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24화
제49편_ 귀여운 댕댕이!(2)
누구나 처맞기 전에는 그럴듯한 계획을 지니고 있다.
유명한 말이다.
더그르트란 이름을 가진 개과 마왕은 헤맨에게 교육을 받는 중 이었다. 목줄 자체가 투 클래스 마스터 이하에게만 효과가 있는 만큼, 쓰리 클래스 마스터를 목전 에 두고 있는 더그르트 마왕에게 는 완벽한 지배가 힘들었다.
깨갱!
“자, 빨리 변신하세요.”
지금은 인간형 모습이다. 보기 만 해도 끔찍하게 무서운 모습. 하지만 농장에선 이런 모습이면 안 된다.
그래서 ‘개’처럼 변하라는 말이 었다.
더그르트는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마왕이다.
이곳에 넘어오면서 힘을 잃었다 고 하지만, 마왕은 마왕.
‘나보고 개로 변하라고?’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수백 번 을 되뇐다.
하지만.
퍽! 퍼벅!
헤맨의 발길질이 더그르트 명치 에 꽂혔다.
깨개갱!
전형적인 개의 신음을 흘린다.
“더는 봐주지 않을 겁니다. 좋 은 말로 할 때, 변하세요.”
집 요정이다. 작은 키에 나이를 꽤 먹은 집 요정. 그런데 가진 힘 은 가늠할 수 없이 강했다. 더그 르트가 온전한 힘을 가지고 있던 쓰리 클래스 마스터? 아마 그때였 어도 이 집 요정의 털끝 하나를 건들 수 없었을 거다.
깨개갱!
‘이게 어떻게 좋은 말이야!’
소리치고 싶었지만, 영혼을 옥 죄는 두려움에 저항할 수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퍽! 퍼버벅!
더그르트는 그렇게 소리쳤지만, 헤맨은 멈추지 않았다.
“자, 잠깐! 끄아악! 깨갱.”
퍼버벅!
“변한다고! 변신할 거라고!”
퍼버벅!
“아, 미안해요. 이제 알아들었네 요. 귀가 좋지 않아서.”
포 클래스 마스터인 헤맨이 귀 가 좋지 않다고? 지나가는 개가 들어도 믿지 않을 말이었다. 더욱 이 헤맨의 얼굴엔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오고 있었다.
더그르트는 변신할 수밖에 없었 다.
농장에 새로운 식구가 왔다.
이자젤이 가장 좋아했다.
“와아, 댕댕이. 귀여워라.”
이자젤이 무심하게 엎드려 있는 댕댕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움 찔거리며 거부하려는 모습이 보였 지만, 잔뜩 겁먹은 얼굴로 멈칫한 다.
“근데 왜 이름이 댕댕이야?”
“음. 딱히 댕댕이라고 지은 건 아니고. 그게 멍멍이라는 뜻이라 서?”
연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 다.
“에이, 그게 뭐야.”
“네가 짓든지.”
“좋아! 엑스칼리버 어때.”
“…… 농담이지?”
“아닌데! 이상해? 그럼 홀리 크 러쉬? 어둠의 다크니스? 그것도 아니야? 그럼?????? 혼돈의 카오스?”
“…… 그냥 댕댕이로 하자.”
역시 눈치는 있지만, 멍청한 소 릴 잘한다.
결국, 그렇게 댕댕이라는 이름 을 가진 게 된 마왕이었다.
연우는 엎드려 있는 댕댕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곳에서 몇 달만 생활하면 쓰리 클래스 마 스터를 회복할 거다.
‘그 정도면 알아서 집 잘 지키 겠지?’
어쩌다 보니 헤맨과 요섭 다음 으로 강한 2인자를 만들어 버렸 다. 물론, 세 엘프가 댕댕이한테 진다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쓰리 클래스 마스터가 된다고 하더라도 세 엘프의 전투 경험과 장비들은 연우가 감탄할 정도로 대단했으니까.
지금 이자젤을 봐도 알 수 있 다.
댕댕이가 쓰리 클래스를 목전에 둔 마왕이라는 걸 알면서도 귀엽 다고 난리다.
긴장하는 존재는 아무도…….
“리젤하고 헤르메스가 좀 무서 워 하는군.”
그 둘 말고는 아무도 없다. 특 히, 세 엘프나 요섭은 더욱더 아 무렇지도 않아 한다. 그게 아스가 르드에서 생활하던 존재와 아닌 존재의 차이다.
“리젤은 댕댕이. 아니, 더그르트 를 몇 번 본 적이 있다고?”
“네, 네.”
리젤이 댕댕이 눈치를 보며 연 우 옆에 섰다.
“제가 마계에 있을 때, 북부 지 방의 패자였습니다.”
“오오, 우리 댕댕이. 그 정도였 어?”
이자젤이 옆에서 댕댕이를 괴롭 히며 말했다.
