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권 9-11화 (34/207)

- 2권 9화

제34편_ 조금은 평범한 농장의

일상(2)

분명 몬스터나 유사 인종 사이 에선 무력이 우선순위다. 그런데 이곳에선 나이가 중요했다. 당연 히 연우와 헤맨은 제외였고 세 엘 프가 800살 정도. 헤르메스도 500년을 넘게 살았고 리젤도 그 정도가 됐다고 한다.

그래서 300년을 산 요섭이 막 내가 된 거다.

물론, 요섭이 쓰리 클래스 마스 터로 가장 강하긴 했지만, 성정이 워낙 온순하고 유들유들해서 잘 넘어갔다.

참 재미있었다.

밤은 더 깊어졌고 실컷 술을 먹 은 후에야 새 식구 환영식이 끝이 났다.

날이 밝았다.

연우까지 7명이다. 헤맨을 포함 하면 8명이나 된다.

8명이 맞이하는 첫 번째 아침 이다.

연우는 조금 일찍 일어나서 카 페로 올라갔다. 어제 늦게까지 술 을 먹었지만, 역시 엘프였다.

“연우 왔어?”

“커피 하나 줄래? 아이스 아메 리 카노로.”

“좋지. 내가 정성 들여 내려 줄 게.”

이자젤이 소매를 걷어붙였고 후

름은 테이블을 닦았다. 연우는 테 라스로 가 앉았다.

풍경이 좋다.

멀리 안개 낀 산과 강이 보이고 시선을 가까이 내리자 연우가 닦 은 도로와 주차장이 보였다. 더 안쪽으로는 굵은 강줄기와 식당. 그리고 집과 펜션까지.

따앙. 따앙.

요섭인 모양이다. 방음 처리를 했지만, 바로 근처라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을 순 없었다.

아직 여름이지만 선선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끼이익!

어떤 겁도 없는 작은 몬스터 하 나가 게헨나르를 타고 넘으려다 촉수에 잡혀 버렸다. 순식간에 녹 은 몬스터는 게헨나르의 영양분이 됐다.

잘 자라고 있다. 가끔 헤르메스 가 만져 주고 연우도 들여다본다. 사람은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교 육을 하는 거다.

집 옆에 마령석도 잘 자라고 있 다. 반쯤 투명한 마령석이 은은한 빛을 뿌린다. 어서 한 달이 지나 서 마령석을 먹어 봤으면 좋겠다.

블랙 쿡과 블랙 카우도 마찬가 지다. 슬슬 병아리가 부화하기 시 작했고 블랙 카우의 우리엔 블랙 아포프리카가 부족해지고 있다.

헤르메스가 울타리 청소를 시작 했다.

그 속도와 꼼꼼함이 거의 마스 터 급이었다.

“연우, 여기.”

이자젤이 커피를 가져왔다. 얼 음이 동동 올려진 아메리카노 향 이 기분을 좋게 해 줬다.

한 모금.

차가운 아메리카노다. 향이 진 하고 약간의 신맛이 상쾌함을 준 다. 카페인이 돌면서 정신이 맑아 진다.

“우리가 므깃도에서 재배했던 원두야. 향 좋지?”

향만 좋은 게 아니다. 몸속에 마력이 도는 게 느껴진다. 그게 영약이나 담금주처럼 몸에 쌓이는 건 아니었지만, 기분을 고양시키 는 효과가 있는 듯했다.

“좋네. 고마워.”

연우는 농장을 천천히 다시 둘 러 봤다.

다들 열심히 움직인다. 지하 어 장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수이니가 나왔다. 양손엔 거대한 하얀 꼬리 메기가 들려 있었다.

“오늘 메뉴는 메기인가 보네.”

메기매운탕, 메기찜, 메기불고 기와 같은 요리들이 있다. 깊은 맛 하나는 끝내주는데 해장으로도 최고다. 거기에 또 술이 들어가서 문제겠지만.

수이니는 엘프에서는 보기 힘든 순수한 검사다.

Im는 넘어 보이는 메기를 공중 에 띄웠다. 마법이 아닌 마력을 이용한 허공섭물이다. 핑, 빛 한 줄기가 메기를 지나쳤을 때, 메기 는 이미 손질이 돼 있었다.

“검기까지. 하긴, 하얀 꼬리 메 기가 단단하긴 하지.”

그래도 5단계 몬스터로 분류된 다.

살랑.

바람의 정령, 실프가 귓가로 날 아왔다.

“암살자 한소영이라.”

오늘은 손님이 좀 있다. 협회장 이 협회에서도 간부들이 한 번 물 놀이를 온다고 알려 줬다.

“오랜만에 농장이 시끌벅적하겠 군.”

연우는 커피를 마저 마시고 자 리에서 일어났다. 손님이 온다면 미리 준비해야 할 게 있다.

한소영은 식신 백성진과 파티원 몇 명을 데리고 므깃도 농장으로 향했다. 그때 도움을 받았던 것을 쪽지 하나로 남기고 왔기에 마음 이 계속 불편했다.

한소영은 6단계를 넘어 7단계 에 도달했다. 엄청난 재능이었다.

