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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편. 몬스터 웨이브(2) (63/207)

제73편. 몬스터 웨이브(2)

“이거 좀 심각한데.”

연우가 중얼거렸다.

거대한 게이트 하나. 쓰리 클래 스 마스터 정도의 보스 몬스터는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먼 하늘 을 뒤덮은 수많은 게이트.

저건 피해 없이 막을 수가 없 다.

“저거 굳이 막을 필요 있어?”

이자젤이 물었고 후름이 덧붙였

“그러게, 이건 인간들의 일이고 그들이 막아야지. 언제까지 보모 처럼 돌봐 줄 순 없는 거야.”

맞는 말이다. 저 중앙에 쓰리 클래스 마스터 정도는 막아 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정말 한반도 가 멸망할지도 모르니까.

저 자잘한 몬스터들은?

직접 막으며 힘을 기르고 경험 을 쌓아야 한다. 그래야 또 비슷 한 위기가 왔을 때를 대비할 수 있는 거다.

“그래, 그럼 저기 좀 잠깐 다녀

올게.”

“그래. 마음 같아선 내가 다녀 오고 싶은데 간접 피해 없이 막기 는 조금 힘들 것 같네.”

아무리 쓰리 클래스 마스터를 이길 정도로 강한 투 클래스 마스 터 둘이지만, 연우처럼 깔끔하게 잡을 순 없었다.

연우는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도 게이트 형성 중이다.

하늘이 갈라지고 일그러진 시공 간이 보인다. 주변엔 거대한 기운 이 몰려 기후와 시공간이 찌그러 진다.

‘한번 들어가 볼까.’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 만 만약 들어가게 됐을 때, 다시 나올 수 있을까? 괜한 모험은 지 양하는 연우 성격상 호기심은 금 방 사라졌다.

콰과과광.

번개가 내려치며 중앙에서 거대 한 발이 내려온다. 이어서 한쪽 손이 게이트 끝을 붙잡았고 뿔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마어마한 크긴데? 어차피 농 장에 데려오지도 못했겠다.”

“그러니까. 마계에서 온 마수인 가?”

“저런 건 나도 본 적 없는데.”

점점 아스가르드엔 없는 몬스터 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 말은 현실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종류가 점점 늘어난다는 뜻이다.

콰아아아아.

적 몬스터는 아무것도 하지 않 았다. 존재만으로 주변의 마력을 폭풍처럼 요동치게 한다.

끄어어어.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은데 너무 울려서 잘 들리지 않았다. 거대한 말이 서울 중앙의 건물 끝 에 닿기 직전이었다.

“아이고 저기 밟겠네.”

“그러게. 혼자 다녀오는 게 낫 겠다. 차 좀 지키고 있어. 파편으 로 부서지지 않게.”

연우는 꾹꾹 눌러 담고 있던 힘 을 슬쩍 풀었다.

화악.

작은 소용돌이가 연우를 감싸다 풀어졌다. 사방으로 퍼진 바람은 긴장감을 머금은 흙먼지를 밀어냈 다.

연우가 미소를 짓고는 무릎을 굽히고 상체를 숙였다.

콰직.

발을 디뎠던 아스팔트가 수십 갈래로 갈라진다.

그리고 상체와 무릎이 펴지는 동시에.

핑.

연우는 한 줄기 빛으로 사라지 며 소닉붐을 일으켰다. 그 강렬한 바람이 혜영의 얼굴에 닿기도 전.

연우는 이미 게이트에서 얼굴을 내민 마수에 닿아 있었다.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았 다. 그저 마수의 뿔을 발로 찬 것 뿐이었다.

그극. 콰지직.

연우의 발에 닿은 뿔이 부러졌 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연우가 오랜만에 경지를 되찾은 거라 힘 조절이 미숙했다는 것.

끄어어?

마수와 눈이 마주쳤다.

황당과 당혹, 그 자체.

그건 연우도 마찬가지였다.

뿔이 뒤로 밀리면서 얼굴과 상 체가 다시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 다. 게이트 외곽을 잡았던 손과 내려오던 발도 다시 빨려 들어간 다.

‘실수, 너무 밀어 버렸다.’

그렇다. 연우는 공격하려 했던 건데, 마수가 그 힘을 버티지 못 하고 다시 게이트 안으로 빨려 들 어가 버린 것이었다.

끄어어……

마수의 신음은 몸 전체가 게이 트로 들어가면서 끝이 났다.

아마 안쪽에서도 수십 킬로미터 는 날아가 버렸을 거다.

“앗, 죽였어야 했는데.”

밑에 깔릴 건물을 생각하다가 너무 밀어 버린 거다. 안에서 꺼 낸 다음에 죽여야 사체도 얻고 마 력석도 얻었을 텐데.

