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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 8화 (33/207)

- 2권 8화

제33편_ 조금은 평범한 농장의

일상(1)

이렇게 시선을 많이 받아 본 적 은 없었다.

롤스로이스는 뒷전이다. 이자 젤, 후름, 수이니의 미모는 그만 큼 압도적이었다. 거기에 이들의 옷차림도 한몫했다.

연우는 슬쩍 헤맨에게 인지 왜 곡을 명령했다. 몇몇이 카메라를 꺼내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시선 은 괜찮지만, 온라인으로 올라가 는 건 막아야 했다.

연우는 다가온 직원에게 블랙 아멕스를 보여 줬다.

“VVIP 이시군요.”

“네, 이쪽 옷부터 사야겠습니 다.”

연우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깊 게 숙이며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 다. 그러곤 바로 뒤쪽에서 열다섯 명의 직원이 나왔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연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따라갔 고 뒤에 세 엘프도 마찬가지였다. 이자젤은 오히려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는 표정이었다.

현실에서 이런 대접은 연우에게 엄청난 것이었지만, 아스가르드의 센느에겐 정말 부족한 대접이었기 때문이다. 센느가 제국을 방문하 면 황제가 직접 마중 나올 정도였 으니까.

“와, 이게 다 뭐야.”

하지만 단순한 이자젤은 아름다 운 옷들을 보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후름은 정장을 보고 마음 을 빼앗겼으며 수이니는 별 관심 이 없어 보였다.

“수이니. 너도 하나 골라. 여기

선 그렇게 입고 다니면 안 돼.”

“칫. 알았어.”

그래도 속으론 좋은 모양인지 꽤 적극적이었다.

줄줄이 옷을 샀다. 속옷은 물론 이고 파티복이나 정장까지. 가는 곳마다 시선이 몰렸고 직원이 달 라붙었지만, 인지 왜곡 덕분인지 움직이는 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 었다.

그렇게 잔뜩 사고 나니 어느 정 도 보통 사람 같았다.

물론, 옷차림뿐이다.

무슨 외모가 이렇게 빛이 나는 건지, 엘프라는 종족은 정말 신비 롭다. 연우야 아직 NPC로 오랜 시간을 전장에서 생활했으니 딱히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게 아닌 모양이다.

세 엘프의 사이즈를 재거나 보 조할 때, 남자나 여자나 성별에 상관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심박 수가 올라갔다.

연우는 시계 매장을 찾았다.

역시 큰 매장이라 그런지, 5대 하이엔드급 브랜드. 파텍필립, 바 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랑 에운트죄네, 브레게도 모두 있었 다. 그중 탑 오브 탑은 파텍필립.

환상적이 었다.

심지어 세 엘프도 시계를 보고 반할 정도로.

“대단한데? 웬만한 대장장이 세 공사 저리 가라야. 마법적 처리가 있었나?”

“마법적인 향기는 전혀 없어. 완벽한 수작업으로 진행했다는 건 데, 어쩜 이렇게 세공이 섬세하 지? 마법 없이 이런 구성이 가능 한가?”

연우는 뿌듯한 표정이었다. 연 우가 만든 건 아니지만, 아스가르 드보다 현실에서 뛰어난 게 있다 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현재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은 이게 전부인가요?”

“네, VVIP를 위한 물건도 전부 꺼내 왔습니다.”

하나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완 벽한 세공, 뛰어난 기술력. 마치 하나의 보석을 보는 느낌이다. 어 떻게 수백에서 만 가지 이상의 부 품이 모여 이렇게 아름다운 자태 를 뽐낼 수 있는 걸까.

“다 주세요.”

따질 것도 없었다.

돈은 많고 물건은 좋다.

“예, 알겠습니다. 배송해 드리겠 습니다.”

“이건 착용하고 갈게요.”

파텍필립 노틸러스를 착용했다. 연우는 세 엘프를 봤다.

“너회도 하나씩 찰래?”

예전에 이들이 연우에게 도움을 준 것만 해도 파텍 회사를 사고 남을 거다.

“나도 하나만.”

“좋아. 완전 멋있어!”

흥. 그러지 뭐.”

연우는 하나씩 고르게 해 줬다. 섬세한 물건인 만큼 전투나 과격 하게 움직일 때는 조심하라고 했 다. 따로 보존 마법을 걸지 않으 면 빠르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내 부가 부서질 수 있을 거다.

“38점. 총 149억 나왔습니다. 바로 결제해 드릴까요?”

“그렇게 해 주세요.”

149억. 예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할 금액. 하지만 지금은 한없이 적어 보인다. 22조가 있으니 왠지 더 써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었다.

