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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편_ 멸망 플래그를 예방하는 (88/207)

제98편_ 멸망 플래그를 예방하는

법 (1)

호르드란은 꿈을 꿨다.

뒤바뀐 미래를 예견한 이후에 단 한 번도 발동하지 않았던 미래 예 지였다.

지구에 연우가 있는 이상 지구나 므깃도가 멸망에 이르는 일은 없어 야 맞다. 하지만 이번엔 연우조차 도 막을 수 없는 위협이었다.

꿈으로 본 것만으로 오금이 저려 왔고 식은땀이 비처럼 쏟아졌다. 같은 공간에 있다는 착각만으로 정 신을 놔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세븐 클래스 마스터.

그리고 신격을 지닌 자.

므깃도에 새로 만든 천공 세계를 통해 들어온 두 존재는 1계층을 박 살 내고 최강 삼 종까지 몰살했다. 므깃도의 지배자들이 모두 모여 싸 웠지만, 순식간에 전멸했다.

하늘이 무너지고.

대륙이 불타올랐다.

바다는 증발하며 거꾸로 올라간 다.

‘너흰 누구냐!’

‘여명을 탈취한 자, 제거하고 여 명을 회수한다.’

‘여명? 그■게 무슨.’

연우와 그 둘의 전투는 그렇게 시작됐다.

므깃도는 몇 번이나 무너지려 했 다.

헤맨이 생명을 바쳐 므깃도를 유 지했고 결국 무너져 버린 므깃도를 아공간으로 덮었다.

오랜 시간 연우를 곁에서 도왔던 헤맨은 거기까지였다.

처절한 전투는 며칠을 지속했다.

중간에 연우가 에잇 클래스에 들 면서 승기는 연우가 잡았지만, 그 들도 어느 순간 에잇 클래스 마스 터로 올랐다. 그런데 신격까지 지 니고 있었으니, 연우가 이길 수 있 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연우는 그곳에서 죽었고.

세상은 멸망했다.

호르드란의 꿈은 거기까지였다.

오늘 아침은 상큼하게 시작했다.

아메리카노 대신 레몬에이드였 다.

선선한 바람은 맞으며 가을이 왔 다는 걸 실감하는 중이었다. 붉고 노란 산을 눈에 담고 가을 하늘의 마른 바람은 코로 마신다.

“좋은 하루.”

밑에서 이자젤이 올라오며 인사 했다.

“난 커피 부탁해.”

“알았어. 아이스로?”

“ 웅.”

후름은 자연스럽게 주문을 받았 고 이자젤은 연우 옆으로 앉았다. 안락의자라 거의 눕다시피 한 거라 볼 수 있다.

“하아. 요즘 너무 지루해. 여긴 너무너무너무 평화로운 것 같아.”

밖엔 몬스터 웨이브로 난리가 났 는데 이런 말이라니. 딴 사람이 들 었으면 주먹이 날아갔을 거다.

“하긴, 우리 아스가르드에 비하 면 천국이나 다름없지.”

물론, 연우에게 아스가르드는 게 임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이자젤에 겐 현실이었고 거의 매일같이 대륙 멸망급 플래그에 목숨을 건 전투를 했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이 당연한 걸지 도.

“멸망 플래그 몇 개만 나왔으면 좋겠어.”

“말조심해라, 그러다가 진짜 플 래그 꼽힌다. 심심하면 쇼핑이라도 가든지.”

“이제 그것도 재미없어. 해외로 나 나가 볼까?”

그때, 므깃도에서 연락이 왔다.

호르드란에게 심각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건 헤맨과 연우의 죽음. 므깃 도와 세상의 멸망이었다.

“야! 이자젤!”

“…… 설마 진짜 내가 말해서 그 런 건가?”

당연히 그건 아니겠지만, 이자젤 은 진짜로 믿는 듯했다. 그리고 그 게 사실이라면 이렇게 장난 칠 시 간은 없었다.

호르드란은 미래 예지와 함께 [진실의 눈]을 가졌다. 사실이고 말 고를 떠나서 그 누구보다 믿을 만 한 존재였다.

연우는 이자젤과 헤맨을 데리고 호르드란을 만났다.

회의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결정된 건 예방을 하자는 것.

“그렇다면 미리 준비하고, 내가 다시 예지해 보지.”

“전에도 비슷한 꿈을 꿨다고 했 죠?”

“조금 다르긴 한데, 바뀐다면 바 뀐 미래를 꿀 수 있을 거야.”

한참을 고민하던 연우는 무기를 하나 만들기로 했다.

전에 사용하던 [GOD] 등급의 장비 세트도 좋긴 하다. 하지만 그 둘은 여명이라는 말을 했고 신격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새롭고 더 강한 장비가 필요했 다.

연우가 에잇 클래스로 올랐어도 부족했다면 믿을 수 있는 건 ‘템발’ 뿐이었다.