하지만 장비는 아직도 ‘아베른’ 이다. 경매에서 산 이 장비는 전 혀 무뎌지지 않았다. 오히려 유명 한 기업에서 만든 7단계 장비만 큼 뛰어났기에 바꿀 필요도 없었 다.

‘므깃도.’

식당의 이름이었다. 사실, 식당 이라고 하기엔 너무 외지고 조용 한 곳이었지만.

‘경매 판매자 닉네임.’

그것도 므깃도였다.

나중에서야 깨달았다.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말도 안 될 정도 로 뛰어난 브랜드 없는 장비. 그 리고 그 기이한 식당.

‘분명 뭔가 있어.’

도로가 바뀌었다.

주변에 몬스터가 들끓었는데 그 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도착했을 때, 주차장에 있는 고급 외제차가 보였다. 한소영의 차는 레이드용 강화 트럭이다. 비싸긴 하지만 고 급스러운 차는 아니다.

끼익.

한소영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농장으로 들어섰다.

“…… 세상에.”

이게 몇 주 전의 그 농장이 맞 단 말인가.

주차장에 차는 그렇다 쳐도 식 당과 옆에 물놀이 공간. 아름다운 나무가 주인집 옆에서 자라고 있 었으며 이상한 식물이 농장 전체 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멀리 산 중턱엔 분위기 있는 카 페가 들어서 있었고 옆으론 정확 히 보이지 않지만, 작은 건물도 하나 더 있었다. 게다가 펜션까지.

한소영이나 백성진은 변화한 모 습에 놀란 것이라면 뒤로 따라온 새로운 파티원은 다른 면에서 놀 랐다.

“와아. 이런 곳에 이렇게 예쁜 곳이 있었어요?”

“이거 사방이 다 몬스터 필드에 던전인데, 이런 게 있을 수 있나 요? 수준 높은 사용자인가.”

“대박! 물놀이에 펜션까지. 이 펜션을 예약했던 거예요? 야영 장 비 챙기기에 전 또 서운했잖아요. 파티장님!”

“오오오! 저분 뭐지? 직원인 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낚시하 고 있는 하얀 피부의 미녀. 블랙 카우의 젖을 짜는 10등신의 미남. 농장을 둘러싼 나무 울타리를 거 대한 낫으로 다듬고 있는 또 한 명의 붉은 미녀.

그리고…… 오징. 아니, 일반인?

“어서 오세요.”

연우였다. 뒤쪽으로 또 한 명의 미남 미녀가 따라왔는데, 앞치마 에 ‘엘프의 카페’라는 문구를 보아 카페의 직원 같았다.

“아, 네. 안녕하세요. 농장이 많 이 변했네요.”

파티원은 그들을 보고 꺄악꺄악 거리며 좋아하고 있었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넋을 잃었 다. 남자든 여자든 미남 미녀가 보기 좋은 건 본능이었다.

“이리 올라오세요. 식사는 하셨 어요?”

연우는 미리 올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안내했다.

“아니요. 므깃도 식당에서 해결 하려고 했죠.”

한소영과 백성진의 얼굴이 밝아 졌다. 연우가 조금이라도 불쾌해 했으면 어쩌나 걱정했던 게 사라 진 덕이다.

“수이니! 식사 준비됐지?”

연우의 외침에 식당 앞에 앞치 마를 차고 있던 수이니가 국자를 슬쩍 들어 보였다.

협회장의 명령이었다.

세계사용자협회 한국 지부 간부 들에게 여름휴가를 준 것이다. 이 걸 왜 명령하나 했는데, 휴가 갈 곳을 지정해 준 것이다.

‘아는 사람이 펜션을 하나?’

펜션까지 예약했으니 잘 놀다 오라는 것이었다.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공금으로 지인 매출 올려 주는 그 런 거.

그런데 생각해 보니, 협회장이 다. 세계에서도 손가락 안에 드는 영향력을 가진 강자. 그런 협회장 지인이 뭐가 부족해서 고작 그 펜 션 매출을 올리려 할까.

“도대체 무슨 의미지?”

매출은 그렇다 치고 협회장의 웃음이 너무 거슬렸다. 무언가 재 미있는 결과를 기대하는. 마치 아 이가 장난을 치기 직전의 표정이 었기 때문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가고 보 자.”

좋은 게 좋은 거다.

이번에 휴가를 가는 간부는 6 명이다.

부협회장 권재민. 한국 지부 협 회 감시국 국장 주종범. 협회 작 전국 국장 정중호. 협회 감찰국 국장 최민아. 협회 치안국 국장 키미. 협회 특전 사령부 사령관 안정 철까지.

이름만 내놔도 웬만한 대기업 총수나 국회의원들은 고개를 푹 숙일 정도의 어마어마한 힘을 가 진 직책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해 외에 나가더라도 국빈 취급을 받 고 부통령이나 총리가 마중을 나 와야 할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이 들.

하지만 협회장 앞에선 물에 젖 은 강아지나 마찬가지였다.

“에잇, 귀찮은데.”

한 차에 모여 탔다. 그곳에 차 를 줄줄이 끌고 가서 민폐를 끼치 면 안 된다는 협회장의 명령이었 다. 그런데 이 중에서 그 말을 그 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친해져 보라는 건가?’