“다시 안 나오나.”

연우가 혹시나 해서 게이트 앞 에서 기다렸는데, 게이트는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연우는 아쉬웠지만, 미련을 버 리고 돌아가기로 했다. 왠지 또 볼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 다.

“…… 1분이라.”

이진철은 손목에 찬 시계를 보 며 중얼거렸다.

“친구분들과 이야기하다가 직접 움직인 건 3초도 되지 않습니다.”

종범이 눈을 감고 [천리안]이라 는 능력을 사용하며 대답하고 있 었다.

“…… 죽는 것도 확인을 못했

고?”

“네, 너무 빨랐습니다. 안으로 다시 빨려 들어간 것 같기는 한 데, 생존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이후 움직임은?”

“돌아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 니, 백화점? 백화점에서 쇼핑할 모양입니다.”

“…… 그, 그렇지. 충분히 그러 고도 남을 분이니까.”

이진철은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렸다.

“자, 일단, 급한 불은 껐습니다. 제대로 ‘몬스터 웨이브’를 해결해 봅시다.”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위 기 상황이다. 이미 협회에 소속된 사용자와 정부 소속 사용자가 주 가 돼 민간 대기업과 대길드에 소 속된 사용자는 이미 군과 협력해 현장에 배치된 후였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의 효과 를 보기 위해 머리를 싸맸던 지난 12시간이 빛을 발할 때다.

몬스터가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 작했다.

언제 대기하고 있었는지 수많은 사용자와 군인들이 방어선을 구축 한 후였고 곳곳에서 전투가 일어 났다.

곳곳의 도로가 제한되고 대피하 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기에 연 우는 백화점 근처에 멈춰 설 수밖 에 없었다.

“이참에 쇼핑이나 할까?”

이자젤이 속없는 소릴 했다.

“무슨 쇼핑이야. 그냥 가자.”

“어떻게 가? 이렇게 막혔는데.”

“워프는 뒀다 뭐해. 차랑 같이 가 버리자.”

“칫. 조금만 하자아!”

“…… 저건 어떻게 할 건데?”

20층 높이의 건물이다. 다행히 몬스터 게이트가 바로 위에 생긴 건 아니라 직격은 피했지만, 주변 에서 몬스터가 달려들었고 군부대 와 사용자가 막고 있는 모습이 보 였다.

안에 있던 직원도 대피소로 움 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실드 쳐 주면 되지 않 나?”

“…… 너도 하고 싶어?”

연우는 후름을 바라봤다.

“뭐,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 지. 어차피 몬스터라고 해 봐야 다 약한 것들밖에 없고.”

“저, 저도 하고 싶어요. 오랜만 에 나오기도 했고. 오늘 다시 들 어가면 한동안 못 나올 것 같기도 하고요.”

리젤의 말은 맞는 말이기도 했 다. 이 정도 규모의 게이트라면 한동안 서울로 놀러 오는 건 힘들 지 않을까?

“좋은 생각이 있어.”

이자젤이 아이디어를 냈다.

건물용 반영구 실드 스크롤.

한 번 설치하면 자가 해체할 때 까지 몬스터나 공격성이 있는 마 법은 들어오지 못하고 사람이나 차량은 오갈 수 있는 성질을 가진 실드가 담긴 스크롤이다.

아스가르드에선 땅값이 비싸 마 을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외곽 에 집을 짓고 사는 가난한 플레이 어들이 사용하는 스크롤이었다.

“하급이면 원 클래스 마스터까 지는 막을 수 있는 거랬나?”

“그래, 그거 하나 선물하고 쇼 핑 좀 자주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하자! 그거 얼마 하지도 않잖아.”

아스가르드에선 얼마 비싸지도 않은 스크롤이긴 하다. 길 가다가 옷깃 스치면 열에 아홉은 원 클래 스 마스터 이상이었으니까.

사실상 초보용 스크롤.

연우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이참에 장사나 좀 하지.”

연우는 주차와 동시에 협회장을 불렀다. 헤맨의 분신을 이용해 데 려오기로 했기에 오래 기다릴 필 요는 없었다.

“헤맨, 건물용 반영구 실드 스 크롤 좀.”

“몇 개나 필요하십니까?”

“일단 10개만 줘 봐.”

“네, 알겠습니다.”

한쪽에서 전투가 있었기에 간간 이 폭발음이 들렸다. 다행히 잘 막는 모양인지 민간인의 피해는 거의 없었고 백화점 건물도 피해

콰아아앙!

“안 돼!”

이자젤의 비명이었다.

몬스터 한 마리가 날아와 백화 점 한쪽 벽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이 미친 몬스터 새끼!”

