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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편_ 최강 삼 종족(3) (78/207)

제88편_ 최강 삼 종족(3)

천인종에게선 천인종 한 개체와 그들의 보물인 신계의 장비를 하나 받기로 했다. 천인종이 아니면 사 용할 수 없는 장비지만, 연구용으 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지금 2계층이었구나.”

“흥, 곧 1계층은 우리 거다. 잠시 정비를 위해 내려왔을 뿐.”

1계층과 2계층의 전쟁은 단순하 다.

세 개의 종족 중 한 종족이 1계 충에서 방어하고 두 종족이 2계층 에서 국지전과 정비를 한다.

지금은 천인종과 엔트 족이 2계 충이었다.

“하긴, 신선이 요즘 꽤 강세긴 한 것 같더라.”

“쳇, 그 녀석들이야 원래 존재 자체가 사기니까. 뭐, 센느 네놈보 다는 평범하지만 말이야.”

천인종은 신계의 존재라며 콧대 가 높은데 조금은 멍청하기도 하다. 연우에게 그렇게 당하고 까딱하면 언제 죽을지 모르면서 저렇게 대든

물론, 적당히 들어왔다 빠지면서 수위를 조절하긴 한다.

어쩌면 생각보다 천재일지도 모 른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하여튼, 넌 따라올 거냐?”

아까부터 연우 옆에 있던 천인종 이었다. 따로 계급과 이름이 없는 천인종 특성상 깃털의 모양을 보고 어림잡아 구분해야 했다.

“당연하지! 언제 여기를 나갈지 기약도 없는데, 흐흐. 내가 나가서 힘을 키운 다음 동족들을 꺼내 주...... 진 모, 못하겠지. 하하하.”

연우의 눈빛에 말을 더듬는다.

한숨을 푹 쉬고는 2계층 천인종 의 구역을 돌았다. 쓸 만한 게 있 으면 챙기기 위해서다.

“난 보상이라는 게, 이렇게 강제 적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천인종은 정말 놀랍다는 표정이 었다.

“당연히 보상은 강제가 아니지, 나니까 강제가 된 거지.”

“…… 어, 어쩐지 이 몸이 아는 것과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 근데 왜……? 아, 아니다.”

말도 많이 더듬는 걸 보니 조금 모자란 천인종 같은데 연우는 그냥 두고 다른 놈을 데려갈까 고민했다.

“그 표정은 뭐냐! 설마 날 두고 가려는 건 아니겠지? 절대 안 된 다. 내가 가야 한다. 당연히 내가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연우는 멀뚱히 그 천인종을 바라 봤다.

꽤 강하긴 한데, 너무 바보 같다.

역시 뭔가 모자란 게 아닐까.

“저, 저기 우리들의 장비가 모인 곳이 있다!”

분위기를 눈치챈 건지 천인종이 말을 돌렸다. 연우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곤 발걸음을 옮겼다.

눈치가 있는 걸 보니, 아예 바보 는 아닌 것 같았다.

“오호.”

연우는 눈앞에 펼쳐진 무기와 장 비를 보며 감탄을 흘렸다. 다들 괜 찮다. 진짜 신계는 아니겠지만, 신 계에서 가져온 거라 그런지 모두 [GOD] 급이다.

하지만 실상 성능은 전설에서 얼 티밋 정도. 게다가 천인종이나 신 계열이 아니면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었다.

“대충 몇 개 집어 가고.”

장비가 아닌, 소모품과 코인 몇 개도 집었다. 하나같이 신계의 힘 을 끌어다 사용하는 것들, 잘하면 현실의 신계를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너 따라오고.”

“그, 그럼! 따라간다.”

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엔트 족이 있는 구역으로 갔다. 엔 트 족은 정말 튼튼한 육체를 제외 하곤 별거 없는 종족들이다. 물론 하나로 연결된 의식과 무지막지한 번식 능력은 대단하지만, 연우에게 필요한 건 아니다.

장비도 따로 사용하지 않고 소모 품도 사용하지 않지만, 딱 하나 쓸 만한 게 있었다.

그건 엔트 족의 사체에서 나온 껍질.

“이걸 조금만 가져가야겠어.”

“센느의 뜻대로.”

옆에 안내를 맡은 엔트 족이 무 표정으로 말했다.

그 모습에 천인종이 소리쳤다.

“왜? 왜! 저것들은 쓸데없는 쓰 레기만 챙겨 가는 거냐!”

억울하다는 소리였다.

“그게 싫으면 너도 남아 있든 지.”

“그, 그건……!”

“아니면 조용하고.”

“ 읍.”

본인의 손으로 입을 막는다.

이제 좀 조용하다.

엔트 족은 보통 ‘내구’, ‘힘’, ‘생 명’이라는 특성을 마스터한다. 여왕 은 거기에 ‘번식’과 ‘정신 공유’와 같은 걸 추가로 마스터한 거고.

그 덕에 엔트 족의 껍질은 가볍 고 내구가 좋으며 힘과 생명 관련 버프가 붙어 있다. 게다가 존재 자 체만으로 쓰리 클래스 마스터급의 방어력을 갖는다.

