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편. 요정의 집(2)
얼마 지나지 않아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이어서 들 리는 요정의 날갯소리. 투명한 유 리 조각이 부딪히는 듯 청명한 소 리다.
가장 앞서 나오는 요정의 여왕.
손바닥에 올리면 딱 맞을 거 같 은 크기다. 날개까지 합하면 손바 닥을 벗어나긴 한다.
“안녕하세요.”
‘요정의 언어인가.’
번역 마법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요정의 여왕은 정말 보기 힘들 다.
요정의 집이 있다고 해서 여왕 이 다 있는 건 아니고 생긴 것과 다르게 가진 힘도 어마어마해서 함부로 다가갈 수도 없다.
‘투 클래스 마스터 정도.’
무력 수준도 같은 기준에서 생 각할 수가 없었다. 요정의 여왕이 갖는 특성. 즉, 스킬은 그냥 ‘마 법’이나 ‘정령’같은 게 아니기 때 문이다.
대표적인 스킬은 ‘요정술’이라는 거다.
연우가 가진 ‘길들이기’와 ‘절대 자’의 차이랄까. 등급으로 보면 얼 티밋 정도 된다.
“안녕하세요.”
“먼저 감사의 인사부터 드려야 겠네요. 저희를 구해 주신 것, 이 쪽으로 데려와 주신 것. 그리고 저희의 친구를 만나게 해 주신 것 까지요.”
친구라는 건 엘프다. 이자젤이 나 다른 엘프가 구면은 아닐 테
니, 엘프 자체를 친구로 여기는 듯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 인 걸요.”
이후로도 여왕 말고 다른 요정 들이 달라붙어 연우와 후름에게 인사했다. 이자젤도 언제 일어났 는지 옆으로 와 있었고 요정들과 인사를 나눴다.
“꺄아, 새로운 집이야.”
“잘생긴 엘프 오빠들이다!”
“여기 마력 너무 좋아. 공기도 좋을까? 물도 깨끗했으면 좋겠는 데.”
“엇. 인간도 있다. 근데 이상한 인간이야.”
“이게 집인가?”
연우는 정신이 없었다. 요정이 라는 게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말 도 많았으며 눈치도 보지 않는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지만, 시 끄럽다는 얘기다.
요정들이 그렇게 요정의 입구로 들어가고 나자, 시스템 문구가 떠 올랐다.
-‘요정의 집’이 완성됐습니다.
-농장에 ‘요정의 축복’이 적용 됩니다.
-업적을 세웠습니다.
-잠재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 됐다.”
역시나. 잠재 능력치 하나가 올 라서 644라는 수치가 됐다. 이제 두 개만 더 얻으면 된다.
이자젤과 후름은 요정의 집으로 들어가 집을 꾸미는 걸 도와주기 로 했다.
“헤맨, 스텀프와 마릴 좀 꺼내
오고.”
“알겠습니다.”
스텀프는 50cm 정도의 키를 가 진 작은 나무 몬스터였고 마릴은 물방울처럼 생긴 몬스터였다. 마 릴도 크기가 작았는데…….
“뭐가 이렇게 커졌어?”
연우 앞에 나온 스텀프는 2m가 넘어갔고 마릴도 lm 정도로 커졌 다.
“므깃도의 버프를 받은 것 같습 니다. 원래 이 정도 성장치가 되 는 녀석들인데, 환경이 좋지 않았 나 봅니다.”
“하긴, 그럴 수 있지.”
므깃도다. 그냥 좋은 환경도 아 니고 미치도록 좋은 환경. 이런 비정상적인 성장도 이해가 되는 곳이다.
꾸으으. 꾸으?
정확히 말하면 나무에 두 눈과 코. 입까지 달린 모습. 이상한 소 리를 내며 산꼭대기로 천천히 이 동한다.
사브I. 사븐}.
“…… 너무 느린데.”
“…… 일주일 정도면 꼭대기까지
올라가지 않겠습니까?”
답답하긴 했다. 꼭대기로 이동 하려는 건 그곳에 있어야 산 전체 를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일 거다. 벌써 스텀프가 지나가는 자리엔 꽃이 피고 새싹이 자라기 시작했 다.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므 깃도에 다녀온 후로 한층 성장한 것 같다.
“일단 두자.”
“알겠습니다.”
연우는 마릴을 강에 넣어 줬다.
그러자 짙은 초록색이었던 강물 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속이 모 두 보일 정도로 맑아지고 있다.
그 덕에 동화율이 또 올랐다.
“잠재 능력치는 아직이군.”
2개가 남았다. 그런데 동화율은 빠르게 오른다. 슬슬 걱정되기 시 작한다. 한두 개가 부족하다고 해 서 이상의 경지에 오르지 못할 거 라는 보장은 없다.
그 2개를 동화율이 오른 후에 올리지 못할 거라는 보장은…….
