모노를 입으니 꽤 색다른 매력을 뿜었다.

그래도 가장 만족스러운 건 요 리였다.

바삭.

치킨가라아게다. 바삭거리는 튀 김의 식감이 지나가고 닭의 부드 러운 식감이 이와 이 사이를 덮친 다. 동시에 입안에 닭의 기름과 향이 폭발했다.

“크으. 이거지.”

이번엔 치킨을 명란파스타에 푹 찍었다.

하얀 크림소스에 적셔진 가라아 게에 명란이 슬쩍 묻어 있었다. 이 소스에 명란은 환상적인 조합 이다. 게다가 가라아게라니.

뜨거운 가라아게를 입에 넣고 씹었다.

정말 말이 필요 없는 맛이었다.

식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족족 이자젤이 일본풍 으로 바꿔 버렸다.

혜영과 후름은 어색해 했지만, 술이 한 잔 들어가자 금방 적응했 다.

“이게 뭐야!”

“뭐긴, 오늘 컨셉이래.”

“왜 좋잖아!”

혜영와 연우의 말에 이자젤이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며 웃었 다.

뒤이어 삼미호와 두 강아지가 들어오자 작은 강아지용 기모노를 만들었는데, 머리에 리본을 만들 어 여성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꺄아! 귀여워라!”

“엇? 예뻐요! 너무 예뻐요!”

삼미호는 좋다고 난리였고, 두 강아지는 뭔가 자괴감이 드는지 귀와 꼬리가 축 처졌다.

천인종과 헤르메스가 들어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일부러 그 랬는지 회색과 갈색 기모노였다. 마치 잡부처럼 말이다.

뒤이어 온 리젤과 요섭 그리고 바벨까지 기모노로 바꿔 버렸다.

가라아게와 명란파스타를 다 먹 자, 분홍빛 속살을 가진 살몬테르 와 참치 회를 가져왔다.

술도 맥주에서 사케로 바꿨다.

“우리 사진이나 찍을까?”

오랜만에 이렇게 모두 모였다.

지금이 아니면 이런 장면을 연 출하지도 못할 거다.

“제가 찍어 드리겠습니다.”

헤맨이 옆에서 등장했다. 아공 간에서 보면서 부러웠던 모양이 다.

부탁할게.”

헤맨은 아날로그적인 카메라를 들고 섰다. 분신을 하나 만들어 카메라를 들게 하고 본체는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다 모여!”

“여기 여기, 여기는 조금만 당 겨 주세요!”

“꺄아! 사진이다! 사진!”

“조용히 하고! 눈 깜빡거리지 말고요!”

“자, 잠깐! 머리 좀!”

시끌벅적했다.

그때, 헤맨은 자연스러운 모습 을 담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펑!

플래시가 터졌다.

화면 안에는 기모노를 입은 식 구가 일본풍의 배경으로 서 있었 다. 누구는 웃고, 누구는 뒤를 돌 아봤으며, 누구는 눈을 감고 소리 치고 있었다.

이들이 언제까지나 이 농장에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인 연은 언제나 만남과 이별이 공존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연우도 억지로 유지할 생각은 없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으면

떠나는 거고 새로 오고 싶으면 오 는 거다.

그게 농장이란 곳이니까.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

연우는 언제나처럼 카페를 찾았 다.

“오늘은 깔루아 말고 아메리카 노에 위스키 좀 타 줘. 취하고 싶 은 날이네.”

“…… 네가 취하고 싶지 않은 날 도 있었냐.”

후름이 어이없다는 듯 연우를 바라봤다.

“네가 아냐. 왕이 갖는 이 짐의 무게를.”

“아이고. 네네. 알겠습니다. 우 리의 왕이시여.”

후름은 피식 웃으며 카페로 들 어갔다. 연우는 안락의자에 앉아 풍경을 둘러본다. 낙엽이 슬슬 떨 어지기 시작한다. 산꼭대기로 올 라간 스텀프 덕분인지 산은 더욱 빽빽해졌다.

강줄기엔 마릴이 노닐고 있었는 데 물이 너무 맑아져 살지 못하는 몬스터가 나올 정도였다.

연우는 그러다 새로 생긴 스킬 설명을 열었다.

[세상의 왕(1단계)]

설명 : 한 계(界)의 왕. 모든 이의 정점에 선 이에게만 부여되 는 칭호다. 계를 대표할 자격과 권능을 얻는다.

설명은 그럴듯하지만, 딱히 권 능 같은 건 생기는 게 없었다. 뭔 가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 것 같았 다.

“여기.”

후름이 커피를 가져왔다.

연우는 냄새를 맡고 맛을 봤다.

로얄 살루트 30년산을 넣은 것 같았다. 조니 워커에 비하면 아주 순하고 목 넘김이 편한 술이다. 아메리카노도 연하지만 고소하게 내렸다.

