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편_ 최강 삼 종족(1)
“ 좋다.”
연우는 장어인 빅 일을 구우면서 중얼거렸다.
천장엔 수만 마리의 마력충이 빛 을 내고 있고 바닥은 잔디에 나무 도 좀 있다. 습도가 좀 높기는 하 지만, 넓은 공터에서 불어오는 선 선한 바람도 있다.
캠핑 느낌이 물씬 나는 곳이다.
치이 이익.
거의 다 익어 간다.
이자젤이 생강을 얇게 썰고 혜영 이 미리 준비한 소스를 담는다. 그 리고 명이 나물과 흰밥을 한쪽에 준비했다.
차가운 얼음산에 소주는 필수다.
“만드라고 더 캘까요?”
리젤이 얼굴에 흙을 잔뜩 묻힌 상태로 다가왔다. 한 손엔 아공간 주머니가 있었는데, 꽤 많이 캔 것 같았다.
“그 정도면 되겠다. 한 300뿌리 캤어?”
“네, 그 정도 됐어요. 모두 100 년 이상 된 것만요.”
100년이라 하면 얼마 되지 않아 영약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건 일 반적인 세계관에서나 통용되는 말 이었다. 이렇게 마력이 풍부한 곳 에서 100년이면 다른 곳에서 3,000 년 이상 묵은 만드라고보다 효용이 좋다.
“잘했어. 충분하겠다.”
나중에 부족할 것 같으면 다시 오면 된다.
아직 아공간에 꽤 남아 있기도 했고 말이다.
싹뚝. 싹뚝.
다 익은 빅 일을 먹기 좋게 썰었 다. 워낙 큰 장어과 몬스터라 세로 로 두 번 자르고 가로로도 꽤 잘게 잘라야 했다.
“이자젤, 후름 좀 불러 줘.”
후름은 천장까지 날아서 마력충 을 채집하고 있었다.
마력충은 요정의 집에 몇 마리 넣고 산에도 조금 풀 생각이다. 그 리고 몇 마리는 잘 말려 술을 담글 생각이었다.
후름은 구이를 좋아하는데, 연우 와 이자젤 취향은 영 아니었다.
“세팅 끝. 리젤, 소주!”
“네, 바로 땁니다.”
그때, 이자젤과 후름이 돌아왔다.
후름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는 데, 아공간에 수백 마리는 잡은 것 같았다.
“밥 먹자.”
테이블은 푸짐했다.
연우는 바로 장어를 한 점 집어 소금에 살짝 찍었다. 처음엔 고기 의 맛만 느껴야 한다.
“허, 뜨거워.”
담백함과 고소함의 끝이라고 해 야 할까. 기름이 입을 적시는데, 전 혀 느끼하지 않았다.
다음은 바로 장어의 뼈와 머리를 고아 약재를 섞어 만든 장어 소스 에 찍어 먹는 거다. 생강을 약간만 올렸다.
“맛있네.”
이럴 때 쉬면 안 된다.
연우는 소주잔을 들어 건배했다.
“크으, 좋다.”
다음은 명이 나물에 흰밥을 올리 고 장어 소스를 찍은 빅 일 고기에 생강까지 올렸다.
이렇게 한 쌈을 먹으면 부족할 게 없다.
식도를 모두 넘기기 전에 소주를 먹어 주는 건 필수다.
“와, 역시 맛있어.”
“그러니까, 나 여기에 마력충 하 나만 구워도 될까?”
“안 돼!”
“왜에.”
“더럽잖아! 징그러워!”
이자젤과 후름의 대화였다. 후름 은 결국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머 지는 먹기 바빠서 말조차 아끼고 있었다.
배가 조금 차고 술이 들어가자 대화가 시작됐고, 그 대화는 꽤 늦 게까지 이어졌다.
천장에 수만 마리의 마력충이 은 은한 빛을 뿜고 있었다. 마치, 우주 에 있는 기분이었다.
다음 날 아침.
연우와 식구들은 빠르게 준비를 마쳤다.
“감사합니다. 연우 님.”
에르메스는 이미 회복하고 제 컨 디션을 찾은 후였다.
“잘 막아 봐, 그러면서 성장하 고.”
“알겠습니다.”
연우는 그러면서 헤르메스를 바 라봤다.
“여기에 며칠 있을래?”
“아닙니다. 여기 있어도 방해만 될 거고, 농장은 이제 제가 없으면 안 돌아갈 겁니다.”
하긴, 헤르메스 말이 다 맞다.
농장이 안 돌아가는 일은 없겠지 만, 연우가 꽤 귀찮아질 거다.
“그래, 그게 현명하지.”
에르메스와 300의 마족이 떠나는 연우를 향해 존경을 표했다. 지금 껏 이런 경우가 없었다.
마족이 인간에게? 둘은 적에 불 과했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 연우는 영웅이었다.
‘뭐, 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일행은 슬슬 빠르게 이동하기 시 작했다.
연우는 식스 클래스 마스터, 이 자젤과 후름은 투 클래스 마스터, 리젤도 투 클래스 마스터의 힘을 거의 되찾으면서 헤르메스와 비슷 한 힘을 가지게 됐다.
