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 12-16화 (35/207)

? 2권 12화

제37편_ 조금은 평범한 농장의

일상(5)

연우는 다음 날 아침에도 일찍 일어났다.

카페로 올라가 이자젤이 내려 준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했 다.

농장의 아침은 언제나 부산스럽 다. 카페에서 이자젤과 후름은 청 소하며 원두를 준비하고, 식당에 선 수이니가 재료를 손질한다. 블 랙 카우, 블랙 쿡, 쌍뿔 멧돼지, 다크 아다만티움 슬라임까지는 헤 르메스가 관리한다. 게헨나르는 리젤의 몫이다.

땅. 땅. 땅.

요섭은 망치를 두드리며 쓰리 클래스 마스터를 되찾기 위해 분 주하게 노력 중이다. 이번에 헤르 메스의 성장에 자극을 받은 거다.

한소영 파티는 연우에게 다시 고맙다고 하며 펜션을 떠났고, 간 부들도 마찬가지였다. 헤맨 덕분 에 별문제 없이 해결했다. 저들은 어젯밤의 일을 그저 작은 기억의 파편으로만 간직할 거다.

“오늘은 비가 꽤 오겠군.”

적당한 비는 농장에 활력을 불 어 넣는다.

“슬슬 바꿀 때가 왔나.”

블랙 카우와 블랙 쿡의 위치를 바꿀 때가 됐다.

처음부터 그러기 위해 세 구역 으로 나눴다. 블랙 카우가 있는 곳엔 배설물이 사방에 쌓였고 부 패가 시작되며 벌레가 꼬인다.

연우는 일어나 헤르메스를 데리 고 일을 알려 줬다. 처음엔 연우 가 직접 한다.

음모오!

블랙 카우 우두머리가 연우를 보며 거대한 뿔을 흔든다. 친근감 의 표시다. 헤르메스가 더 친하겠 지만, 길들인 사람은 연우다.

“잘 봐. 본래 1년에 한 번 정도 인데 구역이 작아서 6개월에 한 번은 바꿔 줘야 해.”

“네, 알겠습니다.”

헤르메스는 예전의 권위 의식과 같은 중2병이 사라졌다. 농장 일 에 적응하고 연우의 목줄에 익숙 해진 거다.

“블랙 쿡은 이 시간에 옮기는 게 적당하지. 밤엔 자고 있고 아 침부터 활동하니까.”

잘 때는 연우가 만든 닭장에 들 어간다. 벌써 중닭이 10마리가 넘 어가고 작은 병아리도 20마리는 되는 것 같다.

“슬슬 개체 수를 조절해야겠네.”

연우는 블랙 카우의 울타리로 연결된 문을 열고 닭장을 옮겼다. 꽤 컸지만, 연우의 보이지 않는 손은 어렵지 않게 닭장을 들었다.

꼬꼬꼬!

안에서 울며 날개를 퍼덕였지 만, 입구는 이미 막아 놨다.

“이렇게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카우를 옮기면 돼.”

쉬운 건 아니다. 연우야 블랙 카우를 길들였으니 명령하면 되지 만, 헤르메스는 친밀도를 올려 살 살 달래야 한다.

“한번 해 봐.”

“네, 알겠습니다.”

헤르메스가 블랙 카우에게 다가 갔다. 블랙 카우 우두머리는 이곳 을 자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갑자기 방을 빼라고 하면 싫을 수밖에.

퍼벅! 퍽!

연우는 블랙 카우와 헤르메스가 다투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자리를 옮긴 블랙 쿡은 이곳에 서 블랙 카우의 배설물을 헤집으 며 벌레를 잡아먹을 거다. 이제부 터는 따로 먹이를 주지 않아도 알 아서 자란다.

‘계란은 지속적으로 먹어야겠 네.’

식구도 많은데 잘됐다. 블랙 카 우들 중 임신한 암소가 몇몇 보였 다. 보통 암소와 비슷하게 10개월 정도 걸리니 두고 봐야 한다.

“허억. 허억. 다 옮겼습니다.”

엉망진창이 된 헤르메스가 연우 에게 다가왔다. 힘으론 헤르메스 가 압도적이지만, 절대로 다치지 않게 다루며 친밀도를 해치지 않 는 선에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 었다.

“잘했어. 다음엔 더 쉬울 거야.”

“감사합니다.”

블랙 쿡이 있던 곳도 쿡의 배설 물이 있기에 약간의 휴식기를 가 져야 한다. 그래서 세 번째 구역 으로 옮겼다.

“ 좋아.”

자연친화적인 축사법이다. 고기 나 계란을 얻기 위해. 사업의 방 법으로는 이익이 많이 남지 않아 적합하지 않지만, 연우처럼 즐기 기 위한 사람에겐 최적이다.

헤르메스도 미소를 짓는 게 즐 거워 보였다.

블랙 쿡은 사방에 깔린 먹이에 신이 난 모양인지 퍼덕이며 부리 를 연신 쪼았다. 블랙 카우도 무 성한 블랙 아포프리카를 보며 고 개를 쳐들고 기쁨의 울음소리를 냈다.

“이 기분에 목축을 하는 거지.”

연우는 헤르메스의 어깨를 툭툭 쳐 주곤 쌍뿔 멧돼지가 있는 곳으 로 갔다.

먹이통과 화장실이 양쪽에 있고 중앙엔 그늘과 짚으로 만든 침대 가 있었다.

“이런, 여기만 그늘을 만들었 네.”

블랙 카우는 더위에 영향을 잘 받지 않을 정도의 마력은 있다. 그래도 더위와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 정도는 만들어 줬어야 했다.

“헤맨.”

“네, 주인님.”

“그늘하고 비를 막을 만한 지붕 이 있을까?”

“으음. 아공간이 2단계까지 열 렸으니까…… 잠시만요.”

헤맨이 아공간으로 들어간 지 1분 만에 나왔다.

반도 나무.

손오공이 반도원에서 훔쳐 먹었 다는 그 열매의 나무다. 서유기에 선 3천 년 만에 열리는 열매는 신선이 되고, 6천 년 만에 열리는 열매는 불로장생(不老長生)할 수 있게 되며, 마지막 9천 년에 한 번 열리는 열매는 해와 달처럼 오 래 살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나무는 아스가르드라 는 게임의 것. 연우가 제천대성의 뒤통수를 치고 훔쳐 온 묘목들이 다.

[반도 나무(신선 1급)]

설명 : 손오공이 훔쳐 먹었다는 선경(仙境)의 반도(播桃) 나무. 원 클래스 마스터급의 마력을 모 두 채우면 하나의 반도가 열리며 반도를 먹은 이는 환골탈태의 효 과를 볼 수 있다.

(단, 효과는 단 한 번뿐이다.)

1급뿐이 없어?”

3급이 육체의 노폐물을 제거하 고, 2급이 혈맥과 근육을 청소하 며, 1급이 환골탈태를 겪는다.

“네, 그때 가져왔던 게 1급이었 습니다. 크기도 적당하고 모양도 가장 좋습니다. 비나 해를 잘 막 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하긴, 열매 열리게 하는 것도 힘드니까.”

원 클래스 마스터급의 마력. 최 상급 마력석으로 만든 발전기를 이용하면 금방이겠지만, 굳이 그 렇게 할 필요는 없었다.

“이걸로 하자.”

“네, 성장 촉진제도 가지고 오 겠습니다.”

연우는 Im짜리 묘목 세 개를 들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세 구역의 중앙에 땅을 파고 적당히 심었다. 땅의 영양이나 수분 그리 고 마력까지 완벽한 장소다.

헤맨이 가져온 성장 촉진제를 뿌렸다.

그긍.

땅이 흔들린다. 뿌리가 깊게 자 라고 줄기가 두꺼워지며 위로 솟 는다. 잔가지가 뻗어 나가며 나뭇 잎이 올라온다. 점점 커지더니 블 랙 카우 10마리가 들어갈 정도의 그늘이 만들어졌다.

나뭇잎과 잔가지도 빽빽해서 비 도 잘 막아 줄 것 같았다.

“역시 보기엔 좋네.”

낮엔 보통 나무 같지만, 밤에는 은은한 빛을 낸다. 마치 멀리 있 는 은하수를 보는 아름다움을 선 사한다.

연우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곤 울타리를 나왔다.

이제 다크 아다만티움이 있는 울타리다. 2m는 될 정도로 거대 한 몸집으로 엄지만 한 배설물을 만든다. 울타리 한쪽에 설치된 먹 이 지급기와 배설물 수확기를 확 인했다.

그리고 새로운 할 일을 찾았다.

“역시 이종교배가 최고지.”

연우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 중 하나다. 전혀 다른 종을 합해 새 로운 종을 만드는 건 늘 새로운 흥미를 준다.

업적을 얻기에도 좋고 말이다.

쿠구궁!

