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 17-19화 (36/207)

- 2권 17화

제42편_ 내기가 이렇게 위험합 니다. 여러분(1)

캠핑을 3박 4일로 끝이 났다.

연우는 북쪽분홍새우와 북극여 우, 아이스 크랩과 대왕 튜나, 또 육지 게인 ‘파란 코코넛크랩’까지 생포한 후에야 농장으로 돌아왔 다.

다른 이들은 모두 일상으로 돌 아갔고 연우는 생포한 몬스터의 생태계를 구성할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용암 게는 거기서 잘살겠지.”

“네, 멍청해 보이지만, 꽤 똑똑 한 놈이었습니다. 그곳을 잘 관리 할 겁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같았지만,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일단, 튜나를 넣을 어장을 추 가하자.”

“알겠습니다. 지하 어장을 확장 하겠습니다.”

연우가 지하 어장으로 통하는 입구로 들어갔다. 작은 창고 같은 건물에 문만 달랑 있다.

[지하 어장 입구].

[북극 아지트 입구].

어딘지 알기 쉽게 문패도 달아 놨다.

지하 어장으로 들어가는 게이트 를 통하자 널찍한 통로와 함께 한 쪽은 강줄기의 내부, 다른 한쪽은 지하 어장의 내부가 훤히 보였다. 안쪽엔 연우가 잡은 어류들이 가 득했다.

“이쪽에 추가하고 냉기를 풀자.”

대왕 튜나는 공간도 커야 한다. 연우의 동화율이 꽤 오르면서 건 설 5단계, 마법 4단계까지 올랐 다. 그것만으론 공간 왜곡을 이용 한 지하 어장 확장은 조금 힘들어 서 헤맨의 도움을 받았다.

한쪽에 냉기가 저장된 저장석을 ‘최상급 어장 종합 관리 모듈 센 터’에 심고 내부 환경을 조율했다.

“꽤 넓게 만들었습니다. 반경 10km 정도 되는 지하 어장입니 다.”

공간 왜곡을 이용했기에 주변 지반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공간 이었다. 그 정도는 돼야 대왕 튜 나가 살 만할 거다. 거기에 대량 으로 잡은 아이스 크랩과 북쪽분 홍새우를 넣었다.

언제든 먹을 수 있게 말이다.

“이제 북극여우랑 코코넛크랩을 키울 곳을 만들자.”

이 몬스터는 물놀이 장소의 하 류에 만들기로 했다. 일정 구역의 물과 육지가 필요하다.

뀨웅. 뀨우우?

북극여우의 울음소리다. 여기가 어딘지 궁금한 모양이다. 하얀 눈 속으로 어서 숨어 들어가고 싶지 만, 근처엔 눈이 없다.

연우는 울타리를 세웠다.

넓이는 가로세로 10m 정도. 낮 은 울타리지만, 농장 주인의 패시 브로 가축 몬스터는 이곳을 벗어 날 수 없다.

냉기 저장석을 설치하자 울타리 안쪽이 꽁꽁 얼어 버린다. 연우는 마법으로 눈을 만들고 강줄기 한 쪽에 빙판까지 생겼다. 역시나 울 타리 안쪽만 냉기가 차고 밖은 다 른 강의 물 온도와 같았다.

물리학적으로 절대 말이 안 되 는 상황이었지만, 마법은 가능하 다.

뀨우웅! 푹. 푸부부북.

눈이 생겨나자 북극여우 다섯 마리가 눈 속으로 쏙, 들어가 버 린다. 그곳에서 붉은 귀만 쫑긋 세우는 게 역시나 귀엽다.

그리고 파란 코코넛 크랩이라는 북극 몬스터가 하나 더 있다. 원 래 코코넛크랩이라는 것도 파란색 이긴 하지만, 여긴 하얀색에 가까 운 연한 파란색이다. 빙판의 색과 비슷하달까.

왜 이렇게 이름을 지었는지는 전문가들만 알 거다.

성인 주먹만 한 크긴데, 신기하 게도 강력한 냉기를 먹고산다. 그 안에 마력을 먹는다는 게 더 맞을 거다.

‘그러니까 그 추운 북극에서 살 아남았던 거겠지.’

하여튼 그 덕에 이놈은 키우기 가 쉽다.

북극여우와 함께 키워도 괜찮은 종인 듯, 서로 적대하지 않는다. 북극여우는 육식이지만 코코넛크 랩의 껍질을 뚫지 못하고, 코코넛 크랩은 북극여우에게 관심이 없 다.

그래서 얼어 버린 빙판 위에 몇 마리를 올렸다. 그러자 빙판에 구 멍을 뚫어 그 안에 쏙 숨었다. 가 끔 나와서 빙판을 파먹으며 일광 욕을 할 거다.

“자, 됐다.”

역시 이런 일을 해야 동화율이 쭉쭉 오른다.

그 전에 잠재 능력치를 잔뜩 올 리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상태 창.”

[플레이어 상태 창]

이름:신연우

닉네임 : 센느

직업 : 농장 주인

칭호 :

- 므깃도의 주인(모든 능력치 + 10, 지배력 +10)

능력치 :

힘 65, 민첩 58, 체력 51, 지능 61, 마력 73, 지배력 81

잠재 능력치 : (389/636)

특이 사항 :

- 동화가 진행 중입니다.

