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편_ 미국으로 가다(1)
오늘은 식당에서 하루를 시작한 다.
수이니가 어제 잡아 온 해산물 로 가벼운 아침을 준비했다. 연우 는 마루에 앉아 차갑게 불어오는 바람에 눈을 감았다.
슬슬 쌀쌀해지는 걸 보니 여름 이 지나가는 게 느껴진다.
“연우, 밥 먹자.”
“메뉴는 뭐야?”
정식이다. 해산물과 나물로 만 든 반찬. 그리고 흰밥. 거기에 만 드라고 주를 반주로 먹기 위해 작 은 잔에 따라 뒀다.
앉자마자 흰밥에 해물 된장국을 한 수저 뜬다. 전복과 새우. 명태 살이 보인다. 아주 풍성한 해산물 잔치다. 청양고추가 들어갔는지 얼큰한 국물이 목으로 넘어간다.
거기에 흰밥을 한 수저 뜨고 구 운 참치를 한 젓갈 집어 올렸다. 그걸 동시에 입에 넣은 연우는 고 소한 기름과 흰밥의 조화를 느끼 기 위해 몇 번 씹고는 더덕무침을 하나 덥석 물었다.
“크으. 맛있다. 바로 이거지.”
생선 기름과 횐밥. 거기에 쌉싸 래하면서 매콤 달달한 더덕무침은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
여기서 만드라고 주를 뺄 수 없 다.
예전엔 본가에 가면 이런 반찬 에 인삼주를 먹었었다. 생각해 보 니 만드라고 주랑 인삼주랑 굉장 히 비슷한 맛이 난다.
“역시 수이니. 진짜 너무 맛있 다.”
예의상 하는 말이 아니다. 영혼 에서부터 절로 차오르는 감동이 다.
이번엔 흰밥에 명란젓과 그루퍼 튀김의 조합이다. 바로 만드라고 주를 한 잔 마시고 해물 된장국을 한 수저 뜬다.
“호. 뜨거워라.”
튀김옷에 열이 빠져나가지 못한 거다.
그래서 더 맛있다.
연우는 아침치고는 조금 과하게 먹었다. 알코올도 꽤 들어갔는지 얼굴이 붉어졌다.
그 상태로 카페로 올라갔다.
“연우 왔구나. 이미 한잔 했는 데?”
후름은 자연스럽게 아이스 아메 리카노를 가져왔다. 테라스에 앉 아서 농장 풍경을 보며 한 입 쪽 빤다.
절로 뿌듯한 마음이 드는 농장 풍경이다.
[지하 어장 입구].
[북극 아지트 입구].
[태평양 낚시터 입구].
세 개의 간판. 하나씩 늘어나는 걸 보는 것도 꽤 설렌다. 언제든 놀러가고 싶으면 저기로 들어가면 되는 거니까.
헤르메스는 역시나 부지런하다.
아마 농장 운영은 놀기 좋아하 는 연우보다 헤르메스에게 잘 어 울리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탕. 탕. 탕.
요섭의 망치 소리도 익숙하다.
슬슬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 도 달할 것 같다.
“헤맨.”
“네, 주인님.”
“요섭한테 가서 스킬 북 좀 만
들어 봐.”
“네, 알겠습니다.”
쓰리 클래스 마스터다. 전투 스 킬은 연우에게 더 이상 필요 없 다. 하지만 대장장이는 한 번쯤 배워 볼 만하다.
‘세븐 클래스 마스터. 아니면 그보다 더 올라갈 수 있는 답일 수도 있지.’
헤맨이 다시 허공으로 사라졌 다. 요섭에게 간 거다.
“슬슬 시작해 볼까.”
이제 동화율이 60%가 넘었다.
점점 빨라지고 일수는 50일도 채 남지 않은 거다. 그 전에 잠재 능력치를 최대한 올려야 한다. 이 왕이면 6개를 채워서 총 16개까 지 맞추는 게 좋지만, 그렇게 올 라갈지 모르겠다.
“사냥으론 어제 올렸고. 이종교 배는 이미 많이 해서.”
마령석을 조금 사야 할 것 같았 다.
그렇다면 미국으로 가야 하는 데, 그냥 워프로 갈 수는 없었다. 경매에 참여하고 자금을 움직이려 면 합법적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오랜만에 협회장이나 만나 봐 야겠다.”
다행히도 마침 한국에 들어온 상태라고 했다. 아프리카에 꽤 오 래 있었던 것 같은데, 얼마나 성 장했을지 궁금했다.
약속을 잡았다.
대략 한 시간 정도 후에 출발하 면 될 것 같았다.
연우는 남은 시간 동안 농장을 살피기로 했다. 특히, 북극에서 데려온 붉은 귀를 가진 북극여우. 같은 우리에 사는 파란 코코넛 크 랩을 주로 살폈다.
“잘 지내네.”
