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7화
제32편_ 엘프의 카페(2)
연우가 알기론 이 세상에 엘프 는 없다.
사실 알려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능한 구글링도 엘프를 찾아내지 못한다.
하지만 연우가 누구인가.
“헤맨.”
“네, 주인님.”
“붉은 숲의 일족이 1단계 안에 있었나?”
“네, 경계쯤에 마을 하나가 있 을 겁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절대로 가축처 럼 길들여 놓은 게 아니다. 그런 아종족을 길들이는 것 자체가 게 임 밸런스상 거의 불가능하기도 했고 그게 가능한 몇 안 되는 플 레이어 중 하나인 연우는 그런 생 각이 전혀 없었다.
연우는 이 엘프들과 인연이 꽤 깊다.
“므깃도를 들어가 봐야겠어.”
“제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연우가 므깃도의 주인이라 안의 모든 존재에게 위협받을 일은 없 다. 하지만 그 넓은 공간을 자유 롭게 이동하기 위해선 헤맨의 도 움이 필요했다.
우우웅.
허공이 길게 찢어지며 거대한 세상이 보였다.
므깃도다.
광활한 대륙. 신들의 전장이었 다는 신비의 땅이다.
“그럼 바로 엘프의 마을로 가겠 습니다.”
헤맨 옆에 둥둥 떠 있다. 연우 는 이곳에 들어오면서 동화율이 오르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다. 이 곳은 그런 곳이다.
닭을 넣으면 피닉스가 되고, 뱀 을 넣으면 용이 된다. 역시나 과 장이긴 하지만, 신들이 살았다는 설정인 만큼 공간에 접촉하는 것 만으로 어마어마한 버프 효과가 있다.
“저기군.”
딱 보인다.
거대한 세계수. 그저 거대하다 는 말로는 부족했다. 멀리 보이는 산조차도 작아 보였고 뿌연 구름 이 세계수 머리에 걸쳐질 정도였 다.
연우는 헤맨의 부양 마법을 몸 을 맡기고 빠르게 접근했다.
휴유우우우!
멀리서 가느다란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엘프들이 서로에게 소식을 전하 는 거다.
연우가 착지했을 땐, 수백 명의 엘프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 센느!”
“센느! 이게 얼마만이야!”
“왜 이렇게 오랜만인 거야! 왜 안 왔어!”
초록 머리를 한 장로의 딸, 이 자젤. 엘프 대장간의 아들, 후름. 완전한 검사를 꿈꾸는 붉은 머리 의 여자, 수이니. 모두 익숙한 얼 굴들이 었다.
연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하 다 말했다.
“거의 3년 만인가?”
“그래! 이 나쁜 자식아!”
“커억.”
가장 입이 험한 수이니가 연우 의 어깨를 때리며 소리쳤다. 연우 는 강한 고통에 이를 악물었다. 수이니도 투 클래스 마스터에 쓰 리 클래스를 목전에 두고 있다.
“왜, 왜 그래 센느. 어? 왜 이렇 게 약해진 거지?”
당황하다 연우의 상태를 느낀 것인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헤맨, 힐 좀.”
“네, 네!”
연우의 팔뼈가 부러졌다. 헤맨 덕분에 금방 붙긴 했지만, 아직 욱신거린다.
“나 힘을 어느 정도 잃었어. 다 시 금방 찾을 거지만.”
연우의 말에 한쪽에서 인자한 웃음을 짓던 엘프 족장 호르드란 이 입을 열었다. 벌써 1,000살이 넘었을 텐데 아직 30대 미남의 얼굴이다.
참 적응 안 된다.
“가진 힘은 잃었어도 잠재력은 훨씬 올랐군. 대단해.”
역시 진실의 눈을 가진 호르드 란다웠다.
“역시 보이시는군요.”
“그렇군. 게다가 영혼도…… 뭔 가 이상하게 변했군. 이 세상의 흐름이 변한 것과 연관이 있는 건 가?”
게임과 현실의 차이일까. 연우 뿐만이 아니라 므깃도 자체가 변 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연우는 이들과 많은 대화를 나 눴다.
호르드란은 세상의 기운이 변한 것 때문에 걱정했다고 한다. 연우 는 족장인 호르드란과 몇몇 친한 엘프를 모아 이야기를 해 줬다.
이곳은 원래 살던 세상이 아닌 연우가 살던 곳이라고 말이다.
NPC는 본인의 세계가 ‘아스가 르드’라는 세상이고 플레이어는 다른 세상에서 접속하는 존재라는 걸 깨닫고 있었기에 설명하기 쉬 웠다.
