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5화
제30편_ 연지 연호(2)
연우는 조금 더 설명한 다음, 아공간에 손을 넣어 장비 하나를 꺼냈다. 텔레파시로 헤맨에게 시 킨 거다.
[하급 연금술 세트(희귀)]
설명 : 1단계부터 원 클래스 마 스터까지 이르는 연금술의 모든 걸 담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재료일 뿐이다. 재능과 노력 그리 고 깨달음이 갖춰져야 한다.
“이건 선물.”
연호 선물이다. 그리고 연지에 겐 정령 속성석을 줬다.
[하급 정령 속성석 : 물(희귀)]
설명 : 물 속성 친화력을 올려 주는 속성석.
간단한 설명. 하지만 성능은 결 코 간단하지 않다. 하급이니까 하 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스가르드 게 임은 사기였다.
“어때?”
둘 다 말이 없었다. 연우를 제 외하고 다른 이들은 설명을 볼 수 없기에 연우가 설명해 줬다.
“이거 진짜야?”
“진짜지. 가짜겠냐.”
연지는 속성석을 이미 흡수했고 물의 정령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연호도 마찬가지로 연금술 세트를 들여다보기 바빴다.
상자 형식으로 이뤄져 있는데, 30평 정도의 아공간이라고 보면 된다. 안에 원 클래스까지 필요한 대부분의 재료와 설명서가 담긴 거다.
설명에도 나와 있지만, 재료와 설명이다. 그게 다 있으면 편한 것뿐이지 원 클래스 마스터가 될 수 있다는 건 아니다.
연우는 또 뭘 줄까 하다가 상급 마력석을 하나씩 줬다. 가지고만 있어도 마력이 고갈될 일은 없으 며 스킬 성장이 훨씬 빨라질 거 다.
연호는 하나 가지고 있었지만, 연금술은 마력이 굉장히 많이 필 요하다.
연우는 야들야들한 명란계란말 이를 적당히 집어 입으로 넣었다. 짭짤하면서 고소한 명란과 담백한 계란은 환상적인 조합이다.
거기에 깔끔한 소주 한잔이면 최고.
“ 좋다.”
아직 연지와 연호는 연우가 준 선물을 들여다보기 바빴다. 연지 는 물의 하급 정령을 소환했고 불 의 정령과 동시 소환을 시도했다.
“잘 안 될 거야. 천천히 해 봐.”
“그러게 힘드네.”
상반된 두 속성이다. 소환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사기. 하 지만 게임 설정은 그걸 가능하게 해 줬다.
“연습하면 되긴 할 테니까. 꾸 준히 연습하고.”
“고마워 오빠!”
항상 불만 많던 연지가 이상하 게 변하긴 했지만, 닭살 조금 나 는 것 빼곤 나쁘지 않다.
연호도 이것저것 꺼내 살피더 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징그럽게 왜 이래?”
연우가 아닌 연지의 말이다.
“넌 좀 가만히 있어! 이게 얼마 나 대단한 건 줄 알아? 지금 이 벅찬 감성을 만끽하는 중이니까 닥치세요!”
가끔 벅찬 감정은 사람을 거칠 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 모양이다.
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장어를 한 점 집어 먹었다. 아주 잘 구워졌다. 기름이 화로로 뚝뚝 떨어지고 표면이 자글자글 노릇했 다.
연지와 연호는 티격태격 다퉜 다.
시끄러웠지만, 연우는 당연하게 도 깔끔하게 무시하고 소주를 쫄 쫄쫄 따랐다.
아무래도 연지와 연호는 농장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조용한 농장이 상당히 시끄러워질 것 같 았기 때문이다. 가끔 놀러 오는 정도로 만족해야겠다.
“양봉이나 마저 해야겠다.”
두 동생이 바쁘니, 그들만을 시 간을 줘야겠다.
말벌 몬스터. 원래 말벌은 양봉 이 안 되지만, 이놈들은 다르다. 여왕 말벌이 있고 일을 하는 일꾼 말벌이 있고 전투를 하는 전투 말 벌도 있다.
크기가 작아지면서도 거의 같은 힘을 가지고 있기에 꾸준한 관리 가 필요했다.
연우는 대충 만들었던 간이 양 봉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水:k 米
오늘 아침도 상쾌하다.
헤르메스. 그 고귀하다는 진혈 의 귀족 뱀파이어.
원 클래스 마스터로 이 일대에 서는 상대할 자가 없는 절대자였 다. 하지만 어느 날 누군가에게 잡혀 버렸다.
고귀했던 순간은 그때까지였다.
‘왜 내가 이딴 더러운 일을……
처음에는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 는 일은, 블랙 쿡의 달걀의 관리 하는 거다. 지금은 필요할 때가 아니면 모두 부화가 되도록 도와 야 한다.