하늘에 먹구름이 끼며 습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러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물방울이 떨어 졌다. 점점 굵어지며 나중엔 하늘 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좋았다.

블랙 카우와 블랙 쿡은 반도 나 무 밑으로 비를 피했고 쌍뿔 멧돼 지는 연우가 만들어 준 그늘막으 로 피했다. 연우는 다크 아다만티 움 슬라임을 보곤 살짝 한숨을 쉰 다음, 가서 간단하게 만들어 줬다.

연우의 머리 위엔 투명한 실드 가 비를 막아 주고 있었다.

물의 하급 정령, 운디네가 신이 나서 농장 전체를 날아다닌다. 실 프는 식당 안으로 숨어 버렸다. 이 둘은 상시 소환이다. 살라만더 와 노움은 므깃도에 있다.

비를 보며 생각난 게 있었다.

“파전이나 먹어야겠다.”

그리고 막걸리다. 이종교배를 하려다 갑자기 다른 일이 떠오르 고 그걸 바로 하는 것이야말로 진 정한 농장 주인의 삶이다.

“오늘 일은 내일로 미루라고 있 는 거지.”

연우는 헤맨을 불러서 누룩과 이스트 그리고 쌀을 가져오라고 했다. 제대로 된 농장이라면 그것 까지 만들 수 있지만, 지금 이곳 에선 힘들었다.

연우는 식당으로 들어가 수이니 를 불렀다.

“파전 좀 부탁해도 될까?”

“비 오는 날에 파전이라…… 좋 지.”

연우와 함께했던 전장에서의 시 간은 수이니를 비롯한 많은 엘프 를 한국 사람처럼 만들어 버렸다.

“난 막걸리를 만들겠어.”

술을 만드는 것도 꽤 재미있다.

헤맨이 가져온 쌀을 깨끗이 씻 고 물에 불린다. 그리고 누룩과 이스트를 잘 섞어 물과 함께 다시 불려야 한다. 보통 재료였으면 한 참 걸렸을 작업이지만, 헤맨이 가 져온 거다.

누룩의 기본 재료가 최고급인 것은 당연하고 그중 연꽃이나 연 잎은 천계의 습격을 마무리하기 위해 천계에 침투했을 때 꺾어 온 거다.

향은 물론이고 맛까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이제 솥에 한 시간 정도만 찌

고.”

수이니는 파전 반죽을 다 한 모 양인지 아직 굽지 않고 연우 옆으 로 왔다.

“파전 슬슬 부칠까?”

“한 시간 정도. 그 정도면 막걸 리도 될 거야.”

하얀 연기가 푹푹 올라오기를 한 시간.

연우는 솥에서 꺼내고 뜸을 들 여 고두밥을 만들었다. 약간의 마 법과 정령술을 사용해 식힌 다음 ‘고주망태 항아리’에 물과 함께 고 두밥, 누룩, 이스트를 넣었다.

보통 항아리였으면 2주가 더 필요하지만, 이 마법 항아리는 그 과정을 생략해 준다.

“ 됐다.”

연우는 항아리를 들고 식당 마 루로 갔다.

지붕에서 빗물이 줄줄 흐르고 하늘에선 아직도 두꺼운 빗방울이 떨어진다. 강물은 수위가 높아서 콸콸 흘러가기 시작했다.

수이니가 바싹 구워진 푸짐한 파전을 가져왔고, 때마침 이자젤 과 후름, 리젤까지 식당으로 왔다. 수이니가 부른 모양이었다.

“나머지는?”

“바쁜가 봅니다.”

연우는 울타리 안에서 블랙 카 우의 배설물이 쓸려 가지 않게 정 리하는 헤르메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우는 항아리를 개봉하고 반으 로 쪼개진 호리병박으로 한 명씩 막걸리를 퍼 줬다. 그러곤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 파전을 젓가 락으로 길게 찢어 양념된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었다.

청양고추가 들어간 건지 매콤한 향이 기름과 함께 입안을 감싸 안 았다.

“자, 한잔.”

연우는 잔을 들어 막걸리를 마 셨다.

“크으. 죽인다.”

“역시 비 올 땐 파전이지.”

겉모습은 엘프라 서양인처럼 생 겼지만 하는 말은 토종 한국인이 다. 한 잔, 두 잔 마시며 파전 세 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수이니 가 다시 한 번 파전을 부치러 갔 다.

“이종교배. 이종교배라.”

살짝 올라온 취기에 볼이 붉어 진 연우가 중얼거렸다.

“이종교배하려고?”

후름이 물었다. 연우는 고개를 끄덕이곤 막걸리를 마셨다. 이 항 아리에 담근 술은 사용자의 의지 로 다른 술을 담그려는 게 아니면 무한하게 생성된다.

“업적을 세워서 잠재 능력치도 얻고 재미있기도 하고.”

“재미있지. 그때 연우가 만들었 던 드레이크랑 와이번이었나? 장 난 아니었는데. 날개 달린 드레이 크 수만 마리가 쏟아지는데!”

“맞아. 고작해야 8단계였던 게 원 클래스가 맞붙을 정도로 강해 졌잖아. 또 다른 것도 섞었던 거 지?”

후름과 이자젤이 그때 묻지 못 했던 걸 묻는다.

“사실 바퀴벌레도 섞었어. 성공 확률이 3% 미만이었는데 운이 좋 게도 성공했지.”

연우의 말에 이자젤이 기겁하며 주먹을 쥔다.

“으아아. 그거 바퀴벌레였어? 나 그것들 귀엽다고 쓰담쓰담 했 는데!”

“어쩐지 숫자가 계속 늘어나더 라!”

운이 좋았다. 혹시나 해서 결합 했던 바퀴벌레의 유전자 중에서 ‘번식력’이라는 게 우성 인자로 들 어간 것이었다. 그 덕에 ‘심해의 습격’이라는 초대륙급 이벤트를 쉽게 막을 수 있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제38편_ 하얀 지옥으로의 즐거

운 캠핑!(1)

심해의 습격.

이것도 대륙급 이벤트 중 하나 였다. 한창 엘프들이랑 같이 다닐 때였는데, 바다에서 심해 몬스터 가 지상계를 지배하겠다고 용왕들 과 함께 습격했던 사건이다.

미치도록 싫었던 건, 죽은 심해 몬스터가 썩으면서 냈던 냄새들. 그것까지 제대로 구현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었다. 게다가 숫 자가 얼마나 많은지 죽여도 죽여 도 끝이 없었다.

그때, 드레이크는 심해 몬스터 를 죽이고 먹고 번식하고를 반복 하며 적의 숫자를 줄여 나갔다.

“드레이크가 물고기를 참 좋아 했지.”

연우는 다시 한 번 바퀴벌레를 조합할까 고민해 봤다.

“여, 연우! 절대로. 절대 바퀴벌 레는 안 돼!”

이자젤이 연우에게 소리쳤다. 투 클래스 마스터에 거의 쓰리 클 래스에 육박하는 전투력을 가진 이자젤이다. 그러면서 일반인도 쉽게 죽이는 바퀴벌레와 거미를 가장 무서워한다.

“알았어. 안 할게.”

“자, 파전.”

수이니가 파전을 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무슨 얘기 중이었어?”

“아, 연우가 이종교배한다고 해 서.”

“엑? 또 이상한 거 만들게?”

수이니의 반응에 연우가 소리쳤 다.

“이상한 거라니! 이종교배가 얼 마나 신성한 작업인데.”

이후에도 파전을 먹으며 막걸리 를 계속 마셨다. 이미 몇 항아리 는 먹은 것 같은데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가 연우의 세계라 고 했잖아.”

“그렇지?”

“그럼 이제 우리 세계. 아니, 아 스가르드라는 세계는 못 가는 거 야?”

“웅, 안 들어가지더라.”

캐릭터가 삭제됐다. 동기화가 시작되고 원룸을 정리하면서 한 번 들어가 봤다. 캐릭터는 아예 삭제됐고 새롭게 생성해 들어가 봤지만, 동기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으음. 조금 아쉽긴 하다.”

이자젤이 혀를 내밀며 말을 이 었다.

“여기선 함부로 싸울 수 없는 거잖아? 우리가 함께 전장에 생활 할 때가 좋았는데.”

정말 매일같이 전투의 연속이었 다. 쉴 때는 농장에서 농장 일을 한다. 그러다 대륙급 이벤트에는 빠짐없이 참여하고 새로운 몬스터 가 등장하거나 회귀 몬스터가 발 견되면 바로 날아갔다.

그런 생활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선 전투가 없다.

농장 일뿐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지. 농장 일 도 하고 여기 세상도 구경하면 되 잖아.”

반드시 전투일 필요는 없다. 여 유로운 농장 생활 이외에 분위기 를 환기할 무언가가 있으면 된다.

“캠핑이나 갈까?”

연우가 물었다.

아스가르드 게임에서도 캠핑을 다녔다. 대부분 이벤트로 사냥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었지만 말이 다.

