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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편- 세븐 클래스 마스터(1) (83/207)

제93편- 세븐 클래스 마스터(1)

테이블엔 각종 전이 푸짐하게 올 려져 있었다.

연두색이 신선함을 주는 애호박 전, 하얀 살이 부드러운 동태전, 탐 스러운 붉은빛이 입맛을 돋우는 새 우튀김, 탱탱한 오징어튀김, 색별로 찬연한 맛을 선사하는 산적, 육즙 이 흐르는 게 전혀 질길 것 같지 않은 육전까지 있었다.

한쪽엔 김이 올라오는 잡채가 보 였는데 탱탱한 당면과 고운 빛깔을 지닌 당근, 시금치, 느타리, 돼지고 기까지.

보기만 해도 침이 고였다.

“역시 전에는 막걸리?”

이자젤이 양손으로 큼지막한 항 아리를 들고 왔다. 비가 왔을 때 만들었던 막걸리였다.

“좋지. 막걸리와 전이라. 비나 쫙 내리면 분위기 죽이겠는데.”

연우의 말에 아이 델이 선술을 사 용했다. 미처 말릴 틈도 없었다.

우르르.

콰과광!

한 번의 천둥 번개가 지나가고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최상급 선술 중 하나다.

“…… 뭐, 분위기는 좋네.”

식구들이야 이런 게 이상하지 않 다.

거기에 손님 6명은 이미 탈진 직 전이다. 인종이와 아이 델이 들어오 면서 뿌린 기세에 넋이 나가기 전 부터 놀라는 것에 지쳐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놀랐는지 입꼬리가 꿈 틀거린다.

지쳐버린 이들에겐 이게 최대의

표현이었다.

“데이비드! 내가 여기서 전설급 을 만들었어!”

“살은 왜 이렇게 빠졌습니까.”

“그게 중요해? 내가 전설급을 만 들었다고!”

“그것도 중요하지만, 바벨 님의 건강도 중요합니다! 몸 관리 좀 하 셔야죠! 술도 줄이고!”

“뭐라는 거야! 난 지금만큼 건강 했던 적이 없다. 생명을 쏟아 장비 를 만들고 이곳에서 먹는 음식과 술로 다시 그 생명을 채우는 느낌 이지. 쾌감이 들 정도야.”

너무 정확한 분석이라‘쾌감’이라 는 말에 소름이 돋았다. 물론, 연우 와 요섭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 다.

“자, 그만하고 밥이나 먹자.”

“한 잔씩 따르겠습니다.”

연우의 말에 리젤이 항아리를 한 손에 들고 막걸리를 푸기 시작했다.

술은 여름이나 가을이나 차갑게 먹는 게 최고다.

6명의 손님은 막걸리와 음식을 먹으면서 기력을 되찾았고 식구들 도 막걸리와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 다.

“맛있다. 와, 어떻게 이렇게 안 질기지?”

“육전이요? 그거 블랙 카우가 그 래요.”

“어쩐지! 이 돼지고기는 쌍뿔 멧 돼지인가요?”

“네, 맛있죠?”

“죽이네요.”

막걸리는 고갈되지 않고 계속 술 을 퍼냈다.

후두둑.

밖에선 비가 내리고 있다.

갑작스러운 선술로 만들어진 비 였지만, 실제 비와 다를 게 없었다. 슬슬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른다. 구 름 사이로 비치는 달이 왠지 추워 보이는 밤이었다.

그때, 헤맨이 옆으로 고개를 내 밀었다.

“허억. 허억. 주인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포 클래 스 마스터의 기세가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전신엔 상처가 가득했다.

“으악! 이게 뭐야!”

“연우 님! 조심하세요!”

손님은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도 연우에게 외쳤다.

이자젤과 혜영이 손님을 진정시 켰고 연우는 자리를 이동했다.

“무슨 일이야.”

“므깃도에 터무니없는 존재가 등 장했습니다.”

“므깃도에?”

“네, 어디서 나온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처럼 보입니다.”

헤맨의 상태가 좋지 않았을 때,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므깃도에 강한 적이 나타났다면 그곳의 지배 자들과 함께 싸웠을 거다.

‘헤맨이 이렇게까지 당했다고?’

연우는 더 듣지 않고 므깃도의 문을 열었다.

머뭇거림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눈을 떴다.

검은 세상에서 갓 눈을 뜬 거다. 전신에 들끓는 포 클래스 마스터의 힘. 하지만 이걸론 부족하다.

순간, 잃었던 기억이 아주 일부 되살아나면서 파이브 클래스 마스 터급으로 오른다.

아주 일부. 간혹 생기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만 개방되는 사자의 힘 인 거다.

‘난 사자(使者).’

주변엔 새하얀 에너지가 가득하 다.

