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권 24화
제24편_ 사냥인지, 학살인지(1)
밤늦게 협회장이 도착했다. 그 곳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보안 서 약을 했다. 연우와 협회에서 비밀 리에 각성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고 꾸며 댄 것이다.
지영과 혜영 그리고 준희와 혁 재는 협회에 들러 따로 관리를 받 기로 약속까지 했다.
그날 일은 그렇게 정리됐다.
친구들이 연우를 보는 눈빛이 달라진 것도 있었지만, 연우는 신 경 쓰지 않는다.
‘역시 방파제 하나는 잘 뒀어.’
협회장이 아니었다면 고생 좀 했을 거다. 친구들에게 헤맨의 마 법을 거는 것도 끌리지 않았으니 까.
사실 좀 새어 나가도 상관은 없 다.
이걸 말한다고 해서 믿는 사람 도 없을 거고 연우가 누구에게 당 할 정도로 약하지도 않다. 조금 귀찮아진다 싶으면 헤맨을 출동시 키면 된다.
랩실 애들이 정리하고 떠나간 다음 날 아침이었다.
“22 조?”
0이 가득한 보안 번호로 문자 가 왔다. 한국 지부 협회장이 직 접 보낸 듯한 말투였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9천억도 그렇게 컸는데 이 돈은 오죽하겠 는가. 그나마 100억 단위로 써 본 경험이 있기에 돈은 많을수록 좋 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을 뿐 이었다.
“헤맨.”
“네, 주인님.”
“오늘은 사냥이나 나가자.”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사냥으로 업적을 하나 세워서 잠재 능력치를 받아야 교배나 농 장 운영으로 잠재 능력치 얻기가 더 쉬울 거다.
오랜만에 사냥이다.
“좋아! 이번에도 성공이야!”
“말 좀 줄이면 안 되겠냐? 집중 이 안 되잖아.”
“방송인데 어떻게 말을 안 하 냐?”
“으아아악! 캔슬! 마법 캔슬된 다고!”
“미친, 네가 집중력이 달리는 걸 왜 내 탓을 해!?”
-크크크, 또 싸운다. 오크를 잡 으러 온 건지 둘이 싸우러 온 건 지 모르겠네.
?미쳤다. 이제 오크는 보이지 도 않나 봐.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싸우는 거죠?
?‘셀린아때려줘’ 님께서 풍선 1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앗, 셀린아때려줘 님. 만 원 감 사합니다.”
“야! 오크 앞 좀 보면서 때려!”
연지와 연호다.
튜브에 올라온 영상이 생각지 못한 인기를 끌면서 연지와 연호 는 방송을 시작했다. 요즘 1인 미 디어라는 영상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돈은 물론 사람들의 사랑 까지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연지와 연호는 인기를 끌 만한 요소가 충분했다.
“빌어먹을 오크 자식. 어디서 감히 내 셀린을 때려?”
연지의 샐러맨더 애칭이다.
“야야! 오크의 눈은 멀쩡하게 있어야 돼. 몸통 위주로 때려!”
“칫, 귀찮게.
콰과광!
셀린이 오크의 가슴을 강하게 때리고 연호의 마법이 다른 오크 를 묶었다.
벌써 3단계 몬스터 필드다. 하 나하나가 성인 운동선수 이상의 피지컬을 가진 오크들. 강한 투지 에 무기까지 사용하며 혼자가 아 닌 무리를 지어 움직이기에 3단 계로 측정된다.
“자, 한 마리 끝!”
연지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다 른 오크에게 고개를 돌렸다.
머리를 때리지 말랬다고 몸통을
처참하게 박살 낸 것치고는 너무 나 흥분한 얼굴이다.
“변태 같은 년.”
“뭐래, 마법도 제대로 못 쓰는 머저리가.”
“뭐? 머저리? 머저리이?”
네 마리의 오크를 두고 둘이 싸 움이 붙었다.
? eo 싸우는 거야? 이젠 진짜 싸우네.
?어이, 오크 몰려온다!
-그刀그그거石그 싸워라! 제대
로 한 번 싸워 봐!
하지만 연지와 연호는 채팅 창 을 볼 수 없었다.
이미 싸우기 시작했기 때문이 다.
연지는 셀린으로 연호를 공격했 고, 연호는 마법으로 셀린의 공격 을 막으며 아공간에서 병 몇 개를 꺼내 던졌다.
쏴아아아! 콰과광!
강렬한 소용돌이가 주변 20m를 휩쓸고 허공에서 수십 개의 폭발 이 일어난다. 셀린을 노린 거지만, 오크 몇이 폭발해 버렸다.
“아악! 내 오크 눈깔!”
“바보. 그러니까 머저리라는 거 야.”
“더 똑똑한 내가 참아야지.”
“흥, 그런다고 누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섬뜩함에 연지와 연호가 고개를 홱 돌렸다.
