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편_ 낚시는 세월이 아니라, 안주를 낚는다(1)
연우는 혜영을 마중 나갔다.
던전 입구가 빨간빛에서 초록빛 으로 변한다. 클리어가 됐다. 처 음에 혜영에게 말을 못했는데, 이 던전은 한 번 들어가면 클리어할 때까지 못 나오는 설정이었다.
물론, 연우가 꺼내 주거나 설정 을 바꾸면 꺼낼 순 있다. 혜영이 나오고 싶어 했어도 꺼내 줬을 거 다. 하지만 혜영은 생각보다 잘 버텼다.
‘조금 미안하긴 한데.’
구그그긍!
던전 입구가 열린다.
쏴아아아!
솜털이 모조리 서 버릴 정도로 싸늘한 살기다.
하지만 연우는 방긋 웃는다.
‘제대로 성장했네.’
던전이 쓸 만하다는 걸 증명했 다. 물론, 혜영이야 헤맨이 지켜 줬기에 가능했던 거다.
“연우우우! 이 개새끼야아아 아!”
외침과 동시에 기다란 전기의 창이 생성돼 날아든다. 짜릿한 살 기와 기세다.
하지만 연우가 누구인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흩어 버렸 다.
푸확.
혜영도 쉽게 끝낼 생각은 없어 보였다.
우우웅!
파바바박!
콰아앙!
수십 개의 마법이 동시에 발현 된다. 트리플 캐스팅, 응용과 중 첩 캐스팅에 어마어마한 마력까 지.
강해 졌다.
지구의 보통 원 클래스 마스터 보다 강하다.
다른 스킬도 하나 중상급에 든 것 같았다. 물론, 마법 스킬이 중 상급이고 마력 지배 정도가 마스 터에 오른 거다.
“잘 컸네.”
연우는 그 마법들까지 해체해 버렸다. 현 무력 수준은 혜영이 연우보다 높다고 할 수 있지만, 연우는 기본 상식이 통하지 않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나쁜 놈아!”
혜영의 모습이 보였다. 입고 들 어갔던 옷은 이미 사라졌다. 중간 에 비치해 놓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고 틈으로 보이는 살은 뽀얗 다.
공청 석유와 엘릭서의 효용일 거다.
게다가 두 달은 해를 보지 못하 기도 했으니 하얗게 변할 수밖에.
하지만 혜영은 연우를 당장 죽 일 듯 보였다.
우우웅!
다시 한 번 마법이 발현된다.
블링크, 고속 이동.
연우는 움찔, 피하려다 멈췄다.
이번엔 공격이 아니었다.
포옥.
혜영이 연우에게 안겼다.
“홍 o o o ■호읍 O 아아앗I”
■ I ■ ■ ■ ■ > ■ ■ | I O ?
애처롭게 울었다. 외롭고 힘들
고 아프고 괴로웠을 거다. 연우는 미안해졌다.
“고생했다.”
연우는 손을 들어 등을 두드려 줬다.
몇 분이 지나자 진정할 수 있었 다. 그 후에야 연우는 혜영을 데 리고 식당으로 갔다.
그곳엔 수이니와 이자젤만 남아 있었다. 테이블엔 코코넛 크랩 한 마리와 정갈한 집밥이 차려져 있 었다.
수이니의 센스다.
혜영은 음식을 보자마자 눈이 돌아 마구 입에 넣기 시작했다. 옆에서 이자젤이 물을 떠 줬다.
“당찬 녀석인데 이러니 많이 미 안해지 네.”
“미안할 만하지. 보통 사람을 저기에 넣는 게 말이 돼?”
이자젤이 웬일로 맞는 말을 한 다. 연우는 괜히 머쓱해졌다.
혜영은 어느 정도 배를 채웠는 지 나오지도 않는 배를 두드리며 연우를 째려봤다.
“홍. 너무해.”
뜬금없었지만, 이해할 수 있었 다.
“?????? 미안.”
“…… 죽일 놈.”
연우는 그 말에 어색하게 웃으 며 전신 거울을 하나 만들었다.
혜영은 환골탈태를 거쳤고 공청 석유와 엘릭서로 샤워를 했다. 골 격과 근육은 물론이고 피부까지 최상의 상태가 된 거다.
역시나 혜영은 입을 벌리고 넋 을 잃었다. 자신의 변한 얼굴을 처음 본 거다. 던전 안에 거울이 있을 리 없고 엘릭서는 보랏빛, 공청 석유는 하얀 우유색이다.
“이래도 죽일 놈이냐?”
“…… 미쳤다.”
자기 얼굴을 보고 미쳤다고 감 탄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자, 어디 이 얼굴이 싫은 자. 나에게 돌을 던져 보시지.”
역시 여자는 원 클래스 마스터 라는 것보다 외모가 더 큰 위력을 갖는 거다.
“사랑한다.”
“미안, 고백은 받아 줄 수 없 다.”
“꺼져.”
연우의 얼굴을 보지도 않는다.
아직도 자기 얼굴을 감상하고 있는 거다.
