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4편_ 세븐 클래스 마스터(2)
“…… 32D? 4114번 구역에서 사자 한 명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여명은 탈취됐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보통 어둠까 지 해금됐잖아? 게다가 여명이?”
차원 관리자 제3팀 팀장인 해루 스였다.
“센드루스 어디 있어!”
“여, 여기 있습니다.”
멀리 있던 센드루스가 뛰어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 야?”
“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32번 차원 4114번 구역은 최하위 차원입 니다. ‘보통 어둠’까지 해금된 사자 가 죽을 수가 없습니다.”
“…… 지금 그걸 설명이라고 하 는 거야? 이미 죽었고 여명을 탈취 됐다. 그런데 뭐? 죽을 수가 없 어?”
“죄, 죄송합니다.”
“후…… 그 사자를 죽인 존재 는?”
“그게…… 알기 어렵습니다. 이 번에 새로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입니다.”
“미친! 내가 이 법안이 올라왔을 때부터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어! 그게 말이 돼 ? 상위 차원도 아니고 하위 차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해루스는 열이 뻗쳐 담배를 뻐끔 뻐끔 피웠다.
“저…… 올해부터 모든 공공 기 관 실내는 금연입니다.”
“…… 미친. 돌아 버리겠군.”
해루스는 그러면서도 담배를 껐 다. 그래도 공공 기관의 공무원이 니 법은 지켜야 한다.
“보통 어둠의 사자의 무력 수준 은?”
“세븐 클래스 마스터입니다.”
“하위 차원에서 가장 강한 존재 의 무력 수준은?”
“고작해야 파이브이며, 중상위 차원으로 가야 식스 클래스 마스터 까지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32번 차원에서 세븐 클 래스 마스터, 그것도 신격을 지닌 사자가 죽었다? 그건 어마어마한 오류야. 앞으로 30번대 차원 전부 비상 대기에 들어간다.”
해루스의 한마디에 제3팀의 팀원 10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30번대 차원은 해루스의 3팀 10 명이 맡는다. 각자 1만 개의 차원 을 관리하는데, 4114번 차원 하나 때문에 거의 10만 개의 차원을 밤 샘 작업으로 관리해야 하는 거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신분 열 람은 불가능하지만, 일일이 찾다 보면 언젠간 찾을 수 있을 거다. 3 개월이다. 그 안에 찾아 여명을 회 수하고 차원을 리셋한다. 알겠나!”
“ 알겠습니다!”
“그리고 남아 있는 4명의 사자를
‘보통 어둠’까지 해금하고 비상시에 ‘희미한 빛’까지 해금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하위 차원의 어느 한 명 때문에 차원 관리자 10명과 팀장 1명이 3 개월 동안 노가다 밤샘 작업을 해 야 했다.
물론, 그 원인을 제공한 주인공 은 먹고 마시고 놀기에 바빴다.
“이게 뭐야. 완전 꿀템이네.”
연우는 히죽거리며 웃었다.
이런 사기적인 아이템이라니, 대 륙급 이벤트 수십 개를 막으면서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아이템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긴 하 네.”
므깃도 안에 이런 몬스터가 있었 다면 연우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천인종과 비슷한 아류의 어떤 몬스 터가 각성에 각성을 거치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여명이라는 단어를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 마계에서 노린다는 그건 가?”
연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 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쓰고 보 자.”
가장 중요한 건 하나의 클래스를 마스터할 수 있다는 것. 지금 연우 는 능력치가 충분하니, 시간과 노 력을 하면 세븐 클래스 마스터는 찍을 수 있다.
‘그럼 이 기능은 일단 미뤄야겠 군.’
지금 세븐 클래스로 쓰기엔 너무 아깝다.
그 전엔 세계를 만드는 기능을 써 보기로 했다.
세계를 창조하는 건, 아주 가끔 아스가르드에서 나오기는 했다. 므 깃도처럼 하나의 세상을 주는 것도 있었고 지저 세계를 만든 것처럼 작은 세상을 만드는 아이템도 있었 다.
“이건 얼마나 될지 궁금하군.”
천공 탑 같은 걸 만들어 볼까 했 다.
지저 세계가 지하로 뚫는 탑이라 면 천공 탑은 하늘을 뚫는 탑이다.
지금 이 지저 세계는 므깃도를 움직이는 발전기와 같은 역할을 한 다. 안에서 싸우고 또 싸우며 전해 지는 감정과 충격들. 그걸로 지저 세계를 유지하고 므깃도 전체의 자 원을 끊임없이 생성하며 유지하는 거다.