오크 30마리가 연지와 연호를 포위하며 다가오고 있었다. 둘이 다투는 바람에 남겨진 오크가 도 움 요청하는 걸 듣지 못했고 다가 오는 것도 보지 못했다.
바보 같은 실수였다.
“…… 우리 화해할까?”
“…… 그러는 게 좋겠지?”
연호가 먼저 말했다. 연지는 절 대 먼저 사과하지 않는다는 걸 알 기 때문이었다.
연지가 대충 계산을 마쳤는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재미 있겠는데?”
“어후, 이 변태 사이코.”
연호는 어이없는 연지의 반응에 피식 웃어 버렸다.
“플랜 20으로 가자.”
“그게 뭔데?”
신중한 연호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짜 놨던 계획 30개 중 20 번째다. 연지는 당연히 기억하지 않았다.
“…… 후. 포위당했을 때 협력 공격.”
“나쁘지 않지.”
三7 e e e
오크가 달려들기 시작한다.
연호는 사방으로 퍼지는 [쇼크 노바]를 펼쳤다.
멈칫.
가장 앞줄의 오크가 멈췄다.
순간 아공간에서 작은 유리병 6개를 꺼내 양쪽 공중으로 던졌 다. 그걸 보고 있던 연지가 셀린 을 이용해 거대한 화염 고리를 만 들어 퍼뜨린다.
파삭.
구르르릉. 화악!
유리병이 깨지며 화염을 흡수했 다가 단번에 터졌다.
앞에 있던 5마리의 오크가 고 꾸라진다.
연호가 그 시체 밖으로 흙의 장 벽을 만들자 오크가 뛰어넘기 시 작했고 연지는 그걸 놓치지 않고 불의 화살로 가슴을 명중시켰다.
시체가 10개가 넘어간다.
“[타깃 온], [속성 변환], [폭 파]!”
연호의 마법에 10개의 시체가 벌벌 떨더니 터졌다. 시체에서 쏟 아진 뼈들이 주변 오크에게 박힌 다.
“아무리 봐도 나보단 네가 더 사이코야.”
호전적인 연지가 봐도 굉장히 잔인한 장면이다.
하지만 이미 10마리가 넘는 오 크가 벽을 넘어 바로 앞까지 도달 했다.
셀린의 공격, 연호의 마법과 연 금술로 만든 유리병.
공격으로 방어한다. 하지만 오 크의 수는 많았고 상처가 하나씩 늘기 시작했다.
“젠장 할. 겁나 많네!”
“후욱. 후욱. 마력이 달려!”
하지만 무섭거나 포기하지 않았 다. 연지는 원래 타고났다지만, 상대적으로 유약한 연호도 위기 상황에 냉철함을 잃지 않았다.
20분이 지나고 연지와 연호는 온몸에 피 칠을 하고 오크 시체 위에 주저앉을 수 있었다.
“허억. 허억. 개힘들어.”
“미친, 속 울렁거려.”
“어? 우리 방송 안 껐나?”
공중에 드론 하나가 둥둥 떠 있 었다. 어제 구매한 레이드 방송용 드론 카메라다.
그걸 본 연지가 바로 방송용 웃 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어머, ‘연지사랑’ 님 풍선 100 개 감사합니다. ‘셀린아때려줘’ 님 200개 감사합니다. 진짜 오시면 한 번 때려 드릴게요. 오호호.”
“어우. 미친년.”
연호는 연금술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방송을 시작했지만, 연 지는 그것보단 시청자 반응을 즐 기고 있었다.
-와, 방금 봤어? 저게 어딜 봐 서 3단계야?
?저 유리병은 뭐였지? 새로 나 온 공격용 아이템인가?
? 개쩐다. 그거 어디서 파냐.
?미친 천재 연지 님. 전투 센 스 봐.
?미쳤다 거거거거거거 이게 역 레이 드임.
그 방송을 본 시청자 중에는 거 대 길드 소속 사용자도 있었다.
“이거 대박인데?”
시중에 이런 아이템을 판다는 연금술사는 없었다. 게다가 그런 연금술사는 대기업 연구소와 연계 해 동시 개발을 하는 것으로 유명 하다.
그런데도 저 유리병과 비슷한 위력을 지닌 아이템은 한번도 나 온 적이 없다.
그런데 3단계 연금술과 마법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사용자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사용자가 그런 걸 만든 거다.
저건 혁명이었다.
“길드장님에게 말해야겠어.”
인재 선점과 특수 아이템 독점 유통 권한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 하지 ‘않고’ 얻는 것. 대기업이 좋 아하는 방식이다. 그들에게 적당 한 가격과 정당한 가격의 차액은 자신의 공이 되는 거니까.
안 그래도 마력 포션을 판매한 사용자를 찾지 못해서 엄청 깨졌 던 일이 있는 길드원이다.
