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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편_ 어쩌다 보니 세계 평 화(4) (44/207)

제53편_ 어쩌다 보니 세계 평 화(4)

“이 맛에 요리하지.”

수이니가 연우 옆에 서서 말했 다. 뿌듯한 표정이다.

연우도 안다. 직접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 주는 게 얼마나 고마 운 일인지.

‘이 정도로 심각한 건가.’

연우도 뉴스를 봐서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게이트 생성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그 수준도 올 라갔다는 것. 하지만 크게 생각하 지 않는다.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지와 연호, 부모님 정 도만 안전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농장이야 위험할 일도 없고 말이 다.

‘에라 모르겠다. 알아서 처리하 겠지.’

연우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헤맨이 작두를 연지와 연호에게 보내 줬다. 그렇게 되면 둘 다 원 클래스 마스터의 힘을 낼 수 있을 테니,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 움이 될 거다.

방파제다. 파도가 오면 막되 파 도 자체를 없앨 순 없는 거다.

“자, 잘 먹었습니다.”

요리를 반쯤 먹고 나서야 별다 른 인사도 없이 허겁지겁 먹었다 는 사실을 깨달은 길드장이 연우 에게 직접 인사했다.

이제야 배가 차고 정신이 돌아 온 거다.

“아니에요. 좀 쉬어야 하지 않 겠어요? 펜션도 있는데.”

아니에요. 저흰 시간이 없

어서요.”

이지훈의 나이는 육십이 넘는 다. 대한민국 5대 길드인 로열 나 이츠 길드장이라는 사회적 지위도 있다.

그런데 이 앞의 젊은 남자를 함 부로 할 수가 없었다. 반말은커녕 손짓이나 눈빛 하나까지 조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부상자를 치료해 주고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 줬다는 것과는 다 른 느낌이다. 마치, 협회장 이진 철을 앞에 둔 느낌. 아니, 그것보 다 훨씬 더 거대한 느낌이다.

“감사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 회가 드릴 건…… 이 정도뿐이네 요.”

이지훈의 품에서 나온 건 7단 계 마력석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명함이다.

“제 직통 번호입니다. 꼭 연락 주세요. 이 마력석 하나로 팀원 3 명을 살려 준 값을 치렀다고 생각 하지 않습니다. 당장은 이것뿐이 없지만……

더 듣지 않아도 된다.

연우는 그 명함을 받고 웃으며 대답했다.

“가끔 술친구가 필요하면 연락 할게요.”

“네? 그, 그럼요.”

무언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

마력이 가득한 이 농장과 엄청 난 치료 실력을 지닌 미녀.

그리고 이상한 농장 주인.

여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곳 이었다.

길드장 이지훈은 바로 정신을 차렸다.

맛있는 음식, 따듯하고 기분 좋 은 보금자리. 당장 장비를 풀고 쉬고 싶었다. 하지만 조금 쉬었다 고 몸에 마력이 가득 차 버렸다.

“죄송하지만, 저흰 이만 가 봐 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이해합니다.”

“그럼 이만.”

길드장 이지훈은 발이 떨어지지 않는 듯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묵직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숭고 한 책임이 보였다.

연우는 그의 뒷모습을 지켜봤 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다.

‘이찬식이 로열 나이츠 길드장 아들이라고 했나?’

시험장에서 봤던 재능 있는 사 용자가 생각났다. 하지만 이내 잊 어 버렸다.

“자, 정리하자.”

연우는 식구들과 함께 그들이 간 자리를 치웠다.

한 끼 식사로 과한 값을 받았 다. 7단계 마력석은 30만 달러. 원화로 3억이 넘는 돈이다. 거기 에 5대 길드 길드장의 직통 명함 까지.

‘조금은 도와줘도 될까.’

사람이란 게 그렇다.

작은 호의지만, 성의가 깃든 마 음은 쓸데없는 정(情)을 불러일으 킨다.

객관적인 재료값을 따지면 그깟 7단계 마력석은 한없이 적다. 하 지만 저쪽은 그 사실을 모른다.

맛있는 음식. 그리고 세 명을 치료해 준 값.

이것만으로 3억이라는 돈을 놓 고 간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고 꼭 연락 달라는 남자.

‘동료를 그 정도로 소중하게 생 각한다는 거겠지.’

