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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편_ 창조 경제란(1) (66/207)

제76편_ 창조 경제란(1)

“연우 님. 게헨나르에 걸려 있 는 걸 잡아 왔습니다.”

리젤이 연우를 불러 고개를 돌 렸다. 그곳엔 작은 여우가 있었다. 그런데 꼬리가 세 개였다.

“살려 주세요! 죄송해요. 정말 아무것도 훔친 게 없어요!”

사람 말을 했다. 그것도 한국 어.

연우는 알 수 있었다.

“구미호구나.”

“지, 지금은 삼미호지만요.”

이럴 때 보면 아스가르드라는 게임은 참 잘 만들었다는 걸 새삼 스럽게 깨닫는다. 아스가르드는 판타지와 동방. ‘현실’과 ‘신화’라 는 여러 요소가 조화롭게 섞여 있 다.

드래곤과 용이 있고, 정령과 도 깨비가 있고, 초인과 신선도 있다. 손오공의 화과산과 반도 나무가 있으며 이런 영물도 존재했다.

“뭘 훔치려고 했니?”

“먹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안 훔쳤어요!”

연우는 살짝 웃으면서 리젤을 바라봤다.

“놔줘. 어린 삼미호잖아.”

“네, 알겠습니다.”

리젤이 뒷덜미를 놓자 심미호는 쪼르르 달려와 연우 뒤에 숨었다. 리젤을 경계하고 연우를 아군으로 생각하는 거다.

“뭐 먹을래?”

“꺄! 네! 좋아요!”

작은 여우의 몸으로 한국어를 하는 게 참 묘했다. 게임에서야 그런 일이 많았지만, 여긴 현실이 었으니까.

연우는 삼미호를 식당으로 데려 갔다.

“어머, 삼미호네.”

수이니는 또 국자를 들고 있다.

“와아. 예쁜 언니다!”

“이름이 뭐니?”

“이름? 삼미호예요.”

“그건 이름이 아니라……

수이니는 입을 닫았다.

구미호는 자식을 낳고 이름을 지어 준다. 그리고 오미호까지는 함께 다니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이름이 없고 혼자다.

“그렇구나. 일단 여기에 있어 라.”

수이니는 주방으로 들어갔고 연 우는 삼미호 옆 의자에 앉았다.

“원래 여기에 살았니?”

“아니요. 저기 산맥 넘어서 왔 어요.”

삼미호가 한 발로 가리키는 곳 은 동쪽이었다.

“멀리서 왔구나.”

“힘들었어요. 몬스터는 많고 저 는 약하고.”

삼미호의 귀가 가라앉는다. 기 분 좋게 혼들던 꼬리도 어느새 다 리를 감싼 후였다.

연우는 더 말을 걸지 않았다.

멀리서 댕댕이와 검둥이가 달려 온다. 그러곤 식당 10m 거리에 멈춰 선다. 삼미호 때문에 왔는데 연우 때문에 멈춰선 거다.

댕댕이와 검둥이는 처음부터 연 우를 무서워했다.

별다른 힘이 느껴지는 건 아니 지만, 이곳의 서열 1위가 연우라 는 건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이 었다. 그런데 이젠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어마어마한 힘이 직접 느껴진다.

“이리 와.”

연우가 손짓하자 댕댕이가 검둥 이 엉덩이를 민다. 앞장서라는 것 같았다. 슬금슬금 다가오더니 3m 앞에 멈췄다.

“미호야. 저 둘하고 친하게 지 내.”

“네! 좋아요!”

단순한 건지 멍청한 건지 모르 겠지만, 밝은 목소리는 연우의 기 분을 좋게 했다.

“너희도 괜히 괴롭히지 말고.”

제대로 성장한 구미호는 원 클 래스 마스터에 이를 정도로 강하 다. 하지만 삼미호는 정말 약하다. 힘만으로는 3단계 몬스터 정도에 불과하니까.

그런데도 많은 필드와 몬스터가 서식하는 동쪽 산맥을 넘어왔다.

‘신비한 영물이지.’

삼미호는 선술(仙術)을 태생부 터 익히고 있다. 그건 공격과는 다른 은신, 환영, 도주, 정신 관련 마법과 비슷한 힘을 보인다. 그것 도 수준급으로.

그래도 마왕 두 마리다.

삼미호가 약자일 수밖에 없었고 연우는 경고해야 했다.

그때, 수이니가 접시에 붉은 살 덩이를 가져왔다. 자세히 보니 블 랙 카우의 생간이었다.

“와아! 간이다. 간!”

삼미호는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 고 수이니의 발에 얼굴을 문질렀 다. 고양이처럼 말이다.

할짝할짝.

삼미호는 간을 선술로 공중에 살짝 띄우곤 작은 돌기가 있는 혀 로 핥았다.

“맛있게도 먹네.”