‘올릴 수 없겠지.’
아스가르드에서도 그랬다.
630이라는 전무후무한 수치를 찍고 식스 클래스 마스터에 오르 며 절대자가 됐다. 3년이나 게임 을 쉬었음에도 연우보다 강한 플 레이어가 나타나지 않은 것만 봐 도 알 수 있었다.
그건 어마어마한 수치다.
대륙 자체를 멸망시켜야 하나 올릴 수 있을 거라 예상했었다.
“일단, 해 봐야겠지.”
이제 메리쉽을 키워야 한다. 어 디에 키우는 게 좋을까 하다가 카 페 옆을 바라봤다. 대장간과 요정 의 집 반대쪽이다.
“산을 살짝 개간해 볼까.”
이젠 전처럼 나무를 베거나 땅 을 팔 필요는 없다.
연우는 노움을 불렀다.
“이쪽에 작은 평지를 만들어 줘.”
꾸웅.
노움을 강아지의 모습으로 고개 를 살짝 끄덕이고 꾸물꾸물 이동 했다. 땅속으로 스며든 노움은 산 전체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꿀렁꿀렁.
산이 마치 액체처럼 유동한다. 그리고 경사가 낮아지고 옆으로 넓어지며 나무와 바위를 옆으로 밀어낸다. 아무런 손실 없이 땅을 늘리는 거다.
그리고 뒤쪽엔 적당한 바위 경 사까지.
넓이로 따지면 세로 4m에 가로 7m 정도의 작은 크기다. 하지만 메리쉽 5마리에겐 좁지 않을 거 다. 게다가 산양처럼 바위를 타거 나 경사 위에서 쉬는 걸 좋아하는 만큼, 저 지형이면 충분할 거다.
“울타리 건설.”
-울타리를 건설합니다.
-‘메리쉽’의 축사를 완성했습니 다.
-동화율이 올랐습니다.
이것으로 업적을 세워 잠재 능 력치를 얻을 기대는 없었다.
“메리쉽 좀.”
“알겠습니다.”
헤맨이 므깃도로 들어가서 메리 쉽을 데리고 나온다.
음메에에.
완전 양이다. 사실 ‘음메’라는 것보다는 ‘빼애액’이 더 잘 어울리 는 표현일 거다. 그 정도로 양 울 음소리는 듣기 좋은 것만은 아니 다.
그래도 몬스터라 그런지 힘이 좋았다.
lm를 점프해 바위 위로 올라갔 고 경사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 다. 울타리 밖으로 빠져나가고 싶 지만, 그게 될 리가 없었다.
“털 깎기는 리젤을 시켜야겠어. 하는 김에 먹이도 리젤에게 주라 고 하고.”
“알겠습니다. 제가 전하겠습니 다.”
나중에 이것도 숫자가 늘어나 면 블랙 카우가 있는 것만큼 큰 울타리를 제공해야겠다.
“아, 비 막을 지붕도 하나 만들 고 먹이 주는 곳도 만들어야지.”
물론, 물 담을 곳도 필요하다. 마법관망이 있어서 물은 자동으로 수급될 거다.
이제 완성이다.
“후, 슬슬 끝났나.”
생각했던 건 전부 했다.
이제 해야 할 건, 헤맨을 통해 호르드란에게 스킬 북을 주는 것. 그리고 대장장이 스킬을 배우고 요섭에게 가르침을 받는 거다. 어 떻게 보면 대장장이 스킬도 농장 주인의 기본 소양이 될 수 있다.
‘농장 주인은 그 정도로 잡종 직업이니까.’
이걸로 어떻게든 2개의 잠재 능력치를 얻어 보기로 했다.
“그 전에 밥 좀.”
연우는 씨익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벌써 점심때가 다 돼 간다.
“연우우! 밥 먹어어어!” 아래서 수이니가 소리쳤다. 아주 적절한 타이밍이다.
“오호호호. 안녕하세요. 반갑습 니다. 풍선 100개 감사합니다. ‘셀린아때려줘’ 님 오늘도 맞으러 오셨나요?”
“병신.”
“뭐 이 새끼야?”
연지와 연호였다.
연지는 언제나 그렇듯 방송을 타고난 것처럼 잘했고 연호는 연 지의 그런 모습도 꼴 보기 싫었 다.
“병신이라고. 이제 귀도 안 들 리냐 병신아?”
연호는 양손으로 마법을 사방에 뿌리며 욕을 하고 있었다. 연지도 마찬가지였다. 손을 휘젓자 중급 불의 정령이 주변을 불바다로 만 들었다.
끼야아아아!
7단계 게이트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간간이 클리어해 줘야 터지는 일이 없었 다.
- 刀그거거난 둘이 싸우는 게 꿀잼이 더라.
- 더 싸워라! 옜다. 여기 풍선!
