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제70-71편. 자랑하기 끝판왕(1) (61/207)

제70편. 자랑하기 끝판왕(1)

연우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펜션에 온 손님들은 아직 자는 모양인지 조용했다.

“무기점은…… 대장간 옆에다 만 들어야겠네.”

아래에선 나무 때문에 잘 보이 지 않는다. 하지만 연우에겐 최상 급 노움이 있다. 나무를 베지 않 고 땅을 넓히면 시야가 확 트인 다.

“헤맨, 자재 좀.”

“네, 알겠습니다.”

차원의 거울을 사용하는 헤맨은 항상 연우의 부름에 바로 답한다. 곧 헤맨이 자재를 가져왔고, 연우 는 설계 도면을 찾았다.

“예전에 만들었던 게 있을 텐 데.”

소형 무기점부터 빌딩 크기의 거대한 무기점까지 모두 있을 거 다. 한창 건설 스킬을 올릴 땐, 대륙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건물을 올렸던 적이 있었으니까.

그때 꽤 용돈 벌이가 됐었다. 문제는 그걸 사치에 다 써 버렸다 는 거지만.

“좋아. 이 정도면 되겠다.”

대장간보다 약간 작은 크기다. 식당의 절반 정도 되는데, 어차피 외관은 작아도 상관없다. 안쪽에 3배까지 늘리는 공간 왜곡을 하 면 되니까.

연우는 대장간에 딱 붙여 무기 점 설계도를 올렸고 건설을 시작 했다.

-‘소형 공간 확장 무기점’의 건 설을 시작합니다.

-건설이 ‘즉시’ 완료됩니다.

건설 8단계의 위력이다.

자재를 투입하자마자 건설은 완 료됐다. 연우는 헤맨에게 필요 가 구를 꺼내 오라고 했고 요섭을 불 렀다.

“이게 앞으로 제가 운영할 무기 점입니까?”

“그래, 일단 고등급 장비는 배 치하지 말고 스킬 올리면서 만들 었던 것들 있지?”

“네, 연우 님이 만들었던 것도

모두 모아 놨습니다.”

“대충 등급별로 분리해서 배치 하고. 안의 가구도 적당히 꾸며 봐.”

“알겠습니다.”

요섭은 아스가르드 지저 세계에 서 무기를 팔던 생각이 든 모양인 지 눈시울을 붉혔다.

연우는 요섭과 함께 무기점으로 들어갔다.

밖에서는 식당의 절반 정도의 크기였는데 안은 밖의 세 배는 컸 다. 마음만 먹으면 수십 배 크게 하는 것도 어려울 건 없지만, 불 필요한 일이었다.

“혹시 여기에 대장간하고 이어 지는 입구를 만들 수도 있을까 요?”

“어려울 것 없지.”

밖으로 돌아가는 건 귀찮은 일 이다. 연우는 건설 스킬로 뚝딱 만들어 줬다.

모든 힘을 되찾으니 불편할 게 없었다.

“대장간하고 연결된 곳에 카운 터를 놓을 거고 천장과 가까운 곳 에 가장 높은 등급의 장비를. 아 래쪽으로 갈수록 낮은 등급. 그리 고 초반에 만들었던 장비는 이쪽 에 몰아넣겠습니다.”

“나보다 잘 알겠지. 잘해 봐.”

그때 밖에서 이자젤과 함께 혜 영이 들어왔다.

“나 왔어!”

식당, 펍, 카페, 무기점까지 손 님을 받기 위해선 영업 신고를 해 야 했고 카드기를 설치할 필요성 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련의 작업 은 협회장이 도움을 줬기에 이자 젤과 혜영이 일찍부터 서울에 다 녀온 거다.

“여기서 설치할게.”

혜영은 이런 일을 해 봤는지, 능숙하게 설치를 시작했다. 그러 기 위해선 인터넷도 필요했는데, 요즘엔 무선으로 다 된단다.

딸랑.

그때, 밖에서 손님이 들어왔다.

어제부터 있었던 여자 사용자 5명이었다.

“혹시 영업하나요?”

“네, 들어오세요.”

