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1편_ 마법 상점(2)
혜영은 농장으로 돌아오면서 많 은 생각을 했다.
이종배 할아버지는 6.25 참전 용 사다. 집에 버젓이 훈장까지 걸려 있는데 국가는 그걸 인정해 주지 않는다. 허리에 총알이 박혔었고 한쪽 손은 손가락이 세 개뿐이다.
지금도 그 후유증에 고통받고 있 는데 모두가 외면하는 거다.
“이게 말이 돼?”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된 게 50년 전.
6.25는 그보다 2이션 전에 일어났 다.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면서 그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고 해 도, 지금은 봐 줄 수 있는 거다.
한국은 몬스터에게 나오는 자원 으로 눈부신 발전은 했고 세계에서 도 손꼽아주는 경제 대국이 됐으니 까.
“기대하는 내가 잘못이지.”
아무래도 직접 돈을 벌어서 그분 들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게 몇 배는 빠를 것 같았다.
혜영은 멀리 보이는 농장을 보며 차갑게 식었던 마음이 조금은 따듯 해질 수 있었다.
연우는 아침을 간단하게 먹고 마 법 상점을 만들기 위해 부지를 살 피는 중이었다.
마법 상점이라지만, 역시 가장 기본은 대장간이 있어야 했다. 무 언가 마법을 담을 ‘물건’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또, 서로 협업을 위 해서도 근처에 있는 게 나았다.
“그렇다고 너무 붙이면 시끄러우 니까.”
연우는 이자젤과 함께 대장간 주 변을 둘러봤다.
“소음 차단 마법진을 더 설치해 볼까?”
“조금만 더 하자.”
그리고 살짝 떼 놓기로 했다.
대장간을 정면으로 보고 왼쪽으 로 올라가면 카페가 있다. 연우는 오른쪽으로 20m 정도만 떼어 길을 만들고 마법 장비 상점을 만들기로 했다.
역시 힘을 되찾은 연우에게 건설 과 지형 변경은 어려운 게 아니었 다.
“ 연우야!”
뒤로 혜영이 다가왔다.
일은 본다고 나갔었는데, 이제 막 도착한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야. 눈은 왜 그렇게 탱탱 붓고. 어제 늦게까지 남자랑 술 먹었지?”
“아니거든!”
“그럼 엄마 안고 울고불고 했 냐.”
“…… 에이, 그러지 마. 사람 미 안하게…… 진짜냐?”
“아니거든!”
“아 놔. 장난치나.”
“됐어. 그것보다 이건 뭐야?”
“이거? 앞으로 네가 운영할 마법 상점. 장비도 있고 아이템도 있고. 이자젤하고 후름하고. 요섭까지 협 업해서 마법 관련 아이템 만들어 보라고.”
“오호. 그럼 수익금 좀 나눠 주 나?”
“당연하지, 각자 자기가 만든 건 자기가 갖는 거야.”
“그래? 그럼 너는?”
“내가 뭘 한 게 있다고 받냐. 나 는 재료값만 받는 거지.”
“…… 그럼 그렇지. 재료값이 전 부 아니냐?”
“ 아마도?”
“그 재료는 네가 독점하는 거 고.”
“그렇지.”
“재료값도 너 알아서 정하는 거 고.”
“역시 눈치가 있어.”
“하아. 이제 웃을 힘도 안 난다.”
“왜, 진짜 무슨 일 있냐?”
“아니, 돈이 필요할 일이 생겨 서.”
혜영이 그저 연우처럼 사치를 위 해 돈이 필요할 일은 없다. 집이 꽤 잘살기도 하고 원체 검소한 친 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거기에 표정도 심상치 않은 걸 보니 중요한 일인 것 같았다.
“급하면 내가 빌려줄 수 있는 데.”
“아니, 그럴 필요는 없어. 이거 언제 시작해?”
“한 10분이면 만들고, 마법 아이 템은 너희가 만들면 바로 시작하는 거지. 만들기만 하면 바로바로 사 줄 호갱. 아니, 고객도 준비돼 있 고.”
“그래? 그럼 빨리 부탁 좀 할 게.”
혜영은 협업이라는 걸 빠르게 이 해했는지 요섭이 있는 대장간으로 갔다.
연우는 그걸 보다가 갸웃하고는 마법 상점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건설하고 재료 주는 조건으로 오랫동안 빨아먹어야겠다.”
연우는 최상급이 된 노움을 데리 고 부지를 넓히고 적당한 설계도를 깔았다. 그리고 헤맨을 불러 재료 를 꺼내 왔다.
적당한 크기를 가진 마법 상점이 다. 진열대와 손님을 맞이하는 로 비를 만들고 한쪽엔 공간 확장과 분리를 이용해 연구실과 제작실을 만들어야겠다.
분명 며칠 밤을 새우며 만드는 일도 있을 테니까. 간이 침실도 만 들고 탕비실도 만든다. 거기에 대 장간과 쉽게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장비 전이실도 만든다.