이번엔 반드시 공을 세우겠다는 생각으로 길드장에게 달려갔다.
사용자, 몬스터를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각성한 사람들.
몬스터, 50년 전 전 지구적으로 등장한 필드와 던전에서 나온 위 험한 생명체.
사용자는 몬스터의 등장과 동시 에 생겨났다.
그들은 다양한 힘을 갖는다. 몬 스터를 죽일 무력, 기술을 변혁할 마력과 人!체. 사용자는 그 힘과 영향력으로 새로운 힘의 질서를 만들었다.
그들이 갖는 힘은 엄청났다.
돈과 실질적인 무력을 동시에 가지게 된 거다. 처음엔 정부가 철저하게 규제했지만, 도시 곳곳 에 등장하는 몬스터 웨이브를 정 부 홀로 막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대기업과 길드에 게 무력을 가질 권한을 주기 시작 했고, 한 번 넘어간 권한은 그들 에게 커다란 힘을 실어 줬으며 다 시는 회수할 수 없었다.
그렇게 커진 그들이 세상에 끼 치는 영향력은 협회가 아니면 막 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세상이 많이 변했지.”
라고 부모님은 말씀하신다.
사실 연우야 이미 변해 버린 세 상에 태어난 거라 실감이 나질 않 는다.
50년 전 몬스터가 등장한 ‘대변 혁’이라는 전쟁. 거의 무너졌다가 재건된 나라들. 50년뿐이라고 하 지만, 그사이 변한 세상은 그 전 의 역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했다.
연우는 차창을 넘어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 서울 시내로 향 하고 있었다.
쑤욱.
므깃도를 열고 헤맨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미 호른을 잡은 모양 이었다.
“주인님.”
“무슨 일이지?”
“주인님 동생분들에게 걸어 놨 던 위기 감지 마법이 울렸습니 다.”
연우는 표정을 굳혔다. 헤맨을 통해 걸었던 경고 마법이다. 어떤 상황이든 연지와 연호가 위기를 느끼면 헤맨에게 전달되는 원리 다.
연우의 마법 스킬이 부족했기에 헤맨에게 연결한 거다.
“얼마나 위험한 거지?”
“1시간 전에 격한 전투에서 1단 계 위험이 느껴졌고, 이번엔 심적 으로 압박을 느끼고 있는 위험입 니다. 2단계 정도 됩니다.”
1단계는 긴장과 위험이 공존하 는 위기.
생명에 위험이 있을 정도는 아 니다. 그래서 대부분 무시한다.
2단계는 극도의 긴장과 초조함. 도움을 간절하게 바라는 정도를 뜻한다.
3단계는 생명이 위험할 정도의 위기인데, 이때는 메시지가 아니 라 마법 발동이 먼저다. 어떤 곳 이든 공간 이동이 가능하고 치료 마법과 실드가 동시에 펼쳐진다.
헤맨의 7단계 이상의 고위급 마법이 다.
끼이익.
연우는 한쪽에 차를 주차했다. 아직 서울에 들어간 게 아니라 차 를 세울 곳은 많았다.
서울 근교에 있는 던전에 들어 가려 했는데, 조금 미뤄야 할 것 같았다.
“가자.”
“알겠습니다.”
헤맨이 마법을 사용했다.
꿀렁.
공간이 울리며 연우와 헤맨이 사라진다.
그 자리엔 연우의 차만 남았다.
처음엔 정중하게 나왔다.
TV로만 보던 유명한 스타 사용 자인 로한 길드의 길드장이 직접 나왔다. 이미 원 클래스 마스터에 다다랐다고 불리는 엄청난 무력의 소유자다.
“길드에 들어오는 게 어떻겠습 니까?”
계약서도 준비해 줬고 계약금도 나쁘지 않았다. 연호와 연지는 당 연히 기분이 좋았다. 사용자가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인정받 는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약할 생각은 없었다.
연우에게 받은 스킬이다. 그리 고 연지는 더 즐기고 싶었고 연호 는 공부할 게 많았다. 자유를 억 압받는 건 싫었다.
그래도 계속된 회유에 계약서를 한 번 읽어 봤다.
그런데.
“제가 만든 모든 아이템은 길드 에 귀속한다고요? 정당한 가격을 주지만 독점으로 유통해야 한다? 이게 무슨 소리죠?”
‘정당한 가격’이라는 건 터무니 없이 주관적인 거다.
그걸 받아들일 만큼 연호와 연 지는 멍청하지 않았다.
“계약은 안 하겠습니다.”
“힘드니까 먼저 들어가 볼게요.”
연지는 짜증나는 티를 팍팍 냈 다. 안 그래도 방금 격한 전투를 끝내서 피곤해 죽겠는데 싫다는 계약을 부추긴다.
나만 플레이어다
:절대자의 귀농생활