한창 장비를 배치 중이었지만, 작업은 금방 끝났고 이자젤과 혜 영이 조명이나 장비 설명서 작성 과 같은 작업을 도왔다. 물론, 그 것도 마법으로 했는데 손님은 그 모습을 보고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어머. 두 언니 모두 마법 실력이 장난 아니야!”

“대박, 얼굴도 예쁘고 마법도 높은 경지고. 도대체 안 가진 게 뭘까? 세상 혼자 사는 듯.”

“저 마법은 뭐지? 설명서를 자 동으로 써 주는 펜인가?”

손님 5명은 장비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가볍게 만든 것인지, 실패작인지 나무 박스에

대충 진열한 단검들이었다.

[연습용 단검(회귀)]

설명 : 명인(名人)급에 오른 대 장장이가 경지를 되찾기 위해 단 순 반복 제작한 단검. 단순한 강 철로 만들었지만, 명인의 혼이 깃 들어 있다.

어떻게 보면 설명은 단순했다.

마법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 수한 스킬 단련만을 위해 만든 단 검이었다.

“꺅!”

손님이 단검을 구경하다 바닥에 떨어뜨렸다.

스윽.

단검은 튕기지 않고 바닥으로 스며들 듯 빨려 들어갔다. 블러드 우드로 만든 바닥에 날 전체가 들 어가 버린 것이었다.

“…… 응?”

손님은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단검을 뺐다. 뺄 때도 아무 저항 이 없었다. 바닥엔 날이 들어갔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멍하게 그 모습을 쳐다보던 손 님이 그 위로 머리카락을 떨어뜨 린다. 어디서 본 건 있는 모양이 다.

스윽. 툭.

날에 닿자마자 머리카락은 반으 로 갈라졌다.

“?????? 대박.”

“그게 뭐야?”

그 손님을 뒤늦게 본 친구가 다 가가 묻자 다시 한 번 머리카락을 떨어뜨려 줬다.

“이게 뭐야. 마법 검 아니야?

진짜 강철 단검이야?”

“세상에. 이게 말이 되는 거였 어?”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것 봐! 희귀 등급인데, 공격 력 50% 상승이래. 공격 속도는 10%나 올려 줘!”

“와, 이건 마법 부여도 돼 있는 데? 근력 버프에 속도 버프. 거기 에 하루에 한 번 대량 ‘힐링’까지? 역시 여기 마법 수준이 높으니까 그런 건가?”

“대박대박! 이건 아다만티움으 로 만들었대! lg에 45만 원 하는 거잖아!”

“아다만티움? 합금이나 도금도 아니고 통짜로?”

“게다가 마법도 부여돼 있어! 공격력 80% 상승에 방어력 무시 옵션? 이게 말이 되는 거야?”

“와, 이 농장. 진짜 대박이다.”

놀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시끄 러울 줄은 몰랐다. 그래도 요섭이 나 연우는 뿌듯한 마음으로 보고 있었다.

“응? 전설 등급? 이런 것도 있 었나?”

이제야 천장과 가까운 곳의 무 기를 본 모양이었다.

은은하게 푸른 오라를 뿌리는 전설 등급 무기였다. 요섭이나 연 우가 스킬을 연마하면서 만들었던 것 같은데, 아공간에 따로 수집할 정도의 옵션은 아니라 여기에 둔 걸 거다.

연우는 전설 등급은 치워 둘까 하다가 내버려 뒀다. 어차피 헐값 에 팔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세상에 마상에. 이게 뭐야. 검 술 경지 하나를 그냥 올려 준다 고? 공격력, 공격 속도 2배에 하 루에 한 번 블링크랑 버서커 모드 를 쓸 수 있고? 이게 검에 한 번 에 들어갈 수 있는 옵션이야?”

“…… 이건 너무한데, 사기 아니 야?”

손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슬쩍 손을 가져다 댔다. 만지지 말라는 말도 없었고 막혀 있는 것도 아니 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화악.

손을 댄 손님의 몸에서 마력이 폭발했다. 살갗에 소름이 돋으며 전신에 힘이 흘러넘친다.