“좋지, 갈 곳은 있어?”

연우는 씨익 웃었다.

“얼마든지. 여기도 꽤 많더라 고.”

이자젤과 후름은 굉장히 좋아한 다. 수이니도 무슨 요리를 할지 생각하며 좋아하는 게 보였다. 천 상 검사라 말투가 차갑긴 해도 이 런 면은 현모양처가 따로 없다.

리젤도 웃으며 술을 펐다. 어쩌 다 보니 막내였다.

우수수 쏟아지던 굵은 빗방울은 점차 가늘어지고 있었다.

연우는 오랜만에 몬스터 시장에 왔다. 이종교배를 하기 위해 적당 한 몬스터와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서였다.

“일단, 마력석을 대량 구매 해 야겠어.”

“네, 알겠습니다.”

연우는 리젤을 대동하고 왔다. 헤맨이 있지만, 사람이 많은 곳에 선 리젤이 대화하기 편해서였다.

연우는 축구장 세 개를 붙여 놓 은 크기의 몬스터 시장 정문으로 들어갔다. 벤틀리를 타고 왔어도 시선 하나 붙지 않던 게 리젤이 내리자마자 모조리 달라붙었다.

지하 1층에 마력석 전문 판매 점이 있었다.

“얼마나 팔려나.”

지하로 내려가자 전광판에 마력 석 시세가 붉고 파란 글씨로 변하 며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보였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변하 는 것이다.

에스컬레이터 바로 앞쪽엔 소량 의 마력석을 파는 상점들이 주르 륵 있었고, 안쪽에 큼지막한 간판 으로 ‘삼송 공식 마력석 판매점’이 라는 곳이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무엇을 도와 드 릴까요?”

입구로 다가가자 깔끔한 옷차림 의 여직원이 연우에게 물었다. 리 젤을 보곤 살짝 놀라는 표정이었 는데 표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는 게 보였다.

“마력석을 대량 구매 하려고 하 는데요.”

“대량 구매는 5번 창구에서 기 다리시면 됩니다.”

연우가 슬쩍 봤는데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인터넷에서도 따 로 팔지 않는 마력석이라 대량 구 매를 원하는 사람이 모두 이쪽으 로 몰린 모양이다.

연우는 자연스럽게 아멕스 블랙 을 꺼냈다.

“이걸로 빠르게 처리 가능할까 요?”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 시겠어요?”

금방 지점장과 직원 두 명이 연 우에게 걸어왔고 VIP실로 자리를 옮겼다. 연우는 자질구레한 인사 치레를 받아 주곤 본론을 말했다.

“마력석이 꽤 많이 필요합니다.”

“혹시 얼마나 필요하신지, 구체 적인 숫자를 알 수 있을까요?”

“음, 6단계에서 9단계까지 있는 대로 다요?”

8단계 9단계는 공급이 항상 부 족하다. 10단계야 십 년에 하나 경매로 겨우 나올 정도니 기대도 하지 않았다.

지점장은 당황하지 않고 테이블 에 설치된 디스플레이를 조작했 다.

“일단, 6단계 마력석은 3만 개 정도 유통할 수 있습니다. 그리 고……

6단계 3만 개. 7단계 5천 개. 8 단계 230개. 9단계 0개였다. 시간 을 들인다면 더 구할 수 있지만, 개인이 구할 수 있는 마력석엔 한 도가 있다고 한다. 이것도 협회에 서 인증하는 사용자 아멕스 블랙 이 있기에 가능한 매입이라고 했 다.

“그거라도 다 살게요.”

“네, 네? 이, 이걸 다요?”

가격은 물어보지 않고 구매 결 정하는 건 돈 많은 자의 특권이 다. 한 번에 이 정도를 사는 사람 은 정말 없을 거다.

“10% 할인과 VVIP 특별 서비 스가 적용돼 총 34억 달러 되겠 습니다.”

6단계 마력석 30,000달러. 7단 계 마력석 300,000만 달러. 8단 계 마력석 500만 달러에서 1,000 만 달러인데 지금 시세는 600만 달러 정도. 9단계는 5억 달러 정 도 된다.

총 3,780,000,000달러였다.

37억 8천만 달러. 한화로 대략 4조 원이 넘는 돈이었다. 거기서 10%보다 조금 더 할인된 건지, 34억 달러에 판단다.

10% 할인이 크긴 하다. 3억 7,800만 달러 할인이면 거의 4,000억 할인인 거다.

하지만 할인된 돈보다는 가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이거 생각보다 센데?’

멋지게 긁으려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이야.

돈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연우 는 아직 수련이 부족했다.

시세를 슬쩍 보니, 1단계는 10 달러, 2단계는 100달러, 3단계는 500달러. 4단계는 1,200달러. 5 단계는 5,000달러밖에 하질 않는 다. 6단계는 5단계에서 6배나 뛴 3만 달러.

3단계는 돼야 레이드로 먹고살 만하다더니 그 말이 맞는 듯했다.

적으면 5인 레이드. 많으면 10인 레이드인데 거의 10인이라고 봐 야 한다. 하루에 많이 잡아서 10 마리를 잡아도 각자 떨어지는 건 50만 원 정도.

체력 물약 하나에 10만 원인데 10마리면 두세 개는 써야 한다. 3 단계 무기 하나 사려면 수백만 원 은 한다. 거기에 무기나 방어구 수리값에 힐러나 탱커가 아니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레이드 뛰 는 게 전부. 게다가 3단계 힐러는 치료받아도 중상이면 일주일 이상 은 쉬어야 한다.

그러다 무기가 한 번 깨지면 적 자고 다음 단계로 오르기 위해선 장비 업그레이드가 필수. 4단계 무기는 1,000만 원은 가뿐하다.

그나마 4단계는 돼야 슬슬 돈 이 모이고 5단계부터는 부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 그리고 6단계 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아니, 중견 기업은 되는 듯하다.

그 이상이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위로 갈수록 몬스터가 강하고 어떤 위험이 도사릴지 모 르기에 위험도는 높아진다.

“단계마다 시세 차이가 엄청나 네요.”

“그렇죠. 마력량은 물론이고 농 도나 저장률이 확연히 다릅니다. 게다가 공급이 따라 주질 않으니 까요. 특히, 7단계나 8단계는 해 외에서 수출하지 않으니 우리나라 에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 다.”

‘이거 마력석 농장을 하나 만들 어야겠어.’

연우가 필요한 마력석은 6단계 이상은 돼야 한다. 슬라임 먹이도 줘야 하고 다른 가축 몬스터도 조 금씩 필요하게 될 거다.

이 정도면 거품일까?

이곳의 사용자 수준을 생각해 보면 적정선일지도 모른다. 8단계 면 십룡이니 뭐니 하면서 영웅이 라고 칭송받는다. 협회장에 그 밑 간부들이 원 클래스 마스터였고 농장의 직원들은 투 클래스 마스 터 이상이었으니 연우가 적응하지 못할 만하다.

‘하긴, 아스가르드 현질 만 원 만 해도 상급 마력석 수십 개는 살 테니까.’

가격이 크니까 아까운 마음이 든 것이었지만, 실상 가격으로 따 지면 게임에서 몇 백 원짜리가 이 곳에서 22조가 된 거다. 그러니 전혀 아까워할 필요가 없었다. 게 임을 접으면서 몇 만 원 받으면서 게임 속 아이템을 팔았으면 땅을 치고 후회할 뻔했다.

“일단, 계산해 주시고 배송까지 부탁해요.”

아무래도 물량이 분산돼 있는 모양이니 한 번에 아공간에 담아 가기는 힘들 것 같았다. 이런 물 량을 사면 시세가 치솟겠지만, VVIP의 특권으로 그 시세와는 상 관없이 구매가 가능했다.

생각보다 쓸모가 많은 카드였 다.

연우는 단번에 결제를 마치고 회귀 몬스터를 사기 위해 이동했 다.

“이곳의 판매 시스템은 편하군 요. 돈을 가지고 도망친다는 생각 도 하지 않는 것 같고. 그 많은 마력석을 단번에 유통할 수도 있 네요.”

연우는 아스가르드가 더 편했다 는 생각을 하면서 물었다.

“네가 살던 곳은 안 그랬어?”

“네, 전혀 안 그랬습니다. 마탑 이나 제국은 가야 수백 개를 겨우 살 수 있을 정도였고. 7단계 이상 은 팔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많은 돈이 움직일 때 는 항상 뒤통수 맞는 걸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연우는 한참 구경한 후. 적당한 몬스터를 구매하고 농장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연우의 보이지 않는 손엔 hn가 넘는 소라게 몬스터와 매직 고스 트라는 마법형 유령 몬스터가 들 려 있었다. 뭘 만들까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이번 캠핑에 꼭 필요한 몬스터 다.

“ 결합(結合)

-‘붉은 뿔 소라게’와 ‘매직 고 스트’를 결합합니다.