모두 비슷한 위치에 있는 간부 다. 하지만 서로 친하지 않다. 아 니, 사실 안 좋다고 해야 맞다.

그건 협회장의 의도했던 일이 다.

각 부서가 서로의 부서를 감시 하고 경계하고 충돌하며 견제하는 것을 원했던 것. 그런데 갑자기 친해지라고 하는 것 같아 심기가 불편했다.

그래도 협회장 명령이다. 원 클 래스 마스터에 투 클래스를 목전 에 둔 전투 천재 이진철이다. 게 다가 이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투 클래스에 육박할 정도의 힘을 보여 줬다.

“거의 다 왔는데.”

“이런 곳에 무슨 펜션이 있다는 거야? 몬스터 필드 천진데.”

“조용히 하고 가자.”

“내가 말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 야?”

만나면 항상 티격태격이다. 어 쩔 수 없다. 서로 하나가 돼 움직 여야 하지만, 견제가 동반돼야 하 는 시스템 때문이었다.

“…… 오}. 쩌는데?”

가장 어리고 말이 많은 최민아 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생각보다 너무 예뻤던 거다. 블랙 카우와 쿡은 물론이고 잘 만들어진 물놀 이 공간과 식당 그리고 펜션까지.

그들의 눈에 외제차는 잘 보이 지 않았다. 이런 물건들이야 발에 치이게 보는 게 이들의 일상이다. 물론, 농장에 있다는 게 조금 놀 랍기는 했다.

부협회장 권재민이 가장 먼저 내리고 이어서 민아와 다른 간부 가 내렸다.

쭈뼛!

순간이었다. 살갗을 모조리 찢 어 버릴 듯한 긴장감이 그들을 훑 고 지나갔다. 하지만 워낙 순간이 어서 착각으로 흘려버렸다.

이후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 기 때문이다.

“뭐지? 이상한데.”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눈이 돌아갔다. 그들의 눈에 농장 직원들이 보였던 거다. 한 명의 오징어가 껴 있긴 했지만, 하나하나 웬만한 배우보다 미남 미녀 였다.

게다가 한 소규모 사용자 파티 가 수중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돼 지고기와 소주를 먹는 모습이 보 였다.

“…… 우리도 밥부터 먹어 볼 까?”

사이가 안 좋더라도 이건 모두 동의하는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협회장이 말했던 그분들이 군요.”

연우가 손님을 보고 다가온 거 다.

“…… 혀, 협회장이요?”

6명의 간부는 당황했다. 한국 지부 전투 천재 미친개 이진철을 저렇게 편하게 부르는 사람은 없 다. 그건 한국 대통령이라도 마찬 가지다.

나이도 그렇고 무력도 그렇고 연우는 평범해 보였다.

잘 쳐봐야 6단계 정도?

“호, 혹시 협회장님과는 무슨 관계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부협회장이다. 협회장 앞에 있 으니 젖은 강아지 꼴이지만, 어딜 가도 어깨 펴고 다닐 수 있을 정 도는 된다. 그런 그가 공손하게 존댓말을 한다.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이에게.

“제 방파……. 아니, 좀 친해서 요.”

연우는 대충 얼버무렸지만, 간 부들은 잔뜩 긴장했다.

뭔가 있다.

이 농장엔 뭔지 모를 무언가가 있는 거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제35편_ 조금은 평범한 농장의

일상(3)

연우는 이들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농장 식구들의 존재감 을 지우는 일부터 했다. 게다가 협회 간부라고 해도 원 클래스 마 스터.

다른 이들이야 투 클래스 마스 터 이상이니 알아서 잘 숨긴다. 하지만 같은 원 클래스 마스터인 헤르메스나 리젤은 헤맨의 도움이 필요했다.

“자, 많이 드세요.”

연우는 이들에게 쌍뿔 멧돼지 고기를 대접했다. 한쪽엔 메기지 리가 놓여 있었다.

“감사합니다!”

한소영은 밝은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한다. 다른 파티원도 즐겁 다는 듯 물놀이를 하다가 식사하 러 나온다.

역시 사용자들이라 그런지 체력 이 좋다.

오자마자 옷을 벗어 던지고 물 놀이를 하다 밥을 먹는데, 먹고 또 들어간다고 한다.

“그땐 죄송했습니다.”

한소영이 대단한 음식을 대접받 았다고, 제대로 된 보답을 하지 못했다며 선물을 준비했다.

“오,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별건 아니었다. 5단계 마력석 세 개다. 그래도 웬만한 자동차 한 대 살 정도는 된다.

“아니에요. 이걸로도 부족할 거 예요.”

“괜찮아요. 충분하죠.”

블랙 쿡과 만드라고를 대접했던 건 배고픈 식귀가 보여서였다. 안 타까운 생각도 들었고 식사 친구 가 돼 준 것도 고마워서였다.

연우는 냉장고에서 소주를 잔뜩 꺼내 왔다.

그들이 쌍뿔 멧돼지 고기와 술 을 먹고 있을 때였다. 협회장이 귀띔했던 간부들이 온 차가 보였 다. 모두 원 클래스 마스터다.

‘역시 협회인 건가.’

연우가 마중 나가 데려왔다.