옵션이 거짓말인 줄 알았다. 그 런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적힌 옵션이 부족한 것처럼. 거대한 힘 이 전신을 지배했다.

손을 떼자 거짓말처럼 거대한 힘이 사라졌고 전신에 허무함이 닥쳤다.

“허억. 허억. 뭐, 뭐야 이거.”

모를 리 없었다.

모두 사용자. 친구의 경지가 올 라갔고 힘이 넘쳤다는 걸 두 눈으 로 똑똑히 봤다.

“이건 사야 해!”

하지만 그들의 희망은 거기까지 였다.

작게 붙은 가격표가 보였기 때

“자, 잠깐. 1조라고?”

“엑? 너무하잖아.”

“이건 얼마지? 1kg 아다만티움 이 들어간 단검…… 8억 7천만 원 이라고?”

1kg의 아다만티움의 가격은 4 억 5천만 원이다. 당연히 아다만 티움만 들어간 게 아니기에 재료 값이 추가됐고 어느 정도 이득을 남기기 위해 설정한 가격이었다.

물론, 그것엔 희귀성과 특수성 이 가미된 결정이었다.

“힝. 이해는 하는데…… 너무 비

싸.”

결국, 그 손님들은 1,000만 원 짜리 단검과 3,000만 원짜리 마 법 장비 몇 개를 산 게 전부였다. 그래도 꽤 실력 있는 사용자였는 지 소비력은 좋았다.

“그래, 이게 어디야. 우리 눈이 너무 높아진 게 잘못이지!”

“맞아. 사실 이 단검도 대박인 데.”

“난 이 마법 팔찌! 난 장신구에 이런 마법이 담긴 건 처음 봤어! 진짜 좋다.”

손님은 가격을 보고 우울해 했 지만, 금방 납득했고 구매한 장비 를 보며 기뻐했다. 가격은 높았지 만, 이만한 질의 장비를 구할 수 있는 곳은 정말 찾기 힘들었기 때 문이다.

연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중얼 거렸다.

“역시 많이 남는 건 무기 장사 지.”

아스가르드에서도 이렇게 많은 돈을 벌었었다. 이자젤과 혜영은 식당으로 갔고 연우도 그 모습을 보다가 식당으로 따라갔다.

오늘 아침은 삼겹살이었다.

어렸을 때, 이렇게 먹은 적이 많았다.

고기를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다. 출근하기 전에 급하게 삼겹 살을 굽고 김치와 함께 밥을 차려 줬다.

정작 부모님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출근하셨고, 연우와 연지, 연호는 번갈아 가면서 씻으며 학 교 갈 준비를 했다.

“우리 전장에서도 이렇게 많이 먹었지.”

“첨엔 아침부터 고기야? 그랬는 데, 먹다 보니까 든든하고 좋더라 고.”

연우와 이자젤이었다. 수이니도 끄덕였다. 처음 이런 메뉴를 아침 에 먹기 시작한 건 연우가 이 엘 프들과 전장에 갔을 때였다.

연우는 아직도 김이 올라오는 뜨거운 삼겹살을 하나 집어 흰밥 위에 얹었다. 쌈장 조금과 쭉 찢 은 김치를 돌돌 말아 올린다.

그대로 한입에 넣었다.

씹을 때마다 삼겹살 기름과 김 치. 밥까지 골고루 섞였다. 그러 다 쌈장이 씹히며 짭조름함을 곁 들인다.

역시, 마무리는 소주.

기름과 소주는 찰떡궁합이다. 특히, 고기 기름은 더하다.

이번엔 흰밥에 마늘과 쌈장. 위 에 삼겹살.

딱 그만큼이었다.

아삭.

마늘이 씹히면서 매운맛이 확 퍼진다.

흰밥이 조금 부족하다. 연우는 바로 반수저 정도의 밥을 퍼 넣었 다. 그제야 간이 맞아떨어진다.

“으, 맛있어.”

이자젤도 연우와 똑같이 먹고 있었다. 혜영은 그렇게 먹는 게 신기한지 쳐다보다가 침을 꿀꺽 삼킨다.

