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2화
제27편_ 켠 김에 원 클래스까
지 (2)
“네, 하나의 던전에 슬라임만 넣는 건 굉장히 비효율적이라 그 렇습니다. 슬라임이라는 게 최하 급 몬스터인 데다가……
연우는 리젤의 설명을 들으며 웃음이 났다.
“음. 무슨 말인지 알았어. 일단, 슬라임을 보고 생각해 볼래?”
“네, 알겠습니다.”
한 번 의견을 내는 건 괜찮다. 두 번은 참견이고 간섭이다.
연우는 바로 움직였다.
동굴 입구처럼 생긴 던전 입구 앞에 작은 홀로그램 지도가 표시 돼 있다. 구불구불한 지도는 막힌 곳도 있고 함정이 있는 곳도 있 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거리에 보 스 룸이 존재한다.
“3단계에서 원 클래스까지라.”
잠시 고민하던 연우는 던전 이 름을 정했다.
[켠 김에 원 클래스까지].
“으음. 좋아. 딱 좋아.”
제목을 지으면서 던전의 콘셉트 를 정했다.
이 던전을 제대로 클리어할 수 있다면 원 클래스가 될 수 있다는 걸 내포하고 있는 이름이다.
“좀 굴리고 보상도 주고, 죽지 않게 조절하면……
아스가르드에서 제임스가 운영 했던 던전의 구성 방법이다.
이 방법은 아스가르드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초보자에게 인 기가 많았다. 입장료를 받지 않고 원 클래스를 이룬 이들에게는 1 년간 모든 수익의 10%를 받는다.
처음엔 적자가 크지만, 나중엔 생각보다 짭짤했던 기억이 있다.
‘그건 게임이었고.’
여긴 현실이다. 게임처럼 1년간 10%를 받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굳이 돈도 필요 없고 말이다.
시험적인 면이 컸다.
이번 던전이 잘되면 [켠 김에 투 클래스까지], [켠 김에 쓰리 클래스까지]. 이런 시리즈를 만들 어 헤르메스나 리젤에게 사용하게 해야겠다.
제대로 된 농장을 운영하기 위 해선 투 클래스 마스터 정도는 돼 야 하니까.
“1번 구역 초입은 역시 물리 슬 라임으로.”
가장 기본 슬라임이다. 중반으 로 갈수록 마법력이 강한 슬라임 으로 바뀐다. 그리고 1번 구역이 끝날 때쯤 안전 구역을 만들고 체 력 회복 버프를 걸어 놓는다.
그럼 아무리 중상이라도 죽지는 않을 거다.
2번 구역은 뜨거운 화염 속성 을 가진 슬라임 구역으로 만든다. 화염 저항을 얻게 하고 고통 저항 도 꽤 오를 거다. 2번 구역 클리 어 보상으로는 대환단 하나 정도 면 괜찮을 것 같다.
‘게임하고 같군.’
설정 창에서 조절하면 된다. 속 성, 환경, 마력 농도, 구성에 필요 한 재료를 넣는 것까지. 어렵지 않았다.
3번 구역이면 벌써 중반이다.
이번엔 역시 냉기 슬라임으로 동상의 고통을 선사한다. 동상으 로 인한 피부 갈라짐, 손가락과 발가락은 떨어질 정도, 피가 얼기 시작하고, 시간을 지체하면 마력 까지 동결될 정도의 냉기다.
화염에서 5단계를 찍고 이곳에 서 6단계는 찍어야 한다.
‘역시 굴러야 강해지는 거지.’
소설이나 만화에서 주인공이 개 고생하며 구르는 이유는 단 하나 다. 그래야 강해지기 때문이다.
4번 구역은 마법의 슬라임.
냉기와 화염은 물론이고 전기와 각종 속성 공격이 난무하는 곳이 다. 여기선 7단계 정도는 돼야 클 리어가 가능할 거다. 또, 현존하 는 마법의 모든 게 등장하기 때문 에 마법을 상대함에 있어 전문가 가 될 수 있다.
마법 저항은 기본이다.
‘죽지는 않겠지.’
7단계가 되지 않았음에도. 실력 이 되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하지 만 않으면 죽지는 않을 거다. 팔 이나 다리가 잘려 평생 불구가 될 수 있는데, 그 정도는 엘릭서로 치료가 가능하다.
“4번 안전지대에는 엘릭서의 우 물을 만들어야겠어.”
하급 엘릭서만 돼도 불구가 될 일은 없다. 그런데 하급이 있을지 모르겠다. 대부분 최상급일 거다.