배가 고프다길래 한소영 파티와 한 테이블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 아 줬다. 수중 테이블이라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다.

“괜찮으면 안쪽에서 드셔도 됩 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연우는 으쓱했다. 부협회장이라 는 사람이다. 조금은 건방지고 권 위에 찌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 건 아닌 모양이다.

‘하긴, 그랬으면 협회장이 보냈 을 리도 없지.’

“그래요 그럼. 이쪽에 준비해 줄게요. 후름. 이자젤. 여기 좀 세 팅해 주고.”

“오케이!”

“바로 준비합니다!”

카페는 손님이 없기에 이쪽에 내려와서 일을 도와준다. 헤르메 스는 누가 오든지 말든지 농장 일 을 하고 있고 리젤도 게헨나르를 다듬으며 교감하는 일에 심취해 있었다.

요섭은 당연히 망치질하고 있었 다.

“와아. 여기 굉장하네요.”

최민아. 20대에 협회 감찰국 국 장이라는 자리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다. 원 클래스 마스터에 두 개의 스킬이 중급이다. 이 정도 재능이면 서른이 되기 전에 투 클 래스 마스터에 오를 것이라 예상 된다.

그런 사람치고는 생각보다 어린 느낌이다.

“예쁘죠? 꾸미는 데 좀 걸렸어 요.”

고작해야 두 달도 걸리지 않긴 했다.

“와! 대단한데요. 한 6단계 정 도 돼 보이는데. 맞아요?”

“네, 겨우 된 거죠.”

큰 키는 아닌데 커 보이는 비율 을 지니고 얼굴은 귀여운 상이다.

콧대는 낮은데 눈이 크고 입술이 두툼해서 꽤 인기 있을 타입.

하지만 역시. 외모보다는 능력 이 압도적이다.

20대에 웬만한 대기업 총수만 한 대접을 받는 자리에 올랐다. 그런데도 연우에게 편하게 말 거 는 게 성격이 좋아 보인다.

“조용히 좀 해! 바빠 보이시는 데.”

안정철. 협회 특전 사령부 사령 관이다. 2m는 될 법한 키에 무지 막지한 근육. 그러면서 힐러가 메 인 마스터 클래스라는 게 웃겼다.

그래도 두 번째 중상급 스킬이 탱킹 관련이다.

이 정도면 거의 좀비 수준으로 탱킹을 완벽하게 할 수 있을 거 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연우는 사람 좋은 웃음으로 말 했다. 다들 좋은 사람 같았다. 사 실, 협회장을 편하게 대하는 연우 를 두려워하는 거겠지만 말이다.

한소영 파티는 식사를 마치고 다시 물놀이에 들어갔다. 한소영 은 밖에서 조용히 구경만 하다가 팀원들의 기습으로 같이 끌려 들 어 갔다.

“좋아. 나도 들어간다!”

가장 밝은 최민아가 옷을 훌렁 벗자 안엔 비키니가 있었다.

“미리 준비했지롱!”

풍덩.

홀로 물에 들어갔다. 그나마 친 한 혼혈녀 키미도 따라 들어갔다.

다른 간부는 콧방귀를 꼈다.

연우는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 다.

“모두 안 들어가세요? 협회장이 잘 놀도록 대접하라고 했는데.”

괜찮다는 듯 몸짓을 취하던 부 협회장 권재민이 협회장이 나오자 움찔했다.

“제대로 안 놀면 자기를 부르라 고 했거든요. 부르면 금방 온다 고……

“드, 들어가겠습니다!”

“그럼요! 저희도 금방 들어가려 고 했습니다.”

그렇게 모두 물속으로 입수하게 됐다. 연우는 재미있다는 듯 조용 히 웃었다. 연우는 기지개를 켜며 식당 앞 마루 의자에 앉았다.

그늘이라 시원한 바람이 분다.

이렇게 가끔은 사람이 많은 것 도 좋다.

대한민국 동해안에 둥지를 튼 블루 드래곤은 크게 웃었다.

“아하하하! 드디어 투 클래스를 마스터했다.”

동해 깊은 곳이다. 들을 존재는 자신이 만든 가디언뿐이었지만, 아무에게나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모양이었다.

이곳으로 빨려 들어온 지 50년 이 지났다. 처음 이곳에 오면서 힘을 잃었고 원 클래스 마스터에 묶여 있었다. 그래도 드래곤.

동해의 강력한 몬스터를 가디언 으로 만들며 동해의 절대자가 됐 다. 같은 원 클래스 몬스터가 있 지만, 드래곤은 드래곤이었기 때 문이다.

어느 날 건방진 뱀파이어 한 마 리가 느껴졌다. 같은 원 클래스 마스터라며 나대는 꼴이 보기 싫 어서 밟아 주려 했다. 그런데 쉽 지 않았다.

보통 뱀파이어가 아니었고 원 클래스 마스터이면서 드래곤과 맞 먹는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몇 날 며칠을 싸웠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다.

서로 상처를 입고 돌아갔다.

블루 드래곤은 이를 갈았다.

겨우 뱀파이어 따위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것에 말이다. 그 이후로 힘을 길렀다. 그리고 결국 전에 가지고 있던 투 클래스 마스터를 되찾았다.