- 진행률 : 20.131%(남은 시 간 ???일)

스킬 :

길들이기(6단계), 보이지 않는 손(6단계), 은신(3단계), 사냥(3 단계), 절대자(2단계), 요리(4단 계), 건설(5단계), 정령사(5단계), 목축(5단계), 므깃도(1단계), 심 안(5단계), 마력 지배(5단계), 중 재자(3단계), 마법(4단계), 검술 (3단계), 아공간(2단계), 지배자 (1단계), 연금술(4단계), 흑마법 (5단계).

연우는 쭉 훑어봤다.

오랜만에 열어 본다. 갑작스럽 게 오른 잠재 능력치 때문인지, 동화에 필요한 시간이 ‘???’로 표 시 됐다.

스킬이나 능력치도 꽤 올렸다. 하지만 역시나 절대자, 므깃도, 지배자는 잘 오르지 않는다. 상당 히 고급 스킬이기에 필요 능력치 가 많아서였다.

그리고 잠재 능력치가 636이다.

초반 능력치는 잠재 능력치가 630이었고 나머지 능력치는 이 정도.

힘 101, 민첩 102, 체력 105, 지능 101, 마력 101, 지배력

120.

능력치와 스킬은 상호 보완적이 다. 서로 도움을 주지만 한쪽이 부족하면 나머지 한쪽의 발목을 붙잡기도 한다.

길들이기(10단계), 보이지 않는 손(10단계), 은신(10단계), 사냥 (10단계), 절대자(10단계), 목축 (10단계).

연우는 식스 클래스 마스터였 다.

마스터하지 못한 스킬도 대부분 9단계에서 8단계.

다른 스킬이 거기서 멈춘 이유 는 이미 식스 클래스 마스터라는 엄청난 경지에 오른 것도 있었지 만, 능력치가 부족한 것도 이유였 다.

지배력 능력치가 높아서 지배력 관련 스킬은 마스터 찍기가 어렵 지 않았다. 그런데 힘이나 민첩 그리고 지능은 105를 넘기지 못 했고 그게 이상의 클래스 마스터 가 되지 못한 이유였다

‘이제 6개나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는 건 힘이나 민첩, 지능 중 하나를 105 이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

“지능을 올리면 마법이나 마력 지배를 마스터. 힘이나 민첩을 올 리면 다른 스킬 마스터를 노려볼 수도 있겠네.”

확신할 순 없다.

그 누구도 세븐 클래스 마스터 가 된 적은 없으니까.

연우가 굳이 체력을 105까지 맞춘 이유는 지배력 120과 식스 클래스 마스터를 이루기 위한 최 소한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체력은 모든 능력치와 스킬의 근간이 된다.

“하나의 클래스를 더 마스터하 거나 다른 스텟을 105 이상 넘기 려면 체력이 더 필요할지 몰라. 다음 단계인 110개 정도면 될까.”

안전한 기준으로 힘, 지능, 민 첩 중 하나를 105 이상 올릴 잠 재 능력치 3개에서 4개. 거기에 체력에 넣어야 할 5개 정도. 못해 도 8개 정도의 잠재 능력치가 있 어야 한다.

지금 6개가 남았으니, 2개를 더 얻으면 된다.

물론, 그것만으로 세븐 클래스 마스터를 찍을 수 있는 건 아니 다. 아스가르드에서도 수많은 전 직 퀘스트와 깊은 스킬 이해도 그 리고 깨달음이라는 것도 필요했 다.

잠재 능력치도 마찬가지다. 최 대치가 6개 늘었지만, 그걸 채우 는 건 또 다른 일이다. 물론, 최 대치를 늘리는 것보다는 훨씬 쉽 다.

“후, 멀었구나.”

세븐 클래스 마스터가 되면 어 떨까. 게임에서도 아니고 현실에 서 이루는 거다. 식스 클래스 마 스터만 해도 아스가르드 안에서 연우를 이길 자가 없었다.

신이라는 건 등장하지 않았지 만, 천계, 마계, 정령계, 지상계를 포함한 어떤 곳에서도 연우의 적 은 없었다.

그런데 세븐 클래스 마스터라 니.

상상이 가질 않는다.

“그런데 꼭 어렵지 않을 것 같 잖아.”

현실에서 능력치와 스킬이 초기 화되면서 잠재 능력치를 쉽게 올 릴 수 있게 된 게 큰 역할을 했 다.

“일단 목표는 잠재 능력치 2개 를 더 얻고. 된다면 4개까지 더 얻어 봐야겠어.”

마령석을 먹고 업적을 이루면 어느 정도 채워지지 않을까? 만 약, 힘 4개, 민첩 3개, 지능 4개, 체력 5개를 채우면 진짜 신과 같 은 능력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총 16개라.”

아스가르드였다면 불가능한 수 치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 가능성이 보인다.

“에라, 모르겠다. 그런 힘까지 얻어서 뭐해.”

지금 식스 클래스 마스터에 헤 맨의 힘. 거기에 아공간과 므깃도 면 이미 더할 나위 없다.

협회장 이진철은 미국으로 떠났 다.

위원회와 맞먹는 힘이나 권력 또는 위원회에 직접 들어가기 위 해 계기가 필요하던 때였다. 그런 데 마침 연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국과 하나의 거래를 할 거고, 그걸 맡아 줬으면 좋겠다.