“딱이네.”

맛이 좋았다.

씁쓸하면서 부드러운, 그리고 목에서 올라오는 약간의 열감. 딱 두 잔만 먹어도 취할 듯한 커피였 다.

“무슨 일 있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조금 복잡하긴 했다.

이번에 만나 두 사자. 그것들이 그라니아 대륙을 중심으로 자리 잡은 마계와 천계의 신들이었다. 진짜 신격까지는 아니었지만.

“뭔가 더 큰 게 있을 것 같은

느낌이라는 거지.”

사자의 신분증에 나타난 보안 등급이 있다. 처음에 봤던 신분증 의 보안 등급이 4단계였고 지금 본 건 6단계다. 그렇다는 건 당연 히 그 위도 있다는 것.

그렇다면 그 위는 도대체 얼마 나 강한 걸까?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건 뭘까.

이 지구의 사용자라는 것도, 연 우가 사용하는 시스템도. 모두 그 들에게서 나온 것일까?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 그냥 너처럼 해, 센느.”

“내가 뭘 어쨌는데!”

“막으면 부수고, 방해하면 무너 뜨리고, 귀찮게 하면 다 죽이고.”

“누가 보면 사이콘줄 알겠다.”

“아니라곤 못하지.”

딱히 할 말이 없긴 했다.

연우는 아스가르드 안에서 센느 라는 이름을 가지고 활동할 때, 정말 그랬으니까. 그렇다고 연우 가 성격 파탄자인가? 아니다. 그 건 게임일 뿐이었으니까.

“여긴 현실인데.”

새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연우를 보고 후름이 로얄 살루트를 병째로 가져왔다.

“한 잔 마시면서 생각해.”

한 잔, 두 잔 그리고 취기가 올 라오기 시작했을 때.

“하긴, 그러나저러나 나랑 상관 없지.”

“맞아. 뭘 걱정이야? 다 때려 부숴!”

사람이란 게 그렇다. 취하면 앞 뒤가 없어지고 생각이 짧아진다. 양심? 그런 건 언제나 무시할 수 있는 거다.

“크으, 역시 로얄 살루트. 맛은 끝내줘.”

황금빛 위스키가 동그란 얼음에 출렁거리더니 연우의 입으로 빨려 들어간다. 붉은 입술을 타고 슬쩍 흐른다.

“이제 걱정은 사라졌지?”

“…… 내가 뭐 걱정했었나?”

후름은 그런 연우를 보고 한숨 을 내쉬었다.

아니야. 걱정은. 술이나

먹자.”

그때, 수이니가 새우튀김을 가 져왔다. 하얀 타르타르소스와 간 장에 직접 간 와사비도 있었다. 뒤론 이자젤이 따라오고 있었다.

“어, 새우튀김이네.”

그러고 보니 어제 부탁할 게 있 다고 했던 것 같다.

수이니와 이자젤이 옆으로 쭉 앉았다.

“뭐 할 말 있어?”

“웅. 이번에 후름이 쓰리 클래 스 마스터에 든 거 알아?”

며칠 전 요섭과 바벨이 테밋으 로 테밋의 혼이라는 전신 갑옷을 만들었을 때였다. 후름은 이자젤 이 만든 정령 제작석으로 테밋의 혼에 정령을 만들어 부여했고 후 름이 그 정령과 계약했다.

장비는 GOD급이었고 쓰리 클 래스 마스터 최상급인 요섭이 포 클래스로 들어서면서 만든 장비.

요섭과 후름이 한 단계 올라서 는 순간이었다.

“듣긴 들었지. 요섭도 포 클래 스 마스터로 올랐고.”

“나도 수련을 제대로 해 봐야겠 어.”

수이니가 결심한 얼굴로 말했 다.

이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아직 투 클래스 마스터 최상급 정도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차이가 별 로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그렇다고 요리로 마스터를 찍을 것도 아니었으니까.

“어디로 가게?”

“이쪽 세상을 한번 돌고 싶네.”

지구를 말하는 거다. 강한 적은 없지만, 많은 경험은 깨달음을 주 기도 하니까.

“그래, 다녀와. 난 또 다른 차원 까지 간다는 줄 알았네.”

그것만 아니면 된다. 지구 안에 만 있으면 어떻게든 연락은 되니 까.

“미안해. 식당 일…… 식당 맡을 사람 오면 인수인계는 제대로 하 고 갈게.”

연우는 끄덕일 뿐이었다.

“ 이자젤은?”

“음, 난 그런 건 아니고. 사업을 해 보고 싶어.”

“사업?”

“응, 그냥 쇼핑은 질려서 기업 이나 쇼핑해 보게.”

“?????? 아주.”

“ 아주?”

“참신한 생각이구나.”

기업 사냥꾼이 되겠다는 이야기 인가.