“오늘 승부를 보자!”

블루 드래곤은 동해 깊은 곳에 서 날아올랐다.

벌써 해가 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전투적 으로 물놀이를 했다. 특히, 협회 간부들은 서로 지지 않겠다며 마 력을 담은 물총을 쏴 댔는데 대규 모 레이드를 보는 기분이었다.

좀비 안정철이 탱커로 나서며 살이 찢기고 뼈가 부러지면서 괴 성을 질렀고 최민아와 키미는 한 팀이 돼 남자 간부들을 밀어붙였 다.

이곳이 연우가 만든 곳이 아니 었다면 진즉에 무너졌을 것이다.

한소영 파티는 어마어마한 마력 의 유동에 겁을 먹고 밖으로 나온 후였다.

“먼저 식사하세요. 금방 끝나진 않을 것 같네요.”

연우가 한소영에게 말했다.

“그, 그래야겠어요. 그런데 저분 들. 협회 간부 맞죠?”

“네, 그렇더라고요.”

“...... 역시.”

“네?”

“아, 아니에요. 그럼 맛있게 먹 겠습니다!”

간부들의 물놀이는 점점 거칠게 변했다. 한쪽에선 물이 증발하며 수증기가 뿜어졌고 한쪽에선 꽝꽝 언 얼음 창이 등장했다. 안정철의 피가 터져 나가며 주변에 인비져 블 피라냐가 몰리기 시작했지만, 물놀이 구역엔 들어오지 못하게 해 뒀다.

“ 후유.”

연우는 한숨을 쉬었다.

다행히 처음부터 튼튼하게 지어 놨기에 무너질 일은 없다.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이 정도면 나쁘 지도 않다.

수이니가 요리를 들고 나왔고 후름과 이자젤이 한소영 파티의 저녁을 도왔다. 그러고 나서야 연 우는 식구와 함께 먹을 테이블을 준비 했다.

“후름. 리젤하고 헤르메스. 그리 고 요섭도 좀 불러와 줘.”

밥을 먹을 땐 다 같이 먹는 게 좋다. 헤르메스나 요섭은 사람의 음식이 필요하진 않지만, 먹을 수 는 있다. 헤르메스에게는 따로 와 인처럼 보이는 피를 준비했다.

메기지리, 메기매운탕, 메기불 고기, 메기튀김, 메기구이 등등. 그리고 한쪽에 멧돼지 삼겹살.

“다 먹자.”

식사를 시작했다. 역시 소주가 빠질 수 없었고 요섭이 나서서 술 을 따랐다.

“ 응?”

그때 먼 곳에서 미약하지만, 눈 에 띄는 힘이 느껴졌다. 그 순간 간부들이 거친 물놀이를 중단하곤 밖으로 뛰어나왔다.

“느꼈지?”

“응. 빨리 전투 준비.”

“빌어먹을. 이게 뭐야.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닌데?”

연우는 동쪽을 바라봤다. 투 클 래스 마스터에서도 꽤 강한 힘이 다. 저 간부들의 실력으론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이렇게 빠르게 감 지하고 준비하는 것만으로 칭찬받 을 일이다.

“뭐지 도대체? 갑자기 이렇게 강한 존재가 이곳을 왜!?”

“그런 말할 시간 있으면, 어서 협회장님이나 호출해! 우리가 어 떻게든 시간을 끈다.”

안정철은 연우와 한소영 파티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가 보기에 이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은 이 힘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투 클래스 마스터의 힘을 줄줄 이 뿜어 대고 있지만, 경지가 크 게 차이 나면 느끼는 것조차 힘드 니까.

최민아는 이를 악물며 연우를 바라봤다.

“바로 이곳을 벗어나야 해요!” 민아는 힘을 느꼈다. 그리고 방 향이 정확히 이쪽인 것도 느꼈다. 왜일까? 방금 그 물놀이 때문에? 힘을 조금 쓰긴 했지만, 투 클래 스 마스터급의 몬스터를 자극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왜?

그것보다 중요한 건 아무것도 모르고 죽을, 힘이 없는 이들을 대피시키는 거다.

“어서! 빨리 챙겨 일어나요!”

한소영은 그제야 멀리 다가오는 힘을 느낀 모양인지 식은땀을 흘 리며 주저앉았다. 다른 파티원도 마찬가지였다. 이 정도라면 거의 다 온 거다.

“젠장. 이미 늦었어.”

빨라도 너무 빨랐다.

후웅. 후웅.

하늘을 가득 채운 거체(巨體).

묵직한 바람 소리. 주변을 삼켜 버릴 듯 요동치는 마력의 폭풍. 투 클래스 마스터나 돼야 가질 수 있는 기세. 그리고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굳게 만드는 드래곤 피 어!

“드, 드래곤?”

안정철이 소리쳤다.

투 클래스 마스터. 게다가 드래 곤이라는 종족.

다른 간부들은 준비하던 공격을 멈춰야 했다. 이건 절대로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다. 오히려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생 존 확률이 높을 거다.

“제, 젠장 할.”

“…… 죄송합니다. 저희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

간부들이 절망했고 최민아는 연 우와 한소영을 보며 사과했다. 이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도망칠 수 도 없다.