이걸 회수하는 게 임무라는 게 머릿속에 박혀 있다. 이 창조의 힘 은 일반 차원에 있으면 안 되는 힘 이다.

어떤 존재가 이 힘을 취하면 폭 사할 것이고 만약 취한다 해도 오 염돼 한낱 바이러스로 이 세상을 ‘재활용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버린다.

사자는 손을 들었다.

세상을 회수한다.

우웅. 우우웅.

그때였다.

“넌 뭐냐.”

작은 집 요정. 헤맨이었다. 포 클 래스 마스터에 이른 강자이며 이 공간의 관리자.

사자는 씨익 웃었다.

왜 옅은 어둠까지 풀어야 했던 것인지 대충 예상이 갔다. 아직 아 주 회미한 기억이지만, 자신은 사 자이기 때문에.

“대답이 없군.”

헤맨이 공격했다. 하지만 사자는 이미 약간의 기억이 열려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에 이른 절대 강자였 다.

그런 둘이 부딪혔다.

쿠우웅.

끝이 없는 공간 속이다.

덕분에 세상이 파괴되는 일은 없 었다. 하지만 그들의 전투는 강렬 했고 치명적이다. 공간이 흔들리고 에너지가 폭발한다.

헤맨은 상처투성이가 됐다.

연우를 만났을 때를 제외하고 이 렇게까지 일방적으로 당한 적은 없 었다. 포 클래스 마스터는 상식적 으로 존재해선 안 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무력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앞에 사자는 달랐다.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기이한 힘을 사용하면서 무력 수준도 파이 브 클래스 마스터에 이른다.

‘주인님이 필요해.’

헤맨은 남은 힘과 아이템을 모조 리 사용해 사자의 시선을 가렸다. 그리고 그 순간 공간을 타고 므깃 도로 빠져나왔고 동시에 현실로 이 동했다.

그건 아주 찰나였고 사자는 헤맨 을 놓치고 말았다.

‘상관없지.’

이 세상만 회수하면 된다.

여명이라 불리며 창조의 힘을 가 졌으며 인세에 존재해선 안 될 에 너지 덩어리였다.

그그긍.

세상이 쪼그라들면서 작은 공으 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작업이 끝날 무렵, 세상은 하 나의 공이 돼 있었다.

하지만.

구으으응.

사자는 뒤에서 느껴지는 섬뜩한 기운에 소름이 돋았다.

“넌 누구냐.”

그 목소리의 주인은 연우였다.

연우는 므깃도로 들어오자마자 보인 광경에 화가 났다. 어떤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므깃도가 엉망 이 됐다. 대륙의 30%에 이르는 땅 이 사라졌고 그 안에 모든 생명체 가 소멸했다.

식스 클래스 마스터의 힘이 폭발 하며 기세가 므깃도 전체를 뒤흔들 었다.

그 힘을 느낀 사자는 급격하게 당황했다.

“…… 어, 어떻게?”

“좋은 말로 할 때, 되돌려라.”

연우는 사라진 땅을 가리켰다.

땅뿐이 아니라 생명체까지 되돌 리라는 말이다. 분명 땅을 직접 소 멸시킨 건 아니다. 다른 일을 하다 가 간접적인 영향 때문에 사라진 거다.

연우의 기세는 더욱 커졌고 땅과 대기 자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자인 그라도, 파이브 클래스인 그라도.

이 힘 앞에서 대놓고 배짱을 부 릴 순 없었다.

“새, 생명체를 살리는 건 불가능 하다!”

“불가능한 게 어디 있어.”

연우는 더 말하지 않고 사자에 게 달려들었다.

딱 보기에도 수상하게 생긴 모습 이었다. 사람 모양을 하긴 했지만, 마력이 아닌 이상한 힘을 사용했고 그건 마치 천인종의 힘과 특수 능 력의 힘을 합해 놓은 것 같았다.

퍼억.

단순한 주먹이었다.

하지만 사자는 피하지 못했다.

“커 헉.”

사자는 복부부터 올라오는 통증 에 무언가 역류하는 게 느껴졌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런 하위 차원에서. 그것도 옅 은 어둠까지 해금된 사자가 한낱 인간에게 이런 통증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식스 클래스 마스터.

아무리 강한 인간이라도 그 수준 을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이 뤘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타격하는 건 말도 안 된다.

“크헉. 이, 인간이 아닌 건가!”

“뭔 소리야.”

퍼억. 퍽! 버버퍽!

이런 타격은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고통을 주려는 거다.

사자는 눈조차 뜰 새도 없이 맞 기 시작했다. 심지어 쓰러질 틈도 주지 않았고 전신에서 느껴지는 극 렬한 고통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 다.

“후욱. 죽이지 않고 주먹 쓰는 것도 힘들어.”

“허억. 허억. 도대체 넌 누구냐!”