그런 거라면 농장에 계속 있지 는 못하겠지만, 가끔 보기 힘든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왜?

“돈 빌려 달라고?”

“아니, 맡기라는 거지. 내가 제

대로 운영해 줄게.”

제대로 확인해 봐야겠지만, 수 백 조는 있을 거다.

하지만 이자젤이다. 그녀의 아 공간엔 연우가 가진 아이템 못지 않은 물건들이 즐비하고 그것 중 몇 개만 제대로 팔면 100조는 금 방일 거다.

“그렇다고 내가 장비나 아이템 을 막 팔 수도 없고. 잘못해서 세 계대전 같은 게 일어나면 어떡 해.”

하긴, 물건 파는 게 그렇게 쉬 운 일은 아니다. 농장에 있는 마 법 상점이나 장비 상점에 올리는 물건이야 항상 확인 절차를 거치 니 크게 상관없다.

만약 대량 살상 무기나 정신계 아이템 또는 감염 관련 아이템이 잘못 새어 나가면 엄청난 인명 살 상이 일어날 거다.

“그렇긴 하지.”

돈이야 얼마든지 있고 언제든지 벌 수 있다.

게다가 그저 소모하는 게 아니 라 굴려 준다는 거니까.

“아, 그렇게 산 기업 명의도 네 이름으로 해 놓을게. 난 여기서 신분이 없으니까.”

“그건 상관없지만, 신분은 하나 만들어야 할걸? 이것저것 하려 면.”

연우는 알코올 기운을 몰아냈 다.

신중하게 애기할 때였다.

혜영은 이진철과 최민아를 만나 고 있었다.

연우가 한참 작업 중일 때, 이 자젤에게 도움을 받았다. 적당한 게이트 한두 개를 골라 준 거다. 그중 하나는 이진철이 비밀 기지 를 세운다며 공사 중이었고 하나 는 혜영의 소유로 돌렸다.

“조사는 끝났죠?”

“네, 완벽하게 끝났습니다. 환경 도 좋고 마력도 풍부해서 건강에 도 딱 좋을 것 같네요.”

혜영의 물음에 최민아가 대답했 다.

“이자젤 님은 안 오셨나요?”

이진철이 물었다. 전에 부탁을 하나 들어 준다고 했는데 여태껏 아무 말이 없으니 더 초조해졌다.

“네, 농장에서 연우랑 얘기 중 일 거예요.”

“그래요. 겁나네요. 쇼핑이라니. 이제 막 백화점을 사들이거나 공 장을 사는 건 아닌가 싶어서요.”

이진철은 언제부턴가 혜영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혜영은 한 번 편하게 말하라고 했는데, 도저 히 그건 못하겠다고 못 박았다.

“에이 설마요.”

“그렇겠죠?”

이진철도 혜영이 그렇게 말하니 안심이 되는 모양이었다.

게이트 안쪽은 깔끔한 공간이었 다. 원래 3단계 늑대 몬스터가 살 던 곳이라 숲이 우거져 있고, 적 당한 평야도 있었으며, 동식물과 벌레들도 있었다.

다행히 독충이나 위험한 식물은 없었다.

그 중앙 평야에 건물을 올리는 모습이 보였다. 기초를 쌓고 기둥 을 세운다. 숲이 닿은 곳은 산책 로를 만들 부분을 제외하고 철창 을 세웠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 해서였다.

“넓네요.”

대충 봐도 큼지막한 고등학교 정도의 크기였다. 직원만 500명이 들어와 살 거고 출퇴근하는 직원 도 1,500명은 된다.

“네, 작은 병원도 있고 식당도 있으며 수영장하고 헬스장도 만들 었어요. 직원 기숙사도 지을 거고 경비실도 중급 사용자를 포함에 전문가들로 채울 겁니다.”

이진철은 혜영을 확실히 도와줬

이런 일은 돈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전문가들이 필요했고 법 이나 세금 문제도 상당히 복잡했 다.

“뿌듯하네요. 뭔가.”

“연봉을 상당히 높게 책정하셨 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대중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게 이트에서 일하는데 그 정도는 줘 야죠. 그리고 그래야 기쁘게 일하 지 않을까요?”

할머니나 할아버지들. 한쪽엔 고아원도 있다. 사람들이 이런 일

을 기피 하지 않았으면 해서 연봉 을 높게 잡았고, 복지도 상당히 파격적으로 조정했다.

운이 좋게도. 아니, 협회장 이 진철의 도움 덕분에 정부와 협회 의 지원을 받게 됐고, 혜영도 마 법 상점을 통해 꽤 많은 인센티브 를 받고 있어서 돈이 부족할 일은 없었다.

“이제 슬슬 모집해도 되겠네요.”

이게 가장 중요하다. 모든 사람 을 받지 못하는 만큼 정확히 선별 해 받을 필요가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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