이자젤은 그 자리에서 튀어 나 갔다. 마법사라곤 하지만 쓰리 클 래스 마스터가 목전인 이자젤에게 몸을 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순식간에 무너진 백화점 구멍으 로 들어간 이자젤은 처박힌 몬스 터를 밖으로 던져 태워 버렸다. 그러곤 백화점 벽에 [공간 되돌 림]이라는 마스터급 마법을 사용 했다.

무너졌던 벽이 원상 복구 됐다.

“……쇼핑 한 번 하려고 난리다, 난리.”

연우는 그 모습을 어이없는 눈 으로 바라봤다.

그때, 헤맨이 스크롤 10장을 들 고 왔다.

“얼마나 있지?”

“일단 1만 장 정도 있는데, 얼 마든지 만들 순 있습니다.”

“하긴, 수량 걱정할 건 없지.”

헤맨도 있고 이자젤도 있다. 마 법에 있어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다. 이 정도 초보용 스크롤 은 얼마든지 찍어 낼 수 있다.

연우는 전투 현장을 바라봤다.

사용자와 군인이 협력해 방어선 을 구축하고 전투하는 모습이 인 상적이 었다.

적 몬스터는 단단한 등껍질을 가진 거북이처럼 생겨서 긴 다리 를 가진 이상한 몬스터였다. 촉수 를 사용하고 보랏빛 독극물을 발 사했다.

꽤 강해 보였지만, 사용자가 실 드를 펼치고 군인이 중화기와 마 법 탄환을 이용해 데미지를 입히 니 어렵지 않게 쓰러졌다.

긴 다리가 약점인지 약한 탄환 에도 부러져 쓰러지는 모습을 보 였다. 마무리는 마법사나 근거리 딜러가 했는데 호흡이 무척이나 잘 맞는 모습이었다.

“잘하고 있네.”

금방 안정을 찾았는지, 몇몇 실 드 및 공격 마법사가 뒤로 빠지는 게 보였다. 더 급한 곳으로 이동 하는 모양이었다.

그때 협회장이 도착했다.

“오셨군요. 꽤 바쁜가 봅니다.”

“네, 큰일입니다. 몬스터가 너무 많아서……

이진철은 머리가 산발이었고 수 염은 까칠하게 자라있었다. 눈이 퀭한 게 심력 소모가 큰 모양이었 다.

“다름이 아니라, 괜찮은 물건이 있어서요.”

연우의 말에 협회장의 눈이 커 졌다. 설명을 이어갈수록 점점 더 큰 환희에 물들었다.

“정말입니까? 그게 가능한 겁니 까?”

연우는 스크롤을 사용했다. 파 란빛이 퍼지며 투명한 막이 백화 점 건물에 퍼졌다. 순식간에 일어 난 일이었다.

“한 번 쳐 보■세요.”

“ 수준은요?”

“원 클래스 마스터? 그 정도는 무리 없이 막을 수 있을 겁니다.”

이진철은 손을 들어 마력을 집 중시켰다. 8단계급 공격 마법. 굳 이 마스터급 마법을 펼치지 않더 라도 강도 확인 정도는 어렵지 않 다.

우우웅.

파삭.

기다란 창이 나와 실드로 날아 갔지만, 실드에 닿자마자 사라진 다.

“…… 대단하군요.”

이진철은 확신했다. 이 스크롤 만 있으면 이번 몬스터 웨이브는 어렵지 않게 막아 낼 수 있을 거 라고.

“제시하시죠.”

“…… 네?”

“얼마까지 가능한가요.”

연우는 웃으며 물었다. 연우에 게는 별 가치 없는 물건이지만, 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다. 터무니없는 값을 받을 생각은 없 지만, 가치를 깎아 낼 생각도 없 었다.

“혹시 몇 개나 있으십니까?”

“개수는 충분할 겁니다.”

이진철은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필요한 건물과 장소를 계산하는 거다. 국가 주요 시설, 일반인 대피소, 전략적 요충지 등 등.

생각을 마친 이진철이 입을 열 었다.

“최소 300개는 필요합니다. 개 당 100억은 어떻습니까?”

“100억 충분하죠.”

총액 3조 원.

“개수는 더 있습니까?”

“물론이죠. 예산은요?”

“스크롤에만…… 5조는 쓸 수 있을 겁니다.”

“딱 잘라서 600개에 5조.”

좋은 호갱. 아니, 고객인데 이 정도 서비스는 기본이다. 투자라 고나 할까.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요.”

“어떤 것이든 말씀해 주세요.”

“이 백화점 인수하고 싶은데, 애들이 쇼핑을 너무 좋아해서요. 이 난리에도 말이죠.”

“…… 충분히 가능합니다. 바로 작업해서 명의 돌려 드리겠습니 다.”

이진철은 당황했지만, 금방 이 해했다. 오랜 시간을 봐 오면서 충분히 적응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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