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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편_ 미국으로 가다(2) (53/207)

제62편_ 미국으로 가다(2)

적당한 걸 골라야 한다.

전처럼 주인을 죽이고 도망갔던 듀라한이나 마검을 팔고 싶지는 않았다.

연우는 자리를 떴다.

몇몇이 안심하는 모습이 보인 다. 마령석을 하나에 1,000만 달 러. 그걸 23개 모조리 쓸어 간 경 쟁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초보용 아이템이 있을지 모르

겠네.”

데블리스 평야를 쓸어버렸을 때 주운 게 몇 개 있을 거다. 처음에 도 연우는 진심으로 초보 장비이 기에 팔았던 건데 그렇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

이번엔 헤맨이 제대로 골라 줬 을 거다.

“뭐가 있을까.”

[보급용 마법 검(마법)]

설명 : 온드레스 왕국에서 전쟁 을 대비해 대량 생산한 검. 최신 마력석 가공 기술이 도입돼 높은 효율을 자랑한다.

(5단계 마력석이 사용된 검입 니다.)

?공격력 +8%

-체력 회복 초당 0.01%

-마력량 +5%

보급용이다. 아스가르드에서 초 보 때 아주 유용한 무기다. 물론, 그 초보라는 게 원 클래스 이전을 말하는 게 함정이긴 하다.

게다가 아스가르드에선 5단계 까지 쓸 만한 장비지만, 현실의 장비 수준을 보면 원 클래스 마스 터까지 써도 될 정도다.

공격력을 비율로 올려 주고, 마 력량 5%와 체력 회복까지. 이런 수치는 현실 장비에선 찾아볼 수 없는 옵션이니까.

“이거 너무 쓰레기 아니야? 초 보 사냥터에서 늑대 잡을 때 쓰는 거 같은데.”

엘프 마을에서는 5단계는 돼야 늑대를 잡는다. 고지대라 평균 무 력 수준이 높았었다.

“여기 장비를 생각해야지.”

“하긴, 여긴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 였지.”

좀 너무한 평가 아니냐고? 너무 한 거 맞다. 너무 잘 쳐준 거다. 쓰레기도 땔감으로 쓸 수 있는데 이건 땔감도 안 된다.

연우는 몇 개를 더 꺼내 봤다.

그래도 이번엔 제대로 헤맨이 잘 고른 것 같다.

[메모라이즈 충전석(마법)]

설명 : 원 클래스 이하의 5가지 마법을 저장할 수 있다. 마력과 수식을 통째로 중전해 그대로 사 용할 수 있다. 당연하게도 한 번 사용하면 재충전이 필요하다.

(소유하는 것만으로 마력 회복 속도를 소량 늘려 준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아스가르드에서도 초보 땐 반드 시 있어야 하는 아이템. 문제는 현실에 이런 아이템이 없다는 거 다.

“뭐, 상관없겠지?”

“근데 이거는 다른 직업도 쓰는 거잖아. 일반인도 쓸 수 있으려 나? 마력도 안 드는 건데.”

연우도 생각하지 못한 점을 이 자젤이 지적했다. 하지만 큰 문제 는 아니었다.

“그것도 설명에 써 놓으면 더 비싸게 팔리겠지?”

연우나 아스가르드 캐릭터가 아 니면 이 설명을 직접 볼 수 없다. 연우가 알아서 적어야 한다는 것.

보급용 마법 검엔 성능만 적고 단계와 관련된 설명은 뺀다. 메모 라이즈 석은 일반인이 쓸 수 있다 는 걸 추가했다.

“또 뭘 내놓을까.”

연우는 일부로 눈에 띄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의심하게 만 드는 거다. 협회장을 통해 팔 것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이런 장비가 미국 경매장에, 그것도 협 회장과 함께 온 연우와 이자젤에 게 정보부의 시선이 가 있을 때?

심증은 확신하겠지만, 물증이 없다.

어떻게 움직일까.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다. 위기 감? 그런 건 잊은 지 오래다. 차 라리 한 번 덤벼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한 번쯤 겁을 줄 필요가 있지.’

어떻게든 몸을 드러내고 달려들 때, 잘근 밟아 준다. 그래야 협회 장 이진철이 움직이기 편하고 연 우나 농장도 평화로울 거다.

“장비 몇 개만 더 꺼내 보자.”

비슷한 등급의 아이템을 몇 개 더 꺼냈다.

사제의 힐양과 탱커 보조 마법 이 담긴 ‘흔들림 없는 의지’, 속성 마법의 공격력과 저항을 올려 주 는 ‘필주의 혼’ 등등. 단계가 낮고 다양한 성능을 가진 장비 위주였 다.