아다만티움이나 블랙 키리윰보다 훨씬 강한 강도인 거다.

“꽤 쓸 만한 재료를 얻었네.”

연우는 아직 제련해 본 적 없지 만, 요섭이라면 가능할 거다. 엔트 족은 이 껍질을 다시 섭취하는 모 양인데, 필수적인 건 아니라 그런 지 연우가 얼마를 가져가든 상관없 어 보였다.

“그럼 한껏 가져가지.”

아공간에 쏟아붓듯이 챙기고 오 염된 신선이 있는 1계층으로 향했 다.

화악.

공간의 벽을 타고 1계층에 도착 했다.

천인종도 따라왔다. 그걸 느낀 모양인지 사방에서 순간적인 살기 가 쏟아졌지만, 연우가 있다는 걸 느끼곤 순식간에 거뒀다.

성에서 연우가 최초로 잡았던 신 선의 본체.

‘오염된 신선’이 날아왔다.

“클클, 어서 오게.”

“정리는 마쳤나 봐?”

생긴 건 백발의 할아버지지만, 몬스터였던 걸 아는 연우에게 존댓 말이 나올 리 만무했다.

“그렇지. 어려울 게 있나. 항상 하던 것인데.”

세 종족은 치열하게 치고 박는 다.

2계층에 있는 걸 참지 못하고 침 략하고 싸우고 빼앗는다. 1계층에 선 버티면서 최후의 빛을 탐색한다. 그 넓은 바다 어딘가에 있는 걸 말 이다.

2계층에서 쉬면 되지 않느냐고? 불가능하다.

자원은 한정돼 있고 이쯤 존재하 는 종족은 어마어마한 자원이 필요 하니까. 특히, 1계층의 자원은 2계 층과 비교가 되질 않는다.

나태해지고 풀어지는 순간 다른 두 종족에 공격을 받고, 끊임없이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돼 아래 계층 으로 쫓겨나 버릴 테니까.

힘을 합해 최후의 빛을 찾는 것?

그게 가능했으면, 이곳에 저 세 종족이 남아 있지도 않았을 거다. 최후의 빛은 한 종족이 사용한 후 엔 영원히 닫혀 버리니까.

‘물론, 그건 내가 한 거짓말이지 만.’

닫히는 건 맞지만, 연우가 언제 든 다시 열 수 있다.

연우가 지저를 만들고 이렇게까 지 하는 이유?

그건, 이 지저가 므깃도를 유지 하는 하나의 발전기이기 때문이다. 탄생과 죽음, 전쟁과 혼돈으로 끊 임없이 돌아가는 발전기.

연우는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 현실과 그라니아라는 곳도 그런 게 아닐까.’

“에이, 터무니없지.”

연우는 그 생각을 날려 버렸다.

“하여튼, 신선 중에 괜찮은 애 한 명만 데려갈게.”

“그 정도야 뭐, 괜찮은 아이가 한 명 있지.”

신선의 선술을 연구하고 삼미호 에게 선술을 알려 줄 스승을 찾기 위해서였다.

연우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염력과 같은 특수한 힘을 겪었기 때문이다.

마계와 천계. 그리고 그라니아 대륙.

거기에 여명의 빛이라는 새로운 차원.

이 모든 게 아무리 강해도 ‘당장’ 은 연우를 위협할 거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불안 했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져야 하 고 미지의 힘까지 섭렵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인사드려 라.”

이번에 연우가 데려갈 신선이다.

“안녕하십니까. 용마 족이었던 아이델이라고 합니다.”

“오호, 용마 족이었어?”

“네, 지금은 신선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오염된 신선의 사기적인 능력 중 하나가, 어떤 종족이든 일정 경지 이상 오른 개체를 우화등선시켜 버 리며 종속화하는 거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거냐면, 원 클래스 마스터를 11단계로 만들어 버리면 쓰리 클래스에 가까울 정도 가 된다는 것. 그러면서 절대적으 로 명령에 복종하는 종속으로 만들 어 버리는 거다.

“음, 이 녀석 내가 가져도 되겠 지?”

“클클, 아까운 녀석이지만, 약속 은 약속이니.”

반쯤 강제적인 약속이긴 했지만, 신선은 딱히 미련이 없어 보였다.

“내가 길들이겠다.”

보통은 그냥 데려가도 된다. 세 엘프나 검둥이처럼 힘으로 복종시 켜도 위협이 되거나 도망칠 수 없 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용마 족은 이미 신선 에게 종속된 개체. 연우에게 그 종 속의 힘을 옮길 필요가 있었다.

연우는 손을 머리에 올려 지배자 와 길들이기 스킬을 발동했다.

“ 됐다.”

“클클, 역시 나보다 더 사기야. 우화등선하다 신선이 된 녀석을 그 렇게 쉽게 지배하다니.”

연우는 살짝 웃고는 장비를 찾았 다.

