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편_ 멸망 플래그를 예방하는 법 (2)
이미 밤이 된 므깃도의 하늘이 밝게 빛났다.
그 빛의 근원은 화산섬 꼭대기.
산산조각이 난 모루와 망치의 잔 해 속이었다.
“완성이다.”
그 고고한 화염룡와 천인종도 쓰 러진 상태였고 이자젤이나 요섭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 오롯이 서 있는 건 연우뿐이었다.
하얀빛이다.
원래는 거부할 수 없으며 저항할 수 없는 힘인 신격.
인세의 힘은 범접할 수 없는 강 력한 신의 금제.
하지만 지금은 익숙했다.
완전히 연우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의 간섭은 가능한 정도.
한 달 동안 세븐 클래스 마스터 인 연우, 포 클래스 마스터인 요르 문간드와 화염룡. 그리고 천인종. 거기에 쓰리 클래스 마스터인 요섭 과 그와 비슷한 이자젤까지.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존재들이 탈진 상태까지 힘을 쏟아부었다.
연우가 손을 뻗어 그 거검을 집 어 들었을 때.
시스템 문구가 떠올랐다.
-신격을 지닌 검을 만들었습니 다.
-홀로 이룰 수 없는 업적입니다.
-잠재 능력치 1이 올랐습니다.
-신력을 머금고 신격에 도전하는 검입니다.
-이름을 지어 주십시오.
“너의 이름은.”
문득 애니메이션이 떠오른다는 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뜻일 거 다.
“신을 죽이는 검. 신살검(神殺劍) 이다.”
방금 생각한 이름이었다. 장비의 등급이 높아질수록 제작자의 의지, 검이 가진 역사, 이름의 뜻, 머금은 힘은 검의 성향을 좌지우지한다.
즉, 이름에 따라 역량과 역할이
달라진다는 거다.
?신살검(神殺劍)이 이름을 부여 받았습니다.
-신연우를 주인으로 인정합니다.
?등급이 부여됩니다.
- [Kill the GOD]의 등급이 부여 됩니다.
-최초로 신을 해할 수 있는 검입 니다.
시스템 문구는 거기까지였다.
연우는 가장 궁금한 설명과 성능 을 열람했다.
[신살검(神殺劍)(Kill the GOD)]
설명 : 신의 금속 몰트, 빛을 받 는 꽃 청련, 타이탄의 가죽, 마신의 뿔, 황금 에너지체 로이칼의 실, 제 련된 엔트의 껍질까지. 최고의 재 료로 만들어진 검이다. 주인인 신 연우의 신살(神黑) 의지가 유일한 신살검(神殺劍)을 만들었다. 요르문 간드의 혼으로 별빛과 달빛을 모았 고 화염룡 이그니스의 화정(火淨) 과 대륙의 명인(名人) 대장장이 요 섭이 형상을 만들었으며 붉은 숲의 일족인 이자젤이 인챈트하고 신의 사자인 천인종의 신격을 부여하며 므깃도의 정수가 담겼다. 음각된 룬어와 마법진도 신의 한 수였다.
-유일하게 신을 죽일 수 있는 검.
-주인 : 신연우.
-고유 명칭[자세히 보기]
“역시.”
등급이 높아질수록 설명에 들어 가는 ‘고유 명칭’이 늘어난다. 그리 고 일정 개수 이상이면 이런 식으 로 [자세히 보기]로 축약하게 된다. 그저 설명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시스템적 현상이다.
연우는 자세히 보기를 눌렀다.
-신의 금속 몰트 : ‘적당한 신 격’을 부여한다.
-빛을 받는 꽃, 청련 : 별과 달 의 가호를 받는다. (모든 저항 50% 상승, 방어력 100% 상승.)
-타이탄의 가죽 : 반신이었던 타 이탄의 근력을 얻는다.
-마신의 뿔 : 마계의 존재에 적 대감을 없애고 두려움을 심어 준다.
?황금 에너지체 로이칼의 실 : 꺼지지 않는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 다. 마력과 신력으로 사용할 수 있 다.
-제련된 엔트의 껍질 : 모든 저 항을 ‘신력 저항’으로 돌리면서 99.99%의 신력을 감출 수 있다.
?신살(神黑) 의지 : ‘신격의 제 한을 적게 받는 공격’을 얻는다. (동시에 ‘신격’을 지닌 존재와의 적 대감 최대치.)
“자, 잠깐?”
연우는 설명을 쭉 읽어 가다 멈 칫 했다.
아예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충 분히 알 수 있는 거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게 맞을 거다.
그래도 그렇지 적대감이 최대치 라니.
그건 지나가다가 처음 본 사람에 게 주먹을 날리는 상황. 게다가 상 대가 “왜 때려”라고 물었을 때, 뻔 뻔하게 “네 얼굴이 구타유발을 했 다”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의 적대감이다.
“…… 뭐, 그래도 적대감에 비례 해 공격력이 강해질 테니까.”