연우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세 엘프와 리젤이 먹는 모습은 어색 했기 때문이다.

살랑.

그때 농장 주변을 머무는 실프 가 연우의 귓가로 다가왔다. 최상 급으로 변했지만, 이름이나 모양 은 실프 그대로다. 물론, 가진 힘 은 확연히 달라지긴 했다.

“연지랑 연호가 거의 다 왔다 고?”

어제 한창 술을 먹고 있을 때, 연지와 연호에게 연락이 왔었다. 오랜만에 가고 싶은데, 농장을 방 송에 담아도 되겠냐는 것이었다.

크게 상관없었기에 알아서 하라 고 했다.

연지와 연호는 농장에 거의 도 착해서 방송을 켰다. 농장을 자랑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어디에 있는 것까지 밝히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 알아서 찾아오는 사람이 야 상관없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면 안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 다.

물론, 연우와 헤맨의 능력을 모 르는 연지와 연호의 쓸데없는 고 민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죠?”

연지가 카메라를 들고 인사했 다.

접속하자마자 구독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최근 둘의 인기는 하늘 을 찔렀고 전 방송에서 연지가 보 고 싶다고 한 ‘오빠’의 정체를 말 하지 않고 끝냈기 때문이었다.

-와, 며칠 만이야. 그 ‘오빠’의 정체를 밝혀라!

-너무한다. 팬심을 그렇게 짓 밟을 수 있지?

-오빠라니! 오빠라니!

? 어? 저게 뭐지?

-차 봐. 무슨 외제차가 저렇게 많아?

?저건 또 뭐야. 농장? 아니, 펜 션인가?

? 저거 블랙 카우 아니야? 자, 잠깐! 방금 엄청난 미녀가!

“안녕하세요. 연우 동생이시죠?”

이자젤이 연우와 함께 마중을 나왔다.

두 동생은 헤르메스와 요섭만 봤었고 이자젤은 처음이다. 당연 히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방송으로 지켜보던 구독자들도 난리가 났다.

제기편. 자랑하기 끝판왕(2)

서울시 은평구 연신내역 근처에 사는 23세 사용자 이세정은 친한 언니인 ‘한소영’의 추천을 받고 친 구들과 펜션으로 놀러 갔다.

고등학교 친구이면서 모두 비슷 한 수준의 사용자였기에 시간을 맞추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실, 처음엔 소영의 말을 다 믿지 못했었다.

‘주변에 몬스터 필드가 그렇게

넘치는데 어떻게......

그래도 한 번 가 보기로 했다. 어차피 수준이 그리 높은 필드는 아니었기에 만약의 사태가 생기더 라도 충분히 막을 능력이 되기 때 문이었다.

그런 걱정은 펜션에 도착하자마 자 깔끔하게 사라졌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기 때문 이다. 농장은 물론이고 펜션 건물, 계곡, 산, 나무. 게다가 직원들까 지 아름다웠다.

그뿐인가.

그곳에서 먹는 음식과 술은 최 고였다.

맑은 계곡, 수중 테이블, 펍의 루프탑, 말도 안 되는 펜션 위의 공중 수영장까지.

다음 날, 무기점을 연다는 소리 에 구경을 갔던 건 신의 한 수였 다.

놀라는 것만으로 이렇게 지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젠 더 이상 놀랄 것도 없다고 생각했 다.

그런데.

“헐. 소름. 저기 연지, 연호 아 니야?”

“와, 대박! 어? 사장님 이름인 연우였는데, 남매인가?”

이세정과 친구들도 연지, 연호 의 구독자 중 한 명이었다. 현실 남매라는 콘셉트와 특유의 케미. 어마어마한 사용자 능력까지.

사용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인기 가 많지만, 사용자들에겐 더욱 인 기가 많은 유명 스트리머 중 한 명이었다.

“꺄! 일로 온다. 어떻게!”

“어떡하긴 뭘 어떡해, 가서 인 사하자!”