거기에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사 람을 구해야겠다고 생각한 것까지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 이 없었다.

“안 그래도 근처에 뭐 하나 터 질 것 같지?”

연우가 손님이 와 아공간에 들 어갔던 헤맨에게 말했다.

“네, 여기뿐만이 아니라, 꽤 많 은 곳에서 터질 것 같습니다.”

원래 아주 조금만 도와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조금 더 나서기로 마음 먹었다.

동생에게 보낸 작두를 보호가 아닌 공격적으로 사용하라는 정 도. 아마 그 정도일 거다.

게이트 생성은 점점 빨라졌다.

기존에 수도권 게이트 생성 빈 도는 한 시간에 하나 꼴. 대기업 과 대길드. 수백 개의 중소 길드 까지 줄을 서서 기다려야 겨우 게 이트 하나 얻을 수 있는 수치였 다.

지금은?

한 시간에 서른 개.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 도, 경상도, 제주도까지.

모두 합하면 한 시간에 300개 가 넘어간다.

겨우 며칠 사이였다. 무엇 때문 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가용한 사용자를 적재적소에 배치 해 몬스터를 막는 거다.

그것도 5단계 이상 사용자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싸우고 또 싸워야 했다. 7단계나 8단계 사용자는 잘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자는 시간은 차나 비행기 안이 전 부였다.

일어나면 싸워야 했고 클리어하 면 이동하면서 잔다.

그런 전투가 계속됐다.

당연히 체력은 바닥을 쳤고 사 상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 게이트 생성 빈도는 점점 늘고 있었다.

“후우. 진짜 미치겠다. 이번엔 강원도야?”

“그나마 강원도인 게 어디야. 8 단계였으면 제주도까지 갔어야 했 을걸. 저 초음속 전투기를 타고.”

연지와 연호였다.

겨우 며칠 사이에 평화로웠던 세상이 혼란스럽게 변하고 있다. 연지와 연호는 완연한 7단계 파 티로 인정받았다. 덕분에 서울과 경기도, 간혹 강원도까지 맡기로 했다.

바로 어제가 소나기급 경계령이 었다면.

지금은 태풍급 경계령이다.

“미치겠는 건, 이거 때문에 마 력이 계속 찬다는 거야.”

연호는 품에 숨겨진 상급 마력 석을 가리켰다.

연지도 끄덕였다.

둘이 다투는 것도 기력이 있을 때나 가능한 거다. 지금은 머리만 붙이면 잠이 들 정도로 피곤에 절 어 있다.

마력이 고갈되면 조금이라도 쉴 텐데 그것도 안 된다.

사실, 쉬려면 쉴 수 있다.

지휘통제실에서도 다른 사용자 들에 비해 많은 게이트를 뛰었다 고 쉬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연지 와 연호가 쉬면 게이트 하나가 터 지고, 그로 인해 죽는 사람이 수 만 명이 생긴다.

도저히 쉴 수가 없었다.

= = = = = rn~T~r.

헬기가 도착했다.

연지와 연호는 열린 문에 한발 걸치고 손짓하는 군인에게 달려갔 다. 머리와 장비가 펄럭였지만, 이제 이런 건 자연스럽다.

연지와 연호를 헬기에 올라타면 서 방음이 되는 헤드셋을 쓰고 머 리를 댔다. 그리고 바로 잠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헬기가 착륙했고 연지와 연호는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버려 주 변을 인지했다.

“젠장, 눈만 감은 거 같은데.”

“어서 일어나.”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지 모른다.

갑작스럽게. 겨우 며칠 사이에 이렇게 변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할 까. 6단계 게이트에 들어가게 됐 다고 긴장했던 게 어제다. 그런데 지금은 7단계 게이트에 단둘이 들어간다.

둘의 실력이 그 정도 된다는 거 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척.

군인은 감사하다는 마음을 담아 힘차게 경례한다. 연호와 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이럴 때, 경례를 받는 것만으로 도 힘이 난다.

연지와 연호는 친구와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이 나라와 저 군인들을 위해서 게이트로 들어갔다.

화악.

시야와 함께 공기가 급변했다.

충만한 마력, 텁텁한 산소, 빽 빽하게 들어선 먹구름.

이곳이 어딘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몬스터가 들끓는 공간의 틈 어딘가라는 것.

끼에에엑!

“마족인가?”

“최하급 마족인 듯.”