“나? 이 세계의 주인이다.”

다시 연우의 주먹질이 시작됐다.

이곳에서 소멸된 모든 생명체를 살릴 수 있을 거라곤 생각되지 않 는다. 하지만 화가 난 건 풀어야 했다.

그때였다.

사자의 몸에서 빛이 났다.

번쩍!

“크큭, 드디어 승인됐다. ‘옅은 어둠’에서 ‘보통 어둠’으로 승격된 다!”

우우웅.

사자의 몸에서 퍼져 나간 빛은 강렬했다. 파이브 클래스 마스터였 던 사자가 식스 클래스 마스터로 변했고 한 타임 쉬면서 세븐 클래 스 마스터를 향해 달려갔다.

“뭐지. 이 병신은.”

연우는 변신하는 걸 가만히 보고 만 있는 바보가 아니었다.

“죽어라.”

연우의 등 뒤에 나타난 보이지 않는 손이 전신의 모든 힘을 끌어 올려서 사자의 목을 쳤다.

그그극.

무언가 저항한다.

마력이 아닌 다른 그 힘.

하지만 연우도 마력만 사용하지 는 않는다.

‘이걸 배우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군.’

특수 능력이 갖는 ‘정신력’이라는 것과 유사했다. 거기에 딱 천인종 의 신계의 힘을 더하면 98% 정도 비슷할 것 같았다.

‘음, 그거에 정령의 힘? 맞아. 정 령의 힘 2% 정도.’

따로 분석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저 느껴지는 것을 정리해 본 것 이었다.

연우는 그 저항에 정령의 힘과 특수 능력의 힘을 끌어올렸다. 천 인종의 힘은 흉내 낼 수 없지만, 그 정도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박살 낼 수 있다.

그그극.

콰직.

“무, 무슨!?”

사자가 눈을 변신을 끝마치기 직 전에 목이 떨어져 나갔다. 연우는 가만히 보고 있지 않고 육체 전체 를 태우기 시작했다.

“이런 놈들은 목이 떨어져도 살 아남는 경우가 있으니까.”

아스가르드에선 흔했다.

-상위 차원의 존재를 사냥했습니 다.

-업적으로 인정됩니다.

?잠재 능력치 1이 올랐습니다.

-[사자의 신분증]을 주웠습니다.

-[봉인된 여명의 구슬]을 주웠습 니다.

“이게 뭐야?”

잊고 있었던 시스템 문구와 음성 이었다. 힘을 되찾은 이후로 상태 창이 변할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 이다.

게다가 업적을?

정말 상상도 못했다.

연우는 주운 아이템의 설명을 열 었다.

[사자의 신분증]

설명 : 최하급 차원 관리자인 사 자의 신분을 증명하는 증서. ‘보통 어둠’까지 해금돼 여명의 4단계 보 안 등급까지 열람할 수 있다.

[봉인된 여명의 구슬]

설명 : 세상을 창조하는 힘인 ‘여명’. 창조의 힘까지 해제되던 순 간에 봉인을 당했다.

(사자의 신분증이 필요하다.)

“므깃도에 이런 몬스터도 있었 나?”

연우는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 었다.

이상한 아이템이 나오고 므깃도 안에 있던 몬스터다. 상상 이상으 로 강하고 처음 들어 보는 설정이 었지만, 아스가르드는 연우도 모르 는 미지의 설정이 많았다.

마력보다 천인종과 정령의 힘을 가진다. 거기에 특수 능력의 힘까 지 느껴지는 게 이상하긴 했지만, 정령의 힘으로 특수 능력 강화가 가능했으니 터무니없는 것도 아니 었다.

“하여튼, 이걸 사용해 봐야겠다.”

사자의 신분증으로 봉인된 여명 의 구슬을 사용할 수 있었다.

-[봉인된 여명의 구슬]을 사용하 는 데 사자의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보통 어둠’으로 판명.

-4단계 보안 등급까지 열람 가 능합니다.

-[봉인된 여명의 구슬]을 사용하 시겠습니까?

“네.”

연우는 오랜만에 겪는 게임 같은 상황에 어깨를 으쓱했다. 조금 어 색했기 때문이다.

-[봉인된 여명의 구슬]을 사용합 니다.

-4단계 여명은 총 두 가지 기능 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하나의 세계(世界)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원하는 클래스 하나를 마스터할 수 있습니다.

-모든 기능을 사용한 ‘여명’은 소멸하면서 ‘세계’를 유지할 에너지 원이 됩니다.

“이거 개꿀 몬스턴데?”

세븐 클래스 마스터는 마음만 먹 으면 금방이다. 거기에 클래스 하 나를 더? 연우도 아스가르드라는 걸 하면서 이렇게까지 사기적인 아 이템을 본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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