이세정은 연지, 연호의 팬이었 고 친구들을 데리고 구경을 갔다. 이미 방송을 하는 모양인지 카메 라에 인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여긴 제 오빠가 운영하는 농장이랍니다. 펜션도 하고 계곡도 있어요! 자, 보세요/

“어우, 말투 하고는. 좀 제대로 하면 안 되냐?”

“네, 닥치세요.”

역시나 둘이 다투는 건 일상이 었다.

연우는 그것만 보면 머리가 지 끈거렸는데, 댓글을 보니 구독자 들은 그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와, 진짜 대박 예쁘다.

?연지 그냥 저리 가라인데?

-어어? 저기 뒤에 저 사람들은 뭐지?

?저기 펜션 손님 아니야?

-아니! 거기 말고 옆에! 엄청 난 미녀가 또 있어!

다시 한 번 난리가 났다.

5명의 손님은 진즉에 존재감이 사라졌고 옆으로 다가오는 혜영 때문이었다.

“안녕.”

“어, 혜영이 누나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대학을 다닐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연우와 혜영과는 친했으 니까.

“오빠! 나 여기 구경 좀 시켜 줘. 자랑하고 싶어!”

“나 말고…… 음, 혜영이 네가 좀 도와줄래?”

“그러지 뭐.”

혜영은 좋다며 카메라에 대고 인사했다. 원래 낯을 가리는 성격 은 아니었는데 외모가 한층 업그 레이드되고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 다.

물론, 외모에 한정이다. 사용자 수준은 처참하게 박살 난 후였으 니까.

“밥도 안 먹었지?”

“응!”

“그럼 한 바퀴 돌고 식당으로 와.”

“알겠어!”

연우와 이자젤은 식당으로 돌아 갔고 혜영은 연지, 연호와 농장을 둘러보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안 돼! 가지 마세요! 내 여신 님!

-으아, 괜찮다. 또 한 명의 미 녀가 오셨으니까!

-연지야 미안하다. 날 용서해!

- 그司司거거그거거미 안하긴, 아무도 신경 안 씀.

?어? 저건 뭐야. 왜 여기에 저 런 미칠 듯한 외모가 있는 거지?

혜영이 먼저 소개한 것은 울타 리였고 그 안엔 헤르메스가 냉장 고 바지를 입고 배설물을 푸고 있 었다.

“안녕하세요.”

혜영이 인사했고 헤르메스는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다시 배설 물을 푸는 일에 집중했다.

“아무리 봐도 저 오빠는 너무 잘생겼어.”

“웅. 닌 쳐다도 안 봐.”

“이 색히. 아니, 죄송해요. 넌 그런 얼굴로 다니면서 말은.”

혜영은 찰진 연지의 욕에 웃음 이 났다.

-와, 어떻게 저런 비율하고 얼 굴을 가진 거지?

-여기 농장 맞아? 영화 촬영장 아니고?

? 구 구 구 구 구 구 지 렸다. 저 게 사람이야?

-내가 남자한테 설렐 줄이야거 그거구 후.

-대박 잘생겼다. 농장 위치 좀 알려 줘요!

-존잘 오빠. 풍선 줄 테니 위 치 좀요!

-‘오징어연호’ 님이 풍선 1,000 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오, 오징어연호 님 풍선 1,000 개 감사합니다. 아이디가 참 찰지 네요. 그래도 위치는 비밀.”

혜영은 연지, 연호를 데리고 요 섭에게로 갔다.

슬쩍 웃음이 나온다. 헤르메스 는 시작이다. 위로 가면 뜨거운 용광로 앞에서 망치질하는 요섭이 있을 거고, 조금 더 위엔 커피를 내리는 후름이 있을 거다.

마지막으로 식당에서 요리하는 수이니와 리젤을 보면 어떤 반응 이 나올까. 상상만 해도 기대가 됐다.

‘이게 자랑하는 느낌일까.’

혜영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당장 감시국 국장 종범이 호출 하고.”

“알겠습니다.”

이진철은 미간을 부여잡다가 찌 릿한 고통에 손을 뗐다. 여드름이 아직도 있었다.

감시국에서 보고서를 계속 올리 고 있었다. 몇 줄과 작은 그래프 로 이뤄진 보고서. 게이트와 비슷 한 신호지만, 완전히 다른 특성을 띤다는 게 문제다.