“차기 마왕으로 유명한 정도였 습니다. 밑에 발록이 열 마리나 있고 마계 드래곤까지 거느리고 있는 엄청난 세력이……
“마계 드래곤? 한 마리?”
“네, 마계 드래곤 한 마리와 최 상급 마족 50명……
“푸하하하하.”
옆에서 듣던 이자젤이 목젖까지 보이며 웃었다.
발록 열 마리에 마계 드래곤 한 마리. 거기에 최상급 마족 50명이 다. 리젤이 알기로 마계에 그 정 도 전력을 지닌 마왕은 손에 꼽는 다.
그 잔혹한 양육강식의 세계에서 최상위권에 드는 지배자라는 것이 다.
하지만 이자젤은 툭하면 마계 드래곤 수십 마리와 최상급 마족 수백 마리와 싸웠다. 연우와 수이 니 그리고 후름에게 그건 생활이 었고 어렵지 않은 정도의 전투일 뿐이었다.
“오구오구. 우리 댕댕이 동네에 서 어깨 좀 피고 다녔겠네?”
마계의 패자가 동네 어깨가 되 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자젤이 댕댕이가 귀여워 죽겠 다는 듯 배를 까고 괴롭혔다.
끼깅. 끼이잉.
“꺄하하하. 귀여워라.”
리젤은 그 모습을 보고 흠칫했 다.
댕댕이가 리젤을 째려봤기 때문 이다.
콩!
깨개갱!
“어딜 째려봐! 우리 댕댕이. 착 하지?”
이자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귀 여운 모양이었다. 댕댕이도 어떻 게 저항하고 싶었지만, 그게 마음 대로 될 리가 없었다.
더그르트는 앞의 이 엘프가 분 명 투 클래스 마스터에 쓰리 클래 스 마스터 직전이라는 게 보였다. 분명 자신과 비슷한 경지에 오른 무력이다. 하지만 직접 느껴지는 힘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훨씬 강하고 무시무시한 감각.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 생존 본능이 뒷덜미를 마구 물어 뜯을 듯 경고했다.
만약 예전의 힘인 쓰리 클래스 마스터를 완성한다고 해도 이 엘 프는 이길 수 없을 것 같다고 확 신했다.
“괜찮아. 리젤. 겁먹지 말고 잘 지내 봐. 어차피 농장 지키는 강 아지에 불과한걸.”
리젤은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헤르메스는 배짱이 좋은 건지 아니면 단순한 건지 빠르게 적응했다.
“자, 물어 와!”
헤르메스가 블루 드래곤의 뼈를 던졌다.
일전에 헤르메스와 싸워 이긴 동해 지배자, 블루 드래곤의 뿔이 다. 하지만 이젠 개 장난감에 불 과했다.
“좋아! 잘했어!”
댕댕이가 처음에 저항했지만, 무지막지한 세 엘프와 집 요정 그 리고 그들의 보스로 보이는 한 인 간의 눈초리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헤르메스는 이참에 [조련] 스킬 까지 배웠다.
댕댕이를 이용해 블랙 카우와 블랙 쿡을 몰고 농장을 지키도록 키우기 위해서였다. 헤맨은 좋은 생각이라며 괜찮은 스킬 북을 하 나 던져 줬다.
천상 농부다.
연우는 그 모습을 보더니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평화로웠다.
어쩌다 보니 이진철 협회장을 구하면서 세계를 지켰다. 앞으로 도 연우가 두 눈을 뜨고 있는 중 에는 지구가 위험해질 일은 없었 을 거다.
‘알람 걸어 놓길 잘했네.’
연우는 협회장 이진철을 방파제 로 정하면서부터 알람 마법을 걸 어놨고, 그가 죽기 전에 구할 수 있었다.
아직 투 클래스 마스터도 되지 못한 이진철이 걱정돼서 그랬던 게 도움이 된 거다.
“평화롭네. 슬슬 미국에게서 마 력석도 넘어올 것 같고.”
이진철과 이야기를 했는데, 거 래는 완벽하게 끝냈다고 한다. 곧 필드를 설정해 주기만 하면 된다. 굳이 연우가 갈 것도 없이 헤맨의 분신을 보내도 된다.
이번에 댕댕이를 길들인 덕분에 동화율이 꽤 올랐다.
“너무 빨리 오르는데.”
특이 사항 :
- 동화가 진행 중입니다.
- 진행률 : 43.131%(남은 시 간 89일)
세 달도 남지 않았다.
그 전에 최대한 잠재 능력치를 올려야 한다.
잠깐 생각하지 못한 사이에 동
화율을 너무 올려 버린 것이다.
“슬슬 마령석을 수확해서 먹고, 몇 개를 더 사 봐야겠어.”
연우는 선선한 그늘에 있던 테 라스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오늘은 잠재 능력치 작업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최대 한 빠르게 잠재 능력치를 모으고 동화율까지 끝까지 끌어올린다.