북극여우의 먹이로는 몬스터 사 체를 줘야 했는데, 그 역할은 리 젤이 맡기로 했다. 마침, 게헨나 르가 몬스터를 끌어들여 잡아먹고 있으니, 그곳에서 조금씩 데려오 면 됐다.
“농장을 늘려야 할 것 같은데.”
땅이 좁다. 사실, 블랙 카우와 블랙 쿡을 키우는 데 땅을 거의 다 쓰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 다.
동화율이 100%까지 올라가면 새로운 땅을 만들거나 괜찮은 산 몇 개를 더 사도 될 것 같았다.
연우는 농장 전체를 둘러봤다.
말벌 몬스터가 있는 곳부터 지 하 어장과 슬라임까지, 모두 알아 서 잘 돌아가고 있다. 이게 바로 농장이다. 주인은 가끔 가서 확인 하고 감독만 해 주면 되는 거다.
연우는 시간을 보곤 옷을 갈아 입고 바로 주차장으로 갔다.
“연우! 나도 데려가!”
이자젤의 외침이다. 연우는 못 들은 척하고 롤스로이스로 탑승했 다. 하지만 이자젤은 마법사?.
픽. 보조석으로 블링크를 한 거다.
“왜 못 들은 척해? 너무해!” 말은 그렇게 해도 웃고 있다.
“에휴. 그래, 같이 가자.”
무슨 일이 있을까 싶었다.
협회로 가려고 했는데, 협회장 이 오산으로 와 달라고 했다. 연 우는 별말 없이 출발했고 한 시간 반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십 명의 검은 정장이 주변을 경계하고 연우를 맞이했다. 뒤에 서 협회장이 걸어오며 인사했다. 옆엔 최민아 국장도 서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연우는 내리면서 손을 내밀었 다.
“강해졌네요.”
“아닙니다. 아직 멀었죠.”
보자마자 보였다. 헤맨의 귓속 말도 필요 없었다. 60%가 넘으면 서 쉽게 보였기 때문이다.
‘정말 투 클래스 직전. 금방이 겠네.’
무력만 따졌을 때는 이미 투 클 래스 마스터급이다.
“안녕하세요.”
이자젤과 최민아까지 인사를 마 쳤다.
협회장이 안내했고 연우와 이자 젤은 따라갔다. 비행장이었다. 군 비행장인 둣 곳곳에 군인이 있었 다.
전용기 였다.
협회장 이진철의 설명으로는 협 회 간부용이라고 한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협회장 이진철과 최민아도 같이 간다고 한다. 이자젤은 좋다고 소 리쳤고 연우야 나쁘지 않았기에 별말 하지 않았다.
연우는 드래곤은 많이 타 봤어 도 전용기는 처음이다.
“ 괜찮네요.”
승무원이 10명 가까이 보인다. 모두 들어갈 때까지 좌우로 서서 인사한다.
안쪽은 깔끔한 브라운 계열 가 죽이 콘셉트인 듯, 벽부터 의자와 소파. 한쪽에 위스키와 술을 먹을 수 있는 바 테이블도 브라운 계열 가죽이 었다.
양쪽으로는 침실이 보였다. 안 쪽은 개인 공간인 듯 가려져 있었 다.
“게다가 8단계급 방어 마법도 적용돼 있고 9단계 마력석으로 움직여서 연료를 따로 채우지 않 아도 되죠.”
놀랐다. 9단계 마력석이면 5억 달러. 한화로 6천억 정도 된다. 왜 그 돈을 겨우 전용기 따위에 쓴 걸까. 잠시 의문이 들었다.
만약 연우에게 이걸 사라고 한 다면?
“…… 하긴 나도 상급 마력석 하 나 써서 주문 제작할 거 같긴 한 데.”
아주 가끔 탄다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상급 마력석이면 원 클래스 마 스터 이상의 마법진으로 도배도 가능하다. 날아다니는 전용 항공 모함 정도 되려나. 아니지. 그것 에 비교하긴 좀 그렇다.
그래, 드래곤 전용기가 되는 거 다.
상급 마력석 두 개만 돼도 투 클래스 마스터급 드래곤의 힘을 내고도 남을 테니까.
“이거 주문 제작되나요?”
“와, 연우 이것도 하나 만들게?”
“왜, 좋을 거 같아?”
“좋지! 돈은 쓰라고 있는 거거 든!”
협회장 이진철이나 최민아는 살 짝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가능하 다고 답변했다.
“그래요? 그럼 하나 주문할게 요. 천천히 해도 되니까, 그때 상 급 마력석. 아니, 11단계 마력석 드릴게요.”
11단계라는 건 없다. 하지만 연 우가 판 그 마력석은 11단계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당연히 10 단계 마력석보다 훨씬 많은 마력 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그,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 다.”
협회장 이진철은 확신할 수 없 었다. 미국의 록히드 마틴이라는 전투기를 제조하는 기업에서 만든 거다. 그곳에서 11단계 마력석을 감당할 기술력이 있을까?