“신의 금속이 필요해.”

“몰트를 말씀하시는군요. 토르의 묠니르를 만들었던.”

“얼마나 있지?”

“이건 저희도 얼마 없습니다. 다 끌어모아야 5킬로그램 정도?”

“흠. 일단 다 가져오고. 푸른 연 꽃인 청련(靑薄)하고 로이칼 실까 지 챙겨 오고.”

청련이 있어야 몰트를 달빛과 별 빛으로 정련할 수 있다. 로이칼은 엄청난 양의 마력을 머금은 에너지 체 금속으로 무기의 배터리와 같은 역할을 할 거다.

“제대로 신격 관련 무기를 만드 실 생각이시군요. 그렇다면 타이탄 의 살가죽하고 마신의 뿔도 가져올 까요?”

반신이라는 타이탄 족의 살가죽 은 그 자체로 신격을 지니고 마신 의 뿔은 마기와 신격 저항을 증폭 하는 기능을 가진다.

“그래, 최상급 정련제랑 무두 장 비도 챙기고. 므깃도로 간다.”

헤맨은 진지한 연우의 얼굴에 고 개를 숙이곤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연우는 대장간으로 가서 요섭과 바 벨을 불러서 간단히 설명했다.

“요섭, 바벨. 므깃도로 간다. 요 섭은 엔트 족 껍질도 어느 정도 챙 기고.”

“알겠습니다.”

연우가 이렇게 진지한 모습은 처 음 보는 건지, 요섭과 바벨이 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이 작업은 요섭이나 연우가 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천인종의 신격도 필요했고 이자젤의 인챈트 능력도 필요했다. 거기에 요섭과 바벨의 대장장이 기술.

또 주인이 될 연우의 마력도 대 량으로 필요했다.

게다가 웬만한 망치나 모루는 버 티질 못할 거다. 얼티밋 장비 몇 개 소모해야 할 거고 므깃도에서도 가장 단단하고 뜨거운 장소로 갈 거야 한다.

연우는 그렇게 모두 모은 후에 므깃도로 진입했다.

므깃도는 주인이 돌아오고 안정 을 되찾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각 지배자의 종족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그게 불문율이고 그들만의 규칙 이었으니까.

하지만 므깃도의 진정한 주인인 센느의 명령은 달랐다.

화륵. 구르르.

곳곳에 불이 솟고 지진이 난다.

거대한 화산섬이다.

하나의 작은 대륙이라고 할 정도 로 거대한 섬 전체가 하나의 섬인 거다. 꼭대기엔 이곳의 지배자인 화염룡이 꼬리를 말고 가만히 서 있었다.

물론,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 다.

“염룡아.”

“쿨럭, 네! 네! 주인님.”

갑작스러운 연우의 부름에 화염 룡이 굳었던 표정을 억지로 풀었다.

“요르문간드가 여기 있는 게 그 렇게 마음에 안 들어?”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화염룡은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있던 가디언인 화염 골렘을 툭툭 쳤다. 어서 맞장구치라는 신호였다.

“그럼요. 괜찮습니다. 여긴 센느 님의 영역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화염룡 님?”

화염룡은 실실 웃다가 가디언의 말에 미간이 찌그러졌다. 화염툥은 이그니스라는 이름이 따로 있다. 염룡이는 센느가 부르는 애칭일 뿐.

그런데 가디언이 화염룡미라 부 르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밖에.

“하여튼, 요르문간드야 시작하 자.”

?네, 알겠습니다.

귓가를 울리는 여성의 목소리다.

요르문간드는 정말 오랜만에 땅 속에 있던 모든 몸을 움직였다. 화 산섬 전체를 똬리 틀어 감싸라는

연우의 지시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꼬리 부분이 완전히 나 오지 않는 걸 보면 왜 요르문간드 가 세상을 삼킨 뱀이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었다.

“헤맨, 몰트랑 청련을 꺼내고.”

연우의 말에 헤맨이 한쪽에 묵직 한 만년한철에 보관돼 있는 몰트와 청련을 꺼냈다.

우우웅.

진한 보랏빛 오라를 뿌리는 은색 광석이 었다.

단순히 그게 전부가 아니다. 주 변으로 느껴지는 신격과 강렬한 에 너지의 공명은 원 클래스 마스터 이하의 존재를 즉사시킬 힘을 지녔 다.

꿀꺽.

요섭과 바벨이 침을 삼키는 소리 가 들렸다. 그들뿐만이 아니다. 이 화산섬의 지배자인 화염룡 이그니 스, 요르문간드까지 긴장한 상태로 연우를 바라봤다.

몰트.

토르의 묠니르를 만들었던 신의 금속이다.

요섭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금속이었으며 바벨은 들어 본 적도 없는 금속이었다.

“이, 이게 몰트라니.”