‘보상을 엘릭서 정도로 하면 되 겠지.’
죽을 정도로 부상당하고 치료하 고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보상인 거다.
그리고 각 구역에서 슬라임을 죽이면 속성석이나 소모 아이템. 또는 장비류도 다양하게 얻을 수 있을 거다. 슬라임은 여러 아이템 이 두루두루 나오기로 유명하니 까.
5번 지대는 보스 룸전이다.
여기선 역시나 전형적인 주인공 의 시련. 정신의 구역이다. 수천 년을 구천을 떠돌던 슬라임 악귀 면 충분하다. 악몽과 환상. 그리 고 쾌락을 번갈아 가며 유혹할 거 다.
정신 공격 저항은 물론이고 강 인한 정신을 가지게 해 준다.
7단계에서 8단계에 올라가기 위해선 정신적 깨달음이 중요하기 에 이렇게 설정했다. 이 구역을 클리어하면 아니, 클리어하려면 대부분 8단계에 올라야 한다.
그러니까, 오를 때까지 끊임없 이 시험을 받는 거다.
보상은 공청 석유 우물 정도가 적당하겠다.
정신적 깨달음에 충분한 마력. 이 정도면 웬만큼 재능이 없는 게 아닌 이상 8단계에 오를 수 있을 거다. 재능이 있다면 9단계도 가 능하겠지.
그리고 보스 룸 문지기가 있는 구역.
9단계는 아다만티움 슬라임 정 도가 되겠다.
아다만티움 슬라임이 9단계가 되면, 요섭처럼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할 수 있다. 높이만 10m가 되고 수백 개의 아다만티움 촉수 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무 시무시한 괴물이 된다.
대신, 일정 구역을 벗어나지 못 하게 해서 주인공이 죽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겠 지.”
9단계가 되지 않는 한 이곳을 지날 순 없을 테니까.
특별히 요섭이 만든 다크 아다 만티움 무기를 진열해 놓아야겠 다. 거기에 상급 마력석을 부착해 이 구역의 마력 농도를 높여 놓고 힐링 구역을 만든다.
“흐음. 뭔가 부족해. 더 굴려야 하는데.”
이 정도면 한 시간짜리 던전이 수년짜리로 바뀐다. 중간에 물과 먹을 걸 넣어서 생존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리젤은 연우의 묘한 미소에 소 름이 돋는 걸 느꼈다.
여기서 아다만티움 슬라임을 쓰 러뜨려도 9단계다. 9단계와 원 클 래스는 격이 다르다. 게다가 던전 이름이 [켠 김에 원 클래스까지]
이지 않은가.
부족했다.
더 굴려야 한다!
“안 되겠어.”
사실 한 단계 올라가는 전설급 장비 하나 떡 던져 주면 된다. 하 지만 그건 연우가 용납 못했다.
지금까지 준 보상만 해도 차고 넘친다.
강해지기 위해선 보상보다 고통 을 겪어야 하는 게 인지상정.
“보스 룸을 특별하게 만들어야 겠어.”
마지막 관문인 만큼 지독해야 한다. 던전 하나를 깼는데 원 클 래스 마스터가 됐다고? 그게 대단 한 게 아닌, 당연한 거라는 생각 을 가질 만큼.
때마침 헤맨이 돌아왔다.
필요한 슬라임을 제대로 가지고 왔다. 문지기용 9단계 슬라임은 아다만티움과 마귀 슬라임을 가져 왔고 보스용 원 클래스 슬라임은 초월(超越) 슬라임을 가져왔다.
마귀 슬라임은 마계에서 서식하 며 마수를 주 먹이로 삼는 슬라임 이다. 초월 슬라임은 원 클래스에 도달해 항상 지상에서 lm 떠 있 으며 주변 대기의 마력을 자유자 재로 사용하는 ‘절대 공간’을 가진 슬라임이 다.
쉽게 말하면 주변의 모든 마력 이 검강이 되는 심검의 경지에 오 른 슬라임이었다.
“대, 대체 이게……
옆에서 지켜보던 리젤은 경악한 얼굴을 펼 수가 없었다. 슬라임이 어떤 몬스터인가. 몬스터라는 분 류 중 최하급. 절대로 5단계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리젤에겐 지나 가는 벌레만도 못한 존재다.
그런데 그런 슬라임이 원 클래 스 마스터가 돼 있다.
이건 완전한 판타지 세상에서 온 리젤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었다.