쉬는 건 그때 가서 쉬면…….
“아, 그 전에 밥부터.”
먹을 건 빼먹으면 안 된다.
게다가 오늘 저녁 메뉴는 ‘블루 드래곤의 꼬리찜’이다. 드래곤 종 류는 하도 질겨서 며칠은 숙성해 야 한다. 피는 헤르메스가 깔끔하 게 빨아 줘서 더없이 좋은 꼬리찜 이 나올 거다.
“…… 저녁이네.”
저녁이면 술을 먹기 시작해야 한다.
잠재 능력치 작업은 내일로 미 루기로 했다.
“연우! 밥 먹자!”
수이니가 앞치마를 맨 채로 연 우를 불렀다.
슬슬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수중 테이블은 사용하지 않게 됐다.
연우가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큼지막한 냄비에 수증기가 뽈뽈 올라오고 있었다. 꼬리찜은 푹 고 아야 한다. 그래야 뼈에 붙은 살 이 부드러워지고 연골이 쫀득한 제 맛을 내는 거다. 또 고소한 기 름이 더욱 깊은 맛을 내기 위해선 통마늘과 썬 고추. 그리고 대파가 필요하다.
이거다.
“내가 이래서 소주를 못 끊는 거야.”
수이니는 웃으며 꼬리찜을 나눠 담았고 후름과 이자젤이 식당으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뒤로 리젤도 왔는데 잔뜩 입맛을 다시고 있었 다.
역시 미식(美食)은 종족을 가리 지 않는다.
블루 드래곤은 어마어마하게 큰 몸집을 가졌지만, 축소 마법은 블 루 드래곤의 꼬리를 먹기 좋은 크 기로 줄여 줬다.
살랑살랑.
댕댕이다. 마왕이라는 게 안 믿 길 정도로 잘 적응했다. 꼬리찜 냄새를 맡고 온 건지, 리젤 뒤에 졸졸 따라붙었다.
연우는 자리에 앉은 다음 수저 로 국물을 떠 넣었다.
약간 꼬릿하면서 시원 칼칼한 국물.
육수에 스며든 기름이 입안 전 체를 감싼다.
꽈득.
리젤이 옆으로 앉아 초록 병을 휙 돌리고 뚜껑을 연다. 수이니와 이자젤 그리고 후름까지 자리에 앉아서 잔을 쓱 닦는다.
어쩜 이렇게 자연스러울까.
분명 생긴 건 외국인인데 하는 짓은 한국인 패치가 완벽하게 끝 난 모습이다.
“댕댕이. 너도 먹을래?”
이자젤이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고는 적당한 그릇에 꼬리찜 을 담아 준다.
살랑살랑.
꼬리를 잘 흔든다. 의도하는 건 지 본능인지는 모르겠다. 혀를 내 밀고 침까지 질질 흘리는 모습이 완전히 강아지가 다 됐다.
생각보다 이 모습이 편한 모양 이다.
“자, 먹자.”
연우가 잔을 들었고 나머지도 잔을 들었다.
시리도록 차가운 소주 한 잔이 목으로 넘어가고 꼬리 한 덩이가 입에 물린다. 살과 연골이 아주 잘 씹힌다. 비린내도 전혀 나지 않는 걸 보니, 헤르메스가 정말 깔끔하게 피를 뺀 모양이었다.
후르르. 쩝쩝.
뜨거운데 맛이 좋으니 허겁지겁 입에 넣게 되고 소리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옆에서 그런 소리가 나니 더 맛이 좋다.
이렇게 소리를 내면서 먹어야 정겹다.
“와, 맛있다.”
“역시 수이니!”
요리사에 대한 칭찬은 기본 예 의다. 물론,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말이지만.
연우가 다시 소주잔을 들었다.
적당히 맛을 봤다면 한잔 해 주 는 게 인지상정이다.
“오늘 2차 안주는 뭐야?”
“껍데기야. 오늘은 2차도 소주 다!”
오전에 무언가 열심히 검강으로 두드리는 걸 봤는데 블루 드래곤 비늘인가 보다. 드래곤 비늘이야 단단하기로 유명하지만, 수이니의 손을 거치면 부드럽고 찰진 안주 가 될 거다.
“마침 게헨나르 독하고 반도 나 무 수액이 있어서 쉽게 했지. 게 다가 바다에 오래 있었는지, 감칠 맛도 죽이더라고!”
좋은 안주다.
일단 꼬리찜으로 배를 채운 후 에 펍 루프탑으로 가서 껍데기에 소주를 한 잔 더 해야겠다.
댕댕이는 종일 아무것도 안 먹 은 모양인지, 아니면 맛이 좋아서 그런 모양인지 꼬리찜을 허겁지겁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잠재 능력치 작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할 필요는 없다.
농장의 평화로운 밤은 그렇게 깊어지고 있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