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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편_ 돈은 많을수록 좋다(2) (65/207)

제75편_ 돈은 많을수록 좋다

(2)

미국에게 사기 칠. 아니, 팔 물 건들은 많았다.

하지만 밸런스를 생각해서 팔아 야 한다. 한쪽에만 터무니없이 좋 은 물건을 주면, 몬스터가 아닌 인간에게 그 칼날을 들이밀 수 있 올 테니까.

‘이러니까 운영자가 된 기분이 네.’

아스가르드 안에선 밸런스를 맞 춰야 한다는 운영자를 욕하기도 했었다. 강해져야 하는데, 자꾸 ‘농장 주인’이라는 직업 자체를 너 프해 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기분을 이해할 수 있 었다.

“자, 첫 번째 물건은 상급 마력 석.”

연우는 11단계라 불리는 몇 백 원짜리 캐시 아이템을 꺼냈다.

“이, 이건!”

소피아는 물론이고 제임스 최까 지 눈이 뒤집힐 정도로 놀랐다.

“이, 이게 연우 님의 소유였습 니까?”

연우는 힘을 되찾곤 딱히 무언 가를 숨기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비싼 값에 팔 수 있으면 그게 좋 은 거다.

연우는 으쓱하며 손으로 한 곳 을 가리켰다.

“두 번째는 저기. 무기점이 있 거든요. 협회장도 한 번 다녀갔어 요. 아주 흡족해 하더군요.”

“그거군요! 어쩐지, 한국 방어 선이 한층 강력해졌다 했습니다. 역시!”

술을 먹어도 멀쩡하던 소피아의 얼굴이 이 이야기를 듣자 붉게 올 라오기 시작했다.

“또, 또 없습니까?”

“흐음. 이제부턴 살 수 있는 능 력을 확인해야 보여 줄 수 있는 데.”

“ 네?”

“예산을 알려 달라는 겁니다. 상급 마력석하고 무기들. 그리고 스크롤까지 다 살 수 있어요? 그 럼 그 이후에 팔 것들을 보여 줄 게요.”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잠 시만요.”

소피아는 제임스 최와 회의를 하기 위해 살짝 뒤로 빠졌다.

미국 1년 국방 예산에 10%라 함은 200조를 넘긴다. 그렇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쓸 순 없는 거 다. 비율을 따지기에 10%라고 한 거지, 예산에서 가져다 쓰는 게 아니라 비자금과 각종 추가 세금 으로 집행하는 거다.

소피아는 제임스에게 물었다.

“어디까지 구해야 할까요.”

“상급 마력석이라는 건 무조건 사야 합니다. 그리고 이진철 협회 장이 구매해 갔다는 무기도 최대 한 사야 합니다.”

“예상 금액은요?”

“마력석 22조. 그 가격대로 사 야 할 겁니다. 무기는 협회장 이 진철이 8조 남짓에 사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총 30조군요.”

그것만으로 괜찮을까?

안 된다. 미국 땅은 어마어마하 게 넓기에 피해 지역도 상당하다.

무언가 더 필요하다.

하지만 스크롤 5,000개에 50조 원. 만약, 예산을 싹 끌어모은다 면 120조를 추가로 집행할 수 있 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걸 다 사용할 순 없는 거다.

이렇게 툭툭 내뱉으니까 가벼워 보이는 거지, 마력석 융합 엔진으 로 교체한 신세대 항공모함 10대 는 쉽게 구축하고도 남는 돈이다.

그런데 이 남자 앞에선 조 단위 의 돈도 한없이 작아 보인다.

소피아는 이를 악물었다.

잘만 되면, 이 몬스터 웨이브를 적은 피해로 막는다면 그깟 100 조? 피해액보다 작을 거고 몬스터 부산물과 마력석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할 거다.

“연우, 근데 돈은 왜 이렇게 모 으는 거야?”

혜영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인 지 조용히 물었다.

궁금할 만하기도 했다. 혜영이 보기엔 평생 써도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금액들이었으니까.

“음…… 그냥?”

“……저 큰돈을 그냥?”

“돈 모으는 데 이유가 어디 있 냐. 굳이 따지자면 사치? 편하게 사는 거? 혹시 모르니까? 그런 거 지.”

연우의 태연한 말에 혜영이 끄 덕였다.

다 맞는 말이었다.

“또 사치라는 게 끝이 없더라 고. 해도 해도 또 나오고. 그러다 보면 더 큰돈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사치가 아닌 생활에 필요한 것도 사야 하고. 버는 건 힘들어 도 나가는 건 순식간이더라고.”

혜영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연우 를 바라봤다.

“잘도 힘들겠다.”

“흐흐. 사실 쓰는 게 더 힘들긴 해.”