혜영만 원 클래스 마스터였는데, 마법사라 뒤처지는 일은 없었다.
“곧 9계층이다.”
“예썰!”
이자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뚫고 소리쳤다.
9계층에 유명한 종족은 블랙 오 크, 타락한 뱀의 일족, 거대 스파이 더 둥이 지배하고 있는 구조였다.
끄아아악!
스 o o 으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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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 다.
싸우면서 마력을 소모하고 구역 에서 마력을 보충한다. 상대의 구 역을 빼앗고 마력을 취한다. 그러 면서 성장하는 거다.
그들에게 전투는 일상이었고 그 게 삶의 목표다.
“여긴 별거 없으니까 지나가자.”
전장의 하늘을 통과한다.
그러다 도끼 하나가 날아왔는데, 이자젤은 그게 마음에 안 든다며 한 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귀찮게.”
“너무 그러지 마라, 불쌍한 녀석 들이니까.”
연우가 그렇게 말했지만, 정작 저들을 이곳에 집어넣은 것도 연우 였다.
그렇게 비교적 평범한 9계층을 통과했다.
8계층은 수중 지저라고 짠 바닷 물이 가득한 곳이다.
7계층은 무중력의 공간이었는데, ‘반중력’ 성질을 가진 초전도체 금 속이 있기에 조금 채취했다. 아스 가르드에서 딱히 회귀한 금속은 아 니지만, 현실에서는 말도 안 되는 금속이었으니까.
그리고 6계층.
슬슬 투 클래스 마스터급으로 들 어가는 계층이다.
지형은 평범했지만, 사방이 핏빛 으로 물들어 있다. 이곳은 체력 회 복의 버프가 걸린 지형인데, 목이 잘리지 않는 이상 죽지 않을 정도 로 엄청난 재생력을 지니게 된다.
문제는 모든 개체가 그 버프를 받는다는 거다.
그래서 6계층에선 전투가 끊이질 않는다.
“여기선 체력 회복용 광석을 조 금 채취하고.”
가지고만 있어도 체력 회복률이 100%는 오르는 회귀한 버프용 광 석이다. 거기에 체력 회복 포션을 만드는 최상급 재료인 ‘푸르나의 잎’을 주는 푸르나의 씨앗도 조금
아스가르드에 있을 땐, 포션을 그냥 사면 됐지만, 현실로 와선 그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포션을 쓸 일도 없지만, 대비해 놓는 것도 좋다.
산소가 0인 가스의 공간, 5계층 은 빠르게 통과했다. 텁텁하고 기 분도 좋지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4계층은 레이스형 몬스터가 득실 거리는 곳이다.
결국, 영혼과 귀신의 세계.
이곳도 필요한 게 없어서 빠르게 통과했다.
“이제야 3계층이네.”
여기서부터는 조금 정상적인 환 경을 가지고 있다.
검은 밤하늘이 있는 거대한 동 공.
지저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끝이 없는 하늘이다.
“좋아, 여기서 조금 쉬었다 가 자.”
“벌써 3계층이네. 내가 혼자 왔 을 땐 여기까지가 한계였는데.”
이자젤은 투 클래스 마스터다. 가진 힘은 그보다 훨씬 강하니, 여 기까지 올 정도는 된다.
“여기서부터는 최소 쓰리 클래스 마스터 정도는 돼야 위층으로 올라 갈 수 있지.”
이자젤이나 후름도 버티는 건 가 능하지만 올라가는 건 다른 이야기.
“슬슬 배고프네, 밥 좀 먹자.”
이번 요리는 후름과 이자젤에게 맡겼다. 연우는 따로 할 일이 있었 기 때문이다.
“헤맨.”
“네, 주인님.”
므깃도 안의 지저 세계지만, 연 우의 아공간은 연우와 연결돼 있다.
“여기 분신 몇 개로 지켜 주고.”
“3계층이군요. 알겠습니다.”
연우가 없을 때, 3계층에 서식하 는 페리어 족, 용마 족, 신수들이 달려들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우는 그렇게까지 해 둔 다음 이동했다.
1계층은 지저 세계의 최종 장소 다.
지저 세계를 빠져나갈 수 있는 ‘최후의 빛’, 한계를 깨고 더 높은 경지를 보게 해 줄 고난인 ‘혼돈의 샘’, 거대한 생명의 원천인 ‘지저의 태양’까지.
지저 세계의 모든 생명체가 원하 는 최종 보물이 있는 곳이다.
“빌어먹을, 우리가 왜 여기까지 내려온 거지?”
성스러운 천사의 날개를 달고 독 수리의 얼굴을 가졌으며 인간의 육 체를 가진 천인종이 깃털을 빳빳하 게 세우며 성질을 부렸다.
“클클, 어쩌 겠나. 우리가 약한 것 일 뿐인데.”
옆에 있던 오염된 신선 한 명이 대답했다.