날갯짓으로 헤르메스의 접근을 막아 보려는 블랙 쿡을 다치지 않 게 제압하려면 7단계 스킬, 은신 을 사용해야 한다.
사사삭.
빠르게 움직여 한쪽에 설치된 부화장에 달걀을 옮겨 놓는다.
‘왜 자꾸 엄한 곳에 낳는 거야?’
불만이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말도 통하지 않는 미개한 것들인 데.
헤르메스는 블랙 카우 구역으로 이동했다.
이놈들은 종일 먹고 싸기만 한 다. 아침에 가면 끔찍하다는 소리 만 나온다. 밤새 얼마나 싸 댔는 지. 하나의 산을 이룬다. 그것도 한 곳에만 싸니 더 문제다.
‘그래도 냄새 하나는 구수하구 만.’
점점 적응되는 중이었다.
푹. 퍽. 푹. 퍽.
이것도 장난이 아닌 작업이다. 덕분에 웨폰 마스터리 스킬이 7 단계에서 8단계로 오르기도 했다.
움모오오오!
우두머리 블랙 카우가 길게 운 다.
누군가 왔다는 증거다.
“시끄러운 닝겐들이군.”
멀리 두 인간이 도착했다. 주인 님은 왜 저런 나약한 인간에게 도 움을 주는지 모르겠다.
이곳에 온 인간들은 최소 한 단 계씩은 강해져서 나온다. 일주일 전 뒷산 던전에 들어간 여자의 비 명이 예민한 헤르메스의 귓가를 울린다. 그러면서 조금씩 강해지 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다.
“상쾌하군.”
이제 하루라도 농장 일을 거르 면 찝찝할 정도였다.
헤르메스는 잠시 쉬기 위해 깔 끔한 잔디밭에 털썩 앉았다.
고귀함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 만 너무 좋다. 이게 인생인가. 삶 이란 이런 것인가. 자꾸 그동안 살아왔던 세월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 헤르메스.”
요섭이 옆으로 털썩 앉았다. 오 늘도 망치질을 하다 온 모양인지 전신에 땀이 가득했다.
“벌써 밥 먹을 시간인가?”
“아우 냄새. 꼭 여기서 먹어야 겠어?”
“냄새는 무슨! 이 모든 게 자연 의 선물이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밥이나 먹 자.”
물론, 쌀밥은 아니다. 요섭은 요즘 열 저항을 올리기 위해 상급 불 저항 속성석을 먹고 있었고 헤 르메스는 헤맨이 전해 준 용혈 즉, 드래곤의 피를 먹고 있었다.
마력이 풍부한 게 영양 만점인 데 맛까지 좋았다.
“캬. 이게 진짜 피 맛이지.”
전신에 진한 마력이 돈다. 이 정도는 먹어 줘야 한다. 덕분에 몇 주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스킬 몇 개가 올랐다.
“역시 주인님이야.”
요섭이 몬스터 말벌집을 뒤적거 리는 연우를 보고 중얼거렸다. 하 나하나가 8단계의 몬스터다. 크기 가 작아졌지만, 강함은 거의 같다.
“대단하시지. 도대체 얼마나 강 한 것인지.”
“딱 보기엔 이제 막 6단계 된 것 같은데.”
“그게 전부가 아니겠지.”
정확히 맞췄지만, 인정하기엔 연우의 힘이 너무 대단했다.
“나도 농장 스킬을 받았어! 조 금만 있으면 저렇게 강해질 수 있 을 거야.”
전혀 일리 없는 헛된 꿈이다.
“그래? 나도 한 번 달라고 부탁 드려 볼까?”
“그래 봐. 타고난 스킬 말고 새 로운 걸 익히는 게 수련에 도움이 돼. 이렇게 땀을 흘린 게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아.”
사실 아무 도움 안 되는 단순 노동이다.
“그런 효과도 있군.”
요섭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믿지 않았겠 지만, 헤르메스의 증언과 연우의 힘을 보면 믿지 않을 수가 없었 다.
“청소부터 시작해 봐. 아마 효 과가 좋을 거야.”
헤르메스는 시크하게 말하고 일 어 났다.
“난 울타리 청소를 시작해야겠 다.”
요섭은 그 시크한 모습에 더 믿 음이 갔다. 사실은 그냥 잡부일 뿐인데.
“그래, 나도 열심히 해서 연우 님 눈에 들어야겠어. 그럼 청소든 농장 관리 관련 스킬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스킬 자체를 의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 는 능력인 거다. 하지만 이러나저 러나 청소나 농장 관리는 대장장 이인 요섭에게 전혀 쓸모없는 능 력이 었다.
연우에게 효과가 있었던 건, 농 장 주인이 만능 잡캐였기 때문인 거다.
