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6화
제31편_ 엘프의 카페(1)
농장 일이라는 게 그렇다.
다했다고 생각해도. 일을 너무 많이 벌인 게 아닌가 했을 때도 또 할 일이 생긴다. 그게 농장 일 이다.
연우는 6단계를 넘어 7단계를 바라보기 시작한 연지와 연호를 기어이 내보냈고 다음 날이 됐다.
연우는 집 뒤의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산지를 개간해야겠어.”
냉장고 바지와 헐렁한 흰 티를 입은 리젤은 날 길이만 2m가 넘 는 데스 사이드를 들고 있었다.
“어때. 할 수 있겠어?”
“네? 아, 네. 할 수는…… 있습 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하는 것은 다 르다.
데스 사이드.
사신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지 만, 손잡이가 달린 대낫 무기를 말하기도 한다.
리젤의 개인 무기.
[리젤스 데스 사이드].
마계에서 가장 단단하다는 블랙 키리윰을 사용했고 마계의 대장인 이라 불리는 투움바 대장장이에게 3년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만든 거다.
투 클래스 마스터를 이루면서 모았던 모든 자원과 돈과 인맥을 총동원해서 겨우겨우 완성한 전설 급 무기다.
리젤이 머뭇거리는 걸 봤는지, 연우가 고개를 갸웃했다.
아공간에 있던 헤맨이 갑작스럽 게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아마 낫이 조금 무뎌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 아닙니다. 그런 건 아니 고……
연우가 그 대화를 듣곤 웃으며 말했다.
“에이, 괜찮아. 나무 자를 때 쓸 만한 걸로 하나 줄게. 헤맨?”
헤맨은 씨익 웃으며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리젤은 괜히 불안했다. 이상한 걸 주면 어쩌지? 아니. 그게 좋을 수도 있다.
아무리 좋은 낫이라도 함부로 쓰면 날이 상하기 마련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 개인 무기는 그런 곳에 쓰기엔 너무 아끼는 무기다.
“이거 어떻습니까.”
헤맨이 푸르스름한 오러를 머금 은 대낫을 가져왔다. 리젤을 배려 한 건지 모양이 거의 흡사했다.
“괜찮네. 이거 데블리스 평야에 서 얻은 거지?”
“네, 원래 가지고 있던 무기는 아직 꺼낼 수도 없고. 사용할 수 도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리젤, 확인해 봐.”
리젤은 기묘한 감각에 휩싸여 낫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가이센의 눈물(전설급)]
설명 : 5,000년이 된 에이션트 급 블루 드래곤 ‘가이센’의 척추를 통째로 사용해 만든 사이드 (Scythe) 무기. 드래곤 하트까지 첨가된 전설급 무기다.
(마력량 +160%, 낫과 관련된 스킬 +1단계, 드래곤 관련 몬스 터 적살력 +10%.)
“이, 이건……
리젤은 게임 캐릭터가 아니기에 이런 설명을 읽을 순 없다. 하지 만 본능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관 조하면서 어떤 효과가 있는 건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산을 개간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
“네? 아, 네! 당연합니다. 이게 어떻게……?”
리젤은 투 클래스 마스터였고 그곳에서 유명하다는 대장장이를 찾아서 수십 년의 세월을 쌓아 온 모든 걸 받쳐 만든 게 ‘리젤스 데 스 사이드’였다.
그런데 이 무기는 그걸 아득히 뛰어넘었다.
그냥 뛰어넘었다고 하기에도 부 끄럽다. 아예 차원이 다른 거다. 그런데 연우와 헤맨은 그저 평야 에서 주은 장비라고만 한다.
여긴 놀라도 계속 놀랄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싹 베어 야 해.”
넓지는 않았다. 가로세로 30m 정도다. 대장간보다는 위쪽이고 던전 입구보다는 아래다. 적당히 평편한 경사에 뒤쪽은 가파르다.
주변 나무를 자르면 꽤 괜찮은 부지가 나올 거다.
“바로 시작합니까?”
“그래. 힘 조절이 힘들지도 모 르니까. 몇 번 휘둘러보고.”
“네, 알겠습니다.”
리젤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 다.
긴장한 거다. 마력량이 160%를 더해졌다. 100%에서 260%가 됐 다고 생각하면 된다. 리젤의 주 에너지는 마력이 아닌 영력이었지 만, 왜인지 마력이 오른 게 아니 라 영력이 올랐다.
게다가 낫과 관련된 스킬 +1단 계다. 아쉽게도 투 클래스 마스터 가 되지는 못했지만. 두 개의 스 킬이 올랐다.