요섭의 눈에서 존경을 넘어 두려 움까지 내비치고 있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 너와 바벨이 정련해야 하는 거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도와주는 이가 많잖아. 넌 할 수 있어.”

이곳에 모두가 이 하나의 무기를 만들기 위해 모인 거다.

요르문간드의 역할이 시작됐다.

구오오오오.

연우를 만나면서도 한 번도 열지 않았던 거대한 입을 벌리며 울었다.

지이잉.

그 울음에 달빛과 별빛이 반응한 다. 저 하늘 위에 떠 있는 달과 별 이 부르르 떠는 것처럼 보인다. 이 내 작은 먼지를 뿌리듯 빛들이 모 인다.

“지금이야. 몰트 위에 청련을 올 리고. 요섭하고 바벨 준비해.”

보랏빛 오라를 뿜는 얼티밋 최상 급 모루였다.

네, 알겠습니다.

빛들이 모여 청련을 녹였고 몰트 에 스며들었다. 한없이 단단해 보 이던 몰트가 흐물흐물하게 녹는다.

요섭과 바벨은 때를 놓치지 않고 두드리기 시작한다.

연우는 그 옆에서 주인 인증을 위한 마력 주입을 시작한다. 시작 부터 끝이 날 때까지 멈춰선 안 된 다.

탕. 탕. 탕.

분명 흐물흐물하게 변한 줄 알았 는데 단단하기 그지없었다. 아직 정련하는 과정이다.

하나의 신격을 가진 몰트에게 주 인을 인식시키고 무기로 탈바꿈할 적절한 금속으로 변환시키는 과정 인 거다.

처음엔 요섭과 바벨이 같이 두드 리며 바벨에게 가르치는 과정이 필 요했다. 이후엔 요섭이 하루를 치 고 바벨이 하루를 쳤다. 그 와중에 연우는 계속 마력을 주입했다.

일주일이 지났고 이 주가 지났 다.

그러자 은색이었던 몰트는 달빛 과 별빛을 제대로 흡수해 은색과 금색의 오묘한 중간 위치의 빛을 뿜기 시작했다.

“이제 다음 과정이다.”

이제 요르문간드의 역할은 끝났 다.

겨우 빛을 모으는 일이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사실 이건 엄청난 일이었고 그 강한 요르문간드도 지 쳐서 크기가 대폭 줄어들었다.

-저는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습니 다.

“그래, 고생했다.”

-나중에 들러서 꼭 한번 쓰다듬 어 주십시오.

이게 요르문간드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애교였다. 연우는 그 모습 이 너무 귀여워 옆 비늘을 툭툭 쳐 줬다.

“이제 염룡이, 네 역할이다.”

“알겠습니다.”

화염룡도 옆에서 계속 지켜봤다. 요섭과 바벨은 물론이고 이자젤과 천인종도 마찬가지였다. 이 작업은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기 때 문이다.

물론, 그사이에 물을 먹거나 음 식을 먹는 것도 안 된다. 오로지 바라보는 것만 허용되는 것이다.

쿠르르.

화염룡이 마력을 잔뜩 머금는다.

그러곤 입에서 화정(火淨)을 토 해 냈다.

한없이 깨끗하며 그 무엇보다 뜨 거운 불. 희미하게나마 신격을 지 닌 불이 작은 공처럼 뭉쳐 빛을 뿌 리는 몰트를 감쌌다.

화염룡은 그걸 유지해야 하며 천 인종도 신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요섭, 다시 부탁한다.”

이젠 바벨의 수준도 부족하다. 오로지 요섭만이 할 수 있는 작업 이다. 어차피 바벨은 지쳐 쓰러지 기 직전이었다.

“저, 전 잠깐……

바벨은 그렇게 기절했고 요섭은 망치를 들었다.

얼티밋 등급 망치 세 개를 부수 고 네 번째 망치인 거다.

“시작하겠습니다.”

이제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다.

5킬로그램 남짓의 몰트였고 많지 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양이었 다.

연우는 조금 큰 거검을 만들기로 했다.

부피보다 질량이 덜 나가는 몰트 인 만큼 조금은 가벼운 거검을 만 들기엔 충분했다.

검날은 몰트, 그 검날 안쪽에 로 이칼의 실로 마법진을 만들어 삽 입할 거다.

손잡이는 타이탄의 살가죽을 사 용하고 칼날과 손잡이 사이 ‘가드’ 는 마신의 뿔을 사용한다.

그 위로 이자젤과 연우가 로이칼 의 실을 이용해 마법진 수십 겹을 누적해 안으로 흡수시킨다. 겉면에 는 아주 옅은 음각으로 ‘룬어’를 각 인한다.

마무리 검집은 제대로 정련해 ‘신격 저항’을 최대한으로 높인 엔 트 족의 껍질을 이용해 ‘신격’을 숨 기는 데 사용할 거다.

연우가 므깃도 중앙 화산섬에서 한 달을 보냈을 때.

드디어 검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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