설명을 듣자마자 촉이 왔다.

“바로 이거다.”

이걸로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됐고, 북극을 노리 는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력을 추 가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협회장 이진철은 그 거래를 완 벽하게 해결하고 아프리카로 떠났 다. 고위급 몬스터가 끊임없이 나 오는 죽음의 땅, 아프리카.

야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며 ‘셰이크 빈 지이드 알나하인’의 계 획을 도우며 인연을 맺었다.

“조금만 더하면 돼.”

미국, 아프리카, 아랍계, 유럽과 아시아까지. 이진철은 투 클래스 마스터에 범접하는 강력한 힘과 그 모든 나라에 끼치는 영향력을 토대로 권력을 잡기 시작했다.

굳이 위원회가 되지 않아도 그 들에 대항할 힘. 보이지 않는 곳 에서 세계를 움직인다는 그들과 나란히 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 모든 게 므깃도의 농장을 세 상의 눈에서 감추기 위한 아니, 세계 평화를 위한 일이었다.

연우는 오랜만에 홀로 외출을 준비했다.

이번에도 헤맨이 물었다.

“오늘도 대륙급 전쟁에 나서시 는 겁니까?”

연우가 꽤 오랫동안 옷을 고르 고 전시된 시계 속에서 고심하는 걸 본 모양이었다.

“친구들 만나러 간다.”

“친구분들께서…… 이곳은 평화 의 땅이죠.”

이제 어느 정도 적웅한 모양이 다.

이번엔 고등학교 동창들이다. 친한 친구끼리 뭉치기로 했다.

연우는 주차장에서 긴 시간 고 민했다. 저렴한 차가 하나도 없다. 너무 딱 보기에도 고급이다. 시계 도 마찬가지였지만, 평범한 사람 은 잘 알아보지 못하는 브랜드로 착용했기에 신경 쓰이진 않는다.

하지만 차는 다르다.

전에 타던 차가 있었으면 타고 갔겠지만, 이미 팔아 버린 지 오 래다.

“어쩔 수 없지.”

아무거나 타고 가기로 했다. 4 인승 롤스로이스 컨버터블. 조금 튀긴 하지만, 약속 장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면 될 것 같 다.

연우는 그대로 출발했다.

서울까지 한 시간 정도면 충분 하다. 역시 롤스로이스 4인승 컨 버터블이다. 열린 차체로 불어오 는 바람이 더없이 시원하다.

친구들과의 약속은 강남역 근 처.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었다.

언젠가 SNS에서 본 적이 있었 다. 고급 외제차를 주차할 곳이 없는 뉴욕에서 5,000달러를 빌려 은행 주차장에 맡겼다고.

연우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고 근처 오성급 호텔에 방을 하나 잡 기로 했다. 롤스로이스가 들어오 자 직원이 빠르게 다가와 키를 받 아갔다.

“오늘은 편하게 마시고 자고 가 지 뭐.”

프론트에서 적당한 방을 잡았 다. 하루에 120만 원이 넘어가는 숙박비였지만, 전혀 아깝지 않았 다.

연우는 바로 약속 장소로 이동 했다. 도착한 곳은 조금은 가격대 가 있는 라운지 바. 분위기도 좋 고 노래도 좋았다.

“연우 왔다!”

“연우야!”

많은 친구가 먼저 도착해 있었 다. 그곳엔 반가운 얼굴도 있고 반갑지 않은 얼굴도 있었다. 연우 는 두루두루 친한 편은 아니었지 만, 그런 친구가 이 무리에 있었 기에 생각보다 많은 친구가 모여 버린 거다.

이거 생각지도 못한 동창회가 된 느낌이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제43편_ 내기가 이렇게 위험합 니다. 여러분(2)

그 녀석도 있었다.

정훈.

외자 이름을 가진 친구는 중학 교 때와 고등학교 때도 연우와 인 연이 있었다.

처음 인연은, 혜영이 중학생 때 였다.

‘그런데 설마, 혜영은 아직도 내가 모르는 줄 알고 있는 거 아 니야?’

처음엔 몰랐지만, 나중에는 똑 똑히 기억났다.

그 뚱뚱하고 여드름 가득한 얼 굴, 자존감이 없어 굽었던 등과 어깨. 큰 키와 더불어 애들의 놀 림감이 됐었다.

연우는 같은 반에서 누가 누구 를 괴롭히고 왕따로 만드는 건 절 대로 가만두지 않았다. 일진이라 는 여자들이 혜영을 괴롭혔고 여 자를 때릴 수 없었던 연우는 그녀 들 뒤에 있던 남자 일진을 두들겼 다.

그때 그 일진이 정훈이었다.

중학교 일진들이 그렇듯 격투를 배운 적 없이 그냥 건들거리는 녀 석들뿐이었고, 타고난 체격과 센 스 그리고 어렸을 때 배웠던 여러 운동으로 연우는 일진이라는 녀석 들을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었 다.

부모님의 교육 방식에는 세 가 지 철칙이 있었다.

첫 번째는 ‘방목’이다. 하고 싶 은 걸 해라. 하지만 책임은 본인 이 져야 한다.

두 번째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마라. 그 순간 부모고 뭐고 없을 줄 알아라.

세 번째는 한 대 맞으면 열 대 는 때려라. 대신, 은혜는 두 배로 갚아라.