-DNA 교합률 25%.

?길들이기 (6단계)

?심안(3단계)이 보정합니다.

-흑마법(3단계)이 보정합니다.

-지배자(1단계)가 보정합니다.

? 정령사(4단계)가 보정합니다.

-DNA 교합률 102%

-100%를 초과합니다.

-이종(異種)교배를 위한 이종 몬스터가 탄생합니다.

?‘마법의 붉은 소라게’가 탄생 합니다.

-가진 능력을 초과하는 업적입 니다.

-잠재 능력치가 1 올랐습니다.

“좋았어.”

잠재 능력치는 올렸다. 그리고 이제 원하는 몬스터를 만들면 된 다.

연우는 ‘용암 크랩’을 집어 들었 다. 30cm가 안 되는 크기의 키틴 질의 소라게인데 용암지대에 서식 하며 마력석 가루만 있으면 어디 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을 생성하 는 능력을 지녔다.

-‘마법의 붉은 소라게’과 ‘용암 크랩’을 교배합니다.

-알맞은 상성을 가졌습니다.

마법진이 올라올 때, 연우가 혹 마법을 사용했다.

“교배 (交配)

다시 한 번 마법진이 올라왔고 몇 개의 시스템 음성이 지나간 후 에야 Im가 넘어가는 새로운 몬스 터가 태어났다. 흑마법과 연우의 능력치가 올라서 그런 건지, 어렵 지 않게 성공할 수 있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제39편_ 하얀 지옥으로의 즐거 운 캠핑!(2)

[마법의 용암 게]

설명 : 마법이 메인 스킬인 ‘용 암’ 속성 소라게 몬스터. 총 세 몬 스터를 조합한 이종교배종.

이제 원하는 놈이 만들어졌다. 잠재 능력치를 더 얻진 못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헤맨.”

“네, 주인님.”

“캠핑 준비하자.”

며칠 전 폰으로 인터넷을 검색 하면서 봤던 곳이 있다.

북극의 ‘새하얀 지옥’이라고 불 리는 죽음의 땅. 최소 6단계 이상 부터 9단계까지의 기본 몬스터가 서식하고, 지구에서 가장 많은 원 클래스 마스터급 몬스터가 서식한 다고 알려진 땅이었다.

“북극이 영하 55도에서 영하 70도까지 내려간다는데.”

“생각보다 추운 곳은 아니군요.”

“근데 몬스터 둥지가 생긴 이후 로 영하 90도까지 내려간다네.”

“그렇다면 준비를 해야겠네요.”

웬만한 생물체는 버틸 수 없는 온도다. 그렇기에 강한 몬스터는 살아남고 약한 몬스터는 죽으며 지옥처럼 무서운 곳이 돼 버린 것 이다.

“거기 하얀 북극여우도 있고 북 쪽분홍새우랑 아이스 크랩도 있다 더라.”

사실 이번 캠핑의 목적은 회귀 몬스터 채집과 맛있는 몬스터 채 집이다. 거기에 농장 식구들의 친 목까지.

“그래서 이 몬스터를 만드신 거 군요.”

헤맨이 바닥을 기어 다니며 주 변에 불을 내는 용암 게를 바라봤 다.

“그래, 보금자리로 써야 하니까 교육 좀 해 봐.”

“알겠습니다.”

역시 헤맨은 척하면 척이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용암 속 성에 소라게 몬스터 특성을 가지 고 있다. 조금만 교육하고 마력석 을 보충해 준다면 그 추운 북극에 서 따듯한 보금자리 역할을 해 줄 거다.

“으음. 무엇을 준비할까요.”

오랜만에 신이 났다.

그 모습을 본 수이니가 무슨 일 이냐고 물었다.

“우리 캠핑 가자.”

“아, 그 캠핑! 어디로?”

연우가 북극에 관해 설명해 줬 다.

“추운 곳은 딱 질색인데. 그래 도 재미있겠네.”

“그렇지? 몬스터 수준도 적당하 고 수집하는 재미도 있겠어.”

6단계부터 원 클래스 마스터급 까지 있는 초고위급 필드를 캠핑 용으로 적당하다고 하는 이는 없 을 거다.

“우리 다 가는 거야?”

“물어보고 가고 싶으면 가는 거 지.”

“그럼 내가 물어보고 올게!”

수이니는 오랜만에 신이 나는지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원래 이 렇게 먼저 나서는 성격이 아닌데 도 불구하고 말이다.

연우는 북극에서 하고 싶은 리

스트를 적었다.

1. 북극에 서식하는 희귀 몬스 터 포획하기.

2. 북극 희귀 몬스터 사육에 필 요한 ‘냉기’ 채집하기.

3. 북쪽분홍새우, 아이스 크랩, 대왕 튜나 잡기.

4. 북극으로 통하는 게이트를 만들고 아지트 꾸미기.

“이 정도면 되려나?”

게이트를 굳이 만들어야 하나 싶었지만, 가끔 먹고 싶은 몬스터 가 있으면 쉽게 넘어가기 위한 통 로가 있어야 했다. 초장거리 워프 는 언제나 힘드니까.

“연우야! 우리 왔어.”

수이니다. 이자젤과 후름이 있 었고 뒤로는 리젤과 요섭이 보였 다.

“헤르메스는 할 일이 많아서 안 된대.”

“ 하긴.”

헤르메스의 열정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이 정도면 나중에 농장 분점 하나를 내줘도 될 것 같다.

“저도 준비 완료했습니다.”

헤맨이 앞으로 상체를 내밀며 상급 마력석을 쥐었다. 한 사람도 아닌 여러 명이 먼 거리를 안정적 으로 가기 위한 게이트 제작을 위 해서 필요한 재료다.

이것도 헤맨이 10단계나 되는 마법의 완벽한 마스터이니 가능한 것.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지하 어장으로 들어가는 입구 옆이었다. 헤맨은 센스가 있었고 연우는 나중에 돌아와서 이곳에 입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하 어장 입구].

[북극 아지트 입구].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연우의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게이트는 완성돼 있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게이트 를 통과했다. 준비를 마친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휘이 이이잉.

강한 눈보라에 드넓은 평야, 곳 곳에 솟은 언덕이 있었지만, 지평 선을 가리진 못했다. 동물은 물론 이고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다.

극한의 추위 때문인 듯 보였다.

연우는 헤맨의 보온 실드를 완 벽하게 둘렀음에도 냉기가 느껴졌 다.

“아우. 추워. 여기 대박인데?”

“그니까. 상상 이상이야.”

요섭이야 아다만티움 슬라임이 본체라 추위를 타지 않고 리젤은 원 클래스 마스터에 나머지 세 엘 프는 투 클래스 마스터 최상급이 다.

당연히 조금 추운 정도.

“허허벌판이군.”

연우가 중얼거렸고 헤맨은 알아 서 적당한 곳을 탐색하기 시작했 다.

“이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바다 와 닿아 있는 빙하 끝이 나옵니 다.”

“ 이동하자.”

일행의 이동은 빨랐다. 연우는 헤맨이 도왔고 나머지는 알아서 이동했다.

헤맨의 말대로 낮고 단단한 지 대에 한쪽엔 끝없이 펼쳐진 바다 가 보였다.

“여기로 하자.”

연우는 오랜만에 빙하를 조각하 며 아지트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 에 잔뜩 기대했다. 이런 극지에서 건설하는 건 꽤 신선한 재미가 있 다.

아직도 강한 눈보라가 시야를 가린다.

“헤맨, 눈보라 좀.”

“알겠습니다.”

헤맨이 살짝 손을 젓자 주변에 실드가 만들어졌다.

“후, 이제 좀 잘 보이네. 빙하 깎을 만한 게 있을까?”

“네, 가져오겠습니다.”

지금 연우의 힘만으로는 빙하를 깎는 게 어렵다. 반듯하게 잘리며 많은 힘을 들이지 않는 장비가 필 요하다.

“여기 가져왔습니다.”

[명왕의 지옥 불검(전설)]

설명 : 죽은 자의 세계의 왕이 사용하던 검. 1만 년에 한 번 채 취할 수 있는 지옥 불의 정수로 만든 검이다. 꺼지지 않는 헬파이 어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거 괜찮지.”

이것도 대륙급 이벤트.

[명왕의 습격을 막아라]라는 이 벤트에서 보스를 잡고 얻은 검이 다. 쓰리 클래스 마스터는 돼야 적당하게 사용할 정도의 검이지 만, 연우에게 여러 장비 중 하나 에 불과했다.

연우는 그 검을 보이지 않는 손 으로 잡고 빙하를 깎았다.

최소 8명은 넉넉하게 들어갈 집을 만들고 싶었기에 부지를 넓 게 정했다.

스으윽.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빙 하가 두부처럼 잘리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3m 정도 위로. 넓이는 가로 10m, 세로 10m다.

“난 집을 만들게. 너회는 모닥 불 좀 키우고 낚시 준비 좀 해 줘.”