오히려 투 클래스 마스터일 때 보다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리젤이 가볍게 사이드를 흔들었 다.
화악.
세상이 천천히 움직이는 느낌이 다.
사이드를 흔들 때마다 주변에 영력이 퍼지며 나뭇잎 하나하나가 모두 느껴졌다.
스윽.
하늘을 향해 휘둘렀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약간’ 강 한 힘을 내 버렸다.
화악.
쿠아아아아아!
대지가 진동하며 가이센의 눈물 이라는 사이드에서 푸른 강기가 발사됐다. 주변의 대기가 폭발하 며 진공 상태로 변했다.
쾅! 쾅! 쾅!
수만 분의 일 초. 그 찰나에 수 십 번의 소닉 붐이 일어나며 주변 을 휩쓸었다. 리젤이 시선을 돌렸 을 때, 이미 그 강기는 대기권을 돌파하고 있었다.
“허억!”
리젤은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몸속의 영력은 거의 소모된 게 없다. 몸이 문제가 아니다.
“죄, 죄송합니다.”
“…… 괜찮아. 처음이니까.”
리젤은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이렇게까지 강한 강기를 만들어 본 적도 없고 날려 본 적도 없다. 어마어마한 힘이 사이드에서 느껴 졌다.
이런 감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괜찮아. 천천히 조절하는 것부 터 시작하자.”
아마 저 강기가 하늘이 아닌 산 으로 발사됐으면 산은 두 동강이 났을 거다.
헤맨이 옆으로 가서 힘 조절하 는 방법을 알려 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분위기 좋은 카페를 만 드는 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 았다.
각 강대국에서 보내는 압박, 협 회 위원회에서 보내는 압박이 사 라졌다.
원 클래스이며 투 클래스를 목 전에 둔 이진철이다.
특히, 전투에 있어선 타의 추종 을 불허하는 싸움꾼 마법사 이진 철이다.
그런데도 압박은 계속됐고 그걸 막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 니었다. 그런데 연우 님이 준 장 비 하나로 그 모든 문제가 풀렸 다.
전의 이진철은 조심해야 하는 미친개였다면, 지금은 절대로 조 심해야 하는 미친개 정도로 위상 이 올랐다는 것이다.
‘경매로 올리면 얼마나 될까.’
그 옵션들. 경지를 한 단계 정 도 올려 주는 어마어마한 효과. 그걸 팔면 조 단위는 나올 거다. 물론, 팔 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그래서 오랜만에 편하게 사무실 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섬뜩.
“뭐지?”
이진철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강하다. 거의 투 클래스 정도의 힘. 그게 어디선가에서 발사돼 저 하늘로 올라갔다. 그런데 그 진원 지의 방향이 농장이 있는 쪽이다.
“하긴…… 거기밖에 없지.”
살갗이 삐죽삐죽 설 정도의 힘 이 느껴질 곳은 그곳뿐이다.
협회장 이진철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또 난리 치기 전에 진압해야 지.”
전에 사라졌던 각국의 정보국 요원들인 태평양 중앙. 지도에도 없는 아주 작은 섬에서 발견됐다. 그나마 생존 훈련을 거친 이들이 라 모두 살았지만, 거의 원시인이 돼 살아가고 있었다.
더 웃긴 건, 자신들이 왜 그곳 에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
“그분이 나서기 전에 내가 해결 하는 게 훨씬 낫지.”
그렇게. 세계 모든 정보국이 난 리가 날 정도로 어마어마한 강기 방출 사건은 이진철에 의해 순식 간에 덮였다. 지금 가진 힘이 아 니었다면 이진철도 힘들었을 거 다.
생각보다 금방 적응했다.
사이드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큰 차이가 날 거라 생각하지 못한 연우와 헤맨 잘못이었다. 들어 보 니, 리젤이 살던 그라니아 대륙에 선 장비의 버프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여튼. 슬슬 개간 시작하자.”
“알겠습니다.”
영력을 담지 않고 육체와 사이 드만 이용해 나무를 베기 시작했 다. 약간 경사가 있는데 앞쪽은 밑동을 많이 남기고 뒤로 갈수록 최대한 짧게 베었다.
그래서 지반을 따로 다지지 않 아도 평지가 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자연 친화적인 지반 다짐 공법.”
다지진 않았지만, 다짐 효과를 봤으니 다짐 공법이다. 연우는 그 말을 하곤 살짝 민망했다. 차라리 혜영처럼 막말해 줄 사람이 없어 서 더 그랬다.