‘그때는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참 좋은 방식이었지.’

하여튼, 그 덕에 어렸을 때 복 싱과 여러 운동을 배웠고 어디 가 서 맞고 다니는 일은 없었다.

정훈은 흔히 말하는 일진이었고 그때 연우에게 맞은 이후로 조용 한 학생으로 변했다. 속은 잘 모 른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가서 다 시 만난 정훈은 다시 일진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사이가 좋아질 리 없었 다.

그래도 중간에 친한 친구가 섞 여 있어서 계속 부딪히게 됐고 정 훈은 연우를 볼 때마다 툭하면 시 비에, 지적질에, 장난도 심하게 쳤다.

정훈이 다른 애들이 괴롭히는 것도 아니었고 애매하게 장난치고 빠지는 예술적인 센스를 가진 놈 이라 직접 부딪힐 일은 없었다.

그저 점점 비호감이 될 뿐이었 다.

그러다 그 녀석은 사용자가 됐 고 자부심과 자존심이 하늘을 찌 를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갈라 지게 됐다.

거기서 두 사람의 악연은 끝난 줄 알았다.

“어이, 연우. 꽤 신수가 밝아졌

다.”

“야, 늙은 티 내지 마라. 신수가 뭐냐 신수가.”

연우는 친한 친구들이 있는 곳 으로 가 앉았다.

“근데 왜 이렇게 애들이 많냐. 네가 다 불렀지?”

성훈이라는 친구다. 별명이 ‘마 당발 성훈’이었다. 심성이 착하고 사교적이라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냈다.

“누군 불렀는데, 누군 안 부르 면 좀 그렇잖아.”

“에이, 그래도 난 우리끼리 보

는 줄 알고 있었잖아.”

연우는 이렇게 바글바글하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같은 자리 에 있는 걸 안 좋아한다. 그걸 아 는 성훈이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 했다.

“미안해. 다들 미안해. 내가 나 중에……

“그만해. 놀리는 재미가 없냐.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 다들 보면 좋은 거지.”

연우가 성훈의 말을 끊었다. 이 러니 성훈을 싫어할 수 없다. 친 구들끼리 욕도 할 수 있고 놀릴 수도 있는데, 심성이 너무 착하고 유약하다.

그래도 연우에게 먼저 연락하는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다. 소수 만 온다는 말도 없었으니, 잘못한 건 없다.

라운지 바다. 다들 서른이 됐고 몇몇은 사용자가 된 이들도 있었 으니 이 정도는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거다.

옆에 있던 덩치 큰 이철호라는 친구가 성훈에게 물었다.

“야, 그런데 정훈은 왜 불렀냐? 괜히 분위기 안 좋아지게.”

“그, 그게 난 안 불렀는데 정훈 이 혜림이랑 친하잖아. 쟤가 불렀 나 봐. 대신 여기 라운지 바를 정 훈이 빌렸어. 사용자 됐다더니 돈 많은가 봐.”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진심 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은 성훈뿐 이었다. 다른 친구였다면 당연히 축하할 일이지만, 정훈의 행실을 잘 아는 사람은 그럴 수 없었다.

분명 이거 하나 사 주고 생색은 있는 대로 다 낼 거다. 그 정도면 상관이 없다. 누구에게 시비를 걸 고 라운지를 빌린 비용 못 내겠다 고 난리 치겠지.

그런 식으로 관심받고 시비 거 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 친구인 걸 모두 안다.

친구들의 시선이 연우에게 꽂혔 다.

“왜들 그렇게 봐?”

다들 그 시비의 목표가 연우가 될 걸 아는 거다. 고등학생 때 사 사건건 부딪쳤던 둘이니까. 연우 는 그냥 지기 싫어서 받아친 거 고, 정훈은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 연우에게 시비를 걸었다.

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됐어. 뭘 신경 써. 이 나이 먹 고도 그러겠어?”

“하긴, 우리도 이제 서른이다.”

“근데 너 회사 그만두고 귀농했 다며?”

어떻게 소식을 들은 친구가 물 었다. 연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어, 요즘 사는 게 행복하다. 회 사 생활하는 것보다 훨씬 여유롭 게 좋아.”

“이야. 그거 돈은 되냐? 그래도 농장인데 뭐 팔고 해?”

“딱히 돈 보고 하는 건 아니니 까. 이제 막 시작하기도 했고. 그 리고 돈이 필요가 없어. 뭐 잡아 다 해 먹으면 되고 낚시도 하니 까.”

“오오, 좋네. 나 놀러 가도 되 냐?”

상급 마력석을 팔아서 22조를 벌었고 장비 몇 개로 수천억을 벌 었으며 앞으로 매년 수십조 원에 달하는 마력석과 사용료 1조를 받는다는 말을 할 순 없었다.

“그런 곳에 있으면 몬스터는? 필드 근처가 아니라도 웨이브 일 어나면 숨을 곳은 있고?”

도시 주변의 집값이 높은 이유 다.

지방까지 빽빽하게 방공호를 지 을 수 없기에, 서울보다 방공호 빈도와 수용력이 떨어진다. 당연 히 대피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피 해도 커지는 것.

계속 늘려 가고 있지만, 아직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마침 근처에 괜찮은 방공호도 있지.”