“알겠어!”

“내가 불을 준비하지.”

세 엘프. 수이니는 검사고 이자 젤은 마법人}, 후름은 정령사였다. 수이 니는 시퍼런 검 강으로 빙 하를 적절하게 잘라 내고 이자젤과 후 름은 불을 피웠다.

“나도 움직여야지.”

빙하 위에 집을 짓는 건 어렵 다. 하지만 연우에게는 어려울 게 없었다. 명왕의 지옥 불검도 있고 헤맨도 있다.

이런 곳에서 집 지을 재료는 당 연히 블러드 우드가 최고였다. 열 전도율이 0에 수렴해서 보온에 뛰어나다. 물론, 냉기 저항과 강 도에 대한 강화는 필수였다. 거의 아다만티움급의 블러드 우드를 만 들어 냈다.

쾅! 쾅! 쾅!

대신 기초를 박는 게 어렵긴 하 다. 하지만 그건 역시나 헤맨의 마법이 해결했다.

순식간에 집을 완성했다.

2층으로 나뉜 집이었는데 1층 에 널찍한 거실과 방 하나와 화장 실 하나, 2층엔 작은 방 두 개와 화장실 하나를 만들었다.

전기는 중앙에 상급 마력석 하 나를 달아 해결했고 물은 빙하를 녹여 공급하는 마법관망을 살짝 깔았다.

“역시 뿌듯해.”

이곳에 몇 번이나 올지는 모르 겠지만, 단 하루라도 자는 곳은 튼튼하고 안락하게 지어야 했다.

연우는 헤맨에게 시켜 마법의 용암 게를 꺼냈다. 헤맨의 강화와 교육으로 처음 봤던 용암 게와는 전혀 다른 몬스터가 돼 있었다.

[마법의 용암 게]

설명 : 마법이 메인 스킬인 ‘용 암’ 속성 소라게 몬스터. 상급 마 력석과 인첸트 마법으로 강화됐 다. 100년은 마력석 추가 없이 열 기 활동을 할 수 있다.

용암 게를 꺼내자마자 방 안에 온기가 가득 찼다.

밖에선 냉기가 안에선 온기가 찼지만, 블러드 우드에는 전혀 이 상이 없었다. 용암 게는 블러드 우드가 마음에 드는지 이곳저곳을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Im짜리 ‘소라 게’ 모양의 몬스터. 이렇게 보니 꽤 귀엽다. 마력량만 따지면 9단계는 되는 몬스터임에도 불구 하고 말이다.

“후, 됐다.”

연우는 아늑한 집을 두고 밖으

로 나왔다. 겉으로 실드가 생성돼 있지만,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 까진 막지 못했다.

집 앞엔 모닥불이 타닥타닥 타 오르고 있었다. 이런 추위 속에서 도 꺼지지 않는 ‘태양신의 깃털’을 연료로 삼은 덕분이었다.

연우는 블러드 우드를 깎아 벤 치를 만들었고 아공간에서 바비큐 세트를 꺼내 한쪽에 놓고 헤맨에 겐 눈보라를 막을 영구 실드 마법 진을 주변에 설치하라고 했다.

슬슬 정리가 끝났다.

여름에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린 느낌이랄 까. 밖은 추운데 앞은 따듯하다. 가끔 모닥불에서 조금 떨어지면 이불 밖으로 다리를 내놓는 것 같 은 재미도 쏠쏠하다.

뿌우우우.

멀리서 물줄기가 솟으며 거대한 흰수염고래가 보였다. 뒤로 새끼 로 보이는 상대적으로 작은 흰수 염고래 세 마리가 따라가는 게 보 였다.

몬스터가 아닌 일반 동물이었 다.

“이야 대단하네. 그냥 고래 같

은데 여기도 오고.”

“그러게. 역시 자연의 신비란.”

“우리 고래 고기 어때요?”

“미쳤어!”

눈치 없는 후름의 말에 수이니 와 이자젤이 잔인한 놈이라고 소 리 쳤다.

“아니야. 내가 먹고 싶었던 게 있으니까 그거 먹자.”

아이스 크랩. 하얀 껍질을 가지 고 길이만 50cm가 되는 어마어마 한 크기를 가진 게다. 북극에 서 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힌다.

현재 북극은 지옥 그 자체다.

처음부터 대륙이 없는 빙하 그 자체였지만, 50년 전 몬스터가 쏟 아져 나오고 북극에 강력한 몬스 터가 자리 잡았을 때, 어마어마한 냉기가 북극 빙하를 두 배까지 늘 려 버렸다.

수위가 낮아진다는 말이 있었지 만, 강력한 마법의 힘인지 그런 일은 없었다.

휘이이이잉.

강한 눈보라에 눈을 밟는 소리 도 들리지 않았다.

“후욱. 후욱. 제이미. 정신 차 려.”

“후우욱. 후우욱. 네, 안 잡니 다.”

“자면 끝이야. 지금 피가 얼고 있는 거라고.”

“네, 네. 후욱. 알겠습니다.”

대답은 하지만 힘이 없는 영어 대화였다.

새하얀 눈밭. 끝이 보이지 않는 눈보라 속에서 8명이 걷고 있었 다.

“빌어먹을. 장비를 착용했는데 왜 이렇게 추운 거야?”

“‘파이어 스틸’을 더 터뜨릴까 요?”

“안 돼. 몇 개 안 남았잖아. 목 적지에 갈 때까지만이라도 아낀 다.”

“후욱. 후욱. 너무 춥습니다.”

영하 90도다. 평범한 인간은 당 연히 버티지 못하고 사용자라도 5단계 이하는 장비를 착용해도 버틸 수 없다. 그나마 이곳에 모 인 사용자가 7단계에 장비까지 착용한 이들이기에 겨우 숨이 붙 어 있는 거다.

“저기 보인다! 조금만 더 힘내.”

미국에서 북극에 세운 연구 기 지다.

30년 전에 세웠던 기지로 매년 새로운 7단계 이상의 사용자를 대원으로 뽑아 보낸다. 희귀한 몬 스터를 연구하며 지속적으로 인력 과 장비를 늘려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조성한다는 목적이었 다.

비행기나 차량이 올 수 없는 곳 이다. 일주일 정도를 도보로 이동 해야 한다. 추위도 문제지만, 최 소 6단계 이상의 몬스터가 득실 거리는 곳.

그동안 노하우가 있어 안전하게 왔다고 하지만 이미 2명이 죽은 후였다.

그때였다.

화아아악!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력한 바람과 함께 눈의 폭풍이 몰아쳤다.

“끄아악! 줄 잡아! 절대 놓치지 마!”

“잡아! 놓치면 죽는 거야.”

“으아아악!”

그들은 정신을 잃고 눈의 폭풍 에 휘말렸다. 모두 7단계 사용자 였기에 당장 목숨을 잃지는 않겠 지만, 이대로라면 피가 어는 건 시간문제였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제40편_ 하얀 지옥으로의 즐거 운 캠핑!(3)

연우는 북극 아이스 크랩을 잡 기 위해 낚싯대를 던졌다.

“여기에 그 아이스 크랩이 있다 는 거지?”

“응. 좀 깊이 들어가야 하지만, 맞을 거야.”

타닥 타닥.

모닥불이 타들어 간다.

등을 쬐는 중이라 얼굴은 차갑 지만, 밖보단 훨씬 훈훈하다. 이 자젤과 후름은 연우 옆에 나란히 앉아서 찌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뒤에선 수이니가 게를 찔 준비 를 하고 리젤과 요섭은 그런 수이 니를 돕고 있었다.

“이것 좀 씻고. 요섭 넌 이것 좀 썰어.”

“알겠습니다.”

역시 분위기가 좋다.

앞으론 새하얀 눈이 내리는 바 다가 보인다.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드넓은 바다. 간간이 흰수 염고래의 모습이 보였고 몬스터화 된 북극곰이 이곳을 살짝 바라보 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는 모습 도 보였다.

팽!

연우의 낚싯줄이 팽팽해졌다. 연우는 빠르게 당겼고 보이지 않 는 손을 이용하며 어렵지 않게 건 져 낼 수 있었다.

하얀 껍질에 성인 팔뚝만 한 집 게. 50cm가 넘는 몸통까지. 집게 와 입에 연우의 낚싯바늘이 들어 가 있었다.

“좋았어!”

이게 바로 손맛이다. 연우의 보 이지 않는 손에 꽉 잡힌 아이스 크랩이 도망가려 했지만, 수이니 가 빠르게 식칼의 등으로 내려친 다.

쾅!

검기까지 쓴 것으로 보아 조금 세게 친 것 같지만, 이 녀석도 만 만한 몬스터는 아니니 괜찮을 거 다.

“부탁해.”

연우는 수이니에게 맛있는 음식 을 부탁했다.