그런데도 ‘신격의 제한을 적게 받는 공격’라는 게 조금 걸리긴 했 지만, 연우를 죽일 그 둘을 상대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사했다.
연우는 마저 읽어 내려갔다.
-요르문간드의 혼 : 세상에 삼키 는 요르문간드의 축복을 얻는다. (세상을 삼킬 때 과도한 포만감을 줄여 준다.)
“…… 이건 쓸데없겠고.”
고유 명사 하나에 특수한 옵션이 부여되는 거다. 그러니 조금 아깝 긴 했다.
-화염룡 이그니스의 화정 : 모든 것을 정화하는 불 ‘화정’을 사용할 수 있다.
?대륙의 명인 대장장이 요섭 : ‘무한에 가까운 내구’와 ‘자가 복구’ 를 얻는다.
-붉은 숲의 일족 이자젤 : 모든 인챈트 마법에 ‘붉은 숲의 분노’를 적용. (마력 소모 80% 감소, 위력 100% 상승.)
-천인종의 신격 : 인세의 규칙에 구애받지 않는다.
-므깃도의 정수 : 거대한 세계, 신들의 전장인 므깃도의 축복을 받 는다. (신들과 전투에서 전투력 10% 상승.)
-음각된 룬어와 마법진 : 각인된 언령과 마법을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원 클래스 마스터급 마법 과 언령.)
“좋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효과들이다.
하나하나 빠질 수 없는. 아니, 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두 좋은 옵 션이 었다.
연우는 신살검과 연우가 연결된 순간 기이한 고양감을 느꼈다. 뭔 가 붕 뜬 느낌. 이게 신력인가? 아 니면 신격인 건가. 알 수가 없었다.
연우는 천인종에게 다가갔다.
전에 보이던 강력한 결계가 보이 지 않는다. 아니, 한없이 얇아졌다 는 게 맞을 거다.
예전엔 천인종이 쓰리 클래스 마 스터에서 포 클래스뿐이 되질 않는 데도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는 돼야 상대가 될 정도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약간 강한 쓰리 클래스 마스터로 보였다.
“이런 느낌인 건가.”
연우는 만족스러웠다.
이제 호르드란의 새로운 꿈을 기 다리면 된다.
연우는 물론이고 제작에 참여했 던 모두 휴식이 필요했다.
20시간을 내리 자고 식당으로 터 덜터덜 걸어가자 이자젤과 요섭이 기름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앉아 있었다. 그런데도 힘이 없어 보였 는데, 지친 얼굴이라기보다는 나른 한 얼굴이었다.
하긴, 지친 걸 회복하기 위해서 만드라고 한 뿌리를 통째로 먹였고 대환단이 든 담금주와 만년설삼으 로 담근 술까지 한 잔씩 먹이고 재 웠다.
그러니 힘이 넘칠 수밖에.
“연우 왔네.”
수이니와 혜영이 맞이했고 삼미 호가 연우 어깨로 풀쩍 올라오며 주둥이를 볼에 비볐다. 기분이 좋 은지 ‘그르릉’ 소리를 낸다.
이럴 땐 꼭 고양이 같다는 생각 도 든다.
“오늘은 보양식. 삼계탕이다.”
수이니가 큼지막한 냄비를 들고 왔다. 혜영이 그걸 받아서 각자 대 접에 국물과 찰밥 그리고 닭을 해 체해 덜어 줬다. 만드라고도 한 뿌 리씩 담았다.
“하던 일은 잘됐어?”
이자젤이나 요섭은 검의 성능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기절했고 연우 도 거의 바로 잠들었기에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이들은 어떻게 됐는 지 궁금한 눈치였다.
“제대로 만들어졌지.”
연우는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모 두가 놀랐는데, 그럴 만했다. 웬만 한 [GOD] 등급 장비보다 뛰어났 기 때문이다.
“진짜? 다행이네.”
혜영이 대답하며 삼계탕을 마저 담았고 방금 들어온 후름이 물었다.
“그럼 호르드란 님의 예지만 기 다리면 되겠네?”
“그렇지? 거기에 내가 사용하던 전용 장비도 있고. 아공간에 궁니 르 같은 약간의 신격을 담은 무기 도 있으니까 어렵진 않을 거 같은 데.”
“그랬으면 좋겠다.”
세 엘프는 호르드란의 말이라면 1%의 의심도 없이 믿는다. 800년 평생 얻은 습관이나 교훈일 거다.
“근데 멸망은 막아도 그 둘이 넘 어오는 건 어떻게 알지?”
“맞아. 므깃도로 천공 세계로 넘 어온다며. 므깃도에서 연우가 발견 했을 때는 이미 므깃도 대부분이 무너진 상태였고.
므깃도에 대해 잘 아는 수이니, 이자젤, 후름이 의견을 내거나 질 문하기 시작했다.