옆에서 지켜보던 최민아가 입을 열었다.

“이거 게이트 폭발할 때 신호가 아닌가요?”

미친.”

협회장은 그제야 감이 잡혔다. 패턴은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복 잡한 게이트 관련 신호를 제거하 자 게이트가 폭발할 때 발산하는 신호 패턴이 나타난다.

“젠장 할. 작전국 중호, 치안국 키미, 부협회장 안정철까지 모조 리 다 불러!”

“알겠습니다.”

민아가 바로 호출했고 이진철은 협회 본부에 화상 통화 연결을 시 도했다.

허공에 홀로그램이 뜨면서 본부 직원의 얼굴이 나왔다.

“여기 한국 지부 이진철이다. 당장 위원회 소집 요청한다.”

“신원을 확인하겠습니다.”

아래로 홍채, 얼굴, 음성, 지문 인식까지 순식간에 완료된 후에 화면이 바뀌었다. 그곳엔 위원회 로 보이는 5명의 얼굴이 홀로그 램으로 떠 있었다.

-여긴 새벽이라는 거 알고 있 겠지. 한국 지부 협회장.

나이가 지긋이 든 백발의 남자 가 길게 찢어진 눈으로 이진철을 바라봤다.

“알고 있습니다. 방금 감시국에 서 보낸 보고서 봤습니까?”

이진철은 그 말과 동시에 패턴 분석을 끝낸 두 개의 그래프를 홀 로그램 위로 띄웠다.

“분석 결과 앞으로 12시간 안에 전 세계에 수만 개의 게이트가 생 성과 동시에 폭발할 겁니다.”

5명의 위원은 그제야 보고서를 빠르게 넘기기 시작했다. 새벽에 부를 만한 일이라는 걸 인지했다 는 거다.

-심각하군. 예상 피해는?

“예상 피해를 생각할 게 아니 라, 얼마나 피해 없이 막을 수 있 냐는 게 중요하죠.”

-…… 말이 많아졌군, 이진철.

찢어진 눈을 가진 백발의 위원 이 이진철을 노려봤다.

이진철은 그 모습에 피식 웃었 다. 예전엔 눈치를 볼 수밖에 없 는 위치였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실질적으로 위원회보다 권력 서 열이 높다는 셰이크와 연결점이 있었고 무력 수준도 투 클래스 마 스터에 육박한다. 아직 벽을 깨지 는 못했지만, 금방이다.

“빨리 대처를 해야 합니다.”

-뭘 원하는 거지?

이진철은 이런 위원회가 답답했 다.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아랫사람 들 역할이라는 거다. 위원회는 결 정만 한다. 찬성과 반대. 그 결정 엔 분명 자신들의 득과 실이 최우 선일 거다.

“모든 사용자 길드의 지휘권입 니다. 비상 경계령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 그게 얼마나 큰일인 줄은 아는 거겠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그 말. 반드시 지켜야 할 거 네.

그렇게 연결은 끊겼다.

“빌어먹을 노인네들.”

이진철을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정작 저들은 세계 평화에 관심이 없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필요한 단체가 협회였으니까.

‘이럴 땐, 녹튼이 부러워.’

방법이 삐뚤어지긴 했어도 위원 회 같은 족속들은 없다. 그렇기에 더 자유롭고 과격한 것일까?

‘…… 정답은 없지.’

모두 믿는 신념이 다른 거다. 네가 틀리고 내가 맞는다고 할 순 없다.

그렇다고 해도 녹튼을 옹호하거 나 같은 방법을 취할 생각은 없었 다. 아무리 결과가 중요하다고 해 도 과정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몬스터가 인류를 밀어 버린다 고? 그래서 사용자를 키우는 일에 일반인의 희생이 있을 수밖에 없 다고? 그렇다면 그 일반인은. 일 반인의 생명은 중요한 게 아닌 걸 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들은 누군가의 가장이고 누군 가의 부모이며 누군가의 자식인 거니까.

“후, 다 모였나?”