역시 첫 아이스 크랩은 찜이다. 시간도 필요하고 이렇게 추운 곳 에선 푹푹 올라오는 수중기를 보 는 재미도 있으니까.

“좋아. 나도 꼭 낚겠어!”

이자젤이 주먹을 쥐며 결심했 다. 후름도 지지 않겠다는 듯 낚 싯대를 다시 건졌다가 던졌다.

다음은 이자젤이 잡았고 그놈은 직화 구이를 위해 모닥불 위로 올 라갔다. 다음엔 후름이 아이스 크 랩이 아닌, 3m짜리 참치를 건져 올렸다.

당연히 보통 참치가 아닌, 몬스 터인 ‘대왕 튜나’. 무슨 몬스터 이 름을 이렇게 대충 지었냐고 묻는 다면, 연우는 모른다. 처음 발견 한 사람이 ‘귀차니즘’일 거라는 예 상만 할 뿐이다.

“참치 회도 먹겠네.”

수이니는 3m짜리 대왕 튜나. 말 그대로 대왕 튜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작느냐고? 당연히 이 튜나가 새끼이기 때문이다. 다 자 라면 10m가 넘어간다.

그리고 새끼 대왕 튜나는 맛이 좋다.

“마력석은 적출해서 모아 놓고.”

“오케이.”

수이니는 생긴 건 백인이고 종 족은 엘프인데, 말하는 건 완전 한국 사람이다.

수이니가 검기를 일으켰다. 새 끼지만 6단계는 되는 몬스터다. 당연히 단단한 표피를 가지고 있 다.

스윽. 스윽.

수이니가 참치 해체를 시작했고 구이로 올라간 아이스 크랩은 고 소한 냄새를 풍기며 빨갛게 익어 가고 있었다.

그때 였다.

“어? 연우. 저기 뭔가 떠내려

오는데?”

“…… 사람인가?”

“사람 맞네. 여긴 사람도 바닷 속에서 사는 거야? 와, 대단해.”

이자젤이 멍청한 소릴 했지만, 연우는 떠내려 오는 사람에게 눈 이 가 있었다. 아직 체온이 있고 심장이 뛴다.

“헤맨.”

헤맨은 바로 마법으로 그 사람 을 데려왔다. 거리가 꽤 있었지만, 헤맨에겐 아무런 장애가 될 수 없 었다.

툭.

모닥불 옆으로 내려다 놨다. 30 대 중반의 남성이고 전신엔 냉기 저항이 있는 장비로 떡칠했다. 다 별 볼일 없는 장비였지만, 7단계 정도 되는 사용자에겐 생명줄일 거다.

“헤맨, 힐 좀 해 주고. 요섭은 들어가서 옷이나 갈아입혀.”

헤르메스와 요섭을 주려고 산 옷이 아공간에 꽤 있다.

“알겠습니다.”

헤맨이 힐을 하게 됐다. 어떻게 숨만 붙어 있으면 죽지는 않을 거 다.

연우는 먼 바다를 바라봤다.

이 사람이 과연 혼자 왔을까? 옷에 끊어진 줄이 보인다. 어딘가 에 조난자가 더 있을 거다.

“헤맨, 분신 하나 보내서 조난 자를 찾아봐.”

“알겠습니다.”

만약 연우가 직접 움직여야 하 거나, 약간의 위험이라도 있으면 구출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헤 맨 분신 하나면 간단히 해결된다.

조금 귀찮아질 수 있다.

그래도. 한 점의 희망조차 보이 지 않을 것 같은 이곳에서 그들은 희망을 품고 있을 거다. 가끔은 기적이 일어난다는 걸 보여 주고 싶기도 했다.

“사람이 좀 늘어날 것 같으니 까. 아이스 크랩을 더 잡자.”

“좋지. 나도 저 무식하게 큰 참 치 말고 아이스 크랩을 잡고 싶다 고!”

“흥. 넌 못 잡을걸. 아이스 크랩 을 아무나 잡는 줄 아니?”

이자젤과 후름은 서로 이렇게 노는 게 재미있는 모양이다. 연우 는 모닥불을 늘리고 앉을 곳도 더 만들었다.

“냉기도 채취해야겠어.”

“속성 저장석을 꺼낼까요?”

헤맨이 물었고 연우는 끄덕였 다.

속성 저장석. 냉기, 화염, 전기 등등의 속성 자체를 끌어모을 수 있는 저장석이다. 따듯한 연우의 농장에 북극 몬스터를 키우기 위 해선 필수적인 장치다.

인위적인 마법으로 냉기를 만들 순 있지만, 순수한 북극의 냉기와 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연우는 헤맨이 꺼낸 저장석을 들고 근처의 헤맨이 친 실드 밖으 로 나갔다. 연우 몸 자체엔 헤맨 의 보온 실드가 있지만, 그래도 추웠다.

“개방(開放).”

연우의 시동어에 주먹만 한 저 장석이 빛을 뿜었고 주변의 냉기 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휘이 이이잉!

빠르게 빨려 들어간 냉기로 저 장석은 금세 가득 찼고 주변은 훈 훈하게 변했다. 속성 자체를 빨아 들인 거라, 주변에 냉기가 차기엔 시간이 필요할 거다.

“반경 1km 정도는 흡수한 거 지?”

“네, 아마 3개월은 걸릴 겁니 다.”

물리학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 다. 보통은 바다에서 물을 한 바 가지 퍼낸 것처럼 바로 채워져야 한다. 하지만 이건 환경이나 대기 를 구성하는 마력 그 자체다.

그래서 이 근처는 냉기 자체를 잃은 상태고 농장에 설치할 냉기 구역은 저장석의 냉기로 10년은 보충이 필요 없는 구역을 설정할 수 있을 거다.

‘그러고 보니, 후쿠시마 방사능 도 빨아들일 수 있겠네.’

듣기로 연간 수조 원. 30년 이 상 걸리고 총액은 300조에서 700 조까지 든다고 한다. 차라리 연우 가 그걸 받고 그곳을 해결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 다.

한 번에 해결하지 말고 30년 정도 천천히 해결하면 일본의 목 줄을 쥘 수 있는 거고 돈벌이도 쏠쏠할 거다.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연우는 냉기를 저장한 저장석을 아공간에 집어넣고 아지트로 향했 다.

실드를 통과하자마자 구수한 냄 새가 코를 점령했다. 찜 하나가 거의 완성이고 구이도 하나 완성 이다. 거기에 참치 머리 구이까지.

또 추가 손님을 위한 아이스 크 랩 찜이 두 개 더 들어가고 구이 도 두 개가 추가된다.

“요섭. 소주 준비하자.”

“네!”

역시 게와 참치에는 소주다.

뭔들. 어울리지 않겠냐마는.

북극 환경 몬스터 전문가 제이 미는 이번 미국의 북극 연구소로 향하던 도중 조난됐다. 거대한 눈 의 폭풍이 그들을 덮쳤고 8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끈을 강하게 잡았지만, 끈도 버 티지 못할 폭풍이었다는 거다.

“끄웅.”

손과 허리 밑으로 감각이 없었 다. 배에서부터 차가운 냉기가 올 라오고 축축한 게 느껴졌다. 제이 미는 고개를 힘겹게 내렸다.

“퍽! 젠장 할!”

욕설이 절로 나왔다. 배에 구멍 이 뚫렸다. 그냥 냉기만으로 서서 히 아니, 늦어도 10분 안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배 에 이런 구멍까지.

당연히 죽게 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어떤 동굴에 빠진 것인지, 눈보라는 없었다.

“후욱. 후욱. 이런 곳에서 죽다 니. 이 냉기의 원인을 거의 알아 냈는데!”

미국은 북극을 점령하기 위해 냉기를 줄이고 몬스터를 토벌하기 위해 이 연구소를 세웠다. 그리고 드디어 그 비밀을 알아내기 직전 이었다.

그 때문에 제이미가 이곳으로 향한 것이고.

그런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게 되다니. 당연히 억울할 수밖에 없 었다.

“흐음. 여긴가?”

무언가 익숙한 언어가 들렸다. 영어는 아니다.

“한국어?”

“여기가 맞군.”

제이미는 혼혈이었다. 아버지가 미국인 어머니가 한국인. 그래서 조금은 한국어를 할 줄 안다.

절망했던 제이미는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소리쳤다.

“여기, 여기예요! 살려 주세요!”

“네, 금방 갑니다.”

푸욱. 푸욱.

주변의 가득했던 얼음들이 사라 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빛이 제이미의 눈에 가득 찼다. 순간, 배에서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더니 정신을 잃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제이미는 깊은 잠에 빠져 꿈을 꿨다. 고향에 돌아간 제이미는 부 모님과 동생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따듯한 랍스터찜과 구이. 그리고 참치 머리 구이......?

그건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음식이었다.

“ 웅?”

눈이 떠졌다. 훈훈했다. 따듯함 과 상쾌함이 전신에 가득했다. 눈 앞엔 아름다운 여성들과 배우 뺨 치는 외모의 남성이 보였다.