연우는 다른 시계 매장을 가서 도 보이는 족족 사들였다. 수십, 수백억에 달하는 돈이 쭉쭉 빠졌 다. 하지만 연우에겐 정말 아무것 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집을 늘려야 할 것 같 았다.

셰이크 빈 지이드 알나하인의 발표가 있었다.

경매에서 22조에 사들인 상급 마력석에 관한 발표였다.

자원의 보고. 수많은 세력이 땅 따먹기하며 정부와 반정부군이 끊 임없이 대치하는 곳. 군수물자의 최대 소비지. 그리고 50년 전에 10단계 몬스터 필드를 중심으로 고위급 몬스터 필드가 난무하는 곳.

바로 아프리카였다.

셰이크는 상급 마력석을 기반으 로 아프리카에 안전지대를 구축해 피로 얼룩진 죽음의 대륙을 정화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었다.

그 소식은 전 세계로 퍼졌다.

어떻게 보면 무리한 계획이다. 상급 마력석을 구매하는 데 22조 라는 현금을 사용했고 이후로 들 어가는 돈과 자원도 천문학적으로 소비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00% 안전지대를 구축 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기술이 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이크는 전혀 머뭇거리 지 않았다.

상급 마력석을 제대로 사용해 안전지대를 구축하며 몬스터에게 안전한 땅을 만들고 그곳에 전력 을 공급하는 순간, 다른 나라와 세력은 손댈 수 없는 명분과 영향 력이 생긴다.

말 그대로 점령한 땅만큼 독점 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그 땅은 투자했던 자원 의 수십 배는 만들어 낼 게 분명 했다. 그 위험한 몬스터도 자원 덩어리로 전락해 버릴 테니까.

농장으로 돌아온 연우는 저녁을 준비하며 인터넷에 뜬 셰이크의 발표를 봤다.

“무슨 이름이 셰이크야. 밀크셰 이크도 아니고.”

옆에 아무도 없는 게 다행이었 다.

“아프리카라.”

몬스터가 등장하기 전부터 그곳 은 죽음의 땅이었다. 몬스터가 나

오면서, 10단계 몬스터의 둥지가 생기면서 중앙아프리카는 완전히 어둠으로 뒤덮였다.

그런데도 아프리카 외곽에서의 인간끼리의 전쟁은 전과 다를 바 가 없었다. 오히려 몬스터라는 신 자원으로 인한 자리 싸움은 더욱 치열해졌다.

“나중에 땅 부족해지면 둥지를 기준으로 농장 분점이나 하나 만 들어야겠어.”

헤르메스에게 분점 하나 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끝으로 연우 는 신경을 껐다. 지금 신경 쓸 건 없다.

궁금했던 건 모두 풀렸다.

저 상급 마력석으로 무얼 할지 궁금했었다. 너무 위험한 대량 살 상 무기를 만들려고 했다면 헤맨 을 시켜 회수했을 수도 있었을 거 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 았다.

“센느. 아니, 연우!”

센느라는 이름은 버리라고 시켰 다. 수이니가 연우를 부른 거다.

“요리 다 됐어. 밥 먹자.”

앞치마를 차고 한 손엔 국자를 들고 있으면서 고개를 연우와 마 주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저 멀리서 이자젤과 후름이 달 려왔다. 엘프라서 그런지 감각이 좋은 모양이었다.

늦은 저녁이라 수중 테이블보다 는 식당 안에서 먹기로 했다.

집에 있던 리젤과 요섭, 헤르메 스까지 모였다. 원래 이렇게 모여 서 먹는 경우는 없었지만, 새로운 식구가 생겼으니 소개해 주려는 거다.

그런데 요섭의 모습이 이상했 다.

“…… 요섭. 또 모습 바꿨어?”

전엔 후덕한 아저씨 모습. 그러 니까 전생 드워프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헤르메스에 비교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 다.

“그, 그게 여긴 다들 이렇게 생 긴 것 같아서요.”

연우는 주변을 둘러봤다.

헤르메스나 리젤, 세 엘프 그리 고 요섭까지.

그리고 거울을 봤다.

이거 완전히 꽃들 사이에 낀 오 징어였다.

“…… 젠장.”

연우는 외모가 부족하다고 생각 해 본 적은 없었다. 뛰어난 건 아 니었지만, 못생겼다는 말을 들어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있으니 너무 비 교된다.

특히 비율.

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건지 9 등신 아래는 없다. 헤르메스는 최 소 10등신이다. 약간 비정상적으 로 보이기도 했는데 워낙 아름다 운 외모라 경이적이기까지 했다.

“헤맨. 나와.”

쑤욱.

옆으로 헤맨이 나와 앉았다.