이진철은 모인 간부를 살폈다.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들이다. 이제부터 12시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한 다.

그 전에 연우의 동생이자, 게이 트 대란 때 활약한 연지, 연호에 게 연락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해가 반쯤 넘어가고 블랙 쿡들 은 집으로 들어간다. 오늘 일과가 끝났다는 거다.

한쪽엔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오 르고 동그랗게 둘러앉은 사람들이 보인다. 연지, 연호는 물론이고 혜영, 이자젤, 수이니, 헤르메스, 요섭. 두 대형 견과 하루 더 연장 한 5명의 손님까지.

“크으. 그래서 오빠가 준 작두 로 게이트를 싹 쓸어버렸죠! 보스

한 마리가 남아 있었는데, 절 보 고 누구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딱 말했죠.”

연지가 게이트 대란 때의 이야 기를 풀고 있었다.

“오오. 뭐라고?”

반응이 좋은 이자젤이 웃으며 물었다. 그게 또 좋은지 연지는 그 자리에 서서 표정을 굳히며 말 했다.

“꼻어라, 이게 너와 나의 눈높 이다. 캬.”

“캬는 무슨. 그런 거 함부로 쓰 고 그러면 저작권 문제고 고소당 해!”

“고소는 무슨. 패러디야 패러 디.”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연우는 슬쩍 고개를 돌려 모닥 불에 구워지는 돼지 허리 살 통구 이를 바라봤다. 생긴 건 완전 모 닥불이지만, 위쪽에 열을 그대로 모아 오븐과 같은 역할을 하게 만 들었다.

지 글지 글.

아직도 기름이 잔뜩 빠지고 있 다.

슬슬 다 익었나.

겉은 바삭하게, 안은 촉촉하게 익어 간다. 비계를 격자로 잘라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연출하는 게 포인트다.

요리 방법은 간단하다.

쌍뿔 멧돼지의 허리 살을 큼지 막하게 잘라 레몬 껍질 가루, 세 이지, 마늘, 파슬리, 소금, 후추, 올리브 오일을 잔뜩 붓고 돌돌 만 다. 그 상태에서 실로 꽉 묶어 주 면 반은 완성.

거기에 다시 소금과 후추, 올리 브 오일을 발라 주고 오븐에 올리 면 되면 끝이다.

“꺼낼까?”

수이니가 그렇게 물었고 연우는 끄덕였다.

아직 썰지도 않았는데 풍기는 냄새가 상상을 초월한다. 벌써 침 이 꿀떡꿀떡 넘어가는 거다.

수이니는 그 통구이를 빼내 잠 깐 식히고 묶은 실을 풀었다. 그 러곤 적당히 두껍게 자르기 시작 한다.

그극. 그극. 슥슥.

비계는 아주 바삭하고 안은 부 드럽다.

“와, 냄새가 대박이다.”

“역시 모닥불엔 통구이지.”

리젤이 타이밍 좋게 소주를 하 나 새로 따서 따르기 시작한다. 수이니는 적당히 자른 통구이를 나눠 주기 시작했다.

“와! 잘 먹을게요!”

“대박, 여긴 다 예쁘고 요리도 잘하고. 나도 여기서 살고 싶다!”

5명의 손님은 너무 잘 적응해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있진 못할 거다. 이곳에 있으면 나가는 돈이 상상 이상이니까.

연우는 생각을 접고 잘 썰린 통 구이를 입에 넣고 씹었다.

바삭. 비계가 씹힌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육즙이 풍성하게 빠져나 온다. 레몬 껍질의 향과 세이지의 톡톡 튀는 향이 느끼함을 싹 잡는 다.

완벽하다.

“진짜 대박이다.”

곧바로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 다.

이건 진짜 인생 안주였다.

그건 연우뿐이 아니었다.

“와아! 진짜 대박이다. 완전 맛 있어!”

“눈물 날 것 같아. 이건 말도 안 되잖아!”

수이니도 뿌듯하게 웃으며 통구 이를 먹고 있었다.

타닥타닥.

조금은 시끄러웠지만, 오늘도 맛있고 평화로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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