“이 므깃도라는 게 좀 놀랍긴 하지.”
연우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뒤쪽에 어느새 헤르메스와 요섭 이 와 있었다.
“역시 주인님이셔. 슬라임이 원 클래스 마스터라니.”
헤르메스였다. 이제 목줄에 완 전하게 적응한 모양이다. 한쪽에 후덕한 인상을 한 요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내가 봤을 때, 주인 님은 토끼를 키워도 원 클래스 마 스터를 만들 거야.”
리젤은 더 벌어지지도 않을 입 을 더 크게 벌리며 고개를 홱 돌 려 뒤를 봤다. 자신은 원 클래스 마스터다. 그런데 뒤에 두 명이 오는 걸 느끼지도 못했다.
게다가 자신은 데스 사이드라 불리는 사신이라는 존재. 마계의 마녀라는 서큐버스와 혼혈이기도 하다. 무력은 약할 수 있다고 쳐 도 사신과 서큐버스의 감각을 속 이고 이렇게나?
말도 안 된다.
특히, 저 뱀파이어는 원 클래스 마스터다. 그런데 뭘 먹었는지 그 힘이 몇 배는 증폭된 듯 보였다.
옆에 한 남성은? 겉보기엔 평범 한 중년 남성이다. 그런데 그가 가진 힘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투 클래스 마스터? 아니다. 분명 원 클래스 마스터다. 그런데 가진 힘은 그것을 월등히 뛰어넘고 있 었다.
그냥 피부 같지만 드래곤 스킨 처럼 단단하고, 원 클래스 마스터 정도 되지만, 가진 마력은 그에 몇 배다. 기세는? 거의 쓰리 클래 스 마스터다.
‘여긴 도대체 뭐야!’
하나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투 성이 였다.
“헤맨, 이것 좀 봐.”
“네, 이거 사용자 성장형 던전 이군요. 으음. 문지기에서 9단계 는 되겠는데 보스 룸에서 원 클래 스 찍는 게 문제네요.”
“그러니까. 여기가 게임이 아니 라 죽이는 것도 못하고. 현실이라 적당히 조절해야 해서 클래스 마 스터 시키는 게 어려워.”
리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이제 놀랄 힘도 없다.
인간의 대화가 아니다. 드래곤? 그것도 부족할 거다. 아마 신들은 돼야 이런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 까? 던전 하나로 원 클래스 마스 터를 만든다는 것 발상 자체가 웃 기는 거다.
“이건 어떻습니까? 진짜 죽이는 건 안 되지만, 정신을 죽이는 건 가능할 것 같습니다.”
“ 정신만?”
“네, [도전의 전장]을 만들죠.”
연우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 며 끄덕였다.
[도전의 전장(원 클래스 마스 터)]
설명 : 멈춰 버린 시간 속에서 플레이어의 정신은 수년을 살아가 게 된다. 끝없는 전투, 계속되는 죽음. 그리고 절망. 그것이 당신 을 성장하게 해 줄 것이다.
(단, 플레이어는 일주일간 100 번의 기회를 준다.)
아스가르드에서 한때 유행하던 성장 전장이었다.
저 설명은 게임 안에서의 설정.
NPC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유저. 즉, 플레이어는 일주일만 그 안에서 전장을 경험한다. 오로지 전투와 죽음뿐인 곳이다. 죽을 때마다 능 력치와 스킬이 떨어지는 패널티를 받는다.
그렇게 일주일간 100번의 기회 가 주어진다.
101번이 되는 순간 그 페널티 는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100번 이하로 클리어하 는 순간, 모든 페널티는 복구되고 스킬 한 단계를 올릴 수 있게 되 는 거다.
“현실에서는 어떻게 적용될까.”
만약, NPC처럼 적용된다면 수 년을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 설 정상 정신이 붕괴하지 않도록 잡 아 주고 한계에 도달했을 때 강제 로 퇴장되기는 한다.
“죽거나 미치지는 않겠지만, 사 용자가 NPC로 분류될지 나처럼 플레이어로 분류될지는 모르겠 네.”
-[켠 김에 원 클래스까지] 던 전을 완성했습니다.
?하급 던전입니다.
-던전에 진입한 모든 플레이어 에게 [조건]을 부과할 수 있습니 다.
환한 빛이 산 전체를 집어삼켰 다.
“오, 되네.”
조건을 부과한다는 건 입장료를 받거나 일정 조건을 만족했을 때 기간을 설정하고 세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뜻한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