그때, 헤르메스가 일어났다.

“주인님. 제가 해결해도 되겠습 니까?”

연우는 헤르메스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옆 동네 도마뱀과 싸운 적이 있었고 다시 올 수도 있을 거라고.

“이길 수 있겠어?”

“네, 반드시 이길 겁니다.”

연우는 끄덕였다.

헤르메스는 고개를 깊게 숙이고 돌아섰다.

“크하하하하. 흡혈귀 녀석. 기척 을 숨긴다고 내가 못 찾을 줄 알 았더냐.”

블루 드래곤이 소리쳤다. 헤르 메스는 숨겼던 기척을 개방하며 대답했다.

“미련한 도마뱀. 넌 이곳으로 온 순간 죽음이 결정된 것이나 다 름없다!”

화악!

소름 돋는 기세다. 블루 드래곤 과 헤르메스 사이의 기류는 하나 의 폭풍이 돼 주변을 휩쓸었다. 이미 싸움은 시작됐다. 머리 위. 하늘을 찌르는 악마의 모습으로 유형화된 살기가 서로 부딪히며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들고 천둥 번개가 몰아쳤다.

쿠아아아앙.

두 몸체가 부딪힌다. 길이만 200m가 넘어가는 블루 드래곤. 인간 형상의 진혈의 뱀파이어 헤 르메스. 두 힘은 공간을 일그러뜨 리고 대기를 소멸하는 강렬한 여 파를 뿜어 댔다.

간부들과 한소영 파티가 그 넋 을 잃고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와아! 헤르메스 이겨라! 이겨 라!”

“우우우! 도마뱀 이겨라!”

“뭐야. 우리 편을 응원해야지!”

“난 사실 드래곤 덕후라.”

이자젤과 후름이었고, 요섭도 동참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에 평 범한 다른 인간들은 상태 이상 ‘혼란’이 걸렸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제36편_ 조금은 평범한 농장의

일상(4)

최민아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 해할 수 없는 상황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다 죽을 줄 알았다.

시간을 끌 수 있는 상대도 아니 었다. 원 클래스 6명이 모인다고 해서 투 클래스. 그것도 드래곤이 라는 사기 종족을 상대로 제대로 상처를 입힐 수도 없었다.

그래서 포기했다.

옆에 힘이 없는 농장 주인이나 한소영이라는 암살자 파티에게도 미안했다. 이런 재앙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게 협회였기 때문이다.

화악.

농장 ‘잡부’ 한 명이 나섰다.

살갗이 모조리 갈려 나가는 살 기였다. 하늘 높게 솟은 유형화된 살기는 지금껏 본 적도 없는 어마 어마한 힘의 결정체.

“도, 도대체 이게??????

6명의 간부는 물론이고 한소영 파티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 다.

그들의 전투가 시작됐다.

상상 이상의 여파가 주변을 덮 쳤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 여 파에 휩쓸리면 이곳의 모든 이들 이 죽는다. 원 클래스 마스터인 민아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여파가…… 무언가에 막혔다?’

헤맨의 힘이었다. 가볍게 무형 의 실드를 세운 거다.

“와아! 헤르메스 이겨라! 이겨 라!”

“우우우! 도마뱀 이겨라!”

“뭐야. 우리 편을 응원해야지!”

“난 사실 드래곤 덕후라.”

최민아는 고개를 홱 돌렸다. 농 장의 직원들이다. 여자로서 질투 를 떠나 경외감을 줄 정도의 아름 다움을 지닌 직원들.

이 상황에 응원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전혀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듯 말이다.

연우가 그런 최민아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자자, 식사마저 합시다.”

“…… 네?”

아무래도 여긴 미친 것 같다.

‘정상이 아닌. 아닌가? 여기가 정상이고 우리가 정상이 아닌 건 가?’

최민아의 정신세계에 혼란이 왔 다.

연우는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소 주를 따르고 두 존재의 싸움을 보 며 웃고 떠들고 있다.

“에이, 거기서 그렇게 하면 안 되지! 헬파이어엔 전기가 낫지. 보통 불과는 다르다고.”

“이겨라! 도마뱀 이겨라!”

“앗! 멍청한 놈. 거기선 파고들 어서 베어야지. 드래곤 하트 딸 수 있었는데.”

섬뜩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세 직원이었다. 리젤도 아직 은 적응하기 힘든 모양인지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고기를 집었다.

그래도 무언가를 먹는 걸 보면, 다른 이들보단 나았다.

요섭이야 쓰리 클래스 마스터에 허구한 날 보던 게 드래곤이나 마 왕이었으니, 그리 긴장하지 않았 다. 게다가 아스가르드보다 훨씬 약한 드래곤이지 않은가.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 르던 간부들이 머뭇거렸다. 앞엔 거대한 전쟁이 벌어지고 뒤에선 술판이 다.

“…… 이거 내가 보는 게 정상인 건가? 아니면 저들이 비정상인 건 가?”

“저거 영화 아니지? 아니. 여기 몰래카메라?”

이상한 말이었지만, 아무도 토 를 달지 않았다.

“우리가 이상한 건가? 저기가 이상한 거지? 그런 거 맞지? 제발 맞는다고 해 줘.”