그리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한 명의 오징 아니, 동양인이었다.

“정신 들어요?”

“…… 여, 여긴 어디죠? 난 분명 히 조난이……!”

“제이미, 진정해. 우린 구출됐 어. 여기 이분들이 구해 준 거야.”

동료 스미스의 목소리였다. 제 이미는 정신이 들며 구멍이 뚫렸 던 배를 만졌다. 깨끗하게 치료됐 다. 감각이 없던 하반신에도 감각 이 돌아왔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9단계 이 상의 힐러가 아니면 신경까지 연 결할 수 없다.

“하반신은 그냥 얼어 있던 거였 어요.”

아까 그 오징어 아니, 동양인이 말했다.

“그, 그런가요?”

그거라면 이해가 된다.

동상과 신경의 연결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킁킁. 맛있는 냄새가 풍긴다. 배가 음식이 필요하다며 소리를 질렀고 눈엔 거대한 아이스 크랩 찜과 구이가 보인다. 한쪽엔 새끼 대왕 튜나의 머리가 지글지글 구 워지고 있었다.

“여,여긴 천국인가요?”

제이미의 진지한 소리에 곳곳에 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제이미. 밥 먹자.”

제이미의 동료가 말했다. 그제 야 제이미는 상처를 잊고 일어날 수 있었다.

시끌벅적했다.

여긴 북극이다. 하얀 지옥이라 불리는 극지. 밖을 둘러보니 그곳 이 맞다. 분명하다.

거대한 실드가 막고 있는 게 보 인다. 그 밖엔 거친 눈보라와 보 기만 해도 살 떨리는 냉기가 지배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아니다. 따듯하다. 붉은 나무로 된 집도 있고 모닥불이 있다.

모닥불은 꽤 컸는데 그 위엔 직 화로 구워지는 아이스 크랩과 대 왕 튜나 머리가 보인다. 같이 이 곳을 향하던 동료 8명. 그리고 이 곳에 원래부터 있었던 것처럼 보 이는 사람 6명이 둘러앉아 음식 을 먹는다.

그리고 한쪽엔…… 소주가 있다.

이런 곳에서 한국의 명주(名酒) 를 보게 될 줄이야.

또, 아이스 크랩과 대왕 튜나는 어떤가. 7단계 이상은 하는 몬스 터 들이다. 이걸 잡으려면 8단계 이상의 사용자들이 10만 톤급 이 상 대형선 위에서 레이드를 해야 한다. 식용으로 쓸 가격? 부르는 게 가격이 아니라, 얼마를 불러도 평생 한 점 먹기 힘든 게 이 몬스 터다.

“…… 여기 진짜 천국 아닌 거 죠?”

다시 한 번 묻는 제이미였다.

“자, 한잔 하세요.”

연우가 제이미에게 잔을 줬다. 제이미는 두 손으로 받아들고 소 주를 받았다.

쫄쫄쫄.

술 따르는 소리가 귀르가즘을 선사한다.

찜과 구이의 향기는 코르가즘.

눈에 보이는 미남 미녀들은? 안 구가즘인가.

이제 혀르가즘을 선사할 차례 다. 모두 바보 같다고 웃긴 하지 만, 여긴 천국이 분명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제41편_ 하얀 지옥으로의 즐거 운 캠핑!(4)

연우는 시끌벅적한 캠핑 현장을 둘러봤다.

아주 좋다. 원래 캠핑이란 이런 거다.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그 들의 이야기. 음식과 술을 나누는 거다.

“그렇게 7단계가 딱 됐죠! 완전 운이었어요. 검이란 신체의 연장 선이고 일부다, 모두 그러잖아요? 근데 그게 아니고 그냥 도구는 도 구일 뿐이라는 걸 인지하고 제 감 각이 검을 떨어져 나갈 때. 깨달 음을 얻었죠.”

제이미의 동료 스미스의 이야기 다.

영어였지만, 헤맨의 광역 번역 마법 덕분에 아무도 어색하지 않 게 대화가 된다. 서로 자국의 언 어를 쓰면서도 말이다.

이곳에 모인 모두 7단계 이상 이다. 한 명이 8단계로 보이는데 그리 큰 격차는 없어 보였다.

폴폴.

찐 아이스 크랩에서 아직도 수 증기가 나온다.

그사이를 비집고 포크로 살점을 푹, 찔러 입속에 넣는다. 동시에 연우가 잔을 들고 ‘짠’을 외친다.

꿀꺽. 쩝쩝.

개운한 소주 한 모금. 짭짤하며 부드럽고 진한 향이 돋보이는 아 이스 크랩의 살점. 연우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참치 머릿살을 발라 입으로 넣었다.

“캬. 그런 식으로 7단계가 됐어 요? 그래도 마력량이라는 게 받쳐 줘야 하잖아요.”

“그렇죠. 6단계에서 벽에 막힌 지가 10년이 됐었는데 마력은 부 족하지 않았죠. 6단계로 번 돈은 모두 영약에 쏟아부었다니까요. 그래서 모은 돈이 하나도 없어요. 영약이 얼마나 비싼지……

술이 더 들어가고 요리도 반쯤 먹었을 때였다.

연우가 이곳에 왜 왔는지 물었 다. 그 물음엔 제이미가 입을 열 었다.

“북극 이상 기상 현상이죠. 미 국에서 북극의 땅을 사람이 생존 할 수 있는 땅으로 만든다고 했잖 아요.”

“으음. 그게 인간의 힘으로 해 결할 수 있는 거예요?”

연우가 물었다. 정말 궁금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하 다는 결론이었는데, 최근 연구 결 과에서 작은 가능성이 발견됐어 요.”

“제이미, 그건 기밀인데.”

“뭐, 어때요. 여기 사람들이야말 로 더 큰 기밀 같은데.”

이들이 왜 이곳에 있고 이 몬스 터를 어떻게 잡았는지 물었지만,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본능적으 로 자신들은 상대도 되지 않는 강 자들. 최소한 원 클래스 마스터들 이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혹시 알아요. 여기 이분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연우는 딱히 도와줄 생각은 없 었다. 사람이 살 환경으로 만든다 는 건 이 냉기를 없앤다는 건데, 연우에겐 이 냉기가 있는 편이 좋 다.

“그래 그래. 뭐, 기밀이라고 해 봐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게 될 테니까.”

“그래요. 어차피 곧 공표될 거 잖아요.”

제이미는 연우에게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

“사실, 이 모든 냉기의 원인은 북극 중앙에 있는 원 클래스 보스 몬스터라고 해요. 곧 전 세계에서 원 클래스 이상의 사용자를 모집 해 토벌할 생각이고요.”

“ 으음.”

연우는 신음을 흘렸다.

연우도 대충은 가늠하고 있었 다. 그런데 과연 이들이 그 몬스 터를 잡을 수 있을까? 원 클래스 보스라고 하지만, 환경적 유리함 이 있다.

게다가 보스 몬스터는 혼자 서 식하지 않는다. 필드를 구성하고 주변으로 종속적 몬스터를 뿌려 보호한다.

이곳은 더할 거다.

“으음. 그럼 이건 어때요.”

연우가 대안을 물었다.

이들에게 결정 권한이 없는 건 안다. 하지만 의견을 물을 권한 자격 정도는 있을 거다.

연우는 잔에 넣었다. 역시 전혀 느껴지지 다. 뒤론 집게

있는 소주를 털어 차갑다. 알코올이 않을 정도로 말이 살을 뭉텅이로 집 어 입으로 쏙 넣었다.

역시 이 맛은 포기할 수 없다.

씨익 웃은 연우는 설명을 시작 했다.

연우의 계획은 별거 없었다.

[필드 유지 장치]라는 걸 빌려 주는 거다.

북극 전체를 점령할 필요는 없 다. 반경 10km 정도의 상대적으 로 따듯하고 더 낮은 단계의 몬스 터와 일반인이 생존할 수 있는 환 경을 만들어 주는 거다.

대신, 그 필드에서 생산되는 마 력석의 90% 이상을 넣어야 하고 이상을 넣으면 필드가 넓어진다. 그 양이 줄어들면 반경도 좁아진 다.

“저, 정말입니까?”

“그게 가능한.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 로 놀라고 있었다.

“가능합니다. 대신, 사용료 정도 는 받을 겁니다.”

연 사용료 1조 원. 반경 1야mi 의 사용료다.

물론, 그 뒤에 북극 중앙에 서 식하는 보스 몬스터의 위험성을 알려 줬다. 이 온도를 미리 올리 지 않는 이상. 원 클래스 10명 이 상에 투 클래스 마스터에 근접한 사람이 있어야 가능성이 있다.

그들은 주변 필드 온도를 영하 180도까지 내릴 능력이 있다고 말이다. 그 말에 모두가 사색이 됐다. 몬스터의 무력보다 낮은 온 도가 더 무섭다는 거다.