멀리서 헤르메스가 엄청난 속도 로 울타리 청소하는 게 보였다. 요섭도 의지를 세우며 대장간으로 돌아갔다.
조금은 평범한 농장 잡부들의 일과였다.
연우는 말벌집을 들여다봤다.
여왕은 한쪽에서 꾸준히 알을 낳고 있었고 전투 말벌은 몬스터 의 시체를 가져왔다. 문제는 엄지 만 한 말벌이 사람만 한 몬스터를 가져온다는 거였다.
물론, 목줄을 찬 여왕을 이용해 인간은 사냥 못하게 만들어 뒀다.
“이건 7단계 와이번, 이건 8단 계 마스터 오크. 이건 9단계? 너 무하네.”
게다가 가져온 사체는 일꾼 말 벌 수만 마리가 몰려들어 순식간 에 뼈만 남긴다. 주변에 나무 수 액이나 과즙도 가져온다. 그것을 어디선가 얻어 온 마력과 합쳐 꿀 을 만드는 것이다.
그야말로 영약이 따로 없었다.
꿀이라는 건 벌들의 비상식량이 나 애벌레의 먹이다. 태어날 땐, 마력이 거의 없는 2단계 정도의 몬스터. 하지만 꿀을 먹으면서 몇 주 만에 8단계까지 성장하는 거 다.
“인간은 상상도 못할 엄청난 방 법이네.”
꿀에 효능이 있는 것인지, 말벌 몬스터의 태생 자체가 그런 것인 지는 모르겠다. 심득이라는 게 없 이 먹이만으로 8단계가 된다.
노봉방과 꿀. 애벌레까지 통째 로 가져오긴 했지만, 절반 정도는 술을 담가 버렸기에 많이 남지는 않았다. 한동안은 꿀을 더 모으게 둬야겠다.
“슬슬 심심해지네.”
그때그때 생각나는 건 바로 만 들어서 하고 있다.
양봉, 축사, 어장, 던전, 주차장, 펜션에 물놀이까지. 아직 이것저 것 확장하고 추가하면 눈코 뜰 새 도 없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하 고 싶진 않다.
부족한 게 있어도 귀찮으면 천 천히 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다른 걸 미루고라도 한다. 그리고 항상 새 로운 게 더 재미있다.
그게 농장 주인이다.
다른 말로 한량이라고도 한다.
“연지랑 연호는 다 했으려나.”
연우는 식당 앞에서 정령을 소 환하고 이것저것 만들고 있는 동 생을 봤다. 아직 바빠 보인다.
연우는 집으로 들어가 담금주 하나를 꺼냈다.
꿀이 들어간 노봉방주다. 곳곳 에 대환단이 둥둥 떠 있는 게 보 인다. 다른 이들에겐 조심해야지 만, 동생에겐 조금 줘도 된다.
“자, 이거 한잔 하자.”
연우는 동생 둘을 불러 술잔에 담금주를 따랐다. 그리고 위에 대 환단 건더기를 하나씩 올렸다.
“윽, 이거 뭐야 형?”
연호가 애벌레와 노봉방을 보며 인상을 찌푸린다. 연우가 입을 열 기도 전에 연지가 한심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바보냐. 노봉방하고 유충이잖 아. 이거 튀겨 먹으면 꿀맛인데.”
“어떻게 애벌레가 꿀맛이냐? 애 벌레 맛이지.”
“훗. 먹어 보지도 않았으면서. 꿀 잔뜩 먹은 유충은 진짜 꿀맛 난다. 달달하다고.”
“…… 진짜로?”
“병신. 그걸 믿냐. 꺄하하하하.”
연우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끝도 없이 다툰다. 그 모습이 재미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다. 어서 자립시켜야 겠다고 결심했다. 연우는 대환단 을 하나 더 얹어 줬다.
“쭉, 들이켜.”
연지는 어서 먹고 싶다며 혀로 입술을 핥으며 마셨고, 연호는 인 상을 찌푸리며 억지로 들이켰다.
“윽! 어어어?”
“우와. 이게 뭐야?”
둘의 몸에서 진한 마력이 뿜어 졌다. 몸에 들어가 넘쳐흐른 것이 다. 그것마저도 엄청난 양이었는 지, 연지와 연호는 한 단계씩은 오른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면 농장에 다시 안 오 겠지?’
밖에서 활동하는 시간도 아까울 거다. 강해지고 유명해지면 돈도 따라오고 사람도 따라온다. 사람 은 ‘인정’을 받기 위해 살아가고 인기나 돈에 취하기 시작하면…….
“우와 쩐다. 형. 나 여기 눌러 살면 안 돼?”
“나도 나도!”
연우는 인상을 팍 썼다.
이놈들은 왜 이렇게 눈치가 없 을까.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