- 연지는 웃다가 욕하는 게 매 력이고 연호는 연지를 벌레 보듯 하는 눈빛이 매력이지.
- 진심. 현실 남매다.
- 미친, 진짜 눈앞의 몬스터는 이제 안 무섭나?
- 난 7단계 사용자가 인터넷 방송하는 거 처음 봄. 슬슬 공중 파 탈 때 되지 않았나?
“오호호. 저희는 여기에 뼈를 묻을 겁니다. 공중파? 그런 거 재 미없어서 안 해요.”
“잘됐다. 내가 묻어 줄게! 깔끔 하게 화장까지 해서.”
“이 새끼가 진짜!”
콰아아앙!
옆에서 다가오던 7단계 드레이 크 한 마리가 터져 나갔다. 어쩐 지 그냥 전투할 때보다 서로 다툴 때 공격력이 배는 세지는 것 같았 다.
“야! 드레이크 세 번째 꼬리 비 늘은 좀 조심하라고! 300개 모아 야 해!”
“잘됐다. 내가 세 번째 꼬리만 작살 내 줄게.”
“미친년.”
콰아아앙!
섬뜩한 폭발이 연지 뒤쪽에 일 어났다. 크게 벌어진 드레이크 입 이 날아간 거다.
“어어? 지금 나 친 거지?”
“치긴 뭔 쳐. 생명의 은인한테.”
콰아아앙!
이번엔 연호의 뒤쪽에 있던 드 레이크가 죽어 나갔다. 딱히 위험 한 상황은 아니긴 했다.
“흥. 이젠 내가 생명의 은인인 데?”
- 거거그거그거미치겠다. 매력 터짐.
- 서로 구해 주는 걸로 싸우 네. 이젠 다투는 것도 신선하냐.
- 욕도 찰지고! 내가 이거 보 는 맛에 튜브 들어온다.
- 이게 의리지! 공중파를 까고 이걸 하네.
- 내가 이래서 좋아한다. 사랑 한다. 연지연호.
인기가 폭발이었다.
그럴 만했다. 7단계 정도 되면 튜브 같은 방송을 안 한다. 당연 하게도 돈이 부족할 일은 없고 말 만 하면 공중파에서 방송할 수 있 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어디 누가 7단계 레이드를 하 는 데 방송을 켜고 댓글이나 읽고 있을까. 까딱하면 목이 썰리고 상 체가 사라지는 건 순식간이다.
게다가 10인 레이드에서?
말도 안 된다.
연지와 연호는 2인 레이드. 게 다가 2인이서 동급 단계의 몬스 터를 압살하는 힘까지 있기에 가 능한 것이었다.
게다가 재미도 있다.
둘의 케미는 모두가 인정할 만
큼 매력적인 요소였다.
그런 이유도 둘의 튜브 구독자 수는 100만을 넘어갔다. 단순히 몇 달 만에 이뤘다는 게 기적일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다.
“어우. 뻐근해.”
연호가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 었다.
사냥은 거의 끝났다.
원래라면 이 정도는 절대로 불 가능했을 거다. 하지만 연우가 전 해 준 작두. 그 힘으로 수백 개의 게이트를 클리어했고 그 와중에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작두는 방송에 내보 이지 않고 있었다.
‘형이 준 걸 함부로 내보일 순 없지.’
일반 사람에겐 보일 수 없는 거 다. 하지만 협회의 알 만한 사람 은 안다. 그래서 이젠 그 누구도 쉽게 건들지 않을 정도의 영향력 을 갖게 됐다.
협회 간부 자리도 왔는데 어떤 곳에 묶이는 게 싫어서 거절했다.
“오빠 보고 싶다.”
연지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채팅 창은 폭발했다.
대부분 ‘연호’는 절대로 아닐 거 란 예측이었고, 어떤 오빠인지를 묻는 게 다음이었다.
“이참에 형네 놀러 갈까? 재미 있었는데.”
“하긴, 안 본 지도 오래됐고. 돈 도 모았으니까 오빠한테 보답도 해야지.”
“맞아. 선물이나 사서 가 봐야 겠어.”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작두는 뭐고 헤맨이라는 집 요정은 또 뭔 지. 게다가 농장에서 음식과 술을 먹었던 기억은 꽤 운치 있는 추억 으로 남아 있었다.
연지와 연호는 방송을 껐다.
“죄송해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게요!”
댓글 창이 난리가 났다. 오늘은 왜 이렇게 빨리 끝내느냐는 게 대 부분이었다. 하지만 연지나 연호 나 그런 것에 신경 쓸 사람이 아 니었다.
툭.
바로 껐다.
주변엔 아직 몬스터가 남아 있 다.
“ 작두.”
스슥.
바로 앞으로 작두 두 마리가 둥 장했다.
“쓸어버려.”
스슥.
두 작두의 신형이 다시 사라졌 다.
게이트는 몇 초가 지나기 전에 클리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