연우가 보기에도 괜찮은 외모 다. 세 엘프에 적응된 눈이기는 해도 혜영의 얼굴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혜영 의 외모는 아름다웠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혜영이 당 황하며 물었다.
“그, 근데 왜 못 받냐? 기분 나 쁘게?”
“전체 이용가라서. 애들이 본 다.”
“그게 무슨 미친 소리야? 싫다 면 싫다고 할 것이지. 그, 그리고 내가 언제 너 좋다고 했냐? 한 대 치고 싶어서 안달이거든!”
혜영이 그렇게 말했지만, 연우 는 반응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진짜로 농장에 지 낼 생각이야?”
“당연하지. 옆에서 평생 엿 먹 여 줄 거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입엔 웃음 이 담겨 있었다. 연우가 밉기도 했지만, 고맙기도 했다.
“최저 시급인데?”
“최저 시급? 돈도 주냐?”
“왜, 이런 고용주 좋지? 숙식도 공짜다.”
“뭐, 괜찮네.”
순식간에 원 클래스 마스터라는 초고급 인력을 최저 시급으로 고 용하는 연우였다.
“자, 이제부터 너의 일은 댕댕 이랑 검둥이 관리다.”
“개? 강아지를 관리하라고?”
“웅. 착한 녀석들이라 괜찮을 거야.”
“최저 시급이나 받는데, 너무 일이 쉬운 거 아니야?”
댕댕이가 쓰리 클래스 마스터가 목전이고 검둥이는 투 클래스 마 스터의 마왕이라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했지만, 굳이 말하지 않기로 했다.
“나쁘지 않지?”
혜영은 그날부터 농장에서 생활 하게 됐다.
연우는 펜션을 증축하기로 했 다. 그리고 개조를 통해 손님을 받는 곳과 직원들이 생활하는 곳 을 분리하는 것도 계획했다.
“슬슬 손님을 받아야겠어.”
혜영에게 손님 관리를 맡기는 것도 괜찮을 거다. 이쪽 세상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세 엘프보다 는 낫다. 게다가 이제 잠재 능력 치 올리는 걸 마무리하고 동화율 을 확 끌어올릴 때가 됐다.
혜영의 등장은 조금 화려했지 만, 다를 건 없었다.
농장 식구들은 원래 비정상적이 라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생각 해 보면 혜영이 연우를 제외한 유 일한 인간이었고 가장 평범하기도 했다.
“으음. 좋아. 슬슬 완성돼 가고 있어.”
역시 농장의 최종 목표는 연우 가 놀아도 잘 돌아가는 거다. 가 끔 희귀 몬스터 잡고 교배하는 등. 재미있는 건 연우가 하고 귀 찮은 건 다 넘기는 것.
계획대로 돼 가고 있었다.
“역시 제임스가 생각나는군요.”
헤맨이 옆에서 고개를 불쑥 내 밀고 말을 걸었다.
“제임스는 나보다 더했지. 희귀 몬스터 채집까지 나한테 시켰잖 아.”
“그렇긴 했습니다. 그래도 제임 스는 낚시는 직접 했습니다.”
“낚시하면서 술 먹는 게 좋긴 했어.”
농장 주인의 장점이 여기서 또 나온다. 낚시하고 놀아도, 이종교 배를 하면서 놀고 블랙 카우를 먹 으면서 놀아도, 스킬 숙련도가 오 르고 능력치가 올랐다는 거다.
특히, 갯바위 낚시나 배낚시는 손맛이 좋다.
가끔 잡히는 해룡이나 크라켄이 귀찮기는 했지만, 맛이 좋은 농어 과 몬스터인 철갑농어를 낚을 때 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바다낚시나 갈까.”
결정했다.
“일단, 농장 일부터 마무리 짓 고.”
연우는 오랜만에 땅의 정령 노 움을 불렀다.
정령사 5단계가 돼서 그런지 노움이 훨씬 커져 있었다.
“펜션을 증축해야겠어.”
대략적인 설계는 해 놨다. 2층 으로 된 세 개의 건물이 붙어 있 다. 살짝 떨어뜨려서 한 건물을 세우고 위로 하나씩 더 쌓을 거 다.
3층짜리 한 건물은 직원이 쓸 거고 세 개 건물이 붙은 3층짜리 건물은 모두 손님이 쓰게 된다.
“노움. 기초를 부탁해.”
이제 건설이나 정령사나 스킬 레벨이 높아져 연우가 직접 움직 이지 않아도 된다.
쿵. 쿵. 쿵.
바닥이 다져지며 기둥이 세워진 다.
연우는 건설 스킬로 만들어진 설계도를 만졌다.
위로 올리는 한 층은 조금 더 가볍고 좁게. 대신 남는 공간은 테라스를 만들기로 했다.
“옥상엔 수영장을 만들까.”
어떻게 만들까 고민했다.
“혹시 공중 어장을 수영장으로 활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오. 헤맨. 어떻게 그런 생각 을?”
“지구 상식을 공부하다가 초고 충 호텔 옥상에 만들어진 수영장 을 봤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연우는 펜션에 승강기까지 만들 기로 했다.
