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편_ 최강 삼 종족(2)
3계층은 크기는 엄청나다. 하나 의 우주라고 봐도 될 정도. 덕분에 4계층 위와 2계층을 나누는 벽이 되기도 했다.
연우는 3계층에 올라오자마자 이 상한 느낌을 받았다.
“헤맨.”
“네, 주인님.”
“저거 나만 느껴지는 게 아니 지?”
“네…… 아무리 봐도 신성력 같 은데, 악의가 가득합니다.”
연우는 빛살처럼 쏘아졌다.
식스 클래스 마스터의 힘이다. 이내, 대륙 끝과 끝 정도 거리에 있는 전장에 도착했다.
“뭐야, 왜 이놈들이 여기 있어?”
거대한 힘에 가려져서 못 느꼈는 데, 천인종과 신선. 그리고 엔트 족 까지 모여 있었다.
“ 센느!”
“어이구, 우리 주인님이 오셨네.”
“또 온다.”
천인종이 인상을 구기며 센느를 바라봤는데, 왠지 반가운 느낌이었 다. 당연히 그들은 센느를 별로 좋 아하지 않지만, 지금은 목숨을 구 원해 줄 구세주였다.
신선이야 원래 이렇게 저렇게 즐 기며 살아가는 놈들이고, 엔트 족 은 기계적인 인격만 있을 뿐이다.
“오랜만이네. 근데 다들 왜 여기 있어?”
1계층과 2계층을 오가며 전쟁을 하고 있어야 하는 녀석들이었다.
“쳇, 저게 1, 2계층을 다 먹었 다.”
“클클, 센느. 자네에게도 쉽지 않 을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천인종과 신선 이 연우 뒤로 물러났다. 앞에서 전 선을 유지하던 개체들도 뒤로 빠지 기 시작한다.
“어어. 지금 나한테 은근슬쩍 떠 넘기는 거야?”
“참나. 주인이면 주인답게 지켜 라! 여기에 데리고 왔으면 책임을 져야지!”
“클클, 이번만큼은 나도 동의한 다.”
나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엔트 족 까지 연우 뒤로 오며 말했다.
“하, 어이가 없네.”
그들이 대화하는 人}이, 바이러스 는 바로 지척까지 잠식해 버렸다.
쿠우우우웅.
높은 하늘이 무너지며 땅이 뭉개 진다. 대기가 소멸되며 마력이 빨 려 들어간다.
강하다. 마치 진짜 신의 힘이 아 닐까 생각이 될 정도다.
‘하지만 신은 없지.’
“세, 센느! 빨리!”
가장 겁이 많은 천인종이 코앞까 지 닥친 바이러스를 가리키며 소리 쳤다.
연우는 살짝 손을 뻗었다.
쿠우웅.
순간, 바이러스는 굳은 듯 멈췄 다.
신은 없다.
명계를 빼앗을 때 만났던 하데스 도, 제2의 천계라 불리는 천공 탑 의 제우스도 신은 아니었다. 물론, 그 아래 신계에서 내려왔으며 인세 의 규칙이 통하지 않는 천인종도 결국 신은 아니었다.
그저 다른 이와 다르고 강한 힘 을 지닌 존재일 뿐.
“하여튼, 이거 끝나면 너희도 두 고 보자.”
연우가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천 인종, 신선, 엔트 족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 그들은 의지에 상관없이 전신이 부들부들 떨렸다.
아무리 절대적인 지배를 받지 않 으며 이곳에 들어온 이들이지만, 센느의 힘을 거부할 배짱 따위는 없었다.
그그긍!
바이러스라는 게 1계층과 2계층 의 자원을 모조리 끌어와 힘을 내 는 모양인지, 연우가 밀리기 시작 했다.
“꽤 강한걸.”
스스슥.
수천 개의 촉수가 곳곳에서 솟아 났다. 그 모습에 연우가 눈을 크게 떴다.
“안 돼! 무슨 촉수야! 내 전체 이용가 인생에!”
연우는 다급하게 양손을 뻗었다.
저런 혐오스러운 건 빠르게 제거 해야 한다.
파사삭.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촉수는 바 스러진다.
연우는 힘을 더 끌어올렸다. 얼 마 만에 식스 클래스 마스터의 힘 을 모두 써 보는 걸까. 게다가 한 층 업그레이드된 능력치를 가진 연 우다.
사용하던 장비? 그 정도는 없어 도 저런 변종쯤은 손쉽다.
“멸 (滅)하라.”
연우의 입에서 육중한 마력이 요 동친다.
파삭. 파스스스슥.
끝이 보이지 않는 빛 덩이이자 변종 에너지 덩어리. 세상을 집어 삼키는 괴물이 부서지기 시작한다.
“…… 쳇, 내가 잡혀 온 게 우연 은 아니었지.”