“맛있어요! 맛있어요J”

먹기에 바빠도 인사는 해야 했 는지 입 주변에 빨간 피를 잔뜩 묻히고 머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그 와중에서 좌우로 흔들리는 꼬 리는 멈추지 않았다.

“왠지 여기 자리 잡을 것 같은 데.”

연우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식당 을 나왔다.

삼미호 같은 식구는 환영이다. 아마 성장하기 최적의 환경인 걸 본능적으로 찾은 걸 거다. 뭔가를 훔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치즈를 만들어야겠어.”

살균된 블랙 카우 젖이 꽤 모였 다. 우유로 먹고 요리 재료로 쓰 기도 했지만, 역시 보관하기 좋은 건 치즈다.

블랙 카우의 젖으로 우유는 비 린내가 없고 맛이 좋다.

살코기에서도 잡내가 전혀 없고 먹고 난 후에도 텁텁함이 없는 개 운함을 가지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거다.

젖으로 만든 치즈는 그보다 더 환상적이다.

특히, 열을 가해 주르륵 흘러내 리는 것을 매콤하게 볶은 고기나 겉을 바삭하게 구운 감자에 올려 먹는 건 풍미가 장난 아니다.

또, 시카고 피자처럼 만들 때, 판에 두꺼운 치즈를 넣어 주면 죽 죽 흘러내리는 치즈의 향연을 즐 길 수 있다.

그뿐인가.

치즈는 그 자체만으로 폭발적으 로 농후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

깊은 포도 향을 가지는 레드 와 인과 먹으면 궁합이 잘 맞고, 과 일과 채소를 넣어 같이 숙성해 달 달하면서 상큼한 맛을 내는 치즈 는 위스키와 잘 어울린다.

그중에 연우가 가장 좋아하는 건, 송로 버섯을 잘게 썰어 숙성 한 치즈인, ‘트러플 치즈’.

먹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송로 버섯의 향은 끝내준다.

“안 되겠다. 오늘 저녁은 치즈 요리다.”

입에 침이 잔뜩 고였다.

연우는 헤맨을 불러 식당 옆에 커다란 솥을 꺼냈다. 밑엔 마법 화로가 온도를 올리기 시작했고 연우는 곧바로 우유를 부었다.

은은하게 천천히 끓여야 한다.

우유의 고소한 냄새가 올라온 다.

컹컹!

“꺄, 간지러워!”

삼미호와 두 강아지는 식당 앞 에서 뛰어논다. 선술을 이용해 축 지법(縮地法)으로 사라졌다가 생 겨나는 걸 반복하고 펑, 하며 연 기를 피우며 분신을 만들기도 하 는 게 보인다.

연우는 가끔 저 둘이 마왕인지 정말 강아지인지 헷갈리기도 한 다.

흐뭇한 미소를 지은 연우는 나 머지 재료를 넣기 위해 우유를 저 었다.

아공간이 다 열리면서 끝 쪽에 있던 ‘거품 소금’을 꺼낼 수 있게 됐다. 거품 소금은 수천 년 전 바 다 깊은 곳에 살았던 인어 무덤이 지반 변형으로 거대한 산맥이 되 면서 생성된 소금이다.

아스가르드에서도 굉장히 귀한 사치품이었는데, 이게 아마 상급 마력석 수십 개 가치는 했던 것으 로 기억한다.

소금을 넣자 우유가 조금씩 점 성을 가지기 시작했다.

연우는 잡내를 없애고 좋은 향 기와 청량함을 만들기 위해 세계 수 잎과 애플민트를 다졌다. 중간 에 15,000m 고산지대의 ‘또 다른 세상’이라는 최상위급 필드에서 구한 ‘송로 버섯’을 넣었다.

통째로 넣는 게 아니라 같이 다 져서 즙을 만드는 거다.

향긋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 다. 어찌나 확산이 빠른지, 이미 농장 전체에 그 향이 은은하게 풍 기고 있었다.

“곧 완성이다.”

치즈를 만드는 건 어렵진 않지 만 섬세한 일이다. 하지만 요리 스킬 8단계를 되찾은 연우에게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다.

회색빛 하늘.

척박한 땅엔 말라 버린 나무와 거칠게 부서진 바위 몇 개만 보일 뿐이었다.

그런 그곳에 수백 미터의 덩치 를 가진 마수가 한 마리 쓰러져 있었다. 한쪽 뿔은 산산조각이 났 고 어깨 관절은 빠졌으며 륑긴 충 격에 정신을 잃었다.

“여기 있었군.”

분통 터질 일이다.

왜 자꾸 이렇게 일이 꼬이는지 모르겠다.

“빌어먹을, 지구 따위가 뭐라 고.”

보랏빛의 풍성한 머리를 가진 뱀파이어였다. 태생적으로 한계가 명확한 종족이었지만, 그녀는 달 랐다.

