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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편_ 개미지옥(1) (85/207)

제95편_ 개미지옥(1)

그 시각, 천계와 전쟁하는 마신 의 군단.

만년 전장의 최전선.

새하얀빛과 완전히 빛이 사라진 어둠이 부딪힌다.

구으으응.

두 힘이 격돌해 소멸한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 대기도, 땅도, 마 력도. 그저 드넓은 공간과 그 안에 존재하는 시간만 흐를 뿐.

마신과 그의 휘하가 위로 달려들 고, 위에선 천신의 휘하가 아래로 달려들다.

둘은 다시 격돌한다.

거대한 뿔과 12쌍의 날개를 지닌 마족과 천족. 서로 가진 힘의 색만 다른 두 종족의 격돌이다.

그 중앙.

작은 뿔을 가진 인간 형상의 마 신. 주변에 짙은 어둠을 뿌리고 한 번의 손짓에 수만의 천족이 사라진 다. 그건 반대편의 천신도 마찬가 지였다.

마신이나 천신의 모습은 다른 휘 하 부하에 비해 아주 평범해 보였 다.

그때였다.

마신과 천신은 머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가장 강한 존재만 수천 년의 전 쟁을 통해 오를 수 있다는 마신과 천신의 자리다. 강함을 인정받고 각 세계의 유일한 존재만 신격을 부여받을 수 있다는 ‘신’의 자리.

그 둘이 동시에 고통을 호소한 거다.

전장엔 침묵이 흘렀다.

검을 거뒀고 마법을 거뒀다.

서로 경계를 짓고 뒤로 물러난 다.

화악!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였던 마신 과 천신.

그 둘은 식스 클래스를 넘어 세 븐 클래스 마스터가 된다. 그와 동 시에 휘하 전사들도 한 단계씩 강 해지기 시작했다.

두 존재는 서로를 바라봤다.

웃음을 지었다.

서로 수만 년 동안 전쟁을 지속 했던 앙숙이었다.

그런데, 그 시각 이후로 둘의 전 쟁은 멈췄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상황이었 지만, 서로에겐 더욱 큰 목표가 생 겼기에. 그리고 미처 저항조차 하 지 못할 정도로 강한 힘을 쥐게 된 마신과 천신이기에.

휘하 전사들은 따를 수밖에 없었 다.

혜영은 오늘도 마법 물품을 만들 고 있었다.

마법으로 원 클래스 마스터를 찍 은 혜영이다. 웬만한 마법 물품은 어렵지 않게 만든다. 하지만 이곳 에 있는 물품은 웬만한 물품이 아 니다.

하나하나가 혜영은 발끝조차 따 라잡을 수 없는 물건들이다. 게다 가 이자젤은 혜영을 가르치면서도 전설 등급의 물품을 쉽게 찍어 낸 다.

“아함. 졸려. 오늘은 그만할까.”

이자젤은 팔찌 하나를 쥐고 마법 몇 개를 사용하더니 떡하니 전설급 마법 장신구를 만들어 버렸다. 그 렇게 몇 개를 하곤 지루하다며 그 대로 엎어졌다.

“졸리면 좀 쉬어요. 제가 할게 요.”

“그럴까. 아, 그 마법엔 ‘조화’를 쓰면 안 돼. 재료가 아다만티움에 미스릴이잖아. 게다가 정령석이 있 으니 조화 같은 건 안 쓰는 게 나 아.”

“아, 정령석이 조화를 대신해 주 는군요.”

“그렇지. 오히려 ‘폭발’이나 ‘혼 돈’을 섞어 주면 효율이 세 배는 늘어날 거야.”

“아다만티움과 미스릴이라 그 정 도는 쉽게 버티는 거고요.”

“그래! 그런 건 정말 평범한 재 료를 쓰거나, 정령석이 없을 때 하 는 거고.”

“아, 혹시 이거는요? 이렇게 하 면 되나요?”

“음, 그건 이런 식으로 속성석을 하나 추가하면 되지.”

혜영은 하나씩 배우면서 성장했 고 이자젤은 그런 혜영을 보며 뿌

듯해 했다.

“가르치는 것도 재밌네.”

“저도 배우는 게 정말 재미있네 요.”

“그런데 왜 갑자기 돈이 필요하 단 거야? 너희 집은 꽤 잘산다고 연우가 그러던데.”

“ 연우가요?”

말 그대로 못 사는 건 아니다. 아니, 잘산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그 말을 연우가 할 말은 아니었다.

“뭐, 좀 많은 돈이 필요하게 됐 어요. 하고 싶은 일이 생겼거든요.”

“많이?”

“네, 꽤 많이요. 처음 계획했을 땐 엄청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이 작업을 하니 금방 될 것 같네요.”

