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72편_ 몬스터 웨이브(1) (62/207)

제72편_ 몬스터 웨이브(1)

다음 날 아침이 됐다.

연지와 연호는 협회에서 연락이 왔다며 잔뜩 아쉬운 얼굴로 돌아 갔다. 손님 5명도 점심까지 먹고 돌아가면서 농장엔 한적함이 찾아 왔다.

연우는 카페로 올라가 커피를 한잔 마시고 있었다.

“ 연우!”

이자젤이 뛰어 올라온다.

“또 왜!”

“놀러가자!”

“…… 갑자기 놀러는 또 왜.”

“어제 손님 받았잖아! 그럼 조 금 쉬어야지.”

“…… 우리 고작 한 팀 받았거 든?”

누가 들으면 말도 안 된다고 하 겠지만, 이자젤은 그게 아닌 모양 이다. 하긴, 돈 버는 게 목적도 아니다.

“그래, 가자.”

“와아! 서울 가자! 서울!”

그래.”

연우는 그냥 대화를 포기했다.

“애들 다 불러올게!”

“그래그래.”

연우는 커피를 쭉 마셨고 후름 은 슬슬 카페 정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연우 옆으로 와 한마디 했다.

“손님, 마감 시간입니다.”

“…… 지금 오후 한 시인 건 알 지?”

후름은 아무 말 없이 웃을 뿐이 었고 연우는 커피를 원 샷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기 전에 한번 둘러보고 가야 지.”

농장에 무슨 일이 생길 수도 없 겠지만, 한 번쯤 봐 두는 게 좋다.

“댕댕이랑 검둥이가 알아서 하 겠지.”

생각보다 똑똑한 강아지들이라 농장을 지키는 것 정도는 안심하 고 맡길 수 있었다.

연우는 가장 먼저 스텀프가 어 디쯤 갔는지 확인했다. 가는 길목 엔 푸른 풀과 생생한 나무가 무성 했고 꽃들도 피어나고 있었다.

겨울로 접어드는 가올임에도 불 구하고 말이다.

“중반 정도는 올라왔다.”

스텀프는 이미 3m가 넘게 커 있었다. 요정의 축복과 농장의 환 경 덕분인 듯했다.

연우는 내려오면서 요정의 집과 대장간까지 확인했다. 밑에선 아 다만티움 슬라임 울타리를 확인했 고 집 옆에 심은 마령석 나무를 봤다.

“수확했나 보네.”

집 뒤쪽에 만든 작은 창고에 쌓 아 놓은 모양이었다. 당장 먹어 봤자 효과가 거의 없는 걸 알기 에, 나중에 모아서 한 번에 먹겠 다고 생각하곤 발걸음을 옮겼다.

“강도 깨끗해졌고……

부작용이 없진 않았다.

안쪽에 꿈틀거리는 몬스터가 훤 히 보인다는 거다.

‘크게 상관없겠지.’

연우는 농장을 크게 한 바퀴 돌 고 집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곤 옷 을 갈아입었다.

“오늘도 깔끔한 노틸러스.”

파텍필립의 1억 2천만 원 정도 의 모델을 착용하곤 밖으로 나갔 다.

이자젤, 리젤, 혜영, 후름 정도 만 나와 있다.

나머지는 할 일이 있는 모양이 었다.

“ 갈까?”

“네!”

이자젤이 아이처럼 웃으며 손을 번쩍 든다.

배꼽이 나온 붉은색 크롭 티에 연분홍 테니스 치마를 입었는데 초록색 머리와 대비를 이뤄 묘한 섹시함이 풍겼다.

리젤은 새빨간 머리에 슬랙스와 살짝 굽이 있는 검은 구두. 흰색 셔츠를 입었는데, 마치 커리어 우 먼을 보는 느낌이었다.

혜영은 골반 라인이 드러나는 롱 원피스를 입었는데 한층 업그 레이드된 외모와 너무 잘 어울렸 다.

후름은 가장 평범하게 청바지에 흰 티를 입었을 뿐이었는데, 후광 이 비치는 듯했다.

“5명이라.”

아무래도 차 두 대로 가야 할 것 같았다. 다행히 혜영이 운전을 했기에 포르쉐를 한 대 빌려주고 연우는 롤스로이스 블랙 던 배지 를 탔다.

가장 먼저 간 곳은 ‘가로수 길’ 이었다.

“이야, 여긴 건물들이 너무 예 버.”

“카페 건물이 많아서 좋고.”

연우는 적당한 카페 앞에 차를 주차했다. 시간은 2시 남짓. 거리 에 유동 인구는 꽤 많았다.

두 고급 외제차에서 내리는 이 자젤, 후름, 리젤, 혜영. 그리고 연우. 당연히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연우는 신경 쓰지 않고 카페로 들어갔다.