연호는 한 손에 네 개의 작은 병을 꺼냈다. 보라색, 빨간색, 투 명색 등등 여러 종류의 시약이었 다. 동시에 나머지 한쪽 손은 시 퍼런 마력으로 휘감기며 공격 마 법을 생성했다.

연지는 3m를 넘길 정도로 성장 한 샐러맨더와 갓 Im가 된 운디 네를 소환했다.

“조금 힘들겠어.”

최하급 마족 10마리에 50마리 가 넘는 마수들.

이번엔 마계와 연결된 게이트인 듯했다.

그때였다.

휘이이익.

얕은 바람 소리. 산들바람이라 고 해야 할까.

“어?”

뭔가 이상하다는 걸 인지한 순 간이었다.

투두두둑.

마족 10마리와 마수 50마리의 머리가 한 번에 떨어져 버렸다.

동시에, 둘 앞에 두 마리의 검 은 무언가가 무릎을 꿇었고 중앙 에서 집 요정 한 명이 모습을 드 러 냈다.

“안녕하세요. 연지님, 연호님. 연우 님 심부름 왔습니다.”

“…… 네?”

아무런 움직임도 취할 수 없었 다.

살기와 적의가 없다는 건 둘째 다. 이런 모습으로 눈앞에 갑자기 나타나면 최소한의 방어는 해야 했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인지하기 도 전에 무릎을 꿇었고 공손하게 인사하며 연우라는 이름을 말했 다.

“혀, 형이요?”

“네, 그렇습니다.”

연지와 연호는 아무것도 인지하 지 못했다는 무력감은 잊을 수밖 에 없었다.

원 클래스 마스터급 작두, 집 요정의 전언(傳言).

연지와 연호의 눈이 빛났다.

연지와 연호는 적극적으로 움직 이기 시작했다.

그날로 당장 한국에 있는 최고 지휘권자인 부협회장을 만났다.

설득하기 힘들 게 없었다.

힘을 보여 주면 됐으니까.

딱 하루를 쉬었고 최우선으로 원 클래스 마스터급 게이트를 해 결, 여유가 생기면 8단계나 9단계 게이트까지 쓸어버렸다.

그 와중에 둘은 방송을 시작했 다.

대한민국에 나타난 신예(新銳).

연지연호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동시 송줄 방송인 ‘튜브’를 이용. 원 클래스 마스터급 게이트를 순 식간에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 주 며 혼란스러운 시기에 회망이 됐 다.

게이트 생성 빈도는 줄지 않았 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적응하기 시 작하면서 점차 피해는 줄기 시작 했다. 특히, 대한민국은 더욱 안 정적으로 변했다. 고위급 게이트 가 빠르게 클리어되는 게 큰 영향 을 끼쳤다.

일주일이 지났고, 이 주가 지났 다.

그때,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소 식이 전 세계로 퍼졌다.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이 불안 정한 게이트 생성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중앙에 투 클 래스 마스터 이상의 둥지를 클리 어하면 됩니다.”

그 소식에 협회는 고위급 사용 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이름 있는 모든 사용자 를 말이다.

50년 전 몬스터와 인류가 종의 존속을 두고 큰 전쟁을 벌였던 이 후로 가장 큰 전투가 시작되려 하 고 있었다.

준비에만 며칠이 소모됐고 아프 리카 중앙에 전 세계 실력자들이 모였고 결계 전문 마법사가 거대 한 둥지가 열렸다.

쏴아아아!

거대한 기세, 살갗이 벗겨질 정 도의 살기!

먹구름이 몰려오고 메마른 번개 가 하늘을 두드린다.

수백 명의 초고위급 사용자가 잔뜩 긴장하며 마력을 끌어올린 다.

그런데.

컹컹!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린 다.

그리고.

휘이이이잉.

아프리카 중앙에 몰렸던 거대한 기세는 깔끔하게 사라져 버렸다. 수백 명의 사용자는 그 모습을 멍 하니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

전 세계엔 게이트 생성 빈도가 급격히 낮아졌다는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 보단 많지만, 힘들 정도는 아닌.

딱 풍부한 자원을 얻을 정도로 정착된 것이다.

그곳에 모였던 사용자 중 일부 는 무언가를 물고 날아가는 대형 견을 봤다고 증언했지만, 그 누구 도 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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