혜영은 재단을 만들 생각이었다.

김순자 할머니처럼 혼자 사는 분, 옆집 이 씨 할아버지처럼 전쟁 에 나갔다가 다쳐서 경제적 활동이 불가능한 분. 아프고 다친 그들에 게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힘이 돼 주고 싶었다.

혜영은 한참을 마법 물품 제작에 집중했다.

그러곤 서울로 이동할 준비를 했

어느 정도 돈이 생겼으니, 변호 사를 만나고 전문가를 만나 조언을 구할 생각이었다. 사람도 한 명씩 구할 거고 일정 부분 진행이 되면 부모님께도 말할 생각이었다.

그때, 식당 앞에서 연우가 나왔 다.

“여, 연우?”

“오, 혜영. 어디 가게?”

“너…… 진짜 환골탈태했냐?”

“어때, 꽤 괜찮지?”

괜찮은 정도가 아니다.

원래 나쁘지 않은 얼굴이기는 했 다. 그런데 지금은 헤르메스나 후 름 뺨치는 외모로 변했다. 그래도 본판이 있을 텐데 이렇게 변할 수 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순간 혜영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어디 아프냐? 얼굴이 왜 그래?”

“아니거든!”

“그럼 나한테 설렜냐?”

“미친,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흐흐. 잘 다녀와라. 난 바쁘다.”

그렇게 연우는 식당으로 들어갔 고 혜영은 한동안 그곳에 서 있었 다.

정말 오징어를 탈출해 성공했다. 이 농장에서 평생 그대로일 거라 생각했던 연우가 말이다.

“에잇, 몰라.”

혜영은 그대로 몸을 돌렸다.

식당 안에서 수이니와 이자젤이 있었고 혜영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뭐야! 너 왜 그래!”

“연우, 너 저주에 걸린 것 같아! 내가 치료해 줄게!”

아니, 비슷한 반응이라는 건 취 소다.

아무래도 이들에게는 충격인 모 양이었다.

“저주라니! 환골탈태한 거거든!”

“아니야. 내가 아는 연우가 아니 야. 이건 저주라고!”

“맞아. 아무래도 므깃도에 들어 갔던 이후로 변한 것 같아. 내 검 을 받아라!”

“뭐, 뭐야!”

연우는 당황했지만, 공격을 쉽게 막았다.

“뭐야. 세븐?”

수이니와 이자젤은 더 당황했다. 식스 클래스 마스터를 넘어 세븐 클래스 마스터가 된 거다.

“미친, 어떻게 된 거야?”

“흐흐. 이번에 하나 더 올렸지 롱.”

“말도 안 돼! 난 800년 동안 아 직 쓰리 클래스 마스터도 안 됐는 데!”

“사기야. 이건 사기라고!”

“이게 너회와 내 재능의 차이랄 까.”

사실 게임 시스템의 차이지만 말 이다.

“그만하고. 나 좀 도와주라.”

연우가 설명했다.

므깃도에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야 한다. 예전 므깃도를 받고 지저 세계를 만들 때도 엄청 고생했다. 절대로 혼자 할 만한 일이 아니다.

“세계라. 어떻게 만들 건데?”

“천공 탑하고 비슷한 거?”

“문제는 여기에 집어넣을 몬스터 가 없다는 거지. 천인종이야 많지 도 않고. 지저 세계의 균형을 유지 해야 하니 빼 올 수도 없는 거고.”

“그렇긴 하네.”

수이니가 간단한 닭튀김을 만들 어 왔고 뒤늦게 온 리젤이 라거를 가져왔다. 후름까지 합류하면서 제 대로 된 회의가 시작됐다.

“아! 좋은 생각이 있다!”

이자젤이 외쳤다.

“네 아공간에 그 좌표 이동 장치 있지 않아?”

“아마 있을걸?”

“그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어쨌든 차원 통로를 잇는 거잖아.”

이자젤의 설명에 연우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흐음. 그게 가능하려나.”

“좌표 이동 장치랑 세계를 만든 다는 그 여명. 그리고 하이엔드급 마력석으로 궤도를 트는 거지. 거 기에 아공간으로 통로를 만들 고……

가끔 멍청한 소릴 하지만, 이렇 게 똑똑할 때도 있다.

그래서 연우가 더 좋아하는 것도 있었다.

“그렇겠네. 가능할 수도 있겠어. 컨셉은?”

“컨셉?”

지저 세계는 고난을 통한 성장과 탈출을 최종 목표로 한 탑이다. 이 번에 만들 새로운 세계는 조금은 다른 콘셉트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 까?

“하긴, 끊임없이 돌아가는 에너 지원으로 만들어야 하고, 가끔 이 런 것도 수확할 수 있는 농장의 일 부가 되기도 해야 하지.”