“내가 그럴 줄 알았지. 난 모르 겠다. 원 클래스 마스터? 여기 농 장이 하도 비정상적이라 몰랐는 데, 이거 꽤 괜찮은 거던데?”

혜영은 간혹 서울에 나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많은 걸 느꼈다.

원 클래스 마스터라는 게 엄청

난 거구나. 돈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벌 수 있구나. 이 무력 이면 어딜 가서도 대접받겠구나 둥둥.

이상한 건 그런 생각이 들 때마 다 이 농장이 생각난다는 거다.

“참 신기한 농장이야.”

때마침 소피아와 제임스가 돌아 왔다.

“결정했습니다.”

소피아가 단단히 결정했는지 이 를 악물고 말했다.

“총 100조까지 사용할 수 있습 니다.”

80조에서 20조 정도만 더 쓰기 로 했다. 100조는 나중을 위해 남 겨 두는 거다.

“ 괜찮네요.”

소개해 줄 물건이 몇 가지 있 다.

하나는 다른 스크롤 종류.

일회용이면서 아주 효율적인 마 법이 담긴 스크롤이다. 공격 마법 을 제외하고 방어, 회피, 회복, 버 프 등을 담은 것.

다른 하나는 원 클래스 마스터 이하까지 길들일 수 있는 목줄. 대상을 제압한 후에 목줄을 채워 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제대로 제압하기만 한다면 아주 유용한 물건이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스크롤은 아직 보여 주지 않고 설명만 했기에 별다른 반응이 없 었다. 하지만 몬스터를 길들일 수 있다는 건 소피아나 제임스에게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 당연하죠.”

연우는 스크롤 몇 개를 먼저 꺼 냈다.

[체력 회복 스크롤(범위)]

설명 : 일정 범위(반경 300m) 의 모든 플레이어의 체력을 회복 시킨다. 마력까지 저장한 스크롤 이기에 플레이어의 마력이 필요 없다.

[3중 버프 스크롤(범위)]

설명 : 3대 버프인 스트랭스, 헤이스트, 디펜스를 동시에 걸어 준다. 일정 범위(반경 300m) 의 모든 플레이어에게 효과가 있으며 하급(30%)의 상승 폭을 가진다.

[죽음에서 돌아오다(범위)]

설명 : 전장의 죽은 몬스터를 아군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생전의 80%의 힘을 사용할 수 있고 지 속 시간은 시전자의 마력에 비례 한다(기본 5시간 유지 이후).

[혼란 세례(범위)]

설명 : 일정 범위(반경 300m) 의 모든 몬스터에게 상태 이상 ‘혼란’을 건다(사용자의 수준에 따 라 디버프 확률이 비례함).

“세, 세상에

영어로 하면 ‘Oh my god’ 정도 랄까.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 수준의 마법을 사용자 수에 상관없이 범위 지정할 수 있다는 건 절대로 쉬운 게 아니기 때문이 다.

게다가 체력 회복 힐양은 웬만 한 힐러보다 높을 거고 버프는 30%다. 그리고 죽은 몬스터를 살 려 아군으로 사용하는 것? 당연히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혼란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 수 준일지는 모르지만, 위에 세 개만 하더라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었 다.

연우는 목줄을 꺼냈다.

[지배자의 목줄]

설명 : 길들이기 9단계, 지배자, 절대자 스킬이 담긴 목줄. 목줄이 지만 팔이나 다리에 사용해도 같 은 효과가 있다. 원 클래스 마스 터 몬스터 이하까지 강제적인 지 배 효과가 있다.

(단, 상대를 완전히 제압해야 사용할 수 있다.)

이 목줄의 설명은 수정을 거쳐 야 했다.

스크롤의 ‘플레이어’는 ‘사용자’ 로 이해할 수 있기에 그대로 써 줬지만, 길들이기, 지배자, 절대자 와 같은 스킬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는 게 쫗았다.

“……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겁 니까?”

연우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보다 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걸 거다.

“저기 보이면 블랙 카우랑 블랙 쿡 보이죠?”

“네, 보이긴 합니다만……

“저거랑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 면 됩니다. 여튼.”

“ 네.”

“구매할 겁니까?”

연우는 굳이 하나하나 증명하고 설명할 필요까지 느끼진 못했다. 돈을 더 벌면 좋지만, 급할 필요 는 없다.

“사, 사겠습니다. 반드시 사고 싶습니다!”

소피아의 눈에는 절실함이 묻어 났다.

다시 아침이 찾아왔다.

날씨는 한층 쌀쌀해졌고 비가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연우는 오랜만에 늦잠을 잤다.