연우나 이자젤이 보기엔 다 거 기서 거기다. 하지만 이곳 사용자 들이 보기엔 어떨까?

“우린 쇼핑이나 할까?”

“좋아! 뭐 재미있는 거 없나. 몬스터 경매장?”

“그래, 그거 좋다.”

연우와 이자젤은 자신들이 어떤 폭탄을 던졌는지 신경도 쓰지 않 고 쇼핑을 시작했다.

협회장 이진철은 미간을 꾹 눌 렀다.

머리가 아프다. 연우에게 아이 템을 받았다. 옆에 민아가 보고 있는 걸 신경 쓰지 않고 다 말하 는 걸 보니 정체를 깊게 숨길 생 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걸 미국 경매에 올리라고?”

옆에서 보던 최민아 국장도 한 마디 했다.

“이게…… 도대체 그분 정체가 뭐죠?”

보면 볼수록 이상했다.

농장에 갔을 때의 기억이 그대 로 남아 있다. 블루 드래곤과 농 장 잡부의 전투. 이상하게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말하 고 싶지도 않았다.

거긴 그저 그런 곳이구나.

그게 전부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이상한 현상이다.

게다가 이 장비들. 하나같이 말 도 안 되는 것들이다. 장비나 아 이템은 몬스터를 죽이면 떨어지는 게임과 같은 게 아니다.

몬스터가 사용하던 물건을 죽이 고 빼앗는 거다. 그렇기에 이것보 다 좋은 아이템이나 장비가 없지 는 않다. 하지만 그런 건 정말 희 귀하고 비싸기도 엄청 비싸다.

만드는 것? 지금 몬스터가 가진 아이템을 겨우겨우 따라가는 중이 다. 당연히 성능은 한참 떨어진다.

그것도 장비 제작, 마력 공학, 연구 관련 사용자가 있기에 그 정 도.

그런데 이건.

“말도 안 되잖아요.”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거 야.”

최민아 국장에게는 더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최민아 앞에서 상급 마력석 이야기를 했 었으니까.

“그때 그 장비를 봤어야 했는 데. 지금 내가 쓰는 것도 그분께 받은 거야.”

“…… 진짜요? 그 완드를요?”

민아가 모를 리 없다. 지옥이라 불리는 아프리카에서 이진철이 압 도적인 활약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아이템이었으니까.

협회장 이진철의 무력은 완드를 소유한 전과 후로 나뉜다는 평도 있을 정도였다.

“하여튼, 중요한 건 이걸 어느 정도로 익명으로 파느냐는 거야.”

연우는 별다른 말없이 판매를 요청했다. 닉네임으로. 그렇다는 건 일단 이름을 밝히진 않는다는 것.

“이참에 이걸로 미국 협회에서 어깨 좀 펴 봐야겠어.”

“저도 그 버스 탑승해도 될까 요?”

“좋지.”

그건 농장을 위한. 아니, 세계 평화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었다.

이진철은 협회 미국 지부로 갔 다.

그곳엔 방금 헤어졌던 미국 협 회장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힐던 스미스. 이진철처럼 투 클래스를 목전에 둔 강력한 사용자다.

“뭐야. 어디 가 볼 곳이 있다더 니.”

“갔다 온 거지. 생각보다 중요 한 일이었어.”

“그럼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나도 바쁘다고.”

“그 중요한 일이 스미스. 당신 을 만나야 하는 거였거든.”

이진철은 민아에게 눈짓했다.

민아는 한쪽에 차고 있던 아공 간 주머니를 열었다.

“아공간 주머니?”

“일단 보게.”

민아는 아직도 손이 떨렸다.

이 아공간 주머니를 받을 때, 옆에 있던 미녀와 연우의 대화가 머리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기 때 문이다.

‘이 아공간 주머니요? 이것도 경매에 올려요.’

‘연우, 이 아공간 싸구련데 팔 아도 되는 거야? 연우 아공간에 있는 그거 팔아도 되잖아. 몇 만 개는 있지 않아?’

‘여기선 이것도 충분할걸?’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정말 작고 볼품없는 아공간 주머니인 줄 알았다.

팔기도 힘든 싸구려라니. 아공 간 주머니 자체가 워낙 비싸고 귀 한 거라 약간만 쓸 만해도 비싼 값을 받는다.

그래서 민아는 ‘일회용인가?’라 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바로 접어야 했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장비와 아이템 때문이었다. 게다 가 이것보다 좋은 아공간 주머니 가 만 개 단위란다.

그나마 익숙했던 이진철과 민아 의 표정도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지금 힐던 스미스가 그 런 얼굴이었다.