그라니아 대륙을 점령한 공을 인정받아 군단장이 됐던 그녀다. 덕분에 마신 ‘호그툰즈’에게 힘을 받으며 뱀파이어 종족 최초로 마 왕이 됐다.

그런데 이후엔 계속 실패뿐이었 다.

한 대륙에 뿌린 9개의 마왕의 알은 누군가에 의해 2개가 사라 지면서 문을 여는 걸 실패했다.

지구에 그라니아 대륙의 몬스터 를 뿌린 것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 고 심해 깊은 곳에 수인 족의 왕 을 세뇌해 대륙을 공격하게 했는 데, 그마저도 깔끔하게 실패했다.

그뿐인가, 설마 이것까지 쓸 일 이 있을까 했던 거대 마수를 보냈 는데, 게이트를 통과하지도 못하 고 륑겨 나와 버렸다.

“일어나라.”

그녀는 기절한 마수에게 손을 뻗어 마기를 뿌렸다. 그러자 번쩍 정신이 든 거대 마수가 일어났다.

“멍청한 놈.”

마수는 그저 고개를 숙일 수밖 에 없었다.

진혈의 뱀파이어인 에르메스는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50년 전 유일한 혈육인 헤르메스가 사 라진 이후, 에르메스는 힘을 얻기 위해 발악했다.

그 덕에 군단장이 될 수 있었고 마신에게 원하는 힘을 얻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했다.

현재 마계는 천계와 전쟁 중이

그 전쟁의 후방을 맡은 게 에르 메스였다. 마력석을 보급하기 위 해 그라니아 대륙을 점령한 거고 더 큰 힘을 위해 지구라는 차원을 점령해야 했다.

그래야 ‘여명의 빛’이라는 지구 와 연결된 다른 차원으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천계를 눌러 버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예언이 있었다.

‘정령들처럼 아무 차원에나 오 갈 수 있다면 좋겠건만.’

그게 될 리가 없었다.

그건 정령이 가진 특권이었으니 까.

‘어떻게든 해야겠어.’

무언가 지구를 지킨다.

에르메스는 결정을 내려야 했 다.

“이대론 안 돼.”

슬슬 마력석어 떨어져 간다.

천계는 강했고 자원도 풍부했 다. 어디서 가져오는지 모를 마력 석은 마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계의 상황은 달랐다.

이러다가는 수십 년을 이어 온 이 전쟁이 패배로 끝날 수 있었 다.

“내가 가야겠어.”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었다.

“정예를 꾸려 직접 넘어간다.”

에르메스가 그라니아를 점령했 던 것처럼, 지구도 직접 점령하기 로 했다. 이후에 차원 게이트를 뚫는다면 다른 마족들이 지원 올 것이다.

에르메스는 풍부한 보랏빛 머리 를 찰랑거리며 몸을 돌렸다.

순간, 그림자에 숨어 있던 최상 급 마족 수백 마리가 뒤따라왔다.

연우는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 았다.

“연우야 왜?”

입에 트러플 치즈를 넣던 혜영 이 물었다.

“아니야. 그냥 뭔가?????? 친숙한? 그런 느낌이 들어서.”

혜영은 이상하다는 듯 치즈를 넣고 위스키를 살짝 넘겼다. 미간 이 찌푸려졌지만, 미소는 가시지 않는다.

연우도 고개를 흔들어 털어 버 리곤 치즈를 한 조각을 쏙 집어넣 었다. 화악, 하고 트러플 향이 올 라온다. 역시 최고의 향이다.

살랑.

연우의 다리에 삼미호의 꼬리가 닿았다.

그때 이후로 연우 옆에서 벗어 나질 않는다. 두 강아지와 놀 때 를 제외하고 말이다.

아예 여기에 눌러 살 작정인가 보다.

수이니, 후름, 혜영, 이자젤까지 펍 루프 탑에서 술을 먹고 있었 다. 연우가 고개를 돌려 주차장을 내려다본다.

“손님인가?”

차가 한 대 들어온다.

큰 봉고였는데, 5명이 줄줄이 내렸다.

모두 사용자로 보였는데, 한 명 이 조금 이상했다. 작은 키에 두 꺼운 팔다리, 반곱슬 머리에 다부 진 인상.

이자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드워프 같은데?”

“드워프? 지구에 드워프가 있었 나.”

“없을 이유가 있나. 사신도 있 고 드래곤도 있는데.”

“하긴, 마왕도 있는데.”

연우는 치즈를 하나 더 입에 넣 고 위스키를 홀짝였다.

“수이니, 피자 하나만 부탁할 수 있을까?”

“안 될 거 없지.”

식사는 끝난 상황이었지만, 손 님을 받는데 음식이 없을 순 없 다. 연우는 마중을 나가면서 이자 젤에게 시원한 피그미온 라거도 준비 시켰다.

드워프는 맥주라면 환장을 한 다.

특히, 트러플 치즈가 넘쳐흐르 는 시카고 피자와 함께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연우도 다시 입맛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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