“그랬던 거였군. 이 새로운 세 상이라니.”
“마침 그 세상에 카페를 하나 만들었는데 운영해 줄 엘프가 필 요합니다.”
“허허. 이거 내가 가고 싶을 정 도군.”
하지만 안 된다는 걸 알고 있 다. 므깃도라는 곳이 연우의 세상 이지만, 엘프들에겐 끔찍한 몬스 터가 우글거리는 곳이기 때문이 다.
“나랑 같이 갈 엘프?”
연우는 뒤쪽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엘프를 향해 말했다. 모두 눈을 빛내며 손을 번쩍 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
엘프들은 이 갑갑한 세상과 다 른 세상을 보고 싶어 한다. 하지 만 그렇다고 모두 데려갈 순 없 다.
“많이는 못 데려가. 카페 운영 할 두 명 정도만.”
경쟁이 시작됐다.
* 사: >k
연우. 그러니까 센느와 이 ‘붉 은 숲의 일족’이라는 엘프 마을의 인연은 5년도 전이었다.
연우는 잠재 능력치 하나 올려 보겠다고 난리를 칠 때였다.
인마 대전.
인간들이 사는 중간계에 대대적 인 마계의 침공이 시작됐다. 그건 게임사에서 설정한 대륙급 이벤트 중 하나였다.
거대한 산맥이었다.
현실에서 가장 높다는 히말라야 보다 2배는 높은 해발 15,000m 의 꼭대기에서 마계의 게이트가 생성됐다.
수십만 마리의 마수와 마족이 대대적인 침공을 벌였다. 이놈들 은 일 년에도 몇 번씩 이런 침공 을 했다. 딱히 할 만한 큰 이벤트 가 없기에 운영진에서 설정한 것 이겠지만,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끝없이 몰려들었다.
연우는 홀로 나섰다.
모든 플레이어는 수십 킬로미터 뒤로 물러나 산봉우리 밑으로 방 어선을 구축했다. 그들은 그렇게 해야 서로 안전하게 레이드를 펼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우는 농장의 가축 수 천 마리를 데리고 마계의 게이트 바로 앞에 섰다. 기여도를 최고로 끌어올려야 잠재 능력치를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 산맥에 살던 엘프 마을 이 ‘붉은 숲의 일족’이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들이 사는 마을 한참 뒤에 방어선을 구축했 고 그들의 마을은 그대로 밀려 사 라질 운명이었던 거다.
그런 그들에게 연우는 영웅이었 다. 그래서 모든 엘프가 연우에게 다가와 같이 방어선을 구축하고 싶다고 했다.
연우는 승낙했다.
플레이어가 아닌 NPC의 도움은 기여도에 영향이 없었기 때문이 다.
침공이 시작됐다.
연우는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 을 거라 생각했지만, 이번엔 전과 달랐다. 플레이어의 수준이 한참 올라가니 운영자들이 난이도를 대 폭 올린 것이었다.
수백 마리의 마계 드래곤. 최상 급 마족과 파티를 이룬 마계의 투 신이라 불리는 발록 수천. 게다가 서로 앙숙인 각 지역의 마왕까지 파티를 맺고 나온 것이다.
‘빌어먹을 운영자들!’
무리수였다.
만약 연우가 아니었으면 정말 대륙 자체가 멸망할 난이도였다.
하지만 연우다.
살아 있는 전설이자 신화인, 므 깃도의 주인.
아공간을 전부 개방하고 므깃도 를 열었다. 헤맨까지 직접 나와 싸워야 했고 연우 므깃도에 있는 드래곤과 신수까지 모조리 불렀 다.
그때, 연우의 가축이 절반 이상 죽었다.
산이 갈리고 하늘에 구멍이 뚫 렸다.
가장 높고 큰 규모의 산맥은 그 렇게 깎이며 대륙에서 가장 넓다 는 ‘여명의 평야’가 됐고, 모든 마 왕이 힘을 합해 연우의 공격을 막 으며 마계의 작은 구멍 하나를 지 켜 내는 것으로 그쳤다.
그때 남은 붉은 숲의 일족은 일 당백의 전사가 돼 있었다. 수만 명이 참여했지만, 남은 건 수천 정도. 붉은 숲의 일족은 갈 곳이 없었고 연우가 므깃도를 소개해 줬다.
‘나랑 같이 갈 엘프?’
그때도 그랬다.
연우는 이곳 엘프들과 이런 추 억이 있었다.
같이 전장을 경험했고 이후에 마계의 침공이 있으면 같이 싸우 기도 했다. 므깃도로 들어간 엘프 들은 더욱 강해졌고 연우에게 많 은 도움이 됐다.