그들은 적이었지만, 1, 2계층에서 3계층까지 쫓겨나면서 서로 협조하 게 됐다. 그리고 뒤쪽에 두 개의 더듬이와 반질거리는 검은 껍질을 가진 ‘엔트 족.’
“ 온다.”
다시 공격이 쏟아진다.
이상한 빛이다. 신성력이 느껴지 는데, 악의를 동반한다. 저건 절대 신의 힘이 아니다. 왜곡됐으며 변 질된 힘.
그들은 이 힘을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천인종이 깃을 세웠다.
화악.
주변 수백 미터의 공간이 백색으 로 물들며 전방을 메웠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버티지 못할 걸 안다.
옆에 이상한 언어를 중얼거리던 신선이 지팡이를 휘두르자 그 백색 의 힘이 수십 배는 증폭된다.
카가가가강!
2계충의 입구에서 내려오는 그 바이 러스가 잠시 머뭇거 린다. 하지 만 이 정도로 막을 힘이었다면, 그 들이 이곳까지 내려오지도 않았을 거다.
그때, 엔트 족이 날아갔다.
핑.
콰과과과과!
한 마리가 아니다.
수만, 수십만, 수백만의 엔트 족 이 빛을 향해 달려든다.
엔트 족이 무시무시한 이유는 강 한 육체도 한몫했지만, 줄지 않는 수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 함도 있었다.
한 마리가 바이러스에 Im의 구 멍을 뚫고 재로 화한다. 그럼 뒤에 있던 한 마리가 Im를 더 뚫는다. 끝도 없이 희생하며 밀어내는 거다.
“종(鍾), 괴(壞)
신선이 인과율을 비튼다.
시간을 부수고 그 시간에 속한 공간과 존재를 깨뜨리는 거다. 11 단계에 든, 오로지 신선만 할 수 있는 궁극의 선술이었다.
천인종도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신들의 세계에서 온 사자다. 인 세의 규칙은 그들에게 적용되지 않 는다.
“신의 이름으로.”
우우우웅!
번쩍!
강렬한 신의 축복이 엔트 족과 신선에게 내렸고, 그들의 힘은 또 몇 배나 늘어난다. 동시에 허공에 수만 개의 ‘신의 창’이 등장하며 바 이러스를 공격한다.
“신의 시선으로. 인세의 모든 존 재는 신에게 무릎 꿇을지니.”
절대자의 위엄이었다.
수천의 천인종 머리 위로 거대한 눈이 생성되며, 바이러스를 노려본 다. 순간, 바이러스는 수십 조각으 로 잘렸다 쪼그라들기를 반복한다.
쿠우우웅.
하지만 역부족이다.
“젠장, 2계층에서 버텼어야 했 어.”
천인종이 인상을 쓰며 후회스러 움을 내뱉었다.
그곳엔 이 3계층과 비교도 되지 않는 자원이 있다. 그걸 끌어다 사 용하며 버텼어야 했다.
“클클. 그게 가능했으면, 여기까 지 내려오지도 않았겠지.”
“또 온다.”
신선은 웃었고 엔트 족은 그저 싸울 뿐이다.
우우우우웅.
바이러스다.
거대한 빛. 그리고 사이에서 쭉 늘어나 덮쳐 오는 촉수들.
저게 어디서 왔는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1계층과 2계층처럼, 저 바이러스는 지저 세계 전체를 삼켜 버릴 것은 분명했다.
지저의 최강 삼 종인 신선, 천인 종, 엔트 족이다. 그런 그들이 이곳 까지 밀려났다. 1계층을 빼앗겼을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결말일지도 모 른다.
“마지막으로 밀어 붙여 보죠.”
천인종이 중얼거렸다.
“그런다고 되나?”
“제가 희생하겠습니다.”
천인종의 말에 신선의 눈이 커졌 다.
웬만하면 놀라지 않는 능구렁이 같은 신선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만했다.
천인종은 수가 한정돼 있다. 수 천 마리에 불과하면서 새로운 동족 의 탄생도 아주 회귀하다. 그래서 자신과 동족의 목숨을 끔찍하게 여 기는 거다.
“…… 클클, 이거 나도 진지해져 야겠는데.”
천인종이 회생을 한다.
그렇다면 가능성이 있을 수 있었 다.
감정이 전혀 없어 보이는 엔트 족도 주먹을 꽉 쥐었다. 참고로 말 하지만, 저 엔트 족은 아까 옆에 있던 엔트 족과는 다른 육체다. 하 지만 의지는 하나였다.
“쳇, 내가 이런 곳에서 죽다니. 최소한 이 빌어먹을 지저는 빠져나 갈 줄 알았는데.”
“클클. 내가 우화등선이라도 시 켜 주리?”
“됐습니다. 내가 죽었으면 죽었 지, 영감 밑으론 못 들어갑니다.”
천인종이 앞으로 튀어 나갔다.
거대한 빛이 하늘에서 천인종에 게 쏘아졌다.
희생 주문의 전조다.
하지만 그때.
“뭐야, 왜 이놈들이 여기 있어?”
아주 익숙한 목소리의 등장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