“아, 그 11단계 마력석 두 개 정도 들어갈 건데. 마법진은 저희 가 새길 테니까. 보통 마력 엔진 으로 만들어 줘도 돼요.”
마력을 감당하는 것과 마법진은 헤맨의 마법이면 충분하다.
“그걸 두 개나요?”
당연히 놀랄 수밖에. 하나에 22 조다. 물론, 하나뿐이 없을 거라 는 희귀성에 붙은 가치였지만, 그 게 내려가는 일은 거의 없을 거 다.
그런데 그걸 고작 전용기 만드 는 데 사용한단다.
지금 11단계 마력석이라고 불 리는 상급 마력석은 아프리카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몬스터를 몰아낸 지역에 안전지대 를 설치했고 몬스터 필드를 꾸준 히 제거하고 있다.
셰이크가 10년 전부터 수십 조 를 들여 가며, 수천 명의 마법사 와 수만 명의 박사를 불러 모아 진행했던 숙원 프로젝트였다. 그 런데 그걸 11단계 마력석 하나로 성공한 거다.
그러니 11단계 마력석이 얼마 나 대단한 것일까.
“가능하죠?”
“네, 네. 가능합니다.”
“비용은 신경 쓰지 마시고요.”
협회장 이진철이 연우의 재산이 얼만지 모를 리 없다. 이런 전용 기 정도는, 게다가 9단계 마력석 이나 마법진이 들어가는 것도 아 니다.
수천억 정도면 충분할 거다.
‘가만, 그럼 활주로도 만들어야 하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전 용기가 만들어진 후에 생각하기로 했다.
연우는 협회장 이진철과 최민 아. 그리고 이자젤과 함께 위스키 를 먹으며 미국으로 향했다. 보통 11시간은 걸렸던 거리를 이 전용 기는 3시간 만에 주파했다.
미국에 도착하자 세계사용자협 회 미국 지부의 간부와 미국 정부 에서 나온 검은 정장이 마중 나와 있었다.
서로 인사하기 바빴다. 통역 관 련 마법이 가능한 마법사가 있었 는지, 쉽게 대화가 통했다.
한국 지부 협회장 이진철과 미 국 지부 협회장은 잘 아는 사이인 듯 편하게 대화했다. 그러면서도 연우에게 계속 귀화는 어떤지 떠 보고 있었다.
연우의 정체를 제대로 모르지 만, 이진철이 조심스럽게 대한다 는 것만으로 그런 거였다. 눈치나 감이 좋은 건지, 무언가 알고 있 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하여튼 연우의 목적은 미국의 경매장이 다.
어디로 가고 싶지도 않았고 소 속되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들을 겨우 떨치고 경매장에 들어서자 연우는 이자젤과 단둘이 될 수 있었다.
“피곤하군.”
동화율만 다 되찾으면 굳이 신 분을 감출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귀찮은 건 딱 질색이었기에 이진 철이 제 역할을 해 주길 바랐다.
한국의 경매장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여러 장비가 지나가고 마령석이 나왔다.
“1천만 달러.”
하나씩 기다리는 것도 지친다.
웅성웅성.
영어로 뭐라고 하면서 연우를 바라본다. 가격에 놀라고 동양인 이라는 것에 또 한 번. 그리고 이 자젤을 보고 또 한 번 놀란다.
이젠 새삼스럽지도 않다.
돈이 아깝지 않느냐고? 전혀.
이 경매가 끝나면 마령석을 구 하기 위해 던전을 돌아야 하거나 한 달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데, 그 전에 동화율이 가득 차 버릴 게 분명했다.
그걸 기다릴 거면 농장에 심어 놓은 마령석을 기다렸을 거다.
“1천만 달러.”
한화로 100억이 넘는 돈이다. 하지만 연우는 거침없었다. 15개 정도를 샀고, 참다못한 어떤 거부 가 연우보다 많은 가격을 불렀다.
하지만 연우는 그에 두 배를 부 르며 압살했다.
“총 23개 정도인가.”
이걸로 몇 개나 오를지 알 수 없었다.
마령석은 그게 끝이었고 뒤로는 다른 아이템이나 장비나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연우나 이자젤의 눈에 차는 게 있을 리 없었다. 연우 아공간에 널린 장비 아무거나 집어도 저것 들보단 수백 배 좋을 거다.
“재미없다. 도대체 저런 장비로 뭘 하라는 거지? 맨몸이 낫겠네.”
저건 진심이다. 오히려 저런 걸 착용하면 움직이는 게 불편해질 수 있으니까.
“장비나 하나 올려 볼까.”
“그거 재미있겠다!”
차라리 이게 낫다. 이런 저급 장비를 보고 놀라는 반응을 보는 것도 꽤 재미있다.
특히, 미국의 반응이 궁금했다.
연우라는 걸 굳이 숨기지 않을 생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