“좋아. 그럼 이자젤, 후름, 수이 니까지 총 세 명이네.”
두 명만 뽑으려 했지만, 너무 경쟁이 심해서 한 명을 더 뽑았 다. 어차피 세 명 모두 투 클래스 마스터에 세 개 정도의 스킬이 중 상급에 이르니.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을 거다.
“야호! 좋았어!”
반응이 좋은 이자젤과 후름은 방방 뛰며 좋아했고 차갑고 거친 수이니는 그냥 웃을 뿐이었다.
“그럼 잘 부탁하네.”
호르드란 족장과 인사를 하고 헤맨과 함께 므깃도를 나왔다.
이자젤과 후름은 카페 운영을 시킬 예정이었고 수이니는 연우와 함께하며 키웠던 요리 실력에 식 당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엘프라 고 요리를 못하고 고기를 안 먹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엘프만큼 미식가가 많은 종족도 없다.
특히 차와 커피를 좋아해서 카 페엔 제격이다.
연우는 이렇게 무급 직원을 구 했다.
인력은 구했다.
이자젤과 후름에게 카페를 소개 해 주고 숙소를 배정했다. 요섭, 헤르메스, 후름이 같은 방을 이용 하기로 했고 이자젤과 수이니 그 리고 리젤까지 한 방을 이용하기 로 했다.
원래 큰 거실과 작은 방까지 두 개였지만, 연우가 간단하게 개조 해 버렸다. 방 세 개와 화장실 두 개까지. 건설 스킬이 있었고 원체 넓은 거실이었기에 개조는 어렵지 않았다.
“ 뿌듯하군.”
연우가 제임스에게 농장 일을 배울 때, 대장간과 식당, 카페는 물론이고 어장과 축사, 각종 편의 시설까지.
그냥 하나의 마을이라고 봐도 될 정도였다.
연우도 그렇게 되길 희망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 많아지는 건 바라 지 않는다. 시끄럽고 갈등이 생길 일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우 가 통제 가능한 이들이야 많으면 좋다.
‘이제 직접 요리하지 않아도 되 겠네.’
그것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숙소에 짐을 정리하고 나온 이 자젤과 후름 그리고 수이니가 보 였다.
“센느. 아니, 연우! 짐 다 정리 했어.”
“설렌다. 새로운 세상이라니.”
후름이 나오며 반짝이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수이니도 아무 말하지 않으며 괜찮은 척했지만, 미세하게 눈동자가 돌아다니고 있 었다.
“온 김에 외출이나 할까?”
“좋지! 너무 좋아!”
역시 이자젤이 가장 반응이 좋 다. 후름은 이자젤의 반응을 받아 주는 편이고 수이니는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린다. 올라가는 걸 억 지로 붙잡고 있는 거다.
무급으로 부려먹는 조건으로 이 들의 외출을 약속했다. 뾰족한 귀 정도야 각자 마법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가자.”
연우는 이들의 옷차림을 봤다.
가죽과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장 식과 미스릴 실로 만든 옷가지들 이다. 장비로써는 좋지만, 외출용 은 아니다. 아무래도 오늘 쇼핑은 꽤 시끄러울 것 같았다.
연우는 무슨 차를 탈까 고민했 다.
최소 4인승은 돼야 한다.
“좋아. 롤스로이스 컨버터블이 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하지 못한 다. 최고급 4인승 오픈카라는 것 정도만 알면 되는 것 아닌가? 서 울을 구경하기엔 아무래도 오픈카 가 나을 듯했다.
“와아아! 이게 뭐야.”
“마력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이게 그렇게 말하던 기계인가?”
그르릉.
아주 조용하고 위엄 있는 시동 음이 귓가를 간질였다. 이런 차는 처음이다. 하지만 긴장되는 건 없 었다. 22조라는 돈이 있다는 여유 랄까.
연우는 세 엘프를 태우고 서울 시내로 향했다.
롤렉스를 샀던 서울 시내에서 가장 큰 백화점이었다.
“건물 봐. 이건 제국 수도보다 대단한데?”
“엄청 높아. 사람도 엄청 많아!” 시끄러웠지만, 쌍둥이 동생처럼 다투지 않아서 좋았다.
수이니의 어색한 표정을 감상하 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세 엘프 모두 웬만한 배우는 옆에 설 수도 없을 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연우가 백화점 앞에 롤스로이스 를 세우자, 백화점 직원과 발레파 킹 직원이 뛰어왔다. 그리고 세 엘프가 내리자 수십 명의 시선이 쏟아졌다. 롤스로이스보다 세 엘 프가 더 관심을 받았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