“…… 여긴 어디지? 나는 또 누 구고?”

안정철의 정체성 혼란을 마지막 으로 정신을 차렸다. 옆에서 연우 가 손목을 잡고 안정시켜 줬기 때 문이다.

“ 앉으세요.”

“응? 아, 네네. 알겠습니다.”

연우가 헤맨에게 말해서 정신 계열 마법을 걸었다. 정신적 충격 을 줄여 주고 말도 안 되는 상황 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신 마법이 었다.

연우는 그들을 앉히고 전장을 바라봤다.

하늘 전체가 그들의 전장이다.

빛이 번쩍이며 대기가 소멸하고 드래곤 비늘이 깨진다. 헤르메스 의 팔이 하나 소멸했다가 다시 생 성되며 두 마력이 거칠게 부딪히 며 터져 나갔다.

헤르메스는 아직 원 클래스 마 스터다.

하지만 주식이 용혈(龍血)이나 마족의 피와 같은 투 클래스 이상 의 피였다. 그곳에서 어마어마한 힘을 얻으며 투 클래스를 목전에 둔 거다. 그것뿐이었으면 투 클래 스 마스터인 블루 드래곤과 맞설 수 없었을 거다.

“털 고르기!”

스스스스스슥!

블루 드래곤의 비늘이 떨어지며 맨들맨들해졌다. 블랙 카우의 털

을 관리하면서 훈련한 스킬이다.

끄아아악.

고통보다도 소중한 비늘이 우수 수 떨어져 나가는 게 괴로워서였 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헤르메 스가 피로 만들어진 길쭉한 창을 찔러 넣었다.

“이, 이게 무슨!”

“이건 울타리 청소 스킬!”

헤르메스가 블루 드래곤 머리의 뿔을 슥슥 닦기 시작했다. 블루 드래곤은 섬뜩한 기분에 피해 봤 지만, 마스터급에 이른 헤르메스 의 청소 스킬을 피할 순 없었다.

뿔이. 블루 드래곤의 주특기인 전기 브레스를 사용해야 할 뿔이 사라진다. 너무 빡빡 닦은 나머지 갈려 없어진 것이다.

헤르메스는 비릿하게 웃으며 피 로 만든 무기를 꺼냈다.

“블러드 쇼벨(Blood shovel).”

일명, 피의 삽.

헤르메스의 주특기가 나왔다.

그건 배설물 나르기로 단련된 삽질의 오의(與義).

화악.

사방에 삽의 형상이 나타났다. 수만 개의 삽이 블루 드래곤을 조 여 간다. 환상처럼 생각할 수 있 다. 하지만 수만 개의 삽이 전부 검강을 뛰어넘는 힘을 머금고 있 었다.

“제, 젠장 할!”

블루 드래곤은 수십 겹의 실드 생성해 보지만, 헤르메스의 공격 은 그 실드를 가볍게 부쉈다.

콰자자작.

푸우우욱!

수만 개에서 수천 개를 막았지 만, 나머지는 그대로 블루 드래곤 의 몸통에 꽂혔다.

하지만. 블루 드래곤은 괜히 투 클래스 마스터가 아니었다.

스슥.

그 자리의 블루 드래곤이 사라 지고 헤르메스가 있던 공간 자체 가 작은 입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헤르메스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블루 드래곤은 사람의 형 상으로 변한 상태였다. 비늘과 뿔 이 사라진 지금, 본체보다 사람의 형상이 더 나을 거라는 판단 때문 이었다.

절대적인 죽음. [앱솔루트 킬] 이다.

“…… 설마 그것까지 완성했을 줄은.”

블루 드래곤은 득의만만한 웃음 을 지었고 헤르메스는 절망했다.

이대로 죽을 순 없었다.

이미 손이 사라지고 발이 사라 졌다. 이대론 늦는다. 무언가를 생각해 내야만 한다.

농장 생활을 하면서 죽고 싶을 정도로 노력했다. 태생적인 한계 를 깨기 위해서. 단순히 투 클래 스 마스터가 아닌,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한 고난과 단련을 이겨 냈다.

그때 한 줄기 깨달음이 뇌리를 스쳤다.

소름이 돋으며 무엇인지 모를 퍼즐 한 조각이 맞춰졌다.

‘젖 짜기 스킬!’

블랙 카우의 젖을 짜면서 단련 했던 스킬이었다. 이 절대적인 죽 음도 결국엔 마법이다. 마력을 이 용했고 그 마력이 공간을 갉아먹 는 마법!

다를 바 없었다.

‘ 이거다!’

화악!

헤르메스의 전신에서 빛이 터졌 다.

“어, 어떻게.”

블루 드래곤은 멀쩡하게 돌아온 헤르메스를 보며 놀란 얼굴을 감 출 수 없었다.

헤르메스는 투 클래스를 달성했 다.

수백 년 동안 닿지 못했던 경 지. 드디어 한계를 뛰어넘어 그곳 에 닿을 수 있었던 거다.

“고맙군.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 다.”

헤르메스는 손을 뻗었다.

지이이잉.

붉은 피가 아니다. 마력이. 대 기에 존재하는 마력이 블루 드래 곤의 몸에서 마력을 짜 버렸다.