“이 정도면 됐으려나.”
꽤 괜찮은 건물이 나왔다.
[혜영의 마법 상점].
연우는 아담하고 깔끔한 간판으 로 몇 년 생색내기 위해 혜영의 이 름을 넣었다.
그새, 혜영이 요섭과 이자젤을 데려왔다.
엄청난 조합이긴 하다. 요섭은 대장장이 기술로 쓰리 클래스 마스 터를 찍었고 이자젤과 혜영도 마법 스킬을 마스터했다.
특히, 이자젤은 인첸트 전문 스 킬도 가지고 있으니 혜영이 배우기 도 좋을 거다.
“자, 다 모였네. 여기 한번 구경 해 봐. 부족한 거 있으면 지금 말 하고.”
연우와 일행은 마법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
이자젤은 예쁘다고 난리였고 혜 영은 부족한 게 있나 꼼꼼하게 확 인했다.
일단 설계의 문제는 없었다.
“그럼 마법 상점을 어떻게 구성 할지 회의를 해 보자.”
“나 의견 하나 낼게!”
혜영이 손을 번쩍 들어 외쳤다.
“가장 중요한 건, 이곳에 들르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이죠. 보통 4단 계에서 7단계 사이의 사용자가 오 는데, 1,000만 원에서 3,000만 원 까지는 사용할 수 있는 거 같더라 고요.”
그 말에 이자젤이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 협회장, 미 국 협회장. 그리고 미국 정부랑 레 드 문? 거기는 바벨이 알아서 데려 올 거고. 느와 이그녹튼도 아마 부 르면 와서 사 갈 것 같은데.”
이자젤이 오랜만에 정상적인 소 리를 했다. 그 부분은 연우도 동의 한다.
“그렇지. 어차피 혜영은 실력이 제작 관련 스킬도 없어서 희귀 이 상은 나오기 힘들 거니까.”
“시간이 지나면 나도 나아지겠 지? 내가 돈이 필요하기도 하고.”
“하긴, 어차피 그 단체들도 전설 급 하나 사 가는 게 고작일걸. 매 년.”
“하위 등급 마법 아이템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겠네.”
회의는 한동안 계속됐다.
진열장은 어떻게 구성하며, 어떤 장비나 아이템 위주로 만들어야 할 까. 또는 요섭과 어떻게 협업하는 게 좋고 장비 상점과 마법 상점의 분배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흠. 일단, 이 정도면 되겠다.”
세세한 건 만들면서 생각해도 된 다.
연우는 회의를 거쳐 결정된 진열 장을 만들기 시작했고 요섭은 마법 을 넣을 장비와 장신구를 가져오기 위해 대장간으로 갔다.
이자젤과 혜영은 제작실로 가서 샘플 몇 개를 만들기로 했다.
“대충 끝났나. 헤맨?”
“네, 주인님.”
“만드라고는 잘 말리고 있지?”
“네, 이번 건 상태가 좋습니다. 상한 것도 없고 마력도 가득하고 요.”
“하급 정령석 1만 개랑 보관해 놓은 6, 7단계 마력석 있지? 그것 도 전부 꺼내 주고.”
“네, 알겠습니다.”
“거기에 데블리스 평야에서 주웠 던 중하급 마법 관련 아이템 싹 꺼 내 봐.”
“알겠습니다.”
좌측 벽엔 장신구, 우측 벽엔 소 모품 위주로. 카운터 앞엔 회귀 아 이템을 깔기로 했다. 그리고 로비 중앙에 설치된 사각형의 진열대엔 마법 관련 재료도 놓고 입구 양옆 으론 가장 싼 아이템들을 계단식으 로 차곡차곡 진열하기로 했다.
“그리고 가장 위는 전설급. 아래 로 내려가면서 중하급까지.”
보통 아이템 등급은 보통, 마법, 회귀, 네임드, 전설, 얼티밋, GOD 순으로 있다. 그사이사이 ‘단계’나 ‘넘버링’이 붙은 것도 있으며, 성능 과 관계없이 특수한 물건도 상당수 존재한다.
연우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전화 를 들었다.
“네, 협회장님. 아, 잘 지내죠. 다 름이 아니라, 저희가 마법 상점을 오픈했는데 한번 들르시라고요. 아, 지금요? 후불? 나쁘지 않죠. 음, 알 겠습니다. 조금 급한 모양이네요. 좌표만 좀 불러 주세요. 아, 배달은 10% 추가금이 붙어요. 네, 알겠습 니다.”
협회장은 조금 힘든 상황인지, 급하게 마법 장비를 요구했다. 배 달을 따로 하지는 않지만, 어떻게 보면 농장의 VIP이니 그 정도 서비 스는 가능했다.
‘3조 원이면 이 정도면 되겠네.’
연우는 헤맨에게 분신을 사용해 배달했다.
그리고 다른 번호를 눌렀다.