‘나무를 다 베어 놓고 자연 친 화적이라고? 미쳤냐!’
아마 이렇게 말했을 거다. 갑자 기 혜영이 보고 싶었다.
“바로 시작하자.”
벤 나무를 가공하기 시작한다. 이것까지가 리젤이 맡은 역할이 다.
스윽. 스윽.
낫으로 나무를 써는데 저항이 거의 없다. 가이센의 눈물다웠다. 리젤도 꽤 재능이 있는지 어렵지 않게 잔가지와 껍질을 벗겨 냈다.
연우는 연금술을 준비했다.
두꺼운 밑동을 기준으로 판을 깔아야 한다.
뿌리가 깊게 박혀 있어서 지반 의 힘은 괜찮지만, 밑동과 연결되 는 나무 자체가 약하다. 판을 깔 일반 나무를 겉모습 변화 없이 강 화하고 뿌리와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그러면서 연우가 진심으로 말했 던 ‘자연 친화적’인 걸 버리고 싶 지도 않았다.
-연금술을 사용합니다.
-‘하급 고정제’와 ‘유기물 강화 제’를 조합합니다.
?‘유기물 고정제’를 제작했습니 다.
?‘유기물 고정제’와 ‘엘프의 눈 물’을 조합합니다.
?‘생명이 깃든 고정제’를 제작 했습니다.
-‘생명이 깃든 고정제’와 ‘상급 마력석 가루’를 조합합니다.
?‘강한 생명력을 지닌 하급 고 정제’를 제작했습니다.
“예전 엘프 마을에서 몇 개월 살았던 게 도움이 되네.”
엘프는 이런 식으로 인공적인 건축을 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숲 의 축복을 받아서 나무가 알아서 그렇게 자라 주는 거다. 숲이 준 선물이라나.
연우는 그 모습을 본떠 건설을 해 봤다.
연금술과 마법 그리고 건설 스 킬의 완벽한 조화. 그리고 엘프의 눈물이 주요했다.
‘엘프의 눈물주가 있었지.’
아공간 어딘가에 있을 거다. 청 량함과 숲의 향기가 일품이었는 데, 도수가 약해서 안 먹게 됐다.
연우는 나중에 한번 먹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건설을 계 속했다.
밑동에 리젤이 가공한 판자를 깔고 ‘강한 생명을 지닌 하급 고 정제’를 사용했다.
화악.
환한 빛이 밑동과 판자를 연결 했다. 그냥 붙인 게 아니라 하나 가 된 거다. 나무의 조직들이 서 로 엉겨 하나의 생명이 된다.
연우는 사이에 기둥을 세웠고 뒤쪽으로 벽을, 앞으로는 가파른 산과 연우의 농장이 한눈에 보일 경사로 테라스를 뺐다.
천장도 같은 나무를 사용하면서 ‘강한 생명을 지닌 하급 고정제’ 를. 가공된 재료는 모든 조립 사 이사이에 고정제를 추가해야 한 다.
그래야 살아 있는 하나의 건축
물이 되는 거니까.
-건설을 완료했습니다.
-동화율이 올랐습니다.
“안에 머신을 넣어야겠지.”
커피머신뿐이 아니다. 간단한 주방도 조성하고 테이블과 의자도 놔야 하고 테라스에 울타리도 만 든다. 또, 카페 옥상으로 올라가 는 사다리를 놓고 위에도 편한 자 리를 만든다.
“이 정도면 좋네.”
연우가 간판도 만들었다.
[엘프의 카페].
엘프의 마을에서 영감을 얻고. 엘프의 눈물을 이용해 만든 카페 라 이렇게 지었다.
-‘엘프의 카페’를 완성했습니 다.
-동화율이 올랐습니다.
이제 이런 간단한 건설로는 잠 재 능력치가 안 오른다. 다른 업 적을 세워야겠다.
카페는 농장에서 대장간을 통해 던전으로 올라가는 길에 계단을 만드는 김에 생각나서 만든 거다. 이곳에서 보는 광경을 상상하니 너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연우는 테라스에 앉았다.
밑으로 연우의 집이 보였고 세 구역으로 나뉜 울타리가 보인다. 옆으론 식당과 강줄기. 물놀이 구 역과 수중 테이블. 저 밑으론 주 차장이 있다.
멀리 보면 산과 얇아진 강줄기 들.
해는 이미 반쯤 누워 새빨간 자 태를 뽐내고 있었다.
“카페를 만들긴 했는데, 누가 운영하지.”
그 생각을 못했다.
엘프의 카페니까 엘프를 섭외해 볼까?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