“이, 이게……

당황을 넘어선 기겁이랄까.

이진철이나 민아는 씩 웃었다. 이런 걸 보여 줬을 때, 상대가 놀 라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느꼈기 때문이다.

“어떻게. 모든 아공간 제작자는 협회 정보망에 걸려 있을 텐데? 게다가 이렇게 큰 아공간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일단, 이걸 봐.”

이진철이 집어 준 장비 하나를 들었다. 스미스는 고개를 갸웃하 며 눈을 감았다.

뱃속에 따듯한 무언가가 느껴진 다. 10초, 30초가 지났을 때.

“이게 뭔가!?”

“마력이 차는 거지.”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얼마 전 대한민국에서 마력 포 션이라는 게 팔렸었고, 전 세계에 서 그걸 구매한 몇 개의 기업에서 연구 중이다. 비슷한 걸 만들긴 했다.

하지만 원가가 터무니없이 비싸 기도 했고 효용이 크지 않았다. 아직 상용화는 힘든 정도였다.

그런데 장비에서 이런 힘이 느 껴진다.

마력을 올려 주는 포션과 장비 중 어떤 게 더 좋느냐고? 당연히 장비다. 포션처럼 일회용이 아니 기에.

“도대체.”

미국에서도, 협회에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장비다.

스미스는 흥분한 상태로 다른 장비를 살폈다. 직업이 마법 관련 이기에 어렵지 않게 성능을 파악 할 수 있었다.

“힐양 버프? 이건 탱커 보조 마 법. 이건 또 뭔가! 메모라이즈 충 전석? 메모라이즈라면, 그 마법사 가…… 그것도 일반인이? 마력까 지 모조리 충전해서 그대로 꺼내 는 거라고?”

“워워. 너무 흥분했어. 스미스.”

“진철! 이걸 보고 어떻게 흥분 하지 말라는 건가! 이건 혁명이 야.”

이진철도 안다.

하지만 침착할 수 있었던 건, 전에 연우가 줬던 장비와 상급 마 력석이라는 것 덕분이다. 최민아 도 마찬가지였다. 농장에서의 일.

그 모든 게 둘에게 정신 저항력 을 올려 준 것이었다.

“이건. 이건 그냥 나한테 팔게. 내가 전 재산을 들여서라도 사고 싶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주인이 따로 있거든.”

“만나게 해 주게!”

“절대 안 돼. 그분은 함부로 만 날 수 없거든.”

“…… 그분?”

스미스는 눈가가 떨렸다.

이진철은 협회에서도, 세계 사

용자들 사이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다. 권력, 금력, 무력. 떨어지 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이진철이 그분이라 고 부른다.

“혹시 투 클래스 마스터라도

이진철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투 클래스 마스터? 최소 쓰리 클래스 마스터다. 사실, 처음엔 그것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가면 갈수록 그들이 가진 힘의 끝 을 알 수가 없었다.

그분께선 익명 경매에 팔길 원 해.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는 거 지.”

“…… 진철. 그거 알아?”

“뭐가?”

“나 지렸어.”

“에이! 더러워!”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성능. 아니, 위력으로만 보면 더 좋은 장비나 아이템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아예 새로운 기능부 터 스미스도 모르는 마법이 덕지 덕지 붙어 있다.

“일단 알겠네. 바로 알아보지.”

스미스는 욕심을 버렸다. 아니, 장비에 대한 욕심은 버렸지만, 이 아이템의 주인인 ‘그분’에 대한 욕 심은 한도 없이 커졌다.

“스미스. 내가 조언 하나만 할 게.”

“ 응?”

“욕심을 부리는 것까지는 좋아. 그런데 그분의 심기를 건들진 마 라. 이건 친구로서 하는 말이야.”

“…… 후.”

스미스는 이진철의 눈에서 진심 을 느꼈다. 그건 협박이나 거짓이 아니었다. 두려움, 존경, 걱정 따 위의 감정이었다.

투 클래스가 금방인 이진철이 두려움을?

“……그래도 그렇게 말한다는 건, 막지는 않는다는 거군.”

“최소한의 선만 지키면.”

주인이 누군지 알아내는 건 미 국 지부에서 할 일이다. 이진철은 그것까지는 막지 않았다.

‘이게 연우 님이 원하는 거겠 지.’

이진철은 조금 기대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 심기를 건들면? 이진철 이나 한국은 손해 볼 게 없다. 하 지만 건든 세력은? 결단코 멀쩡할 수 없을 거다.

다른 큰 세력의 손실은 한국 지 부의 힘을 키워 준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하지만 이진철은 제발 가만히 있으라고 기도했다.

그래도 그건 너무 불쌍했으니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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