“1조에 반경 10km. 그리고 획 득한 마력석의 90% 이상이라.”

언뜻 보면 미국에서 큰 손해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30년 동안 아무런 진전 없이 쏟아부은 돈만 해도 100조 가 넘어간다. 1년에 3조 이상의 돈을 썼다는 거다. 성과가 있으면 말도 안 한다.

방한 방비만 잔뜩 만들었고 빙 하 지대를 샅샅이 뒤진 것 정도 다. 거기에 7단계 이상의 사용자 가 많이 죽었다는 것도 문제다.

마력석 생산량에 90%. 그 필드 에 몬스터가 얼마나 생성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 수조 원. 10% 만 해도 수천억 원은 된다.

어차피 이걸로 남겨 먹을 생각 은 없다.

‘사냥한 사용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없다. 하지만 그건 미국에서 감 당해야 할 일이다.

결국, 들어가는 돈은 비슷하면 서 반경 10km의 땅을 사용한다. 대략 계산만 해도 3,000만 평이 다. 그 정도면 전진 기지를 세우 고 고단계 사용자의 희생 없이 안 전한 도로를 세울 수 있다.

“하겠습니다. 반드시 결정 권한 을 받고 오겠습니다.”

“그러죠. 저흰 여기서 기다릴 거예요.”

“정말 그 설명대로 되는 거 맞 죠?”

당연히 쉽게 믿지 못할 거다.

“맞아요. 이 공간을 봐요. 지금 은 좁지만, 생산량의 90%를 넣으 면 그 정도 크기를 유지할 수 있 을 거예요.”

“그런데 100%. 절대량이 적어 도 그 크기가 유지되는 건가요?”

100개일 때 90%와 1,000개일 때 90%는 당연히 다르다. 어떤 원리인지 모르겠지만, 물리학적으 로 당연히 틀린 말인 건 맞다.

하지만 이건 물리학이 아니다.

마법, 기본 상식이 통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

“그럼요. 원래 마법이란 게 그 런 거죠.”

연우는 그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작은 실험을 보여 줬고 밤새 여러 대화를 나눴다. 한참을 떠든 후에야 그들은 연우의 말을 믿었 다.

다음 날, 그들은 바로 떠날 채 비를 했다. 베테랑들이었다. 자신 의 지도와 주변 지형을 보더니, 방향을 금방 잡았고 더는 지체하 지 않겠다는 듯 출발했다.

연우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웃었다.

“연우. 그거 거짓말이지?”

“뭐가?”

“90% 이상 넣어야 한다는 거.”

“흐흐. 당연하지. 그거 우리 농 장으로 오는 워프 게이트랑 속성 저장석 섞은 건데.”

“그럴 줄 알았다!”

이자젤이 이제야 알았다는 듯 웃었다.

사실, [필드 유지 장치]라는 건 마력석이 전혀 필요가 없다. 그러 니까 마력석 90% 모조리 연우에 게 전송되고 냉기는 속성 저장석 에 저장돼 연우에게 전송되는 거 다. 결국, 잃는 건 하나도 없이 편하게 마력석과 냉기를 모을 수 있게 된 거다.

거기에 사용료 1조 원. 연우에 게 연금이 돼 줄 거다.

“이 사기꾼!”

“사기꾼이라니, 이 정도면 후하 게 쳐줬지. 아, 헤맨. 이 북극 중 앙 보스 몬스터 살짝만 강화해 놓 고. 한 10년은 접근하지도 못하 게.”

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고다.

미국을 도와준다는 핑계로 명분 과 영향력도 챙기고 사용료와 필 요한 마력석을 꾸준히 공급받는 다. 이 냉기에서 서식하는 ‘아이스 크랩’이나 ‘대왕 튜나’ 등의 희귀 하고 맛있는 몬스터를 지킬 수 있 다.

‘거의 일석 삼조네.’

사용료는 한국 지부 협회장 이 진철을 통해 받는다. 게이트는 무 기물만 올 수 있기에 사람이나 몬 스터는 들어오지 못하니 문제도 없다.

“그건 너무하는 거 아니야?”

“너무하긴, 미국은 사용료로 3 조를 달라고 했어도 줬을걸?”

연우는 아침에 다시 데운 집게 살을 게 내장에 푹 찍어 먹었다.

맛이 기가 막힌다.

땅이란 게 그렇다. 연우도 확신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밀크쉐이 큰가 뭔가 하는 사람이 연우의 상 급 마력석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안전지대를 만든다는 걸 보고 확 신했다.

땅은 자원이자 힘이며 권력이 다.

미국이 북극에 100조에 달한 돈을 사용했고, 다른 나라도 북극 구석구석에 연구 기지를 세우고 엄청난 돈을 투자하고 있다는 기 사도 있었다.

“게다가 이 아이스 크랩을 포기 할 순 없지.”

온도가 확 내려가면 이곳의 생 태계는 변한다. 이 아이스 크랩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리고 이 정도 필드의 90%? 수십조 원을 가뿐하게 넘기는 엄 청난 양의 마력석이 계속 들어올 거다. 보스를 강화하면서 몬스터 도 많아질 테니까.

아마 저들은 연우가 생각하는 것에 10% 정도 규모로 생각했을 거다.

“뭐, 어쩌다 보니 한 가지 문제 가 해결됐네.”

어쩌다 보니 마력석 농장을 만 들어 버렸다. 그것도 무인 설비가 된 최신식으로. 아마 10년은 문제 없이 마력석이 쌓일 거다.

캠핑 2일째다.

첫날은 아이스 크랩과 대왕 튜 나를 먹었고 조난자를 구해 미국 과의 거래를 텄다. 거의 압도적으 로 연우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나머지 세부 조항에 관한 일은 이진철 협회장에게 일임했다. 보 안 서약과 동시에 협회의 힘을 이 용해 거래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 한 결정이었다.

미국이나 연우 모두 만족스러운 거래가 될 거다.

협회장은 이 일로 권력을 한 단 계 더 잡을 수 있다며 고맙다고 전했지만, 연우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귀찮아서 무시했다 는 게 맞다.

“오늘은 희귀 몬스터를 채집해 야겠어.”

“농장에서 키울 거지?”

“그래야지. 첫 번째 후보는 ‘붉 은 귀 북극여우’다.”

이름은 귀여워 보이지만, 절대 로 그렇지 않은 7단계 몬스터다. 피처럼 보이는 붉은 귀를 미끼로 사용해 몬스터를 유인한 다음, 떼 를 지어 사냥해 버린다.

‘생긴 건 무지하게 귀여운 북극 여운데.’

그리고 다음 후보는 북쪽분홍새 우다.

정확한 명칭은 ‘롱 스틱 핑크 쉬림프’. 일명 긴 막대기 분홍 새 우인데, 꼬리 끝에 긴 막대기와 같은 곳에서 독침을 발사해 몬스 터를 사냥하는 7단계 몬스터다.

이것도 아이스 크랩만큼 맛이 기가 막힌다.

“오늘 저녁은 대하구이. 아니, 북쪽분홍새 우구 이 다.”

연우는 바로 움직였다. 요리를 딱히 할 게 없는 수이니와 마법사 이자젤을 데리고 움직이기로 했 다. 후름은 남아서 농장에 데려갈 아이스 크랩을 더 잡고 리젤과 요 섭은 후름과 함께 있기로 했다.

그럼 가자.”

연우가 실드 밖으로 날아갔고 수이니와 이자젤이 따라왔다. 연 우는 아직 힘을 모두 찾지 않아서 헤맨의 힘을 빌려야 했다.

한참을 이동한 후에야 빨간 귀 북극여우 무리를 발견할 수 있었 다. 한 쌍의 붉은 귀가 피가 떨어 진 것처럼 새하얀 벌판에 올라와 있었는데, 야릇한 피비린내까지 나는 듯했다.

“이야 저거 대단한데?”

“생긴 건 무지하게 귀여운데, 사냥하는 방법이 무섭네.”

“저렇게 우릴 보고 있는 건, 사

냥감으로 알고 있다는 건가?”

그게 맞았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연우는 빠르게 다가갔다. 도착 하자마자 튀어나오는 북극여우들 을 이자젤의 마법과 수이니의 검 이 쳐 냈다.

“다섯 마리 정도만 데려가자. 암컷 4마리에 수컷 1마리. 가장 강한 놈으로.”

수이니의 검에 맞아서 벌벌 떨 고 있는 다른 녀석보다 조금 더 큰 북극여우가 보였다. 우두머리 로 보였는데, 꼬리를 말고 쌔액쌔 액 힘겹게 호흡만 유지하고 있었 다.

“좋아. 다음은 북쪽분홍새우다.”

희귀 몬스터 수집도 순식간이었 다.

연우는 빠르게 돌아가 북쪽분홍 새우를 잡아 구이를 해 먹을 생각 뿐이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