‘음. 이제 나쁘지 않네.’

역시 연우는 헤맨이 가장 좋았 다.

“자, 새로운 식구들이니까 인사 하고. 다들 친하게 지내. 농장 일 이라는 게 의사소통이 돼야 원활 하게 운영되는 거니까.”

딱히 원활하게 운영되지 않아도 되긴 하다.

“네! 다들 반가워요!”

가장 사교성이 좋고 단순한 이 자젤이 그렇게 소리쳤고 리젤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왠지 헤르메스와 수이니는 서로의 시선 에 불꽃이 튀는 느낌이었다. 누가 더 시크한지 겨루는 느낌이랄까.

헤맨과 연우는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자, 밥 먹자.”

수이니의 요리다.

메인은 얼큰한 알탕. 어류 몬스 터 중 하나인 ‘긴수염명태’의 알이 다. 알이 다 주먹보다 컸는데, 속 까지 알맞게 익어 있었다.

서브는 명란과 달걀을 이용한 명란파스타다. 그리고 각종 산나 물이었다. 약간 안 어울린다고 생 각할 수 있지만, 같이 먹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다.

연우는 뜨거운 알탕의 국물을 푹 떠서 입에 넣었다. 얼큰했다. 적당히 매우며 시원한 향이 풍긴 다. 흰 쌀밥과 몇 숟가락 더 먹었 다.

“역시 수이니.”

연우가 칭찬했다.

아스가르드에 있을 때, 연우의 요리 스킬은 높았고 아스가르드는 한국 게임이었다. 당연히 한식을 만들 수 있었고 수이니는 연우에 게 한식을 배웠다.

다음은 명란파스타다.

하얀 크림소스에 올려진 명란젓 의 짭조름함이 기가 막혔다.

이럴 땐 소주다.

“자, 따라 봐.”

연우가 잔을 들었고 소주가 근 처에 있던 헤르메스가 슬쩍 들어 잔을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하던 식구들이 하나 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살았으며, 어떤 종족이니, 또 이 곳의 삶을 어떻다 등 밤이 깊어질 수록 그들의 대화도 깊어졌다.

“꺄하하. 연우가 인마 대전 때 산맥 하나를 갈아 버렸지. 그때 마왕 하나가 연우랑 딱 마주쳤는 데, 얼굴이 하얗게 변해선 꽁지 빠지게 도망쳤는데.”

“맞아. 그놈. 혼자서는 안 되는 걸 아는 거지. 내가 다 어이가 없 어서. 발록이랑 마계 드래곤을 미 끼로 뿌리고 마왕 파티로 들어가 서 반격했잖아.”

연우도 기억한다.

그 꼴이 웃겨서 도망친 마왕부 터 죽였다. 그래도 그 덕에 마왕 의 영혼도 꽤 모을 수 있었다.

“캬. 역시 연우 님! 제가 있던 곳은 제3 지저(地底)였는데.”

“아, 거기 출신이에요? 거기 무 기가 최고였는데!”

“제가 한가락 했었죠. 하여튼, 그때 마왕이 와서 가격을 깎으려 고 얼마나 지랄을 해 대는지. 드 래곤도 한 번 깎아 보겠다고 난리 를 쳤죠. 그런데 센느. 아니, 연우 님이 딱 등장하면서 모두 고개 처 박고 찔리는 마왕은 슬쩍 도망치 고. 그때 장난 아니었는데.”

옛 추억이 나오기 시작했다.

리젤이나 헤르메스는 그 이야기 를 들으며 감탄에 감탄만 거듭했 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대단 하다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헤맨이 가장 센 줄 알았는데, 전성기의 연우에 비하면 정말 아 무것도 아니었다.

식스 클래스 마스터라니.

리젤이나 헤르메스가 보기엔 거 의 신이나 다름없었다.

“그뿐인가, 천계에서 습격이 왔 을 땐, 정말 다 죽는 줄 알았지. 그런데 연우가 식스 클래스를 마 스터하면서 수만의 천사를 쓸어버 렸는데! 캬. 그 장면은 아직도 생 생 하다니까.”

“그렇지, 그때 서부 대륙 하나 가 사라졌는데 다시 복구한 것도 연우였지?”

“그랬지.”

사실 운영자의 도움을 받긴 했 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여기에도 천 계나 마계가 있을까? 마계가 연결 되는 건 봤어도 천계는 본 적이 없었다.

“막내 어디 있어. 술이 없잖아!”

이자젤의 소리침에 요섭이 벌떡 일어났다.

연우도 모르는 사이에 서열은 이미 정리가 돼 있었다. 무력이 아니라 나이를 보는. 완전 한국인 이 다 됐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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