이게 바로 헤르메스가 두 번째 로 마스터한 ‘젖 짜기 스킬’의 오 의 (與義)였다.

“…… 이건 내가 봐도 병맛인 데.”

연우가 중얼거렸다.

청소 스킬은 청소 스킬일 뿐이 고 털 고르기는 축사를 위한 옵션 일 뿐이다. 젖 짜기 스킬? 연우는 익히지도 않았다. 농장 일이 메인 직업이긴 하지만, 쓸데없는 스킬 로 숙련도의 난이도를 올릴 필요 는 없다.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헤르메스가 해 버렸다.

덕분에 죽음에서 벗어났고 투 클래스 마스터를 달성했다.

“헤르메스! 역시 내 친구!”

요섭이 소리쳤다. 그의 눈은 열 망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청소 스킬의 위력을 두 눈으로 봐 버린 것이었다.

‘만날 붙어 다니더니.’

연우는 그 모습에 고개를 절레 절레 저었다.

“무슨 스킬이든 마스터하는 순 간 엄청난 위력을 가지긴 하지.”

수이니는 어느 정도 수긍했다. 이자젤이나 후름도 마찬가지다.

“좀 색다른 스킬로 마스터했지 만, 그것도 나름 좋지.”

블루 드래곤은 죽었다. 헤르메 스가 그의 목을 물어 피를 마셨고 결국엔 드래곤 하트까지 빼 버렸 다. 방금까지 지옥 같은 전투가 있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고요한 밤이었다.

벌떡.

협회장 이진철은 자리에서 일어 났다. 무지막지한 마력의 폭풍이 몰아친다. 시선을 홱 돌렸다.

“농장이 라.”

또 저곳이다.

이번에 국장급 간부를 보냈다. 연우 님이나 헤맨 님이 있는 한 그들이 위험할 일은 없다. 모두 경위 없는 애들도 아니니 간부들 이 잘못할 일도 없다.

“무슨 일이지?”

긴 파동. 높고 찌릿한 살기가 담긴 하나의 웨이브가 협회장 이 진철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투 클래스 마스터의 힘. 그리고 그것 과 대등한 하나의 힘.

두 힘이 부딪히며 만들어 낸 파 동이다.

드래곤? 맞다. 이건 드래곤의 피어다.

“협회장님!”

비서실장이 들어와 이진철을 불 렀다.

“무슨 일이야.”

대충 감이 잡히긴 한다.

“위원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제대로 규명하라고 합니다.”

전엔 억지로 넘어갔지만, 이번 엔 힘들다. 명확한 이유를 대고 원인을 규명한다. 잠재적 위험이 있으면 제거하고 필요하면 취한 다.

그게 협회의 입장이었고 규칙이 다.

단순히 힘만 있다고 억지를 부 릴 순 없었다. 억지는 상급 마력 석 판매, 이진철이 얻은 장비, 전 에 대기권을 뚫고 올라갔던 힘.

거기까지는 어떻게 넘겼다.

하지만 이번에도. 또 넘기는 건 힘들었다.

“이 정도로 부족한 건가.”

협회장이었다. 한국 지부에 불 과하지만, 협회장이란 직함만으로 세계에서 손꼽는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 그런데도 이 정도 일도 막 지 못한다.

가진 무력. 투 클래스 마스터에 근접.

하지만 그것 말고 영향력이 부 족하다.

완전한 투 클래스 마스터가 돼 위원회에 들어가야 했다. 그래야 만 누구에게도 제지받지 않는 권 력을 쥘 수 있을 것이다.

“잠깐…… 아니, 조금 오래 다녀 와야겠어. 부협회장 찾아서 내 사 무실에 좀 앉아 있으라고 해.”

“네? 아, 알겠습니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한소영 파티는 물론이고 협회 간부들까지 이 상황을 이성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공포, 혼란. 그 리고 당황.

그때 10단계에 이른 헤맨의 정 신 마법. 이후, 헤르메스의 승리 와 이 상황을 장난처럼 별거 아닌 상황을 만들어 버린 세 직원까지.

모든 게 그들을 혼란스럽게 만 들었다.

“다들 술 한잔 합시다!”

“좋아! 헤르메스의 투 클래스 달성을 축하하며!”

“ 와아!”

연우와 식구들이 잔을 들고 소 리치자 간부들과 한소영 파티까지 분위기에 이끌려 같이 마시기 시 작했다. 그게 한 잔, 두 잔. 병 단 위로 넘어가고 모두가 취할 때까 지 계속. 원 클래스 마스터도 마 찬가지로 취해 버렸다. 아침까지 계속되는 술자리는. 그 모든 기억 을 혼동시켰다.

꿈과 현실.

어렴풋한 그들의 한여름 밤의 꿈은. 오래전 스쳐 지나간 작은 추억의 한 조각으로 자리 잡았다. 그 누구도 그날의 일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있었던 사실일 뿐.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한여름 밤의 꿈]

설명 : 10단계에 이른 헤맨의 정신 계열 환상 마법. 정신이 감 당할 수 없는 충격적인 기억을 꿈 과 현실의 경계로 옮기며 대상자 의 정신을 보호한다.

(단, 특별한 스위치가 작용할 경우. 기억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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