“클클, 역시 못 당하겠어. 한 번 더 우화등선하면 상대가 되려나.”
“…… 무섭다.”
겁이 없는 엔트 족까지 그런 말 을 했다.
엔트 족은 하나의 인격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하면, 수억에 이르는 개 체가 하나의 인격으로 이어지며 동 시에 수억에 이르는 인격을 가진, 결국 기억과 감정을 공유하는 종족 이라는 것.
즉, 방금 엔트 족이 말한 건 모 든 엔트 족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잠깐 여기서 쉬고 있어. 1, 2계 층까지 정리하고 올 테니까.”
세 종족은 대답이 없었다.
이제 와서 존댓말을 하기 엔 자존 심이 상했고 반말을 하기엔 무서웠 기 때문이다.
연우는 피식 웃고는 2계층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힘을 제대로 써도 되겠 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재미있겠네.”
멀리 2계층 입구가 보인다. 거대 한 저 공간의 막은, 2계층 이상의 천상계과 아래 심해를 나누는 구간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먼지로 화하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 때문에 아무것도 안 보 이지만, 원래는 거대한 마력의 폭 풍이 있었다.
쓰리 클래스 이상은 돼야 버틸 수 있는 폭풍이고 포 클래스 마스 터 정도는 돼야 통과할 수 있는 폭 풍.
천인종은 인세의 존재가 아니기 에 그냥 통과 가능했고 신선은 선 술을 이용해 뚫고 지나갔다. 그리 고 엔트 족은 한 번 지나갈 때마다 수만의 엔트 족을 희생시키며 지나 간다.
참 무식하지만 어떻게 보면 효율 적인 방법이다.
어차피 엔트 족은 마력만 있으면 수만은 물론이고 수백만까지 순식 간에 생산해 버리니까. 그것도 쓰 리 클래스에 가까운 어마어마한 녀 석들을 말이다.
두웅.
2계층으로 가는 공간의 벽을 뚫 고 지나갔다.
2계층은 화려한 황금빛으로 이뤄 졌으며 ‘천국’을 연상케 한다. 다른 곳보다 마력이 풍부한 므깃도의 5 배 정도가 지저 세계라면, 이곳은 일반적인 지저 세계보다 5배는 더 많은 마력을 가진다.
그러니까 므깃도의 25배 정도랄 까.
게다가 사방에 박힌 보석과 황금 은 하이엔드급 마력석과 로이칼이 라는 미스릴과 오리할콘의 합금이 다. 둘 다 거대한 에너지를 담은 물질로서, 한 번 2계층 이상 오르 면 다시 떨어질 수 없는 이유이기 도 했다.
“근데 다 점령당했군.”
방금 연우의 공격으로 대부분 재 로 변했지만, 곳곳에 붙어 목숨을 연명하는 에너지 덩어리들이 꽤 보 였다.
“뭐가 이리 많아?”
강하진 않다. 하지만 퍼진 게 너 무 많았다.
연우는 그것들을 지나쳐 1계층으 로 올라왔다.
끝이 없는 마력의 바다 위에 널 찍한 섬. 그곳엔 웅장한 성이 보인 다. 저 성도 연우가 건설한 거다.
성 지하엔 고난을 통해 성장이 가능한 ‘혼돈의 샘’이 있고 성의 하 늘엔 이 지저를 유지하며 마력과 생명을 공급하는 ‘지저의 태양’이 있다.
“최후의 빛은 잘 있으려나.”
이 지저 세계를 빠져나갈 수 있 는 ‘최후의 빛’은 바다 깊은 곳에 있다. 물론, 아직 연우만 알고 연우 가 아니면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그 에너지. 지저 최강 삼 종이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에너지는 성 을 감싸고 있었다.
“어?”
그리고 그 에너지는 가장 밑바 닥. 바닷속과 연결이 돼 있었는데, 그곳은 최후의 빛이 있는 곳이었다.
“하긴, 저기가 아니면 1계층부터 들어올 수 있을 리가 없지.”
지저는 입구와 출구가 완벽하게 구분돼 있다.
이곳은 출구.
하지만 나갈 구멍은 들어올 구멍
도 된다. 물론, 그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곳에서 최강 삼 종이라 불리는 강력한 종족들도 불가능한 일이니까.
하긴, 그들은 저 최후의 빛이 어 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가 봐야겠어.”
연우는 빠르게 날아 바닷속으로 들어갔다.
전신에 마력이 가득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이 바다는 마력으로 이 뤄진 곳이다. 특히, 태양에서 비추 는 생명과 마력의 힘이 합해져 초 고농도의 에너지를 보유한 곳.
예전에 농담 삼아 말했던 것.
닭을 넣으면 피닉스가 되고 도마 뱀을 넣으면 드래곤이 된다는 곳과 거의 비슷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물론, 깨달음과 운이 따라 주지 않 으면 그대로 폭사하겠지만 말이다.