어제 찾아왔던 미국 안보부 소 피아와 부협회장 제임스 최가 늦 게까지 함께했기 때문이다. 물건 몇 개를 팔고 100조에 이르는 돈 을 받기로 했다.

“ 아함.”

하품이 절로 나온다.

연우는 잠옷에 겉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비가 오는 날씨에 도 헤르메스는 울타리 청소를 쉬 지 않았고 리젤도 게헨나르를 다 듬고 있었다.

연우는 멀리 하늘을 바라봤다.

“뭐지? 조금 이상한데?”

서울 상공에 게이트는 몇 주째 있던 거다. 많은 수가 사라지고 많은 수가 다시 생겨났다. 그런데 그사이에 언뜻 보이는 반투명한 무언가의 움직임.

“연우, 일어났네.”

후름이 었다.

“어, 여긴 웬일이야. 혹시 저거 때문에?”

“응. 역시 알아봤네. 저거 그거 야 ‘소린’이라는 비의 정령. 사실 정령이라기보단 몬스터에 가깝 지.”

“흐음. 그럼 큰일 아니야?”

소린이라는 몬스터.

아스가르드에선 자주 보이는 몬 스터 중 하나다. 수분이 많은 구 름 속에서 태어나며 많은 비가 내 릴 때 아래로 내려와 동물이나 인 간을 공격한다.

3단계 정도에 불과해서 위험한 정도는 아니지만, 바로 발견하지 못하면 일반 사람은 매우 위험해 진다.

“여기선 몇 년 전 해외에서 몇 번 일어났던 게 전부라는데.”

50년 전엔 아프리카, 40년 전 엔 유럽, 25년 전엔 중국. 이런 식으로 지구 전체를 돌아다니며 드물게 발생하고 있다.

그때마다 소린은 많은 피해를 남겼다.

등장이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피해 범위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 문이다.

“어쩌지. 상당히 많아 보이는 데?”

농장이야 평화롭지만, 밖은 전 쟁터다. 일상생활은 가능한 정도. 하지만 전국 절반 이상이 위험지 역이라 통제된 안전 구역 밖으로 는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 황이다.

연우는 터덜터덜 걸어 식당으로 향했다. 비가 왔지만, 간단한 마 력의 움직임으로 막을 만들어 피 한다.

“연우 왔구나. 후름도 왔고.”

수이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 다. 다 같이 늦게 잔 거라, 비슷 한 시간에 일어난 모양이었다.

연우는 식당에 앉아 잠시 생각 하다가 헤맨을 불렀다.

“헤맨, 호리병으로 소린 좀 수 집할까?”

“네, 좋습니다.”

므깃도에도 소린이 잔뜩 살고 있다.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선 필 수적인 몬스터다. 오랜 기간 비가 오지 않을 때, 소린을 풀면 상당 량의 비를 부를 수 있으니까.

마침 협회장에게 전화가 왔다.

“네, 협회장님.”

-백화점 인수 건 때문에 연락 드렸습니다. 밑의 직원이 한 명 찾아갈 겁니다. 절차는 깔끔하게 끝냈습니다. 몇 가지 사인만 해 주시면 됩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네,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S 그룹에서 가지고 있던 거라 절 차가 생각보다 길어졌네요.

연우는 소린에 대해 얘기해 줬 다.

헤맨의 분신이 소린을 모조리 담아 버릴 거긴 하지만, 간혹 놓 치는 게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이다.

-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정 신이 없었습니다.

“부탁 하나만 더 해도 될까요?”

?네, 뭐든지요.

아금영’이라는 설계 회사 하나만 인수하고 싶네요.”

-음, 어렵지 않을 겁니다. 며칠 만 시간을 주세요.

협회장은 궁금할 텐데도 묻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통화는 거기까지였다.

언제 왔는지 모를 혜영이 물었 다.

“금영? 거기가 어디지?”

“아, 거기 내가 다니던 회사.”

연우는 기분 좋게 웃었다.

과거는 털어 버리는 게 가장 좋 다.

하지만 그게 쉬울 리 없다. 불 과 몇 주 전에 가로수 길에서 회 사 사람을 만났을 때만 해도 기분 이 상당히 좋지 않았으니까.

이럴 땐, 좋은 기억으로 덮어 버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역시 뒤끝도 긴 연우였다.

“아, 혜영. 너 특수 스킬이나 배 워 볼래?”

“특수 스킬?”

연우는 간략하게 설명해 줬다.

“소름. 난 더는 놀랄 게 없다고 생각했다.”

“흐흐. 나도 하나 배웠던 거 제 대로 올려 보려고. 근데 그게 혼 자선 이것저것 힘드니까.”

“…… 내가 또 실험용이냐?”

연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 다.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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