농장에 포 클래스 마스터 집 요 정, 쓰리 클래스 마스터 대장장이, 투 클래스 마스터 세 엘프와 뱀파 이어. 거기에 원 클래스 마스터인 사신이 있다는 말은 절대 못한다.

“자, 잠깐. 연우야.”

“ 응?”

성훈의 시선이 연우의 팔목에 있었다.

“이거 파텍필립 아니야?”

“아, 이거?”

연우가 가짜라고 대답하려 할 때였다.

“당연히 가짜겠지. 진짜겠냐?”

정훈이 성훈 뒤에 서 있었다. 정훈은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자랑하는 듯 내밀었다. 그래도 사 용자라고 꽤 비싼 시계를 차고 있 었다.

“이게 뭔 줄 아냐?”

“롤렉스네, 이야 역시 화려한 데이져스트 금통.”

전체가 금빛인 롤렉스 시계 중 하나다. 금이 너무 화려하고 올드 해 보이는 느낌도 있어서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 차고 다니긴 한 다.

뭐, 그래도 취향 차이지만.

“그래도 좀 아는 모양이지?”

“그럼. 나도 시계 좋아하거든.”

“하긴, 그래서 짝퉁을 샀겠지. 그래도 파텍필립 노틸러스? 그건 너무 티 나지 않냐?”

연우는 피식 웃었다. 노틸러스 도 모델마다 가격 차이가 나지만, 이 모델은 1억 2,000만 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워낙 한 번에 많이 사서 정확한 가격은 기 억나지 않는다.

연우는 정훈을 보며 입을 열었 다.

“내기할래?”

“…… 내기? 무슨 내기?”

“서로 각자 시계를 테이블에 내 려놓고 상대방 시계를 눈으로만 보고 진짜인지 가짜인지 맞추는 거야.”

“그게 내기야? 맞추면? 아니, 뭘 걸 건데?”

정훈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가짜면 재떨이로 찍고 진짜면 진짜인 걸 인정하고 찍는 걸 포기 하면 되는 거지. 뭐, 짝퉁이면 보 상하는 게 어렵진 않을 거고 진짜 라면…… 그건 능력껏 보상해야 지.”

연우의 말에 정훈이 살짝 당황 하기 시작한다.

“내 시계가 짝퉁이면 그냥 찍으 면 되는 거야. 짝퉁값은 달라고 안 할게.”

연우는 씨익 웃었다.

한번 해볼 테면 해보라는 거다. 다른 친구들도 상황이 재미있어지 는지 한 발자국 물러나 지켜보기 시작했다.

“오오. 재밌겠다! 한번 해봐라.”

혜림이 멀리서 소리쳤다. 정훈 과 조금 친하다는 소리는 들었다. 그녀도 사용자여서 그런 걸까, 이 런 내기에 전혀 긴장하는 게 보이 지 않았다.

“어때?”

연우가 한 번 더 도발했다.

“까짓거 하지! 이게 얼만 줄이 나 알아? 1,500만 원이야!”

“그래? 이 모델은 1억 2,000만 원이던데.”

“흥, 그까짓 짝퉁.”

연우는 시계를 풀어서 테이블에 내려놨다. 머뭇거리던 정훈도 시 계를 풀어 내려놨다.

서로 반대편에 있었기에 천천히 자리를 바꿨다. 연우 앞엔 정훈의 시계가, 정훈 앞엔 연우의 시계가 있었다.

“오오. 뭔가 긴장감 쩔어.”

“대박, 재미있는데? 근데 둘 다 진짜면 어쩌냐?”

“그게 중요하냐? ‘진짜’를 찍어 부술 수 있는지 배짱을 보는 거 야. 이 게임은.”

누군가 정확히 맞췄다.

정훈이 잔뜩 긴장하는 게 보였 다. 사용자는 시력이 좋다. 마력 으로 강화하면 더 좋아진다. 가까 이 온 혜림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 다.

동창 중 사용자가 몇몇 더 있었 는데, 그들도 재미있다는 듯 옆으 로 몰렸다.

“시작할까?”

“…… 홍. 이미 시작한 거다.”

정훈은 연우의 시계에서 눈을 못 떼고 있다. 당연할 거다. 아무 리 봐도 진짜니까. 진짜와 가짜는 차이가 확연하다. 시계에 아예 관 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한 번이라도 시계에 빠졌던 사람이라 면 모를 수 없다.

연우는 씨익 웃으며 재떨이를 들었다.

정훈의 눈이 커졌다.

“저, 저. 무, 무슨……!”

연우는 웃으며 정훈에게 눈을 맞췄다. 그러곤 머뭇거림 없이 재 떨이를 강하게 내려쳤다.

콰직. 바스슥.

글라스가 그대로 깨졌고 속에 있던 무브먼트가 산산 조각났다. 연우는 처음부터 가짜인지 진짜인 지 관심이 없었다. 그냥 부수고 싶었다.

1,500만 원? 그냥 주면 된다.

“아이코 미안. 이거 진짜였네.

이제 알았다.”

연우는 그렇게 말하고 품에서 수표를 꺼냈다. 급하게 현금이 필 요할 때 쓰라고 협회장이 천만 원 짜리 수표로 20장 정도 찾아 줬 던 게 있었다.

스스

=r=r≪

연우는 수표 두 장을 꺼내 정훈 앞으로 던졌다.

“어때, 내 거는 가짜 같아?”