“너희가 주문해 봐.”

연우는 이자젤에게 카드를 줬 다. 언제까지나 연우나 혜영이 해 줄 순 없으니까.

“날씨가 좋네.”

“그러게.”

연우와 혜영은 자리에 앉아서 여유를 즐겼다.

그때였다.

“어? 연우 아니야?”

“신 대리? 어디?”

한 명은 연우가 다녔던 회사의 과장, 한 명은 회사 동기였다. 점 심시간은 12시 30분부터 1시 30 분까지였는데, 과장이랍시고 항상 2시 넘어서 어슬렁거리며 들어왔 던 기억이 있다.

옆의 동기는 그런 과장 옆에 붙 어 자기가 마치 과장인 마냥 행동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랜만이네요.”

연우는 앉아서 여유롭게 대답했 다. 이젠 상사도 아니니까.

그런데 동기 녀석은 그게 아니 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연우 옆에 있던 아름다운 혜영까지 있으니 배가 아픈 모양이었다.

“연우, 너 퇴사했다고 막 나가 는 거냐? 일도 못해서 만날 혼났 던 놈이.”

“신 대리. 조금 실망이야. 그래 도 급하게 퇴사할 때는 무슨 사정 이 있나 싶었는데, 평소엔 예의가 발랐었으니까.”

연우는 피식 웃었다.

마치 혜영 옆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쳐다볼 줄 아는 듯했다. 그 게 아니면 이제 와서 퇴사할 때 했던 막말이 생각 안 난다는 뜻인

‘뭐? 지금 나랑 장난해? 지금까 지 키워 준 건 생각 못하고! 어디 서 버릇없게 퇴사야? 너 같은 게 어디 취직할 수 있을 것 같아?’

‘야근 수당 쳐주는 곳이 더 있 는 줄 알고? 받아먹은 게 있으면 값을 줄 알아야지. 해간 요즘 것 들은 근성이 없어 근성이.’

‘아, 자진 퇴사는 실업 급여 없 는 거 알지?’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 지가 기본이었고 추가 야근은 10 시까지였다. 거기서 배운 일? 단

순 반복 컴퓨터 작업. 설계 관련 일이었지만, 조금만 배우면 누구 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점심시간 빼고 야근까지 하루 대략 14시간. 일주일에 하루 쉬고 6일이니까. 주 84시간. 한 달에 336시간! 연봉 3천이었으니 까 월 실수령액 230만 원 정도.

젠장 할.

지금 생각하니까 열 받는다.

시급이 6,845원 정도밖에 되질 않았다. 그것도 4년제 대학 나와 서 기사 자격증을 갖춘 3년 차 대리가 받는 시급이었다.

그게 말이 되나?

“연우, 아는 사람이야?”

그때, 이자젤이 연우 뒤로 와 목을 감쌌다. 마치, 애인처럼 말 이다. 혜영의 눈이 살짝 떨렸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뒤이어 리젤과 후름이 와선 “아는 사람이 야?”라고 물었다.

과장과 동기 녀석은 당황한 티 가 역력했다.

이게 바로 외모의 힘이란 말인 가. 아니, 외모만으로 이런 분위 기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 자 체가 신기했다.

“어? 아니, 그냥 지나가는 꼰대 랑 간신 한 명.”

연우는 자기가 말해 놓고도 웃 긴지 피식 웃었고 이자젤과 후름 도 같이 웃었다.

그러자 당황한 동기가 삿대질하 며 말했다.

“너, 너. 그게 무슨......

“말 좀 똑바로 해라. 무슨 장애 있어? 있으면 내가 이해하고.”

연우의 여유로운 말에 얼굴이 붉어지며 입 주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킨다.

“신 대리, 아무리 그래도 그렇 지……

과장이 무슨 말을 하려 할 때였 다.

쏴아아.

목덜미를 노리는 맹수의 살기.

식구들의 반응은 빨랐다.

피잉!

리젤이 오러를 줄기줄기 내뿜는 낫을 뽑았다. 뒤이어 이자젤이 언 제든 마법을 쓸 수 있게 마력의 소용돌이를 주변에 생성했고 후름 까지 최상급 물의 정령을 소환했

과장과 동기는 “어어?” 하면서 겁먹은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하 지만 그것에 신경 쓸 생각은 전혀 없었다.

“뭐지?”

연우도 식구들이 바라보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게이트였다.

번쩍거리는 번개와 어느새 빼곡 하게 몰린 먹구름. 거대한 마력의 파동은 허공에 공간 자체를 비틀 어 틈을 만들어 낸다.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자젤과 후름. 리젤까지 긴장 하게 할 만한 몬스터의 등장이다. 어떻게 저 정도 되는 힘이 서울 중앙에 강림한 것인지는 알 수 없 었다.