건물을 위로 더 쌓을 생각은 없 었지만, 3층도 걸어가기 귀찮다. 게다가 공중 어장. 아니, 공중 수 영장으로 올라가는 통로도 필요했 다.
연우는 오랜만에 집중해서 설계 하기 시작했다.
허공에 떠 있는 스킬 창을 조절 하며 중축과 새로 올리는 건물의 설계도를 완성했다. 대부분 원래 있던 도면을 이용하면 되기에 어 려울 게 없었다.
연우는 손님용 건물과 직원용 건물 사이에 통로를 만들고 승강 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좋아. 공중 수영장은 안 보이 는 게 낫겠지?”
“네, 아스가르드라면 몰라도 여 기선 너무 눈에 띄니까요.”
연우는 주변을 살짝 둘러봤다.
밤이면 푸른 마력이 깃든 하얀 빛을 뿌리는 반도 나무. 빨갛게 올라온 게헨나르. 은하수를 연상 케 하는 마령석 나무, 보통 개체 보다 1.5배는 큰 가축 몬스터들.
하물며 직원들까지.
어디 하나 눈에 띄지 않는 게 없다.
“…… 그래도 이건 너무 띄니 까.”
허공에서 손을 움직인다.
승강기를 1층, 2층 3층까지 만 들고 [Roof]를 추가했다. 루프는 수영장으로 곧장 가는 길이 될 거 다.
그리고 대망의 공중 수영장.
공간 왜곡은 필수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주변에 모든 풍경이 다 보인다. 하지만 밖에선 절대 안이 보이지 않는 구도.
“수영장을 적당하게 만들고 몸 을 녹일 수 있는 마루. 거기에 그 늘까지 만들어야겠다. 의자랑 테 이블 놓을 곳도 필요하고.”
수영장 바닥을 통해 밑 풍경이 보이는 건 기본이다.
밖에서 보이지 않지만, 보인다 면 허공에 물만 덩그러니 떠 있는 느낌일 거고 안에선 하늘 위를 나 는 느낌을 거다.
“온도 조절까지 해서 겨울에도 수영할 수 있게.”
그뿐이 아니다. 수심을 다르게 해서 다이빙대를 만들고 길진 않 지만, 미끄럼틀도 만든다.
“이 정도면 됐을까?”
“괜찮은 거 같습니다. 옆에 화 장실하고 샤워장도 만들어야겠습 니다.”
“좋아. 화장실은 반드시 있어야 지.”
자동으로 청결이 유지되긴 하겠 지만, 청결은 예방이 중요하다. 저장된 화장실 설계 도면 중에 적 당한 걸 가져다 붙였다.
어려울 게 하나도 없었다.
연우가 그동안 쌓아 온 설계도 는 수만 개가 넘었고 장소에 맡게 수정하고 조정하기만 하면 되니 금방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네, 아주 좋은 거 같습니다.”
연우도 만족스럽게 설계도를 훑 었다.
빠진 부분은 없다.
“건설.”
-설계도를 적용합니다.
-필요한 자재를 설정합니다.
자재가 부족할 일도 없었다. 헤 맨이 알아서 전송했고 기초는 노 움이 완성해 놨다.
“시작.”
-건설을 시작합니다.
-필요 시간 05:00:00
다섯 시간이다.
알아서 펜션이 증축되고 건물이 올라가며 승강기가 연결될 거다. 공중 수영장을 만들 땐, 헤맨의 마법이 조금 필요했다.
‘마법관망이나 전기도 충분하니 까.’
이제 완성되기를 기다렸다가 가 구나 조명 따위만 장식하면 된다.
“흠. 좋아. 건물 올렸으니 오랜 만에 친구나 초대해 볼까?”
성훈하고 철호가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정훈과 친했 던 혜림까지 부르기로 했다.
‘정훈도 왔으면 좋겠는데.’
진심이었다. 예전엔 정말 비호 감이었는데 이제는 보고 싶을 정 도다. 살살 괴롭히는 맛에 중독될 지경이었으니까.
연우는 문자로 연락을 넣고 이 자젤을 불렀다.
“이자젤!”
팟.
“왜 불렀어!”
“아, 깜짝이야!”
부르자마자 블링크로 지척에 나 타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왜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
“불렀으니까 오지. 왜!”
“낚시 가자.”
“낚시? 왜 용왕이라도 잡게? 그 빌어먹을 ‘심해의 습격’을 생각하 면 아직도 화가 나.”
비린내를 생각하니 연우도 미간 이 찌푸려지긴 한다.
“아니, 평범한 낚시거든! 배낚 시나 갯바위 낚시를 하자.”
“좋아, 용왕은 다시 보고 싶지 않으니까. 다 부를까?”
“가고 싶은 애들만.”
“오키도키.”
또 어디서 이상한 말을 배웠냐 고 묻고 싶었지만, 아스가르드 환 경을 생각해 보니 할 말이 없었 다. 젊어 보이고 싶은 아재들도 꽤 많은 곳이었으니까.
“그래, 슬슬 준비해 봐. 혜영은 꼭 참여하라고 하고.”
“오키도키.”
그만 좀 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더 할 게 분명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