신선들이 사용하는 장비도 특수 장비라 연우가 사용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그래도 아이델이 사 용할 장비 몇 개와 삼미호에게 선 물할 장신구 몇 개까지 챙겼다.

또 모르니 예비로 몇 개 더.

거기에 신선이 사는 지역에서만 나는 신선초(神仙草)를 조금 채취 했다. 이것도 농장에 심어 봐야겠 다.

“많이도 가져가는구나.”

“그래서 아까워?”

“아깝긴, 어차피 다 여기서 나는 자원으로 만드는 건데.”

“그렇긴 하지.”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나?”

“그럼 나도 하나 물어봐도 돼?”

신선은 머뭇거렸다. 연우가 뭘 물어볼지 알기 때문이다.

“이름은 말할 수 없다.”

“그럼 나도 대답하지 않을 거 야.”

“…… 왜 그렇게 내 이름에 집착 하는 것이냐?”

그냥 궁금증이었다.

운영자가 급하게 만든 사기 캐릭 터. 하지만 급하게 만든 나머지 세 세한 설정을 만들 시간이 부족했고, 주화입마에 빠져 과거를 잃은 어떤 고수로 표현했다.

운영자가 과거 같은 건 없다고. 말할 수 없는 거라고 대답했었다.

그러니 말할 수 있을 리가…….

“말해 주겠다.”

“응? 정말?”

“그래, 그게 뭐 그렇게 어려운 일이라고 지금까지 숨겼는지. 나도 참 노망이 든 모양이구나.”

연우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과거는 정말 특별할 게 없었지만, 분명하게 존재했다.

연우의 표정은 굳은 채 펴질 줄 몰랐다.

게임이 현실로 넘어오면서 무언 가 서서히 바뀐다는 건 알았지만, 그동안 외면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외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세상이 변하고 있었다.

므깃도, 지저, 그 안의 생명체들.

그리고 지구의 운명까지.

그게 연우가 가진 힘 때문인지, 결과가 연우의 힘인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연우는 고민을 털어 버리고 식구 들이 대기하고 있던 곳으로 이동했 다. 어차피 지금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연우는 생각보다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다.

“와! 연우 왔다!”

이자젤이 멀리서 소리쳤다.

이미 식구들은 캠핑 준비를 마친 후였다.

연우가 조금 늦어진다는 걸 알고 알아서 준비하던 것. 한쪽에선 헤 르메스가 큰 모닥불을 지피고 있고 이자젤과 혜영이 요리를 준비한다.

후름과 리젤은 죽음과 생명을 수 집하는 절명석(絶命石)과 벼락을 모으는 벼락석까지 채취하고 있었 다.

모두 3계층에서만 나는 건데, 꽤 쓸 만하다.

절명석은 요섭처럼 영혼을 모으 는 영혼석, 죽기 직전의 생명체도 살린다는 최상급 엘릭서, 죽음을 내리는 최상급 저주 스크롤의 재료 가 된다.

벼락석은 수만 개의 번개를 모아 한 번에 터뜨리는 소모품이나 벼락 속성을 지니는 무기 제조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모두 3계층에서 나오는 것이니만 큼 꽤 효율이 높다.

“어? 뒤엔 누구야?”

이자젤이 물었다.

연우는 간단히 대답해 줬다. 앞 으로 농장에서 생활할 두 종족이라 고.

용마 족이지만 신선이 된 여성체 아이 델.

성별이 없으면서 조금은 멍청한 천인종.

“그렇군. 와서 같이 먹자.”

역시 적응이 빠르다. 더 묻지도 않았다. 혜영만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였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바로 식사 준비를 하게 됐다.

오늘의 메뉴는 치킨이었다.

그러고 보니 3계층에 ‘사령 까마 귀’라는 게 있었다.

생긴 건 검은 오골계면서 원 클 래스 마스터일 뿐인데, 죽은 몬스 터의 영혼을 이용해 적과 싸우며 구석구석 끈질기게 생존해 나가는 녀석들이었다.

“이거 사령 까마귀?”

“응응, 마기도 다 제거했어.”

“맛있겠네, 이게 얼마 만이야.”

전혀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몬스 터는 강할수록 맛있을 확률이 높다.

어느새 치킨이 다 됐고 식구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간단하게 인사를 하곤 모두 치킨 을 물었다.

바삭.

튀김옷과 속살이 동시에 부드럽 게 씹히며 기름이 싹 빠져나온다.

연우는 쉬지 않고 차가운 피그미 온 라거를 들이켰다.

꿀꺽꿀꺽.

“크으. 좋다.”

연우는 슬쩍 아이델과 천인종을 봤는데, 표정이 가관이었다.

“이, 이런 맛있는 게!”

“정말 대단합니다. 이게 뭐죠? 인간들이 먹는 음식인가요?”

그럴 만했다.

연우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치킨 은 전 세계에서 불호가 없을 정도 로 인정하는 한국의 유명한 요리니 까.

‘뭐, 전통 요리까진 아니라도 이 정도면 한식이지?’

연우는 웃으면서 다리를 하나 집 었다.

역시 닭튀김은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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