연우가 깊이 생각하다 씨익 웃었 다.

“개미지옥, 뫼비우스의 띠.”

대략적인 콘셉트다.

몇 시간에 거친 회의 끝에 세세 한 설정이 정해졌고 설계도 시작했 다.

연우는 웃음을 짓곤 치킨 한 조 각을 물었다.

바삭.

튀김옷 사이로 보드라운 닭 허벅 지 살이 씹혔다.

역시 치킨은 언제나 최고다.

동시에 피그미온 라거를 목으로 꿀떡꿀떡 넘겼다.

그날도 그렇게 술과 함께 밤을 보냈다.

리움트 리그너트는 마신의 사랑 을 한몸에 받는 사신 가문의 가주 였다.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군.”

리그너트는 허탈하게 웃었다.

천계와 전쟁에서 죽어 나간 마족 만 몇 백만이 넘는다. 이쪽에서 죽 인 천족? 그것도 수백만은 넘는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전쟁의 종결 이었다.

마신의 명이니 어쩔 수 없이 따 르기는 하지만, 의문이 생기는 것 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새로운 차원으로 출정이 내려진 것이다.

“에르메스가 연락이 끊겼다는 곳 인가.”

후방을 맡았던 에르메스다. 군단 장인 만큼 당연히 강한 무력을 가 졌고 하위 차원인 지구 정도는 쉽 게 점령하고 연락이 올 거라 생각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연락이 없었다.

그거까지는 괜찮다. 넓은 땅인 만큼 시간이 걸릴 테니까.

리그너트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 었다.

‘전쟁이 끝났는데, 그곳은 왜?’

전쟁의 보급을 위해 점령하려던 곳이다.

그런데 이제야 리그너트를 보내 는 이유가 궁금했다.

‘게다가 굳이 나를?’

리그너트는 그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던 영웅이다. 그렇기에 마신이 갑자기 강해지면서 동시에 강화된 마신의 가호 덕분에 리그너 트도 한층 강해질 수 있었다.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

마신의 예전 경지였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경지였다.

그런 그를 하위 차원인 지구에?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기가 지구인가?”

아무것도 없는 넓은 땅이었다. 아니, 작은 언덕과 초원이 보인다. 나무도 몇 그루 있고 돌들도 존재 했다. 곳곳에 마력석이 보이고 하 늘이 있는 걸 보니 지구가 맞는 것 같기도 했다.

리그너트는 수백의 최상급 마족 을 이끌고 이동했다. 중간에 보이 는 마력석을 수집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하아. 여긴 도대체 뭐지?”

며칠을 걷고 또 걸었는데, 똑같 은 초원뿐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더 걷자 작은 문 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인가.”

평소 같았으면 의심하고 들어가 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 었다.

[13계층 입구].

“응? 13계층?”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13계층으로 들어간 리그너트와 수하들은 수많은 몬스터를 만났다. 다들 약한 몬스터라 어렵지 않게 해치웠다.

“지구라는 곳은 이렇게 구성이 돼 있는 건가.”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12계 충으로 돌입 했고 전에 있던 곳보다 많은 마력석과 희귀한 자원이 널려 있는 걸 발견했다.

리그너트와 수하는 파죽지세처럼 밀고 올라갔다. 한 계층 올라갈 때 마다 더 강하고 더 많은 몬스터가 공격했고 그들은 끊임없이 전투를 벌이며 이겨 냈다.

한 계층 올라갈 때마다 더 강한 몬스터 나왔고 어마어마한 자원이 그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1계층에 도달했을 때, 천 족을 발견했다.

‘왜 이곳에 천족이?’

천족은 원래 지구로 올 수가 없 었다. 천족이 지구로 오기 위해선 마계를 통해 그라니아로 와야 하고 그라니아에서 지구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천족과 싸우는 적 들이었다.

지금까지는 만났던 몬스터는 상 대도 되지 않을 엄청난 적들이었고 천족이 거의 몰살당하기 직전까지 몰려 있었다.

“또 새로운 적이군! 천족과 마족 인가?”

“클클, 우릴 다시 뭉치게 하다니. 역시 센느인 건가.”

“또 온다.”

쿠으으응.

거대한 전쟁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리그너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 족을 위해서가 아니다. 앞에서 아 군을 공격하는 적이기에 싸우는 거 다.

“크윽.”

적에게 달려든 리그너트는 강력 한 반발력에 속이 뒤집혔다.

왜 리젤이 돌아오지 못했고 리그 너트를 직접 보낸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지구엔 어마어마하게 강한 존재 들이 널려 있었다.

이건 상상 이상이다.

두근. 두근.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여긴 마계보다 거친 곳이 분명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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