하지만 요즘은 부쩍, 그 에너지 가 부족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이중 발전기. 아니지, 마력 생성 기가 맞으려나. 하여튼 아래위로 만들면 이중 마력 생성기처럼 시너 지 효과가 있어서 세 배 이상의 효 율이 나겠지.”
하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안쪽에 넣을 몬스터도 잔뜩 필요 했고 세세한 설정과 정교한 설계를 위해선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 배고파.”
그거 조금 움직였다고 벌써 배가 고픈 모양이다.
연우는 소실된 대륙 위로 이동해 서 [므깃도]라는 스킬을 발동하며 복구를 준비했다.
이건 연우라도 벅찬 일이다. 그 래서 그 사자라는 존재에게 더 화 가 난 것도 있었다.
구으으응.
연우의 마력이 대륙으로 이동했 다. 그 힘을 머금은 대륙은 꾸물꾸 물 움직이며 소실된 땅을 메우기 시작했다.
땅만 회복하고 므깃도에 충분한 마력만 전해진다면, 소실됐던 몬스 터도 다시 태어나기 시작할 거다. 당연히 생전의 힘을 대부분 소실된 후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마저도 회복할 수 있다.
“끙차. 힘들어라.”
연우는 대충 끝내고 허리를 폈 다.
얼굴은 창백하게 변했고 전신에 선 땀이 흘렀다. 연우는 최상급 엘 릭서 하나를 마셨다.
그러자 체력이 금방 원상 복구됐 다.
“크이, 역시 수제 엘릭서가 맛이 좋지.”
人)■ 먹는 건 결코 좋은 맛이 아니 다. 그런데 이건 연우가 몇 번 먹 으면서 실중을 느끼곤 다시 만들어 버린 것.
연우는 아직 회복 중인 주변을 바라보곤 므깃도를 빠져나갔다.
“어, 어떻게 된 거예요?”
무지막지한 힘을 가진 집 요정을 보고, 갑자기 사라진 연우를 보고, 손님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놀라고 긴장한 상태로 탈진 직전 까지 갔던 손님들이다. 그런데 이 번엔 그보다 강한 대상을 봤으니, 정말 탈진이 왔다.
다행히 이자젤의 회복 마법에 정 신을 차렸다.
“잠깐 문제가 생겼나 봐요.”
이자젤은 웃으며 말했다. 헤맨이 다쳐서 나온 건 이곳에서 생활하던 식구들에게도 놀랄 만한 일이다. 하지만 연우가 갔으니 문제가 될 건 없었다.
막걸리 몇 잔을 더 먹었을 때, 연우가 밖으로 나왔다.
“뭐야. 빨리 왔네?”
이자젤이 물었고 혜영이 게슴츠 레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 음흉한 자식, 표정이 왜 저 래?”
“내가 뭘!”
“딱 봐도 음흉한 수컷 두더지 같 잖아.”
“뭐래. 수컷 두더지가 이렇게 생 겼냐? 아니, 이거 기분 나쁘네. 내 가 못생겼다지만, 그건 너무한 거 아니냐?”
“흥, 그래도 못생긴 건 아네!”
“아후, 나 아니었으면 너도 마찬 가지였거든! 빨리 환골탈태를 해 버려야지.”
세븐 클래스 마스터를 찍을 이유 가 하나 더 생겼다.
‘하긴, 방금 그 몬스터도 세븐 클 래스 마스터가 되려고 했었지.’
연우가 그때 바로 발견하지 못했 다면 그 사자라는 몬스터가 연우가 감당하지 못할 적이 됐을 수도 있 다.
“한잔 따라 봐. 좀 움직였더니 목마르다.”
리젤이 막걸리를 한잔 따라 줬고 당연히 연우도 답례로 따라 줬다.
연우는 아직 따끈한 산적을 하나 들어 가로로 베어 물었다. 단무지, 맛살, 소고기, 대파, 버섯, 햄까지. 한입에 어우러지는 산적은 그야말 로 종합 선물 세트.
거기에 차가우며 고소한 막걸리 를 들이켰다.
“크으, 맛있어. 이게 바로 술이 지.”
후두두두.
밖에서 아직도 비가 오고 있었 다.
울타리 안쪽에는 블랙 카우가 반 도 나무 밑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 고 블랙 쿡은 닭장 안으로 숨어서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세븐 클래스 마스터?
그리고 환골탈태와 ‘세계’의 창 조?
그런 잡스러운 일은 내일로 미룬 다.
오늘 중요한 건 이거다.
연우는 육전을 쏙 집어넣고 막걸 리 잔을 들어 모두 함께 건배했다.
다음 날 아침.