콰르르르.
연우는 깊이 내려갔다.
4km, 10km, 20km까지.
중간에 마력의 폭풍, 포 클래스 급 마수, 수십 겹의 결계, 최후의 빛이라 착각할 만한 다른 구멍들, 환영과 환청의 공간, 매혹과 세뇌 의 공간 등등.
그렇게 수많은 함정을 그대로 지 나쳐 들어왔다.
그 에너지를 끝까지 얇은 끈으로 연결돼 있었다.
‘여기군.’
지름 100m 정도 되는 거대한 금 색 원반이 있다. 이곳은 최후의 빛 이라 불리며, 지저 세계의 출구이 기도 한 곳이다.
지저의 모든 생명체가 원하는 최 후의 빛. 그게 바로 이거다. 이거 때문에 싸우고 또 싸우며 기어서라 도 올라오는 거다.
‘왜 여기랑 연결이 돼 있지?’
여긴 지저 세계를 빠져나가는 곳 이기도 하지만, 므깃도와 연결된 곳이기도 하다.
연우는 그 원반에 손을 밀어 넣 었다.
‘어,
쓰윽.
연우는 자의와 상관없이 그 원반 에 빨려 들어가 버렸다.
연우가 눈을 뜬 곳은 므깃도가 아닌 또 다른 세상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은 크기. 하늘과 땅이라는 기준은 없 고 공허한 공간뿐이다. 대륙? 아니, 므깃도보다 큰 것 같다.
그 안에 검은빛과 보랏빛. 그리 고 하얀빛으로 점철된 세상. 어딘 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한 건 이 곳 모든 게 변질된 세상이라는 것.
이유가 뭔지, 어떻게 이렇게 된 것인지, 목적이 뭔지도 알 수 없었 다.
중요한 건 단 하나다.
저들이 연우의 므깃도를 원한다 는 거고,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거 다.
“언젠간 더 넘어오겠군.”
강하다.
연우가 아니라면 므깃도의 그 누 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불쌍하게도 연우에게 걸려 버렸다. 아마 지저를 모두 점령하고 므깃도 까지 손을 뻗었다면, 어떻게든 연 우에게 저항했을지도 모른다.
지저 전체가 갖는 힘은 어마어마 하니까.
하지만.
지금은 버틸 수 없을 거다.
연우가 손을 뻗는다.
식스 클래스 마스터의 힘. 그 안 에 존재하는 절대적 위엄이 강림한 다. 육체를 넘어 신에 다다르는 그 의 힘이 사방으로 뻗어 에너지를 집어삼킨다.
쿠우우우웅.
그그그극.
저항해 본다.
하지만 그게 될 리가 없었다.
결국, 서서히 재로 사라진다. 공 간 자체가 갈라지며 무너진다. 에 너지와 시간은 공간과 함께 사라진 다.
세계는 붕괴하고 변질된 에너지 는 끝을 맞이하는 거다.
그게 연우의 선택이었으니까.
“아이코, 아까워라.”
연우는 급하게 아공간에서 작은 구슬을 꺼내, 사라지는 세계(世界) 를 담았다. 이런 건 꽤 괜찮은 수 집품이 된다.
“슬슬 돌아가 봐야겠다.”
연우는 이 세계가 무너지는 걸 끝까지 보고 최후의 빛을 타고 지 저로 들어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최후의 빛을 건너 봤다.
그곳은 므깃도였다.
“좋아, 해결됐네.”
연우는 다시 들어갔다. 다른 존 재는 불가능하지만, 연우는 출구와 입구의 구분이 없었다.
이젠 최강 삼 종에게 보상을 받 을 차례였다.
연우가 지저에 집어넣은 건 그들 올 죽이지 않고 살려 준 ‘호의’였고 이번에 살려 준 건 추가적인 ‘호의’ 다. 그러니 아스가르드처럼 보상을 받아야 맞는 거다.
물론, 그게 조금은 강제적일 수 있지만 말이다.
연우는 다시 3계층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가는 길에 남아 있던 그 변질된 에너지. ‘바이러스’는 모두 사라진 후였다.
빠르게 3계층까지 도착한 연우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최강 삼 종 을 바라봤다.
셀 수도 없는 수와 강력한 육체 를 가진 엔트 족.
겨우 수천의 개체지만, 강력한 신계의 힘을 가진 천인종.
한 명의 오염된 신선, 그 아래 강제 우화등선을 통해 신선이 된 종속 수만의 개체.
“자, 이제 보상을 내놔.”
그들의 머리 위엔 물음표로 가득 했다.
거부하는 게 아니라 이해를 하지 못한 거다.
“일단 각자 구역으로 가자. 천인 종 너희부터.”
“네? 아니, 우, 우리?”
천인종은 심하게 당황했다.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연우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