“하……

연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혜영이 놀라며 물었다.

“많이 강해? 네가 감당하지 못 할 정도로?”

혜영은 적의 경지를 정확히 알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건 아닌데…… 아까워서.”

“…… 응? 아까워? 뭐가?”

“농장에 식구를 더 받을 수가 없으니까.”

“죽일 수밖에 없잖아.”

연우의 얼굴엔 진심으로 아쉬워 하는 감정이 역력했다.

“오셨군요.”

협회장 이진철이 연지와 연호를 맞이했다. 사용자 한 명이 아쉬울 때였다. 특히나 작두와 같은 어마 어마한 전력은 더욱더.

연지와 연호는 회의실로 들어오 면서 텁텁한 냄새에 미간을 찌푸 렸다. 밤새 회의한 듯 보이는 협 회장과 간부들이 보였다.

“심각한 일인가 보군요.”

연지와 연호는 자세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네, 이걸 보세요.”

옆에 있던 민아가 한쪽 홀로그 램에 신호 패턴을 띄웠고 ‘한반도 게이트 폭발 시뮬레이션’이라는 아이콘을 클릭했다.

하나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한반도의 지도가 있었고 그 지 도 곳곳에 붉은 점이 생기기 시작 하더니, 점점 커진다. 그러다 곧, 한반도 전체가 붉게 물들었다.

“저 붉은색이 몬스터 웨이브입 니다.”

“웨 이브요?”

“네, 게이트 안에 상주하지 않 고 밖으로 나오는 게이트 폭발. 그게 전 세계 동시다발적으로 일 어 납니다.”

민아는 그 말과 동시에 한반도 만 집중했던 지도를 축소하며 전 세계가 보였다. 그 지도 역시 붉 게 물들어 있었다.

“세상에……

“단계는요?”

연호가 놀랐고 연지는 투지 가 득한 눈으로 물었다.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요.”

“최소 3단계에서 최대 투 클래 스 마스터 이상.”

민아의 말에 감시국 국장 주종 범이 덧붙였다.

“투 클래스 마스터라고요?”

“당연히 하나 정도. 아니, 없을 수도 있어. 신호 패턴이 너무 불 안정해서.”

“그렇다고 없을 거라고 확신은 못한다는 거군요.”

“그래서 연지 님과 연호 님의 힘이 필요한 겁니다.”

“작두라도 투 클래스 마스터를 이길 순 없어요.”

“저는 버틸 수 있습니다. 제가 시간을 끌고 작두의 공격력이 합 해진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 다.”

연지와 연호는 고개를 끄덕였 다. 맞는 말이긴 하다. 작두의 속 도와 은신 능력. 그리고 공격력이 라면 가능한 일이니까.

“문제는 저 많은 몬스터.”

“저희 셋은 투 클래스 마스터가 나올 때까지 함부로 움직일 수 없 겠군요.”

“맞습니다. 마력을 아껴야 하는 것은 물론, 언제든 빠르게 출동 가능해야 하니까요.”

“대피를…… 할 곳도 없군요.”

“맞아요. 방공호도 감당을 못할 거고 혼란만 가중되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한반도 전체에 몬스터 웨이브가 일어나는 걸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연지와 연호도 자리에 앉아 회 의에 동참했다. 뒤로 내로라하는 대길드의 길드장과 대기업 소속 사용자 팀장들까지 모이기 시작했 다.

이젠 시간이 정말 부족했다.

몬스터 단계별 분포도를 분석해 사용자를 골고루 배치하고 있지 만,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인 구가 적은 곳은 아예 배치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

“협회장님!”

“무슨 일이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 길 상공에 거대 게이트 생성됩니 다!”

감시국 국장인 주종범이다. 특 유의 감시 능력이 발군이면서 무 력 수준까지 높기에 감시국을 맡 게 됐다.

충분히 믿어도 될 능력인 거다.

“단계는?”

“투 클래스…… 아니, 쓰리 클래 스 마스터로 보입니다.”

그 말에 회의장 내의 모든 이들 이 기겁했다. 현재 투 클래스 마 스터도 막을 힘이 없다. 그런데 쓰리 클래스 마스터라니!

희망이라는 것조차 가질 수 없 는 상황이라는 것인가?

그때, 협회장의 입에서 알 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분의 위치는?”

“…… 다행히 가로수 길에 계십 니다. 이후 투 클래스 마스터 이 상의 게이트 생성의 거의 없을 것 으로 보입니다.”

“ 후.”

뒤늦게 온 대길드 길드장, 대기 업 팀장을 제외한 협회 간부들과 연지, 연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만 어리둥 절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계획을 다시 짜야겠 습니다. 저희 셋, 다시 움직일 수 있겠어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