연우는 일찍 일어나 카페에 들러 아메리카노를 먹으며 농장을 둘러 봤고 이상 없이 돌아가는 걸 확인 했다. 손님은 아침 일찍 인사하고 돌아간 후였다.
연우는 어제 연 마법상점에 들렸 다. 이자젤이 장부를 정리 중이었 고 혜영은 마법 아이템을 제작 중 이었다.
“어때, 어제 많이 벌었어?”
“총 63조 1억3천만 원 정도? 원 가를 계산하기 힘든데 재료만 팔았 을 때 10조 정도 벌 수 있으니까, 순이익 53조 1억 3천만 원 정도 된다고 보면 될 거 같아.”
만약 그 아이템을 게임에서 팔았 다면 정말 얼마 되지도 않았을 거 다.
아스가르드 안의 고급스러운 식 당에서 살몬테르 회랑 피그미온 라 거를 하룻밤 새 먹으면 없어질 돈 이었을 거다.
“크홈. 그래? 협회장한테 입금도
된 거고?”
“응, 그거까지 합해서야. 그리고 고맙다고 한번 들른다고 하더라.”
“잘됐네.”
조금 위험했던 것 같은데 잘 해 결돼 다행이었다.
연우는 혜영에게 갔다.
“필요한 돈은 벌었어?”
혜영은 한쪽 눈에 확대경을 끼고 팔찌 하나를 다듬고 있다가 연우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두둑.
허리를 펴자 관절이 아우성을 질 렀다.
“조금? 아직 부족하지.”
“너한테 간 돈만 수십억 정도 되 지 않나?”
“한 10억 나왔지.”
혜영이 뭘 만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많이 팔지 못했음에도 그 정도였다. 지금부터 꾸준히 만든다 면 금방 돈을 모을 거다.
“그래, 수고하고.”
혜영이 먼저 말하지 않으면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돈을 벌고 싶으면 어렵지 않게 버는 원 클래 스 마스터니까.
연우는 혜영을 두고 므깃도로 들 어 갔다.
거대한 구멍이 생겼던 므깃도의 대륙은 60% 정도 회복된 상태였 다.
“오늘 세븐 클래스 마스터랑 환 골탈태까지 마쳐야겠어.”
헤맨이 옆으로 나왔다. 엘릭서를 마시고 다 나은 상태였다.
“헤맨, 부탁할게.”
“네, 물론입니다.”
경지가 오를 때, 반도 열매까지 섭취하면 환골탈태를 할 수 있을 거다. 그때는 연우조차도 위험할 수 있기에 헤맨에게 지켜 달라고 부탁한 거다.
염력을 마스터하고 싶지만, 그건 몇 달이 넘게 걸릴지 모른다. 육성 하는 법을 모르고 먼저 마스터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이건 여명으로 올리자.”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효율적이 다.
“세븐 클래스 마스터는 ‘정령사’ 다.”
원래는 정령을 마스터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어제 만났던 그 기이한 몬스터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천인종의 신력은 어차피 얻을 수 없는 거다. 그렇다면 특수 스킬과 정령의 힘을 마스터해야 또 비슷한 적이 등장했을 때, 수월하게 싸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 시작해 볼까?”
여명과 신분증이 있는 이상 언제 든 하나를 마스터할 수 있다. 그렇 다면 굳이 지금 에잇 클래스 마스 터가 될 필요는 없다.
당연히 새로운 경지에 오르면 전 과 비교도 되지 않는 힘을 얻을 거 고, 아무리 연우라도 적응의 시간 이 필요하다.
‘능력치나 칭호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건 경지를 이루자마자 받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의 시간과 숙 련도가 필요했다.
정령사 마스터.
현재 능력치는 충분하다. 게다가 현 수준도 9단계.
연우는 몸속에 정령의 힘을 가득 채웠다.
새로운 경지에 오르기 위한 준비 였다.
므깃도 전체의 공기가 바뀌었다. 연우의 몸에선 말도 안 되는 기세 가 뿜어졌고 각 지역의 모든 지배 자가 잠에서 깨어났다.
연우가 있는 곳을 향해 경배한 다.
므깃도의 주인에게, 새로운 경지 에 오르는 절대자에게 존경을 표하 고 두려움을 갖는 과정이다. 다시 한 번 절대자의 존재를 상기시켜 주고 이곳의 주인이 건재하다는 걸 알리는 것.
화악.
연우는 정령의 힘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정령계로 통하는 입구가 열렸다.
이곳에서 정령왕과 계약한다면 마스터가 될 수 있는 거다.
연우는 머뭇거림 없이 안으로 발 을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