그 상황, 연우의 비웃음, 정훈 의 당황한 표정. 그 모든 게 친구 들의 환호성을 불러냈다.

“우와아아! 멋있다 연우!”

“미친, 이게 무슨 영화 같은 장 면이야?”

“정훈! 내려쳐! 너도 보여 줘! 보여 줘!”

정훈은 끝내 내려치지 못했다. 너무 진짜인 게 확실했다. 아무리 6단계 사용자라고 하지만, 1억 2,000만 원이라는 돈은 그에게 너무 컸다.

대기업에 소속돼 있기에 중간에 빠져나가는 돈도 많았고 장비와 영약 그리고 허세를 지키기 위한 사치로 쌓인 빚은, 그에게 너무 큰 짐이었다.

연우는 다시 한 번 비웃어 주고 자리에 앉으려 했다.

“제, 젠장. 이렇게 끝낼 순 없 어! 사기야!”

친구들이 그걸 옹호해 줄 리 만 무했다.

“다시 해! 다시!”

“뭐로 하게. 걸 수 있는 게 있 어?”

“차, 차 어때? 자동차는 있겠 지?”

이 녀석. 자기 무덤 파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성훈과 혜림이 한마 디씩 했다.

“여, 연우야. 괜찮겠어? 내가 봤 는데 쟤 포르쉐야. 포르쉐 911.”

“정훈. 그건 너무 없어 보이지 않냐?”

둘 다 연우를 옹호하는 말이었 다. 하지만 연우는 이 재미있는 광경을 꼭, 반드시 보고 싶었다.

“됐어! 남자가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어때 연우?”

이미 못 볼 꼴 다 보였으면서 ‘남자답게’ 타령이다.

“좋지, 조금만 기다려 봐. 내 차 가 좀 멀리 있으니까 오는 데 시 간 좀 걸릴 거야.”

연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여자 친구가 차를 가져온다면서 10분 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동안 정훈 은 자리에 앉아 술을 연거푸 먹기 시작했다.

연우는 동창회 같은 걸 별로 좋 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생각보다 재미있 었다. 앞으로는 정훈이 있는 자리 를 반드시 찾아와야겠다.

‘쇼 타임이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제44편_ 내기가 이렇게 위험합

니다. 여러분(3)

“연우, 괜찮겠어?”

정훈과 친하다고 들은 혜림까지 연우 곁으로 와 묻는다. 연우는 웃으며 괜찮다고 할 뿐이었다.

“뭐, 어때. 이참에 저 녀석 성질 머리 좀 고쳐야겠어.”

“진짜 차는 어쩌게. 차도 부수 게?”

성훈과 철호가 위스키를 따라 줬다. 방금 좋은 구경은 했다지만, 그런 걸 보기 위해 친구인 연우가 곤란한 상황에 빠지길 원치 않았 다.

연우는 별말 없이 술을 먹다 창 밖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도착했다네, 다들 나갈까?”

연우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향 했다.

정훈은 마력으로 취기를 내보내 지도 않고 얼큰하게 취한 상태로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이를 악 물고 눈은 충혈돼 있었다.

자존심이 바닥을 쳤다.

그것도 거지라고 생각했던 연우 에게. 모든 친구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 또 혜림도 옆에 있었다. 같은 팀에 소속돼 있는 사용자였 기에 다른 곳으로 이 이야기가 퍼 질 수도 있는 거다. 혜림이 정훈 보다 약한 것도 아니기에 입막음 을 할 수도 없다.

‘어떻게든 복구해야 해.’

그래야 어딜 가서 할 말이라도 있다. 동창들, 그리고 팀과 회사 까지 말이다. 특히, 레이드 사회 에서 사용자 간의 이야기를 빠르 게 퍼진다.

“흥, 얼마든지 가져와 보라지. 여자 친구? 내 여자 친구가 더 이 쁠 거다.”

정훈도 여자 친구를 불렀다. 차 는 당연히 깔끔하게 부수는 거고 받았던 수표를 다시 연우 앞에 던 질 거다. 거기에 미모나 몸매는 어딜 가도 꿇리지 않는 모델 여자 친구가 있다. 그녀에게 차와 가방 을 잔뜩 사 주며 만나던 여자 친 구다. 당연히 연우의 여자 친구 따위와…….

“연우! 나 왔어!”

우뚝.

정훈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름답다. 서양인 같은데 한국 말이 능숙하다. 9둥신. 들어갈 곳 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왔다. 얼굴은 또 말도 안 될 정도로 예 쁘다.

진짜 여신을 마주하면 이런 느 낌 일까.

“어, 이렇게 불러서 미안해.”

“괜찮아. 나도 자기 보고 싶었 어. 심심하기도 했고7

연우는 이자젤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이자젤의 또 다른 재능을 찾은 것 같았다. 아마 배우를 하 면 굉장히 잘할 거다.

“오오, 연우! 이렇게 예쁘신 여 자 친구분을!”

“헤, 헬로. 나이스 투 미츄 투.”

철호의 칭찬과 성훈의 어색한 인사였다.

“한국어 잘하니까 한국어로 해.”

연우가 잘 해결해 줬다. 둘뿐만 이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의 눈까 지 휘둥그레진 상태였고 옆에 있 던 혜림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 다.

정훈도 마찬가지였다.

“훈이 오빠!”