“일단 각 계층에 바로 연락이 닿 을 수 있는, 길들인 몬스터를 넣는 거지. 거기에 천공 세계에 연결된 차원 길목을 이용한 거 같은데, 파 이브 클래스 위로는 나한테 알려지 게 하는 게 좋겠어.”
그런 것들은 어려운 게 아니다.
“그렇네. 그렇게 하면 바로 알고 막을 수 있겠다.”
“문제는 내가 얼마나 피해 없이 막을 수 있느냐지.”
연우는 그렇게 말하곤 수저로 기 름이 둥둥 떠 있는 국물을 살짝 떠 먹었다.
“ 크으.”
수이니는 역시나 대단했다.
인삼 대신 만드라고가 들어갔고 각종 약재는 거의 영약들이다. 몸 에도 좋은데 맛도 좋다.
이번엔 닭다리를 하나 집어 물었 다. 부드럽게 씹힌다. 퍽퍽하지도 않게 잘 익힌 살점은 목으로 넘어 가는 순간까지 입을 즐겁게 한다.
‘남은 능력치 2개도 슬슬 올리면 서 에잇 클래스도 미리 찍어 놔야 겠어.’
준비는 어느 정도 된 상태지만, 확실한 게 좋았다.
“맛있다. 힘이 막 넘치는데요?”
언제 옆으로 왔는지 볼이 홀쭉한 바벨이 닭을 뜯고 있었다. 그래도 이 주라는 긴 시간 동안 몰트를 두 드렸으니 힘들 만도 했다.
“역시 그땐 대단했습니다!”
우적우적.
“아, 맛있네요. 그렇게까지 생명 을 쥐어짜 본 적은 없었습니다. 정 말 고갈 직전이었는지 사신이라는 존재를 본 것 같습니다. 작은 강도 본 것 같은데 꼭 반쯤 넘어갔다가 겨우 기어 나왔네요. 역시! 지금까 지 요섭 님이랑 극한까지 단련한 효과가 있는 건가요!”
설마 요단강인 건가. 그런 게 현 실에 있는지는 연우도 알 수 없었 다.
바벨은 언제나 에너지 넘치고 말 이 많았지만, 나쁘지만은 않았다.
“연우 님, 한잔 따를게요.”
“나도 따라 줄게.”
리젤이 돌아가며 술을 따랐고 연 우도 리젤의 잔을 채웠다.
역시 차가운 술은 최고다.
특히, 뜨거운 국물과는 환상적인 조합이다.
20시간을 내리 잔 덕분일까. 연 우와 이자젤. 그리고 요섭까지는 지치지도 않고 다음 날 아침 해를 보고 나서야 잠들었다.
혜영은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일을 했다.
변호사 법인에 찾아가 도움을 받 았으며 회계사와 사회복지학에 정 통한 교수와도 자리를 가졌다. 녹 튼과 레드 문에서 한 번 더 다녀가 면서 충분할 정도의 돈을 모았다.
이후에 협회장 이진철이 농장에 찾아왔는데, 연우가 없어서 혜영과 대화를 했었다.
“아, 연우 님이 바쁘시군요.”
“네, 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어 서요.”
“온 김에 마법 상점과 장비 상점 에 좀 들르겠습니다.”
“얼마든지요. 제가 만든 것도 있
으니 많이 사 주세요.”
이진철은 정말 많이 사 줬다.
어차피 자기 돈도 아니었고 셰이 크와 한국 정부 그리고 협회에서 지원되는 거라며 아낌없이 뿌렸다.
그러다 재단 이야기가 나왔다.
“재단이요? 독거노인이나 국가유 공자군요. 혹시 고아원을 만드실 생각은 없으세요?”
아예 없진 않았다. 하지만 한 번 에 할 여력이 되지 않아 순서를 정 한 것뿐.
“그럼 제가 도와줄 수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이번에 생성된 불특정 아공간 때문에 걱정이거든요.”
“불특정 아공간이요?”
“정식 명칭은 ‘불특정 영구 유지 아공간’이라는 건데, 몬스터를 뱉어 내고도 사라지지 않는 게이트의 사 용이죠. 생각보다 그 안쪽이 살기 좋더라고요. 물론, 아닌 곳도 있지 만요.”
“정말이요?”
“네, 조사 중인데 사실 불안한 요소도 많아서요. 연우 님에게 조 언을 구해 볼까 했습니다.”
혜영이 걱정했던 것 중에선 넓고 안전한 땅과 건물이 있었다.
몇 가지 걱정이 되긴 했는데 이 곳이 어디인가.
연우가 있고 이자젤과 헤맨도 있 다.
돈을 빌리는 게 아니라면 약간의 조언과 마법적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어차피 말을 해야 하긴 했으니 까.’
어쩌다 보니 세계사용자협회 한 국 지부 협회장인 이진철의 전폭적 인 도움을 받게 됐다.
생각보다 빨리 순자 할머니를 도 울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