미국 지부 협회장 스미스, 녹튼 의 해서웨이, 레드 문의 데이비드 까지.
“더 부를 사람은 없으려나?”
그리고 거의 일반 사람에 가까운 암살자 한소영과 자주 왔던 여자 5 명 손님 중 한 명인 이세정에게 전 화도 넣었다.
“좋아, 초반 홍보가 중요하지.”
연지와 연호를 부르려다가 걔네 들은 너무 시끄러워서 빼기로 했다.
“주인님, 여기 가져왔습니다.”
헤맨이 아공간 다섯 개를 가져왔 다. 이 아공간 하나 크기가 농장 크기 정도 되니, 상당히 많은 양이 었다.
“좀 많은 데, 적당한 걸 골라 봐 야지.”
연우는 그 자리에 앉아서 이자젤 과 혜영이 마법 아이템을 만들어 나올 때까지 진열해야 했다.
“연우우! 밥 먹어!”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수이 니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간다!”
일하던 건 내팽개친다.
역시 오늘 일을 미루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
특히, 음식과 술이 기다린다면 말이다.
아프리카 대륙이 불타고 있었다.
에르메스란 존재가 남긴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그들이 폭발시킨 땅은 끝없이 불타고 그곳에서 마수 가 생성됐다. 구멍이 뚫린 안전지 대엔 이미 희망이 사라졌다.
강력한 몬스터와 생성된 마수들 이 들끓었기 때문이다.
그건 협회장 이진철이 맡은 구역 도 마찬가지였다.
“민아! 장막!”
이진철의 외침에 뒤에서 마력을 모으던 민아가 눈을 떴다.
번쩍.
하늘이 깜빡이며 아군과 적 사이 에 수천 개의 번개가 떨어졌다.
콰과과과광!
뒤늦게 들려온 굉음과 동시에 이 진철이 마법을 뿌렸다.
“블리자드 (Blizzard).”
휘이잉.
그그그극!
사방이 하얗게 변하며 얼어 버린 다. 땅도, 대기도, 몬스터도. 하지만 중간에 껴 있는 원 클래스 마스터 급 마수가 끓는 마그마를 뿌리며 냉기를 뿌리친다.
뒤에 대기하던 수백의 사용자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했다.
이런 대규모 전투에선 탱커와 딜 러의 역할이 확실하게 나뉘지 않는 다. 특히나, 절정에 이른 마법사 이 진철과 특수 능력 ‘번개’를 마스터 한 민아 앞에선 더욱 그렇다.
우우웅. 우우웅.
그때, 이진철의 전화가 울렸다.
“뭐야. 이 시간에.”
둥지가 몇 개 깨지면서 전파를 방해하던 막은 사라진 후였다. 웃 긴 건 이 와중에 진동이 느껴진다 는 거였다.
“어? 연우 님?”
다른 전화였으면 신경도 쓰지 않 았을 거다.
“민아! 어떻게든 시간 벌어! 전 대원 방어 태세!”
민아는 끄덕이곤 앞으로 나가며 번개를 뿌려 댔다. 뒤에 대기하던 모든 사용자도 마찬가지였다.
“네, 연우 님. 마법 상점이요?”
콰과과과광!
하늘이 하얀빛으로 변하고 불타 며 어둠이 내렸다. 이진철이 마법 사였던 게 다행이었다. 소리를 막 고 전화가 부서지지 않게 보호했다.
“정말입니까? 그럼 3조 원어치만 부탁합니다. 여기가 많이 밀리고 있어서요. 10%나요? 아, 그럼요. 괜찮습니다. 거기서 여기까지면 충 분히 그만큼 받을 만하죠. 죄송하 지만, 조금만 빨리 부탁합니다.”
이진철은 얼굴이 폈다.
이미 사망자만 100명이 넘어갔고 방어선이 세 개나 뚫렸다. 이대로 라면 안전지대 안까지 밀릴 판국이 었다. 그렇게 되면 재산 피해는 둘 째고 수많은 일반 사람이 죽어 갈 거였다.
‘제발, 조금만 빨리.’
그때였다.
허공에 작은 인영(人影)이 등장 했다.
그 순간, 이진철 앞에 마법 아이 템이 떨어졌다. 개수는 100개 남짓. 그중에 몇 개는 진한 오라를 뿜고 있었다.
“됐다. 감사합니다. 헤맨 님!”
이진철은 인사를 잊지 않았다.
동시에 헤맨의 분신은 그곳의 사 용자를 스캔하고 각 상성에 알맞게 아이템을 분배해 버렸다.
구으으으응.
몇 명이. 겨우 100명이 장비를 바꿨을 뿐이었고 장신구를 한 개 추가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아군의 기세 가 하늘을 찔렀다.
몇몇 사용자 뒤에서 솟아난 살 기는 거대한 악마 형상으로 변해
적을 노려보고 있었다.
몬스터와 마수가 본능적으로 뒷 걸음질 쳤다.
그건 생존 본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