정훈의 여자 친구가 왔다. 상당 히 아름다운 얼굴과 몸매다. 하지 만 그것도 상대적인 거다. 이자젤 이 옆에 있으니 오징어가 따로 없 다.

정훈이 잠깐 머뭇거리다가 여자 친구를 피해 앞으로 나갔다. 너무 차이가 나 버린 것이다.

“흐, 흥. 어차피 우리 내기는 차 였어!”

“…… 그럼 차지. 언제 바뀌었었 나?”

연우는 어이없다는 듯 물었다.

정훈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당 당하게 걸어 나갔다. 과연 어떤 차일까. 연우가 던졌던 수표면 충 분하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 연우, 네 차는 어디 있 지?”

정훈은 차체가 활짝 열린 롤스 로이스를 바로 앞에 두고 연우의 차를 찾고 있었다.

그래,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 을 거다.

그때 눈치 좋은 이자젤이 롤스 로이스에 훌쩍 올라탔다.

“여기 있어요. 우리 오빠 차예 요!”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자젤 은 800살인데 오빠라니.

“그래, 저게 내 차다. 정훈. 네 차는?”

눈치 없는 정훈의 여자 친구가 불쑥 나와서 포르쉐 911을 탕탕 치며 소리쳤다.

“이거예요! 포르쉐 911. 1억 7,000만 원이나 하는 거라구요!”

보통 차를 잘 모르는 사람은 롤 스로이스보다 포르쉐가 더 비싸고 좋은 차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롤 스로이스는 중후한 느낌이고 포르 쉐는 날렵한 스포츠카 느낌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 롤스로이스는 좀 연식이 된, 그러니까 오래된 차처 럼 보인다는 거다.

“으흠, 그렇다는데?”

연우가 정훈을 바라봤다.

정훈의 눈동자가 심하게 떨렸 다.

“우와아! 이게 뭐야. 롤스로이 스 던 블랙 배지? 대바악. 이번에 마력석 엔진으로 교체되면서 14 억에 출시된 미친 차 아니야?”

“이게 롤스로이스? 미쳤다. 이 걸 두 눈으로 보는 날이 오다니!”

“연우야. 이거 실화냐? 진짜 레 알이야? 어떻게 이게!”

“나 한 번만 태워 주라. 진짜 한 번만. 그게 내 평생소원이다.”

“넌 소원도 참 소박하다. 난 운 전석에 한 번만 앉아 보자!”

그나마 연우랑 친한 친구들이 곁에서 감탄사를 연발했다. 서른 이 된 놈들이지만, 친구들끼리 모 이면 10대가 따로 없다.

정훈은 이미 전의를 잃은 표정 이었다.

연우는 수표 17장을 꺼냈다. 그 러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정훈을 보곤 세 장을 더 꺼냈다. 동정 가득한 표정도 잊지 않았다.

자, 여기서 하이라이트 대사.

“나랑 같이 포르쉐 911 부쉬 볼 사람?”

정훈은 부들부들 떨면서 눈을 내리깔았다. 압도적으로. 처절하 게 짓밟혔다. 변명도 떠오르지 않 았다.

연우는 그런 정훈을 보다 수표 를 집어넣었다. 연우는 친구들을 둘러보곤 외쳤다.

“자자, 들어가서 술이나 먹자.

오늘은 내가 쏠게.

“꺄아아. 역시 우리 오빠! 다 같이 즐겨요!”

이자젤이 더 신났다. 직접 연우 의 친구들을 모두 데리고 라운지 바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연우는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정훈에게 귓속말했다.

“인생은 실전이다. 정훈아.”

비속어는 자제하기로 했다. 이 럴 땐, 담담한 말투가 더 있어 보 이니까.

연우는 그를 지나쳐 라운지 바 로 올라갔다.

이렇게 자랑을 했을 땐, 술 한 번 사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 어 차피 끽 해 봐야 수천만 원 정도 나올 거다.

“연우! 어떻게 된 거야?”

우직하게 생긴 철호가 연우에게 직접 물었다. 다른 친구도 궁금한 지 귀를 쫑긋 세웠다.

“생각보다 농장 일이 잘된 거 지.”

“진짜? 농장이 그렇게 돈이 된 다고?”

“장난이고. 사실 나도 사용자가 됐거든. 지금 한 6단계에서 7단계 사이이려나.”

“대박. 진짜? 난 또 재능 없어 서 귀농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 니었구나?”

철호와 성훈의 말이었다. 다른 친구들도 끄덕인다. 일반인의 상 식에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연 우야 집에서 지원받는 친구도 아 니었고 갑자기 이런 돈을 구할 수 있는 건 사용자뿐이었으니까.

물론, 이 안에 사용자인 혜림도 있었다. 그것도 꽤 고위급 사용자 였다.

“진짜야? 난 네가 활동한다는 걸 들은 적이 없는데.”

혜림이 살짝 취했는지 볼이 붉 어진 상태로 연우에게 말했다.

“난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서.”

“ 소속은?”

“따로 없어.”

“그럼 혼자 뛰어?”

“아니, 아는 몇 명이랑. 운이 좋 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 지.”

혜림은 꿍한 표정으로 더 묻지 않았고 친구들도 잘됐다며 축하해 줬다. 이게 친구다. 정훈같이 남 잘되는 꼴 못 보고, 자기보다 약 하면 밟고 무시해야 하는 그런 놈 은 친구라는 말도 아깝다.

“자, 다들 마시자!”

연우는 친구들이 편하게 마시라 고 라운지 바에서 가장 고급들을 테이블에 쫙 깔았다. 그것도 모두 계산한 후에.

위스키는 로얄 살루트 38년산, 발렌타인 30년산, 조니 워커 블루 위주였다. 아쉽게도 이곳에 더욱 비싸고 좋은 술은 없었다.

‘위스키를 조금 사야겠어.’

이런 곳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위스키가 아닌, 경매로 살 수 있 는 것을 말이다. 연우는 이외에서 샴페인이나 와인도 몇 개씩 깔았 다. 한 병에 최소 50만 원 이상의 술이었다. 이런 술이 테이블에 있 어야 맥주나 소주,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술을 부담 없이 가져다 먹 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뭐야. 왜 다 안 먹고 있어?”

연우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결제까지 하면 쉽게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친구들은 머뭇거리 고 있었다.

“이자젤!”

“예쓰!”

연우가 부르자 이자젤이 무슨 말할지 알겠다는 듯 벌떡 일어났 다. 가끔 멍청한 소릴 하지만, 눈 치는 좋다.

“시작하자!”

“예쓰!”

연우와 이자젤은 길게 늘어진 테이블 끝으로 이동했다.

투둑, 콰드득.

투득, 콰드득.

한 병에 100만 원이 넘는 위스 키, 바에서는 최소 150만 원에서 200만 원은 줘야 하는 위스키의 뚜껑을 따기 시작했다.

“여, 연우! 뭐 하는 거야!?”

“미쳤어! 어차피 그거 다 못 먹 어!”

“왜 못 먹어! 오늘 다 먹고 죽

는 거야!”

하지만 연우와 이자젤은 멈추지 않았다. 테이블에 있는 위스키를 모두 딴 후에 연우와 이자젤은 손 뼉을 마주쳤다. 와인이나 샴페인 은 한 번에 다 못 먹으면 버려야 하지만 다 땄다.

“이제 부담 없이 먹을 수 있겠 지? 못 먹으면 버린다!”

“다들 마셔요! 먹고 죽자!”

그 정도 하니까 분위기가 살아 나기 시작했다. 머뭇거리던 친구 들도 이럴 때 아니면 언제 먹어 보겠냐는 듯 음료를 섞지도 않고 들이붓기 시작했다.

“에라, 모르겠다. 이거 네가 딴 거다?”

“그래 그래. 다 먹어!”

“이야, 연우 멋있다. 잘났다. 시 원하다! 그리고 잘생겼…… 이건 아닌가.”

“뭐야? 하려면 끝까지 해야지!”

“아이고? 어디서 얼굴까지 가지 려 해. 양심이 있어야지. 이 파렴 치한아.”

“ 와하하하.”

그러다 이자젤이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내기하실 분?”

발렌타인 30년산을 들고 흔들 었다.

“무슨 내기?”

혜림이 일어나며 물었다. 이자 젤은 히죽 웃으며 발렌타인 30년 산 하나를 건냈다.

“이거 원 샷!”

“...... 이걸?”

혜림은 고위급 사용자다. 6단계 에서 7단계 사이로 곧 마스터급 이 될 수 있는 천재. 그 정도 경 지에 오른 사용자의 마력은 알코 올에 강한 저항을 지닌다. 하지만 이자젤은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 근접한 투 클래스 마스터. 그것도 설정상 800년이나 수련한 엘프다.

“마력으로 알코올 분해하기 없 고!”

“한 번에 한 병?”

“콜!”

두 여자는 테이블 하나를 비워 자리를 잡았다. 멀리서 지켜보던 연우는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내기를.”

그 말에 성훈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 아마 세상에서 가장 쓸데 없는 내기를 한 건 네가 아닐까.”

“…… 술이나 먹자.”

연우는 술잔을 들었다. 이렇게 비싼 술은 온 더 락으로 먹어야 한다. 아무것도 섞지 않고 얼음과 위스키만으로 즐기는 거다. 얼음 으로 차가워진 발렌타인은 입으로 들어가는 순간 깊은 향을 퍼뜨렸 다. 도수가 높지만 불쾌한 알코올 향은 전혀 없다. 목으로 스며들 듯 사라진다.

“캬아. 좋다.”

이런 위스키에는 과일 안주가 최고다. 위스키 향이 강하기 때문 에 달달한 멜론이나 상큼한 오렌 지가 좋다.

“우오오! 혜림 이겨라! 이겨라!”

“이자젤! 이겨라! 이겨라!”

두 여자는 30년산 하나를 비우 고 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역시 고위급 사용자다웠다. 하지만 혜 림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우와아아! 대단하다! 멋있다! 걸 크러쉬!”

저쪽은 시끄러웠지만, 연우는 조용히 대화하면서 먹는 걸 더 좋 아한다.

“연우야. 그럼 사용자 커뮤니티 도 자주 보겠네?”

“커뮤니티?”

“응. 사용자 라이선스가 있어야 가입할 수 있는 커뮤니티 말이야. 거기서……

성훈이나 철호는 사용자 이야기 에 관심이 많은지 인터넷에서 봤 던 이야기를 연우에게 물었다. 이 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 커뮤니 티는 어떤 곳인지 말이다.

연우는 당연히 할 말이 없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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